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보험사기는 보험이라는 훌륭한 제도의 이면에 기생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보험사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해마다 우리에게 많은 충격과 공포를 일으킨다. 일례로 2017년 김해에서 있었던 ‘자신의 어머니를 치매환자로 속이고 간병비를 받아 챙긴 부녀 사건’, 2018년 1월에 발생했던 ‘10년간 사지마비 행세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모녀 보험사기극 사건’ 등은 우리에게 충격과 공포를 넘어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했던 사건이었다.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근절하는데 앞장서야 할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1) 보험설계사가 본연의 업무인 보험설계는 내팽개치고 보험사기설계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외에도 보험의 원리와 허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 손해사정사, 자동차정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보험계약관계자와 공모하여 보험사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우리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2)
우리사회는 보험사기를 척결하기 위해서 그간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보험사기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그 행태와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적이고 교묘해지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도 점점 악랄해지고 있다.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고,3) 나아가 각종 강력 범죄로 연결되어 사회의 평온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매우 질이 안 좋은 범죄이다. 또한 보험사기는 국민들에게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심지어 공공에 보도되는 보험사기 범죄는 일반인들에게 학습효과마저도 발생시킨다.4) 따라서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우리사회가 온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보험회사가 보험사기 혐의자를 효과적으로 조사하고 적발하기 위하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한계에 대하여 최근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법원 판결 소개
보험회사(원고)와 보험계약자는 2007.6.13.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상해로 인한 보험사고를 입었을 경우 골절진단비, 장해보험금 등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보장내용으로 한다. 피보험자(피고)는 2011.9.17.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에 충격을 당하여 경추골절, 뇌내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울산 甲대학병원에 입원하여 경추 제4,5,6, 경추제 전방 고정술을 포함한 치료 및 수술을 받았다. 보험회사는 2012.3.30. 피고에 대하여 장해지급률을 30%로 계산하여 피고에게 장해보험금으로 3천만원을 지급한바 있다. 피고는 보험회사의 장해지급률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며 4억6천만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자 보험회사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반소하였다.
원고 보험회사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상해의 후유장해 지급률은 乙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보완촉탁 결과에 의하여 합계 45%로 계산하여야 하고, 이렇게 볼 경우 더 이상의 추가 장해보험금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장해보험금 30,00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장해보험금 지급채무는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乙대학교 병원 신체감정보완 결과는 원고가 불법적으로 촬영한 피고에 대한 영상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산정할 수 없고, 따라서 부산의 丙대학교 신체감정촉탁 결과 및 신체감정보완촉탁 결과에 의하여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산정하여야 하고, 이에 따를 경우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은 아래 표와 같이 합계 115%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 보험회사는 피고에게 장해보험금 28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지연손해금과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사고발생일인 9.17.에 장해보험금 30,000,000원(총 합계 4억6천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 보험회사 직원의 행위는 보험금 조사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살피고 따라다니면서 피고를 촬영함으로써 피고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임의로 수집한 것이므로, 비록 개인정보의 수집이 대중에 공개된 곳에서 소송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범하였다고 할 것이나, 원고의 이 사건 영상자료 수집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민사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 하에서 증거의 채부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6) 비록 원고가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범하는 위법한 방법으로 피고의 영상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병원의 감정 결과를 뒤집기 곤란하고, 피고의 허위 또는 과장된 보험금 청구를 입증해야 하는 원고의 입장을 고려하면 소송에서의 실체적인 진실의 발견이라는 이익, 부당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그 결과 다른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상승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동이익, 피고의 위법성의 정도, 침해되는 피고 법익의 중요성 등을 비교하면,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개인적 법익보호에 대한 사익보다는 소송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영상자료를 기초로 한 乙대학교 병원 신체감정보완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 45%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계산하면 총 45,000,000원이다.7) 한편 원고가 피고에게 이미 장해보험금 30,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15,000,000원(45,000,000원 -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된다.
해당 사건에서 보험회사의 직원은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교통사고 피해자의 후유장해 정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환자 몰래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장해 부위를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촬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본 사건의 법원은 보험회사 직원의 동영상 촬영행위가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 소송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하더라도 피고의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범한 것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영상자료의 수집은 민사재판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피고의 법익이 침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그 행위의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고려할 때 공정한 민사재판이라는 보다 더 우월한 이익을 위하여 피고가 감내하여야 하므로, 원고의 영상자료 수집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회사의 후유장해 정도에 대한 증거자료 수집행위가 비록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다소 침해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특정한 경우에 있어서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동 법원 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보험회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목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소송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제한된 수단과 방법으로 영상촬영을 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00.10.3. 일가족 3명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 주행 중 봉고트럭과 충돌한 사고로 차량손해는 100만원이며, 탑승자 1과 2는 경추와 요추상해로 2주간 안정가료를 요하고, 탑승자 3은 1일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일가족은 봉고트럭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직접청구하였다. 보험사는 2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였으나 원고들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신체감정결과 탑승자 1은 요추부 한시장해 37%(2년), 경추부 17%(1년), 탐승자 2는 경추부 한시장해 14%(2년)로 진단되었다. 당시 이들 중 탑승자 1의 상해정도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의심한 보험회사에서 재감정신청을 하면서 재감정 필요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목적으로 보험회사의 직원 두 명이 2001. 9. 18.∼ 9. 25.까지 총 8일간 피해자의 주택부근과 직장부근에서 이들 가족 3인의 활동을 담은 사진 54장을 몰래 촬영하여 법원에 제출하고 재감정을 신청하였다. 재감정 결과 탑승자 1의 장해율은 3년 한시장애 26.1%로 1차 감정의 85%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감정 후 원고와 피고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들여 4,6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보험금 청구소송은 종료하였다. 한편 탑승자 가족은 사진촬영이 불법행위라며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당시 촬영한 사진의 내용은 공개장소에서의 일상생활이다. 이 사진들은 주거지 아파트 주차장, 정비업소,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주변에 있는 도로 등 일반 대중의 접근이 가능한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며, 보험회사 직원 두 사람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탑승자들을 몰래 주시하거나 따라다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량을 뒤따라가서 사진을 촬영하였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 보험회사의 불법 사진촬영행위는 초상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므로 보험회사에 대하여 총 5천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은 무단촬영 그 자체로 사행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촬영행위는 사회상규상 일반인이 참아야 할 정도를 넘어섰다며 탑승자 1과 2에게 각 200만원, 피해자 3에게 1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제2심법원은 몰래 지켜보거나 차량을 따라가며 찍은 행위는 불법행위이긴 하지만 그와 같은 촬영행위는 업무상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위자료지급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2심법원은 이 정도의 사생활침해는 사적관계를 포착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목적으로 피해자와 개인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 신체 움직임을 지켜보고 일상생활을 촬영한 것은 사생활보호의 ‘핵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없고 공정한 민사재판의 수행이라는 우월한 이익을 위하여 피해자들이 참아야 할 정도라면서 “후유장해에 관한 원감정결과를 반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취득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뚜렷이 없고, 재감정을 실시한 결과 피해자(1)의 후유장해에 기여한 교통사고 및 이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이 원래 받았던 감정보다 다소 떨어진 점 등을 들어 그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의도적·지속적으로 주시하고 미행을 하면서 사진을 촬영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임의로 수집하였으므로, 비록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민사소송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의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다. 즉 보험금 지급 사건은 이미 다른 법원을 통해서 원만하게 합의하여 종료되었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있은 후에 피해자 3명이 보험회사의 불법 사진촬영으로 인하여 초상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보험회사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다. 보험금청구 사건의 경우 판결문의 내용 확인이 어려운 관계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힘들지만,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통해 보험금을 조정한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해당 사건에서 보험회사가 촬영했던 사진들이 법원에서 일정부분 증거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험회사가 촬영한 사진이 보험금청구소송이이라는 민사소송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와는 별개로 보험회사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초상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회사의 사진촬영행위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아니하고, 피해자들의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영역을 침범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민사소송의 증거수집을 위하여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가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익형량을 한 후에 영상촬영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이익형량 기준으로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이익과 피해자의 인격적 이익 사이의 법익 비교, 피해 법익의 중대성, 피해 정도,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는데,11)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회사의 불법사진촬영 행위는 이러한 이익형량을 통해 판단하였을 때,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이익형량의 여러 요소를 구분하여 이익을 형량하고 있는 것은 다른 판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재판부에서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영상촬영 행위의 위법성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형량 판단 기준 중에서 어떠한 요소가 결정적인 기준이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12)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초상권의 침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보고,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에 의하여 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13)
Ⅲ. 판례 평석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관하여 가지는 인격적·재산적 이익이다. 즉 초상권은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인 징표들에 관하여 임의로 촬영되어 외부로 알려지지 아니하며 광고 등 영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아니하는 법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14) 초상권에 대하여 현행 법령상 명문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국가가 보장하여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명예권, 생명권, 성명권 등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인격권을 의미하고, 이 일반적인 인격권에는 초상권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며, 한편, 민법 제751조 제1항15)도 초상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16)
헌법 제17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생활 비밀이란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적인 사항으로서 양심영역이나 성적 영역 등을 의미하는 내밀 영역에 관한 사항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권으로서 인식되었다.17) 그러나 이러한 사생활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를 받거나 사생활이 임의로 외부에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임은 물론,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로 보장받는다.18) 사행활의 비밀과 자유는 첫째, 사적 사항, 명예나 신용, 인격적 징표가 도청, 비밀녹음, 비밀촬영, 초상도용 등으로 사생활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파악되는 것과 파악된 사생활의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생활비밀의 불가침, 둘째, 평온한 사생활의 유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전개하는 것, 사생활의 자율성을 방해 또는 간섭받지 않을 것 등으로 내용으로 하는 사생활자유의 불가침, 셋째, 자기에 관한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구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며, 그 정보가 정확하고 적절한 것인가 등에 대하여 통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기정보통제권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19)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데, 앞서 소개한 법원 판례는 위 침해는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 수행되었다거나 소송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초상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20)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과 관련하여 민법 제751조 제1항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가해자는 이 조항에 따라 피해자에 대하여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21) 이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직권재량으로 확정할 수 있다.22)
법원이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인정하여 피해자에게 위자료 배상을 명령한 대표적인 판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피고는 회사와 연예인 사이에 영상 광고물의 사용범위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연예인의 동의 없이 영상 광고물을 피고 회사의 홈페이지 및 결혼박람회 인터넷 사이트, 공중파 방송, 케이블 텔레비전에 무단 게재 내지 방영되게 함으로써 원고 연예인의 초상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에게 불법행위자로서의 위자료 15,000,000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23) ② 甲회사 등이 연예인인 乙과 그 연인인 丙의 사전 동의 없이 상견례와 데이트 장면 등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무단으로 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도에 내보낸 사안에서, 甲회사 등은 피해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초상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액 1억원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24) ③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조건하에 사생활에 관한 방송을 허락하였는데 방영 당시에 피해자의 모습이 그림자로 처리되었으나 그림자에 옆모습의 윤곽이 나타나고 음성이 그대로 방영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송을 내보냄으로써 피해자의 신원이 외부인들에게 노출된 사안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동의한 범위를 초과하여 부당하게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여 방송사는 피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10,000,000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25)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도 위 판례들과 같은 맥락에서 보험회사 직원의 무단촬영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사행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였다며 법원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구체적인 위자료액의 결정은 재산적 손해액처럼 증거에 의해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26) 이는 사실심의 재량사항이므로27) 그 적정성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절대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대법원도 “누구든지 자기의 얼굴 기타 모습을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나 이러한 자유도 국가권력의 행사로부터 무제한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상당한 제한이 따르는 것이고,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라면 위 촬영이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일정한 경우에 있어서는 이러한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28) 이와 같은 취지로 법원은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이 있어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항에 해당하고, 공개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며, 표현내용이나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도 있다고 본다.29) 법원은 더 나아가 사생활의 공개가 위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외부에 공표된 내용이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이반 대중에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에 해당하고 만약 공개된다면 해당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30) 판례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는 대체로 본인이 승낙한 경우, 피해자가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인 경우, 범죄예방이나 수사 등을 위한 경우,31) 언론보도를 위한 경우32) 등을 들 수 있다. 법원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사안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 인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적시한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33) ② 소위 ‘오대양 사건’에 관한 국회의원의 기자회견, 강연, 후보자 합동연설회 등에서의 발언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진실에 부합되거나 진실이라고 신뢰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34) ③ 대학의 교수가 출판물 등을 이용하여 종교단체인 구원파를 이단으로 비판하는 도중에 특정인을 그 종교단체의 실질적 지도자로 지목하여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하였으나 비방의 목적에서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행위여서 위법성이 조각된다.35)
만약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발견, 공공의 알권리 실현, 범죄예방 등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을 가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에서 법원은 보험회사의 직원이 보험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장해 정도를 판단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보험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과 관련하여 특히 피해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초상권에 관한 부분에서 양자의 법익이 서로 충돌한다고 전제하고, 양 법익 내용의 비교, 피해법익의 중대성, 피해 정도,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해서 판단한 다음, 이러한 보험회사의 행위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구고등법원 2017. 4. 12. 선고 2016나22753, 22760 판결의 경우는 보험금 청구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이 보험회사 직원이 무단으로 촬영한 영상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고, 그 결과 보험회사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법원은 나아가 해당 사건에서 보험회사의 불법촬영 행위의 위법성 여부까지 판단하고 있다. 즉 법원은 보험회사의 무단촬영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초상권이 침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그 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고려했을 때 공정한 민사재판권의 실현을 위한 우월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피고가 참아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본다. 즉 이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영상자료 촬영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이 판결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 판결에서는 보험회사의 영상촬영 행위에 대해서 과거 2006년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에서 불법사진촬영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였던 것과는 결과적으로 다르게 판단하였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과 대구고등법원 판결은 위법성 인정과 관련하여 서로 다른 결론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상촬영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위법성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인 이익형량을 함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대법원 판결에서는 보험회사의 불법행위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양 법익 내용을 비교하였을 경우, 보험가입자들의 공동 이익 또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소송에서의 이익도 피해자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둘째, 피해법익의 중대성을 고려하였을 경우, 피해자들의 피해 또한 일반적으로 공개가 허용되는 영역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중간 정도의 영역에 속하고, 셋째, 촬영한 사진의 내용을 보면 타인에게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넷째, 피해 정도를 봤을 때, 사진촬영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미행과 감시를 당한 것은 결코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다섯째,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은 인정이 어려운 반면, 피해이익의 보호가치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여섯째, 감정결과에 불복이 있을 경우 소송절차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타인의 사생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일곱째, 피고측에서 8일이라는 상당기간에 걸쳐 미행을 하거나 추적하여 몰래 촬영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초과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사진을 촬영한 후 그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피보험자가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재감정을 받은 결과 원래 최초의 감정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보험회사의 사진촬영 행위가 긴 시간 동안 이루어졌고, 그 방법도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지나치게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보험회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하였다.
이에 반해서 대구고등법원 사건의 경우에서는 법원은 피보험자를 보험사기 혐의가 매우 짙은 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피고가 보험금으로 4억6천만원을 청구하였는데 법원에서 인정된 금액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45,000,000원 이었다는 점(법원 판결 결과 보험회사가 최초 지급한 3천만원에서 천오백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결정되었을 뿐이다), 사진촬영 결과에 의하면 보험회사의 주장에 상당히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점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법원에서 이익형량을 할 때 이 부분을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동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이익형량을 통해 보험회사의 위법성을 가리고 있는데, 법원이 제시한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경우 통상 고액의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신체감정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장해상태에 대해서 과장하는 성향이 있고, 일상생활 기본동작(BDLs) 제한 장해평가표의 지급률 등에 따른 피고의 청구에 있어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현저하다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가 신체상 장해부위에 대해서 동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소송의 증거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이는 보험회사가 정당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고, 원고가 피고의 신체 움직임을 지켜보고 오로지 법원에 소송의 증거로 제출할 목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공정한 증거수집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 ② 피고의 피해영역 또한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고, 원고의 몰래 촬영행위는 피고의 신체 움직임을 포착하고 촬영하기 위한 목적일 뿐 사생활을 침해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점, ③ 이 사건에서 원고의 직원이 촬영한 이 사건 영상자료가 제1심법원에 제출된 다음 피고에 대하여 실시된 재감정 결과(乙대학교 병원 신체감정보완 결과)에서는 대부분의 일상생활동작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됨으로써 후유장해의 합계가 45%에 불과하였던 반면, 이 사건 영상자료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 결과(丙대학교 신체감정 결과)에서의 후유장해의 합계는 115%에 달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장해 정도가 허위이거나 과장이라고 의심할만한 합리적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어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④ 원고의 직원이 피고를 촬영한 시간은 불과 21분 정도에 불과하여 그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초과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⑤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방법 외에는 피고의 후유장해에 관한 감정 결과를 반증할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영상자료 수집행위는 증거수집과 제출을 위하여 재판상 필요하고도 부득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피고의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36)
결국 대법원과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은 보험회사가 피해자의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상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서로 다른 사안에서 법원이 이익형량을 한 결과 위법성에 대한 결론이 다르게 결정된 것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대법원이나 대구고등법원 사건 모두 보험회사의 직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촬영하였다는 점, 촬영된 내용은 모두 공개된 장소에서 행해지는 보도 위를 걷는 보행활동 등 일상적인 모습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여기에 일체의 영리목적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 촬영의 목적이 민사소송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었고 해당 자료가 법원 외에 제3자에게 공개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양 사건에서 보험회사 직원의 촬영행위의 대상, 목적, 방법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둘째, 대법원은 이익형량의 원칙의 적용을 하면서 양 법익내용의 비교와 관련하여서는 보험가입자들의 공동 이익과 소송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을 하고자 하는 이익도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피해이익의 보호가치와 관련하여서는 보험회사가 촬영한 사진이 법원에 제출된 다음 피해자들에 대하여 실시된 재감정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이익형량 과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즉 대법원은 결과라는 우연한 요소를 가지고 보험회사의 과거 사진촬영 행위의 불법성을 소급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37) 이익형량은 보험회사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을 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법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시점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38) 보험회사로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들을 촬영하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험회사가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가 농후한 위험한 촬영행위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촬영 당시 보험회사로서는 재감정 결과가 최초 감정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대법원 판시와 같은 취지대로라면, 재감정과 본래 신체감정 결과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만 사진촬영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이 인정된다는 것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셋째, 대법원은 이익형량의 원칙의 적용을 하면서 원고들의 피해영역 또한 중간적 영역에 해당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고, 촬영한 사진의 내용 또한 남들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사진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미행과 감시를 당함으로써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결코 피해정도가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생활관계가 존재할 수 있고, 이에 관하여 개인이 기대하는 사생활의 비밀이 보장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39) 그러나 공개된 장소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낮아지므로, 이에 대한 보호의 기대 수준도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40) 보험회사가 촬영행위를 통해 얻은 영상은 개인의 비밀영역이나 이와 유사한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개된 일상적인 장소에서의 보행, 지하 주차장에서의 보행,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장면, 음료수를 마시는 장면 등으로 이는 개인의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들인 점을 감안하였을 때, 동 사건의 경우 보험회사가 피해자들의 사생활 영역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사진이 재판부에만 제출되었고, 보험회사가 사진촬영으로 어떠한 이익을 취한 바 없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이 타인에게 노출되었다거나 그들이 입은 피해 법익이 중대하고 심각한 정도에까지 이른 것인지 의문이다.
넷째, 대법원은 감정결과에 불복이 있을 경우 감정신청 등의 소송절차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영상촬영을 통해 타인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보충성에 반할뿐만 아니라 특별히 긴급한 사정도 없다고 보고 있다. 즉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감정결과를 믿지 못할 경우에는 법원에 신체감정을 촉탁하여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재감정을 받는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가 이와 같은 정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피해자들을 미행하며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는 보충성과 긴급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소송당사자의 증거수집 및 방어권 행사를 무시한 것이다. 재판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으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증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41) 증거의 확보는 반드시 법원의 소송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소송당사자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체적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자신에게 재판상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42) 또한 대법원의 판단은 보험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장해등급의 결정은 의사가 최종적으로 내리는 것이지만, 결정과정에서 환자의 거동이나 의사표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면 의사로서는 아무리 경력이 오래되었고,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환자의 행동과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서 장해등급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환자가 고의로 장해등급을 부풀릴 목적으로 허위의 행동을 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의료결과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Ⅳ. 영상촬영 허용방안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사고 조사를 위하여 민간조사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이 제도가 정착되어 있고, 이들 국가에서 민간조사업무는 실종자를 찾거나 분실 또는 도난당한 재산의 회수, 재판의 증거 수집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43)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민간조사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데, 다만, 현재 2016. 6. 8. 윤재옥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탐정법(안) 국회에 제출되어 검토 중에 있다.44) 이 글에서는 공인탐정법과 민간조사제도(공인탐정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민간조사제도를 통해서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험회사에도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어서 그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경우 민간조사제도가 비교적 잘 발달한 나라이다. 미국의 민간조사제도는 주별로 약관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범죄 혹은 부정행위에 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는 민간조사원이 보험사고 조사업무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 민간조사원의 자격요건은 주(州)마다 많은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주에서 민간조사원은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을 부여하는 면허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조사원은 보험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그 과정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행위 등도 수반하게 된다. 미국은 공공의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초상권(미국에서는 넓은 의미로 ‘프라이버시권’이라 한다)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다.45)
일본은 2006년 이전까지 탐정과 관련된 법제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민간조사와 관련하여 특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탐정사나 흥신소 등의 명칭으로 민간에 의한 사실조사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었으나, 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영상촬영 과정에서 도청이나 미행 등의 과도한 방법이 사용되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06년 6월 8일 「탐정업의 업무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7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46) 일본에서도 민간조사원은 조사대상자의 행동조사, 불륜이나 기업비밀, 재판상 증거조사, 보험사고 조사 등 다양하다.
영국의 경우 「Private Security Industry Act 2001」에 근거하여 민간조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유사하게 영국의 민간조사원도 특정 인물의 활동이나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는 목적, 범죄수사, 보험사기 조사 등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47)
앞서 살펴본 대구고등법원의 사례의 경우에서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보험자가 자신의 장해상태를 부풀리기 위하여 장해상태가 심각한 것처럼 거짓되게 행동하였고, 그 결과 부산의 丙대학병원도 환자의 진술과 거동에만 의존하여 환자의 장해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 외에도 10년 동안 사지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한 모녀 보험사기단 사건, 치매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사기를 벌인 사건, 척추 장해보험금 허위·과다 청구사건, 실명을 이유로 한 장해보험금 허위·과다 청구사건 등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발생하는 보험사기의 대표적인 유형들이다. 이와 같이 장해와 관련하여 발생한 보험사기 사건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48)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보험사기는 계약당사자와 의사, 손해사정사, 보험설계사 등이 공모하여 발생하기도 하는 등,49) 나날이 지능화되고 교묘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적발이 매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 대법원의 판시사항처럼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장해를 결정함에 있어 병원의 판단에만 의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고 보험회사가 전문가인 의사의 결정과 법원의 소송절차를 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양자 간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보험자의 장해율과 관련하여 강한 보험사기의 의심이 생기는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촬영을 수행하여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50) 앞서 살펴본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민간조사제도라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수단을 활용하여 보험사고를 조사하고 보험사기 행위자를 적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한다. 즉 보험업법에서는 손해사정사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손해사정사에게 보험사고 발생시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을 업으로 하는 자를 선임하여 그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보험업법 제185조).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업자는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위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작성·제출의 대행업무 및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 진술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보험업법 제188조). 그리고 손해보험상품(보증보험계약은 제외)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와 제3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를 고용하여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을 업으로 하는 자를 선임하여 그 업무를 위탁하여야 한다(보험업법 제185조, 보험업법 시행령 제96조의2). 이에 따라 손해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를 통해서 보험사고를 조사하여야 하고, 생명보험회사의 경우는 제3보험과 관련한 보험사고 조사업무는 손해사정사를 거치고, 그 외 생명보험과 관련한 보험사고 조사는 보험회사 직원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회사나 손해사정사 등이 보험사고를 조사하거나 보험사기 혐의자들을 적발하기 위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근거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회적 인식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리고 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 보험금 청구소송이라는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보험회사가 위자료를 배상하여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51) 또한 보험회사에 불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회사와 손해사정사 등이 보험사고 조사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하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같이 외부 민간조사원(소위 말하는 ‘탐정’)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52) 그러나 보험회사 등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험회사의 조사권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의 권리를 초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취득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어떠한 이유로도 보험회사가 위법성을 면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보험사기의 입증을 목적으로 수집하는 촬영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영상촬영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업무범위의 설정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53)
보험사고 조사를 위해서 보험회사에 영상촬영을 허용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계약자 등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문제이다. 즉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행위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내재된 초상권과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나아가 주거의 자유(헌법 제16조)를 침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험회사에 영상촬영을 허용할 경우에는 보험사고 조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대상자를 미행, 잠복하거나 비밀리에 촬영하는 것이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비밀촬영과 관련하여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문제될 수 있는바, 이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이익형량의 이론을 판단 기준으로 하여 사안에 따라 구체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즉 구체적인 이익형량의 결과 대상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이익보다 영상촬영을 통한 증거수집으로 인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 한하여 촬영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촬영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제한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촬영방법은 건물이나 주거지의 내부와 같은 사적인 영역에 대한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54) 그러나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모든 촬영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설과 판례도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하여 부당하게 침해할 경우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침해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55)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대상자가 보호를 받기를 원하는 내용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과 데이트를 하는 경우, 부부가 서로 다투는 경우, 용모가 단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출을 하게 된 경우, 기타 연예인이나 사회 유력 인사의 경우 등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이를 촬영하였을 경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집 안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촬영하는 경우와 같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장소의 공개성 여부는 사생활 침해를 판단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서 구체적인 이익형량을 통해서 판단하여야 할 문제다. 그러나 사생활 영역으로까지 침범하여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높으므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을 하는 과정에서 사적영역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56)
둘째, 촬영의 목적은 보험사기 혐의가 짙은 자에 대하여 보험사고 조사 또는 법원에 증거제출 목적 등으로 엄격하게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57)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보험회사가 이 제도를 남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셋째, 촬영의 시간은 아침이나 저녁시간을 피하고, 외부활동이 활발한 시간대(예를 들어 오전 9시∼오후 6시 사이)에 이루어지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회사가 이른 사침이나 늦은 저녁시간에 미행, 잠복을 하면서 영상을 촬영한다면 이는 상대방에게 심각한 위협과 공포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58)
넷째, 촬영한 자료는 보험사기 조사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목적 달성시 즉시 폐기하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촬영한 정보들은 보험회사가 그 목적을 달성을 이후에도 완전히 폐기되지 않을 위험이 있으며, 심지어 보험회사 내부에서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59)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기타 범죄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를 적정하게 폐기하기 위한 방안을 반드시 수립하여야 한다.
다섯째, 보험회사가 다른 가능한 조사방법을 사용하여 보험사고 조사 또는 보험사기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촬영을 금지하여야 한다. 즉 촬영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60)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험회사가 다른 가능한 조사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고,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많은 영상촬영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섯째, 보험회사가 위 사항들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감독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준법감시인이나 정보보호인 등이, 외부적으로는 금융감독원 등에서 이러한 감독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Ⅴ. 결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도 연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6년에 비해 117억원이 증가한 7,302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으로 기록되었고, 적발된 인원 또한 83,535명으로 2016년에 비해 523명이 늘어났다.61)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되고, 악랄해지고 있다. 2017년도 기준 보험사기 적발현황을 유형별 적발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허위·과다사고 66,720명(79.9%), 고의사고 6,448명(7.7%), 자동차 피해과장 사고 5,732명(6.9%) 순으로 나타난다. 허위·과다사고는 적발금액 기준으로도(약 5,300억원, 73.2%) 단연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허위·과다사고의 유형으로는 허위·과다입원, 허위·과다진단, 허위·과다장해, 허위수술, 사고내용 조작 등이 있는데, 이러한 보험사기는 보험계약관계자가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실제로 피보험자의 신체에 발생한 보험사고보다 부풀리거나 또는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사고를 허위로 조작하여 발생한 것처럼 해서 보험금을 편취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보험사기는 지능적이고 은밀한 수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이를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보험 분야가 아닌 다른 여러 사기 유형들도 사정은 별반 차이가 없겠지만 특히 허위·과다사고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신체에 관하여 사고가 발생하고, 피보험자의 행동이나 의사표시가 보험사고의 수준을 판단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피보험자가 자신의 사고를 허위 또는 과장해서 작성할 경우 보험회사가 이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보험과 같은 전문영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분쟁들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정확한 정보수집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여러 전문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특히 보험 분야)을 정부에서 직접 개입하여 해결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고, 또한 적절해 보이지도 않는다.62) 따라서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보험업법 등)을 개정하고 세부 기준을(가이드라인이나 모범규준 등) 수립하여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 피해자들의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므로, 법률과 가이드라인에서 보험회사에 허용되는 촬영 목적, 범위와 방법 등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정보유출시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