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글의 배경과 범위
2019년 3월, 언론의 관심을 끈 사건 중 속칭 ‘주식 부자 이OO’의 사기사건과 ‘이OO 부모의 금전을 노린 살인사건’에 관한 사실과 관련 전문가 대담 등을 실은 기사들 중에서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띈다.
“공도에서 다니는 유일한 슈퍼카인 부가티를 가진 자. 일본에서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며 30억이 넘는 비용을 차 한 대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정도로 이OO은 사기로 큰돈을 벌었다. 뒤늦게 이 형제의 사기가 발각되어 구속되었지만, 그렇게 사기 친 돈으로 전관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자신들을 보호하는데 사용했다.”1)
사기범인 이OO이 사기범행을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으로 자신의 바로 그 사기 범죄의 변호를 해 줄 전관변호사 등에게 고가의 수임료를 지급하고 성공보수 지급을 약속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범죄수익 활용방법이 현행법질서에서 적법한 것인지, 이런 형태의 계약·거래는 단지 피고인 이OO의 경우뿐일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편, 이OO의 부모를 금전적 이유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범인 김OO을 대리하던 변호사가 돌연 김OO에 대한 대리계약을 해지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뉴스에서 한 변호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변호인 사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나머지 돈 중 상당한 액수가 아마 변호사에게 변호사 수임료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결국에는 범죄자가 거둔 범죄 수익으로 수임료를 받으면서 지금 이 사람을 변론을 해야 되는 게 이게 사실은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하나가 있고요….”2)
달리 말해, 우리나라의 변호사들도 범죄수익으로 추단되는 금원을 자신의 전문적인 변호활동의 대가인 수임료나 성공보수로 수령할 경우 오염된 금원을 수령한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넘어 현행법상 형사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의 모든 변호사들은 혹시 출처가 의심되는 금전이 자신의 수임료나 성공적인 변호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면 변호(위임)계약을 해지하고 수익을 포기해야만 하는지도 의문이다. 직업선택·활동의 자유는 물론 변호인제도가 가지는 국민전체에 대한 의미를 가볍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변호사, 그 중에서 특히 형사변호인의 직업적 활동들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변호활동 그 자체가 변호사법위반,3) 사기죄, 문서에 관한 죄, 명예훼손·모욕죄, 강요죄, 비밀침해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배임·배임수재죄, 장물취득죄 등의 성립요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피고인을 위한 적극적인 변호활동이 범인을 발견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절차를 통해 적정하게 처벌한다는 국가형사사법기관의 고유한 기능을 방해하는 범인도피·은닉죄, 증거인멸·은닉죄와 같은 이른바 사법방해·처벌방해(Strafvereitelung, obstruction of justice)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변호활동에 대한 적정한 수임료를 수령한 행위 자체가 ‘금전세탁’(Geldwäsche, money laundering), 즉 ‘범죄수익등의 수수’나 ‘은닉·가장’행위로 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죄학적 관점에서 짧게 정의한다면, 금전세탁이란 형사범죄로 인한 수익의 불법한 출처의 흔적을 감추려는 목적에 맞추어진 일련의 과정, 즉 불법하게 획득된 재산 가치를 외형상 적법한 재산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통상적인 경제적·재정적 흐름 속으로 이를 편입하려는 의도적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범죄수익의 은닉, 가장, 수수 등 일련의 금전세탁행위를 방지·처벌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이미 2001년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아래에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고 줄임)을 제정·시행해오고 있다.4) 그런데 동법의 적용대상에서 변호인을 제외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사변호인도 당연히 그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변호인의 수임료·성공보수의 수령이 금전세탁, 즉 범죄수익의 은닉, 가장, 수수 등에 해당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금전세탁으로 처벌하는 경우 그 근거조항은 무엇이며, 그 조항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권리·의무를 축소시키지 않고, 결국은 도움이 필요한 피고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변호인의 조력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막기 위해 현행법 상태 하에서도 일정한 목적론적 제한·축소해석이 가능한 것인지, 입법(개정)이 아닌 해석이라는 방법으로 현행 법률의 구체적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그 해법이 있다면 체계적 관점에서 범죄성립요소 어느 부분에서 이를 도출해야할 것인지 등등 보다 구체적인 여러 가지 의문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와 관련된 국내 논의는 현재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5)
앞선 언론보도에서 이미 김OO의 변호인이 사임하는 과정에서 부각되었듯이, 범죄수익을 수임료로 수령한 경우 추후에 발생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현상이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고, 변호사 대량 배출, 전관예우의 지속, 변호사선임계(계약) 없는 실질적 변호활동과 그 보수지급의 관행, 범죄조직의 외형 변화, 변호사 업계의 전반적인 수입 감소 등의 경향은 머지않아 범죄수익 은닉, 가장, 수수 등 금전세탁에 관계된 변호인의 활동과 그 가벌성의 문제가 중요한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추단을 가능하게 해 준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변호사의 수임료·성공보수의 수령이 범죄수익등의 은닉, 가장, 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형사변호인에게 금전세탁죄, 좀 더 포괄적인 용어로 이른바 자금세탁죄가 성립된다고 할 때, 그들의 직업적 활동과 형사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검토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의 관련 법률상태와 대법원 관련 판결례를 정리해보고(아래의 Ⅱ), 보다 구체적으로 변호인의 자금세탁죄와 관련한 쟁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변호인의 자금세탁과 관련한 독일 학계와 법원의 중요 논의를 발췌·소개·평가해보고(아래의 Ⅲ), 끝으로 국내의 관련 논의가 관심을 두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아래의 Ⅳ).
Ⅱ. 법률 현황과 대법원 관련 판결의 주요 내용
특정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할 목적으로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특정범죄 관련 범죄수익의 몰수 및 추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여, 종국적으로는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유지에 이바지한다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처벌 규정 중 변호인의 자금세탁죄와 관련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는 조항은 동조 제3조의 범죄수익등의 은닉, 가장죄와 제4조의 범죄수익등의 수수죄이다. 제3조의 경우에는 변호인이라고 해서 다른 직업군이나 일반인에 비해 특별한 보호나 법적용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나, 제4조의 경우에는 범죄인으로 의심을 받아 수사·공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를 대리·후견하고 그 대가로 수임료를 받는 변호인에게는 그 수임료나 성공보수가 범죄수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타 직업군과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5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위법행위로 제1호에서 ‘범죄수익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제2호에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그리고 제3호에서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등을 은닉한 자’의 3유형을 나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범죄수익등의 취득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범죄수익등의 처분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범죄수익의 발생원인을 가장하는 행위,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선 이러한 가장 및 은닉죄의 핵심적인 성립요소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대법원의 판결선례를 통해서 확인해 보기로 한다.
동법 제2조 제3호에서는 동 범죄의 행위객체를 구성하는 범죄수익등이란 ‘범죄수익,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및 이들 재산과 그 외의 재산이 합쳐진 재산’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동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 범죄수익은 동법 제2조 제2항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가 목)을 말한다.
특히 이러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의 의미에 대해서 대법원은 중대범죄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새로 만들어진 재산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6) 달리 말해 중대범죄로 인해 새로 생긴 것, 취득한 것, 보수로 얻은 것을 모두 포함한다는 취지이다. 보수로 받은 것이 아니면서 중대범죄로 인해 취득한 재산도 범죄수익등에 포함된다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하면 결국 법문의 표현을 넓게 이해하여 가벌성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생긴다는 의미가 새로이 만들어지는 것, 새로 생성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존재하던 것도 취득자의 입장에서는 새로 생긴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즐겨 사용하는 이른바 ‘법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선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한편 언제부터 범죄수익이 되고, 언제부터 그 범죄수익 출처의 가장, 은닉, 혹은 수수가 가능한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범죄수익이라고 하려면 당해 중대범죄의 범죄행위가 기수에 이르러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라는 범죄의 객체가 특정 가능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7) 예를 들어 그 중대범죄가 업무상횡령죄라고 한다면,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그 업무상횡령행위라는 중대범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으로 범죄수익이 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사건의 진행에 비추어 당연한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선행범죄인 중대범죄의 기수에 이르기 전에 후속되는 가장, 은닉 혹은 수수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고, 그 후행행위의 도중 혹은 후행행위가 종료된 이후 선행범죄가 기수에 이른 경우라면 이 경우도 동법의 위반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여기서 선행범죄인 중대범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의미는 범죄수익의 발생원인을 가장한 행위가 시간적으로 선행범죄의 기수 이전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범죄수익등의 가장죄의 성립에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여,8) 종국적으로 선행의 중대범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면 비록 가장·은닉행위가 그 이전에 행해졌더라도 범죄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범죄수익의 발생을 이미 예견하고, 그에 대한 가장·은닉행위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다 지능적인 범죄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해석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선행 범죄행위와 이를 가장·은닉하는 후행 범죄수익등의 가장·은닉죄의 실행시점이 앞서 본바와 같이 시간적으로 선후관계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과 전후의 두 행위가 별도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문제이다. 즉,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는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당해 범죄행위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결선례에서 등장하듯이 A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甲이 A회사의 물건을 페이퍼컴퍼니인 B회사가 구입하여 C회사에 판매한 것처럼 가장한 후, C회사로부터 물품대금 1억 원을 B회사의 명의상 대표인 乙의 계좌로 송금하고, 乙은 그 중 1천 5천만 원을 영업이익으로 가장하여 공제한 후 8천 5백만 원을 A회사에 송금함으로써 1천 5백만 원을 B회사의 영업이익으로 가장하였다는 원심판결에 대해, 1천 5백만 원을 송금 받은 행위는 그 자체가 甲(과 乙)의 업무상배임의 수단으로 행해진 것으로 당해 범죄행위 자체에 그칠 뿐, 그와 별도의 범죄수익등의 가장·은닉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 그런 경우이다.9)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범죄수익등의 취득, 처분, 발생원인 등의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 어떤 목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즉 동죄는 어떤 목적으로 범죄수익등에 관련한 사실을 가장했는지를 불문하고 해당 구성요건요소에 대한 미필적 고의의 입증만으로 충분한 단순고의범의 형태이다.
먼저 범죄수익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假裝10))하는 행위, 즉 가장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의 원인행위나 범죄수익 등의 귀속에 관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11) 혹은 정당하게 취득한 것처럼 취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귀속되지 않은 것처럼 귀속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12)
예를 들어 차명계좌로 불리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범죄수익등을 입금하는 행위와 같이 범죄수익등이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13) 물론 구체적인 개별사안에서 차명계좌에 범죄수익등을 입금하는 행위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계좌의 실제 이용자와 계좌 명의인 사이의 관계, 이용자의 해당 계좌 사용의 동기와 경위, 예금 거래의 구체적 실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14)
하지만 동조 동항 제3호는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隱匿)’한 행위를 처벌하는, 이른바 목적범의 형식이다. 즉, 은닉의 고의와 가장할 목적이 모두 요구되는, 소위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필요한 범죄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것일 뿐, 위와 같은 목적이 없이 범죄수익을 단순히 은닉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특정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수사기관 등에 신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자기부죄거부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15) 입장을 밝혔다. 달리 말해 중대범죄로 생긴 수익 자체를 발각되지 않게 숨겨 보관하거나, 타인이 찾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는 여기서 말하는 은닉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동법의 ‘범죄수익등’의 ‘은닉’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범죄수익의 특정이나 추적 또는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보관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16)라고 하여, 통상에서 벗어난 행위를 전제하고 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 범죄수익등인 주식을 타인에게 처분한 것처럼 타인 명의로 명의개서하여 두는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17) 처분하지 않은 것을 처분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인데, 이에 반해 만약 통상의 보관방법이라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한다거나, 주식을 처분하였다면 그 환가대금을 통장에 보관하거나, 타인명의로 명의개서되었다면 실질적인 소유자는 타인이어야 할 것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3호의 범죄수익등을 은닉한 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에 관해 동법에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가장행위의 경우나 동법 제4조의 수수행위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즉, 이른바 미필적 고의를 넘어서는 강화된 형태의 인식이나 의사(의도적 고의나 지정고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은닉의 고의와 관련한 대법원의 입장도 특기할 것은 없다. 행위자가 은닉하려고 한 재산이 동법 제2조 제2호 내지 제4호에서 정한 범죄수익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정도로 충분하고18) 반드시 그 범죄의 종류나 구체적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미필적으로’나마 자신들이 은닉하려고 한 자금이 특정범죄·중대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다.19)
대법원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가장하는 행위와 은닉하는 행위의 차이점은 특히 전자는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음이 법문상 명백하므로, 이러한 목적이 없었더라도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면 위 법률에 따른 죄책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이다.
특정·중대범죄 행위에 기인한 범죄수익등을 가장·은닉 혹은 수수 등으로 수령한 자가 그 반환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처분하거나, 사용하는 등 배신적 행위를 한 경우 이러한 행위를 예를 들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불법원인급여라는 이유로 반환하도록 할 것인지도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범죄로 처벌하고 있는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교부된 범죄수익등을 자금세탁의 선행범죄(특정범죄·중대범죄)를 범한 자가 다시 반환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당해 범죄자로서는 해당 자금을 교부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범죄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되고, 결국 자금세탁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세탁을 위해 교부받은 범죄수익등은 불법원인급여물로 보아 그 소유권은 수급자에게 귀속된다고 하여 교부자에게는 범죄수익등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수익 등을 교부받은 자가 해당 자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20)
변호사의 자금세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의 범죄수익등의 수수(授受)죄는 동법이 시행되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대법원의 공개된 판결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이다.
동조에서 말하는 ‘그 정황을 알면서 범죄수익등을 수수하는’ 행위에는 범죄수익 등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행위는 물론 범죄수익 등을 채권의 담보로 취득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하는 판시와21) 사업주의 업무와 관련하여 범죄수익 등 수수행위를 한 자는 그 수수행위로 인한 법률관계가 사업주에게 귀속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실제 수수행위를 한 자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양벌규정과 관련한 원칙을 선언한 판결례 정도가 전부이다.22)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의 수수행위에 대한 현행 법문에서는 통상적인 고의범의 성격과 다른 어떤 추가적 요건도 설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법원도 동조의 ‘정을 알면서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는 행위에 있어서 주관적 요건인 ‘범죄수익 등이라는 정’의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인 것을 요하지 않고, 범죄수익 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고 하여 일반적인 고의범에 요구되는 정도의 주관적 요소를 언급하고 있다.23) 특별한 목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특기할 것은 2001년 9월 27일 동법 제정 당시에도 제4항에 단서를 두어 현재의 규정과 같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0년 개정내용도 단지 조사나 술어 등 법문의 표현 변화 외에는 특별한 내용적 변화는 없다.24)
단서의 법문에 따르면, 교부자가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으로 제공한 자금이 범죄수익등이라도 이를 수령한 자는 동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계약의 채권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라는 제한 아래 상대방 채무자의 의무이행이 범죄수익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정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동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의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으로 지급되는 자금을 수수한 자는 비록 그 자금이 범죄수익이라는 정황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금세탁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에 속하는 경우로는 주로 공법상의 의무이행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변호사에 대한 착수금, 수임료·성공보수의 지급이 공법상의 의무이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 전단의 예외사유는 변호사의 자금세탁죄와는 무관하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계약시에 채권자가 그 계약의 상대방인 채무자가 그 계약의 이행으로 부담하게 될 채무의 이행이 범죄수익등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그 이후 계약과 관련된 채무이행시에 실제 범죄수익등으로 채무변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그 정황에 대한 인식유무를 불문하고 자금세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해당하는 계약의 내용은 채권자가 상당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만 해당한다는 것인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인이 제공하는 급부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단서도 변호사의 자금세탁죄의 예외로 작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에서는 행위주체가 변호인이라고 하여 자금세탁, 즉 범죄수익등의 수수죄의 성립에 특별한 예외적 존재로 취급되지는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행법과 관련 대법원 판결례를 종합하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에 해당하는 행위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변호사·변호인이라고 하여 특별히 예외를 인정할 동인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법률전문가가 범죄수익등의 출처나 생성과정 등을 가장하거나 동 범죄들의 조장과 적법한 재산으로 꾸미는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은 비난가능성을 보다 증폭시키는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변호사, 특히 형사변호인이 피고인 대리(위임)를 통해 제공한 자신의 법률서비스의 대가로 수령한 착수금, 수임료·성공보수 등이 중대범죄에 연유하는 범죄수익등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이를 수수한 경우에는 형법총칙의 일반 위법성조각사유(예를 들어 기타 사회상규)의 적용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기대가능성과 같은 면책사유의 적용여부도 변호사라고 하여 특별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전무한 상태이다.
변호인의 범죄수익등의 수수행위를 타 직업군 또는 일반인의 자금세탁과 동일한 기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형사변호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흉악한 범죄인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한 헌법정신에 위반될 수 있다는 반론에 노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므로, 변호인의 서비스제공의 대가 수령을 자금세탁죄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고도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사례해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금전·자금세탁죄와 관련한 학설과 판례의 현황을 발췌·정리해 보기로 한다.
Ⅲ. 독일 금전세탁죄의 주요내용과 학설·판례의 쟁점
독일 형법 제261조의 금전세탁죄는25) 그들에게도 가장 개관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구성요건에 속한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본 죄의 도입 전에는 문제되는 행위의 일부는 장물죄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예를 들어 대체장물의 취득과 같은 경우에는 장물죄로도 처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불법한 마약류거래와 그 밖의 조직범죄 발현행태들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das Gesetz zur Bekämpfung des illegalen Rauschgifthandels und anderer Erscheinungsformen der Organisierten Kriminalität; OrgKG)을 통해 금전세탁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그 적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금전세탁법의 적정화를 위한 법률’을 통해서 특히 신용기관, 재정단체, 변호사, 공증인, 조세상담사, 재정심사역, 부동산(중계)거래상 등에 대해서도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하는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등의 자금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설정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금전세탁의 선행범죄의 범위가 확장되고, 인적 적용범위도 확대되고, 형량도 가중되고 있으며, 금전을 넘어 동산이나 부동산, 그리고 청구권까지 재산가치 있는 것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수범 처벌규정도 존재함은 물론, 피고인의 범의를 확실한 인식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몇 번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조 제5항의 과실범처벌규정은 여전히 존재한다.26) 이러한 독일의 금전·자금세탁죄를 둘러싼 판결례와 해석론적 쟁점 중에서 우리의 관심과 관련성이 있는 변호사의 자금세탁 관련 부분들을 발췌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미 2004년 3월 30일 선고한27) 결정과 이를 다시 확인한 2005년 1월 14일28) 결정에서도 형사변호인이 동 조항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형사변호인이 가지는 업무의 특성상 무제한적 적용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과도 부합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그런 이유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론적 제한을 통해 변호인의 금전세탁을 처벌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2004년의 결정과 동일한 맥락에서 선고된 2005년 결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5년 1월 14일 선고된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의 심리대상이었던 헌법소원(Verfassungsbeschwerde)은 변호사의 수임료 수수를 통한 금전세탁의 혐의로 인해 변호사의 사무실을 수색한 것이 헌법의 가치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주요 청구취지로 한 것이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변호사를 포함한 3인의 변호사들은 사창가를 운영한 죄(Zuhälterei)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하였다. 하노버 검찰청은 형법상 성매매알선죄(§ 181 StGB; Zuhälterei)와 연결된 금전세탁죄의 혐의로 위 3인의 변호사에 대해 수사절차를 개시하였다.
위 변호사들은 선행범죄 피고인의 누나를 통해 총 €16,507.16의 선행범죄에 기인하는 금원을 수임료로 수령하였고, 2002년 2월 7일 선행범죄의 피고인은 그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성매매알선으로 총 €235,000의 수입을 얻었다고 자백했다. 그리고 자신의 누나에 계좌에 들어간 돈도 그 수입의 일부라고 자백했다. 이에 검찰은 언급된 변호사들(공판정에 참석한 변호인은 물론 참석하지 않은 변호인 모두)은 이러한 사정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들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금전세탁으로 기소된 선행범죄 피고인의 누나는 2002년 2월 14일 자신의 계좌로부터 총 €16,507.16를 인출하여 동생의 변호인에게 그 금액을 지불한 것이었다.
2002년 10월 17일 선행범죄 피고인의 누나에 대한 공판절차에서 공판검사는 법관이 참석한 상태에서 누나에게 금전의 소재를 진술하는 경우 형벌감경을 약속했고, 그 이후, 당시 1년의 실형에서 90일의 일수벌금형으로 낮추어졌다고 한다.
하노버지원(AG Hannover)은 2003년 6월 5일 피고인들의 합동법률사무소(Kanzleiräume)를 대상으로 금원의 이동과정에 대한 관련 자료를 발견할 목적의 수색영장(Durchsuchungsbeschluss)을 발부했다. 이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피고인들이, 그 사이에 성매매알선죄와 인신매매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선행범죄의) 피고인의 형사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의 누나를 통해 총 € 16,507.16를 수임료로 수령하였고, 그들은 그 돈이 그들이 대리하는 자에 의해 범해진 형사범죄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노버 지방법원은 2003년 9월 24일 결정으로 2003년 6월 19일 집행된 수색처분에 대해 제기한 피고인들의 항고를 기각하고, 최초혐의를 판단하는 시점에는 모든 사정들이 알려지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형법 제261조 제5항의 경우에는 금전세탁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중)과실(Leichtfertigkeit)로 충분하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헌법소원청구인은 위 법원의 판단과 결정들이 기본법에서 보장하는 주거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청구를 받아들여 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하노버지원으로 사건을 환송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는 첫째, 형법 제261조 제2항 제1문은 형사변호인에게는 기본법 제12조에서 규정한 자유로운 직업활동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고, 사선변호인의 지위에서 수임료나 착수금(선금)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갖게 되는 것은 형사변호인이 자신의 직업적인 역량(berufliche Leistung)을 적정한 범위에서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결정에 앞선 관련 결정에서와29) 동일하게 사선변호인제도와 직업활동의 자유(Berufsausübungsfreiheit)에 대한 침해와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동 규정을 제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이유에서 선행(목록)범죄에 연유한 자금이라는 것에 대해 수령시점에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생각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형사변호인에게 처한 위험을 담당 검사와 판사가 고려할 수 있는 것이고, 고려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형사변호인이 금전세탁이라는 범죄에 대해 최초혐의(Anfangsverdacht)를 보이는가를 판단할 때 검사는 헌법적으로 보호된 법익들을 특별히 고려해야만 하고, 해당 형법규정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행위(ein sozial unauffälliges Handeln)를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구성요건을 실현하였다는 것만으로 범죄의 혐의를 설득력 있게 말해주는 것(Aussagekraft)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범행의 내적 요소를 증명하는 난점을 고려해야만 하고, 최초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형사변호인이 수임료를 수령할 당시 악의(bösgläubig)였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에 기초한 구체적 착안점’(auf Tatsachen beruhende, greifbare Anhaltspunkte)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범행의 주관적 요소에 대한 척도는 예외적으로 높은 수임료라거나 수임료의 요구 유형이나 방식 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하노버 지방법원은 비록 제261조 제5항과 같이 과실의 금전세탁도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확실한 인식을 요구하는 법률해석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고, 하노버지방법원지원(AG)의 경우는 특히 최초혐의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충실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선행범죄 피고인의 누나가 수임료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변호사들이 그 자금의 출처(Herkunft)를 확실히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2005년 1월 14일 선고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도 2004년 3월 30일 선고된 연방 헌법재판소의 결정문과 같은 맥락에서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우선, 형사변호인에 대한 금전세탁범죄의 최초혐의가 존재하는가 여부를 심사할 때는 직업활동의 자유(Berufsausübungsfreiheit)와 사선변호인제도(Institute der Wahlverteidigung)로 보호되는 법익에 향해진 위험에 대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다음으로 변호인이 수임료를 수령하는 것이 금전세탁이 되는 경우는 단지 변호인이 그 위임인으로부터 수임료를 수령하는 시점(Im Zeitpunkt der Annahme der Vergütung)에 그 금전이 불법한 취득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에 대해 확실한 인식(Sichere Kenntnis von der Herkunft)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제한된다는 것이었다.30)
이와 같은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된 해석 기준(주관적 구성요건에서 확실한 인식, 즉 지정 고의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하급심 판결과 연방대법원 등의 법원은 물론 학계에서도 다양한 찬반론의 대립을 가져왔다. 이러한 의견대립의 핵심은 변호인의 자금세탁을 현행 독일 형법 제261조의 해석과 적용에서 특별하게 취급할 것인지 여부, 변호인에게 유리하게 한다면 범죄체계론적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영역에서 그 해답을 찾을 것인가에 있다.31)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구성요건은 문법적, 체계적, 역사적 혹은 목적론적 해석의 방법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은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이기도 하다.32) 목적론적 축소를 통해 해당 구성요건에서 형사변호인의 수임료 수령을 배제하는 방법, 허용된 위험의 법리를 준용하는 것, 중립적·사회적 혹은 직업적 역할에 상당한 행위로 평가하는 것, 선행행위와의 연대성을 요구하거나 지정고의를 요구하는 방법 등을 통해 구성요건해당성에서 배제하려는 주장에33) 대해서는 무엇보다 법문의 표현에 부합될 수 없고, 이미 변호사의 자금세탁과 관련한 문제가 다루어진 법률의 탄생과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34) 특히 이러한 구성요건영역에서의 해결시도는 선행범죄에서 연유한 대상물(Gegenstand)을 변호사가 수임료로 수령하는 것은 어쨌거나 범죄수익의 박탈을 방해(Vereitelung)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고, 범죄수익을 고립(Isolierung)시킨다는 동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강하다.35)
또 다른 비판의 근거를 동 죄의 도입을 위한 입법과정에서도 이미 충분히 변호사의 특수 문제를 다루었지만 입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서 찾는 입장들도 있다.36)
특별한 형사절차적·헌법적 정당화사유를 구성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는데, 주로 변호인의 절차적 지위나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헌법상의 권리·원칙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화영역에서의 해결시도들도 종국에는 구성요건적 해결방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비판들이 그대로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무죄추정의 원리로부터 정당화사유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부터는 단지 국가의 의무, 즉 피의자·피고인을 무고한 자와 같이 다루라는 의무, 즉 그의 재산을 함부로 침해하지 말라는 의무만이 부과될 뿐이므로, 좌초할 뿐이라는 비판이 있다.37)
한편 특정 피의자의 재산이 사실상 목록범죄(Katalogtat)로부터 연유하고 있는 한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리로부터 그 피의자에게 그 재산을 수익, 관리, 처분하는데 어떠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38) 그렇게 되면 피의자가 전혀 범죄혐의를 받지 않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더 나은 혜택을 받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에게 유리한 무죄추정의 원리에 따른다고 해서 변호인이 불법하게 취득한 재산을 손해 없이 가질 권리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달리 말해 사선변호인으로 많은 수임료를 포기하고 국선변호인 정도의 수임료만을 받으라고 한다고 해서 그 변호사에게 특별한 희생(Sonderopfer)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39)
종래 독일의 지배적 견해에 따를 때는 변호사에게도 제한 없이 제261조의 자금세탁 규정이 적용되어야 했다. 설령 착수금이나 성공보수 등이 통상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적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설령 그 범죄수익을 보수로 수령함으로써 선행(목록)범죄의 피해자가 어떤 손해를 입은 바 없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자금세탁으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2004년과 앞서 소개한 2005년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사선변호인제도와 형사변호인의 직업활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변호인의 자금세탁죄 성립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헌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유권해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된 내용 외에도 다양한 관점의 비판이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형사변호인에 국한된 것으로 이와 유사한 직역, 예를 들어 파산관재인, 세무사, 조세상담역, 재산관리인, 민사 혹은 공법사건의 의뢰인을 대리하는 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한 없이 제261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미해결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40) 그렇다면 만약 형사변호사가 형사대리는 물론, 민사대리나 조세자문까지 한다고 할 때에는 자금세탁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도 미해결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2004년과 2005년의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수차의 법률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과실범처벌규정은 물론, 변호인의 특이성이 반영된 어떤 유형의 개정도 행하지 않고 종래의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가 형사변호인의 특수성을 알았더라면 자금세탁죄의 적용에 제한을 가했을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그 전제부터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41)
이처럼 독일 현행 형법 제261조 자금세탁죄의 적용범위 및 대상과 관련한 논의에서도 형사변호인의 자금세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판례들과 해석론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형사변호인에 국한하여 착수금 혹은 수임료의 명목으로 그 자금의 수령시에, 범죄수익이라는 점에 대해 확실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만 자금세탁죄를 인정하는 제한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다수의 목소리는 형사 변호사라고 하여 범죄성립을 특별히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수는 물론 과실범(Leichtfertigkeit)의 경우도 처벌하는 현행 법률의 태도와 자신이 수령하는 금원이 목록범죄로 인해 생긴 것임에 대해 지정고의 수준의 확실한 인식을 요구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 간의 부조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해석론의 다수{종래의 이른바 통설(herrschende Meinung)}는 여전히 변호사에게 주어질 특권은 없다는 입장이다.
Ⅳ. 맺으며
2001년 11월 28일 시행된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은 총 16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곧 시행 20년을 맞게 된다. 그 사이 공간된 대법원의 판결문에서는 변호사의 자금세탁을 다룬 판결은 한 건도 없다.
이에 비해 독일의 경우 자금세탁죄가 도입된 후 변호사에 대한 자금세탁으로 2004년까지 입건된 사건이 총 37건이었고, 변호사가 착수금을 받고 대리하고 있는 형사사건이 종결되기도 전에 그 변호사에 대한 자금세탁범죄 수사가 개시된 것만도 23건에 이른다고 한다.42) 변호사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28건이었고, 변호사의 소송서류 등이 실제 압수된 것도 4건이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그 적용범위를 넓혀온 독일에서 2019년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변호사자금세탁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우리의 경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43)
물론 대법원이 지금까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또는 제4조 위반죄를 적용하면서 밝혀온 그들의 법리에 따르면 독일의 종래 통설이자 현재 다수의 학설이라고 할 수 있는 예외부정설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해 변호사의 자금세탁이 국내 법정에 기소된다면 변호사라고 하여 특별한 제한해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 유효한 해석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형사변호인이 자금세탁의 피고인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그랬듯이, 대법원도 그들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이 마치 형사변호인의 권리와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옳은 이해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적용되지 않는 법은 자신의 권위와 효력을 갉아 먹는다.
적용하기 어려운 법은 법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파괴한다.
상징형법은 지켜지지 못할 법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내어 놓는 것을 말한다. 잠재적 범죄인에게 경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상징형법을 통해 보호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는 기망인 것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상징형법이 아니라면 그 규범이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법률의 적용사례가 우리 앞에 제시되어야 할 것이고, 자금세탁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의 개별 표지들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고, 어떤 방향의 개정이 필요할 것인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것인지 궁금하다면, 독일의 연방대법원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가져온 다음과 같은 개별 쟁점부터 시작하면 될 듯하다.
① 변호사(형사변호인)의 직업적 특성, ② 민주적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그들의 지위와 역할, ③ 공정한 재판 실현에 기여하는 그들의 역할, ④ 범죄혐의자·피의자·피고인을 대리한다는 타 직업과 다른 형사변호인의 특성, ⑤ 국선과 사선변호인의 선택가능성, ⑥ 무죄추정의 의미와 변호사 수임료 수수시점과의 관계, ⑦ 형사변호인의 수임료 수수를 자금세탁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뢰인과의 신뢰관계의 변화, ⑧ 형사소추의 위험을 받는 변호인의 변호활동의 제약, ⑨ 변호사의 일반적 인격권과 직업선택·수행의 자유, ⑩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의 이행가능성, ⑪ (특히 조직범죄 등에 대한) 효과적인 형사사법의 실현, ⑫ 변호사 사무실의 압수·수색과 범위의 특수성, ⑬ 자금세탁규정 제한해석의 필요성, ⑭ 고의의 정도 제한(지정·의도적 고의로 상향조정), ⑮ 비례성의 실현방법(수임료의 정찰제 또는 착수금·성공보수액 결정기준마련 등) 등.
이 글을 계기로 수사기관과 학계의 변호인의 자금세탁죄에 대한 관심과 추가적인 관련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