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가사사건은 외부에 드러난 모습만을 가지고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분쟁의 근원을 알기 어려워서 사실상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고, 분쟁이 종결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권리실현 및 의무이행관계가 계속되는 경우 등이 또한 많은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가사분쟁에 대한 해결을 위하여 우리는 가사소송법을 두고 있으며, 특별히 당사자의 자율적인 타협과 화해를 목표로 하는 가사조정제도(가사소송법 제49조 이하)가 가사분쟁을 해결하는 주요한 절차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가사조정제도는 가사분쟁을 해결하는 대표적1) 제도임에도 불구하고2) 가사조정절차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고,3) 이를 개선하고자 최근 가사조정제도를 포함하여 가사소송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 움직임4)이 있었지만 여전히 개정되지 못한 상태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5)
그밖에 재판외 분쟁해결절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에 대한 관심과 특히 가사분쟁의 특성에 적합한 분쟁해결 방법으로 조정제도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되었으며 조정제도 자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조정제도와 관련하여 다양한 조정기법 등을 중심으로 재판외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자체 관심과 연구가 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사실상 조정기관 자체에 대한 연구는 다소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본 연구는 가사조정제도의 개정 움직임에 비록 적극적으로 포함된 내용은 아니지만, 가사조정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가사조정에 있어서 조정기관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조정절차를 직접 지휘하고 당사자를 설득하며, 조정절차를 이끌어가는 조정기관의 역할은 사실상 조정의 성립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조정기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가사소송법 제53조 제1항에 의하여 판사만이 할 수 있는 조정장의 역할을 판사 이외의 자에게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위임할 수 있는 등에 대하여 검토하고, 조정위원의 자격과 관련하여 각 가정법원마다 위촉한 현행 학식과 덕망이 있는 조정위원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실무에서 적극적인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가사소송법 제53조 제2항의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 중에서 각 사건마다 조정장이 지정한 자를 조정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과 같이 가사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조정기관의 구성과 역할에 대하여 각각 검토하고자 한다.
Ⅱ. 가사조정의 운영 현황과 조정기관
가사사건은 가정 내부의 문제 및 친족 사이의 분쟁을 주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계인의 감정 내지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되는 다툼이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
특히 부부·가족 기타 친족 사이의 신분관계는 일반 사회관계와는 달리 관련자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전인격적으로 내밀하게 상호 접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 분쟁상황도 장기간에 걸친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표면적인 내용만으로는 분쟁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가까운 친척도 그 내막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사분쟁은 분쟁당사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이나 친족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6)
따라서 가족 내부의 문제 등과 같이 비합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가사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3자로서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당사자 사이에 서로의 인격을 해함이 없이 대립된 감정에 대한 조정을 통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유도함으로써 현재뿐만 아니라 장래에 있어서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에 가사조정의 기능과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7)
특히 가사분쟁해결에 관하여 조정전치주의를 취한 것은 가사분쟁은 비합리적 성격을 지니며, 대부분은 인간관계의 조정을 수반하는 구체적 타당한 해결을 필요로 하므로 본질적으로 조정에 친한 것이며, 소송에 의한 해결에 앞서 조정에 의한 해결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고려에 터잡은 것으로8) 가사분쟁에 관하여는 가사조정절차가 가사소송과 가사비송에 우선하는 해결절차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사조정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가사조정은 소송절차의 엄격성과 실정법의 기계적 적용을 배제하고 도덕과 조리를 규범으로 하여 인간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상호양보에 의한 합의를 유도하여 자주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절차라는 견해와 조정기관 스스로 사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법규와 조리 및 도덕을 적용하여 사안의 실정에 맞는 분쟁해결방법을 강구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이를 수락하게 하는 일종의 비송적 재판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며,9) 가사조정사건은 합의에 기반을 둔 조정사건의 특성상 진실발견의 의미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않은 채로 조정이 성립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진실발견의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10)
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에 따르면 나류, 다류 가사소송사건과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표-1]과 같이 최근 10년간 제1심법원 가사조정사건 접수 및 처리 건수를 살펴보면 계속해서 가사조정사건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가사조정사건을 처리하는 경우에 역시 조정이 성립되어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도 전체 가사사건 중에서 단연 재판상이혼 사건의 비율이 75%로 가장 많은 사건수를 차지하는데, 이러한 재판상이혼 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살펴보면 판결로 처리되는 비율(33.8%, 12,146건) 보다 조정 또는 화해로 처리되는 비율(42.7%, 15,336건)이 훨씬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11)
한편 2017년도 가사조정사건 중에서 제1심 지방법원의 가사조정신청사건은 총 2,839건이 접수되어 2,822건이 처리되었으며 조정성공률은 56.5%이다. 한편 가사조정회부사건은 총 2,699건이 접수되어 2,530건이 처리되었으며 가사본안사건 중 조정(조정신청사건은 제외)으로 처리되는 비율은 2.3%이다.12)
또한 [표-2]와 같이 최근 10년간 제1심법원 가사조정사건 처리기간을 비교해보면 당사자 쌍방이 가정법원에 출석하여 가사조정신청을 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일을 조정기일하거나(민사조정법 제15조 제3항) 수소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한 경우에 당사자쌍방이 “조정회부결정을 한 본안사건”의 기일에 출석하여 있고 수소법원 스스로 조정을 하기로 하는 경우의 즉일조정이 2014년까지 적극적으로 시행되다가13) 이후부터는 조정장과 조정담당판사가 조정기일을 지정하여 통지하여 소환하는 절차로 진행되고 있어서 사실상 지금의 조정절차에서는 당사자 쌍방이 다툼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조정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가사소송법상 가사조정기관에는 가사조정위원회, 조정담당판사,14) 수소법원(受訴法院)15) 3가지가 있는데, 가사조정사건은 가정법원에 설치된 조정장 1명과 2명 이상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한다(가사소송법 제52조, 가사소송법 제49조에 의한 민사조정법 제7조의 준용). 특히 민사조정법상 조정담당판사에 의한 조정을 원칙으로 하는 민사조정과는 달리16) 가사조정에서는 조정위원회에 의한 조정이 원칙으로 사실상 가사조정사건에 대하여 1차적인 조정기관으로 조정위원회가 조정기관의 역할을 담당한다(가사소송법 제52조 제2항).
조정장은 가정법원장 또는 가정법원지원장이 그 관할법원의 판사 중에서 지정하는데(가사소송법 제53조 제1항), 가정법원장 또는 가정법원지원장은 조정제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법관 중에서 가능한 한 2인 이상을 조정담당판사로 지정하도록 하며, 조정담당판사가 충실하게 효율적으로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조정사건만을 전담하여 처리하도록 하고, 법원의 사정에 따라 조정 이외의 업무를 맡게 될 경우에도 다른 업무의 종류 및 부담량을 적절히 조절하도록 한다(민사 및 가사조정의 사무처리에 관한 예규(재민 2001-8) 재판예규 제1547호 제3조).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매년 미리 가정법원장이나 가정법원지원장이 위촉한 사람 또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 중에서 각 사건마다 조정장이 지정한다(가사소송법 제53조 제2항).
여기서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위촉된 조정위원이란 관할구역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분쟁의 유형, 사건 수, 조정위원으로 위촉할 만한 사람의 수, 연령 및 직업분포 등 해당 지역의 실정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변호사회, 변리사회, 법무사회, 의사회, 건축사회, 감정평가사협회 기타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직능단체 또는 사회단체에 추천을 의뢰하거나 각급법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모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조정위원으로 위촉할 만한 사람을 물색하여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의사, 교수, 건축사,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로서(민사 및 가사조정의 사무처리에 관한 예규(재민 2001-8) 재판예규 제1547호 제4조) [표-3]의 경우와 같이 각 가정법원 또는 지원 별로 각각 법원의 사정17)에 따라서 매년 초에 가사조정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보통이다.18)
또한 가사조정의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도 조정장의 지정을 받아 조정위원이 될 수 있는데,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선정하는 사람의 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당사자가 조정위원 선정의 합의를 한 때에는 그 뜻을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하며, 그 신고는 선정된 사람을 가사조정위원으로 지정하여 달라는 신청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서 인지를 붙일 필요는 없고, 문건으로 전산입력하고 조정기록에 가철한다. 조정장의 조정위원 지정은 구체적인 조정사건의 내용과 성격을 참작하여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일단 조정위원을 지정하였더라도 언제든지 이를 취소하거나 추가지정할 수 있으며, 당사자의 선정합의가 있더라도 그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나, 조정이 당사자의 자율적인 타협과 화해를 목표로 하는 것인 이상 가급적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19)
실무상 매 조정기일마다 그 기일에 처리될 모든 가사조정사건의 조정위원으로 미리 일정 인원을 지정하여 그 중 출석한 사람을 각 사건마다 2명씩 배정하되 그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히 배분하여 가사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며, 가능한 한 의사나 심리학자와 같은 전문가가 포함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법원에 따라서는 가사조정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을 몇 개의 조로 나누어 편성하고 그 조별 편성부를 만들어 한 개의 조가 한 기일의 가사조정사건 전부를 담당하도록 하기도 하고, 여러 명의 조정장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조정장별로 가사조정위원을 나누어 배정하기도 한다.20)
가사조정위원회는 그 조정위원회가 처리하도록 배당된 사건에 관하여 조정안의 작성, 당사자의 설득·권유 등 그 사건의 처리에 필요한 모든 직무를 행함이 원칙이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상의 행위에서는 그 성질상 또는 처리의 편의상 조정장의 권한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가사조정위원회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그 명의로 하여야 할 조정안, 결정서, 조서, 의견서 등에는 조정위원회를 대표하여 조정장이 기명날인한다(가사소송규칙 제120조). 어떤 사항이 가사조정위원회의 직무권한에 속한다는 것은 그 사항의 처리에 가사조정위원회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정위원회의 직무권한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는, ① 이해관계인의 조정참가의 허가 또는 강제참가명령(민사조정법 제16조, 제40조), ② 피신청인경정(更正)의 허가결정(민사조정법 제17조 제1항, 제40조), ③ 법원 외의 장소에서의 조정 결정(가사소송규칙 제118조), ④ 격지조정의 결정(가사소송규칙 제119조 제1항), ⑤ 관련 민사사건의 청구의 병합허가(가사소송법 제57조 제2항), ⑥ 사전처분(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⑦ 관계인의 진술청취와 증거조사(민사조정법 제22조, 제40조), ⑧ 조정신청의 각하(민사조정법 제25조 제1항, 제40조), ⑨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민사조정법 제26조 제1항, 제40조), ⑩ 조정불성립의 결정(민사조정법 제27조, 제40조), ⑪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민사조정법 제30조, 제32조, 제40조), ⑫ 불출석에 대한 제재(가사소송법 제66조), ⑬ 의무불이행에 대한 과태료의 제재(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등을 들 수 있다.21)
조정장은 가사조정위원회에서의 조정절차의 주재자로서 다음 사항에 관한 직무권한을 가진다. 즉, ① 가사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의 지정(가사소송법 제53조 제2항), ② 신청서의 수수료납부의 심사·보정명령·각하(민사조정법 제13조, 제40조), ③ 가사조사관에 대한 사실조사명령(가사소송법 제56조), ④ 가사조정절차의 비공개결정 및 방청의 허가(민사조정법 제20조, 제40조), ⑤ 대리출석·보조인 동반의 허가, 소송대리의 허가, 본인출석명령(가사소송법 제7조), ⑥ 행정기관 등에 대한 사실조사의 촉탁·보고요구(가사소송법 제8조), ⑦ 조서기재생략의 허가(민사조정법 제24조, 제40조), ⑧ 이의신청의 각하결정(민사조정규칙 제16조 제1항, 제18조), ⑨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의 통지(민사조정법 제34조 제2항, 제40조), ⑩ 소송 또는 심판으로의 이행 또는 재회부시의 의견 첨부(가사소송법 제61조), ⑪ 조정위원회가 조정장으로 하여금 사실 및 증거조사를 하게 하는 경우의 사실 및 증거조사(민사조정규칙 제8조 제2항), ⑫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안, 결정서, 조서, 의견서 등에의 가사조정위원회를 대표한 기명날인(가사소송규칙 제120조) 등이다.22)
조정위원은 가사조정위원회에서 하는 조정에 관여함을 그 직무로 한다(가사소송법 제54조 전단). 일반적 의미에서의 가사조정위원은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촉탁에 따라 조정사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에 따른 의견을 진술하거나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가사소송법 제54조 후단), 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명에 따라 사실을 조사한다(민사조정규칙 제8조 제2항, 제10조). 의견진술의 방법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말로 할 수도 있고, 서면으로 할 수도 있다. 관계인의 의견청취, 사실조사는 가사조사관에 준하여 한다.23)
Ⅲ. 가사조정기관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가사조정위원회가 조정을 실시할 경우 관할법원의 판사가 조정장이 되며 조정장의 신분을 엄격하게 판사로 한정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53조 제1항).
그런데 가사조정의 활성화와 전문화를 위해서는 법원내부의 사무분담에 따라 조정장이 법원의 인사이동 때마다 수시로 변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당한 기간 동안 가사조정만을 전담하는 전문법관제도를 정착하지 않는 이상 판사만이 조정장이 되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정위원의 지정부터 시작하여 일련의 가사조정위원회를 운영하는 직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분명 가사조정의 활성화와 전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조정기일에 조정위원과 함께 조정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위원은 조정장(판사)의 의견에 소극적으로 따라가기 쉬운 조정장과 조정위원의 관계로 인하여 결국에는 조정위원이 자신만의 경륜과 사회적 경험을 조정절차에서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다. 즉, 조정장이 배석한 조정기일에 만약 판사인 조정장이 조정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조정절차를 진행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 그러면 조정위원은 조정절차를 계속하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결국 조정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가사조정이 실질화되기 위해서는 가사조정위원회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현재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은 판사가 맡게 되어 있어 법원과 독립적인 조직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보조적인 지위를 가질 뿐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고 판사가 특히 조정전문가가 아닌 현실에서 전문가 조정의 이념이 관철되기도 어렵다.24)
그래서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을 판사에 한정하기 보다는 다른 직역의 자에게도 조정장으로의 직무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가사소송법은 엄격히 판사만이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가정재판소의 재판관(판사) 뿐만 아니라(家事事件手続法 第248條 第1項) 변호사로서 5년 이상의 직에 있었던 자 중에서 2년 임기의 비상근으로 최고재판소가 임명하는 가사조정관(家事調停官)25)을 두어(家事事件手続法 第250條) 가사조정사건에 관하여 가정재판소의 재판관과 동일하게 가사조정사건의 처리에 관한 권한을 주고 있다(家事事件手続法 第251條 第2項).26)
일본 사법통계에 따르면27) 현재 가사조정관은 59명(2017년 12월 1일 기준)으로 가정재판소의 다른 판사와 같이 조정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가사조정관제도는 법원의 업무 경감뿐만 아니라 조정장이 조정기일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가사조정관이 대신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불참문제를 해결하고,28)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국민의 다양한 법적분쟁에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그 해결에 있어서 열정적인 재야 변호사부터 재판관으로 선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사법을 실현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법조일원의 이념에 따라 이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의 하나로써 변호사가 상근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한 환경을 정비하고 조정절차가 일응 충실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비상근재판관제도가 창설되었고, 이것이 가사사건절차법(家事事件手続法)에 반영된 것이다.29)
그래서 일본의 경우에 합의체로서 가사조정위원회가 하는 조정에 있어서 가사조정관제도를 통하여 변호사로서의 사회경험이나 다양하게 지득한 상식과 전문성을 충분히 살려서 가사조정절차에 참여함으로 일반 당사자들에게 당사자의 입장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고 당사자의 요구를 포용할 수 있는 가사조정운영이 가능하도록 평소에는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비상근으로 가사조정에 조정장으로 가사조정위원회를 지휘한다.
특히 가정재판소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조정장이 아니라 재야의 변호사 입장의 조정장이기에 가사조정의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더 공감을 할 것으로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더 유연한 조정절차가 가능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조정절차에 있어서 위의 가사조정관제도와 유사하게 법원의 판사 이외의 자에게 조정의 권한을 부여한 상임조정위원제도를 두고 있다(민사조정법 제9조 제2호).
상임조정위원제도는 2009. 2. 6. 민사조정법의 개정으로 법원에 상근하면서 조정담당판사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조정업무를 담당하는데, 처음부터 조정으로 신청된 사건 뿐 아니라 정식소송으로 제기되었다가 담당 재판부가 조정절차로 회부한 사건도 처리할 수 있으며, 단독으로 조정을 하거나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정할 수도 있는 상임조정위원제도를 도입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일본의 가사조정관제도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자격의 사람을 대법원에서 위촉하여 조정사무에 있어서 판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다만 상임조정위원의 경우에는 변호사 등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것에 반하여 가사조정관의 경우에는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요구된다는 점 등과 같은 자격요건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상임조정위원제도는 민사조정의 분쟁영역에서만 활용하고 있고 가사조정사건에는 상임조정위원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법원에 상근여부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가사조정업무에 상임조정위원제도를 확대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가사사건이 일반 민사사건과 다른 비합리성을 중심으로 하는 특성이 있어서 가사조정에 전문성을 부여한 상임조정위원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표-2]와 같이 조정사건의 처리기간이 더 이상 즉일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금의 시점에는 당사자들이 가사조정을 적극적으로 준비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전문 조정장이 필요한 때이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 가사소송법상 가사조정관제도를 새롭게 설치하거나 또는 가사조정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기존 민사조정법상의 상임조정위원제도를 가사조정사건에 확대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지금 당장 가사소송법에 가사조정사건에 대하여 판사 이외의 자에게 조정장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사소송법 개정이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 상임조정위원제도가 조정센터의 설치와 맞물려서 민사분쟁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상임조정위원제도를 가사조정절차에 확대하는 방안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는 지금 가사조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조정장은 조정실에 일단 들어와서 조정위원을 당사자에게 소개만 해주고, 조정의 진행은 조정위원들에게 맡기고,30) 이후 조정이 성립하면 법관이 들어와 당사자에게 조정안을 확인하면 될 것이다.31)
한편 가사소송법개정위원회에서는 개선방안으로서 가사소송법에 가사상임조정위원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사조정에 따른 이행의무는 장기에 걸치는 경우가 많아 특히 그 집행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세심한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가사상임조정위원의 자격은 법률전문가일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32)하고 있다.33)
사회구조 변동과 가족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이전보다 이혼, 아동학대, 가정폭력, 청소년문제 등의 사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가사조정절차에 있어서 법관의 업무를 경감시키는 방안을 설정하여 가사사건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하급심 강화의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법원의 업무 중 상대적으로 쟁송성이 없거나 비송적·형식적 절차 업무를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도록 법원조직법이 개정되고 있는데,34) 이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사법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35)
현행 사법보좌관의 업무는 법원조직법 제54조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미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이행권고결정의 업무를 사법보좌관이 담당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 있어서 사법보좌관제도의 도입시 담당업무로 예상되었던 비송적·형식적 업무를 넘어서 다소 쟁송적 업무까지 사법보좌관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독일 조정법 제1조 제2항에서 조정인은 “조정을 진행하는 아무런 결정권능이 없는 독립적이며 중립적인 사람이다”라고 조정인에 관한 개념 규정을 두고 있는데,36) 가사조정위원회에서 조정장의 역할이 쟁송적 부분에 대한 개입보다 중립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입장이라면 우리 가사소송법상 조정장을 엄격하게 판사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현재 소액사건심판법상 이행권고결정을 사법보좌관이 담당하고 있어 더 이상 비송적 업무만을 사법보좌관의 업무로 하지 않고 있으며, 조정인의 의미에 대하여 조정을 진행하는 아무런 결정권능이 없는 자라고 한다면 법원조직법의 개정으로 사법보좌관에게도 조정장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사조정위원회를 지휘하는 조정장의 직무에는 조정이 성립되면 가사조정위원은 조정장과 함께 조정조항을 작성해야 하기에, 조정안에 대한 서명의 확인 등 조정장이 판사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사법보좌관의 업무에는 이미 판사의 고유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영역까지도 사법보좌관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으로 법원조직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그러한 구분 또한 과거에 비하여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으므로 더 이상 판사의 고유영역이므로 조정장으로 꼭 판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구체적으로는 사법보좌관이 조정안을 합의한 내용에 서명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과 같이 강제조정에 있어서 사법보좌관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인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37) 그러나 현재 사법보좌관이 이행권고결정, 지급명령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경우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및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에 가정법원의 업무경감 등의 큰 틀의 관점에서는 현행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의 자격을 사법보좌관에 부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38)
舊가사심판법이 폐지되고 동시에 가사사건의 재판절차에 적용될 새로운 기본법으로서 1991. 1. 1.부터 가사소송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가사조정제도 또한 종전과 달리 일부39)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조정위원에 대하여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매년 미리 가정법원장이나 가정법원지원장이 위촉한 사람 또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 중에서 각 사건마다 조정장이 지정하면 조정위원이 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53조 제2항).
그런데 가사조정위원에 대하여 가사소송법에는 엄연히 당사자가 합의로 조정위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일반 당사자들은 이를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앞에서 살펴본 가사사건의 특성상 가사분쟁은 전인격적이고 비합리적인 특성을 갖는 만큼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분쟁의 배후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는 구체적인 인간관계가 도시라고 있는 탓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분쟁구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이해하는 주변인의 도움이 절실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입장에서 조정의 성공여부는 당사자가 조정위원을 선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해결을 위하여 당사자의 자주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사조정사건에 있어서 가정법원은 당사자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조정위원을 지원하거나 당사자가 선정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가사조정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가 당사자가 가사조정을 신청하는 때부터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민사 및 가사조정의 사무처리에 관한 예규(재민 2001-8) 제7조에 따르면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선정된 조정위원이 없는 경우에 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조정위원은 각 사건의 특성과 실정에 비추어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가진 조정위원 중에서 조정장이 지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지금 현재는 적극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정예규의 문맥상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조정위원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조정장이 지정하도록 조정위원의 선정에 있어서 나름 순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가사소송법과 조정예규에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조정위원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가사사건의 특성상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함에도 우리 법원의 태도와 제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법원 중심, 학식과 덕망이 있다는 명사를 중심으로 가사조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과거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조정위원의 위촉과 관련하여 주로 법조나 조정위원들로부터의 의뢰나 추천에 의존하다보니 자연히 위촉의 모체가 협소하고 그것도 이력서에만 의존하여서 그들이 가사사건을 이해하고 조정기법 등 조정위원으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나 가치관 등을 검증하기 어려운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40)도 있었다.
물론 조정위원은 적어도 조정안을 작성할 줄 아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조정위원회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 그룹, 대학의 교수그룹, 행정부처 공무원그룹, 그리고 학식과 경험이 있는 해당분야 전문가그룹으로 구분하여 임명 또는 위촉하고 있어서 대략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조정위원의 중요한 선임기준으로 그 무엇보다 가사사건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41)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조정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전체 가사조정위원 11,671명(이중에서 3,425명은 민사조정위원과 가사조정위원을 겸임) 중에서 ① 변호사(1,459명, 12.5%), ② 의사(75명, 0.7%), ③ 대학교수 등(230명, 2.0%), ④ 공무원(244명, 2.1%), ⑤ 회사·단체의 임원(1,015명, 8.7%), ⑥ 회사·단체의 직원(575명, 4.9명), ⑦ 농림수산업(153명, 1.3%), ⑧ 상업·제조업(145명, 1.3%), ⑨ 종교인(226명, 1.9%), ⑩ 공인회계사·세무사·부동산감정평가사·토지가옥조사사 등(2,257명, 19.3%), ⑪ 기타(994명, 8.5%), ⑫ 무직(4,298명, 36.8%) 등으로 직업별 위촉되어 있는데, 우리의 경우와 달리 무직이 가장 많은 가사조정위원으로 위촉되어 있고 그 뒤를 이어서 공인회계사 등의 직업군과 변호사 등이 위촉되어 있는데,42) 일본의 가사조정위원은 직업별 구성은 법원으로부터 위촉된 우리 가사조정위원의 직업별 구성과 수에 비추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표-3]의 경우처럼 우리의 가사조정위원의 수가 2,270명(민사조정위원 겸임 포함)인데 반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11,671명으로 많은 수의 가사조정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직업별 구성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사조정위원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하고 가사조정의 최전선에 있는 자로서 요구되는 기본 역량이 매우 크다.
이러한 가사조정위원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조정위원의 구성이 어렵다면, 적어도 가사조정위원에 관한 정보제공이 당사자에게 제대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조정위원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조정기일의 진행을 맡은 조정위원이 조정기일을 시작하는 때에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이다.43)
또한 일부 법원에서는 가사조정위원이 민사조정위원을 겸임하고 있어서 가사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가정법원이 끊임없이 가사조정위원을 위촉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가사조정위원의 평균나이도 높은 편인데 젊은 연령대의 이혼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경향에 맞추어 젊은 연령대의 대화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조정위원들에 대한 위촉도 필요하다는 인식도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임조정위원이 조정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조정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44) 실질적으로 조정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가사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조정센터는 아직 설치되지 않고 있다.45)
가사조정센터가 운영된다면 이것은 상임조정위원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므로 가사조정센터에서 가사조정업무를 담당하는 상임조정위원의 경우 가사사건의 특수성과 절차의 이해를 통하여 가사조정절차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상임조정위원의 선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가사조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 가사조정기관으로부터 가사조정안에 대하여 당사자가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러한 가사조정안이 당사자들에게 공정하게 제안되어야 하므로 무엇보다 가사조정위원의 공정성의 확보가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가사사건에 있어서 조정장이나 조정위원 등은 공정한 제3자로서 조정업무를 처리하여야 하는데, 특히 가사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예민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장이나 조정위원 등은 공정성이 매우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가사소송법에는 법원 직원의 제척·기피 및 회피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 중 법관에 관한 사항은 조정장과 조정위원에 준용하고, 법원사무관등에 관한 사항은 가사조사관에 준용하고 있으며(가사소송법 제4조), 조정장과 조정위원에 대한 제척·기피사건은 그들이 소속된 가정법원 또는 가정법원지원의 합의부가 관할한다(법원조직법 제40조 제1항).
가사조정절차에 있어서 당사자의 공연한 오해나 착오에 기한 기피신청이 많은 경우도 있겠지만, 당사자의 신청으로 조정장이나 조정위원을 기피할 수도 있으며, 일부 변호사가 가까운 친족의 이혼사건 등을 맡지 않으려고 회피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회피제도를 통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사조정의 공정성을 위해서 활용될 가치가 있다.
한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법보좌관도 조정장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법보좌관규칙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사법보좌관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41조 내지 제49조의 규정을 준용되도록 되어 있기에 사법보좌관이 조정장의 업무를 담당해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척·기피·회피제도를 적용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가사조정의 절차상 당사자에게 조정절차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신시켜주기 위해서라도 조정기일의 시작과 동시에 조정장 또는 조정위원 등에 대한 기피제도에 대한 소개 또는 안내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을 조정장이 지정한 조정위원의 경우에는 적어도 공정성 부분에서는 불필요한 오해 또는 착오가 생길 염려가 매우 적기에 예민한 가사조정사건에 적극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조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사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사조정절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가사조정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도 조정기관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조정기관의 전문성과 활성화를 위해서 가사소송법상 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을 판사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가사조정관제도의 경우처럼 외부의 일정 자격 있는 자에게 조정장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사법보좌관에게 조장장의 일부 직무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사법보좌관의 경우에는 제도의 목적상 가사조정업무와는 부합되지 않을 수 있지만, 법관의 업무와 사법보좌관의 업무의 경계가 많이 흐릿한 지금의 법원조직법상 오랜 기간 가정법원에 근무했던 전문성 있는 법원사무관 등 법원구성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에 대하여 당사자들의 선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현실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이 조정위원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당사자들이 조정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수동적인 지위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선정권을 행사하는데 관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합의한 조정위원이 있으면 그 조정위원을 선정하여 주고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선호하는 조정위원들이 있는지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둠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가사조정 당사자들에게도 조정위원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이는 각 법원의 홈페이지에 가사조정위원들의 경력을 공시하거나 관련 자료책자를 만들어 비치해두는 방법, 혹은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46)
Ⅳ. 결론
우리 사회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발전과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가족관계에 관한 분쟁은 분쟁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도양단식의 판결에 의존하기 보다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조정절차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우리 법제도는 재판상이혼 사건과 같이 일부 가사사건에 대하여 조정을 우선적인 분쟁해결절차로 채택하고 있다.
가사조정사건은 원래 당사자의 임의의 처분에 맡겨져 있는 사건들이다. 따라서 당사자의 임의처분성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하며, 조정제도 역시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조정절차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그 출발은 바로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과 조정위원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가사조정제도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가사분쟁에 대하여 특히 가사조정사건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지 않고 법관이나 조정위원이 직권으로 진행한다면 조정에 대한 인식과 조정이 성립하는 경우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조정에 대한 의욕과 열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왜 조정이라는 제도가 가사분쟁을 해결하는 최우선적 제도로 인정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조정기관이 가사조정시 늘 염두해 두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가사조정위원의 사회적 지위나 경험만으로 가사조정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가사조정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조정장의 직무와 지위에 대하여 일본의 가사조정관제도, 사법보좌관제도와 관련하여 검토하였고, 가사조정위원과 관련하여 당사자가 합의로 선정한 조정위원에 대한 존중과 가사분쟁에 전문성있는 조정위원의 위촉과 활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가사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정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