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글
(1) 2016년 4월, 새벽 두시까지 지인과 음주를 하였던 악XX는 군사지역에 차량을 주차하였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교통경찰의 지시를 듣고 운전하여 지정 장소에 정차한 후 주정차 위반의 스티커를 발부받는 동안 교통경찰은 악XX의 술 냄새를 근거로 혈액채취를 실시하였고 이를 토대로 단속수치 이상의 혈중알콜 상태를 확인하였다.
(2) 주XX는 2013년 2월, 롱코우시 건설은행에서 인터넷뱅킹을 신청하던 중, 위조된 신분증과 진짜 신분증 두 개를 한꺼번에 은행 직원에게 제출하였다가 위조된 신분증은 2009년 6월 신분증을 분실하여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40 위엔을 주고 위조신분증을 구입하였다고 진술하여 은행직원의 제보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3) 1993년 7월, 사XX가 탕XX의 얼굴을 칼로 상처를 입혀 출근을 하지 못해 직장에서 쫓겨 난 것에 불만을 품은 탕XX는 1997년 3월 24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XX의 머리를 칼로 1회 내려서 두부에 손상을 입히고, 우측 어깨를 1회 공격하여 옷이 찢어지고 피부가 상하자, 사XX는 공안기관에 직접 신고하여 검거되었다.
음주운전, 신분증 위조, 칼이라는 흉기로 상처를 입힌 케이스 (1) ~ (3)은 어떤 범죄를 구성하며,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전형적인 대륙법계 국가의 체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형사법 사고에서 볼 때, 음주운전에 관련된 범죄, 공문서위조와 행사에 관련된 죄, 상해죄가 성립할 것이다. 다만, 중국의 현재 판결은 놀랍게도 모두가 무죄의 판결을 받은 안건이었다. (1) 케이스에 대해, 중국의 법원은 정황이 현저히 경미하여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악XX에게 무죄를 선고1)하였고, (2) 케이스에 대해, 정황이 경미하고 위해가 크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주XX에게 무죄를 선고2)하였으며, (3) 케이스에 대해서, 정황이 경미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 무죄3)를 선고하였다. 세 곳의 법원이 공히 인용하였던 정황(情节)은 중국 형법에서 어떤 개념이며,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가? 정황이라는 요소를 강조하여 범죄에서 일정 행위를 배제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본고를 통해 다소 우리에겐 생소한 중국의 정황이라는 개념을 활용, 처벌에서 배제하는 법적 구조를 알아보고자 한다.
Ⅱ. 정황범과 입법 방식
범죄는 사회에 위해를 초래하는 일정이상의 형사 위법적 행위로 정의하든,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위법하고 유책한 행위로 정의하든 각국의 형사법체계는 형사범죄의 정의와 그에 적정한 형벌의 설정에 고민해 왔다. 범죄의 성격에 기초하여 처벌을 정하는 방식이나 범죄의 성격적 기술을 포함하여 일정한 정량적인 요청을 추가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은 각국의 문화적, 사회적, 법률적 배경 하에 채택하는 입법방식인 바, 중국은 입법에서 범죄의 성격과 정량적인 기술을 함께 요청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일정 이상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범죄로 규정, 형벌을 부과하였다. 범죄에서의 정량적 요청은 죄와 비죄의 구분을 가능하게 하여 경미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보다 행정적 계도와 민사적 화해를 유도하여 비범죄화할 수 있어 교정을 실시하되 과도한 처벌로 인한 전과자의 낙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특별예방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해 입법자가 성립의 성질만을 정할 경우 사법적 운용에 있어 범죄의 성립을 배제하는 사유와 규정을 근거로 경미한 행위에 대해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게 되며, 입법 시에 범죄의 성질과 정량적인 제한을 할 경우 행위의 성질적인 평가와 더불어 수량적인 평가를 병행하여 일정 정도에 미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형사입법이 범죄의 성립에 대해 성질적인 규정만을 규정하고 사법기관이 일정한 규칙과 사유에 근거하여 경미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범죄의 성립을 배제하는 입법방식으로 다수의 국가에서 채용되고 있다.
전형적인 대륙법계 국가 형법인 연방독일의 형법 총칙은 범죄의 개념을 규정하지 않았고, 프랑스의 경우4)는 형식적인 범죄의 개념만을 규정하였을 뿐 범죄의 성립에 정량적인 기술을 하지 않았는데, 이들 국가의 입법방식에 의하면 범죄행위는 성질상 각종의 형벌을 받는 대상일 뿐, 정량적인 요소는 범죄의 성립 시 일반적으로 요청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즉, 대륙법계 국가에서 일정한 위법적 외관을 갖춘 행위가 형법이 규정하는 구성요건에 충족할 경우 범죄로 성립되며, 정량적인 부분은 불법에 대한 결과로 주어지는 형벌의 변화에만 영향을 미쳐 양형상의 의미만을 가진다. 1810년 프랑스 형법 제 379조5)는 “자기의 소유가 아닌 물건을 절취한 경우 절도죄가 성립 한다”고 규정하여 타인의 물품을 절취한 경우 금액의 대소와는 관련 없이 범죄가 성립함을 강조하고 있어 정량적 요소에 대한 입법자의 의도는 찾을 수 없었다. 이와 유사하게, 연방독일 형법전 제 242조는 “타인의 동산을 불법적으로 절취한 것을 자신 소유로 하는 행위”를 단순절도로 처벌하면서, 상습적이거나 침입절도, 교회 및 종교시설의 절도 등에 대해 가중처벌 하였지만, 이는 범죄의 성립이 정량적 요소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수단, 방식, 범죄의 성질 등에 의해 가중적인 절도죄를 구성할 뿐이었다.6)
영국의 보통법은 절도죄를 중죄로 분류하여 처벌하였으며, 현재 “가벼운 절도죄”와“중한 절도죄”로 나누어도 형벌상의 차이에 불과하였다.7) 1962년 미국의“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은 절도죄 관련, “500 달러 이상이나 발화무기, 기동 교통도구를 절취할 경우 3급 중죄(felony)를 구성하고; 50 달러 이하의 경우 미죄(petty crime)하며; 기타 상황은 경죄(misdemeanor)에 속한다”고 규정8)하였기 때문에, 10달러나 1달러의 물품에 대한 절취도 절도죄가 성립하였다. 이는 일정 행위가 형법이 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부합할 경우 범죄가 성립하며 금액에 다른 등급의 형벌이 주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범죄의 개념을 정의할 때 행위의 성질에 대한 고찰 뿐 아니라 행위의 수량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여 일정한 수량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로 그 행위의 구성요건부합을 정하는 입법방식으로 러시아, 중국 등 소수 국가들이 채용하는 방식이다.
1996년 “러시아연방 형법전” 제 14조 규정9)은 “본법전이 형벌로 위협하며 금지하는 죄가 있는 위해행위는 범죄이다; 행위가 형식상 본 법전이 규정하는 일정한 행위요건을 구비하더라도 정황이 경미하고 사회위해성이 없을 경우, 개인 사회 국가에 초래한 손해 혹은 손해 위협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범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 14조의 제2항의 규정은 중국 형법 제 13조 단서 규정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정량적 제한은 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형법의 해석상 범죄라는 개념이 사회적위해성이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일정 이상의 위해적 행위만이 범죄로 분류될 수 있어 정량적인 면을 부인하기 어려우며, 각칙 제 171조 “불법경영죄”, 제172조 “불법은행활동죄” 등의 범죄는 정량요소를 규정하고 있으며, “비교적 금액이 큰 경우”, “금액이 거대한 경우” 등에 대해 명확한 표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범죄에 대해 정성적, 정량적 요소로 표현하는 것은 중국 형사법의 독특한 면 중의 하나이다. 중국 형법 제 13조의 단서규정은 “정황이 현저히 경미하고 위해가 크지 않을 때,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개괄적으로 규정하여 범죄에 대한 정성적, 정량적 제한을 하였다. 비록 중국 내 형법 제 13조 단서 규정의 법적 의미와 존폐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고 일부 학자들은 동 조항이 입법자의 선언적인 규정일 뿐 실제로 사법현실에서 동 조항을 근거로 한 판결이나 범죄배제사유로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10)을 하기도 하나, 현실적으로 동 조항은 79년 형법전에 정상적으로 기재된 후, 97년 수정 형법을 거쳤지만 변경 없이 보류되어 범죄에 대한 정성적, 정량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할 것이다. 형법 제 13조 단서라는 총칙적 규정 외에 중국 형법의 각칙에서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정황이 현저히 엄중한 경우”, “정황이 특별히 악랄한 경우”, “엄중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등의 정량적 기술방식으로 형법 각칙상의 많은 범죄에도 정량적인 방식을 추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11)
중국의 범죄에 대한 기술은 정성(定性)·정량(定量)적 입법방식이며, 사법 활동 중에 추가적으로 정량적인 평가를 가미하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범죄행위요소는 입법적 정량요소와 사법 활동의 정량요소를 결합한 모습을 띈다.12) 중국 형법의 정량요소의 규정은 총칙과 각칙의 유기적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형법 제 13조는 “국가주권·영토완전과 안전을 위해하는 일체의 행위, 국가를 분열하고 인민민주 전제 정권과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하는 행위, 사회질서와 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 국유재산이나 노동군중의 단체소유의 재산을 침범하는 행위, 공민의 사인 소유의 재산을 침범하는 행위, 공민의 인신의 권리·민주권리·기타 권리를 침범하는 행위, 그리고 기타 사회에 위해가 되는 행위는 법률에 의거 당연히 형벌처벌을 받아야 하며, 모두 범죄이다. 다만 정황이 현저히 경미하고 위해가 크지 않는 경우는 범죄로 보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여 형법 제13조 전반부는 범죄에 대해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3조 후반부 단서는 범죄의 배제사유로서의 역할을 수행 하는데,13) 범죄가 되기 위해서 성질적으로 사회위해성이 있는 행위이여야 하며, 수량적으로 “정황이 현저히 경미하고 위해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형법총칙의 범죄에 대한 개념과 정량적 요청은 각칙의 범죄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범죄의 성질이 이미 매우 위중한 정도의 위해가 있는 경우 각칙상 정량적인 제한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14)
형법 각칙의 범죄가 성질적인 면으로만 처벌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한 경우 일정방면의 정량적 요소를 추가적으로 요구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변화되는데, “정황이 엄중한 경우”, “정황이 악랄한 경우” 등은 범죄성립의 정량요소로 정황범을 이룬다. 정황(情节)이라는 표현은 다른 정량요소인 범죄결과, 목적, 행위 수단 등과 비교해서 형법의 명문으로 규정된 범죄성립의 정량적 요소이지만,15) 고도의 모호성과 개괄적인 특성이 있으며, 다른 정량적 지표들과 단순 병렬적 관계가 아닌 포용적, 중첩적인 모습을 띈다.
Ⅲ. 정황범의 개념
구성요건에 부합되는 범죄의 성질적 요소만으로 범죄를 구성할 수 있는가? 일정 이상의 위법적인 행위만을 처벌하지 않고 경미한 위법에 대해서도 형벌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형사정의 실현이 부합하는 결론인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법률적 문화토대 위해 입법적인 선언규정으로 정성적인 부분과 정량적인 부분을 함께 강조하거나 사법적 해석 작용과 형법이론을 통해 정량적인 부분을 보충하기도 한다. 정량적인 규정을 통한 범죄규정은 과도한 형사처벌의 남용을 방지하여 전과자의 양산을 줄일 수 있어 재사회화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죄와 비죄의 경계에 있는 유사한 범죄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상이한 범죄결과를 규정하는 문제점이 있으며, 죄의 표준에 이르지 않는 범위의 위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비범죄라는 의식의 재확정은 실제로 범죄예방을 추구하는 현대적 형사이념에 배치하여, 구성원들의 불법적 행동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줄이는 역효과를 양산할 수도 있다. 중국의 형사법에서 활용되는 “정황(情节)”16)이라는 정량적인 요소는 중국의 사법현실을 반영하여 형성된 법률요소이므로 법관을 포함한 사법종사자들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자의적인 법률의 집행과 처벌을 면제하는 등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대륙법계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그 적법성과 부당함에 대한 외부적인 비판적인 태도만을 취할 수는 없으며, 중국적인 제도의 형성과 운용이라는 내부적인 관찰이라는 균형적인 태도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황범(情节犯)의 개념을 논하기 앞서 정황(情节)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황이 사물의 변화와 경과를 나타내는 말이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지나, 형법상의 정황은 반사회적 행위나 사회위해적인 행위가 징표되어 범죄성립의 구성요건이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황이라는 표현이 1979년 형법에 68회, 1997년 수정형법에 293회 등장하였는데,17) 중국 형법전에 “범죄”라는 표현만큼 빈번히 사용되어 지고 있으며, 각종 부속형법전과 관련 사법해석에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형사법에서 논하는 정황은 흔히 “범죄정황”을 말하는데, 그 개념에 대해서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18)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관적, 객관적인 범죄적 특징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 볼 때, 정황(情节)이란 객관적인 사회위해성과 주관적인 인적 위험성을 나타내며 범죄의 구성과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형사법체계는 범죄의 구성요소에 대해 “입법이 성격과 수량을 정하는 방식(立法定性又定量)”19)을 채택하여, 형법의 각칙의 죄명 중 범죄의 성질요소(定性要素) 외에 정량요소(定量要素)가 기술되어 있는 점이 독특한데, 즉, 각칙에 범죄의 성질에 기초한 범죄의 구성요건적 배열과 더불어 “엄중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造成严重后果)”, “정황이 악랄할 경우(情节恶劣))”, “정황이 엄중할 경우(情节严重)” 등의 개괄적인 방식을 채택하여 정량적인 요소 역시 강조한다. 중국의 학계에서는 크게 협의적 정황범과 광의적 정황범 의미가 존재하는데,20) 협의적 정황범은 형법전에 “정황이 엄중할 것(情节严重)” 혹은 “정황이 악랄할 것(情节恶劣)”이라는 범죄성립조건을 규정한 범죄유형을 말하며, 광의의 정황범은 협의의 정황범 이외에 구체적 규범 중 특정한 정황의 존재로 법정형의 폭이 조절되는 범죄유형을 말한다21). 정황범은 정황이라는 정량적 요소를 범죄성립의 필수요건으로 고찰하는 범죄유형이다. “정황이 엄중하다(严重情节)”거나 정황이 악랄하다(情节恶劣)“ 등의 요건을 요구하여 정량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징벌과 관용적 방식을 결합한 중국식 형사 정책적 표현이다.22) 위법적인 행위의 외관을 갖춘 행위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황적 요건이 부합했을 때에 범죄와 형벌의 대상이 되는 구조는 형법 제 13조의 전단과 단서규정으로 범죄의 성립과 배제를 기술하였던 입법적 판단과 같은 취지이다. 본고에서는 형법전의 구성요건적 정황에 근거하여 협의의 정황범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다.
중국의 통설은 범죄의 주요한 특징23)으로 사회위해성, 형사위법성, 형벌처벌성을 들고 있으며,24) 정황범도 이에 대한 특징에 근거하여 객관적인 사회위해성과 주관적인 행위자의 인신위험성을 본질적으로 요구하는데, 형법 내 범죄유형과 정황범은 유사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결과범은 범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의 실시 뿐 아니라 법이 정한 범죄결과가 발생했을 때 기수가 되는 범죄유형으로 범죄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미수의 처벌에 그쳐 범죄결과의 발생여부는 기수와 미수의 구분표식이다.25) 정황범의 성립은 “정황(情节)”이 일정 이상을 충족했는지의 여부와 범죄결과의 발생여부에 달려 있다. 양자의 차이는 결과범은 법이 정한 결과가 범죄기수의 필수요건임에 비해, 정황범은 “정황이 엄중할 것(情节严重)”등의 정황적 요건이 범죄성립의 필수조건인 점이다. 행위범은 법정 범죄행위의 완성을 기수의 표지로 삼는 행위로, 이러한 행위는 착수 즉시 성립하는 것이 아니며 일정한 과정을 경과해야 하고, 일정한 정도에 이르러 법이 정한 범죄행위라 할 것이다.26) 정황범은 일정 행위 실시 이후 엄중한 사회위해성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범죄로 논하지 않고 부가적으로 “정황(情节)”이라는 요소를 추가적으로 요청하여 범죄성립을 인정한다. 양자는 모두 행위가 초래한 사회위해성의 정도로 범죄의 성립여부를 결정하지만, 정황범은 정황의 위중한 정도를 기준으로 사회위행성을 판단하고 나아가 범죄성립을 결정하는 반면, 행위범은 행위자체가 초래한 사회위해성을 기준으로 범죄의 기수여부를 결정한다. 위험범은 행위자의 어떤 행위가 법정의 위해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를 범죄기수의 표지로 삼는 범죄이기27)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결과의 발생여부를 요구하지 않고 위해결과의 발생가능성이 있다면 기수로 인정가능하다. 정황범은 일정 이상의 사회위해성 정도를 요구하여 행위의 위험성은 “정황이 엄중할 것(情节严重)” 같은 정황범의 요건에 포함된다. 거동범은 행위자가 실행의 착수를 할 경우 기수가 되는 범죄를 말하며, 이러한 행위의 위해성이 크고 미치는 범위가 광범위하여 행위 실시 이후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수로 인정, 처벌을 강조한 범죄유형이다. 거동범은 행위와 더불어 기수가 되지만 정황범은 행위 이후 일정한 사회위해성을 가름하는 정황적 요건을 요구하여 정황범의 행위는 기수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입법자는 사회주의적 범죄개념에 근거하여 일정 이상의 사회 위해적 행위에 대해 범죄로 규정,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황(情节)이라는 정량적인 제한을 부가하였으나, 실제로 “정황이 위중하거나 악랄하다”는 모호한 규정은 다양한 개별적 사건에 법이 정한 범위 내28)에서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가능케 하여 죄형법정주의적 요청에 위반될 우려 역시 상존한다.
Ⅳ. 정황범의 입법과 문제점
1949년 신 중국이 성립된 이래,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정책과 정부방침을 하달하여 사회의 제반문제에 대처하였던 중국은 1979년 최초의 형법전을 반포하여 법치주의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이 시기에 반포되었던 20 여개의 단행형법과 부속형법 그리고 형법전에 대한 해석들은 형법전과 더불어 당시의 혼란했던 중국의 치안문제를 해결하였으며, 97년 수정된 형법은 구체화된 내용과 제도적 보충으로 적용상에 한계를 노출하였던 각종의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적절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79년 형법은 범죄에 대한 성질을 규명하고 또한 일정한 수량적인 요청을 부가한 정성(定性)·정량(定量)적 입법방식을 취하였으며, 형법 총칙과 각칙에 다양한 정량적 요건을 기술하여 일정 이상의 사회위해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 범죄로 규명,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였다.
79년 처음으로 탄생한 형법 제 10조의 규정은 범죄에 대한 일반적 정의와 더불어 단서부분을 통해 범죄의 배제사유를 기술하여 정성(定性)·정량(定量)적 입법방식을 채택하였으며, 각칙의 정황범은 총칙적 규정의 영향 아래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다.29) 79년 형법각칙은 103개의 조문으로 129 개의 죄명을 규정하였는데 그 중 정황범이 21개를 구성하였고, 절반 이상이 사회주의 경제 질서의 파괴와 관련된 죄였다.30) 정황범의 성립 시, 먼저 사회에 위해적인 행위에 대한 성질에 대한 분석을 한 후, 그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추가로 실시하였는데, “정황이 엄중할 것”, “정황이 악랄할 것”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당시의 학계와 사법종사자들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음에도 이와 같은 모호한 표현은 97년 수정형법에도 그대로 계수되어 정황범의 인정과 적용에 대한 논란은 가중되었다. 79년 입법은 “의조불의세(宜粗不宜细)”원칙31)에 따라 구체화하지 않고 개괄적인 방식으로 당시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였기 때문에 적응성이 강하고 사법기관의 범죄해결에 유리하였으나, 정황범 관련 과도하게 간단한 방식으로 기술되어 일부규정32)은 실질적 내용이 흠결되어 유명무실한 조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97년 수정형법을 거쳐 현재의 중국 형법전에는 451개의 죄명이 존재하며, 정황범은 106개로 전체 범죄의 1/4에 가까워 79년의 형법에 비해 정황범의 수는 급증하였으며,33) 형사입법상 정황범은 고의범의 형태를 띈다.34) 97년 수정 형법 이후 정황범의 실행행위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규정이 설정되었고, 정량적 요소에 대한 방식도 보다 다양해 졌다. 79년의 최초 형법이 혼란기의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개괄적이며 추상적인 방식을 취했으나, 97년 수정형법은 죄형법정주의를 중국 형법에 처음으로 명시하여 법치주의의 근간을 다지는 동시에 보다 세밀한 방식으로 정황범에 대한 규정을 세분화하였다.
정황범은 중국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반영하여 입법의지에 의해 설정, 적용되고 있어 명확성과 처벌의 과도한 확대 가능성이 있음으로 인해 폐지와 적용축소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의견들35)이 있음에도 여전히 다양한 사법현실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랜 봉건시대 동안 법은 덕과 도덕이 미치지 못하는 최소의 범위 내에서 적용되는 것이 예에 부합하며 가정과 지역사회의 매개체를 통한 해결을 우선시하던 법적 전통에 부합하는 정황범은 형법의 보충성원리에 부합하여 일정한 범위에 이른 위해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삼아 국민들과 친화력을 유지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36) 또한 광범위한 국토에 56개의 민족이 15억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 볼 때, 지역별 범죄의 성질과 지역사회에 대한 범죄처벌에 대한 상이한 구조로 인해 법관에게 해석의 여지와 자유 재량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면 보다 탄력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여 적용할 수 있어 범죄의 처벌과 예방이라는 형사법적 목적 달성에도 이바지하였다는 평가37)도 줄곧 제기되어 왔다.
다만, 이러한 당시의 혼란한 사회에 다소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규정에 근거하여 범죄적 현상에 대응과 예방에 이바지한 면은 조문의 명확하지 않은 형태와 적용상의 탄력성은 국민들의 형사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며 행위의 준거로 작용하기 곤란하였으며,38) 현대형사법에서 강조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할 가능성이 현저하여 국민들의 인권침해 여지가 높다는 한계를 노출하였다. 실제로 불법적 행위에 대한 법관의 과도한 자유재량권을 인정하게 되면 “사법만능주의”적 사고 하에 비범죄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법관에 따라 범죄로 처단하여 정황범의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현상이 드러나고, 더욱이 법관의 자질39)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법관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국민들의 인권 침해적 현상은 위태로워 질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현실에서 국가의 안전에 관련된 범죄 자체가 사회적 위해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어 “정황이 엄중할 것” 같은 정량적 제한을 하지 않아 간첩죄, 이적죄 등의 실행행위를 감행한다면 범죄의 성립과 더불어 상응한 형벌을 부가되므로 국가안전에 관련된 범죄의 중요성은 국민들도 예견할 수 있다. 다만, 정황이라는 요소가 일정 이하의 위해적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의 범주에서 배제하여 재사회화와 교정의 효과가 있다는 취지와는 반대로 일부 경한 범죄에 정량적인 표현을 추가로 요청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중한 성질의 범죄에 정량적 요소로 제한하기도 하는 등 정황범의 구조적 문제40)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법익 침해의 가능성이 적은 형법 제 245조 주거침입죄(非法侵入住宅罪), 244조 노동강요죄(强迫劳动罪), 제 258조 중혼죄(重婚罪) 등의 경우 정황적인 고려가 전혀 없어 범죄로 즉시 범죄로 성립되면서 이들보다 사회위해성이 높은 제 243조 무고모해죄(诬告陷害罪)의 경우 “정황이 엄중할 것”이라는 정량적 제한을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가벼운 위해적 행위는 곧바로 범죄가 성립되고 무거운 범죄적 행위가 오히려 정량적인 요건설정으로 처벌을 면하는 불균형 현상이 존재하였다.
Ⅴ. 정황범의 존재범위와 인정표준
중국 형법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황범들은 상이한 성질, 행위 자체의 사회위해성 그리고 행위자의 인신위험성 차이 등으로 인해 정황에 대한 구성요건적 요구사항이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는 형법에 존재하는 다수의 정황범 조문 중에서 일부의 경우는 사법해석이 존재하여 법관을 포함한 사법종사자들이 참고를 하거나 판결의 근거로 삼을 수 있지만, 일부의 정황범에 대한 사법해석이 존재하지 않아 사법종사자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정황범들의 사법해석을 근거로 하여 정황범을 해석하여 지역과 시간의 차이에 따른 상이한 판결이 도출되고, 심지어 같은 지역의 다른 법관은 자기의 소신에 근거하여 다른 판결을 내려 사법의 공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79년 형법의 제정 당시의 역사적 배경 하에 사용되어진 사회문화적 방식이 법률의 제정과 운용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세밀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추상적인 방식으로 기술된 조문의 설정 하에 법관의 부족한 소양과 기계적으로 사법해석에만 의존하려는 타성적 법률의식이 초래한 결과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고에서 논의로 삼고 있는 정황범은 “정황이 엄중할 것”, “정황이 악랄할 것”으로 통상 표현되는 정량요소와 범죄의 정성적요소를 가진 협의개념의 정황범 형태이다. 학계에서 정황범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에 근거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을 위배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정황범에 대한 입법이 정량적인 요청과 정성적인 요청을 동시에 기술하여 정황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주장41)하기도 한다. 학자들의 분분한 의견대립이 존재하였지만 현실적으로 형사입법이 명확성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여 사법기관의 전행이 사회문제로 부상되자 80년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이 심판과 검찰 업무에서 발생되는 구체적 법률의 응용, 법령의 문제 등에 대해 사법해석을 하도록 결의하였다.42) 양 기관에서 반포된 사법해석은 지역 법관과 검찰들의 업무지침이 되었지만 일부의 정황범에 대해서는 사법해석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일부 정황범에 대해서는 그 범죄에 해당되는 이론적 설명과 구체적 적용이 생략된 채, “기타 형사책임을 부여해야 하는 경우”라는 형식적인 해석을 빈번히 인용하여 균형 있고 공정한 사법이 실현되기 어려웠다.
통설적 4단계 범죄구성요건43)에서 볼 때, 범죄객체는 위해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회관계 혹은 법익을 말하는데, 이러한 범죄객체는 위해행위의 성질을 결정하게 되고 범죄의 직접적 객체와 더불어 “임의적 객체(随机客体)‘44)는 행위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형법 제 252조 통신자유침범죄의 객체는 공민의 통신자유권으로 정황범이기 때문에 타인의 편지를 은닉, 훼손,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봉하는 행위로 즉시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정황이 엄중할 때(情节严重)”의 조건을 충족 시에 범죄를 구성한다. 다만 타인의 편지를 은닉하여 당사자가 중요한 사업상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발생되는 재산상 손해대상은 임의적 객체(随机客体)에 속하며, 임의적 객체의 위해여부는 정황(情节)의 엄중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로 활용된다. 통설적 견해에 의하면 임의적 객체는 양형상에만 영향을 미칠 뿐 범죄의 성립여부에는 영향이 없다45)고 하나, 현실적으로 정황범의 임의적 객체는 “정황이 엄중할 것”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어 양형상의 영향은 물론, 범죄의 성립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범죄객관방면은 행위의 사회위해성을 설명하는 범죄구성의 필수적인 요건으로, 위해행위는 필요 요건이며, 위해결과·시간·장소·범죄수단 등은 선택적 요건이지만, 대부분의 범죄에서 위해결과를 요구 한다. 위해결과를 포함한 객관방면에 관련된 요소는 범죄구성요건으로 작용하지만 정황의 엄중성을 판단할 때 대상으로 작용된다. 예를 들어, 형법 제 248조 피규제자학대죄(虐待被监管人罪)는 “감옥, 구류소, 간수소 등 규제기관의 근무자가 피규제자에게 구타, 혹은 체벌학대를 실시하여 정황이 엄중할 때 3년 이하의 유기징역 혹은 구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였다.46) 이때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 혐오물건을 이용한 체벌 혹은 학대를 가하는 범죄수단이라는 객관방면의 지표나 노인, 장애인, 미성년, 임산부, 외국인 등 정상적인 남성 성년자에 비해 약한 대상에 대해 학대나 체벌을 가할 경우 사회위해성은 증대될 수 밖에 없는 행위대상이라는 객관방면의 지표는 범죄를 구성하는 객관방면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엄중한 정황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범죄주체는 위해행위를 실시한 형사책임자로 모든 범죄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범죄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가지고 있을 때만 성립하는 신분범은 자신의 신분으로 범죄가 성립되지만 비신분범의 경우 일정한 신분은 그 행위의 사회적 위해성과 인신위험성이 증가되었다고 평가된다. 형법 제 392조 뇌물소개죄(介绍贿赂罪)47)는 국가공무원에게 뇌물공여를 할 수 있도록 소개를 하는 행위에 대해 정황이 엄중할 때 처벌하는 범죄48)이므로, 동죄의 범죄 주체는 단체를 제외한 공민은 누구든지 뇌물을 제공할 자와 뇌물을 받을 공무원을 매개할 경우 해당될 수 있다. 이 때, 국가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동 죄의 범죄주체가 될 수 있지만 국가공무원이라면 일반인들보다 사회적 비난과 인적위험성이 증가되어 본 죄에서 요구하는“정황이 엄중할 것”을 충족시켜 범죄로 귀결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범죄의 주관방면의 요건은 행위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고의, 과실 하에 위해결과에 대해 가지는 심리상태이며, 범죄목적과 동기 등도 범죄에 따라 구성요건이 된다. 주관방면의 요소들은 범죄를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범죄행위에 투영된 행위자의 주관적 위험성 내지 사회적 위험을 상징하고 있어 정황범과 결합될 때, 정황의 엄중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형법 제 411조 밀수방임죄(放纵走私罪)는 세관근무자가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밀수를 방임하여 정황이 엄중할 경우 처벌하는 신분범으로 세관근무자에 대한 수뢰죄, 밀수품에 대한 배분, 기타 범죄와 연결될 우려 역시 높아 형법의 처벌대상이 되고 있다.49) 신분범의 주관방면 고의는 범죄를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정황의 엄중함을 징표한다.
범죄구성은 범죄를 인정하는 유일한 지표가 되어 구성요건에 부합하는 행위는 범죄로 인정, 그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부여하는 것이지만,50) 범죄구성이론은 법정 개념이 아니므로 실제로 구체적 범죄구성은 형법의 규정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이 때, 형법규정은 치안수요와 자국의 법적전통의 바탕위에 행위에 대한 추상적, 개괄적인 기술을 하게 되고 실무를 담당하는 사법종사자들은 추상적인 법규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는 해석적 작용을 거쳐 범죄적 현상에 대처한다. 다만 입법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범죄적 현상에 대한 처리와 입법자의 의도에 배치되는 자의적 해석은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하므로, 범죄인정에 근거가 되는 범죄구성은 형법의 지속적인 중심과제로 인정될 수밖에 없었다. 범죄성립조건에 대한 중국 형사법의 태도는 총칙과 각칙의 결합 방식으로 총칙에서 범죄에 대한 추상적 내용을 개괄적으로 규정하고 각칙에서는 구체적 범죄에 필요한 조건에 대해 규정하였는데, 정황범 관련 정황이라는 모호한 구성요건적 요청과 범죄성질 등은 해석과 죄형법정주의에서 강조하는 명확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51) 정황범의 인정 시, 법관은 형법의 관련규정을 근거로 범죄행위에 대한 분석과 법적인 분석을 하며, 입법자가 관련 위법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취지와 최고인민법원의 사법해석을 참조하여 구체적 판결을 하였다. 사법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모호한 규정의 정황범과 구체적 범죄사실을 만날 때, 법관은 자신의 법적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결을 하지만, 비슷한 안건에 대한 법관들의 인식과 해석의 상이함으로 인해 균형적이지 않는 판결이 양산되어 국민들의 형사 법률에 대한 기대와 예측가능성이 침해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사법정의 실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해행위는 범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로 인해 사회위해성은 외부로 표출된다. 일부 위해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한 성질로 분류되어 횟수와 관련 없이 1회적 행위라도 범죄의 성립을 긍정하나, 일부 범죄에 대한 입법과 사법해석은 구체적 횟수를 정하거나 행정처벌을 받은 것을 통해 정황의 위중함을 긍정하고 범죄의 성립을 추정 한다.52) 행정처벌이나 치안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는 행위자의 유사한 행위는 그 행위자의 인적위험을 나타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량의 암수범죄가 존재할 수 있어 모든 사회적 위해가 되는 행위가 행정처벌이나 치안처벌로 연결될 수 없고, 횟수의 양적인 비교로 행위의 불법을 법적처벌에 부합하는 정도로 계량화 할 수 없는 바, 중국의 현대사법현실에서 행위의 횟수와 행정처벌·치안처벌을 받은 전례를 기초로 정황을 판단하는 방식은 비법률적인 방식으로 오히려 법률적용의 혼란은 가중시킬 여지가 있다.53)
다양한 범죄수단은 범죄에 이용되어 결과를 가중시키거나 범죄행위 과정 상 범행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등 초래한 사회위행성과 인신의 위험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형법 제 226조 교역강요죄의 경우, 폭력과 협박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강제로 상품을 매매하거나 기업 및 주식채권 등을 전매·수매하는 등의 행위가 정황이 엄중할 때 처벌하는 범죄로, 행위자가 흉기, 기타 위험한 물품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물품을 강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찰을 방해하는 행위 등은 인신위험성과 사회적 위해성 공히 증가된 형태로 정황범이 필요로 하는 정황의 엄중성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된다. 범죄수단은 크게 그 악랄한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54): 수단 방법이 일반인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기본범죄의 “정황”에 해당하고; 일반인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엄중한 결과를 야기할 때, 가중된 정황 범죄의 “정황”에 해당하며; 수단 방법이 일반인들의 용인 범위를 넘어 회복 불가능한 엄중한 결과를 초래했을 때, 특별히 가중된 정황 범죄의 “정황”에 해당한다.
일부 형사법의 조문은 형법 제 273조 특정금품유용죄55)처럼 직접 범죄의 대상을 규정하여 특수한 대상의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적 정황을 인정하여 상응하는 중한 형벌을 내리고 있지만, 많은 조문은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범죄의 대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특수한 범죄대상은 국가, 사회, 개인에 대한 영향성을 기준으로, “가중된 정황 범죄(情节加重犯)”, “특별히 가중된 정황 범죄(情节特别加重犯)”으로 나누어 정황적 상황을 분석·인정하는데56): 화재, 응급조치, 홍수예방, 빈민구조, 위문금, 이민, 구제물품에 대한 침해는 가중된 정황 범죄의 정황이며; 이러한 침해로 단체, 개인이 정상적으로 생산, 생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특별히 가중된 정황 범죄의 정황으로 인정된다. 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황이 엄중할 것”과 “국가, 인민군중의 이익이 중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란 조건적 설정으로 인해 범죄의 성립범위는 상대적으로 협소하나, 가중된 상황과 특별히 가중된 상황의 정황은 행위자의 인신위험성과 사회위해성을 징표하면서 특정 단체에 대한 도움과 구조라는 2차적 피해를 양산하기 때문에 가중된 형벌을 부여하는 형식이며, 국가기밀이나 군사기밀과 관련된 범죄는 그 보호되는 대상의 수량과 비밀등급에 따라 가중 처벌받는 경우라 할 것이다.
Ⅵ. 정황범의 미완 형태
범죄는 기수의 고의를 가진 위해행위가 예비과정에서 출발, 미완의 과정을 거쳐 기수라는 완성의 상태로 발전해 나가며, 일부 범죄의 사회적 위해성과 인신위험성으로 인해 예비단계의 범죄나 과실범을 처벌하지만, 범죄처벌의 기본 대상은 고의의 기수범죄이다. 중국의 독특한 정황범의 성립시부터 존폐의 의견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에도 정황이라는 정량적 요소를 범죄의 구성요소로 요청하는 정황범은 성립과 비성립의 문제일 뿐 미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57)과 다른 자연범들과 동일하게 행위자가 구체적 범죄구성요건을 구비한 행위를 실시한 후 자의나 타의로 범죄 행위를 중지하였다면 중지범이나 미수의 형태를 상정해 볼 수 있다고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58) 일부 학자들은 정황범에도 4개의 과실범이 있다고 주장하나 수정형법은 정황범을 고의 범죄로 설정하고 있다. 다만 고의범죄를 기본 전제로 한 정황범은 범죄 실행에 착수 후 구성요건적 결과들이 발생한 이후의 기수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 일률적으로 엄중한 정황이 없다고 부인해야만 하는 것인가? 또한 구성요건적 행위가 기수의 상태로 실현되었으면 엄중한 정황이 반드시 인정되는가? 정황범의 미완성 문제 관련, 학계는 미수범에 대해 집중되어 있으며, 사법현실에서도 예비범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위해성이 작아서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므로, 본고에서도 정황범의 미수형태를 위주로 논의를 전개해 볼 예정이다.
기존 정황범의 개념과 법적 작용을 연구하였던 다수의 학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견지하였고 시간적으로 나중에 형성되었던 학자들은 정황의 개념과 범죄성립을 분리하여 정황범의 미수범 형태를 긍정하였다. 부정설은 형법이 “정황이 엄중할 것”, “정황이 악랄할 것”의 규정을 범죄를 구성하는 제한적 요건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정황범은 성립이 되지 않을 때 불성립일 뿐 미수범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59)하거나 범죄구성요건구비설의 입장60)에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였다. 긍정설은 정황범의 미수는 “정황이 엄중할 것”, “정황이 악랄할 것”이라는 요건의 흠결 여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구비된 정황적 요건 하에 행위자의 범죄 실행행위의 실현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정황범의 미수형태는 존재한다고 주장61)하였으며, 신진학자들을 중심으로 긍정설을 주장하는 견해가 증가하고 있다.
2006년 1월 10일 인민법원은 심양의 차표전매행위에 대한 판결을 통해 사법기관의 긍정설적 입장을 천명하였다. 당시의 안건은 심양시에 거주하던 이모가 심양역에서 심양발 북경행 “침대칸 기차표” 50장, 총 가격 1만 위엔 상당을 구매하였다가 내부 제보자의 신고로 검거되어 전매차표죄로 공소가 제기된 것이었다. 인민법원은 최고인민법원의 “차표전매 형사사건 심리에 관한 문제의 해석” 에 근거하여, “이모가 실행한 차표전매의 행위는 차표전매죄의 표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을 부여해야 하나, 전매행위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표전매죄(倒卖车票罪)의 미수로 처벌 한다”62)라고 판시하였다.
“정황이 엄중할 것(情节严重)”,“정황이 악랄할 것(情节恶劣)”에 대한 규정에 대한 사법해석이 구성요건의 평가범위를 초월한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되자, 학계에서는 형사 정책적 고려에 의한 정량요소의 설정이라는 비판을 가하여 형사법 외연의 지나친 확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황범의 미수범 성립범위의 확대 역시 반대하였고, 사법종사자들과 일부학자들은 정황범의 기본형이 3년 이하의 유기징역으로 경한 범죄에 속하고 정황범의 미수범은 더욱 사회적 위해성이 약한 경한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황범의 미수범 성립범위를 확대해도 처벌이 남용되는 사례는 적다고 주장63)한다.
중국 형법 제 22조는 "범죄를 위해 범죄도구를 준비하고 조건을 제조하는 것을 범죄예비라고 하며, 예비범은 기수범에 비해 가벼운 형(从轻), 감경(减轻) 혹은 처벌을 면제(免除)한다" 고 규정하고 있어 총칙규정은 "보편적 처벌 원칙(普遍处罚原则)"을 채택하고 있지만, 각칙에 대한 구체적 죄명 구분이 없어 사법종사자들의 자유재량권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64) 다만 현실적으로 범죄의 도구나 조건을 준비한 행위가 있으나 객관적으로 형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에 대한 위해가 없어 중대범죄를 제외한 일반 자연범의 경우 처벌가능성이 없다. 즉, 중국 형법총칙에 예비죄의 규정이 존재하지만, 중국의 법률적 전통은 결과반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고, 각칙 범죄는 예비죄를 기수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법현실에서도 처벌사례는 매우 드문 상태이다.65) 이러한 예비범에 대한 중국적 법률문화와 사법현실을 볼 때, 대부분의 정황범은 경죄에 속하며 정황범의 예비행위에 대한 사회위해성과 인신위험성은 기타 범죄에 비해 매우 적다는 평가 아래, 범죄로 보지 않으며 정황범의 예비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Ⅶ. 마치는 글
정황범에 있어서 정황(情节)은 구성요건적 요소로 정량적인 제한을 통해 일정 이상의 불법적 행위, 사회위해성이 있으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평가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79년 처음으로 형법에 명문으로 정황범이 규정된 시기, 혼란한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방식으로 역사문제를 조명하려는 시도가 입법적 방향에 영향을 미쳐 세부적인 기술보다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이 다수 등장하였으며, 정황범을 비롯한 다수의 정량적 표현이 그 역사적 흔적일 것이다. 다만 97년 수정형법에 즈음하여 기존의 정황적 표현과 모호한 규정에 대해 일부 수정이 가해졌지만, 형법 제 13조 총칙규정과 다수의 각칙 규정이 79년 형법의 방식을 원용하여 현재에 그대로 적용되고, 정황범은 각칙 범죄의 1/4에 해당할 정도로 오히려 증가되었다.
형법 제 13조 단서의 “정황이 현저히 경미하고 위해가 크지 않을 때 범죄로 보지 않는다” 라는 정황적 고찰로 범죄에서 일정 이하의 위해적 행위에 대해서 범죄의 처벌 범위에서 배제하거나, 각칙의 “정황이 엄중할 것” “정황이 악랄할 것”이라는 각칙상의 정량적 표현으로 일정한 불법적 행위를 제하하여 경미하고 충동적인 범죄에 대해서 처벌을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입법자의 취지와는 반대로, 경미한 위법행위에는 정량적 제한을 하지 않아 범죄가 바로 성립하며, 상대적으로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정량적 제한을 가하여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 등 전체 형사법의 운용상 정황적 설정과 적용에서 문제가 도출되기도 한다.
처음에 제기하였던 음주운전죄, 문서위조죄, 상해죄의 경우, 모두 정황적인 제한, 즉 정황이 경미하고 위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러한 정량적 제한으로 범죄에서 배제되는 법적 전통은 일정 불법 이하의 행동은 법에서 용인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확신을 강화하여 범죄예방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범죄와 비범죄의 경계에 있는 위법적 행위에 대해 정량적 평가만으로 분류하기에 곤란한 경우도 빈번하며, 과도한 사법기관의 재량권부여로 인한 형벌의 불균형 문제는 정성(定性)·정량(定量)적 입법방식을 취하는 중국 형사법의 또 다른 해결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