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법

민법 제311조에 대한 검토 및 개정안

강태성 1
Tae-Seong Kan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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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Professor of Law School Kyungpook Nati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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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Oct 10, 2018 ; Revised: Oct 15, 2018 ; Accepted: Oct 19, 2018

Published Online: Oct 31, 2018

국문초록

민법 제311조의 제목과 제1항 및 제2항에서의 문제점들을 논한 후에 개정안을 제시했다.

1. 민법 제311조의 제목 등에 대한 검토

민법 제311조의 제목과 제1항은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한다. 검토하건대, 청구는 人의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소멸이라는 법률사실인 事件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의 “전세권의 소멸청구”는 전세권을 소멸시킨다는 물권적 의사표시 내지 이 표시를 요소로 하는 물권행위이다. 이에 따라, 민법 제311조의 제목과 제1항을 아래와 같이 개정해야 한다.

2. 민법 제311조 제1항에 대한 검토

소멸청구의 이론적 근거와 성질을 검토하건대, 채권계약인 전세권설정계약은 계속적 계약이 아니므로, 이 계약의 해지는 있을 수 없다. 私見으로는, 소멸청구는 전세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하여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物權的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물권적 청구권인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음으로써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 잔존부분으로써는 일부멸실 전의 ‘전세물의 용도’에 따른 용익을 할 수 없는 때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용익을 할 수 있는 때에는,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수선을 최고했으나 수선이 되지 않는 때에만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함에는,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를 요하지 않는다.

전세권의 소멸청구와 등기를 하면, 전세권의 용익물권만이 소멸한다. 따라서 이때 변경등기이고, 이 변경등기청구권은 物權的인 성질이 있다.

2. 민법 제311조 제2항에 대한 검토

이 제2항은 “前項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원성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원상회복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전항의 경우”, 즉 전세권의 소멸청구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이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을 개념정의하면서, 원상회복이 인정되는 경우를 논하였다. 또한 이 원상회복과 「민법 제316조 제1항에서의 원상회복・제309조에서의 수선」과의 관계도 논했다. 민법 제311조 제2항에 의한 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실책임이다. 이 제2항은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경합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전세권설정자의 손해배상청구는 민법 제315조 제1항이나 제750조에 의하여 인정되므로, 굳이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 규정할 필요가 없다.

3. 민법 제311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

이 兩 條項은 중복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즉, 경합할 수 있다).

4. 민법 제311조 제2항・민법 제315조・제750조 간의 관계

사견으로는, 민법 제311조 제2항과 제315조 제1항 및 제750조는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전세권설정자는 손해가 발생 하면 즉시, 어느 조항에 의해서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민법 제315조 제2항은 전세금으로써 손해배상에 충당하는 것을 전세권의 소멸 후에 하도록 한 규정일 뿐이다.

5. 민법 제311조의 개정안

민법 제311조의 개정안 (전세물소유자에 의한 용익권능의 소멸) 전세권자가 계약이나 전세물의 성질에 의해 정해진 용도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세물소유자는 전세권의 용익권능을 소멸시킨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그 용익권능을 소멸시킬 수 있다.

Abstract

The Korean Civil Act provides the Article 311 on extinguishment-claim of the chonsegwon. And then the chonsegwon is right to registered lease on deposit basis. In this paper, I studied many problems on this Article 311 comprehensively. And based on this study, I suggested right amendment proposals as follows. In the follows, The Article is the Korean Civil Act Article.

1. Study on the Title and etc. of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The Title and Clause 1 of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provide extinguishment-claim of chonsegwon. I consider this claim assiduously. And I think that this claim is not right, because this claim means declaration of will on the real rights. So the title and the clause 1 of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must be amended.

2. Study on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Clause 1

In this paper, firstly I studied rationale and nature. And I studied that a part of the subject matter of chonsegwon has been extinguished extinguishment-claim.

I maintain my opinion that any cause attributable to the person having chonsegwon does not be need in the case of extinguishment-claim.

When extinguishment-claim and registration of an alteration have been done, extinguish usable and profitable power of chonsegwon.

3. Study on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Clause 2

This Clause provides as follow. “In the case of preceding paragraph, that the settlor of chonsegwon can request the person having chonsegwon to restore the subject matter to its original condition or can demand compensation for loss”.

In this paper, after pointing out problems of this Clause, I maintain to delete this Clause. Namely, it is right to delete this Clause.

4. The Relation of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Clause 1 and 2

This 2 clauses can be applied in redundant.

5. The Relation of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Clause 2, Article 315 and 750

I think that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the Clause 2, Article 315 and 750 are not the relation of general law and special law. Therefore the settlor of chonsegwon can demand compensation immediately by one of these three provisions at a time when there are any damages. Especially, Korean Civil Act Article 315 Clause is not 2 a provision that prohibits demanding compensation.

6. Amendment Proposal on the Article 311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Extinguishment of usable and profitable Power by the settlor of chonsegwon) In the case that a person having chonsegwon does not use or take profit from the subject matter of chonsegwon according to the terms applied to the use thereof or according to the character of the subject matter, the settlor of chonsegwon can extinguish usable and profitable power of chonsegwon by declaring his intention that extinguishes this power.

Keywords: 민법 제311조, ; 전세권의 소멸청구, ; 민법 제315조 제1항・제2항, ; 전세물 일부의 멸실, ; 민법 제316조 제1항, ; 원상회복, ; 손해배상, ; 민법 제309조; 현상; 수선
Keywords: Korean Civil Act Article 311, ; Exitnguishment-Claim of Chonsegwon, ; Korean Civil Act Article 315 Clause 1・2, ; Part of the Subject Matter of Chonsegwon, ; Korean Civil Act Article 316 Clause 1, ; Recovery of Original Condition, ; Compensation for Loss, ; Korean Civil Act Article 309; Maintenance; Repair

Ⅰ. 머리말

민법이 그 제정 당시인 1958년부터 규정하는 전세권(제303조 이하)은 유럽과 미국 및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는 없다.1) 또한 전세권에 관한 국내의 연구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세권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가 현재 충분하지 않다. 특히, 1984년 4월에 전세권에 담보권능을 추가하는 민법의 개정이 있었으나, 이 개정은 민법 제303조에 담보권능을 첨가하는 것 등의 약간에 그쳤다. 즉, 전세권에 담보권능을 부여함에 따르는 「전세권에 관한 민법규정 전반의 개정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서,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정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민법의 제정 당시에도 해석론적・입법론적으로 문제가 있던 전세권 규정들은 1984년 4월의 민법 제303조 개정 등으로 더 많은 해석론적・입법론적인 문제를 내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 논문에서는,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권을 규정하는 민법 제311조에 있어서의 「그 제정 시부터 있던 문제점 및 1984년 4월에 전세권에 담보권능이 추가됨으로써 생긴 문제점」을 검토하고, 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Ⅱ. 민법 제311조와 그 입법례

1. 민법 제311조

제311조 (전세권의 소멸청구) ① 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민법 제311조에 관한 입법례
1) 우리민법 제610조

제610조 (借主의 사용, 수익권) ① 차주는 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여야 한다.

② 차주는 貸主의 승낙이 없으면 제3자에게 차용물을 사용, 수익하게 하지 못한다.

③ 차주가 前2項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 일본민법

2) 일본민법

일본민법 제594조는 우리민법 제610조와 같다. 다만, 우리민법 제610조 제1항에서의 “이를”을 일본민법 제594조 제1항은 “그 物”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민법 제610조 제3항에서의 “해지”를 일본민법 제594조 제3항은 “解除”라고 규정한다.2)

3) 독일민법

제1050조 용익권자는 용익권의 정상적인 행사로 인한 물건의 변경이나 훼손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4) 중화민국(대만) 민법

민법의 입법자와 일부학자는 중화민국(대만)민법 제922조3)를 우리민법 제311조에 관한 입법례로 든다.4) 검토하건대, 중화민국(대만)민법 제922조는 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으로서, 우리민법 제315조 제1항・제2항과 비슷하다.5) 따라서 중화민국(대만)민법 제922조를 우리민법 제311조에 관한 직접적인 입법례라고 할 수 없다.

Ⅲ. 민법 제311조에 대한 검토

1. 민법 제311조의 제목 등에 대한 검토

① 민법 제311조의 제목은 “전세권의 소멸청구”이고,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처럼 전세권의 소멸청구라고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생각건대, 전세권의 소멸은 人의 행위가 아니라, 법률효과로서의 상태(즉, 법률사실로서의 事件)이다. 그런데 청구는 개념적으로는 人의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청구의 개념에 중점을 둔다면,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게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는 없고 「전세권을 소멸케 하는 행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을 소멸케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권자가 소멸케 하는 것으로 된다(즉, 전세권은 전세권자의 행위에 의해 소멸한다). 이것은 민법 제311조의 취지(즉, 전세권설정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을 소멸시킬 수 있도록 한 것)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므로 민법 제311조 본문 등에서 “청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② 민법 제311조 제1항은 “……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이 청구는 의사표시인가?

학설은 이 청구가 물권적 단독행위라고 하거나6) 의사표시라고 함으로써,7) 긍정한다.

생각건대, 여기에서의 청구는 실질적으로는 「전세권을 소멸시킨다.」라는 물권적 의사표시이고, 이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물권적 단독행위에 의해 전세권은 소멸한다.8) 따라서 “청구”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의사표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민법 제311조의 제목과 제1항을 규정할 수 있다. 덧붙이건대, 일반적으로 청구는 타인의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效果意思(즉, 권리의무의 변동을 바라는 의사)의 표시 자체인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청구를 개정하여야 한다.

③ 많은 민법학자들은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권을 형성권이라고 주장한다.9)이 주장에 의하면, 소멸청구만으로써(즉, 청구에 대응하는 피청구자인 전세권자의 행위 없이) 부동산물권변동인 전세권의 소멸이 일어나야 한다.10) 그런데 청구는 개념적으로는 타인의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주장에 의하면,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는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전세권자의 행위 없이 바로 법률효과(즉, 전세권의 소멸)가 생긴다. 위 학자들도 이러한 청구권을 “청구권으로 불리지만 그 성질은 형성권”이라고 한다.11) 즉, 청구권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형성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타인의 행위를 요구하는 청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점에서도 민법 제311조는 개정되어야 한다. 생각건대, 민법 제311조에서의 청구가 의사표시이고 이 청구권은 그 실질이 형성권이므로, 전세권설정자의 의사표시만으로 전세권이 소멸한다고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12)

2. 민법 제311조 제1항에 대한 검토
1) 소멸청구의 이론적 근거와 성질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전세권자가 ……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소멸청구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소멸청구권은 어떤 성질을 가지는가?

이 문제에 관하여, 대부분의 민법학자는 논하지 않는다.

일부학설은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권은 본질적으로는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정해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하지 않는 義務違反行爲를 한 경우에 설정자가 이를 이유로 설정계약을 해지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즉, 이 소멸청구권은 임대차에서의 민법 제629조 제2항에 상응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해지권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형성권이다. …… 이처럼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를 일종의 해지로 볼 때, 해지의 효과에 관하여 물권행위의 有因性을 인정함으로써 이른바 물권적 효과설를 취한다면,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의 경우에도 소멸청구권의 행사에 의하여 전세권설정계약은 장래를 향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고 말소등기 없이도 전세권은 소멸한다.”라고 주장한다.13)

검토하건대, 이 일부학설은 설정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설정계약은 채권계약인 설정행위인가? 아니면, 물권행위인 설정계약인가?14) 이에 관해서 이 일부학설은 명시적으로는 논하지 않는다. 검토하건대, 이 일부학설은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는 일종의 해지라고 하면서, 해지의 효과에 관하여 물권행위의 有因性을 인정한다. 생각건대, 물권행위의 유인성 여부의 문제는 채권행위가 해지 등으로 효력을 잃는 경우에, 이로 인하여 그 채권행위에 기한 물권행위도 효력을 잃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일부학설에서의 해지는 채권행위의 해지이다. 따라서 이 일부학설에 의하면,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의 해지가 인정된다.15) 그리고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는 “전세권을 소멸시킨다.”라는 물권적 의사표시 내지 이 의사표시를 꼭 필요한 요소로 하는 물권적 단독행위이다(따라서 법률행위인 물권행위에 속한다).16) 따라서 이 일부학설에 의하면, 채권계약의 해지는 결국 물권행위에 속한다는 것이 된다.

이처럼 이 일부학설에 의하면,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의 해지가 인정되고, 채권계약의 해지는 결국 물권행위에 속한다. 이것은 타당한가? 이 2문제들을 아래에서 차례로 검토하겠다.

①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

검토하건대, 해지는 계속적 채권관계를 발생시키는 계약인 계속적 계약에서 문제된다. 그런데 전세권설정과정에서의 채권행위(계약)는 계속적 계약이 아니다. 즉, 이 채권행위(계약)는 부동산소유자에게는 물권인 전세권을 설정해 주어야 하는 채무를 1회 발생시키고, 그 상대방에게는 전세금을 지급해야 하는 채무를 1회 발생시킬 뿐이다. 따라서 이 일부학설은 수긍하기 어렵다. 덧붙이건대,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계속하여 용익할 수 있는 것은 전세권설정과정에서의 채권행위(계약)가 계속적 계약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채권행위(계약)을 원인으로 취득한 물권인 전세권의 내용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매계약(채권행위)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인은 그 매수한 소유물을 계속 용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 매매계약이 계속적 계약인 것은 아니다.

② 채권행위의 해지는 물권행위인가?

검토하건대, 채권행위의 해지는 그 채권행위의 효력을 불소급적으로 소멸시킨다. 그런데 채권행위의 효력으로서 채권・채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채권행위가 해지되면, 그 채권행위에서 발생한 채권・채무가 불소급적으로 소멸한다. 그런데 물권행위는 물권을 변동(즉, 발생・변경・소멸)시킨다. 따라서 채권행위의 해지와 물권행위는 다르다. 그러므로 채권행위의 해지는 물권행위라고 할 수 없다.17)

③ 이처럼 위 일부학설은 이론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생각건대,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는 것은 전세물소유권 내용의 완전한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권소멸청구권은 전세물소유자가 그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물권적 청구권인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인가? 사견으로는, 물권적 청구권은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청구는 전세권을 소멸시킨다는 물권적 의사표시를 상대방인 전세권자에게 하는 것일 뿐이다. 즉, 전세권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세권의 소멸청구권은 물권적 청구권인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민법 제311조는 전세권설정자가 전세물소유자라는 데에 기하여, 전세물의 소유권을 보호하려고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한다. 즉, 전세권의 소멸청구권은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한 권리이다. 따라서 物權的 성질을 가진다.18) 따라서 전세권자가 정하여진 용법에 따라 용익하지 않은 후에 전세권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에게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전세권의 소멸청구권은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한 것이므로,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설정자는 전세물소유자를 뜻한다.19)

이러한 전세권소멸청구권은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는 경우에 인정되므로, 전세권의 용익물권성과 관련된 권리이다.20)

2)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음으로써 전세물이 멸실된 경우

전세물의 멸실에는, 전세물의 전부가 멸실된 경우와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가 있다.21)

(1) 전세물의 전부가 멸실된 경우

이 경우에는,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가 전세물 전부의 멸실로 당연히 소멸한다. 따라서 전세물 전부의 멸실로 인한 전세권설정자의 소멸청구(민법 제311조)는 문제되지 않는다(즉, 있을 수 없다).

(2)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 그 멸실부분을 객체로 하는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는 당연히 소멸한다. 이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물의 잔존부분에 대한 전세권의 소멸을 민법 제311조 제1항에 의하여 청구할 수 있는가?22)

(가) 지금까지의 학설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설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세권설정자는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 불가항력에 의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때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311조 제1항 및 제314조 제2항의 반대해석).23)

(나) 위 학설에 대한 검토

위 학설을 검토하건대, 불가항력에 의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 위 학설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논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미흡하다.

(다) 사견

위 학설에서의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설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잔존부분으로써 일부멸실 전의 ‘전세물의 용도’에 따른 용익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뜻한다.24) 그런데 이러한 용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되었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25) 전세권설정자는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전세물의 잔존부분에 대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익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되었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세권설정자는 바로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이러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용익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세권자는 민법 제309조에 의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권자가 이러한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만, 전세권설정자는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전세물의 잔존부분에 대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아주 사소한 일부멸실인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이의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전세권설정자가 이러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상(민법 제2조 제1항) 허용되지 않는다.

3)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를 요건으로 하는가?

전세권소멸청구는 전세권자가 정하여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데 대한 전세권자의 귀책사유(즉, 고의나 과실)를 요건으로 하는가?

이 문제에 관하여, 민법학자들은 직접적으로 논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부학자는 “불가항력에 의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때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311조 제1항 및 제314조 제2항의 반대해석).”라고 한다{Ⅲ 2. 2) (2) (가) 참조}.

사견으로는, 부정한다{Ⅲ 2. 2) (2) (다) 참조}. 특히, 전세권자가 수선의무를 지는 일부멸실26)이 전세권자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한 경우에도, 전세권자는 수선의 책임을 진다.27) 따라서 전세권자가 이러한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므로 인한 전세권의 소멸청구도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를 요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4) 최고 없이 곧 바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

즉,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게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할 것을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하였으나 전세권자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러한 최고 없이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

(1) 학설

다수설은 최고 없이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28)

소수설은 사용대차에서 “使用貸主는 催告를 요하지 않고 곧 계약을 解止할 수 있다. 사용대차가 무상계약인 특성을 반영한 결과이다.”라고 한다.29) 소수설에 의하면, 채권계약인 전세권설정계약은 유상계약이므로, 전세권설정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를 해야 한다고 해석된다.

(2) 사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에 전세권자가 응한 경우에는, 전세권을 존속시키는 것이 당사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최고를 요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전세물의 일부멸실로 인하여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되었으나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세권자에게 수선의무가 있으므로, 전세권설정자가 상당기간을 정하여 수선을 최고하여야 한다. 이러한 최고에도 불구하고 수선하지 않으면,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Ⅲ 2. 2) (2) (다) 참조}.

5) 등기에 대한 검토
(1) 등기를 요건으로 하는가?

전세권설정자의 소멸청구만으로 전세권은 소멸하는가? 아니면, 등기도 해야 하는가? 학설은 갈린다. 즉, 다수설은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수설은 등기를 요한다고 한다고 한다.30) 사견으로는, 소수설이 옳다.31) 판례는 지상권의 소멸청구(민법 제287조)에서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고 한다.32) 그런데 다수설에 의하면, 전세권의 소멸청구 후부터 등기 전까지의 사이에, 소멸청구로 인해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되었음을 모르고 전세권을 양수하거나 담보로 제공받은 제3자가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수설에 의하면, 민법 제109조 제2항이나 제110조 제3항을 유추적용하거나33)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와 같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34)

(2) 어떤 등기를 하는가?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한 등기는 어떤 등기인가? 즉, 말소등기인가? 아니면, 변경등기인가?35)

다수설은 이 경우의 등기는 말소등기라고 한다.36) 그러나 소수설은 등기라고만 한다.37) 등기실무에서는 말소등기를 한다.38)

검토하건대, 등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설은 어떤 종류의 등기인지를 밝히지 않으므로, 정확하지 않다.

사견으로는, 전세권설정자의 소멸청구에 따른 전세권의 소멸(민법 제311조 제1항)은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의 소멸이 아니라, 전세권의 용익권능만의 소멸이다{아래의 6)에서의 사견 참조}. 따라서 전세권 전부의 소멸이 아니라, 전세권 일부의 소멸이다. 그러므로 이를 나타내는 등기는 변경등기이다.39) 다만, 그 후에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전세권의 담보권능이 소멸한 때(담보권능의 소멸에서의 부종성으로 인한 소멸에 해당함)에는, 이를 나타내는 등기는 訂正的 등기로서 말소등기이다.40)

(3) 등기청구권은 物權的인가?

①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한 후 전세권이 이전된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누구를 상대로 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생각건대, 포괄승계가 있는 경우에는, 현재의 전세권자에게 등기청구를 할 수 있다. 전세권이 특정승계된 경우(예컨대, 전세권의 양도)에도, 현재의 전세권자에게 등기청구를 할 수 있는가? 사견으로는,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한 등기청구권은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구체적으로는,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므로, 물권적이다(즉, 절대성을 가진다).41) 따라서 전세권이 특정승계된 경우에는, 현재의 전세권자에게 변경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6) 소멸청구의 법률효과에 대한 검토

소멸청구로 인해 무엇이 소멸하는가? 즉, 민법 제311조 제1항에 의한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 소멸청구로 인해 소멸하는 것은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인가? 아니면, 용익권능만인가?

다수설은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이 소멸한다.”라고만 주장하거나 소멸청구를 전세권의 소멸사유의 하나로 파악한다.42) 즉,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가 소멸하는지? 아니면, 용익권능이나 담보권능만이 소멸하는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설의 주장을 文理解釋한다면,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의 소멸로 해석될 수 있다.

소수설은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만이 소멸하므로, 담보권능은 존속한다.”라고 한다.43) 그런데 소수설은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하면 점유권능도 소멸하는가의 여부에 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그리고 2014년의 법무부 민법개정시안 제311조도 현행민법 제311조의 제목에서의 “전세권”을 “전세물의 사용・수익권”으로 개정했고, 현행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을 “전세물을 사용・수익할 권리”로 개정했다.44)

검토하건대, 1984년 4월의 민법개정으로 전세권에 담보권능이 추가되기 전에는, 다수설과 판례는 전세권을 용익권능을 내용으로 하는 용익물권으로만 파악하였다.45) 이처럼 전세권을 용익물권으로만 파악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로 인해 전세권 자체(용익권능)가 소멸한다. 그러나 전세권이 담보권능도 가지는 현행민법에서는,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한다고 하여 이로 인하여 바로 전세권 자체가 소멸한다고는 할 수 없다. 즉, 전세권의 소멸청구가 있더라도, 전세권의 담보권능은 계속 존속하는가의 여부 및 담보권능이 존속한다면 점유권능도 있는지의 여부를 논해야 한다. 따라서 다수설은 수긍하기 어렵다.46)

사견으로는,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로 전세권의 담보권능도 소멸한다고 하면, 전세권자의 전세금반환채권은 담보 없는 채권으로 된다. 이는 전세권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 또한 민법은 전세권의 소멸청구가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는 경우에 인정된다고 明定하므로(제311조 제1항),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만이 소멸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자의 담보권능은 소멸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세권자의 점유권능도 계속 존속한다.47) 그러므로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만이 소멸한다.

7) 그 밖의 검토

①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용법”이라고 규정한다.

사견으로는, 용법은 전세권설정계약에 의해서도 정해질 수 있지만, 전세권설정 후의 계약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48) 그리고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그 목적물”은 전세물을 뜻한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설정계약”을 「계약」이라고 개정하고 “그 목적물”을 「전세물」이라고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용법”이라고 표현하지만, 민법 제303조 제1항 앞부분은 “용도”라고 표현한다. 검토하건대,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설정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따라 정하여진 용법”은 민법 제303조 제1항 앞부분에서의 “용도”를 뜻한다. 그런데 법전에서, 같은 뜻을 다른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앞 조항인 제303조 제1항에 따라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

③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사용, 수익”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민법 제303조 제1항은 그 제정 당시에는 “사용, 수익”이라고 표현했으나, 1984년에 개정되면서 “사용・수익”이라고 표현한다.

검토하건대, 입법에서는 표현의 통일도 중요한데, 1984년에 민법 제303조 제1항의 용어를 개정하면서 민법 제311조 제1항의 표현도 통일성 있게 개정했어야 했다. 생각건대, “사용・수익”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더라도 무방하다. 2015년의 정부 민법개정안(의안번호 17126) 과 2018년의 법무부 민법개정안에서의 제311조 제1항도 “사용・수익”이라고 표현한다.

3. 민법 제311조 제2항에 대한 검토

민법 제311조 제1항은 “……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제2항은 “前項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전세권자의 원상회복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선택채권임을 나타낸다.

1) “전항의 경우”의 뜻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의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1) 학설

제1설은 “민법 제311조 제1항에 의한 소멸청구를 한 경우에, 전세권자의 용법에 좇지 않은 용익으로 전세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때에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49)

제2설은 민법 제311조 제2항을 그대로 인용함에 그침으로써, 불분명하다.50)

제3설은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함으로 인하여 전세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한다.51)

제4설은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은 경우라고 한다.52)

제5설은 설정행위에 의한 금지에 위반하거나 현상유지・수선의 의무에 위반하여 전세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하다.53)

제3설・제4설・제5설을 文理解釋하면,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하지는 않고,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게 된다.

(2) 사견

전세권자가 용익할 수 있는 동안(위의 ② 참조)에는, 전세권자는 현상유지의무를 지므로(민법 제309조), 원상회복의무를 지지 않는다.

전세권자는 용익권능이 소멸하여 담보권능만 있는 경우에도, 점유할 수 있다(즉, 점유권능이 있다. 註 46 참조). 따라서 전세권자는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가 소멸할 때까지 점유할 수 있다. 즉,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가 소멸한 에, 반환한다. 그리고 이때에 원상으로 회복하여 반환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 원상회복의무를 진다.54) 그런데 일반적으로 전세권의 담보권능은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반환받은 때에 소멸한다. 따라서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반환받은 때에, 원상회복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민법은 전세물의 인도와 전세금지급이 동시이행의 관계라고 규정하므로(제317조),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에 원상회복된 전세물을 인도해야 한다. 따라서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에 원상회복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원상회복의무는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정하여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은 때”나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한 때”에 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의 경우”는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삭제하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위의 학설들은 옳지 않다.

손해배상은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소멸청구와는 무관하게 인정된다. 즉, 설정행위에서 정한 금지에 위반하거나 현상유지・수선의 의무에 위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손해배상은 손해의 발생 시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55)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의 경우”는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삭제하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위의 학설들은 옳지 않다.

요컨대,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의 경우”는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삭제하는 것이 옳다.

2) 원상회복에 관한 검토
(1) 원상회복의 뜻

대부분의 민법학자는 원상회복의 뜻을 논하지 않으나, 일부학자는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은 경우에, 용법위반이 없었더라면 있었을 상태의 복구”라고 주장한다.56)

검토하건대, 이 일부학자의 주장은 원상복구를 현상의 유지(민법 제309조 참조)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원상과 현상은 다르다.57) 생각건대,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이러한 용익권능이 소멸한 때에는 민법 제316조 제1항에 의한 “원상회복과 수거”의 문제가 생긴다.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도 이러한 민법 제316조 제1항에 의한 “원상회복과 수거”와 관계된다. 따라서 민법 제316조 제1항과 관련하여, 원상회복을 논해야 한다.

사견으로는,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은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인도받을 당시 또는 전세권설정행위(물권행위) 당시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58) 즉, 전세물이 전세권설정행위 후에 인도되는 경우에는 인도 時이고, 전세권설정행위(물권행위) 전에 이미 인도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행위 時이다.59)

(2) 원상회복이 인정되는 경우
(가) 학설

제1설은 정하여진 용법에 위반함으로써 전세물에 변경이 생긴 때에는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60)

제2설은 “민법 제311조에서의 ‘원상회복’은 전세권자가 용법에 위반하여 사용・수익함으로써 전세물에 변경이 있는 경우에 그것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변경은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의 멸실에까지 이르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세물의 멸실에 관해서는 민법 제314조와 제315조가 규정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61) 그런데 민법 제314조와 제315조는 원상회복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2설에 의하면, 전세권자가 전세물의 일부를 멸실(즉, 훼손)한 경우에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다.

제3설은 “원상회복은 단지 추상적인 의무위반만으로는 주장할 수 없으며, 전세물의 파손 또는 멸실 등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라고 한다.62)

(나) 학설에 대한 검토

제1설은 전세물 변경의 의미(특히, 전세물의 변경과 멸실과의 관계)가 제시될 때에 그 내용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제1설은 이 의미를 제시하지 않으므로, 미흡하다.

제2설은 전세물의 변경은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의 멸실을 제외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2설은 전세물의 변경과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의 멸실」의 구별기준을 제시하면서, 전세물의 변경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例들을 제시해야만, 완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제2설은 이러한 예들을 제시하지 않으므로, 역시 미흡하다.

제3설에 의하면, 원상회복을 청구하려면 전세물의 파손이나 멸실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법 제314조와 제315조는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의 멸실에 관해서 규정한다. 따라서 전세물의 파손과 민법 제314조와 제315조에서의 “전세물의 일부멸실”과의 관계 내지 차이를 논해야 한다. 그러나 제3설은 이러한 관계를 논하지 않으므로, 미흡하다. 그뿐만 아니라, 제3설은 “원상회복은 단지 추상적인 의무위반만으로는 주장할 수 없으며, 전세물의 파손 또는 멸실 등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검토하건대, 전세물의 훼손 또는 멸실이 없더라도,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전세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한 계약(민법 제306조 단서)을 위반했으나 아직 전세물의 훼손은 없는 경우에도,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소멸과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게 원상회복(전세권양도의 해소)을 청구할 수 있다.63) 따라서 제3설은 이점에서도 부당하다.

(다) 사견

① 계약에서 금지한 것을 전세권자가 실현한 경우64) 및 전세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65)에는, 원상회복이 인정된다.

② 민법 제311조 제1항에 의한 전세권의 소멸청구는 전세물이 전부멸실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Ⅲ 2. 2) (1) 참조}. 그런데 민법 제311조 제2항은 “전항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은 전세물이 전부멸실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즉,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그리고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도,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때에는 전세권자에게 수선의무가 없다(이때에는, 민법 제309조가 아니라 민법 제314조나 제315조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때에는, 원상회복의무도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도, 전세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때에만, 원상회복의무가 있다.

(3) 민법 제316조 제1항에서의 “원상회복”과의 관계

민법 제316조 제1항은 “전세권이 그 존속기간의 만료로 소멸한 때에는 전세권자는 그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하여, 전세권자의 원상회복의무를 인정한다(즉, 전세권설정자의 원상회복청구권을 인정한다).

다수설은 전세권이 그 존속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 때뿐만 아니라 그 밖의 어떠한 사유에 의하여 소멸한 때에도 전세권자는 원상회복의무를 지고 수거권을 가진다고 하면서, 여기서의 전세권이 용익권능만이라고는 명시하지 않는다.66)

소수설은 “전세권이 그 존속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 때뿐만 아니라 그 밖의 어떠한 사유에 의하여 소멸한 때에도 전세권자는 원상회복의무를 지고 수거권을 가진다. 그런데 민법 제316조 제1항 본문에서의 ‘전세권의 소멸’은 전세권 자체의 소멸이 아니라, 용익물권으로서의 전세권의 소멸로 해석된다.”라고 한다.67)

2014년의 법무부 민법개정시안 민법 제316조 제1항 본문은 “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자에게 전세물을 인도할 때에는 전세권자는 전세물을 원상에 회복하여야 하며 전세물에 부속시킨 물건을 수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68)

사견으로는 민법 제316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의 소멸도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에 일어난다고 해석된다{Ⅲ 3. 1) (2) 참조}. 따라서 전세권자는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에 원상회복의무를 진다. 그리고 민법 제316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의 소멸(즉,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는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한 전세권의 소멸(즉,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전세금을 반환받는 때)을 포함한다.69) 따라서 원상회복의무는 민법 제316조 제1항에 의하여 모두 해결될 수 있다.70) 그러므로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 별도로 원상회복을 규정할 필요가 없다.71)

(4) 민법 제309조에서의 “수선”과의 관계

민법 제309조에서의 “수선”은 민법 제309조에서의 “전세물의 현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은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인도받을 당시 또는 전세권설정행위(물권행위) 당시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Ⅲ 3. 2) (1) 참조}. 또한 수선이 필요한 일부멸실이 전세권자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한 경우에도, 전세권자는 수선의 책임을 진다{{Ⅲ 2. 2) (2) (다) 및 Ⅲ 2. 3) 참조}. 즉, 수선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그러나 전세권자에게 귀책사유(즉, 고의나 과실)가 없으면, 원상회복의무가 없다(과실책임주의).72)

3) 손해배상에 대한 검토

① 전세권자는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음으로써 전세권설정자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따라서 전세권자는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음으로써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그 멸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이 그 전세기간의 만료 전에 소멸함으로써 전세권설정자가 받은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앞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민법 제315조 제1항이나 제750조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고, 뒤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 별도로 손해배상을 규정할 필요가 없다.73)

② 민법 제311조 제2항에 의한 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인가?

이 문제에 관해서, 대부분의 민법학자들은 직접적으로 논하지 않는다.

사견으로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전세권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명문규정도 없이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과실책임이다.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의 멸실로 인한 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민법 제315조도 전세권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즉, 고의나 과실)가 있는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 그런데 민법 제306조는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전전세나 임대한 경우에는 책임을 가중한다. 따라서 전세물을 전전세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권자가 이 약정에 위반하여 전전세나 임대함으로 인하여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는, 전세권자는 전전세나 임대하지 않았으면 면할 수 있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된다.74)

4) 원상회복청구과 손해배상청구의 이론적 근거

민법 제311조 제2항은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兩 청구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① 이 문제에 관하여, 민법학자들은 논하지 않는다.

② 私見으로는, 이러한 원상회복청구는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세물의 소유자가 원상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세권설정자가 전세물의 소유권을 양도한 경우에는, 현재의 전세물소유자인 양수인이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75) 그리고 이처럼 원상회복청구권은 전세물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이므로,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물권적인 성질이 있다(즉, 절대성이 있다). 따라서 전세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전세물소유자는 양수인(즉, 현재의 전세권자)에게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는 채권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현재 전세물소유자인가의 여부는 묻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가 발생한 후에 전세물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 손해발생 당시의 전세물소유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계속 가진다. 따라서 현재의 전세물소유자인 양수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76) 그리고 손해가 발생한 후에 전세권이 양도된 경우에도, 피해자는 손해를 발생시킨 양도인(즉, 과거의 전세권자)에게 계속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민법 제307조가 “전세권양수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전세권양도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라고 明定함으로써, 생긴다. 학설은 나뉘고 있으나, 다수설은 부정한다.77)

요컨대, 원상회복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그 이론적 근거가 서로 다르므로,78) 그 청구권자도 서로 다르다. 즉, 원상회복청구권자는 현재의 전세물소유자이고, 손해배상청구권자는 피해자이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2항이 일률적으로 전세권설정자가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5)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의 관계에 대한 검토

민법 제311조 제2항은 “전세권설정자는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전세권설정자는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타당한가?

긍정설은 민법 제311조 제2항에 따라, “전세권설정자는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79) 특히, 긍정설의 일부주장자는 “전세권의 경우에는, 금전으로 하는 손해배상보다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편이 유리할 경우를 생각하여, 그리고 전세권자의 현상유지의무에 대응하여, 손해배상 대신에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80)

부정설 중에서, 제1견해는 “원상회복을 택한 경우에도, 별도의 손해가 있으면 동시에 손해배상도 아울러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51조의 유추적용).”라고만 한다.81) 제2견해는 “민법 제311조에 의한 소멸청구는 본질적으로는 민법 제543조 이하의 解止와 같으므로 민법 제551조가 정한 것처럼 원상회복과 함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82) 제3견해는 “민법 제311조의 취지에 의해서, 전세권설정자가 원상회복을 청구했더라도 별도의 손해가 있으면 동시에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83)

사견으로는, 전세물의 원상이 변경되었으나 원상회복을 청구하여 원상회복된 경우에는, 원상의 변경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즉,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이 전세기간 전에 소멸한 경우에, 이로 인한(즉, 전세권의 조기 소멸로 인한) 손해가 전세권설정자에게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는 전세물의 원상회복으로는 전보(塡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손해의 배상청구는 전세물이 원상회복되는 경우에도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은 경합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민법 제311조 제2항은 수긍하기 어렵다.

6) 그 밖

민법 제311조 제2항을 존치하는 경우에도, 이 조항에서의 “전세권자에 대하여 …… 청구할 수 있다.”를 「전세권자에게 …… 청구할 수 있다.」라고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민법 제311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

민법 제311조 제1항은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하고, 그 제2항은 「원상회복・손해배상」을 규정한다. 이 제1항과 제2항은 어떤 관계인가? 즉, 소멸청구와 「원상회복・손해배상」 간의 관계가 문제된다.

1) 학설

다수설은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제311조 제1항)의 경우”를 통하여, 민법 제311조 제1항과 제2항을 관련시킨다{Ⅲ 3. 1) 참조}.

소수설은 “이 제1항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하지 않을 때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2항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때에 전세권자는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兩者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 제1항은 전세권의 소멸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이 제2항은 발생한 결과인 변경이나 손해에 대한 구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兩者는 서로 경합한다. 그러므로 전세권설정자는 소멸청구를 하면서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84)

2) 학설에 대한 검토 및 사견

다수설을 검토하건대,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전항(제311조 제1항)의 경우”는 그 제2항에서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Ⅲ 3. 1) (2) 참조}.

소수설에 의하면, 이 제1항과 제2항은 그 적용범위가 相反하므로(즉, 어느 한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다른 조항은 적용될 수 없다), 이 兩條項은 서로 경합할 수 없다. 특히, 위 일부학자는 “이 제2항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때에 전세권자는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다.”라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에는, 원상회복의무도 없고 손해배상의무도 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임대차에서, 학설과 하급심 판례도 이때에는 원상회복의무가 없다고 한다(註 58 참조).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2항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좇아 사용・수익함으로 인하여 목적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때」에 관한 조항이 아니다.85)

사견으로는, 민법 제311조 제2항은 그 제1항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전세권자가 전세물을 정하여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은 경우」나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 바로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Ⅲ 3. 1) (2) 참조}.

5. 민법 제311조 제2항・제315조・제750조 간의 상호 관계

전세권자가 전세물의 일부를 멸실(즉, 훼손)한 경우에도, 전세권설정자는 전세물의 잔존부분에 대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제311조 제1항). 또한 전세권설정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311조 제2항). 이때의 손해배상의 청구는 전세권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즉, 고의나 과실)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과실책임의 원칙. Ⅲ 3. 3) ② 참조}. 그런데 민법 제315조는 “전세물의 일부가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멸실된 때에는 전세권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1항). 전항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이 소멸된 후 전세금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하고 잉여가 있으면 반환해야 하며 부족분이 있으면 다시 청구할 수 있다(제2항).”라고 규정한다. 또한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전세권자가 전세물의 일부를 멸실(즉, 훼손)함으로 인하여 전세권설정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이러한 조항들 간의 관계가 문제된다.

1) 학설

兩者擇一說은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때에 잔존부분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일부멸실을 이유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11조). 따라서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전세권이 소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부멸실로 인한 손해금을 전세금에서 공제하거나, 일부멸실 이후 곧바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하고 전세금에서 손해액을 배상받는 방법 중의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잔존목적물에 전세권의 존속을 인정하면서 전세권소멸 전에 일부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먼저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민법 제315조 제2항의 반대해석). ……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잔존부분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11조). 이러한 청구로 인해 전세권이 소멸하면, 전세권자는 목적물 그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 및 전세권이 전세기간 전에 소멸함에 따라 전세권설정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해야 한다.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전세금에 의해 담보된다(민법 제315조 제2항).”라고 한다.86)

3者擇一說은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목적부동산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 전세권의 목적달성이 가능한가의 여부에 관계 없이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하고(민법 제311조)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민법 제315조 제1항), 전세권을 존속시키면서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민법 제750조) 전세권소멸 후에 전세금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시키는 방법(민법 제315조 제2항)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한다.87)

2) 학설에 대한 검토 및 사견

양자택일설은 전세권의 목적달성이 가능한 경우에도 전세권을 존속시키면서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3자택일설은 전세권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전세권설정자가 전세물의 잔존부분에 전세권을 존속시키면서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고 주장한다.

사견으로는,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손해배상청구는 손해가 발생하면 즉시 할 수 있으므로, 그 제1항에서의 전세권소멸청구와는 관계가 없다{Ⅲ 4. 2) 참조}. 또한 전세권설정자는 손해가 발생하면 즉시, 민법 제315조 제1항에 의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750조에 의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손해배상청구에 대응하는 전세권자의 손배배상책임은 모두 과실책임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 민법 제311조 제2항에서의 손해배상책임과 제315조 제1항에서의 손해배상책임은 본질적으로 같고, 이 兩 손해배상책임은 민법 제750조에서의 손해배상책임과 본질적으로 같다. 요컨대, 이러한 3손해배상책임은 본질적으로 같다. 따라서 민법 제311조 제2항과 제315조 제1항 및 제750조는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전세권설정자는 손해가 발생 하면 즉시, 어느 조항에 의해서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민법 제315조 제2항은 전세금으로써 손해배상에 충당하는 것을 전세권의 소멸 후에 하도록 한 규정일 뿐이다.88) 따라서 전세금으로써 손해배상에 충당하는 것이 아닌 손해배상의 청구는 손해가 발생하면 즉시 할 수 있다.

Ⅳ. 민법 제311조의 개정안

1. 민법 제311조 제1항의 개정안

민법 제311조 제1항에 대한 검토에서의 사견에 의하면, 전세물소유자가 전세권 용익권능을 소멸시킨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전세권 용익권능의 소멸에 관한 변경등기를 한 때에,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한다. 또한 이처럼 용익권능이 소멸한 후에도, 전세권자는 여전히 담보권능과 점유권능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담보권능과 점유권능은 전세금이 지급됨으로써, 소멸한다. 이처럼 담보권능과 점유권능이 소멸한 경우에는, 전세물소유자는 잔존등기 全部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즉, 정정적 등기로서의 말소등기청구권을 가진다).

요컨대, 위의 사견에 의하면, 변경등기와 말소등기라는 2번의 등기를 해야 한다. 이것은 시간과 비용을 요하므로, 전세물소유자에게 불리하다. 특히, 민법 제311조 제1항이 전세물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는 점과 잘 합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1번의 등기만으로써 전세물소유자를 보호하는 개정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전세물소유자의 소멸청구로 인한 용익권능의 소멸은 그 (변경)등기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아래와 같이 개정해야 한다.89)

민법 제311조의 개정안 (전세물소유자에 의한 용익권능의 소멸) ① 전세권자가 계약이나 전세물의 성질에 의해 정해진 용도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세물소유자는 전세권의 용익권능을 소멸시킨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그 용익권능을 소멸시킬 수 있다.

2. 민법 제311조 제2항의 개정안

이 제2항을 삭제한다.

Ⅴ. 맺음말

민법 제311조의 제목과 제1항 및 제2항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는, 민법 제311조의 제정 당시부터 존재하던 것도 있지만(예컨대, 제2항의 존폐 문제 등), 1984년에 전세권에 담보권능을 추가함으로써 생긴 것도 있다(예컨대,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뿐만 아니라 담보권능도 소멸하는가의 여부문제, 소멸청구에 따라 하는 등기는 말소등기인가 아니면 변경등기인가의 문제 등).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자세하게 논한 후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민법 제311조의 개정안 (전세물소유자에 의한 용익권능의 소멸) 전세권자가 계약이나 전세물의 성질에 의해 정해진 용도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세물소유자는 전세권의 용익권능을 소멸시킨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그 용익권능을 소멸시킬 수 있다.

각주(Footnotes)

2. 이때의 解除는 일본민법 제620조가 유추적용되므로, 소급효가 없다(我妻 榮 外3人, 我妻・有泉コンメンタ-ル民法ー總則・物權・債權—, 平文堂, 2009, 1100頁; 山本敬三, 民法講義 Ⅳ₋₁ 契約, 有斐閣, 2007, 548頁). 따라서 실질적으로 우리민법 제610조 재3항에서의 “해지”와 같다.

3. 이 제922조는 “典權의 존속 중에 典權者의 過失로 인하여 典物의 전부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전권자는 典金의 범위에서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하여 멸실된 때에는, 典金으로써 충당하고도 남는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5. 그런데 우리민법의 입법자와 일부학자는 우리민법 제315조에 관한 입법례로서 중화민국(대만)민법 제922조를 든다(민의원, 앞의 민법안심의록 상권, pp.189∼190; 명순구, 앞의 실록 대한민국 민법 2, p.352). 이것은 우리민법 제311조의 초안은 현행의 우리민법 제311조와는 달리 “…… 그 목적물의 현상에 현저한 훼손을 가한 때에는 ……”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6. 김증한・김학동, 물권법, 박영사, 1998, p.74; 김용한, 물권법론, 박영사, 1993, p.450; 윤철홍, 물권법, 박영사, 2013, p.120; 강태성, 앞의 물권법, p.189. 덧붙이건대, 물권적 단독행위는 물권적 의사표시(즉, 물권변동을 바라는 효과의사의 표시)를 꼭 필요한 요소로 한다.

김증한・김학동 교수는 지상권의 소멸청구에 관하여, “소멸청구권은 형성권이다. …… 소멸청구는 지상권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단독적 물권행위이다. …… 소멸청구권이 형성권이라는 뜻은 소멸청구의 의사표시는 지상권을 소멸시키는 물권적 의사표시이고, 따라서 그 의사표시가 있으면 곧 지상권소멸에 관한 물권적 합의가 있는 때와 마찬가지의 법률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김증한・김학동, 앞의 물권법, p.378). 검토하건대, 소멸청구가 물권적 단독행위라면, 그 자체로서 물권이 변동된다. 따라서 지상권소멸에 관한 물권적 합의가 있는 때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7. 이태재, 물권법, 진명문화사, 1985, pp.88∼89; 이영준, 물권법, 박영사, 2009, p.100; 오시영, 물권법, 학현사, 2009, p.543; 명순구・이홍민, 전세제도에 관한 새로운 시각,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p.125.

곽윤직 교수는 “소멸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는 채권적 의사표시이다.”라고 한다{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83}. 검토하건대, 채권적 의사표시는 물권적 의사표시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채권・채무의 발생 등을 의욕하는 의사표시이며 채권행위의 요소가 된다. 또한 소멸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는 전세권소멸청구이다. 그렇다면, 전세권소멸청구에 의하여 전세권설정자는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즉, 전세권설정자는 소멸청구권을 행사한 결과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윤직 교수는 소멸청구권 자체가 채권적 청구권이라고 한다{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83}. 그러므로 곽윤직 교수의 주장은 정치(精緻)하지 못한다.

8. 이처럼 민법 제311조는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하고, 민법 제313조와 제314조 제2항은 전세권의 소멸통고를 규정한다. 사견으로는, 이러한 소멸청구와 소멸통고는 전세권을 소멸시킨다는 물권적 의사표시라는 점에서 같다. 또한 이 3조항에서의 “전세권”들은 전세권 자체(즉, 용익권능과 담보권능)가 아니라 전세권의 용익권능을 뜻한다는 점에서도 같으며, 소멸청구와 소멸통고는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같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세권의 소멸통고와 전세권의 소멸청구를 「전세권의 용익권능을 소멸시킨다는 의사표시」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왜냐하면, 형성권은 일방적으로 법률관계를 변동시키는 권리이기 때문이다(同旨, 김증한・김학동, 민법총칙, 박영사, 2013, p.63; 김증한, 법률학사전, 법문사, 1984, p.1099). 그런데 김증한・김학동 교수는 전세권의 소멸청구가 단독적 물권행위라는 것을 근거로 등기를 해야 전세권이 소멸한다고 하면서도, 소멸청구에 대하여 전세권자가 승낙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전세권의 소멸청구권은 형성권이라고 주장한다{김증한・김학동, 앞의 물권법, p.418}. 검토하건대, 등기를 해야 소멸한다고 하면 그 등기는 공동으로 신청해야 하므로(부동산등기법 제23조), 결국 전세권자의 협조 없이는 법률관계의 변동(즉, 물권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형성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위 주장은 모순이라 할 것이다.

12. 오시영 교수는 “전세권소멸청구권의 본질은 계약해지권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법조문이 소멸청구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법적 성질에 관해서 채권적 청구권이라는 견해와 형성권이라는 견해의 대립을 유발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 용어를 소멸통고권이라고 命名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상대방의 승낙이나 동의 같은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위반에 따른 전세권의 법정소멸요건 충족에 따른 효과로서 소멸사실을 통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즉, 소멸청구권의 본질은 전세권해지권이므로, 소멸청구권의 통지는 그러한 해지사실의 통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소멸청구권보다는 소멸통고권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적확한 표현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소멸청구권의 통지는 해지사실의 통고라고도 주장한다(오시영, 전세권과 지상권의 소멸청구권 및 소멸통고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고찰, 법학논총 제36권 제1호,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 3, p.541).

검토하건대, 오시영 교수가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오시영 교수는 소멸청구를 소멸통고라고 명명하자고 하면서 이 소멸통고를 소멸사실의 통고라고도 하고 해지사실의 통고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통고를 文理解釋하면, 전세권이 소멸한 사실을 통고, 해지한 사실을 통고가 된다. 즉, 관념통지 내지 사실통지가 된다. 그런데도 오시영 교수는 소멸청구는 의사표시라고 하는바(오시영, 앞의 「전세권과 지상권의 소멸청구권 및 소멸통고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고찰」, p.527・p.528), 의사표시는 관념통지 내지 사실통지와는 다르다(오시영, 민법총칙, 학현사, 2008, p.352・p.354; 강태성, 민법총칙, 대명출판사, 2018, pp.448∼449). 또한 해지는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므로 전세권해지권도 생소한 용어이고, 소멸청구권의 통지가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오시영 교수는 “전세권소멸청구권의 본질은 계약위반에 대한 제재목적으로 더 이상 계속적 법률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권리소멸을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것인 뿐”이라고 주장한다.(오시영, 앞의 「전세권과 지상권의 소멸청구권 및 소멸통고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고찰」, p.527). 검토하건대, 더 이상 계속적 법률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의사표시이고, 권리소멸은 사건이므로 이를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것은 관념통지 내지 사실통지이다. 따라서 모순된 주장이다.

13. 곽윤직, 민법주해[Ⅵ]ー물권(3), 박영사, 2011, pp.222∼223(박병대 판사 집필).

김용한 교수와 정권섭 교수는 “소멸청구의 성질은 형성권이고, 일종의 해지이다. …… 소멸청구는 물권적 단독행위로서 등기를 해야 물권변동(즉, 전세권소멸)이 된다.”라고 주장한다(김용한, 물권법론, p.450; 황적인 외2인, 주석민법Ⅱ 물권법, 법원사, 1993, p.541). 검토하건대, 이 주장은 소멸청구가 해지라고만 할 뿐, 채권행위의 전세권설정계약의 해지인지 아니면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의 해지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미흡하다. 그리고 이 주장에 의하면, 해지는 결국 물권행위에 해당한다. 생각건대, 채권행위의 해지는 물권행위가 아니다{Ⅲ 2. 1) ② 참조}. 물권행위의 해지는 물권행위인가? 검토하건대, 해지는 일정기간 계속적으로 급부해야 하는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행위(계속적 계약)에서 인정되는데, 물권행위는 이러한 법률행위가 아니다. 왜냐하면, 물권행위는 물권을 변동시키는 데 그치며, 물권행위는 履行의 문제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은 전세권을 발생시킬 뿐이며, 전세권이 설정된 후에 이 설정계약의 이행 문제는 남지 않는다. 따라서 물권행위의 해지도 인정될 수 없다. 그러므로 물권행위의 해지는 물권행위라는 것도 인정될 수 없다.

양창수・김형석 교수는 “전세권의 소멸이 계속적 법률관계의 종료에 해당하므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해지권에 관한 일반법리에 준한다.”라고 주장한다(양창수・김형석, 앞의 민법 Ⅲー권리의 보전과 담보, p.665). 검토하건대, 위에서 논한 것처럼 전세권의 소멸청구는 계속적 계약의 해지와는 다르다. 그리고 전세권의 소멸이 계속적 법률관계(즉, 권리・의무관계)의 종료에 해당한다면, 모든 물권(예컨대, 소유권・질권 등)의 소멸이 계속적 법률관계의 종료에 해당하게 된다. 이는 타당한가? 의문이 든다.

오시영 교수도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소멸청구권은 임차인의 임대차계약해지권(민법 제625조)과 마찬가지의 효력, 즉 본질적으로 계속적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정변경(예컨대, 용법 외의 용익)과 같은 계속적 계약내용을 위반한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계속적 권리관계를 장래에 향해 소멸시키는 효력이 있다. …… 형성적 효력이 있다.”라고 주장한다(오시영, 앞의 「전세권과 지상권의 소멸청구권 및 소멸통고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고찰」, pp.521∼522). 검토하건대, 전세권설정자에 대응하는 자는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이나 使用貸主이다. 따라서 설사 해지권을 인용하더라도, 민법 제610조 제3항과 제629조 제2항에 각각 규정되어 있는 사용대주의 해지권과 임대인의 해지권을 인용하는 것이 的確하다.

14. 물권인 전세권의 설정과정에는,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과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이 있다. 즉, 먼저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즉, 부동산소유자는 물권인 전세권을 설정해 주겠다고 하고 그 상대방은 전세금을 지급하겠다고 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을 한다. 이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으로부터 「물권인 전세권을 설정해 주어야 하는 채무」와 「전세금을 지급해야 하는 채무」가 발생한다(즉, 이 채권행위는 有償行爲이다). 앞 채무의 이행으로서 이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과는 다른 시기에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즉, 물권인 전세권을 설정한다는 물권적 합의와 전세권설정등기(부동산등기법 제72조)로 구성되는 물권행위}을 하고, 뒷 채무의 이행으로서 전세금을 지급한다. 이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에서 물권인 전세권이 생긴다(강태성, 앞의 물권법, p.836).

15. 남효순 교수도 “전세권의 설정의무를 정하는 전세권설정채권계약도 무명의 계속적 채권계약이므로, 해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윤진수 외9인, 물권법, 피데스, 2009, p.285).

17. 남효순 교수도 “민법 제311조 제1항의 소멸청구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지와 유사하지만, 해지와 소멸청구는 법적 매카니즘이 다르다.”라고 하면서, “전세권은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의 이행으로서 물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에 의하여 설정되었고, 전세권이 소멸되는 것은 채권행위인 전세권설정계약의 해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세권의 소멸청구라는 물권적 단독행위에 의한 것이다.”라고 한다(윤진수 외9인, 앞의 물권법, pp.284∼285).

18. 일부학자는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권은 보통의 채권적 청구권이다.”라고 주장한다{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83; 송덕수, 앞의 물권법, pp.134∼135}.

검토하건대, 채권적 청구권은 채권의 요소를 이루는 청구권으로서, 의무자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同旨, 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29; 송덕수, 앞의 물권법, p.32}. 즉, 相對權이다. 따라서 전세권자가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음으로써 전세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후에 전세권을 양도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양수인에게는 전세권소멸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 생각건대, 이것은 전세권설정자를 보호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311조의 취지에 反한다.

19. 同旨,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 다 6072 판결. 전세물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와 전세물소유자가 다르다.

20. 그렇다면, 지상권도 용익물권이므로 지상권자가 토지를 정해진 용법으로 용익하지 않는 경우에 지상물소유자에게 물권적 효력이 있는 지상권소멸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은 지상권설정자에게 이러한 소멸청구권을 明定하지 않는다. 이는 입법의 不備라 할 것이다. 해석론으로는, 지상물소유권에 기하여 지상물소유자의 지상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

21. 민법 제314조와 제315조는 전세물의 멸실을 위처럼 전부의 멸실과 일부의 멸실로 나눈다. 그러나 많은 민법조항들은 전부의 멸실만을 멸실이라고 규정하고, 일부의 멸실을 훼손이라고 규정한다(제202조・제342조・제490조・제671조 제2항・제1083조). 그리고 민법 제201조 제2항에서의 “훼손”은 훼손과 멸실 모두를 포함한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민법은 일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입법론으로는, “전부의 멸실”을 「멸실」로 개정하고, “일부의 멸실”은 「훼손」이라고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강태성, 민법 제314조와 제316조 대한 검토 및 개정안, 법과 정책연구 제8집 제2호, 한국법정책학회, 2018. 6, p.485).

22. 이 경우에, 그 일부의 멸실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때에는 전세권설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전세권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다(민법 제314조 제2항). 이러한 소멸통고는 민법 제313조에서의 소멸통고와는 달리 6개월의 경과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 일부의 멸실이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때에는, 전세권의 설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더라도, 전세권자는 전세권의 소멸통고를 수 없다는 것이 다수설이다(강태성. 앞의 물권법, p.875 참조).

23. 곽윤직, 앞의 민법주해[Ⅵ]ー물권(3), p.248・p.244(박병대 판사 집필); 박준서, 주석민법[물권(3)], 한국사법행정학회, 2001, pp.330∼331・p.324(윤대성 교수 집필); 김용담, 주석민법[물권(3)],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pp.378∼379・p.372(박순성 변호사 집필).

또 다른 학자들은 “전세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는, 잔존부분으로써 전세권설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세권설정자는 민법 제311조에 의하여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도, 불가항력에 의하여 전세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에 전세권설정자가 잔존부분에 대한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김증한・김학동, 앞의 물권법, pp.429∼430; 이영준, 주석 물권법(하), 한국사법행정학회, 1993, pp.170∼171(고상룡 교수 집필); 이상태, 물권법, 법원사, 2015, p.392}.

25. 덧붙이건대, 민법 제314조는 “전세권의 전부나 일부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멸실된 때”에 관하여 규정하지만,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가 전세권자에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멸실된 때”를 규정하는 민법 제315조에 대응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민법 제314조를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가 전세권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멸실한 때」라고 해야만 적확한 대응이 된다. 그러므로 민법 제314조 제1항에서의 “불가항력으로 인하여”를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강태성, 앞의 「민법 제314조와 제316조에 대한 검토 및 개정안」, p.486), 삭제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대로 존치하는 것은 옳지 않고 「전세권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라고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6. 즉, 일부멸실이 있더라도 그 멸실 전의 ‘전세물의 용도’에 따른 용익을 할 수 있는 때에는, 전세권자는 수선의무를 진다{Ⅲ 2. 2) (2) (다) 참조}.

28. 곽윤직, 앞의 민법주해[Ⅵ]ー물권(3), p.222(박병대 판사 집필); 김용한, 앞의 물권법론, p.450; 황적인 외2인, 앞의 주석민법(Ⅱ) 물권법, p.541(정권섭 교수 집필). 특히, 다수설의 주장자들은 “민법 제309조에서의 ‘목적물의 현상유지의무나 수선의무’에 위배하여 목적물을 파손하거나 관리불능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민법 제311조 제1항에서의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하여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한다{곽윤직, 앞의 민법주해[Ⅵ]ー물권(3), p.221(박병대 판사 집필); 황적인 외2인, 앞의 주석민법(Ⅱ) 물권법, p.541(정권섭 교수 집필); 김용한, 앞의 물권법론, p.450}. 따라서 다수설에 의하면, ‘목적물의 현상유지의무나 수선의무’에 위배하여 목적물을 파손하거나 관리불능상태로 방치한 경우에도, 최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30. 그런데 곽윤직 교수는 “민법 제311조에서의 소멸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는 물권적 단독행위가 아니라 채권적 의사표시이다. 그러므로 그 권리를 행사하여 말소등기까지 해야만 전세권이 소멸한다.”라고 주장한다{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132}. 검토하건대, 물권적 단독행위(예컨대, 부동산물권의 포기)에서도 등기를 해야만 물권이 변동한다(강태성, 물권법, 대명출판사, 2018, p.333; 대법원 1997. 9. 9. 선고 96 다 16896 판결). 위 일부학자도 물권적 단독행위인 부동산물권의 포기에서는 민법 제186조에 의하여 등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곽윤직, 앞의 물권법(2012년판), p.132}.

정권섭 교수는 “전세권설정자가 소멸을 청구함으로써 전세권은 당연히 소멸한다. 이른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에 해당한다(민법 제187조 참조). …… 이 소멸청구에 의한 전세권의 소멸은 물권적 단독행위에 의한 부동산물권의 변동이므로, 등기를 해야 효력이 생긴다.”라고 주장한다{황적인 외2인, 앞의 주석민법 (Ⅱ) 물권법, p.541}. 검토하건대, 이 주장은 모순이다.

31. 다수설과 소수설 및 사견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강태성, 물권법, pp.187∼189 참조. 특히, 오시영 교수는 “전세권소멸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형성권으로서 해제권에 해당하므로 해지권의 행사로 당사자 간에서는 전세권은 당연히 소멸하지만, 대법원판례(2005. 6. 9. 선고 2005. 다 6341 판결)에 비추어 소멸청구 후 등기말소 전에 전세권을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오시영, 앞의 「전세권과 지상권의 소멸청구권 및 소멸통고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고찰」, p.541). 검토하건대, 이 주장은 전세권소멸청구권이 해지권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 청구권은 해지권에 해당하지 않는다{Ⅲ 2. 1) 참조}.

32.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 다 61934 판결.

35. 이 문제는 위의 다수설에서도 일어나지만, 위의 소수설에서도 일어난다. 왜냐하면, 위의 소수설에 의하면 민법 제311조에 의한 전세권의 소멸은 법률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인데, 법률규정에 의한 물권변동도 등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9. 그런데 지상권은 용익권능만을 내용으로 하며, 담보권능은 없다. 따라서 지상권설정자의 소멸청구(민법 제287조)로 인하여 지상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하면, 지상권 자체가 소멸한다. 그러므로 지상권의 소멸청구로 인한 등기는 말소등기이다.

덧붙이건대, 1984년에 전세권에 담보권능을 추가하는 민법개정이 있기 전(즉, 전세권에 용익권능만 있던 때)에는, 소멸청구로 인하여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하면, 전세권 자체가 소멸한다. 그러므로 전세권소멸청구로 인한 등기는 말소등기이다.

40. 통설과 등기실무는 말소등기와 변경등기는 “등기와 실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한다.”라고 주장한다. 검토하건대, 전세권자가 부동산물권을 포기하거나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 이러한 포기나 소멸청구는 물권적 의사표시 내지 이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등기를 해야만 효력이 생긴다고 해석된다. 그러므로 포기의 의사표시나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했더라도 그 등기를 하기 전에는, 여전히 등기와 실체관계가 일치한다. 따라서 통설과 등기실무에 의하면, 포기의 의사표시나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는 말소등기나 변경등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말소등기와 변경등기의 개념을 통설・등기실무에서와는 다르게 정립해야 한다. 즉, 「말소등기는 등기에 대응하는 실체적 권리관계가 없는 경우 및 이미 있는 물권을 소멸시키려는 경우에, 그 등기의 全部를 말소하는 등기이다. 변경등기는 어떤 등기가 경료된 후에 생긴 원인(즉, 후발적 원인)으로 등기의 일부가 실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때에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경우 및 이미 있는 물권의 일부권능을 소멸시키려는 경우에, 그 등기의 일부를 변경하는 등기이다.」라고 해야 한다(자세한 논의는, 강태성, 앞의 물권법, pp.146∼147; 강태성, 전세권자가 하는 전세권과 전세물의 처분, 민사법의 이론과 실무 제21권 제3호, 민사법의 이론과 실무학회, 2018. 8, pp30∼34 참조).

44. 권영준, 2014년 법무부 민법 개정시안 해설ー민법총칙・물권편ー, 민속원, 2017, p.528. 검토하건대, 이 개정시안에 의하더라도, 전세권의 소멸청구로 인해서는 하나의 권리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의 일부권능인 용익권능이 소멸할 뿐이다. 따라서 “전세물의 사용・수익권” 내지 “전세물을 사용・수익할 권리”라고 개정하기보다는, 「전세권의 용익권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5. 민법 제303조는 1984년 4월에 개정되기 전에는 “전세권은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그 부동산의 용도에 좇아 사용, 수익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 때의 다수설은 전세권을 용익권능만을 내용으로 하는 용익물권으로 파악했다(이태재, 앞의 물권법, p.289; 김기선, 한국물권법, 법문사, 1961, p.302; 김용진, 신민법해의[물권법], 박문서관, 1958, p.200; 방순원, 신물권법, 일한도서, 1960, p.196; 최 식, 신물권・담보물권법, 박영사, 1960, p.259; 현승종, 민법[총칙・물권], 일신사, 1965, p.236; 곽윤직, 물권법, 박영사, 1975, p.426). 그리고 당시의 판례도 전세권의 우선변제적 효력을 부정함으로써(대법원 1961. 7. 6. 자 4294 민재항 291 결정), 전세권을 용익물권으로 파악하였다.

46. 그러므로 전세권이 이러한 소멸청구로 인해 전세권이 소멸한다는 현재의 다수설은 「전세권이 용익물권으로만 존재했던 때의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계수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47. 전세권의 용익권능이 소멸한 후에도, 전세권자는 계속 점유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관해서, 대부분의 민법학자는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학설은 용익권능이 소멸하고 담보권능만이 있는 전세권을 저당권과 같게 취급함으로써, 담보권능만이 있는 전세권에는 점유권능이 없다고 파악한다{이은희, 전세권의 담보물권성에 따른 민법규정의 정비(2011년도 법무부 연구용역 과제보고서), p.40(최수정 교수의 견해); 오경미, 채권담보 목적의 전세권과 그에 관하여 설정된 저당권의 법률관계, 재판연구 제18집, 부산판례연구회, 2007. 2, p.166; 장창민, 전세권저당권자의 보호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제25권 제4호,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2015. 12, p.81; 김대경, 전세관계 종료 후 전세권저당권의 법률관계, 법과 정책 제20집 제2호, 제주대학교 법과정책연구원, 2014. 8, p.70}.

사견으로는, 용익권능이 소멸한 후에도 전세권의 점유권능이 존속한다고 해야만, 전세물인도와 전세금반환의 동시이행을 규정한 민법 제317조에 합치할 뿐만 아니라 전세권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강태성, 앞의 「전세권저당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검토」, p.154・p.162).

49. 곽윤직, 앞의 민법주해Ⅵー물권(3), p.224(박순성 판사 집필); 곽윤직・김재형, 앞의 물권법, p.355; 황적인 외2인, 앞의 주석민법(Ⅱ) 물권법, pp.531∼532(정권섭 교수 집필); 김상용, 앞의 물권법, p.525; 이상태, 앞의 물권법, p.391. 그런데 김증한・김학동 교수와 오시영 교수는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김증한・김학동, 앞의 물권법, p.418; 오시영, 앞의 물권법, p.544), 이 주장도 결국 제1설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은 전세물에 변경이 생겼거나 손해가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54. 지상권자의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하는 민법 제285조 제1항도 “지상권이 소멸한 때에는 …… 토지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민법 제654조에 의하여 임대차에 준용되는 민법 제615조도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원상으로 회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55. 그러므로 전세물의 전부나 일부가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멸실된 경우에도, 민법 제315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전세권설정자는 전세물의 멸실 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전세금으로써 충당할 수는 없다{Ⅲ 5. 2) 참조}.

57. 강태성, 민법 제309조와 제310조에 대한 검토 및 개정방향, 토지법학 제34권 제1호, 한국토지법학회, 2018. 6, p.107. 특히, 일부학자는 “전세권자의 “현상유지의무에 대응하여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김증한・김학동, 앞의 물권법, p.418; 박준서, 앞의 주석민법[물권(3)], p.293(윤대성 교수 집필); 김용담, 앞의 주석민법[물권(3)], p.340(박순성 변호사 집필)}. 검토하건대, 현상유지의무가 없는 使用借主도 원상회복의무를 진다(민법 제615조 제1문). 따라서 현상유지의무와 원상회복의무가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58. 그러나 용도에 따른 용익에 의하여 또는 자연적으로 마모・훼손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는 없다(同旨, 김증한・김학동, 채권각론, 박영사, 2006, p.418). 그러므로 그렇게 마모・훼손된 상태로 반환하면 된다. 그 마모 등은 차임에 의하여 변상된다. 하급심 판례도 “원상으로 회복한다고 함은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ㆍ수익을 하여 그렇게 될 것인 상태라면 사용을 개시할 당시의 상태보다 나빠지더라도 그대로 반환하면 무방하다는 것으로,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을 한 후에 생기는 임차목적물의 상태 악화나 가치의 감소를 의미하는 통상의 손모(損耗)에 관하여는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그 원상회복비용은 채권법의 일반원칙에 비추어 특약이 없는 한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해야 한다. 즉,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에 의한 임차목적물의 사용과 그 대가로서 임료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고, 임차목적물의 손모의 발생은 임대차라고 하는 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예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건물의 임대차에서는 임차인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생기는 임차목적물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또는 가치감소를 의미하는 통상적인 손모에 관한 투하자본의 감가(減價)는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감가상각비나 수선비 등의 필요경비 상당을 임료에 포함시켜 이를 지급받음으로써 회수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의 임차인에게 건물임대차에서 생기는 통상의 손모에 관해 원상회복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임차인에게 예상하지 않은 특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되므로 임차인에게 그와 같은 원상회복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위해 그 보수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손모의 범위에 관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31 선고 2005 가합 100279 판결).

63. 그런데 제3설도 다른 곳에서는 이것을 인정한다{이영준, 앞의 주석물권법(하), p.159(고상룡 교수 집필)}.

64. 예컨대, 전세권의 설정계약을 하면서 전세물의 전전세나 임대를 금지하는 합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권자가 전전세나 임대를 한 경우이다.

65. 예컨대, 주택을 상가(특히, 유흥업소)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69. 다수의 학자들도 “민법 제316조 제1항은 ‘전세권이 그 존속기간의 만료로 소멸한 때’라고 규정하지만, 이는 전세권이 소멸청구(민법 제311조 제1항)로 소멸한 때를 포함한다.”라고 한다{이영준, 앞의 주석물권법(하), p.173(고상룡 교수 집필); 이영준, 앞의 물권법, p.754; 김상용, 앞의 물권법, p.533}.

70. 민법 제316조 제1항에 관해서는, 많은 민법학자들이 논하고 있다(특히, 강태성, 앞의 「민법 제314조와 제316조에 대한 검토 및 개정안」, p491 이하 참조).

71. 덧붙이건대, 지상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하는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할 뿐이다. 즉, 민법 제287조가 원상회복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따라서 원상회복은 민법 제285조에 의하여 해결된다). 또한 전세권의 소멸통고를 규정하는 민법 제313조는 전세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할 뿐, 원상회복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따라서 이때의 원상회복은 민법 제316조 제1항에 의하여 해결된다).

72. 양창수・김형석 교수는 “원상회복의 청구는 결국 전세권자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전세권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할 수 있다.”라고 한다(양창수, 김형석, 앞의 민법 Ⅲー권리의 보전과 담보, p.665).

73. 덧붙이건대, 지상권의 소멸청구를 규정하는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할 뿐이다. 즉, 민법 제287조가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따라서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해결된다). 또한 민법 제610조 제3항도 계약의 해지를 규정하면서도, 손해배상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74. 그런데 양창수・김형석 교수는 전세물을 전전세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권자가 전전세나 임대를 한 경우에 관해서는 논하지 않으면서, “손해배상의 청구는 결국 전세권자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전세권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양창수, 김형석, 앞의 민법 Ⅲー권리의 보전과 담보, p.665).

75. 판례도 “전세권이 성립한 후 전세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민법이 전세권 관계로부터 생기는 …… 원상회복 등의 법률관계의 당사자로 규정하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물소유권을 취득한 신 소유자로 새길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 다 6072 판결).

77. 학설의 자세한 소개는, 강태성, 앞의 물권법, p.860 참조.

78. 따라서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은 손해배상청구권을 내용으로 하지 않는다(강태성, 앞의 물권법, p.635).

83. 박준서, 앞의 주석민법[물권(3)], p.293(윤대성 교수 집필); 김용담, 주석민법[물권(3)], p.340(박순성 변호사 집필). 그런데 민법 제311조의 취지에 관하여, 제3설은 “민법 제311조는 전세권에서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보다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또한 전세권자의 현상유지의무에 대응하여 손해배상보다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취지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한다{박준서, 앞의 주석민법[물권(3)], p.293(윤대성 교수 집필); 김용담, 앞의 주석민법[물권(3)], p.340(박순성 변호사 집필)}. 검토하건대, 이 주장은 손해배상 대신에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것에 대한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현상유지의무와 원상회복의무가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註 57 참조). 그리고 文章은 非文이다.

85. 이 소수설도 다른 곳에서는 “本條에서의 원상회복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위반하여 사용・수익함으로써 목적물에 변경이 있는 경우에 그것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 本條에서의 손해배상은 전세권자가 설정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에 위반하여 사용・수익함으로써 전세권설정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그 손해를 전보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주장한다{박준서, 앞의 주석민법[물권(3)], p.292(윤대성 교수 집필); 김용담, 앞의 주석민법[물권(3)], p.339(박순성 변호사 집필)}. 요컨대, 소수설은 모순된 주장을 한다.

88. 민법 제315조 제2항의 입법이유는 전세금의 지급이 전세물의 用益對價를 지급하는 특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89. 민법 제313조도 “…… 전세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고 상대방이 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6월이 경과하면 전세권은 소멸한다.”라고 규정한다. 즉, 그 등기를 요한다고 明定하지 않는다.

민법 제287조도 지상권설정자의 지상권소멸청구권을 明定하지만, 이 규정은 개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민법 제311조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전세권에는 지상권에서와는 달리 담보권능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한 경우에 하는 등기는 변경등기가 아니라 말소등기이다. 왜냐하면, 지상권설정자의 지상권소멸청구로 인한 지상권의 소멸은 지상권 전부의 소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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