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① 피고회사는 의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04년 무렵 중국에 100% 지분을 출자하여 피고의 자회사로서 D유한공사(이하 D회사라 함)를 설립하였다.
② 원고는 2014. 5. 15. 사임하기 전까지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그의 처 C와 함께 피고의 주식 85%를 보유하여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가 2014. 4. 29. E, F, G, H(이하 ‘E 등’이라 함)에게 피고의 경영권 및 원고와 C가 보유한 지분 일체를 양도하는 계약(이 사건 경영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원고, C와 E 등은 원고와 C가 피고로부터 D회사의 지분 전부를 무상으로 양수하는 계약(이 사건 제1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경영권양도계약에 따라서 E 등은 피고의 주주명부에 등재되었고, 2014. 5. 15.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G, F가 피고의 공동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취임하고, 이후 E가 2014. 9. 11.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③ 그 후 원고는 위와 같이 무상으로 D회사를 양수한다는 조건을 변경하여 2014. 9. 18. 지분매각대금의 산정기준 및 그 지급방법, 지분이전의 구체적 절차 등을 정하는 지분양수도계약(이 사건 제2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의하면 피고회사는 원고에게 D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양도하기로 하되 주식가치의 재평가로 산정된 금액을 매각대금으로 하기로 하고(위 계약 제2조), 또한 매각대금에서 다음의 금액을 상계하기로 하였다(위 계약 제4조). 즉 D회사가 부담하는 부채액(29억 8천 6백만 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가수금채권액(5억 7천만 원) 및 물류창고에 대하여 원고가 가지는 지분액(15억 원) 등 합계 50억 5천 6백만 원. 또한 주식가치의 평가액이 위 상계금원의 30% 이상의 편차가 발생할 경우 원고가 피고에게 편차액을 지급하기로 하였다(위 계약 제4조 제①항).
④ 이 사건 양도계약 체결 당시 D회사는 피고의 자산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피고는 경영상태의 악화로 사실상 부실화되어 있어 피고의 자산 중 실질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은 D회사의 지분뿐이었으며, 의류의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는 피고에게 중국 내 의류제조 공장이 없다면 피고의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D회사의 지분 전부를 매도하는 것은 피고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었음에도 피고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⑤ 이 사건 양도계약 체결 당시인 2014. 5. 27. 기준 피고의 주주는 F(42,000주, 21%), G, E, H, O(각 32,000주, 16%), N(30,000주, 15%)이었는데, O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지분 84%)은 이 사건 양도계약을 직접 체결하거나, 그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⑥ 원고는 이 사건 제2양도계약이 정한 매매대금 지급조건을 모두 충족하였거나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보유하는 D회사의 지분이 양도되지 않자, 주위적으로 D회사의 지분권이 원고에게 있음의 확인을 구하고, 만약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예비적으로 위 지분에 대한 이전절차의 이행을 구하였다.
Ⅱ. 판 결
원심은, 피고가 그 자회사인 이 사건 유한공사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유한공사를 매각한 행위는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상법 제434조에 규정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이상에 해당하는 84% 지분을 가진 주주가 이 사건 양도계약의 체결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주주총회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위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유한공사를 매각한 행위는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신의칙의 성립요건을 설시하여 제374조 위반에 의한 무효주장은 신의칙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6404 판결 등 참조).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는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행위를 할 때에는 제434조에 따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식회사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얻도록 하여 그 결정에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강행법규라고 할 것이므로,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한 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그와 같은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무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Ⅲ. 연 구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회사가 소유하는 D회사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의 양수인으로서 계약의 이행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는 주주총회의 동의 없는 영업양도를 이유로 그 무효를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회사의 무효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부인하고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상법 제374조는 영업양도에 관하여 그 결정을 위한 주주총회 동의절차와 영업양도로서 규율되는 대상을 규정하는데, 법문의 ‘영업의 중요한 일부양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영업의 일부 부문의 양도 또는 영업용재산의 양도와 관련하여 다투어지고 있다. 또한 위 조항을 위반하여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는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된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피고회사가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한 후 나중에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음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특별한 사정으로서 주주 전원이 영업양도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무효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판단은 회사와 거래한 상대방의 이익은 도외시하고 주주이익의 보호에 편중된 것이다. 영업양도계약 시에 거래상대방이 영업양도에 해당하는 거래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이 점에 중과실이 없거나, 영업양도임을 알고 주주총회의 동의를 확인하였으나 사후에 해당 주주총회결의가 무효로 되는 경우 또는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주주총회의사록을 위조하여 상대방을 기망하는 경우 등의 사례에서는 거래상대방의 신뢰가 보호될 필요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거래상대방이 영업양도계약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신뢰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374조의 위반에 관하여 엄격하게 무효로 보는 판례의 태도를 비판하고, 그 근거로서 신의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이를 위하여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관련된 법리 및 이에 대한 신의칙의 적용 여부를 살펴본다.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는 영업양도의 대상으로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를 규정하는데, 영업의 전부 양도를 판단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관하여는 그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영업 자체가 아니고 영업을 구성하는 ‘영업용재산’이 양도되는 경우 이것이 영업의 중요한 일부 양도에 속하는지가 문제된다.
학설로는 상법총칙에 규정된 영업양도(제41조 이하)와 제374조가 규정하는 영업양도를 동일하게 해석하는 형식설(주주총회결의 불요설),1) 양자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실질설(주주총회결의 필요설) 2) 및 원칙적으로 형식설을 취하면서 제374조의 적용범위에 영업용재산의 양도를 포함시키는 절충설 3) 이 있다. 형식설에 의하면 영업용재산의 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되고 유기적 일체로서 기능하는 재산의 양도가 아니므로 영업양도에 포함되지 않아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본다. 이 견해는 양규정의 영업양도를 동일하게 봄으로써 법해석의 통일성・안정성을 꾀하며, 영업양도의 개념을 명확히 하여 거래의 안전을 기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실질설은 제374조의 영업양도와 제41조 이하의 영업양도를 달리 보아 영업용재산의 양도라도 이것이 양도회사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제374조의 영업양도에 포함되어 주주총회결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견해에 의하면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주주총회가 관여할 수 있어서 회사이익(주주이익)을 꾀할 수 있지만, 거래의 안전은 해할 수 있다. 절충설은 형식설에 의하여 영업양도를 정의하지만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회사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법원은 절충설의 태도를 취하는데,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을 위하여 조직되고 유기적 일체로 기능하는 재산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총체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에는 양수 회사에 의한 양도 회사의 영업적 활동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분의 승계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영업용 재산의 양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주식회사가 사업목적으로 삼는 영업 중 일부를 양도하는 경우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해당하는지는 양도대상 영업의 자산, 매출액, 수익 등이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일부 영업의 양도가 장차 회사의 영업규모,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4)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영업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례에서는 주식회사 존속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영업재산의 양도는 영업의 폐지 또는 중단을 초래하는 행위이므로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양도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 이러한 경우에는 상법 제374조 제1호의 규정을 유추적용한다.5) 또한 영업용재산의 처분으로 말미암아 회사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한다고 본다.6)
대법원은 영업양도의 개념에 관하여 형식설의 관점에서 상법 제41조 이하의 영업양도 개념을 차용한다. 즉 ‘일정한 영업목적을 위하여 조직되고 유기적 일체로 기능하는 재산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총체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 정의한 후, 영업양도 후 ‘양수인에게 영업활동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분의 승계가 수반될 것’ 7) 을 요구한다. 만일 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활동을 승계하지 않는 경우는 영업양도가 아니고, 양도회사는 주주총회의 동의 없이 영업용재산을 양도할 수 있다. 형식설에 의하여 양수인에 의한 ‘영업의 승계’를 기술하는 영업양도의 개념정의는 영업양도의 대상이 되는 영업의 범위는 명확해지지만, 자주 문제되는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영업목적을 위하여 조직되고 유기적 일체로서 기능하는 재산’이 아닌 한 양도인의 영업활동에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영업양도로 다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영업의 승계’가 없는 영업용재산의 양도는 양도회사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영업승계가 없음을 이유로 제374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주주이익을 보호하려는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하여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양수인의 관점에서 판단되는 영업의 승계란 개념은 동조의 적용요건을 판단할 경우 불필요한 개념으로 보인다.8)
판례도 양수인의 영업승계가 없더라도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양도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고 있다.9)
영업양도에 관한 판례를 ‘영업양도의 대상’과 관련하여 분류하면 주로 ① ‘영업의 일부 양도’와 ② ‘영업용재산의 양도’로 구분되며, 이것이 상법 제374조의 제1항 제1호가 정한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인지 문제되었다. 먼저 ‘영업의 일부 양도’가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인지에 관하여 양수 회사에 의한 양도 회사의 영업적 활동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분의 승계가 수반되어야 하고, 양도대상 영업의 자산, 매출액, 수익 등이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일부 영업의 양도가 장차 회사의 영업규모,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판결 10) 과 양도된 영업부문에 종사한 종업원 수의 비율, 총매출과 자산에서 해당 영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율과 수익증가의 추세 등을 고려한 판결이 있다.11)
이러한 판례에 의하면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업의 일부 양도는 그 양도가 양도인의 자산, 매출 및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영업의 일부 양도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추상적인 평가이므로 이를 어떻게 객관화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수치로 파악하자면, 해당 영업부문이 총매출 중 최저 21.32%, 총자산 중 최저 33.79%로 제시되어 있고, 수익상황에 관하여는 “유일하게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문”이라든지 다른 사업부는 적자이지만 “강관사업부의 영업손익은 흑자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강관사업부가 원고의 수익창출 및 계속기업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시되었다. 이처럼 판례는 영업의 일부 양도가 자산 및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제374조의 적용여부를 판단하는데, 자산은 주주의 기존 출자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수익의 상황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큼을 고려하면 일면 타당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수익은 자산보다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액 기준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판례는 제374조가 적용되는 자산액에 관한 명확한 기준은 없고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어서 명확한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관한 입법으로서 총자산액의 일정액을 기준으로 하는 해결방법이 바람직하다.12)
다음으로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관한 다수의 판결례 13) 에 의하면 법원은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영업양도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 또는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한다. 여기에서 ‘영업의 일부의 양도’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한데, 제374조의 적용대상은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이고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중요한 일부’인지 여부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용재산의 양도가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 또는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여기에서 ‘양도 또는 폐지’와 함께 ‘영업의 중단’도 고려되어야 한다.14) 영업의 중단 시점 이전 시기에 이를 초래하는 행위에는 주주총회의 동의가 요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15)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 또는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는 전술한 일부 영업부문 양도의 사례에서도 판단되었지만, 영업용재산 양도의 사례에서는 이에 대한 평가가 보다 단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영업부문’의 양도는 전체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영업부문 단위로 파악되어야 하므로 해당 영업부문의 자산, 매출 및 수익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될 수 있고, 특히 판단의 명확성을 위하여 ‘양적인 측면’이 중시되어야 한다. 반면에 ‘영업용재산’의 양도는 그 양도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므로 영업의 ‘질적인 측면’이 중시되어야 하고, ‘영업의 계속성’이란 관점에서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사안에서 완전모회사인 피고회사가 소유한 완전자회사인 D회사의 주식 전부를 원고에게 양도한 행위의 효력이 다투어졌다. 원심은, 이 사건 양도계약 체결 당시 D회사는 피고의 자산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피고는 경영상태의 악화로 사실상 부실화되어 있어 피고의 자산 중 실질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은 이 사건 D회사의 지분뿐이었으며, 의류의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는 피고에게 중국 내 의류제조 공장이 없다면 피고의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D회사의 지분 전부를 매도하는 것은 피고의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었음을 인정하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보았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였다.
다른 회사의 주식을 자산으로 소유하는 경우 이를 양도한 행위에 관하여 제374조의 영업양도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대상판결에서 처음 다루어졌다. 종래의 판례에 의하면 제374조가 적용되기 위하여는 영업용재산의 처분이 영업의 양도 또는 폐지와 동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야 하지만, 주식으로 소유한 자산을 처분하는 사례는 주식의 처분활동이 영업 자체를 구성하지 않는 한 영업양도의 대상으로 취급될 수 없다. 그런데 위 주식자산의 소유는 의류의 제조 및 판매를 영업으로 하는 피고회사에게 의류의 제조를 담당하는 D회사에 대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영업관련성을 갖는다. 피고회사는 직접 의류제조공장을 가동하지 않았지만 주식소유를 통하여 관리하는 회사로부터 의류를 공급 받아 이를 판매하는 영업형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주식의 처분은 장차 의류의 공급원인 거래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위 주식의 처분대가를 이용하여 피고회사는 의류의 제조 관련 영업재산을 새로이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사안상으로는 원고가 지급할 D회사 주식의 매수대금은 원고가 피고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피고의 부채 승계대금, 가수금채권 및 물류창고의 지분평가액의 합계액을 공제하기로 했기 때문에(이 사건 제2양도계약 제2조, 제4조) 피고회사는 위 주식처분 대가의 수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16)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회사는 D회사의 지분을 보유하여야만 의류 관련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 주식은 피고회사의 영업과의 관련성 17) 이 매우 긴밀한 영업용재산이고, 그 양도는 영업의 중단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서 제374조 제1항 제1호의 영업의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에 관한 법원의 판시에 찬성한다.
상법 제374조에 해당하는 영업양도는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그 결의를 얻어야 하고, 그 결의를 얻지 못한 때에는 무효로 된다. 그런데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결의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영업양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상법이 이를 허용하거나 판례에 의하여 그 효력이 인정된 경우이다. 상법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 회사에서 서면에 의한 결의로써 주주총회에 갈음할 수 있게 규정하며(제363조 제4항), 간이영업양도의 경우(제374조의3) 주주총회의 승인을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자본금 10억 원 미만인 회사는 소수의 주주로 구성되므로 주주총회결의 성립절차의 엄격성을 완화하려는 것 18) 과 이미 9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영업양도에 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주주총회의 개최를 생략하여 회사의 구조조정절차를 보다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판례에 의하면 1인회사에서 회사의 유일한 재산의 처분에는 주주총회의 결의가 요구되지 않고 1인주주의 의사로 대체된다고 하고,19) 대상판결에서 보듯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는데 주주 전원이 동의하고 있다면 회사가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이를 주장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유효한 영업양도가 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주주총회결의의 흠결이라는 무효원인에 대하여 법원은 주주 전원의 동의를 ‘특별한 사정’으로 보아 그 무효를 주장을 제한하지만, 주주 전원이 아닌 특별결의가 성립하는 정족수의 지분율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한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을지 문제된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특별결의를 성립시킬 수 있는 84%의 지분율을 가진 주주들이 양도계약을 승인한 사실로써 주주총회결의 흠결을 이유로 하는 무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20)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배척하고 회사가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주주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를 인정하였다.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고도 지분의 일정비율 이상을 가진 주주의 동의로 주주총회의 결의를 대체할 수 있을지의 문제에 관하여 긍정하는 견해도 있는데,21) 이 문제는 상법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주주총회의 결의를 요구하는 취지로부터 판단해 볼 수 있다. 주주총회가 요구되는 이유는 이것이 회사의사를 수렴하고 결정하는 기관이란 점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주주총회에서 논의를 거치고 다수결에 의하여 하나로 수렴됨으로써 의사결집의 정당성이 확보되며, 만일 소집절차와 결의방법에 위법성이 존재하면 성립된 결의라도 무효 또는 취소의 소로써 변경될 수 있다. 이러한 의사수렴・결정절차와 구제절차를 통하여 주주총회결의는 회사의 의사로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은 회사의사는 성립될 수 없고 전술한 바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상법은 이를 허용하는데, 허용하더라도 주주총회결의를 성립시키는 절차적 규제가 가지는 취지를 가능한 한 적게 훼손시키는 방법이라야 할 것으로 본다. 주주 전원이 의안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총회의 의사결집 및 결정기능은 침해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사후에 결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될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주주총회결의의 정족수는 충족하지만 주주총회의 개최 없이 주주의사만이 결집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의안에 반대하는 주주는 사후에 구제절차를 통하여 결의 하자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주가 찬성한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총회결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22)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특별결의 정족수를 넘는 84%의 지분율을 갖는 주주가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찬성했더라도 이에 찬성하지 않은 16%의 지분을 갖는 주주가 존재하는 한 위 결의의 성립이 사후에 문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법원의 견해대로 전원 찬성이 아닌 한 위 양도계약은 주주총회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영업양도계약은 무효로 보는 것이 일반론이고, 무효의 효과는 계약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제3자에게도 미치며, 이 무효는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는다(절대적 무효).23) 이와는 달리 양수인의 보호를 위하여 선의의 상대방에게는 그 무효로써 대항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24) 절대적 무효로 보는 근거는 주주총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상법규정이 강행법규이고(①), 상대방도 총회결의가 법률상 필요하다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하며(②) 총회결의는 거래행위의 효력요건이며(③) 이익교량에 의하여 상대방보다는 회사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기(④) 때문이라고 한다.25) 이러한 이유 중에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①, ②와 ④의 근거이다.
상대방이 총회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경우(근거 ②)는 ‘영업의 전부 양도’처럼 양수인에게 영업양도라는 점이 명백한 사례이고, ‘영업용재산의 양도’ 사례에서는 그러하지 않다. 이 경우 상대방은 개별적인 영업용재산을 양수하므로 그 재산이 영업양도에 해당하여 양도회사의 주주총회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 반드시 주의하여야 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이익교량(근거 ④)은 상대방에게 주주총회의 동의에 관한 주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이익보다 회사이익이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거래 시 상대방이 주주총회의 의사록을 요청하여 주주총회의 동의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해당 주주총회의 결의가 무효로 되거나 위조된 의사록으로 인하여 그 동의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주주총회의 동의를 확인하는 주의를 기울인 상대방에게 회사 측의 잘못이 큼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무효 주장을 허용하여 회사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거래상대방에게 너무 가혹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주총회 동의를 요구하는 상법규정이 강행법규(근거 ①)임을 이유로 이 규정이 거래상대방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 절대적 효력설인데, 제374조의 영업양도인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영업용재산의 양도 또는 회사 측이 주주총회의 동의를 기망하거나 사후에 그 동의가 무효로 되는 경우 거래상대방의 선의를 고려하여 거래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은 신의칙에 의하면 당연히 인정된다고 본다.26)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의하여 제374조 제1항 제1호의 영업양도가 문제되는 경우 주주총회 동의가 없어서 거래가 무효로 되더라도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의 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견해가 타당하다. 이렇게 보는 경우 주주총회 동의가 없다는 사실에 관한 선의의 증명책임은 양수인이 부담하는 것이 상법이 영업양도에 주주총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취지에 비추어 합당하다. 결론적으로 ‘영업용재산’의 양도계약 시 상대방이 거래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여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 선의(또는 중과실 없는 선의)라면 회사는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영업양도의 무효를 확정하기 위하여는 먼저 주주총회의 동의가 있었는지 유무가 결정되어야 한다. 주주총회의 동의시기에 관하여 상법 제374조는 규정하지 않으므로 그 시기는 영업양도계약의 전후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영업양도계약이 체결되기 전 또는 진행 중인 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라도 주주총회의 동의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이다. 이는 예컨대 영업양도 건을 결정할 주주총회가 개최되었지만 그 안이 부결되거나 총회결의가 무산되는 등의 사정으로 결정될 수 있고, 장차 승인안을 다룰 주주총회의 개최가 다수파주주의 거부로 불가능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시점까지 주주총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그 시점은 영업양도계약에 관한 주주총회의 논의가 사실상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이고, 영업양도계약 이후에 개최되는 정기총회가 이에 해당한다. 한 영업연도의 주요 업무집행 상황을 결산하는 정기총회에서 영업양도계약이 논의되지 않았다면 해당계약은 주주총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이므로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는 것과 동일시되어야 한다.
위 무효는 주주총회의 동의가 있다면 유효로 되는 유동적(부동적) 무효로 볼 수 있다.27) 영업양도계약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그 동의가 거절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무효이지만 동의를 얻으면 거래 시에 소급하여 유효로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는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자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영업양도계약의 양당사자와 양도재산에 이해관계를 갖는 자이다. 양도인이 영업양도의 효력을 다투지 않더라도 양수인은 언제 영업양도의 무효가 주장될지 몰라서 상당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되므로 그도 영업양도의 유・무효에 관하여 확인의 이익을 갖지만, 양수인의 영업양도 무효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28)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한 자는 양도인인 회사인 경우가 다수이고,29) 영업용재산을 양도한 회사의 채권자인 사례,30) 영업양도 회사의 주주인 경우 31) 가 있다.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신의칙을 선언하고 있다. 신의칙은 권리의 사회성・공공성을 표현한 것으로 32)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인 규범을 말한다.33) 신의칙은 구체적인 법률관계 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법규 또는 당사자의 의도를 구체화하거나 법률행위를 해석 또는 보충하는 기준이 되며, 권리에 내재하는 한계를 구체화하여 권리를 제한하기도 하고(권리남용금지, 선행행위와 모순된 행위 제한의 원칙), 사정변경을 반영하여 법률효과의 내용을 조정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다(사정변경의 원칙).34)
신의칙은 회사법 관련 판결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구현되고 있고, 당사자의 주장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특별결의가 요구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신원확인 등의 절차를 요구하여 소주주 대리인의 총회장 입장을 지체 시킨 후 그가 입장하기 전에 안건을 통과시킨 사례에서는 주주총회의 의사진행방식 내지 결의방식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판시되었다.35) 이 사례는 주주총회의 운영에 관한 상법규정이 흠결된 영역에서 회사의 주주총회 운영방식에 관한 기준을 정립한 것으로서 신의칙이 법규의 흠결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회사경영진은 의안통과를 부결시킬 수 있는 지분율을 가진 주주가 정시에 주주총회에 입장할 수 없도록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회장 입장이 부당하게 지연된 주주는 주주총회 참석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결과 성립된 결의는 위법한 결의방법에 의한 것으로 주주총회결의 하자의 원인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36)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재산양도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한 회사 측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재산양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다.37) 이 사례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더라도 주주 전원의 동의의사로써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아 그 무효의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이는 주주총회의 동의절차를 규정한 상법규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비록 주주총회의 동의는 없어서 법문의 동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다면 회사(주주 전체)이익에 관한 보호절차는 준수된 것으로 보는 것인데, 여기에서 신의칙은 법규정의 취지와 당사자의 행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적용되었다.
한편 당사자가 신의칙 위반을 주장하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회사가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한 사례에서 이사들은 회사가 자신들의 임무해태를 알면서 그 책임을 해제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책임을 추궁하는 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38) 이 사례에서 이사의 임무해태는 위법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보상으로서 책임해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로서 무효로 평가되므로 이사의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추궁과 그 책임을 해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사이에는 동등하게 고려하여야 할 상관관계가 없고, 신의칙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회사가 법률이 금지하는 수익률보장을 약정하여 그 약정금이 소구되었고 회사가 그 무효를 주장한 사례에서 법원은 그 무효 주장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39) 이 판결은 대상판결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강행법규의 취지를 강조하여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다. 회사의 위법한 약정은 거래상대방도 인지하는 사실이므로 거래상대방의 위법행위로부터 성립하는 이익을 배려하기 위하여 신의칙이 적용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의 주장(원고)과 영업양도의 무효주장(피고회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는 … 주식회사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얻도록 하여 그 결정에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강행법규라고 할 것이므로,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한 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그와 같은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무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40)
위 사례에서 원고는 주주총회 동의 없는 영업양도의 무효 주장을 배척하기 위하여 신의칙을 원용하였고, 대법원은 신의칙을 적용하여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의 신의에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 신의에 반하는 권리행사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되지 않아야 할 것을 설시하면서도 강행법규 위반효과로서 피고의 무효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판시내용은 검토되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 신의칙의 적용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강행법규 위반에 의한 무효주장은 신의칙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시함으로써 위 사례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인지, 적용되지만 제374조가 이를 배척하는 것인지 여부는 판결로부터 알 수 없다. 신의칙도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41) 위 사례에 신의칙이 적용된다면 같은 강행법규인 제374조가 서로 경합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먼저 신의칙이 위 영업양도의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자. 영업양도계약에서 발생하는 법률관계는 회사와 거래상대방의 이익이 관련되고, 회사의 이익은 제374조가 정하는 절차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다. 이들의 거래는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출발하였으므로 어느 일방, 특히 주주의 이익이 우선시된다고 볼 수 없다. 위 거래상의 법률관계에는 신의칙이 적용됨은 당연하다.42) 대등한 사법상의 법률관계에서 거래에 필요한 주의의무의 존부 및 그 이행 여부를 논하는 경우 이에 관한 법률의 흠결은 신의칙에 의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영업양도계약의 경우 양수인은 특별히 유의하여야 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양도회사에서 주주총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상법 제374조에 의하여 거래상대방에게 요구된다. 따라서 주주총회의 동의가 요구되는 계약을 하면서 이를 게을리 한다면 양수인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정당성이 없다. 즉 거래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한 당사자가 가지는 신뢰라야 신의칙에 의하여 보호된다. 그런데 영업양도계약에서 양수인에게 주주총회 동의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강하게 요구되는 경우는 ‘영업의 전부 양도’이다. 영업을 전부 양수하면서 양도회사의 주주총회 동의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가 계약의 효력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는 신의칙을 원용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 이 경우 바로 제374조의 위반효과에 관하여 ‘절대적 무효설’을 취하는 것과 동일한 결론이 된다. 즉 이 거래에서 주주총회의 동의를 확인하지 않은 양수인에게는 신의칙으로 보호받을 만한 신의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영업용재산의 양도’는 그 거래에 양수인이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는 ‘영업 전부의 양도’와 다르다. 양수인에게 해당거래가 제374조의 영업양도인지 여부에 관하여 주의할 의무가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아서 양도회사의 주주총회 동의 유무도 확인할 주의의무가 없다. 이 경우 양수인은 거래의 성립 및 효력발생에 관하여 강한 신뢰를 가지게 되고, 이러한 신뢰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사후에 양도회사에 의한 무효주장은 제한되어야 한다. 신의칙은 거래 당시 양수인이 가지는 정당한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 한도에서 제374조의 위반의 효과로서 무효주장이 제한된다고 본다. 이러한 결론은 제374조 위반효과에 관한 ‘상대적 무효설’과 같은 것이다. 즉 해당거래가 주주총회의 동의를 요하는지 알지 못하였고(선의 및 무중과실), 알지 못한 데 정당한 이유(회사의 신의 부여)가 있다면 양도회사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한편 양도회사가 주주총회의 동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있는 것으로 허위의 의사록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수인을 기망한 경우는 달리 판단된다. 양수인은 주주총회 동의를 요하는 거래로 알면서 이를 확인하여 계약의 유효를 믿었다면 그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하는데, 이 신뢰의 보호에 신의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양수인이 회사 측의 조치에 의하여 주주총회의 동의가 있다고 신뢰하고 이 과정에서 중과실이 없다면 양도회사가 영업양도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양수인의 신의를 해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한다(선행행위에 모순되는 행위금지의 원칙)고 판단된다.
사안에서 원고가 위 지분양수계약 당시 양수인으로서 권리취득에 관하여 신의칙을 적용할 만한 정당한 신의를 가지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원고는 위 지분양도가 피고회사에서 주주총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지에 관하여 그렇다고 인식한 것으로 인정된다. 원고는 피고회사의 전직 대표이사이므로 위 지분이 피고회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즉 원고가 피고회사와 D회사의 지분 전부를 무상으로 양수하는 이 사건 제1양도계약을 2017. 4. 29.에 체결하고 동년 5. 27. 피고의 주주들(지분율 합계 84%)과 이 사건 양도계약을 직접 체결하거나 그 이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확인서를 받은 사정으로 보아 원고는 지분양도에 관한 주주총회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원고는 84%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피고회사의 지분양도에 찬성하는 것으로부터 이 거래에 문제가 없다고 신뢰할 수 있으나, 이는 상법이 요구하는 주주총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것이므로 원고의 그러한 인식에는 신의칙을 적용하여 보호할 만한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요컨대 대법원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제374조에 위반한 무효의 주장과 신의칙 적용의 주장이 경합하는 경우 강행법규성만을 이유로 신의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신의칙의 성립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위에서 서술한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⑴ 피고회사가 소유하는 D회사 주식의 양도는 의류 관련 영업을 하는 피고회사에게 의류의 제조를 담당하는 D회사에 대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의류제조공장이 없는 피고회사로서 해당주식의 처분은 장차 의류의 공급원인 거래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게 되므로 ‘영업의 중요한 일부의 양도’로서 영업양도계약으로 보아야 하고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
⑵ 사안에서 84%의 지분율을 갖는 주주가 영업용재산의 양도에 찬성했더라도 이에 찬성하지 않은 16%의 지분을 갖는 주주가 존재하는 한 위 결의는 사후에 문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법원의 판시대로 주주의 전원이 찬성하지 않는 한 위 양도계약은 주주총회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
⑶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영업 전부의 양도’ 계약은 무효이고, 이 무효의 효과는 계약 당사자 및 제3자에게도 미치며,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는다(절대적 무효). 그러나 제374조의 영업양도인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영업용재산의 양도 또는 회사 측이 주주총회의 동의를 기망하거나 사후에 그 동의가 무효로 되는 경우 거래상대방의 선의를 고려하여 거래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상대적 무효). 이 과정에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 상대방이 영업양도계약을 체결 시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여 주주총회의 동의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 선의(또는 중과실 없는 선의)라면 회사는 영업양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다.
⑷ 신의칙은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같은 강행법규인 제374조가 서로 경합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강행법규인 제374조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신의칙의 적용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거래 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한 당사자가 가지는 신뢰는 신의칙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영업의 전부 양도’ 시에 양수인이 양도회사의 주주총회 동의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가 계약의 효력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는 신의칙을 원용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 반면에 ‘영업용재산의 양도’ 시 양수인에게 해당거래가 제374조의 영업양도인지 여부에 관하여 주의할 의무가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양수인이 거래의 성립 및 효력발생에 관하여 가지는 신뢰가 정당한 것이라면 그 신뢰는 신의칙에 의하여 보호 받아야 하므로 제374조 위반의 효과로서 무효주장은 제한된다고 본다.
⑸ 제374조 위반효과로서 피고의 무효주장을 인용한 위 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위 조항의 강행법규성을 강조하여 신의칙에 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 것은 마찬가지로 강행법규인 신의칙의 적용 여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흡하며, 앞으로 신의칙의 적용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