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자퇴-통폐합론에 … 요동치는 지방 로스쿨”. 이런 류의 선정적인 제목이나 내용의 기사가 적잖게 보도되고 있다1). 이런 기사들은 2018년 4월 22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각 로스쿨별로 발표한 후의 보도내용들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법무부의 이번 합격률 공개는 대한변협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승소하여 그 공개가 확정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고, 이 공개결과를 두고 대한변협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는 예상했다는 듯이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을 중심으로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라거나 ‘합격률 발표만으로 로스쿨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들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라는 식으로 로스쿨에 대한 -특히 공개된 합격률 수치가 낮은 지방 로스쿨을 향해- 요동질을 부추기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주장 속에서 그들이 왜 그래야 하는가의 논거로 내세우는 가장 큰 명목상의 이유는 법조인 양성을 위한 균등한 교육의 질 보장이다. 즉 현재 발표된 합격률에 따르면 로스쿨 간의 학력 수준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우선 하위 로스쿨은 학력 수준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난립해 있는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서 균등한 교육 제공의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학생들은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을 가기 위해 휴학이나 자퇴를 고려한다거나 학부모들이 변호사시험 관련 강의를 더 개설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등의 여러 이야기들이 보태어지고 있는 실정이 바로 2018년 지금의 ‘지방 로스쿨’이 겪고 있는 현황의 한 모습이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법전원의 정착과 발전에 관해 제도도입의 취지를 잊지 않았는지 그리고 잊지 않았음을 전제로 얼마나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해 왔는가 숙고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시간의 흐름 동안 법전원에 관련된 논의들은 무수히 있었지만, 많은 수의 논의들이 법전원을 통한 법학교육과 연구의 발전이라는 본질적인 주제와는 무관하거나 동떨어진 것들이었음을 보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법시험과 법전원을 비교하는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논쟁들이었다2). 이처럼 비본질적인 문제들이 법전원과 관련된 논의를 주도하다 보니 법전원에 관하여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문제들은 방치되어 왔고 그만큼 법전원의 발전은 지체되고 있다고 할만하다3). 때문에 법전원의 발전과 관련한 이후의 논의들은 이러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사회전체적인 시각에서의 검토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논의의 방향도 이러한 고민을 전제하고자 한다. 논의 구조 자체는 별수 없이 당사자로서의 지방 로스쿨의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지방 로스쿨의 지난 10년간에 대한 자체반성과 개선방안 모색이라는 이 주제는 적어도 지방 로스쿨의 자체적 발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논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집단적 이익을 강변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혀둔다.
Ⅱ. 지방 로스쿨의 현황에 관한 분석
지방 로스쿨들은 인가결정단계에서부터 우려의 대상으로 언급되어 왔었다4). 인가기준에 충분히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이라는 논리에 밀려나서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일부 서울지역의 비인가대학들의 불만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법조계 인사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법학교육을 같이 담당해 왔던 비인가대학들조차도 이미 지방 로스쿨들의 교육능력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의 변호사시험합격률 공개내용으로 인해 2018년 현재, 이러한 불신은 확신이 된 듯한 상황이다.
위 표에서 단적으로 수도권과 지방 로스쿨의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만 살펴본다면, 7위를 차지한 영남대학교(59.79%)를 제외하고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외 지방대학 로스쿨 합격률은 전체 평균(49.35%)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는 로스쿨과 지방에 있는 로스쿨 간의 합격률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으로 공식수치화된 현재의 충격은 너무나 크다. 더군다나 서울 상위권 로스쿨과 지방 하위권 로스쿨의 합격률 격차는 해가 갈수록 크게 벌어져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선 합격률이 가장 낮았던 동아대도 73.6%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었다6). 그러나 7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10개 지방로스쿨이 합격률 50%를 넘지 못했고, 이는 졸업생 중 절반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점국립대로서 각 지방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해온 각 지방국립대 로스쿨들도 합격률 40%대에 머물렀고, 원광대・전북대・제주대는 20%대의 합격률에 그쳐서 최하위권의 오명을 쓰게 되었다. 전체 평균 87.1%에 달했던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해마다 낮아져 올해는 49.35%를 기록했는데, 이는 가장 직접적으로는 법무부가 1회 변호사시험 합격 정원을 ‘입학 정원 대비 75%(1500명)’로 정한 뒤 변호사시험 합격 정원이 매년 1500∼1600명 선으로 고정돼 있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고, 따라서 시험에 떨어져 재응시하는 학생 수가 매년 누적됨으로써 전체적으로 합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법무부와 대한변협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한 정보 공개 소송 결정에서, 법원은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별로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기여할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서열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며 정보공개 청구를 인용하는 이유를 판시하였다8). 이 판결에 따른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의 영향에 대해 우려했던 입장들의 주된 논지는 “합격률 공개가 로스쿨 설립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 ---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들이 경쟁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법조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로스쿨이 ’변시 학원’으로 변질된다. 또 로스쿨들이 합격률 관리를 위해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졸업시험 등을 통해 유급시켜 변시를 못 보게 하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9).
2015년, 변호사시험 성적을 합격자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심판대상이었던 헌법재판소 결정10)에서, 재판부의 견해는 법정의견인 위헌의견과 합헌의견으로 나뉜 바 있었다. 이 사건에서 위헌의견은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가 법학전문대학원 간의 과다경쟁 및 서열화를 방지하고,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로 인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서 오히려 대학의 서열에 따라 합격자를 평가하게 되어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된다는 점, 변호사 채용에 있어서 학교성적이 가장 비중 있는 요소가 되어 다수의 학생들이 학점 취득이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하기 때문에 학교별 특성화 교육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학교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교육과정을 가진 학교가 아니라 기존 대학 서열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게 되며, 법학전문대학원도 학생들이 어떤 과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지 등을 알 수 없게 되어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들어 시험성적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법학교육의 정상화나 교육 등을 통한 우수 인재 배출, 대학원 간의 과다경쟁 및 서열화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법학전문대학원 내의 충실하고 다양한 교과과정 및 엄정한 학사관리 등과 같이 알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수단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11).
결국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찬성12)했건 반대13)했던 간에 양쪽 모두의 입장이 공통적으로 주목했던 건 로스쿨의 ‘교육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교육과정의 우수성, 교육과정의 충실한 이행, 교육과정의 엄정한 관리 등. 법교육의 정상화라는 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로스쿨이라는 제도도입의 시작에서부터 우리가 선택했던 로스쿨의 교육과정과 교육능력은 전문적인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한 깊은 의심과 불신의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소위 ‘지방 로스쿨’의 경우에는 그 불신의 정도가 어떠했겠는가? 2018년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 50%대에 이르지 못한 우리 지방 로스쿨들은 반성하고 고민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에서만이라도!! 그런데 현재 실정에서 지방로스쿨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살리는 교육내용과 교과과정을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변경하고 이행해 갈 수 있는가? 현재의 지방 로스쿨들이 답할 수 있다면 그건 ‘We can’t, Now!’일 것이다. 이 답에는 지방 로스쿨의 능력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전제되어 있으며 이 문제상황은 결국엔 교수도 학생도 방법을 찾을 수 없거나 뒤처지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가? 먼저 법전원법상 로스쿨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권한을 가진 교육부는 그 평가과정을 통해 로스쿨의 교육형태와 내용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만들고 고착화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교육부의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현실적으로 로스쿨의 교육현장은 그렇기 때문이다. 결국 각 법전원 간에 교육형태나 교육내용이 대동소이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시험이 로스쿨의 교육과 연구를 지배하는 상황이 되어 있음은 현재의 로스쿨들의 우울한 현황이라고 하겠다14). 더불어 대한변협 등의 소위 실무 법조인들의 무작정적인 비판이 요인이 되곤 하는 교과과정이나 교육내용의 개편안은 실제 교육현장에 대한 상황적 인식이 없는 내용으로 등장해 왔음은 물론이고, 일선 교육현장과 괴리된 그들의 주장내용들은 로스쿨들로 하여금 평가를 의식한 일방적 수용을 강요받게 하는 흐름이 되어 왔다15). 때문에 이런 교육상황 속에서는 지방 로스쿨 뿐 아니라 모든 로스쿨이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16)를 망각한 채 변호사시험준비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을 제도의 목적이라 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교육을 담당하는 자들에 대한 깊은 불신에 더해진 ‘양성을 위한 교육’에 대한 재량없음을 감당하고 따라가야 하는 로스쿨 교육자들의 현재는 로스쿨 제도 그 자체보다도 암울하기 그지없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고, 교육의 자주성이나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이는 대학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은 주지의 내용이다. 즉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교육의 자주성・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17). 그러나 현재의 로스쿨들은 최소한 교육의 자주성에 관해서 조차도 외부세력의 직접적・간접적 간섭을 배제하지 못하고 교육외적인 요인들에 의해 조정되고 관리되는 전혀 자주적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의한 법학교육 및 법률가양성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학생선발과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로스쿨 도입 당시까지 기존의 법조인력의 배출 구조는 서울소재 명문대학이 90%에 육박하는 독식현상을 보였지만, 그 내용을 여러 기준별로 다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사법시험 합격자의 출신 고등학교 지역별 분석에서는 서울소재 고등학교 출신자의 비율이 30%대에 그쳤다는 통계가 있었다18). 로스쿨 인가단계에서 지역적 안배를 주장했던 논거 중의 하나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각 지역에 그 지방을 대표하는 지방 로스쿨을 설치한다면 각 지역의 우수인재가 서울 및 수도권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줄이고 지역인재로 담아낼 수 있게 되어 지역의 발전역량 증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19).
이처럼 당초 교육대상으로서의 지역인재에 대한 계속적 교육기관의 역할론을 설치인가의 필요성으로 주장했던 지방 로스쿨들의 존재당위성 주장에 대한 10년 후의 평가를 위해 검토가 필요하다. 단적으로 2015학년부터 지방 로스쿨에 대해 적용되었다.20)
2014. 1. 28. 정부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인재의 육성 및 지역 정주를 유도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에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 육성법)」을 제정했고, 이어 구체적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같은 해 7. 24. 제정되어 같은 달 29일부터 시행되었다. 동법 제15조는 ‘대학의 입학기회 확대’라는 제하(題下)의 규정인데 제3항에서 ‘③ 지방대학의 장은 지역의 우수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중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졸업예정자를 포함한다)의 수가 학생 모집 전체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권고규정이다21). 그리고 제4항에서 해당 지역의 범위, 비율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동법 시행령에 구체적인 규정을 두도록 하였다. 동법 시행령상의 별표 규정에 의하면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로스쿨은 해당지역 대학출신을 각 20%, 강원권과 제주권 로스쿨은 각 10%를 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당연하게도(?) 지방 로스쿨들은 지역인재의 기회확대를 위한 국가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2015년부터 입학전형에 그대로 반영하여 시행해 왔다. 당해 입법규정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지방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저하 등을 우려하여 반발한다는 왜곡된 폄하적 보도로 인해 그 수용 여부와 초래될 결과에 대한 신중하고 진지한 검토는 전개되지도 못한채 시행되어 온 것이다22). 왜 문제이며,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지역인재’의 정의와 관련한 문제제기다. 약칭 지방대 육성법 제2조 제2호는 “지역균형인재”(이하 “지역인재”라 한다)란 지방대학의 학생 또는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논의에서 그 지역에 정착시켜서 활동하게 할 지역우수인재는 최소한 각 지역고교출신의 우수인재였고 이들의 유출을 방지하자는 것이었음23)을 상기할 때, 지방대 육성법상의 지역균형인재의 정의와 이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법내용대로의 로스쿨에의 적용은 실질적인 지역균형 또는 국가균형 달성을 위한 지역인재 유치 논의의 본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때문에 로스쿨 인가단계에서 전문대학원의 일정비율 이상을 비수도권지역에 배치하여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자고 했던 논의24)와 지방 로스쿨에 그 지역의 지방대학 출신을 일정비율로 입학하도록 정원을 강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맥락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구민을 의식한 일부 정치인들의 왜곡되었거나 의도성이 짙은 통계치가 아니라, ‘지역인재’ 육성이라는 본래의 논의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자료가 정리되어야만 한다. 전국 로스쿨 총정원 2000명(매해) 중 지방 로스쿨에 입학해서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의 출신고교를 기준으로 재집계해 보아야 하며, 설사 여전히 서울・수도권 지역 고교생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결과가 나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대학입학구조와 수도권 인구집중 현실과 관련된 실제 현상적 수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한편, 지방대가 살아야 그 지역이 발전한다는 단순논리는 적어도 ‘전문대학원’제도에의 강제적 시행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소위 ‘school’이라는 전문대학원 제도는 미국에서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된 분야는 법, 경영, 의학, 사회복지, 공공정책 등이다. 이렇게 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분야들의 공통점은 해당 분야가 학부 수준의 일반교양이나 전공지식 보다는 심화된 교육이 필요하고, 해당현장에서 OJT25) 방식으로 배우기 전에 해당 분야와 관련된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전부터 이미 고등교육법에 의해 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고등교육법 제29조의 2에서 전문대학원의 교육목적을 “전문직업분야 인력의 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로 명시하고 있다. 즉 대학에서의 학부교육보다 상대적으로 특정된 주된 교육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전문대학원의 교육목표는, 일차적으로 전문직업분야에서 고도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전문인으로 보다 새롭고 통합적인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세계화・정보화 관련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인이 되기 위한 자질과 능력이 전문대학원 입학선발의 기준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국 로스쿨 25개, 한해 입학생 총2,000명의 제한적 선발입학만을 허용하는 우리 로스쿨 시스템에서, 충청권(충남대, 충북대), 호남권(전남대, 전북대), 대구・경북권(경북대, 영남대), 부산・울산・경남권(동아대, 부산대) 로스쿨은 해당지역 대학출신을 각 20%, 강원권(강원대), 제주권(제주대) 로스쿨은 각 10% 비율로 선출하도록 한 것은, 지방 로스쿨 11개 대학 총정원 900명 중 172명을 지방대학 출신자로 선발할 것을 강제한 것이다. 결국 지방 로스쿨 총정원의 약 19.11%의 입학정원을 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26)이 아닌 지역소재 대학 출신 여부만을 기준으로 할 것을 법률로 강제하여 지방 로스쿨의 학생선발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스쿨 입학생 중 지방대학 출신 학생의 비율은 서울 및 수도권 소재의 대학수와 총 학생수를 감안한 평가여야 한다. 로스쿨 입학을 지원할 수 있는 총 학생수의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출신대학의 지역적 분포만으로 분석하는 숫자의 착시가 정책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 수의 불균형한 치우침을 감안하지 않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러한 정책은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대학 출신에 대한 입학기회 보장 정책이 진입장벽인 비지방대학 출신의 지원자들-그들이 비록 지역인재로서 지원지역의 고교출신임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역차별 주장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 정책은 교육부의 시각과는 달리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의 확대와는 다른 층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의 불균형을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를 통해 지방분산과 분권을 이루어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국가정책의 목적적 정당성을 부인하거나 문제삼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당한 목적일지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하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지나치게 일면적인 고려에 기인한 관료중심의 정책형성 및 강제적 집행이나 정치적인 의도가 배경이 된 ‘한건’성 정책은 적어도 교육현장에 등장해서는 안된다27). 그리고 전문대학원에 관한 교육정책은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의 특성과 전문성을 반영해야만 그 적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Ⅲ. 맺는 말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 학생의 전형도 자율의 범위에 속해야 하고 따라서 입학시험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내용28)은 교육정책 입안과 시행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특정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전문대학원의 교육의 자율성은 그 특성도 존중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전문대학원의 교육의 자율성은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입시의 자율성이 관건이다. 따라서 지방로스쿨을 포함한 전문대학원으로서의 로스쿨제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 두가지가 로스쿨을 도입했던 그 당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체화되고 실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먼저 로스쿨 교육과정이 법학전문대학원 다운 모습으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의 로스쿨의 실제모습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변호사시험을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시행하는가는 학생들의 교과목선택 등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3년간의 행동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29). 실제로 현행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의 면에서 본다면 절대적이다. 때문에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그 시험내용도 변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을 갖추었는가를 검정하는 것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현행 변호사시험제도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현장을 시험준비기관화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변시과목 일변도의 학습편향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30)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학생들이 변시과목을 공부하는 방법조차도 피상적 지식들에 대한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거나 관련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암기하는 식의 학습을 하고 있는 현실도 큰 문제이다. 결국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자수의 제한적 선발은 로스쿨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면서 사법시험체제 하에서의 고시낭인의 발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고31),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배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로스쿨의 교육현장을 입시기관으로 변질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 과제라고 할 것이다. 또한 3년 과정의 교육제도 하에서 성실하게 진행해가야 하는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의 부담범위, 특히 실무교육의 교육범위를 교육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가르치는 실무교육은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제대로 다루는 것으로 두고, 로스쿨 졸업생들을 선발하는 각 실무기관들이 OJT 교육을 담당하는 구조로 개선해 가야 한다.
다음으로 로스쿨에 관한 업무와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분산되어 있는 것도 로스쿨 관련 정책의 목적점을 혼란스럽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로스쿨의 입학관련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관리는 교육부가,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대한변협이, 변호사시험을 주관하고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때문에 각 업무와 정책의 견련적 상호관계가 유기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그 구체적 정책과 결정들이 각각의 속내 속에서 로스쿨의 특성과 전문성을 획일화하거나 경시하는 내용들로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혼란을 가져오는 부분이 로스쿨 입시와 관련된 부분이다. 첫째, 공정한 입시와 심화교육 수행능력에 대한 상세하고 다면적인 평가절차의 제도화는 일정 부분 배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로스쿨 입시에 있어서의 공정성 확보는 일반 대학입시의 경우와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무작정적인 블라인드 테스트의 강제만으로는 제한된 정원선발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지원자의 적격성에 대한 변별력 없는 깜깜이 선발의 결과 혹은 우연성 합격을 초래하는 상황이 적지않게 나타남으로써 오히려 결과의 불공정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 지역인재 우선배려라는 교육부의 강행적 정책이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 협치를 이우려면, 지역인재의 정의가 재고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정원비율이 더 큰 서울수도권 소재의 법학전문대학원을 적용에서 제외하고 지방로스쿨에만 적용을 강제하는 것의 정책적 적실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