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은 고정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는 표현의 한계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왔다. 그리고 그 보호영역의 경계를 이루는 것은 다수에게 수용되지 않는 소수의 주장이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조롱하는 발언이거나, 정서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표현이다. 기존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정치적 언설이 마주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하나의 경계라면, 그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금기를 도발하는 표현은 그 다른 경계를 대면한다고 할 수 있다. 풍자 표현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희화화하는 방식을 통해 일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두 경계를 동시에 건드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풍자 표현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는 현재 그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을 확정하는 작업을 규범 자체에서 연역하는 접근법을 통해 추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규범 자체에서 연역되는 것으로 의미가 온전히 완성되지 않고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여야 하는 표현의 자유의 속성상 풍자 표현의 한계 역시 규범과 사실을 모두 고려하여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민주주의의 심화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양상 이외에도 각 공동체사회의 국제화 및 다문화 다종교화 경향에 따라 종교의 자유 등 타인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의문시되는 풍자(캐리커처 등을 포함)의 헌법적 보호 여부에 대한 문제가 세계 각국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최근 십여년간 매우 뜨겁게 사회적 논쟁거리로 다루어지고 있는 유럽에서는 예전에는 공인 또는 정치인에 대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근자에는 특히 샤를리 앱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문화와 관련된 쟁점으로도 많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와 같은 종교·문화 관련 사례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잠재된 형태로 존재한다고 보이고, 근자에는 역시 현직,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공인 또는 정치인에 대한 풍자 및 캐리커처에 대한 사건들이 명시적 형태로서1)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행연구를 고찰해보면, 문재완의 연구에서는 정치 패러디가 기존의 법률 질서와 어떻게 충돌하는가를 살펴본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풍자의 유형화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2) 김태수는 정치풍자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 보장 사이의 관계를 다루며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연구하였다.3) 김경호는 선거 과정 중에서 사회적 논란이 된 온라인 정치 패러디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미국 및 한국의 판례에 대하여 서술하였다.4)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존의 여러 규범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풍자와 캐리커처가 헌법상 문제되는 양상 및 그것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근거 및 그 범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룬 연구결과, 특히 국내연구결과는 적은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타인의 ‘종교적 감정’의 침해 여부가 논해지는 사례와 같이, 풍자를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가 일견 제3자의 종교적 기본권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형에 대해서 다룬 바는 매우 드물다고 보인다. 이 글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미국의 사례 이외에, 풍자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규범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 특히 독일의 공법학 및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우리 헌법해석 및 실무에서의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풍자’의 개념 징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면 풍자는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5)의 의견표명의 자유뿐만 아니라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에 따른 출판, 방송, 영화의 자유에 의거해 보호될 수 있다. 또한 풍자가 기본법 제5조 제3항의 예술의 자유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6) 즉, 풍자는 기본권 목록 중 어떤 기본권 하나에 단순히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헌법적 분석과 의미 검토에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법적인 분석에 앞서 풍자의 사회적 기능과 기본구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문학, 특히 예술(문예) 연구에서의 풍자 개념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독일에서 인문학 특히 문예(文藝, Literatur) 연구에서 풍자 개념이 설명될 때에는 “풍자적 방식”에 해당하느냐가 핵심이다.7) 이 때 풍자적 방식이란 하나의 특정한 예술 형태(예컨대 문학 등)로만 제한되지 않으며 여러 다양한 예술 표현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이 가능한 일종의 “경향”을 가리킨다.8) 예를 들어, 풍자만화(캐리커처)는 풍자가 그림을 통해 표현되는 형식으로 이해된다.9) 풍자만화가는 도발적인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풍자만화를 보고 있는 독자에게 어떠한 생각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10) 풍자는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인정된 바는, 풍자가 “익살의 특수 형태이며, 모든 사회비판적인 문예를 포괄할 수도 있는 것”로 이해된다.11) 풍자에 대한 일의적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우나, 풍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풍자의 전형적 특성으로 특히 풍자만화 대상의 묘사 방식에 있어 보는 사람에게 대상의 흠을 강조하고 이것을 통해 주의를 끌려고 하는 도발적인 성격이 꼽힌다.12) ‘웃음’이 그 요소인지 여부에 관해 검토해보면, 분명 어떤 풍자들에서 의도된 유머는 ‘독자를 웃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문예학연구의 성과에 따르면 이러한 웃음은 풍자의 필수적인 기준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13) 풍자적인 공격은 당국과 기관, 사회적 병폐 등을 비롯해 한 사회의 다양한 표적집단에 향한다.14) 풍자 작품의 비판은 특정한 개인 그 자체에 향한 것은 아니며, 풍자에서 지칭된 하나의 인물은 어떠한 행위 방식이나 사고 방식을 대표한다.15) 도발의 대상은 “논픽션의” 그리고 “현실에 상응하는 대상”으로 묘사되며 그의 현실과의 연관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16)
도발적인 면 이외에는 풍자의 본질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는 ‘어떤 통념적 지향’, 또는 ‘어떤 현실적인 현상’에 대한 조롱이라고 할 수 있다.17) 여기서 풍자의 대상이 되는 규범은 기존의 근본적인 사회적인 통념을 언급할 수도 있으나, 기존의 통념에 대한 거절을 뜻하면서도 그 통념이란 정확히 정의하기가 불가능한 어떤 관념을 가리킬 수도 있다.18) 풍자를 하는 주체는 그렇게 함으로써 풍자를 통해 독자에게 “외양과 실재”의 차이점을 보여주려고 한다.19) 그러나 이 비판은 대중에게 직선적인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고 간접적인 ‘제3의’ 요소를 매개로 한다.20) 다시 말해, 풍자적인 작품들은 직선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왜곡과 비유, 치환 등과 같은 문체상의 기교적 장치를 사용한다.21) 예를 들어, 한 풍자적인 작품에서 나타낸 왜곡은 평범함을 과장하고 중대사를 하찮아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이루어진다.22) 종종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일상적인 것을 사용함으로써 독자를 혼란시키며 완전히 다른 관점과 대면시키고자 하기도 한다.23) 또한 대조 및 비유의 활용을 통해 독자에게 뚜렷한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실제의 핵심적인 주장을 밝히고자 시도한다.24) 아울러 고전적인 표현수단인 아이러니(반어법)가 사용되어 실제 상황을 그의 반대론에 비추어 폭로하려하기도 한다.25)
풍자의 특수 표현수단으로 정의되는 풍자만화는 현실을 일부러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기술을 통해서 현실을 비틀린 방식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26) 결국 풍자적인 콘텐츠는 이를 통해 어떤 ‘충격’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도록 의도된다.27) 풍자에서 원래 의도된 비판적 주장은 풍자만화에서 “기호화된”(code화된) 것이 해석될 때 비로소 밝혀진다.28) 한편, 하나의 풍자만화가 갖고 있는 해석의 다양한 가능성들 중에 풍자만화가가 원래 의도하던 주장이 독자로부터 이해되지 못할 위험부담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내재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풍자의 개념을 정의할 때 이전의 독일제국대법원(Reichsgericht)에서 이미 내려진 설시들을 토대로 삼는다.29) 이에 따라 풍자의 특색은 근본적으로 “과장, 낯설게 하기, 그리고 왜곡(Übertreibung, Verfremdung und Verzerrung)”이며, 이는 현대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풍자적 외양(satirischer Gewand)”이라고 지칭된다.30) 이것은 예술연구(문예학)의 영역에서는 “간접성(Indirektheit)”이라고 지칭된다. 문예학 연구들의 의견과는 달리 연방헌법재판소는 유머(Komik)와 비웃음(Verlachen)을 풍자의 일반적인 특색으로 여기고 있다.31) 그리고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따르면 풍자는 도발적인 성격을 지닌다.32) 또 어떤 그림이 낯설게 하고, 왜곡되고, 현실과 일치하지 않은 그림으로 표시된다면 그것은 ‘풍자’의 표현수단 중 하나인 “풍자만화(캐리커처)”로 여겨진다.33) 위의 옛 독일제국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풍자가 도발과 통념의 언급, 간접성뿐 아니라 “인식 가능한 왜곡(Entstellung zur Kenntlichkeit)”을 갖고 있으며, 작품이 ‘풍자’로서 “인식될 가능성(Erkennbarkeit)”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34) 위 독일제국대법원의 판결과 비교할 때, 현대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작품의 기저를 이루고 있어야 하는 계몽적인 의도를 추가적으로 강조한다. 따라서 풍자가 표현 방식의 전형적 심미적인 스타일을 통해서 한 사회에서의 모순을 밝히고자 시도한다고 본다.35) 그러므로 풍자와 풍자만화를 이해하기를 위해서는 일단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풍자작품 그 자체에서도 어떤 이슈에 대한 것인지는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존 설시들을 종합할 때 그 헌법적 분석의 대상으로서 풍자와 풍자만화(캐리커처)는 과장, 낯설게 하기, 그리고 왜곡이라는 풍자적 외양을 가진 것으로서, 유머와 비웃음을 일반적 특색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통념의 모순에 대해 밝히고자 하는 계몽적인 의도를 기저에 보유하므로 도발적인 성격이 있으며, 이러한 의도는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일종의 심미적인 스타일을 표현 방식으로 한다.
이것을 더욱 압축한다면, 풍자와 풍자만화는 ① (인식 가능한) 간접성 ② 통념에 대한 (계몽적 의도를 가진) 조롱, 그리고 ③현실의 심미적 묘사라는 세 가지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Ⅲ. ‘풍자’ 관련 기본권
풍자는 출판의 자유(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와 의견표명의 자유(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36)라는 두 가지 기본권에 일응 관련된다. 또한 풍자는 예술에 해당할 수도 있다(기본법 제5조 제3항). 풍자가 기본권이라는 규범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이러한 기본권들의 내용과 풍자에 대한 적용을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풍자가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상의 출판의 자유를 통해서 보호될 수 있는지, 보호된다면 어느 정도로 보호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출판의 자유의 보호 범위를 살펴본다.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상 출판의 자유는 기본법 같은 조에서 언급된 방송 및 영화의 자유를 비롯한 대중전달의 매체 중 하나를 가리킨다.37) 출판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전파 가능한 모든 인쇄물 혹은 다른 복사물 또는 그림”으로 이해된다.38) 출판의 자유의 보호 범위는 “한 언론매체의 모든 내용을”, 그리고 이와 같이 “모든 면에서의 언론활동을” 포괄한다.39) 여기서 언론의 기능성에 필요한 모든 기술적, 경제적, 또는 조직적인 조건들이 포괄된다.40) 따라서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상 출판의 자유는 정보획득부터 뉴스와 주장의 전파 및 출판까지 비롯한 모든 필수적인 활동과 행위를 허용한다.41) 출판물의 내용은 다양한 관심분야들이 포괄하며, 이에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에 따른 모든 의견표시들이 보호된다.42)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자연인들에게 이 기본권이 주어져 있다. 이에 편집자, 출판인, 출판사, 출판사 직원, 서적상(商), 그리고 통신사들이 포함된다.43)
풍자 작품들은 잡지, 신문기사, 책 등에서 복사과정을 걸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44) 따라서 풍자 작품들은 기본법적으로 보호되는 출판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 이는 특히 복사물로써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하나의 핵심 의견을 표현하기 때문이다.45) 이에 따르면 풍자와 풍자만화의 법적 분류는 출판의 자유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는 언론매체에서 나오는 풍자작품의 기본권적인 보호도 기본적으로 의견표명의 자유, 즉 독일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으로부터 보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시장선거사건’참조).46)
의사소통의 하나의 권리로서 출판의 자유의 목적은 단지 의견과 뉴스를 전파하는데 있지 않고, 그 외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를 위해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의견의 다양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중의 의사소통의 과정을 유지하는데 있다.47) 특정한 언론매체에서 표현하는 하나의 특정한 내용은 일반적으로는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에 의해 의견표명의 자유로 포섭되고 있는데, 이에 반하여 출판의 자유는 자유롭고 지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48) 다음과 같은 경우에 출판의 보호 범위에 대해 간섭이 일어난다.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기 활동에서 제한될 때, 아니면 한 언론매체의 출판이 허용되지 않을 때, 또는 자유롭고 작동되는 언론계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을 때이다.49) 따라서 의견표명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의 공통영역은 대중매체를 사용하는 메시지 표현이다.50) 풍자와 풍자만화는 한편으로는 독일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의미에서 하나의 의견을 표현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의견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서 대중전달의 매체를 사용한다. 풍자의 법적 분류에 있어서 이 두 개의 기본권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풍자 잡지나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풍자작가(풍자만화가 등)에게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서 전파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그를 대중적인 의견의 교환에서 배제함을 뜻한다고 인식한다. 이 때 풍자작가는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상 의견표명의 자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편, 대중적인 의사소통을 실천하기에 필요한 조건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의 출판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으로 연방헌법재판소는 취급한다(“Bayer 주주사건”).51) 하나의 의사표현인 풍자작품이 대중적인 의견의 교환에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제한된 경우에 출판의 자유의 보호 범위인지 평가될 필요가 직접적으로 생기는 것이다.52) 이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는 풍자 및 풍자만화는 의견을 표현하거나 대중매체를 통해서 전파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또는 의심받고 있는 풍자나 풍자만화를 법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상 의견표명의 자유를 판결의 토대로 하고 있다(“Titanic 잡지” 사건).53)
의견은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에 포섭되는 것으로서 “가치판단”으로 여겨진다.54) 가치판단은 어떤 사실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이해된다.55) 하나의 의견표명은 “입장”과 “지적인 논의”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56) 이에 따라 어떤 의견표명의 내용이 무엇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그것이 이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이다. 즉 모든 의견표명은 “합리적이든 아니면 감정적이든, 이유 없든, 유용하든, 해롭든” 상관없이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보호범위에 일단 속한다.57) 또한, 풍자와 풍자만화 작품들은 한 사회의 실제적인 결점 혹은 잘못을 가리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하나의 의견을 전달하기 때문에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보호범위에 속하기도 한다.58) 현실을 왜곡된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되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도발’하는 풍자도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보호에 포괄된다.59) 정리하자면, 풍자와 풍자만화(캐리커처)는 기본법적으로 정해진 의견표명의 자유를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에 따라 받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풍자가 예술에 해당하는지가 또한 문제가 된다. 이 논의의 실익은, 독일 기본법의 명문적 구조에 비추어, 연방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예술의 자유는 법률유보 없이 보장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60), 어떠한 풍자가 ‘예술’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일반적인 ‘의견표명’보다도 더 강한 헌법적 보장을 받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예술의 자유도 기본법에 의하여 인정된 개인의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속성으로 인하여, 특히 그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과 충돌될 때 그 둘 사이는 형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방헌법재판소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예술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61) 여하튼 연방헌법재판소는 일단 예술의 자유가 법률유보 없이 보장된다는 점으로부터, 예술의 자유의 한계는 “단지 헌법 스스로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원칙을 결론으로서 끌어내었다. 즉,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다른 법익(예컨대, 기본법 제1조 및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인격권의 보호62))과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충돌은 헌법상의 가치질서에 근거하여 근본적인 가치체계의 통일성을 고려하여 헌법해석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한다.63) 이 점에 대해서는 ‘Ⅳ. 3. 제3자의 법익과 갈등관계에 있는 풍자’부분에서 함께 설명하도록 한다.
Ⅳ. 풍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 여부
하나의 풍자작품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평가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풍자의 외양”, 즉 말과 글로 된 “풍자의 포장”과 원래의 핵심 주장을 서로 구별해야 한다.64) 이에 따라 우선 원래의 핵심 주장을 알아볼 수 있게 “외양을 벗겨야 하고(entkleidet)”, 이어서 개개의 풍자만화에서 표현된 의견을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의견표명의 알맞은 해석을 위해 사전적으로 필요한 풍자의 “외양을 벗기는 것” 그 자체도 법적인 검토과정을 걸칠 것이다.65) 이 외양을 벗기는 과정에 대해서 덧붙일 점은 어떤 핵심 주장을 지지하려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야 된다는 것이다.66) 그러나 풍자에서 원래의 핵심 주장은 때때로 여러 가지의 해석이 가능할 때가 드물지 않다는 것도 유의해야만 한다. 그 해석의 기준과 관련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어떤 한 독자의 주관적인 입장을 중요시 하기는 어렵고, 그보다 작품이 풍자에 익숙한 독자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한다.67)
풍자에서의 화제와의 관련성도 또한 중요하다. 풍자의 공격은 늘 시사 혹은 역사적인 사항을 배경으로 하여 이를 토대로 풍자행위자의 의견표명이 드러난다.68) 이로써 독자는 풍자가 핵심 주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사 혹은 역사적인 맥락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가정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래의 암시가 오해되거나 알아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69) 풍자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은 공격의 대상과 최근의 상황으로의 소위 “역방향 번역“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70)
이하에서는 풍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 여부에 대하여 독일에서의 축적된 법리 및 사례들 중 이미 법리적 해결이 안착화된 공인과 정치인에 관한 사례보다는 최근 십여년사이 더 많이 문제되고 있는 종교·문화 관련 풍자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결국 기본권충돌시 ‘실체적 조화’원칙에 따라 형량하게 되며 전자의 경우 그 형량의 구조는71) 후자보다 더 단순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문제인 후자만 살펴보아도 풍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 구조의 법리적 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제와의 관련성과 관련하여 볼 때, 종교 문제에 관련해서는 다음의 지방법원들(Gerichte der Länder) 판례들이 특히 유명하다. 이들은 비록 연방헌법재판소의 예는 아니지만, 화제와의 관련성과 관련하여 분명하고도 유의미한 예를 보여주고 있어 예시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989년에 화제와의 관련성과 관련하여, 보훔 지방법원은 이른바“교권개입 반대기간(Antiklerikale Wochen)”이라는 행사와 관련하여 팸플릿을 통해 퍼진 한 풍자작품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맡게 되었다. 풍자만화에는 오른손을 쳐들고 있는 가톨릭 신부가 그려져 있다. 손에는 하나님을 상징하는 장발의 인형을 들고 있다. 또, 목에 “1933년 정교협약(Konkordat 1933)”이 적힌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고, 왼손에 “166조”란 제목을 가진 책을 들고 있었다.72) 이러한 풍자만화가 종교에 향한 욕설 혹은 모욕이라는 주장에 근거해 보훔 지방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동 법원의 해석에 의하면 풍자만화의 원래 표명은 교회가 하나님을 섬기는 것보다는 하나님을 자신만의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인형의 상징을 봐도 확인된다고 했다. 나아가 역사적인 맥락에서 해석함으로써 법원은 앞의 비판이 가톨릭교회가 나치 정권과 맺은 1933년 협약을 토대로 한다는 뜻을 인식했다. 이 맥락에서 교회가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의 목적을 지키고 그러기를 위해서 협약을 통해 폭압적 정권을 내부적으로 또는 외교적으로 안정시켜 강화시켰음을 비판된 것이었다.73) 해당 사례에서는 이러한 표명된 주장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아울러 이 사례에서는 “외양을 벗기는 것”을 통해 원래 주장 내용이 정확하게 해석될 수 있었다. 이 표명은 또한 진지한 논의에 대한 지적인 접근을 표출하기 때문에(의견표명) 풍자만화가 전반적으로 가톨릭교회에 향한 욕설이나 모욕으로 분류되지 않게 된다. “외양”에 대한 법적인 한계점에 관해서는 이는 독일에서의 사회윤리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로 인해 변하기도 하고 이에 따라 허용량의 한계점도 확대되었다고 하였다.74)
그로스츠 사건은 1920년대 후반 예술가 Georg Grosz가 신성모독으로 인한 모욕으로 고소된 사건이다. 그 계기는 “닥치고 계속 섬겨라!(Maul halten und weiter dienen!)”라는 제목 하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방독면과 군화를 신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 그림이었다.75) 그렇지만 이제는 그 그림이 반대 의견 없이 미술 전시회 등에서도 볼 수 있다.76) 예술가에 따르면, 그는 그림을 통해서 전쟁을 도발하는 신부와, 이웃 간의 사랑이란 기독교 교리를 둘의 모순을 밝히고자 했다.77) 풍자만화를 통해 그가 결국 표명하려고 했다는 바는, 방독면과 군화가 예수에 어울리지 않듯이 신부와 교회를 대표하는 전쟁도발자들이 기독교 교리와 아무 관계없다는 것이다.78) 대부분의 사례에서 풍자와 풍자만화를 보호하는 해석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나, 그 의견표명의 자유의 보장이 무제한으로 부여되고 있지는 않다. 정당화되지 않는 표명으로 인해, 다른 기본법적으로 보호된 권리를 침해할 경우에는 풍자와 풍자만화의 자유의 범위를 넘는 것이다.
아래의 제3자의 법익과 풍자 표현 사이의 갈등관계 검토에 관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미 독일에서는 그 법리적 해결이 안착화된 공인과 정치인에 관한 사례보다 최근 십여년사이 더 많이 문제되고 있는 종교․문화 관련 풍자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제3자의 법익을 고려할 경우, 풍자의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는 표현의 자유의 그러한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풍자적인 의견표명에 대한 금지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많은 비판이 신앙공동체와 신도에게 법적으로 부당한 것인가, 그리고 신앙공동체와 신도들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감수, 용인해야만 하는가하는 문제 역시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둘 사이를 형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기본법 제5조 제1항에서 보장된 언론출판(이하 이 글에서는 동법 동조 동항 제1문의 의견표명의 자유와 제2문의 출판 방송 등의 자유를 포괄하여 칭할 경우 이와 같이 일컫기로 한다)의 자유는 기본법 제5조 제2항에 의한 법률유보에 의해 제한된다.79) 이러한 종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오직 그를 위한 법률적 토대가 주어져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80) 이는 일반법의 규정 안에서 가능하며, 예를 들어 청소년과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존재한다.81)
나아가 언론출판의 자유는 제3자의 권리가 저촉될 때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는 제3자의 기본권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지위를 누리는 법익 역시 포함되며, 이는 법률적으로도 표준화된다.82) 자유로운 의견표명은 동등한 지위로 서로 상충하고 있는 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신앙의 자유와 대립한다. 신앙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로운 의견표명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존중받고 있다.83) 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신앙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은 어떤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을 자유와 더불어 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를 전개해나갈 자유 아니면 신성을 근거로 해당 종교의 관례를 이행하지 않을 자유까지 포함한다.84) 마찬가지로 어떤 종교를 외면하거나 받아들일 권리 또는 한 종교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에 대해 비판할 권리 역시 보호된다.85) 신앙의 자유의 경계는 법률유보에 근거하는데, 실제로는 그것과 충돌하는 헌법적 권리가 있을 때 그 경계가 존재하게 된다.86) 다시 말하자면 문제상황은 한편으로 풍자가 및 풍자만화(캐리커처) 작화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그들의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작업물에 대한 근거로 삼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신앙 공동체 및 신도는 신앙의 자유를 근거로 풍자만화를 통해 그들의 종교적 감정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낄 뿐 아니라, 심지어 종교자체에 대한 모욕(Beleidigung)이자 명예훼손(Diffamierung)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에 있다.
그리하여, 신도의 종교적 감정에 대한 훼손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때 풍자가의 모욕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87) 더 나아가 어떤 경우에 풍자와 풍자만화를 동원한 종교 비판에 대한 조치에 취하게 되는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신앙의 자유가 국가로 하여금 언론과 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어 있는 풍자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개별 신도들은 근원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예를 들어 이슬람의 관점에서는 선지자 모하메드를 묘사하는 작화금지가 지배적이고, 이에 따르면 최소한 모하메드의 형상 데생은 아예 금지되어 있다.88) 다른 한편으로 한 신앙공동체에 소속된 신도들의 경우 크리스천이나 무슬림 모두, 제도로서의 종교에 대한 풍자 출판물들에 의해 고통감을 느낀다.89)
그러나, 과연 이러한 감정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만 마땅한지는 검토해보아야 한다. 우선 독일에서는 이슬람이든 다른 일신교적 종교든 선지자들에 대한 작화금지를 준수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선지자 모하메드에 대한 모사를 출판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독일법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무슬림의 종교적 감정을 손상시킨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 크리스천이든, 무슬림이든, 또는 다른 종교의 신도든 간에 신도들이 자신들의 주관적인 종교적 감정에 관한 문제에서 기본권 제4조에 따른 신앙의 자유를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90) 이러한 것으로서의 ‘주관적 감정’은 신앙의 자유에 의해 다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신앙의 자유의 전통적인 내용으로 인정되는 신도들의 신앙고백이나 그들의 종교적 실천이 (실질적으로) 침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종교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이 몹시 엄격한 비판을 받을 때조차도 그들의 자유로운 실천이 침해당하는 것은 아니다.91)
그리고 신도들의 주관적 감정을 근거로 의견표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의견표명의 자유 그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과정에서 종교에 관련된 비판적 질문들과 씨름하는 것이 위협에 의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92) 나아가 주관적 성격의 종교적 감정에 대한 “합법적” 보호를 완전히 객관화(Objektivivierung)한다는 것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 원칙에 따르면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93) 이 경우 국가가 종교적 내용에 간섭하게 될 지도, 이를테면 이슬람교 교리에서는 대개 작화금지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교적 감정”을 근거로 하여 종교적 자유에 대한 보호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유용하지도 않고, 규범적으로 많은 부수적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게 된다.
나아가 많은 신도들은 그들의 종교적 명예가 실추되고, 자신이 종교추종자로서 공격을 받고 모욕을 당한다고 느낀다. 우선 주장되는 것은, 종교적 소속으로 인한 개별 신도의 모욕감과 상처가, 기본법 제4조에 따른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개별 신도가 모욕감을 느꼈다고 해서 그들의 종교적 실천이 저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기본법 제2조 제1항에 의거한 인격권과 그를 통해 보장되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있다.94) 만약 개인이 어떤 도덕적 집단에 대한 자신의 소속감 때문에 한 공동체 내부에서 더 이상 사회적으로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진술이 인정된다면, 결과적으로 명예실추에 해당한다.9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권리의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풍자 또는 풍자만화의 표현이 구체적인 인물이거나 최소한 개인화될 수 있는 인적범위와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필수적이다.96) 이 표명은 상황과 관련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풍자적 표명의 이해는 결정적으로 컨텍스트에 달려있기 때문에, 많은 의미를 열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표명들은 오직 특정한 경우에서만, 모욕이나 비난(Schmähkritik)으로 분류된다.97)
연방헌법재판소는 아주 소수의 경우에만 의견의 제한을 인정했고 그중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모욕과 비난이라는 판결을 내렸다.98) 따라서 어떤 표명은 신도 개인이 자신의 종교적 소속감 때문에 명백하게 모욕당하는 경우에만 더 이상 보호될 수 없는 가치가 된다. 모욕은 한 개인을 향한 것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인정받는 사회적 기능을 보유한 개인들의 집단에 향한 집단적 모욕과도 관련될 수 있다.
집단적 모욕과 총칭적 명칭 아래 있는 개별인들 각각에 대한 모욕은 구별된다.99) 즉 이러한 판단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서는 비난이 개별자로서의 개인적 명예와 관련된다.100) 물론 이에 덧붙여 개인들의 집단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리하여 그 인명수를 개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역시 요구된다.101) 반면 모욕은 그에 덧붙여 집단의 모든 당사자들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 특징과 관련 있다.102) 대중 속에서 이미 잦아들어 더 이상 각각의 개별자와 연관될 수 없는 의견표명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만약 수행된 발언이 더 이상 논쟁적인 형태와 방식으로 실제적인 논쟁의 발단을 제공하는 이성적인 비판이 아니고, 순수한 비난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모욕으로 인정된다.103) 평가발언은 오직 그 자체로, 비판을 통해 묘사된 대상의 명예훼손을 의도하고 있고 그리하여 어떤 실질적인 논쟁도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만 비난으로 간주된다.104) 상대방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하는 발언은 다양한 관점의 교환을 위한 어떤 토대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체계를 명백히 위협한다.
발언의 본래적 의미에 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해석방식과 관련하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Jyllands-Posten에서의 모하메드 풍자만화에 대한 이슈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곤 하였다. 논쟁이 된 풍자만화에서 모하메드는 폭탄을 얹은 터번을 쓴, 으스스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로 묘사된다.105) 수많은 무슬림에게 이 풍자만화의 내용은 폭력적 종교로서 이슬람을 연상시킨다는 식의 모욕으로 그리고 이를 통해 개별 종교추종자들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자만화작화가인 Kurt Westergaard의 진술은 훨씬 더 실제적인 사건, 2005년 주 파키스탄 덴마크 대사관의 건을 근거로 삼고 있다.107) 그에 따르면 작화가는 급진적인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행해진 폭력행위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표현하려했던 것이지 이슬람자체나 선지자들을 일반화하여 폭력적으로 묘사할 의도는 없었던 것이다. 모하메드 풍자만화에 대한 법적 판단을 위해, 1995년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례(“군인은 살인자다”사건)가 참조될 수 있음이 대체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연방헌법재판소는 “군인은 살인자다”라는 발언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했다.108) 이러한 발언을 법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연방헌법재판소는 해당 발언에서 의도된 바가 정치일반에 관한 의견표명인지 아니면 특정 군대나 독일연방군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인지 구분되어야만 한다고 확정했다.109) 연방헌법재판소의 관점에 따르면 만약 본래적 의미에서 해당 발언이 특정 군대나 독일연방군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전쟁인력 또는 군대조직 그 자체를 의도한 것이었다면, 이러한 종류의 발언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110)
이러한 해석방식 및 여기서 정립된 연방헌법재판소의 까다로운 전제는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해 언론 출판의 자유가 지닌 중대한 가치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해당 판례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제한이 공공연한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111) 각각의 논쟁적인 발언의 제한이 엄격해질 때, 실제로 풍자가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다는 위협을 당할 수 있고, 그 결과로 합법적인 비판 역시 중단될 수 있다는 위험이 인정된 것이다.112) 이는 총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자유로운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다.113)
선지자 모하메드 풍자만화 사건을 위의 연방헌법재판소 결정례와 비교해 평가하자면, 풍자만화의 “외형적 표현방법(Einkleidung)” 역시 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특히 이에 대한 해석이 작품의 의미를 실현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최종적으로 이슬람의 상징을 보여주는 모하메드는 종교의 창시자로서 직접적인 풍자의 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풍자만화의 문제성, 법률가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논의된 지점들은 이슬람의 상징을 폭력 및 테러와 연관시키도록 만든다. 그에 따라 풍자만화는 모하메드를 폭력을 쓸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러한 행위를 수행하는 선지자로 이해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들은 직접적인 결과로 이 풍자만화가 자신들 역시 마찬가지로 폭력을 쓸 준비가 되어 있고 폭력을 쓴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대표적으로 제시된 상징에 의해 무슬림에 대한 집단적 모욕이 관련성을 갖게 되고, 특히 풍자만화가 여기에 전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상이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특히, 아무리 최종적인 자신들의 종교적 목표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슬람 신봉자들의 자살테러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술의 핵심에서 근본주의자들 집단이 겨냥을 받는 상황과 그러한 묘사 속에서 근본주의자들 집단이 아니라 종교의 상징으로서 종교 창시자가 조롱받는 상황은 기호의 법적인 문제성에 관련된 것이다. 물론 종교라는 구실 아래 타인에게 테러와 폭력을 가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주목을 받게 만드는 행위로서의 공개는 허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비판은 표현될 수 있어야 하고, 풍자만화의 출판도 역시 변호되어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 이러한 풍자만화는 이슬람의 주요 인물이자 상징으로서 선지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고, 대신에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기 위해 풍자적인 “표현”을 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그것은 전체 종교에 대한 집단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이 언론출판의 자유로서 보호받는 경우에 해당된다.
요컨대 한편으로 의미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각 경우 개별자에 대한 공격이 개인들의 집단 또는 집단모욕에 속하는지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신도들이 불법적인 모욕과 비난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특히 정확한 당사자 개인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단순히 어떤 추상적 개괄적 집단을 향한 폭언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개별 신도 개인 또는 한 제도적 신앙공동체를 모욕하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114) 따라서 결론적으로, 독일의 법제에 따르면, 한 종교에 대한 풍자적 의견표명의 제한은 모욕의 구성요소 그리고 여기서 설정된 연방헌법재판소의 조건들에 의해 오직 극단적인 경우에만 승인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보호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자와 풍자만화가 무제한적 비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풍자적인 공격을 통해서 개별 신도와 신앙공동체가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금 기본법 제4조 제1항에 명시된 신앙의 자유의 보호를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다음의 경우들을 생각해볼 만하다.115) 그러므로 신앙의 자유란 정부가 종교적 신념과 신앙행위에 내용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부터 개별 신앙공동체를 보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116) 신앙의 자유는 더 나아가 국가가 신앙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에게 종교적 계발을 위해 필수적인 활동공간을 보장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이 종교적 실천에 대한 개입을 야기할 수 있는 공격이나 다른 위협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를 지운다.117) 주의해야할 것은, 어떤 공동체 내부에서 야기된 격렬한 비판이 가열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신도 개인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들의 종교적 실천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118)
물론 이러한 개별 신도의 외연에 대한 침해는 오직 대단히 ‘극단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극단적이고 과도한 종교비판의 모습으로는, 유대인에 대한 나치 언론의 역사적 예가 있다.119) 과도하고 제한 없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여, 예컨대 풍자만화를 통해 ‘거미’나 ‘문어’로서 유대인들을 묘사한 역사적 경험을 독일은 갖고 있다.120) 나아가 이렇게 비난하고 욕보이는 행위를 통해서 점점 더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증오를 자극하는 데 나치 정권의 선동언론들이 이용되었다.
이러한 사태들을 막고자 국가는 신앙공동체와 그 구성원을 제3자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진다.121) 독일의 경우, 과도한 종교비판에 대항하는 국가의 보호의무는 독일형법(StGB) 제166조(신성모독금지)에서 종교에 관한 비방 금지가 법적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과거 종교적 감정의 손상과 신성모독에 처벌을 가했던 독일형법 제166조는122) 오늘날의 상황에 부합하도록 종교관 또는 세계관으로서의 신조, 종교공동체 또는 공동의 세계관을 가진 결사(Weltanschauungsvereinigung)에 대한 비방을 처벌하고 있다. 과거의 풍자가들은 종종 카톨릭 교회를 자신들의 기고문의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풍자행위와 상충하는 법조문으로서 독일형법 제166조의 구성요건은 연방헌법재판소의 법적 검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123) 독일형법 제166조에서 보호되는 법익은 공공의 평화에 대한 보장 속에서 존재한다.1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고백에 대한 비방 그리고 개별 신앙공동체나 세계관공동체에 대한 비방들은 모두 오직 그것이 공공의 평화를 저해할 경우에만 처벌을 받는다. 공격대상은 개인의 행위뿐만 아니라 집단적 추종행위이다.125) 만약 한 고백이 신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내용으로 한다면 그것은 종교적이다.126) 그에 반해 만약 세계와 인간의 의미를 어떤 신에 대한 믿음없이 전체적으로 정의하고자 시도된다면 그것은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127) 독일형법 제166조의 구성요소는 기존의 교회, 종교적, 세계관적 공동체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그들의 제도와 관습까지 포괄한다. 제도란 “한 결사의 내/외부적 헌장질서 그리고 종교적 실천을 위해, 권능있는 주체에 의해 창조된 규정과 양식들”을 의미한다.128) 이를 테면 성모숭배, 세례, 또는 성찬식 등이 이에 포함된다. 그와 반대로 관습이란 한 결사의 실용적이고 사실적인 실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성호를 긋는지 또는 어떻게 성수를 사용하는지.129) 이슬람에서는 예를 들어 하루 5번 하는 기도와 거기에 포함되는 목욕재계, 또는 머리수건을 쓰는 등의 종교적 복장규정을 준수한다. 결과적으로 독일형법 제166조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호명된 행위대상이 비방당해야만 한다.130) 이는 만약 어떤 발언이 “특히 멸시를 통해 상처를 주는 선언”으로서 이해될 때 인정된다.131) 상처를 주는 행위는 “상스러운” 표현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132) 나아가 비방은 공공의 평화를 저해할 만한 문서가 공개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수행되어야한다.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 때문에 불안을 가져야 한다거나 그로 인해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배제된다거나 그래서 두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종교를 추종하거나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게 될 때 공공의 평화가 저해된다고 인정된다.133)
독일형법 제166조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조항(ein allgemeines Gesetz)인 동시에 기본법 제5조에 따른 언론 출판의 자유에 관한 하나의 경계를 법률로서 형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판례의 견해에 따르면 독일형법 제166조의 규정과 기본법 제4조에 따른 신앙의 자유의 기본권적 보장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존재한다.134) 그러므로 독일형법 제166조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의무상 종교적 실천에 대한 침해로 귀결될 수 있는 방해요소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기본법 제4조에도 이미 이러한 점들에 대한 보호가 명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135) 그러나,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개인적인 종교적 감정이나, 종교공동체 및 공동의 세계관을 가진 결사에 대한 원조는 이러한 기본법 제4조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되지도, 법률적으로 보호되지도 않는다고 할 것이다.136) 물론, 법익으로서 공공의 평화는 수호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에 따르면 관용을 이유로 삼아서 내부적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137) 오직 내부적 평화에 대한 각자 상호간의 배려만이 수호될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의 신앙 또는 세계관 그 자체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할 두려움이 없어야한다.138)
쾰른 주고등법원(OLG)에서는 예수탄생의 장면이 희화화된 경우를 법적으로 검토한 사례가 있다(“예수의 탄생” 판례). 해당 풍자만화는 마리아가 요셉에게 자신이 임신했으며, 낙태를 원한다고 말하는 대화장면을 보여준다. 그러한 대화 중에 갑자기 “신의 뜻을 따르라, 마리아와 요셉이여!”라는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마리아는 그것이 단순히 장난이라고 보고, 요셉이 신을 참견꾼(Spielverderber)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한다.139) 이 사건을 판결함에 있어 법원은 해당 풍자만화(캐리커처)가 독일형법 제166조에 따르는 비방인지 밝혀내기 위해, 또한 그것이 공공의 평화를 저해할 만한 것인지 밝혀내기 위해 우선 풍자만화의 본래적 내용을 밝히고자 시도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작화의 내용은 한편으로 만화가가 낙태와 그에 따르는 결과 그 자체에 관심을 돌리고자 했었다는 점을, 다른 한편으로 작가가 이러한 종류의 대화를 할 거라고 통념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서 ‘낯설게 하기’ 라는 풍자적인 수사적 장치를 통해 오늘날의 일반적인 대화를 묘사하려고 시도했다고 인정하고 있다.140) 최종적으로 법원은 해당 그림이 카톨릭 교회에 대한 비방에 해당하지 않으며, 특히 그 독법(讀法)과 표현형식을 경멸 내지 상스러운 표현방식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뒤셀도르프 고등지방법원 “Poncho에서의 요술” 사례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풍자작품이 청년잡지에서 출판된 것과 관련된 건이다.141) 작품은 교회에서의 예배 절차를 묘사한다. 거기서 성찬식은 신부가 “전문적인 유혹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식인행위와 같은 의식으로 묘사된다. 이어서 교회 공동체는 살인자의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 사랑의 종교인 척을 하고 있는 위험한 “종파”로 나타난다.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반체제 인사를 죽이기까지 할 수 있으므로 내무부로부터 관리되어야 받는다는 묘사이다.142) 기독교를 살인자의 사고를 갖고 있는 종파로 묘사함으로써 작가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서 아들을 십자가에서 죽게 했다는 가톨릭교의 교리를 풍자적으로 과장한 방식으로 표명하려고 했다.143) 법원은 풍자적인 핵심주장을 원색적인 표명방식으로 인해 기독교 교리에 향한 모욕으로 분류했다. 법원의 주장에 의하면 기독교 신도들을 폭력적이고 법적으로 허용되서는 안 되는 단체로 묘사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법원은 모욕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는 공안(公安)을 교란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결을 내렸다.
Ⅴ. 결론
본문에서 살펴본 바를 요약하자면,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인식한 개념으로서 풍자와 풍자만화(캐리커처)는 ① 간접성 ② 통념에 대한 조롱, 그리고 ③현실의 심미적 묘사라는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풍자와 풍자만화는 의견표명의 자유(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보호범위에 있다. 풍자가 출판물의 형태에 의할 때에는 출판의 자유(기본법 제5조 제1항 제2문)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는 이러한 것들도 기본적으로 의견표명의 자유(위 제1문)로부터 보호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풍자는 예술에 해당할 수도 있다(기본법 제5조 제3항). 독일 기본법의 구조상 예술의 자유는 개별적 법률유보가 없는 조항이므로 풍자가 예술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더 강한 보호를 받게 된다.
풍자 그 자체에 대한 규범적 판단에 앞서, 풍자 표현은 “외양을 벗기는 것”을 통해 풍자 표현이 의도한 주장 내용이 정확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독일의 사례로, 의견표명이 진지한 논의에 대한 지적인 접근을 표현하였다는 이유로, 풍자만화가 특정 종교단체에 향한 욕설이나 모욕으로 분류되지 않은 판례가 있었다. 이러한 “외양”에 대한 법적인 한계점은, 독일에서의 사회윤리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로 인해 변하기도 하였고 종종 확대되기도 하였다.
실제 사례들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사례들보다는 종교단체나 종교인에 대한 사례들을 이 연구에서는 집중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검토결과풍자표현이 제3자의 법익과 갈등관계에 있는 유형에 대해서는, “종교적 감정에 대한 훼손”이나 “신도의 종교적 소속감을 기반으로 하는 명예(또는 원조) 훼손”이라는 것은 독일에서 아직까지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법제에 따르면, 한 종교에 대한 풍자적 의견표명의 제한은 모욕의 구성요소 그리고 여기서 설정된 연방헌법재판소의 조건들에 의해 오직 극단적인 경우에만 승인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종교적 신앙고백 자체에 대한 비방의 경우에는 독일형법 제166조에서 법률적으로 금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조항인 동시에 기본법 제5조에 따른 언론 출판의 자유에 관한 법률적 경계이기도 하다. 또한 판례의 견해에 따르면 이 규정은 기본법 제4조에 따른 신앙의 자유의 기본권적 보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예수의 탄생” 판례 및 “Poncho에서의 요술” 판례에서 예시적으로 살펴보았다.
우리 헌법과 독일 기본법은 풍자에 관련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과 관련하여 우리와 헌법규범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특히 그 조문 규정 형식 및 체계에 있어서 예술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기본권’으로서 별도의 조문으로 정하고 있다는 유형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예술의 자유를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별도로 명문으로 정한 이유와 취지는 예술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보다 강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조문 구조로 볼 때 예술의 자유가 보통의 표현의 자유보다 더 못하지는 않고 최소한 같거나 더 강한 보호를 받는 것이 해석적으로 자연스럽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 근거한다면, 풍자에 관련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과 관련하여 우리와 헌법규범구조가 매우 유사한 독일의 경우를 주로 참고하거나 수정적용하며 이해하는 방식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풍자표현에 대한 독일 규범학 및 실무에서의 이해는 후속 연구과제로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틀을 보다 분명히 재확인하는 작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