Ⅰ. 머리말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상황의 다양한 변화와 국민의 권리의식이 고양됨에 따라 갈수록 가족 사이에서도 서로 갈등과 대립이 빈번하고, 이로 인하여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당사자는 스스로 재판의 자료를 제출하고, 반론하는 등 재판절차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재판의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판결과의 정당성과 사법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다. 특히, 미성년 자녀인 경우에는 가사재판의 결과에 따라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실질적 당사자로서 직접 절차에 관여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만, 아직 연령 및 상황적으로 성장․발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절차에 관여하거나, 또 직접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체법인 민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녀의 최선의 이익'1)은 그것을 실현해야 하는 절차법인 가사소송법에서도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이다. 그러나 1991. 1. 1. 제정하여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가사소송법은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를 둔 당사자 및 관계인의 절차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도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실현되는 장이 되어야 할 재판절차에서 미성년 자녀가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또 그 의사나 희망이 절차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이에 정부(법무부)는 가정법원의 후견적 재량을 바탕으로 하여 신분관계를 형성하는 가사사건절차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가능한 한 존중함으로써 절차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2)을 2018. 2. 27. 국무회의를 거쳐 같은 해 3. 2.에 국회에 제출하였다.3) 이번 개정안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절차규정이 보완되고 신설된 데 중점을 둔만큼 가사소송법의 목적 조항에도 이것이 명문화하였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4) 가사사건절차에서 미성년자를 위한 절차보장은 미성년 자녀가 하나의 독립된 권리주체로서 UN 아동권리협약 제12조5)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의 의견표명권을 행사하기 위한 절차 참가라는 의의를 가진다. 자기 자신의 인생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재판절차에서 자신의 생각, 의견, 희망 등을 진술하고, 또 그것이 제대로 존중받게 되는 것이야 말로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에 개정안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재판을 할 경우에는 연령 제한 없이 자녀의 진술을 청취할 의무를 법원에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정확히 듣고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이를 법원에 전달하고, 재판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소송 수행을 조력하도록 하는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제3자를 절차보조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였다.6) 미성년 자녀라는 특성상, 개정안에 담겨있는 절차보장은 그 방향성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실무상 크고 작은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고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절차보조인제도이다. 이것은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의미가 크지 않다. 앞으로 이 제도를 어떻게 현실에서 조화를 이루며 구체적으로 설계․운용하고, 또 활성화하여 궁극적으로 아동의 권리를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절차적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절차보조인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절차보조인이 필요한 사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운용방안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절차보조인제도는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이번 개정안에서 가사사건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강화하기 위하여 신설 및 개정된 미성년 자녀의 진술청취, 소송능력 및 비송능력, 그리고 이해관계 참가 등의 제도가 중요한 전제가 되기 때문에 이에 관해서도 함께 살펴본 후에, 절차보조인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앞으로의 운용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Ⅱ. 절차보조인제도의 전제가 되는 미성년 자녀를 위한 절차보장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당사자의 측면에서 보면 당사자권의 확대에 따른 절차보장의 강화인데, 당사자권이 보장 및 확대되면 직권탐지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가정법원의 역할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언뜻 보면 당사자권을 확대하게 되면 가정법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어보면 당사자의 절차보장을 강화한다는 의미는 결국 법원과 당사자 사이에서 정보를 폭넓게 공유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7) 즉, 가정법원이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라 법원과 가사사건의 양당사자가 서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선진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비송사건의 공익성, 후견적 성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당사자의 절차참여권의 확대와 직권탐지주의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8)
가정법원은 기본적으로 법률적 판단을 중시하는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가정 내에서 상대적 약자의 보호라는 요청, 가정 내에서 개인의 존엄성의 확보, 가사사건의 분쟁당사자의 실질적 평등의 확보라는 후견적 역할이 중요시되는 기관이다. 즉, 국가의 후견적 관여야말로 국가가 종래의 단순한 법치국가에서 문화국가 내지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하나의 중요한 촉매제가 된다. 가정법원의 후견성이 발현되는 모습은 크게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절차법상의 후견성은 법원이 판단을 할 때 실체법상의 후견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법원에 부여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실체법상의 후견성은 실체법에서 해당요건을 추상적인 것으로 정함으로써 가정법원에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해당요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나 요건을 일체 명시하지 않은 것 등은 가정법원의 후견적 성격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가정법원이 어떠한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는가는 실체법상의 해석에 따라 보완될 수 있다.9) 가사사건에서 법률요건을 명확하게 정하여 그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예정된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거나, 일정한 법률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항상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하는 것은 개별․구체적인 사안에서 적정하고 타당한 해결을 도모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각각의 사안을 해결함으로써 법률이 정하는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가사에 관한 법규범에 관해서는 실체법에서 요건을 유연하게 정하고 일정한 효과의 발생을 법원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각각의 사안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10) 이것이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가정법원이 필요하고, 가사조사관이라는 전문적인 직무영역을 통한 조사가 수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가정법원의 후견적 성격은 법원의 심리절차와 판단에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하는 근거가 되는 반면에 투명성, 예측가능성 및 검증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이 스스로 그 절차에서 주장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절차의 관여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11) 현실적으로 가정법원이 후견적 재량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것을 위하여 필요한 전제가 되는 정보는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거나, 자신이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협력에 의에 얻어진다. 즉, 가정법원이 직권탐지주의와 후견적 재량을 제대로 발휘하여 적절한 판단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청취절차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에게 절차의 주도성을 인정하는 것을 비롯한 절차보장을 통하여 각 사안의 진실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법원의 판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12)
가사사건의 유형 중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의 지정․변경이나 면접교섭 등과 같이 그 결과가 미성년 자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자녀의 복리를 위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판단의 전제로 자녀가 현재 어떠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그것에 대하여 자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떠한 희망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자녀의 생각이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은 절차상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가사사건에서 자녀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자녀는 자신의 기분이나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보장받고, 또 그 의사가 존중되는 절차의 실질적인 당사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사소송법과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의견청취의 중요성을 간과한 입법태도와 실무운용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성년 자녀의 의견청취는 법률이 아닌 가사소송규칙에서 몇몇 사안에 한정하여 13세 이상이라는 연령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자녀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하고, 그 연령에 미달하면 법원의 재량으로 운용되어 왔다.13) 그동안 UN아동권리위원회도 우리가 제출한 국가보고서에 대해 아동권리협약 제12조의 이행을 위한 조치나 입법이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관련 규정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14) 아동권리협약으로 아동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하고 동 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원칙에 부합하도록 국내법을 개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동 협약의 비준국인만큼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이번 개정안 제20조는 "가정법원은 미성년자의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재판을 하는 경우15) 그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미성년자가 진술할 수 없거나 미성년자의 진술을 듣는 것이 그의 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동 협약은 아동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나이와 성숙도에 따라 그 의견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동 협약 제12조 제1항). 그러나 개정안에는 미성년 자녀의 연령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의견을 청취하도록 개선되었으나, 그렇게 청취된 의견을 재판절차에 반영하고 고려하여야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다.16)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기만 하고,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이를 비중 있게 고려하거나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자칫 자녀의 의견청취를 단순한 절차법상의 원칙에만 머무르게 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고 재판절차에 반영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서 대립되고 있는 사건유형 및 쟁점, 자녀의 연령이나 성숙도, 현재 자녀가 놓여있는 상황, 지금까지의 생활 등의 사정에 따라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17) 그러므로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양육친과 자녀와의 관계, 자녀의 연령이나 발달의 정도, 언어적인 이해 또는 표현능력의 정도, 사건유형에 따른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게 자녀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18) 또한, 자녀가 표출하는 언동을 그대로 파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녀의 비언어적 표현도 분석하고 평가하여 고려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19) 자녀의 의견을 청취할 목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녀에게서 들은 의견을 평가․분석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양육환경 등의 배경 및 관련사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가사사건절차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부모를 위한 자녀’에서 ‘자녀를 위한 부모’로 관점을 전환시키고, 자녀의 의견을 부모에게 전달하는 것은 부모로 하여금 스스로 뒤돌아보게 함으로써 관심을 전환하여 당사자 사이의 갈등과 다툼에 매몰되어 망각하고 있던 부모로서의 책임을 인식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수도 있다.20)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성년 자녀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조기에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위의 적절한 조언과 지원은 필요하겠지만, 미성년 자녀에게 의견표명권을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결과보다도 결정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21) 이번 개정안에서 자녀의 진정한 의사를 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나, 앞으로 실무에서 특히 연령이 낮은 자녀의 의견을 어떻게 청취하고, 그것을 어떻게 절차에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사소송법은 가사소송 및 비송사건에서 소송 및 비송능력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해석상 미성년 자녀는 독립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소송 및 비송행위를 할 수 있을 뿐이다.22) 본인의 의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만큼은 미성년자 본인이 스스로 재판을 청구하여 자신의 의사를 실현하고, 절차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23)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여 개정안에는 의사능력 있는 미성년 자녀에게 원칙적으로 소송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4) 다만, 의사능력의 회복이 일시적인 경우, 가사소송사건이라 하더라도 가족관계소송이 아닌 재산관계에 관한 소송사건인 경우, 상소심 이상에서의 소송행위에 대해서는 소송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하게 된다.25)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는 제한적인 범위이긴 하지만, 일정한 경우에 소송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법정대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미성년 자녀를 대리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미성년 자녀는 소송능력이 없는 것으로 된다는 규정을 두었다(개정안 제28조 제4항). 이에 대해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가 적극적 당사자로 소송능력을 가지는 경우에도 법정대리인이 있다면 그가 개입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러한 경우 본인과 법정대리인 사이의 모순되는 소송행위로 본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절차가 지연되거나 상대방의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마련한 규정이라고 설명한다.26)
물론 당사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의 보장, 본인의 객관적 이익의 보호, 절차의 안정 등 서로 상반되는 요청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녀가 가족관계에 관한 가사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친권자인 부모와의 의견차이로 갈등을 겪게 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법정대리인에게 미성년 자녀의 진정한 이익을 위한 행위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다.27) 절차상 미성년 자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소송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개정안의 전체적인 이념 및 취지와도 맞지 않은 규정이다.28) 그러므로 미성년 자녀에게 소송능력을 인정한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이번 개정안에서 새로 도입된 절차보조인제도를 활용하여 미성년 자녀의 절차의 수행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원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개정안 제28조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소송능력을 인정하는 전제가 되는 의사능력은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변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자녀의 심신의 발달 정도나 행위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연령에 의해 획일적으로 정할 수 없다. 의사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각각의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가사사건절차에서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됨으로써 법원이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후견적․공익적 견지에서 관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다. 물론 절차의 안정이나 상대방에 대한 보호 등의 고려는 당연히 존중해야 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나, 주장책임이나 자백의 구속력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 및 비송능력으로 반드시 민사소송에서의 소송능력과 동등한 능력은 필요하지 않다.29)
각 사안마다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4학년 이상) 정도이면 원칙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실무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물론 중학생이라 하더라도 의사능력의 유무를 신중하게 검토․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30) 개정안에서 소송 및 비송능력을 확대한 취지는 신분행위능력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의사를 절차에 반영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아직 성장․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에게 주체적인 절차참가를 인정한 개정안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법원에서 의사능력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개정안에서 절차보조인제도를 도입하였고, 또 이 제도가 충분히 활용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해당 사안에 관하여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고, 절차보조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의사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31) 다만, 의사능력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하여 가사조사관의 조사를 거치게 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게 되면 법원에게 과중한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는 미성년 자녀에게 가사사건절차에서 소송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의할 단계는 지났고, 당연히 소송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부족한 소송 수행을 미성년 자녀의 발달정도와 특성에 맞게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가사비송절차의 이해관계인이란 재판결과에 따라 자신의 법률관계가 변경될 수 있는 사람과 법률관계의 변경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지위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32) 원칙적으로 의사능력 있는 미성년 자녀가 소송 및 비송능력을 갖게 됨에 따라 이해관계 참가 또한 확대되었다. 현재도 이해관계참가를 인정하고 있으나, 재판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나 재판장이 직권에 의해서만 제한적으로 절차에 참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절차권을 보장하는 데 미흡하다.33)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으로 이해관계인이라는 개념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들에게 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보다 넓게 보장함으로써 절차보장의 강화라는 개정법의 이념을 실현하였다.34)
개정안에 따르면 ‘재판결과에 따라 자신의 법률관계가 변경될 수 있는 사람’은 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개정안 제53조 제1항). 그리고 법률관계가 변경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재판결과에 따라 자신의 지위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거나, 당사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도 절차에 참가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여야 가능하다(개정안 제53조 제2항).35) 또한, 가정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이해관계참가결정을 할 수 있다(개정안 제53조 제5항).36)
이해관계인의 참가에 관한 제53조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긴다. 우선, 개정안에는 제53조 제1항과 제2항의 참가신청에 대해 기각하거나, 제5항에 따른 가정법원의 참가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나 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각각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개정안 제53조 제7항). 이것으로 미루어볼 때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절차에 참가하는 신청을 하는 경우에 가정법원은 기각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가정법원이 기각결정을 하는 경우에 그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만, 가정법원은 제2항의 임의참가와 제5항의 직권참가가 인정되는 요건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를 들고 있을 뿐이다. 제1항에 따른 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 기각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결국 해석상 법원의 판단으로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기각결정을 내리게 되고, 직권참가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상당한 이유는 결국 자녀의 이익(복리)과 관련지어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37)
그러나 자녀가 절차의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재판에서 자기의 의견을 밝히기를 원하여 참가를 신청하는 이상 원칙적으로 그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인의 참가신청을 기각해야 하는 경우, 즉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절차과정에서 자녀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기각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그 자녀를 위하여 절차보조인을 선임함으로써 자녀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미성년 자녀가 참가신청을 하였으나, 그 뒤에 친권자 등이 자신의 의견을 대변시키기 위하여 참가신청을 하게 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기각해야 할 것이다.38) 미성년자인 이해관계인의 참가 신청에 대해 기각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Ⅲ. 절차보조인 제도의 내용 및 운용방안의 검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족관계 가사사건의 경우에 의사능력 있는 미성년자는 소송 및 비송능력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미성년 자녀가 혼자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미성년 자녀의 의사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여 법원에 전달하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고려하여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고, 미성년 자녀가 재판절차에서 소송행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개정안 제16조는 "가정법원은 가사사건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 자녀, 미성년 자녀의 친족의 신청에 따라 절차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절차보조인제도를 신설하였다. 절차보조인은 어디까지나 미성년 자녀 본인에게 소송 및 비송능력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것을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마련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절차 보장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절차보조인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절차보조인의 자격이 원칙적으로 변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예산상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자녀의 의견청취, 전문가의 감정 등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고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선임할 필요가 없다.39)
절차보조인의 자격은 원칙적으로 소송과 관련한 법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이고, 그 밖에 자녀의 연령, 심리상태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심리학․교육학․상담학․아동학․의학 또는 이와 유사한 분야의 전문가도 절차보조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개정안 제16조 제2항). 절차보조인의 선임에 대해서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겠지만(같은 조 제7항), 법원은 절차보조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변호사회와 의견교환 등을 통해 추천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당 사안의 유형이나 성질에 비추어 전문성․사람의 적성이나 구체적 활동을 위한 시간적 여유나 지리적 요인을 고려하면서 그 사람이 절차보조인으로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하여 그 사안의 성격과 미성년 자녀에게 적합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다.40) 그리고 절차보조인의 도입취지를 볼 때 법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41)
일본은 가사사건절차법(家事事件手續法)42)에 자녀의 절차대리인(子どもの手續代理人) 규정43)을 통해 가사사건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의 절차대리인의 자격 및 선임과 관련하여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의견을 낸 바 있다.44) 가정재판소는 일본변호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변호사로, 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받고 이혼과 아동에 관한 법제도․아동의 발달심리․아동의 의견을 청취하는 다양한 기법․갈등이 고조된 사안에서 조정활동의 모습 등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능을 겸비하였다고 변호사협회에서 인정받은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가정재판소에 전달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절차보조인의 직무는 ‘대화 또는 그 밖의 적당한 방법으로 미성년 자녀의 의사 및 그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여 가정법원에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다(개정안 제16조 제4항). 예컨대 기일에의 출석, 기록의 열람, 관계자로부터의 청취, 증거의 수집, 조사관 조사에 동행하거나 입회하는 것 등이 기본적인 업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절차보조인은 스스로 주도하여 자녀의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옆에서 조력하게 된다. 절차보조인은 자녀의 진정한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재판절차에 반영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해당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보조인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일본변호사연합회에서 출간한 활동매뉴얼45)을 참고로 하여 살펴보고자 한다.46)
절차보조인은 법원에서 선임된 직후에 먼저 해당 사건의 담당판사와 사전에 연락하여 이 사안에서 절차보조인을 선임한 이유와 자녀의 이익 보장의 필요성 등에 관하여 듣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나 사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녀와의 면담에서는 절차보조인 본인의 역할이나 심문기일의 설명, 절차의 상황, 앞으로의 전망에 관하여 자녀의 연령에 맞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절차보조인은 미성년 자녀를 조력하기 위해 선임된 것인 만큼 자녀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자녀가 안심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고, 자녀의 연령이나 발달정도에 맞게 절차보조인의의 역할이나 재판진행상황 등과 같은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절차보조인은 재판절차에서 자녀의 의사를 청취하여 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절차보조인제도가 아동의 의견표명권의 실질적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동의 의사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절차보조인은 자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나, 미성년 자녀를 위해 절차를 보조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당연한 역할이다.48) 그러한 정보에 근거하여 아동의 의사형성을 돕는 것도 돕는다.
절차보조인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의 이익에 비추어 적절한 한도에서 합의에 의한 분쟁의 해결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원의 명을 받거나, 법원의 조력자로서가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절차 보조를 위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또는 관계인의 생활환경이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 절차보조인이 법률전문가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49) 이러한 경우라면 이러한 상황을 법원에 전달하고, 담당 판사와 의논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절차보조인이 자녀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부모 사이에 자녀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자녀의 이익에 적합한 해결을 합의하여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부모의 대립적인 긴장관계를 완화시켜 자립적인 해결의 가능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50) 그것이 이혼 후의 계속적인 양육을 생각하더라도 아동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길이다.
가정법원 소속의 가사조사관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교육학 그 밖의 전문적 지식과 식견을 가진 전문가로서, 직권탐지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가사사건 심리에서 그 역할은 매우 크다.51) 개정안 제11조 제1항은 “가사조사관은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명을 받아 사실을 조사하거나52)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가사조사관의 기본적인 직무에 대한 규정을 두었다. 그리고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담당판사는 가사조사관을 기일에 출석시켜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으며(개정안 제13조), 사건의 심리를 위하여 당사자 또는 관계인의 생활환경이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가사조사관에게 각종 조치53)를 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개정안 제12조) 가사조사관의 직무범위를 확대하였다.54) 가정법원은 가사조사관으로 하여금 조사의 객체인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그의 의사를 파악하게 한다. 그러나 가사조사관은 어디까지나 법원의 구성원으로서 재판 자료를 작성하기 위하여 법원의 판단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면 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에도 나타나듯이 가사조사관의 활동에는 다음과 같은 내재적 한계가 있다.55) 첫째, 사법작용은 제기된 구체적인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법기관으로서의 한계이다. 둘째, 가사조사관에 의한 조사는 재판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의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목적에 의한 한계가 있다. 즉, 부모가 당사자인 분쟁에서는 부모 간의 법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 과정에서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은 그것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 그친다. 셋째, 법원이라는 기관은 분쟁당사자에 대한 중립성과 공평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립성과 공평성에 의한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재판결과를 전망하거나, 결과의 예상을 기반으로 한 판단이나 조언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사조사관은 공적인 기관이므로 일반적으로 야간이나 휴일에는 업무를 하지 않으며, 법관의 명령 에 의하지 않고는 돌발적인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가사조사관의 이러한 한계는 절차보조인과의 구별을 용이하게 한다. 우선 절차보조인은 어느 누구의 명령과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오로지 미성년 자녀의 편에 서서 활동한다. 그러므로 가정법원은 기일 내에 자주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사안에서는 절차보조인을 선임함으로써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56) 또한, 절차보조인은 원칙적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이므로 대부분은 부모의 대리인을 해본 경험이 있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자녀의 이익을 위해 부모를 설득하거나, 자녀의 의사를 부모에게 전달하는 것도 쉬울 수 있다.
절차보조인은 법원으로부터 독립하여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그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재판절차는 법관의 지휘로 이루어진다. 법원도 미성년 자녀가 관계된 소송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절차보조인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도모하는 길이다. 특히,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절차보조인은 자신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재판장과 아동의 이익, 절차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핵심 등에 관하여 청취하고, 앞으로의 활동방침, 가사조사관과의 역할분담, 심문기일의 설정 등 앞으로의 활동에 관하여 협의․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절차보조인이 가정법원과 협력한다는 의미는 절차보조인이 법률전문가이면서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위하여 자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 가정법원의 명을 받거나 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변호사연합회와 가정법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2013.부터 절차대리인(手續代理人)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선임 건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아서 이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최고재판소와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공동으로 민사사법개혁에 관한 협의회에서 '아동의 절차대리인제도의 충실(子どもの手続代理人制度の充実)'을 도모하기 위한 부회(部會)를 만들어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하였다.57) 이 과정에서 아동의 절차대리인의 선임건수가 저조한 원인을 분석하였는데, 그 중에서 앞으로 우리 개정안의 절차보조인의 선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는 절차대리인이 가사조사관과 비교할 때 어떠한 독자성이 있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실무상 절차대리인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사안을 선별하기가 어렵다는 것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58)
가사조사관도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사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절차보조인의 활동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절차보조인의 존재의의를 희석시키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겹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서로 쉽게 연계하고 협조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관계는 결국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59) 가사사건의 심리는 사법적 기능과 후견적 기능의 복합적 요청에 의한 것이므로, 아동의 권리주체성에 관해서도 '자율'과 '보호'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청을 충족하는 아동의 절차보장, 절차상의 '자녀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가사조사관과 절차보조인의 관계를 이자택일(二者擇一)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60) 때로 절차보조인은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과 생각이 형성된 배경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절차보조인은 가사조사관과 달리 심리나 교육 등의 전문적 지식을 겸비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러한 관련 정보나 다른 영역의 전문적 지식이 특히 필요한 사안의 경우, 절차보조인은 법원에 요청을 하여 가사조사관의 도움을 받고 그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61) 절차보조인이 선임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진정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가사조사관과 절차보조인이 서로 업무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절차보조인은 미성년 자녀, 특히 연령이 낮은 자녀를 비롯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고 재판절차의 수행에 조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심리나 교육 등과 같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대처하는 일본의 일본변호사협회의 활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절차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의 적극적인 활동은 물론, 일본변호사연합회(日弁連) 아동권리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절차대리인제도의 보다 나은 운용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정기적인 전문연수기회의 확보, 절차대리인의 활동매뉴얼의 책정, 그리고 최고재판소와의 협의에 따른 절차보조인의 선임에 유용한 사안의 선정 등이 그것이다.62) 또한 2015. 7.에는 자녀의 절차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는 사안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최고재판소에 전달하고, 최고재판소 사무총국 가정국이 각 가정재판소에 통지하였다.63)
미성년 자녀의 절차보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낸 이번 개정안이 우리 현실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절차보조인제도의 운영이 중요하다. 절차보조인의 자격이 원칙적으로 변호사인 만큼, 법률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도모하기 위해 고민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인력풀을 많이 확보하는 것에 이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변호사회나 지방변호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법원과의 협조를 통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Ⅳ. 맺음말
미성년자는 가사재판의 결과에 따라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실질적 당사자이기 때문에 직접 절차에 관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 연령 및 상황적으로 성장․발달과정 중에 있는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재판절차에 관여하거나, 또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에 정부(법무부)는 가정법원의 후견적 재량을 바탕으로 하여 신분관계를 형성하는 가사사건절차에 대해서는 미성년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가능한 한 존중함으로써 절차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2018. 3. 2.에 국회에 제출하였다. 미성년 자녀가 사건의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인 경우에 법원의 의견청취의 의무화, 미성년 자녀의 소송 및 비송능력 확대,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재판절차에서 그를 조력할 수 있는 절차보조인제도가 핵심적 내용이다.
미성년 자녀라는 특성상,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절차보장이 방향성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실무상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에서 정착되고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절차보조인제도이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절차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절차보조인의 활동내용, 법원의 후견적․복지적 해결과 가사조사관의 직무 등을 고려하여 절차보조인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적극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절차보조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법률전문가로서의 전문성, 미성년 자녀에 대한 배려 및 소통, 헌신적인 봉사정신이다. 법원은 가능한 한 조기에 절차보조인을 선임하여 그로 하여금 해당 사안의 미성년 자녀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자유로이 소통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소송 수행에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떠한 절차보조인을 만나는가에 따라 한 자녀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인 절차보조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수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화하면서 다른 사건을 담당한 절차보조인과도 꾸준한 의견 교류를 통해 제도 개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미성년 자녀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권리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동권리협약의 요청이기도 하다. 가정법원과 변호사회를 비롯한 관련기관들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사안에서 오로지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절차보조인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실천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가정법원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성년 자녀가 관계된 가사소송절차에서 가정법원 및 가사조사관, 절차보조인, 복지 및 의료기관 등 여러 기관들이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해결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아직 자기표현이 서투르고 미흡한 미성년 자녀가 관계된 소송절차에서는 때로는 경제적 효율성이나 절차의 신속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후견적인 보조나 교육적인 배려를 통한 적극적인 실현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