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건의 개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은 2005. 4. 25. 소외 유○술과 혼인신고를 하고 법률상 부부였다가 2011. 12. 19. 이혼에 합의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은 다음 2012. 2. 28. 관할 구청에 협의 이혼신고를 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소외 송○민과 동거하면서 2012. 10. 22. 딸을 출산하였다.
청구인은 2013. 5. 6. 관할 구청을 방문하여 생부인 송○민의 성을 따라 송○윤이라는 이름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민법 제844조에 따라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므로 전남편의 성(姓)에 따라 유○윤으로 기재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하였다.
한편, 2013. 5. 8.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검사 결과 송○윤은 송○민의 친생자로 확인되었고, 생부인 송○민은 송○윤을 자신의 친생자로 인지하려고 하였지만 민법 제844조 제2항에 따라 송○윤이 소외 유○술의 친생자로 추정받기 때문에 송○민은 인지를 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이에 청구인은 친생자 추정을 규정한 민법 제844조 제2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 9.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헌재결정의 요지
오늘날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였고, 2005년 민법개정을 통해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이 삭제되었으며, 협의이혼시 이혼숙려기간 및 재판상 이혼시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혼인 파탄으로부터 법률상 이혼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크게 늘어나게 됨에 따라, 이제 여성이 전남편 아닌 생부의 자를 포태하여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그 자를 출산할 가능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증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에 있는 부자관계를 의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게 되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전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고, 전남편도 자에 대한 친생부로 추정을 원하지도 않으며, 생부는 오히려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그 자녀는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전남편의 친생자로 등록되고, 이를 번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결과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이혼한 모와 전남편은 각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되고, 자녀와 생부는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하는데 있어 장애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이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사회적・법률적・의학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이미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에 자가 출생하고 생부가 그 출생한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그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하면 친생추정의 효력이 즉시 상실되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상태를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개선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자녀로 하여금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준수한 것이고 심판대상 조항 그 자체는 모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만 친생자 추정은 친생부인의 소와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인데,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은 오히려 친생부인의 소를 규정한 민법 제846조 및 제847조로 그 심판대상을 확장하여, 그 규정들이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규정하지 아니한 채 존속하는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논하는 것이 타당하다.
Ⅲ. 문제점
친자관계는 부모와 자를 정하는 일로서 혼인관계와 더불어 가족관계의 기초가 된다.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라 하면 혈연에 의한 친생 친자관계와 입양과 같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법정 친자관계가 있을 수 있고 전자의 친생친자관계는 통상적으로 부모의 법률상 혼인상태 여부에 따라 혼인중의 출생자와 혼인외의 출생자로 나뉘게 된다1)2).
그리고 민법상 친자관계로 결정이 나면 부모와 자녀사이에 친권과 양육의 문제가 발생하고 일방의 사망시 상속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므로 가족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친생자 관계의 경우 모자관계는 일반적으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외형적 사실로 확정이 가능하지만3), 부자관계는 그러한 외형적인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4). 왜냐하면 부자관계는 출산과 같은 명확한 증명이 없고 처가 혼인관게 존속중에 포태하였다고 하더라도 가령 불륜관계에 있는 남자와 사이에서 임신하여 자를 출산한 경우에는 법률상 부와 혈연상의 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사례에서 청구인처럼 전남편과의 혼인관계가 종료되자 곧바로 다른 남자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고 자를 출산하였는데 출산시기가 전혼관계가 종료한 후 300일 내라면 친생자 추정에 따른 법률상 부와 진실한 혈연관계에 있는 생물학적 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생한 자에게 생부가 따로 있고 그 점에 대해서 유전자검사결과를 통해 생부와 자사이의 부자관계가 명백히 증명이 됨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44조 제2항에 따라 전남편이 일단 친생부로 추정을 받는다는 것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2년의 제척기간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야만 친생자 추정이 번복될 수 있고 그에 대한 어떠한 예외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출산을 중심으로 하여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제한을 받고 있고 그 정도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고 할 것이다5).
Ⅳ. 혼인 종료후 300일내 친생자 추정
이에 대해서 우리 민법의 규정은 제844조에서 ‘부의 친생자의 추정’이라는 제목하에 ‘① 妻가 혼인중에 포태한 子는 夫의 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백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백일 내에 출생한 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6).
그리고 위 제844조와 관련하여 민법 제846조는 친생부인의 소에 대하여 ‘부부의 일방은 제844조의 경우에 그 자가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847조는 ‘① 친생부인의 소는 夫 또는 妻가 다른 일방 또는 子를 상대로 하여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이를 제기하여야 한다7). ② 제1항의 경우에 상대방이 될 자가 모두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친생추정제도는 1958. 2. 2. 우리 민법 제정당시에 1898년에 제정된 일본민법 제772조8)를 그대로 도입하여 규정한 이래로 2015. 4. 30.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단 한번도 개정되지 아니한 채 존속하여 왔다.
민법이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 또는 혼인관계가 종료한 뒤 3백일 내에 출생한 자는 전혼관계의 부(夫)의 子로 추정하고 있는 점은 출생과 동시에 부자관계를 신속히 확정하여 자기 일단 부의 친생자로 등록되게 함으로써 부모의 친권과 양육에 포함되게 함으로써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그 추정을 번복하는 방법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서만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점은 이 사건 헌법재판소도 동일하게 보고 있다9).
민법 제844조 제2항에서 규정한 200일과 300일의 기간은 모가 태아를 임신하여 출산 시까지의 최단기간과 최장기간에 해당하는 의학적 통계치를 바탕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태아의 임신기간이 280일(40주)인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고, 산모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출산일로부터 역산하여 200일 내지 300일 이내에 포태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더욱이 1958년 민법 제정당시에는 의학적으로 영아사망률이 높아서 부모는 자가 출생 후에도 일정기간 출생신고를 미룬 채 양육하다가 뒤늦게 출생신고를 하는 사례도 많았다. 따라서 자가 출생 후 친생자 추정의 문제가 생겼다가도 그 자가 사망하게 되면 그러한 추정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에는 오늘날 유전자 검사와 같은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법률상 예외 없이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데는 상당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민법이 제정되던 1958년도 사회상황을 보면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부부가 이혼하는 사례도 낮았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이혼 후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여자는 혼인관계의 종료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지 아니하면 혼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이 존재하고 있어서 혼인관계가 종료된 후 6개월이 지나서 생부인 남자와 재혼을 하여 자를 출산했을 경우 응당 전혼관계가 종료된 후 300일 이후에 출산하게 될 것이므로 그 자가 전혼 부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10)11).
통상적으로 법률상 추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반대사실의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그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데 반해 친생자 추정의 효력이 미치는 한도에서는 특별한 절차로서 법원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재판을 통해서만 번복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46조).
그 결과 부와 자 사이에 친생자 추정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번복되기 전까지는 진실한 혈연관계에 있는 생부라 할지라도 인지를 할 수도 없고 子도 생부에 대해 인지청구를 할 수도 없다.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고 한다) 제44조 내지 제46조는 자녀가 출생한 경우 1개월 이내에 부 또는 모가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친생자 추정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번복되기 전까지는 모가 출생신고를 할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전혼 부의 자로 등록하게 된다. 이는 모가 생부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유전자 검사결과와 같은 입증자료를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가족관계등록공무원에게는 형식적 심사권만 있고 실질적 심사권이 없으므로 생부의 자가 아닌 전혼 부의 자로 등록할 수 밖에 없다12).
더욱이 가족관계등록법 제47조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때에도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모의 입장에서는 친생자 추정이 미치는 자에 대해서는 일단 전혼 부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게 되고 그 부의 성과 본을 부여받게 되며 친생부인의 판결이 확정된 후 다시 가족관계등록부를 변경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13).
위와 같이 혼인 종료후 300일내 친생자 추정으로 인해 모의 입장에서는 첫째. 출생한 자의 출생신고를 미루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출생신고는 출생 후 1개월 내에 해야 하지만 과태료의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우선 당장 전혼 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가 친생자로 등록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14). 이렇게 출생신고를 미루게 됨으로써 자는 전혼부이든 생부이든 누구와도 부자관계가 형성되지 아니하여 건강보험이나 부가 근무하는 회사로부터의 복지 혜택등 父를 매개로 한 사회적 배려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모는 생부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병원이 아닌 자택 등의 장소에서 출산하고 2인의 인우보증서를 통해 자의 출산일을 위 300일 이후로 사실과 달리 기재하여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형법상 公正證書原本等의不實記載罪로 처벌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Ⅴ. 기본권의 침해
첫째, 1958년 민법이 제정된 당시에 비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의학적, 사회적, 법률적 상황이 급속도로 변화되었다. 즉,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여 이혼율 및 재혼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였고17), 여성의 재혼을 일정기간 금지하던 구 민법 제811조가 2005. 3. 31. 삭제됨으로써 이제 여성이 이혼을 통해 혼인관계를 종료하고 곧바로 전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교제하고 임신하게 됨으로써 300일내에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둘째, 혼인관계가 종료되는 과정을 보면 협의상 이혼의 경우 민법 제정시에는 호적법에 따른 신고로서 효력이 발생하였으나, 1977. 12. 31.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하도록 변경되었고(민법 제836조), 2007. 12. 21.에는 신중하지 못한 이혼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혼숙려기간 제도마저 도입되었다(민법 제836조의218)). 이에 따라 과거에는 당사자의 이혼의사 합치와 호적법에 의한 신고만으로 이혼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가정법원에서 이혼에 관한 안내를 받고 그 안내를 받은 날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법원으로부터 이혼의사 확인을 받아야만 협의상 이혼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1990. 12. 31. 가사소송법이 제정되면서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되어 이혼의 소를 제기하려면 먼저 조정을 신청해야 하게 되었다(가사소송법 제50조19)). 그 결과,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뒤 법률상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시간 간격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여성이 이미 파탄에 빠진 혼인관계의 도덕적 구속에서 벗어나 부가 아닌 다른 남자의 자를 포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럼으로써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부의 자가 아닌 생부의 자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셋째, 과거에 비해 영아사망률이 감소함으로서 혼인관계가 종료 후 출생자에 대해 부자관계 결정 및 친생자 추정의 사례가 증가하게 되었다20). 그리고 여성이 전혼관계가 해소된 후 재혼하거나 사실혼 관계 속에서 자를 임신하였을 경우에 그 자가 早産한 경우에는 역시 혼인관계 해소 후 300일내에 해당되게 된다21).
넷째, 과거에는 존재하지 아니하던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부자관계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22). 그럼으로서 생부와 자가 유전적, 생물학적 혈연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23).
위와 같이 과거와는 달리 사회적 상황이 많이 변하였고24)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도 청구인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후 곧바로 생부와 사실혼 관계를 시작함으로써 전혼관계가 종료된 후 약 8개월 만에 자를 출산하게된 것인데 유전자 검사결과 생부와 출생자 사이에 친자관계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민법 제844조 제2항의 친생자 추정으로 인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부 또는 모는 친생자 아님을 안날로 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야만 친생자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그 결과 첫째, 모의 입장에서는 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경우 친생추정에 따라 일단 과거에 이혼한 전남편(夫)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고 난후 별도로 그 부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25). 이러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조건 전혼의 부의 친생자로 추정함은 진실한 혈연관계에 따라 가족을 구성하려는 모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는 출생한 자와 전남편이 친생자 관계로 추정되는 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자를 양육하게 되거나 출생일을 사실과 달리 300일 이후라고 허위로 정해서 출생신고를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형법 제228조에서 정한 공정증서원본등부실기재죄26)로 형사처벌될 위험성을 부과하면서까지 친생자추정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의문이 있다.
둘째, 전혼의 夫 입장에서는 전처인 모가 출산한 자의 포태에 자신은 아무런 관여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가 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경료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의 자로 등록되어 친권과 부양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친생자 아님을 안 날로 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거나 제기된 친생부인의 소에 피고로서 응소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따른다27). 또한 전혼 부가 재혼을 하여 새로운 가정을 형성한 상태라면 이로 인해 재혼가정에도 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더 나아가 전혼 부가 사망하였을 경우 자신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출생자가 상속인이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셋째, 생부의 입장에서는 법률적으로는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전혼 부와의 친생자 추정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자신과 진실한 혈연관계에 있는 자를 인지할 수도 없고 친권의 행사나 부양의 의무도 없는 법률상 무관계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28).
넷째, 자의 입장에서는 혈연적 친생자 관계에 잇는 생부의 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생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될 수가 없으므로 생부의 부양가족이 되지 못하고 생부에 대하여 인지청구도 할 수 없다29). 그러므로 가사 생부가 회사의 근로자일 경우 생부의 건강보험이나 생부의 소속회사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자에 대한 출생 신고시 민법 제781조에 따라 생부가 아닌 부의 성과 본을 따라 등록될 수밖에 없어 자의 성명권도 침해될 수 있다.
이렇듯이 친생추정을 규정한 민법 제844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 청구인인 모의 기본권도 제한받지만 이해관계인인 생부, 전혼 부, 자의 기본권도 제한을 받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30).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내용인 인격권은 인간의 본질과 고유한 가치를 보호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격을 향유할 수 있다31). 그리고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와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내용으로 하는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존엄에서 파생하는 인격권과 결합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32).
이 사건에서 헌재는 민법이 제정이후 사회적, 의학적, 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하고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 기준만 가지고 친생자 추정을 함으로써 모가 신분관계에서 누려야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위와 같은 이유로 모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관련 기본권에 대해서 다음에서 보겠지만 헌재는 혼인의 자유는 침해가 없다고 결정하였음에도 결정 이유에서는 “따라서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가 전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고, 전남편이 친생추정을 원하지도 않으며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일단 전남편인 부(夫)의 친생자로 등록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하여 모의 경우,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출산한 생부의 자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전남편의 자로 기재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소기간 내에 전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모가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서 재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데 부담이 된다라는 혼인의 자유에 대한 관련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점은 아마도 가족생활에 관한 판단을 언급하면서 헌법조문이 혼인과 가족생활이라고 되어 있어 한꺼번에 표현한 것이라고 선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족생활에 대한 권리이다. 이에 대해서 헌법상 혼인과 가족에 관한 권리는 한편으로는 사적자율성이 가장 중시되어야 하는 영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족을 유지하는 기능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능, 그리고 생활보장기능을 수행하는 일정한 사회성을 띠고 있는데 우리 헌법상 가족질서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혈연공동체, 경제공동체, 애정공동체, 사회적 공동체등으로 다원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33).
그런데 가족의 본질로서 혈연공동체를 중시하는 태도는 혈연이라는 매체가 있어야 가족으로서 속성을 갖는 것이므로 혈연적 동질성을 보호하는 것을 중요시 하게 되는데 이 사건에 서 헌재도 “무엇보다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아니하던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표현하면서 가족생활에 있어서 혈연적 동일성의 확보를 위헌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청구인 모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친생자관계를 바로 잡으려면 전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자와 생부(生父)의 유전자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한 다음 생부에 대해 인지를 청구함으로써 생부와 친생자관계를 창설하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절차를 거치려면 청구인은 어느 시기에 누구와 성관계를 하였는지를 밝혀야 하는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 청구인은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미룰 수밖에 없다면 이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혼인을 하더라도 일정기간 임신을 회피하기 위하여 성관계를 기피하여야 한다면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점. 과학기술의 발달로 간단하고 저렴한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생자 여부를 확실히 밝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많은 소송비용이 요구되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강제하고 있어 재산권도 침해한다는 점.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전혼 해소 후 300일 이전에 출산한 여성과 그 후에 출산한 여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라고 주장을 하였다34).
이에 대해 헌재는 친생부인의 소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공개의 문제는 소송법상 변론 및 소송기록 비공개 제도의 운영에 관련된 문제로서 심판대상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을 규정하던 구 민법 제811조가 폐지된 이상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혼인의 자유 및 성적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절차가 간단한 유전자검사 대신 절차가 복잡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게 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불이익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함에 따른 간접효과로서 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할 뿐 이를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제한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혼인 해소 후 300일 이전에 출산한 여성과 그 이후에 출산한 여성에 차이를 두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혼인 해소 후 300일을 친생추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데, 그 기준이 합리적인가에 관하여 인격권 등의 침해 여부를 검토하면서 판단하는 이상 이에 관한 평등권 침해 주장은 다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면서 관련된 기본권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였다.
헌재 다수의견의 결론은 “혼인 종료후 300일 내에 출생여부를 친생추정의 원칙적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었다고 볼 수는 없고 자의 법적 지위 안정을 위해 심판 대상 조항과 같은 친생추정 규정도 필요하다35). 다만 친생추정에 아무런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한 채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문제는 비롯되고 그렇다면 독일에서처럼 친생추정에 어떠한 예외를 인정하거나 친생부인의 소보다 간단하면서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비송사건절차를 통해 그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지 아니함으로 생기는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으면서 자의 신분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36)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고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하여 헌재 다수의견은 “친생추정에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면 위헌성이 제거될 수 있고 친생부인의 소보다 간단한 비송사건절차를 마련하면 위헌성이 제거될 수 있겠다”라고 보고 있는바 사실 비송사건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현 상태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헌재 반대의견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헌재 반대의견의 요지는 “혼인종료 후 300일의 친생추정은 간주가 아니라 추정일 뿐이고 의학적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이며 외국 입법례도 동일한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만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친생부인의 소 이외의 방법으로 추정을 번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민법 제846조, 제847조로 심판대상을 확대하여 그 규정들이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간편한 방법을 규정하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논하여야 한다”라고 설시하였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은 “모의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보고 있는데 모의 진실한 혈연관계에 기초한 가족생활을 형성할 권리침해는 타당하나 모의 혼인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표현은 선듯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앞에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청구인의 혼인의 자유는 제한되지 않는다”라고 기술하였기 때문에도 그러하다.
한편 소송 요건중 청구기간과 관련하여 ‘사유가 있음을 안날로부터 90일,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년내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도록 되어있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이에 대해 헌재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청구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법령의 규율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용받게 된 최초의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일단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그 때로부터 당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되며, 그 이후에 새로이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다고 하여서 일단 개시된 청구기간의 진행이 정지되고 새로운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된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2006.7.27.결정 2004헌마655)”라고 보고 있고 “법률공포후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비로서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아니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할 것이며 "사유가 발생한 날"은 당해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 제요건이 성숙하여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헌재 1990.6.25.결정 89헌마220)”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 모로서는 관할 구청을 방문하여 자의 출생신고를 시도하였지만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심판대상 규정과 친생추정으로 인해 전혼부의 자로 가족관계등록 후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번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으므로 늦어도 2013. 5. 6.에는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있음을 안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2013. 9. 5. 제기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위 90일을 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 37).
Ⅵ. 개정된 민법규정
헌재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에 대하여 2015. 4. 30.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입법개선이 있을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였다. 그리고 국회논의 과정에서 “혼인관계 종료후 300일내에 출생자일지라도 유전자 검사에 의하여 친생자 아님이 증명된 때에는 친생자 추정에서 제외된다”라는 내용의 의원제안과 “혼인관계 종료후 300일내에 출생자일지라도 친생부인의 소보다 간이한 방법인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친생추정을 배제하거나 또는 생부가 자를 인지할수 있게 하자”라는 내용의 정부제안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안대로 입법되었다고 한다38).
개정된 민법은 제844조에서 기존의 친생자 추정을 조항만 분리한 채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친생자추정의 예외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39). 반면 조문을 신설하여 친생부인허가청구40)와 인지허가청구41)를 규정하였다42). 이러한 개정내용에 대해서 헌재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혼인종료후 300일”규정을 삭제하지 않고 별도의 항만 바꾸어 존속시킴으로써 외형적으로 위헌요소를 그대로 두면서 한편으로는 그 위헌요소를 신설된 친생부인허가 청구와 인지허가청구의 요건이 되는 근거규정으로 남겨둔 점에서 매우 특이한 형식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43).
Ⅶ. 결 론
혼인관계가 종료된 후 300일내에 출생자는 부의 자로 추정함으로써 부자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은 자의 복리를 위한 관점에서 그 합리적성이 인정되고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처럼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절차를 통해 종료한 경우라면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실익은 없다.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모와 자 그리고 생부가 진실한 혈연관계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시킬 필요는 더 크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민법이 제정된 당시와는 달리 여성이 이혼 후 새로운 남자와 재혼하거나 교제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출생한 자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후 300일 내에 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생부와 자가 친자관계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 오늘날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유전자검사결과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 민법 제844조는 이미 종료된 혼인관계에서의 夫를 출생한 아이의 父로 추정하여 부자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친생부인의 소로서만 그것도 제척기간 2년내에만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자의 출생과 관련된 사람들 즉, 모, 생부, 자 뿐만 아니라 자의 출생과 무관한 전혼 부의 생활에도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된 날로부터 300일내‘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위헌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개정된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를 존속한 채 친생부인 허가 청구, 인지 허가청구의 비송사건절차를 신설하였는데 모나 생부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합당하겠지만 헌재 결정당시 반대의견 입장에서 개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러한 친생자 추정문제는 혼인관계가 존속중일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이때에도 유전자검사를 통해 생부가 확인될 경우 부의 자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지 여부에 대한 문제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