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대상판결의 개요
소외 1은 소외 2와 1960. 4. 18. 혼인하여 1960. 5. 20. 피고 1을 출산한 후 1961. 9. 14. 이혼하는 한편, 소외 3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1962. 9. 10. 이래로 원고 등(원고를 포함하여 소외 1과 소외 3 사이에서 태어난 4명의 자녀들을 의미하며, 원고는 이들의 선정당사자이다)을 출산하였다(소외 3은 원고 등을 당시 법률상 배우자인 소외 4와 사이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하였다).
제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1이 참칭상속인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고 1의 상속지분(1/5)을 초과하는 나머지 지분(4/5)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고, 그에 터잡아 이루어진 이 사건 부동산 중 해당 지분(4/5)에 관한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이므로, 따라서 피고 1과 피고 2(이하 ‘피고들’이라 한다)는 소외 1의 공동상속인인 원고 등에게 이를 각각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속회복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참칭상속인이라 함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재산상속인임을 신뢰케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는 자나 상속인이라고 참칭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중 1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그 등기가 상속을 원인으로 마쳐진 것이라면 등기명의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쳐진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등기명의인은 재산상속인임을 신뢰케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는 자로서 참칭상속인에 해당된다(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다4688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33392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당시 원고 등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등기에는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인 경우 그 등기를 믿고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될 수 없다는 점,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 등이 친생자관계존재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기 전 이미 처분되었다고 하더라도 생모와 자 간의 친자관계는 자연의 혈연으로 정해는 것이므로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원심법원은 제1심판결 중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상속개시 후에 인지되거나 재판이 확정되어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그 상속재산이 아직 분할되거나 처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연히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함께 분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나, 인지 이전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내지 처분한 경우에는 인지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어 사후의 피인지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바, 민법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피인지자가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하여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재산의 새로운 분할에 갈음하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지 이전에 공동상속인들에 의해 이미 분할되거나 처분된 상속재산은 민법 제860조 단서가 규정한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따라 이를 분할받은 공동상속인이나 공동상속인들의 처분행위에 의해 이를 양수한 자에게 그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것이고(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이러한 법리는 상속개시 후에 친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사후적으로 발생하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원고 및 선정자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환송하였다.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다1791 판결 참조),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누3199 판결 참조). 따라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그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원고 등과 생모인 소외 1 사이에는 원고 등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자관계가 생기고,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고 등과 소외 1 사이에는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원고 등이 피고 1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비록 피고 1이 이미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한 이후에 원고 등과 소외 1 사이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확정되어 그 모자관계가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Ⅱ. 연구
민법
제860조(인지의 소급효) 인지는 그 자의 출생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삼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제1014조(분할후의 피인지자 등의 청구권)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경우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대상판결은 ①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 인지의 소급효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 여부, ②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는지 여부 및 ③ 이러한 법리가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진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시하였다.
대상판결과 이에 대한 원심 판결, 제1심 판결의 판시를 논점별로 요약하면 다음 표와 같다.
제1심 판결 | 원심 판결 | 대법원 판결 | |
---|---|---|---|
모자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의 성격 | 확인의 소 (생모와 자 간의 친자관계는 자연의 혈연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반드시 호적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로써만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음) |
제1심 판결과 동일한 취지 | 확인의 소 (혼인 외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자관계 성립) |
제860조와 제1014조의 관계 | 언급하지 아니함 |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어 사후의 피인지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바, 민법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 | 언급하지 아니함1) |
제1014조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 가부 |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 불가 (원고는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지 않음) |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 가능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여 피고 1을 상대로 상속분에 따라 가액지급청구 가능) |
명시하지 아니함2) |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한 등기말소청구 인용 여부 | 등기말소청구 인용 (피고 1은 참칭상속인에 해당하므로 그의 상속분을 초과하는 나머지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 그에 터잡아 이루어진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
등기말소청구 기각 (민법 제860조 단서가 규정한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따라 공동상속인이나 그들의 처분행위에 의해 이를 양수한 자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되며, 이러한 법리는 상속개시 후에 친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사후적으로 발생하게 된 경우에도 적용) |
등기말소청구 인용 취지(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않음) |
이 글에서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인지의 소급효(제860조 단서)에서 제3자 보호를 살펴본 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제860조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 다음으로 제860조 단서와 제1014조의 관계 및 제1014조의 적용범위를 살펴본 후, 상속재산 처분 후 피인지자 등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검토함으로써, 대상판결의 논거 및 결론의 타당성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실체법상의 친자관계와 가족관계등록상의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러한 차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로서, 특정인 사이의 친생자관계의 존재 또는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이다(제865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법적 친자관계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판결은 과거나 현재의 법률상태의 확정이 그 목적인 확인판결이고, 장래를 향하여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3)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가이다. 이는 특히 모자관계에 있어서 의미 있는 논의로서, 보충성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우선 ① 법적 모자관계는 출산(出産)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산모가 가족관계등록상의 모가 아닌 때에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할 필요가 있으나, 확인의 소의 일종인 ‘모에 대한 인지청구(민법 제863조)’를 제기하게 될 것이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다른 절차들에 대해 보충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4) 이에 대해 ② 생모와 자녀 사이의 친자관계는 출산사실 그 자체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므로 모자(母子) 사이에 인지는 필요 없지만, 이론상으로 생모와 자녀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공부(公簿)에 올라있지 아니한 생물학상의 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실익은 없는 것이고, 실제로도 이러한 소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5)
①견해와 ②견해에 따를 경우 모자관계에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일이 실질적으로 거의 없게 될 것이며, 제도의 활용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살피건대, ③ 인지에 의한 친자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그 인지의 유효를 주장하는 경우나 혼인 외의 자녀와 어머니 사이의 친자관계에 대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6)가 타당하다. 대상판결 또한 모자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가 보충성이 있다고 보지는 아니한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소기간과 관련하여 명문규정에 의한 제한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가족관계등록상의 친자관계와 실체법적 친자관계의 불일치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소를 제기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7) 대법원 또한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 있어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송의 결과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니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또한 법에서 친족에 의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특별히 제소기간에 제한을 두지 아니한 취지에 비추어 비록 친자관계의 직접 당사자인 호적상 부모가 사망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 경과한 후에 위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소송행위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8) 다만 당사자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제865조 제2항). 여기서 제소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사망을 안 날’은 사망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아는 것을 의미하고, 사망자와 친생자관계에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9)
신분법상 관계를 확정함에 있어 제소시점에 따른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은 민법의 취지는 타당하나, 이는 상속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재산문제에 있어서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인지의 소급효가 상속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인지자가 사망한 후에 인지된 경우이다. 생전인지에 의해 피인지자가 생부(生父)의 법적 친생자로 된 경우에는 그 후 생부가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될 때 피인지자가 1순위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이다.10)
인지의 소급효는 제3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제860조 단서). 여기서 ‘제3자’란 일응 인지자와 피인지자 이외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보이나, 다른 공동상속인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과거 공동상속인이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판단하기도 하였으나,11) 2000년대 이후로는 다른 공동상속인도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인지 이전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내지 처분한 경우에는 인지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어 사후의 피인지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바, 민법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피인지자가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하여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재산의 새로운 분할에 갈음하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12)
학설은 상속에 대해 권리를 취득한 다른 공동상속인은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로 보인다.13) 그 근거로는 상속재산을 분할 내지 처분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제860조 단서의 적용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다른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취득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없고 단지 법률의 규정에 의해 대가 없이 상속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인지의 소급효를 제한하면서까지 그러한 상속인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점, 위 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결14)은 후순위상속인이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제1014조를 들고 있는데, 이는 공동상속인 또한 제860조 단서의 제3자로 보호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15)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미 분할, 처분한 때에는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하는 금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들은 자신들이 민법 제860조 단서가 규정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피인지자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16)
한편, 제1014조가 다른 공동상속인이 행한 상속재산의 분할 및 처분의 효력을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측면에서 보아, 공동상속인을 제860조 단서에서 보호되는 제3자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17)
살피건대, 만약 공동상속인이 제860조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인지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경우가 매우 제한된다. 특히 민법 제864조가 사후(死後) 인지청구를 인정함으로써 피인지자에게 상속권을 보장하고자 한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른 공동상속인은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그 제3자는 제860조 단서에서 보호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상속권을 취득한 피인지자는 그러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하는 상속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자관계의 발생이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법률관계를 확인하는 소로서,18) 친생자관계를 확정하는 다른 절차, 예를 들어 부의 결정(제845조), 친생부인(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인지에 대한 이의(제862조)(인지무효확인도 포함한다), 인지청구(제863조) 등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다.19)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일반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 잡기 위해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의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생모와 자 간의 친자관계는 자연의 혈연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는 점(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34103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생모가 임의인지를 하거나 형식상 자녀가 생모에 대해 인지청구를 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친자관계에 대한 확인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20) 한편, 민법 제860조 단서는 인지의 소급효로 인한 법적 불안을 회피하고자 일정 범위의 제3자에 대하여는 그의 선·악의를 묻지 아니하고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다.21) 모자관계의 인지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민법 제860조가 모자관계에는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본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하다.
제1014조는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경우에 그 전에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재분할을 청구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피인지자 등에게 재분할청구를 인정할 경우, 이미 완성된 상속재산의 청산관계를 다시 엉크러뜨리고 무용의 절차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22)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는 인지 이전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내지 처분한 경우에는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므로,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3) 제1014조는 제860조 단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서, 인지의 소급효 제한과 이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는 것이다.24)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언급하지 아니하였으나, 원심판결은 기존 판례의 판시를 그대로 적시하고 있다.
① 민법 제860조 단서에서 보호되는 제3자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에서는 제1014조는 인지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경우에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재산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지된 자에게 상속재산의 원물 그 자체의 반환이 아니라 가액만의 지급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25) 한편, ② 공동상속인도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하지만, 인지의 재판이 확정되면 그들이 상속에 의해 취득한 재산은 부당이득으로서 피인지자에게 반환하여야 하고, 다만 제1014조는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26) ②견해에서는 제860조 단서의 ‘결과’ 측면을 강조할 것인지 또는 ‘수단’ 측면을 강조할 것인지에 따라 제1014조의 관계를 달리 본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위 견해에서는 제1014조를 제860조 단서의 예외조항으로 보고 있는 통설을 비판하면서, 제860조는 소급효가 제3자에게 제한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27) 제1014조가 공동상속인에게 가액지급의무를 인정한 것은 제860조 단서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민법 제747조 및 제748조의 예외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1014조에 의해 청구할 수 있는 가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관한 민법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없고,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선의·악의에 따라 그 지급할 가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며, 상속재산의 분할 그 밖의 처분에 수반되는 조세부담을 피인지자에게 지급할 가액에서 공제할 수 없고, 다른 상속인들이 피인지자에게 그 금액의 상환을 구할 수도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8) 피인지자는 인지심판 확정일부터 침해사실을 안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분할, 처분할 당시 피인지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반환범위가 달라진다거나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29)
뿐만 아니라 ②견해와 같이 해석할 경우 자칫 제1014조는 제860조 단서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오해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제1014조는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와 같이 ‘법리상’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 뿐 아니라, ‘사실상’ 원물반환이 어려운 경우 편의상 가액지급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를 밴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민법 제1014조는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를 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학설은 여기에 피상속인 사망 후 인지 또는 인지의 재판을 받은 경우 뿐 아니라, 피상속인에 대해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제865조)을 받은 자, 부(父)를 정하는 소(제845조)를 제기하여 피상속인이 부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받은 자, 피상속인과의 사이에서 이혼무효 또는 이혼취소의 승소판결을 받은 자, 파양무효 또는 파양취소의 승소판결을 받은 자가 포함된다고 본다.30) 이들은 당연히 상속개시 시로부터 공동상속인이었던 것으로 된다. 그러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 전에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이미 분할을 마친 경우에는 분할을 다시 하게 한다면 제3자에게 해를 줄 염려가 크다. 이에 따라 판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어 사후의 피인지자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는 경우, 민법 제1014조에 따라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하여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재산의 새로운 분할에 갈음하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하여, 제1014조의 적용 범위를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31) 그러나 판례에 따르더라도 ‘사실상’ 원물반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제1014조를 적용하여 가액반환청구를 하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연혁적으로 보면, 민법 제1014조는 구 민법 하에서부터 일본 민법 제910조와 같은 취지에서 규정한 것이다.32) 일본 민법 제910조에서는 ‘상속의 개시 후 인지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33)의 분할을 청구하고자 하는 경우에 있어서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그 분할 기타의 처분을 한 때에는 가액만34)에 의한 지급35)청구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민법에서는 ‘상속개시후의 인지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 뿐 아니라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를 추가하여 일본 민법보다는 그 청구권자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제1014조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의 태도에 따를 경우, 확인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제1014조로 규율되지 않고, 제1014조는 이혼취소, 파양취소처럼 현실적으로 잘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게 되는 결론에 이른다. 그와 같이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문언을 채택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등록부상 상속관계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인지 이외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속등기를 할 방법이 없어 분할 기타 처분을 하거나 그에 관여할 방법도 없으므로, 사실상 형성/확인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아니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모의 혼외자를 제외하고 한 상속재산 처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의 상속권은 가액지급청구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6)
살피건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는 그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공동상속인의 지위가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발생한 경우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제1014조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와 같이 당연히 출생 시부터 친생자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이 점에서 원고는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명확하게 지적한 제1심 법원의 판시가 타당하다.37)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제1005조). 민법은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1006조), 이는 공동상속의 경우에 피상속인에 의한 개인소유 형태가 일거에 상속개시 시부터 직접 각 공동상속인의 개인소유형태로 해체·이전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과도적·잠정적인 공동소유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일 뿐이고, 민법은 상속재산 분할을 통해 되도록 빨리 각 공동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38)
공동상속재산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합유설과 공유설이 대립하는데, 이에 대한 실익은 분할의 효과에서 드러난다. 합유설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분할은 합유라는 특수관계가 해체되어 각자의 개인소유가 창설되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상속인이 분할을 통하여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것은 직접 피상속인으로부터 취득하는 것으로서 분할의 소급효가 인정된다(선언주의). 한편, 공유설에서 상속재산의 분할은 공동상속인 상호간의 지분의 이전·교환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에 의해 공유상태로 들어가고 분할에 의해 공유지분이 인정되는바, 분할의 효과는 장래를 향하여 발생한다(이전주의).
민법은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으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제1015조). 선언주의에 따르면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에 이루어진 처분은 무효인바, 그 보호의 대상은 권리의 외관을 신뢰하여 무권리자로부터 상속재산을 양수한 선의·무과실의 제3자가 되게 된다. 그런데 민법은 선의·악의를 구분하지 않고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에도 상속재산을 처분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39) 한편, 대법원은 제1015조 본문의 규정에 따라 각 상속인은 분할에 의하여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권리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
민법 제1015조에 의하면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분할에 의하여 각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되는 재산이 상속개시 당시에 이미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분할받은 자에게 승계된 것을 의미하므로 분할에 의하여 공동상속인 상호간에 상속분의 이전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상속인 상호간에 상속재산에 관하여 민법 제1013조에 의한 협의분할이 이루어짐으로써 공동상속인 중 1인이 고유의 상속분을 초과하는 재산을 취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상속개시 당시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승계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협의분할에 의한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 중 1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 경우로서 그 부동산에 관한 피상속인 명의의 소유권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라면, 협의분할에 의하여 이를 단독상속한 상속인만이 이를 전부 말소할 의무가 있고 다른 공동상속인은 이를 말소할 의무가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87723 판결).
민법 규정과 판례는 선언주의와 이전주의 중 어느 하나를 채택한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법에서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분할의 소급효를 제한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점(제1015조 단서) 및 공동상속인 간 지분의 교환과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분배의 공평을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점(제1016조 내지 제1018조)에 비추어 볼 때,40) 이전주의 또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주의를 취할 경우 각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상속분의 귀속은 실질적으로 2단계를 거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기교적인 해석이다. 대법원의 이전 판결들에서의 판시에서와 같이 각 공동상속인들은 상속개시 당시에 피상속인으로부터 그 상속재산에 관하여 피상속인으로부터 승계받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상속재산의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41) 제1014조에 따라 피인지자 등이 청구할 수 있는 가액에 대하여는 피상속인이 가지고 있던 적극재산으로부터 소극재산(채무)을 공제한 순자산액에 자기의 상속분의 비율을 곱한 액이라는 견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인지자 등은 채무를 공제하지 않은 상속재산의 가액에 대한 자기의 상속분의 비율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상속채무는 다른 공동상속인과 같이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42) 공유설을 취하는 판례에 따를 경우에도 금전채무와 같은 가분채무는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각 상속인에게 분할하여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게 된다.43)
한편, 대법원은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한 과실은 가액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44) 또한 피인지자가 인지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분할한 공동상속인이 분할받은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한 과실을 취득하는 것은 피인지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45)
제1014조에 따른 상속재산 처분 후의 피인지자들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상속회복청구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상속재산분할청구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대법원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재산 처분 후의 피인지자들의 청구권은 민법 제999조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본다.46) 이후로도 대법원은 제1014조의 가액지급청구권이 상속회복청구권의 일종이라고 판시하였다.47) 이에 따르면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상속분가액상당지급청구권은 소멸한다.
헌법재판소 또한 제1014조의 가액지급청구권에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인 제999조 제2항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상속개시 후에 공동상속인으로 확정된 자의 재산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48) 한편, 반대의견은 민법 제1014조에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이 상속권의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가액지급청구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는 가액지급청구권이라는 우회적·절충적 형태를 통해서라도 피인지자 등의 상속권을 뒤늦게나마 보상하여 주겠다는 입법취지와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고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민법 제1014조에 규정된 가액지급청구권은 상속자격을 갖춘 진정한 공동상속인 사이에서 상속분을 적절하게 분할하고 배분하기 위하여 인정된 상속재산분할청구권으로서, 권리의 상대방이 참칭상속인이 아니라 진정한 공동상속인인 점, 권리의 구제방식이 민사소송절차가 아닌 가사소송절차인 점, 제3자의 법률적 지위 및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진정상속인의 권리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상속회복청구권과 명백히 구별된다.
즉,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은 대법원과 달리 민법 제1014조의 가액지급청구권을 상속재산분할청구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설상으로도 민법 제1014조의 상속재산 처분 후의 피인지자들의 청구권을 대법원과 같이 상속회복청구권으로 보는 견해,49)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과 같이 상속재산분할청구권으로 보는 견해50) 및 상속회복청구권과 상속재산분할청구권의 성질을 같이 가진다는 견해51)가 대립한다.
상속회복청구사건이 일반 민사사건으로 일반법원의 관할인 데 반해,52) 제1014조에 따른 가액지급청구권을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고 다류 가사소송사건의 절차에 의하여 심리·재판하도록 하고 있는 점(가사소송규칙 제2조 제1항 제2호)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과 같이 단순히 상속회복청구권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 반대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가액지급청구권의 상대방은 진정한 공동상속인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속재산분할청구권으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상속회복청구권과 상속재산분할청구권의 성질을 같이 가진다고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논의의 실익은 제척기간과 반환의 범위에서 드러난다. 제척기간의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과 같이 상속회복청구권으로 보아 제척기간을 적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함이 타당하다. 우리 민법이 일본 민법보다 제1014조에 따른 청구권자의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과 독일과 달리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점은 자칫 법적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척기간을 적용할 실무상 필요가 있다. 한편, 반환의 범위와 관련하여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은 본래 피인지자 등이 상속개시 시에 소급하여 취득하였을 상속분에 상당하는 현물과의 등가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53) 현실의 상속분할과 상속분에 상당하는 가액지급청구 간에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54) 이러한 점에서 반환의 범위는 참칭상속인의 선·악의에 따라 달리할 것이 아니며, 분할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부라고 할 것이다.
결론에 있어서 대상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다만 그 논리 전개에 있어 인지의 소급효는 제3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하는바(제860조 단서), 상속에 대해 권리를 취득한 다른 공동상속인은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제860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생모와 자 간의 친자관계는 자연의 혈연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생모가 임의인지를 하거나 형식상 자녀가 생모에 대해 인지청구를 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친자관계에 대한 확인적 의미만 있기 때문에, 민법 제860조는 모자관계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대상판결이 제860조와 제1014조의 관계를 정립하지 아니하고,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으로 비로소 모자관계가 명백히 밝혀진 공동상속인에게 제1014조에 따른 상속분상당 가액지급청구가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아니한 점은 아쉽다. 그런데 제860조는 제1014조와 톱니바퀴의 조각과 같이 명확하게 들어맞는 형태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각각의 목적에 따라 기능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제1014조는 상속재산 자체에 대한 반환청구를 부정하는 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도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결론적으로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그 혼인 외의 출생자는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처분한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해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있다.
Ⅲ. 결
대상판결은 혼인 외의 자녀가 생모에 대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미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의 분할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혼인 외의 자녀가 다른 공동상속인 및 그로부터 전득한 제3자에 대하여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우선 민법 제860조 본문은 인지의 소급효를, 단서는 제3자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판례와 달리 상속에 대해 권리를 취득한 다른 공동상속인은 제860조 단서의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기존 판례의 논리에 따를 경우 혼인 외의 자녀가 다른 공동상속인이나 그로부터 전득한 제3자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제860조가 모자관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판결은 과거나 현재의 법률상태의 확정이 그 목적인 확인판결이고, 장래를 향하여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며, 모자관계의 인지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민법 제860조가 모자관계에는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며, 이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시가 타당하다.
한편, 원심은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어 사후의 피인지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바, 민법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으나, 제1014조는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와 같이 ‘법리상’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 뿐 아니라, ‘사실상’ 원물반환이 어려운 경우 편의상 가액지급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제1014조의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는 그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공동상속인의 지위가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발생한 경우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와 같이 당연히 출생 시부터 친생자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혼인 외의 출생자는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처분한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해 등기말소청구가 가능하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나, 그에 대한 보호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해석으로써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