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형법은 보호적 기능을 위한 침해 근거의 규정인 동시에 보장적 기능을 위한 침해 한계의 선언이다. 보호적 기능과 보장적 기능은 국가의 기준에 의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신호진, 2017). 형벌로서 작용할 수 있는 규범력을 갖기 위해서는 형벌이 대상자에게 일정한 고통을 형식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대상자에게 실질적으로 균등한 고통을 부과하는 의미를 가져야 한다(김슬기, 2017).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제1심 법원이 처리한 형사 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가 80%를 상회할 정도로 벌금형은 형벌의 주요한 부분이다.1) 현행 형법에 법정형으로서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된 경우 양자를 비교하면 비례 관계에서 벗어난 경우가 드물지 않다.2) 벌금형이 형벌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법정되어야 하는데 벌금형과 징역형은 선택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양자의 균형이 필요하다. 벌금형과 징역형의 비례 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는 현행 법정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징역형과 벌금형의 비례 관계를 계량적 측면에서 분석한 실증적 연구는 많지 않다.3)
이론적으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은 세 측면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법정된 형벌 간 상관성을 계량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형법에 규정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은 제2편 각칙에서 제87조부터 제372조까지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 사회적 법익에 관한 죄,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로 분류되는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다.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된 범죄의 경우 양자의 상한을 비교하여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의 문제점은 형법에 규정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이 등가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조항이 있다면 시민들이 징역 3년의 금전적 가치(고통의 크기)를 2,000만 원으로 인식해야 양자가 등가이다. 시민들이 3년 징역의 금전적 가치를 1억 원으로 인식한다면 3년은 1억 원과 등가이다.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등가성이 전제되어야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징역 1년의 고통의 크기를 금전적인 측면에서 얼마로 인식하는지를 측정해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첫 번째 범주에 속하는 연구를 보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시민들에게 징역 1년을 피하거나 수용하는 대가를 묻는다. 전자는 지불의사금액(willingness to pay), 후자는 수용의사금액(willingness to accept)이다. 지불의사금액과 수용의사금액은 시민들이 주어진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밝힌 최대 지불금액과 최소 수용금액이다.
끝으로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징역형과 벌금형을 어떻게 부과하는지를 분석해서 양자의 상관성을 파악한다. 특정 범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어떤 판사는 징역형을 다른 판사는 벌금형을 부과하였을 것이므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연구는 앞의 두 범주에 속하는 연구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첫 번째 범주에 속하는 연구의 경우 형법에서 드러나는 상관성은 선언적인 것이지 실현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연구도 시민들의 법 감정을 통해 상관성을 파악하므로 실현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법 감정은 주관적이므로 상관성이 과장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연구는 법원이 형법의 제약 하에서 제3자로서 판단한 형량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미 첫 번째 범주와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자는 “징역형과 벌금형의 비례 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 제정 형법과 현행 형법의 비교”를 통해 2018년 개정된 형법 상 징역 1월이 벌금 22만 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조건부가치 추정을 통한 징역형의 금전적 가치에 관한 연구”에서는 징역 1월의 금전적 가치를 지불의사금액 기준 292만 원, 수용의사금액 기준 약 2,300만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저자의 기존연구에 의하면 현행 형법 상 징역 1월의 금전적 가치는 시민들이 인식하는 금액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본 논문에서 형사판결문을 분석하여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분석하는 것은 앞선 두 연구의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를 완결하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도 재판 실무에 법경제학의 이론이 적용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법경제학, 그 중에서도 실증적인 법경제학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법학은 법제도, 법조문, 판결문에 대한 해석적 연구가 주를 이루고 법경제학은 수리적 모형을 통한 이론적 연구에 치중하였다. 본 연구는 법경제학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실증적, 경험적 측면에서의 연구라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더구나 거시적 측면의 실증 연구는 있었으나 미시적 자료를 사용한 경험적 연구는 드물다. 본 연구는 1심 판결문에 대한 계량적 분석이므로 본격적인 의미의 미시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법원이 1심판결문을 공개할 경우 본 연구에 사용된 모형, 방법론 등이 선행 연구가 될 것이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2장에서는 연구 방법을 설명하였다. 주된 연구 방법은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이다. 징역형이 부과된 범죄에 벌금액을, 벌금형이 부과된 범죄에 징역 기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3장의 내용은 연구 모형과 모형을 추정하는데 사용한 자료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에서는 징역 기간 결정 식과 벌금액 결정 식을 설정하였다. 모형의 추정에 사용된 자료에 대한 기술적 통계와 추정 결과는 4장에 제시하였다.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비례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한계벌금성향과 평균벌금성향을 제시하였다. 끝으로 5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연구의 한계를 서술하였다.
Ⅱ. 연구 방법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동일 범죄에 대한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범죄(사건)에 대해 1년의 징역 또는 6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면 1개월의 가치는 50만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일한 범죄는 있을 수 없다. 범죄자가 동일하더라도 피해자나 사건 정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범죄에 대해 징역과 벌금을 부과해도 그것은 양자가 보완 관계에 있는 것이지 독립적으로 형벌이 부과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사기 범죄를 가정해보자. <그림 2>에서 y1은 징역형이 부과된 사기 범죄들을, y2는 벌금형이 부과된 사기 범죄들을 나타낸다. y1은 징역형에 대응하는 벌금형이 없고 y2는 벌금형에 대응하는 징역형이 없다. 또한 y1과 y2의 상관성을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양자는 동일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방법은 징역형이 부과된 범죄들(y1)의 “추정된” 벌금액, 벌금형이 부과된 범죄들(y2)의 “추정된” 징역 기간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개별 형사판결문으로부터 징역(벌금) 형량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요약한 것이 <그림 2>이다.
먼저 사기 범죄에 관한 형사판결문으로부터 징역기간(y1)과 징역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들(x1,x2,x3,...xn)을 추출한다. 징역기간을 종속변수로, 징역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설명변수로 설정하고 이들의 관계를 회귀분석을 통해 파악한다. 이는 징역기간 결정 식을 추정하는 작업이다. 다음으로 사기 범죄에 있어서 벌금형이 부과된 범죄의 형사판결문으로부터 벌금액(y2)과 벌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들(x1,x2,x3,...xn)을 추출하고 벌금액 결정 식을 추정한다. 끝으로 추정된 징역기간 결정 식에 각종 변수들의 값을 대입하면 실제 징역 기간에 대응하는 추정된 벌금액(ŷ3)이 생성된다. 벌금형이 부과된 사기범죄(y2)의 경우에는 추정된 징역 기간 결정 식에 설명변수들의 값을 대입하여 추정된 징역 기간(ŷ4)를 만든다.
이상의 작업을 거쳐 모든 사기범죄에 대한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쌍(pair)을 얻는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3>과 같다. 사기범죄에 대한 형사판결문 수가 500개라면 결과적으로 500개의 (징역기간, 벌금액)을 갖는 것이므로 양자의 상관성을 추정하여 징역 기간 1월의 금전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사실은 자료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징역형이 부과된 사기범죄(y1)의 경우에도 추정된 징역기간(ŷ1)을, 벌금형이 부과된 경우(y2)에도 추정된 벌금액(ŷ2)을 사용하여 양자의 상관성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Ⅲ. 연구모형 및 사용자료
앞 장에서 논의하였듯이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징역 기간에 대응하는 추정된 벌금액, 실제 벌금액에 대응하는 추정된 징역기간을 계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징역 기간 결정 식과 벌금액 결정 식을 설정하고 추정해야 한다. 모형의 종속변수는 징역 기간 또는 벌금액이다. 징역기간은 월 단위로, 벌금액은 만원 단위로 측정하였다. 특정 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4년이면 종속변수는48(4×12)이다. 설명변수는 크게 세 범주로 분류된다. 첫 번째 범주는 범죄자와 재판의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이고 두 번째 범주는 범죄 유형을 나타내는 더미변수이며 세 번째 범주는 모든 범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양형인자이다. 분석의 대상이 된 범죄는 6개로서 사기, 횡령, 절도는 경제적 범죄를, 위증, 무고, 공무집행방해는 비경제적 범죄로 간주된다. 살인, 강간, 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부과되지 않으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상의 논의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식 (1), 식 (2)와 같다. 식 (1)에서 y1은 징역기간을, 식 (2)에서 y2는 벌금액을, ε은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형량의 차이를 나타낸다. 또한 θ, Φ, λ는 각각 범죄자와 재판 특성, 범죄 유형, 공통적인 양형인자를 나타낸다. 식 (1)과 식 (2)에서 종속변수는 상이하지만 설명변수는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징역기간을 결정하는 요인과 벌금액을 결정하는 요인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결정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설명변수로서 고려하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징역 기간(y1)으로부터 벌금액(ŷ3)을, 실제 벌금액(y2)으로부터 징역 기간(ŷ4)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 (1)과 식 (2)에서 종속변수 y1과 y2는 구간변수(interval variable)이지만 구간이 충분히 세분화되었으므로 단순최소자승(ordinary least squares)으로 모형을 추정하였다. OLS로 식 (1)과 식(2) 추정하면 설명변수가 형량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식 (2)에서 ‘연령’ 변수의 계수 추정치가 0.1이면 이는 “피고인의 나이가 한 살 많으면 벌금액이 1천원 증가”한다는 뜻이다.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결정 식을 추정하기 위하여 1심 형사판결문으로 표본을 구성하였다. 총 판결문 수는 6,374개, 범죄는 사기, 횡령, 절도, 위증, 무고, 공무집행방해, 살인, 강간, 강도이었으나 살인, 강간, 강도범죄의 경우 벌금형이 부과된 사례가 거의 없어서 제외하였다.4) 판결이 이루어진 시기는 2003∼2016년이다. 분석에 사용된 범죄별, 시기별 판결문의 구성은 <표 2>와 같다.
Ⅳ. 연구 결과
이 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절은 징역기간 결정 식과 벌금액 결정식을 추정하는 데 있어서 종속변수와 설명변수로서 사용된 변수들에 대한 기술적 통계를 요약한 것이다. 2절에서는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결정 식을 추정한 결과를 설명하였고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은 3절에서 추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징역기간 1개월의 금전적 가치를 측정하였다.
모형의 추정에 사용된 표본의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범죄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평균 연령은 44세이고 남성이 약 86%이며 실업자는 약 45%이다. 평균적인 징역기간은 약 3.5년, 최대값은 50년이다. 이는 무기징역의 징역기간을 50년으로 가정한 때문이다. 또한 평균 벌금액은 270만원, 최대 벌금액은 1억 원이다. 소송대리인의 약 61%는 국선변호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형의 집행이 유예된 사건의 비율은 약 34%에 달했다. 끝으로 범죄자의 약 11%는 상습적이었으며 피해자와 합의를 한 범죄자의 비율은 21%, 혐의를 인정한 경우는 약 47%이었다.
6개 범죄별 징역형과 벌금형의 비율을 살펴보면 사기범죄의 경우 90% 이상이 징역형이었다. 반면, 위증과 공무집행방해범죄에 있어서는 징역형의 비율이 50% 미만이었다. 이 밖에 횡령, 절도, 위증범죄에 대해 징역형이 부과된 비율은 60%를 초과하였다. 표본 전체적으로는 징역형과 벌금형 중 어느 하나의 비율이 압도적이지 않다. 따라서 실제 징역형에 대응하는 벌금형, 실제 벌금형에 대응하는 징역형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변수 이름 | 평 균 | 최 대 값 | 최 소 값 |
---|---|---|---|
연령 | 44세 | 91세 | 16세 |
징역기간 | 42.8개월 | 600개월 | 1개월 |
벌금액 | 268.3만원 | 1억 원 | 15만 원 |
여성 | 13.7% | ||
취업자 | 54.9% | ||
국선변호사 | 61.2% | ||
집행유예 | 33.7% | ||
상습 | 11.2% | ||
합의 | 21.3% | ||
인정 | 46.5% |
징역형 | 벌금형 | 징역형 | 벌금형 | ||
---|---|---|---|---|---|
사기 | 92.08% | 7.92% | 위증 | 48.50% | 51.50% |
(606) | (800) | ||||
횡령 | 67.90% | 32.10% | 무고 | 60.69% | 39.31% |
(567) | (636) | ||||
절도 | 60.97% | 39.03% | 공무집행 방해 | 41.58% | 58.42% |
(579) | (618) |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범죄에 대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을 추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앞 장에서 설정한 징역 기간과 벌금액 결정 식을 추정하였다. <표 5>와 <표 6>은 각각 징역 기간과 벌금액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징역 기간을 결정하는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형의 설명력은 약 8%로서 높지 않다. 분석 대상이 된 6개 범죄에 강력 범죄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범죄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징역 기간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가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취업한 경우에도 형량이 감경되지 않았다. 반면, 소송대리인이 국선변호사이면 징역 기간의 약 3.5개월 감소하고 집행이 유예된 경우 형량이 4.6개월 감경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약자이거나 죄질이 나쁘지 않으면 형이 감경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명변수들 중에서 ‘횡령’, ‘절도’, ‘위증’, ‘무고’, ‘공무집행방해’는 각각 사기범죄와 비교한 징역 기간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낸다. 추정된 계수의 부호를 보면 모두 부(-)이다. 이들 범죄에 대한 형량이 사기범죄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형량이 가장 낮은 범죄는 위증으로서 징역 기간이 사기범죄에 비해 약 5.7개월 짧았다. 피고가 전과가 있으면 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전과 여부는 형량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분석 대상에서 강력 범죄가 빠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끝으로 공통 양형인자에 해당하는 피해자와의 합의, 혐의 인정 등도 형량과 무관하였다.
다음으로 벌금액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표 6>에서 발견되는 두드러진 특징은 벌금액을 결정하는 요인이 징역 기간과 상이하다는 것이다. 또한 모형의 설명력도 벌금액 결정 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징역 기간과 달리 벌금액의 결정에 있어서는 범죄자의 성별, 취업 여부가 중요한 변수임이 확인되었다. 범죄자가 여성이면 벌금액이 약 64만원 감액되었고 직업이 있으면 49만원 증액되었다. 또한 소송대리인이 국선변호사이면 벌금액이 120만원 낮아졌다. 대체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고가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므로 벌금액의 결정에 있어서 피고의 경제적 상황이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징역기간 결정 식과 마찬가지로 벌금액 결정 식에서도 ‘횡령’, ‘절도’, ‘위증’, ‘무고’, ‘공무집행방해’는 각각 사기범죄와 비교한 형량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낸다. 추정된 계수의 부호가 모두 부(-)이지만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하였다. 벌금액의 결정에 있어서 6개 범죄 간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범죄자의 전과, 피해자와의 합의는 벌금액과 무관하였으나 피고가 혐의를 인정하면 벌금액이 약 77만원 증액되었다. 범죄 사실이 명확하거나 죄질이 나쁠 경우 혐의를 인정하므로 벌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2절에서 징역 기간과 벌금액 결정 식의 추정을 통해 개별 범죄에 대한 추정된 징역 기간과 벌금액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추정한다. 이것이 본 논문의 주된 연구 목적이다. 추정에 앞서 실제 징역기간, 벌금액과 추정된 징역기간, 벌금액 자료의 일부를 <표 7>에 제시하였다. <표 7>을 보면 징역형이 부과되어서 실제로는 벌금액이 없는 범죄에 대해 징역 기간과 벌금액이 만들어졌고, 벌금형이 부과되어 징역 기간이 없는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기간과 벌금액이 생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 7>에 제시한 자료를 사용해서 징역기간과 벌금액의 상관성을 추정한 결과가 <표 8>이다. 이것은 징역 기간을 설명변수로 벌금액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모형을 추정한 결과이다. 추정된 계수는 징역 기간이 1월 증가할 때 벌금액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므로 한계벌금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수항에 대한 추정치는 평균벌금성향에 해당한다. <표 8>을 보면 모형의 설명력은 약 37%이고 징역 기간의 계수 추정치는 31.9로서 1% 유의수준 하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 기간이 1개월 늘어남에 따라 벌금은 약 32만원 증가하였다. 상수항에 대한 추정치도 1% 유의수준 하에서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다. 평균벌금성향은 39만원으로 추정되었다.
여성 | 연령 | 실제 징역 기간 | 추정된 징역 기간 | 추정된 벌금액 |
---|---|---|---|---|
0 | 48 | 12 | 13.73 | 651.57 |
1 | 58 | 6 | 12.37 | 627.56 |
여성 | 연령 | 실제 벌금액 | 추정된 징역 기간 | 추정된 벌금액 |
---|---|---|---|---|
0 | 52 | 500 | 13.83 | 353.20 |
0 | 30 | 500 | 10.728 | 425.96 |
V. 결론
김성균 외(2018)가 형법 조항을 대상으로 추정한 한 한계벌금성향 및 평균벌금성향과 본 연구에서 판결문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 <표 9>이다. <표 9>에 의하면 평균벌금성향이 한계벌금성향보다 크다. 또한 형법에 규정된 벌금액과 비교해서 판사가 실제로 부과한 벌금액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계벌금성향의 경우 실제 재판에서 결정된 금액이 형법 상 규정된 금액의 약 1.5배이고 평균벌금성향은 약 1.8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금액의 절대적인 크기는 작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재판에서 결정된 한계벌금성향 32만원은 1월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므로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만원에 불과하다. 감옥에서 하루를 보내는 고통의 금전적 가치가 1만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계 수 | 표 준 오 차 | |
---|---|---|
추정된 징역기간+ | 31.90*** | 0.65 |
상수항++ | 39.28*** | 7.04 |
표본 크기 | 2,720 | |
F값 | 2,385.43 | |
조정된 R2 | 0.371 |
형법에 규정된 벌금액과 형법을 바탕으로 판사가 재판을 통해 결정한 벌금액은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인신 제약의 금전적 가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벌금액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 즉, 시민들이 인식하는 인신 제약의 금전적 가치를 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 확인되듯이 양자의 괴리가 너무 크면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범죄억제력이 떨어진다.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모든 법정형을 개정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사법 실무적 제도 개선과 함께 형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벌금형에 대해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의 경제력이 균등하지 않은 현실에서 동일한 액수의 벌금이라도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형법의 개정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물가상승율과 경제성장률을 감안하여 벌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한 범죄에 대한 벌금액을 인상해야 한다. 다음으로 개별 범죄의 징역 기간과 벌금액의 비례 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끝으로 벌금을 부과함에 있어서 실질적인 정의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칙적으로 일수벌금형을 기본으로 하고 비례 관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경우 총액벌금형을 적용하는 제도를 채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