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결] 대법원 2019. 3. 21. 자 2015모2229 전원합의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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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안의 내용 :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 7. 4.부터 1979. 7. 13.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1)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그 후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 12. 8.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고,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이하 ‘재심대상판결), 그 후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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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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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 원심은 이 사건 경찰관들의 영장 없는 체포·구금은 불법체포·감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위 경찰관들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므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위와 같은 경우 역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직무범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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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재항고 : 검사는 이 사건 경찰관들의 행위는 당시의 유효한 법령에 따른 것일 뿐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므로 불법체포감금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항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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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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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의 결과 : 검사 재항고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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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의 주요 근거 :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이 시행되고 있는 동안 수사기관이 그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하였다면 법체계상 그러한 행위를 곧바로 직무범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국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것이고,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결과는 수사기관이 직무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즉,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비록 그것이 형식상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령 자체가 원시적으로 위헌이라면3) 결과적으로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수사기관이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경우를 재심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이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국민을 체포·구금하였고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라 진행된 유죄의 확정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함에도 단지 위헌적인 법령이 존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하자를 바로잡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이는 위헌적인 법령을 이유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더라도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재심제도의 이념에도 반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유추적용을 통하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 할 것이다.
Ⅰ. 문제의 제기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로서 제7호에서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이른바 ‘공무원의 직무범죄로 인한 재심’). 종래 대법원은 위헌인 긴급조치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긴급조치위반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재심을 허용하였는데(대법원 2013. 4. 18.자 2010모363 결정), 이는 처벌법규가 위헌으로 판명되었다면 재심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대상 사건과 같이 위헌인 긴급조치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긴급조치위반죄가 아닌 다른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위 결정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상 판결에서4)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5)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다는 논거에서 공무원의 직무범죄로 인한 재심개시 결정을 허용하였다.6)
이 결정은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법리를 선언함으로써 재심사유로서의 직무범죄에 관한 기존의 해석상 논란을 해소하고 위헌인 긴급조치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결과에 대하여 재심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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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 결정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당시에는 유효한 법령에 기초하여 재심신청인을 체포, 구금하였지만,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직무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유까지 – 비록 그 불법의 정도가 구성요건에 상응하는 정도라고 하더라도-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엄격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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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결정에서는 당해 사건에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근거로서 유추해석과 헌법 합치적 해석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유추해석의 한계는 무엇이며, 헌법합치적 해석의 의미는 무엇인가 ? 그리고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중심으로 이 결정에서의 재심허용결정의 타당성 여부를 재심의 허용성과 위험성의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Ⅱ. 재심제도의 허용성과 위험성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확정된 판결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를 말한다(제420조). 재심은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확정재판에 대한 구제신청제도인 상소와 다르고, 사실오인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법령위반을 이유로 검찰총장이 청구하는 비상상고와 다르다. 또한 재심은 그 효력이 피고인에게 직접적으로 미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 비상상고와 구별 된다.7)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진실·정의 그리고 법확증의 원칙에 의해 참을 수 없는 정도의 확정판결의 오류를 제거할 수 있기 위해 재심절차를 통해서 깨트려진다.8)9) 원칙적으로 재판의 확정력은 형사절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절차적 안정성의 이념과 더불어 더 이상 한 사건에 형사사법의 자원이 소모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송경제의 이념에도 이바지 한다.10) 그러나 정의감정에 비추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명백한 확정판결의 오류를 방치하는 것은 피고인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을 또한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명백한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형사사법에 있어서의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가 일정한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고 조정하는 제도가 바로 재심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심제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 정의를 위하여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11)12) 이러한 점에서 형사소송법의 재심제도의 전체적 구조는 법적 안정성과 정의를 조종하려는 라드부르흐 공식과 거의 일치한다.13)14)
우리 형사소송법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제420조) 그리고 항소기각판결이나 상고기각판결에 대하여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제421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익재심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익재심제도는 3심제라는 심급제도와 확정판결의 확정력에 따른 절차적 정의를 희생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실체적 진실발견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인간존엄의 사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15)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16)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유래되기(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17)
Ⅲ. 대상결정에 대한 분석과 비판
동 결정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비록 그것이 형식상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령 자체가 원시적으로 위헌이라면 결과적으로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수사기관이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즉, 합헌적 법령을 위반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와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는 헌법상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차이가 없다고 보고, 유추적용을 통하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18)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19)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20)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21)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며, 2)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먼저 직무범죄가 성립하여야 한다는 것은 행위가 직무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과 책임이 함께 존재하야야 한다. 그러나 대상 사안에서 경찰관은 당시 존재하던 유효한 긴급조치라는 규범의 타당성을 근거로 영장 없이 체포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직무범죄에 대한 구성요건적 고의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만약 직무범죄로 공소제기 되었더라도 당연히 (구성요건적) 고의의 부존재를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령에 따른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22)23)
또한 불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기대가능성이 조각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여 책임이 조각된다. 따라서 동 사안에서 공무원에게는 최종적으로 직무범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법률의 해석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24) 이러한 '법률의 해석'은 본질적으로 인식작용이지만, 순전히 객관적인 인식작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해당 법률을 논리적 도구로 하여 행하는 가치판단의 주체적 정립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25)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고, 다만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26)27)28)앞서 본 것처럼 동 결정은 합헌적 법령을 위반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와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는 헌법상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차이가 없다고 보고, 유추적용을 허용하였다.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이라고 한다. 유추는 법규범이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적용되는 것으로 법률의 흠결 보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해석을 통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29) 즉 유추적용이 허용되려면 법규범의 체계와 입법의도, 목적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제420조 제7호의 입법목적은 수사기관이 직무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그 직무범죄와 직접적인 인과성이 있는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를 구제하기 위한 데 있다. 즉 재심 사유로서의 직무범죄의 존재란 수사기관이 주체가 되는 직무범죄에 대한 저항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이거나(예컨대 긴급조치에 근거하여 영장없이 체포하려는 경찰관을 폭행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경우) 또는 직무범죄와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는 범죄이어야 한다.30) 예컨대 경찰관이 시민을 불법체포하여 체포당한 자에게 위증을 교사하여, 체포당한 자가 위증죄를 범한 경우 등이다.
(위법한 )체포,감금--> (위법한 ) 체포,감금상태에서 반공법위반, 횡령죄, 사기죄 수사-> 공소제기 -> 반공법위반, 횡령죄, 사기죄 유죄 확정판결-> 체포감금죄로 공소제기 및 체포감금죄의 유죄의 확정판결 -> 반공법위반, 횡령죄, 사기죄에 대한 재심신청-> 재심허용 결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실질적)범죄의 성립은 특정한 법익의 침해를 전제로 하고, 형법은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정당화된다.31) 직무범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유를 재심개시의 근거로 하기 위해서는 법익 침해를 전제로 하는 실질적 범죄에 해당하여야 한다. 범죄의 성립과 중대한 절차적 위반은 분명이 다르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당시의 공무원들은 영장주의에 위반해서 공무를 수행한 것으로서32) 중대한 절차적 위반행위를 한 것이다. 중대한 절차위반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즉 영장주의의 위반이 특정 법익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33) 직무범죄에 준하는 실질적 범죄가 존재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주의에 위반하는 행위 그 자체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34)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의 성립이라는 실체법적 요건과 공소제기와 유죄의 확정판결의 존재라는 절차적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 사안에서는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직무범죄에 준하는 불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의 직무범죄에 대한 공소제기가 없었고 따라서 그에 대한 확정판결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헌인 긴급조치에 근거하여 영장 없이 체포하였다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바로 (직무)범죄의 성립이라는 실체적 진실로 연결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또 하나의 중대한 (절차적)하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결정에서는 유추적용을 통하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은, 법률규정이 다의적이어서 한편으로는 상위규범인 헌법과 합치되는 해석이,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과 합치되지 않는 해석이 다 같이 가능하다면 항상 헌법과 합치하는 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35)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서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권한이자 사명에 속하므로, 법원이 재판규범으로서 그 법률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헌법합치적인 해석에 따라야 한다.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것으로서, 법률규정의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서거나 그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입법자가 금지하고 있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해서는 아니 되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합헌적 법률해석은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함으로써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므로 바람직하다. 따라서 만약 어떤 법률규정에 위헌적 요소가 있더라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최대한 헌법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해석함이 옳다고 할 것이다.36)
그러나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기준을 막바로 추상적인 헌법적 가치질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헌법의 구체적인 개별 규정에서 찾아야 한다.37)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실질적 한계로서는 (1) 법률의 문구와 (2) 법률의 입법목적,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즉,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은 법률의 문구와 입법목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38)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39)
결국 사안에서도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트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방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관의 판결은 법률뿐만 아니라 정당하고 이성적인 결정이어야 한다는 요청 또한 판결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40) 법관은 법적 논증의 주체가 된다. 이 경우 법적 논증은 어떤 사안이 법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위, 즉 특정한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결정의 정당성이 이 결정에 대해 제시된 근거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41) 즉 법률문언의 의미와 입법자의 의도, 법률문제의 당사자들의 이성적인 대화 등과 분리되어서는 아니 된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ü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42)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43)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의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Kants Werke, Akedemieausgabe, Bd, Ⅳ, S.417)에서는 “…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44)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45) 법이란 일정한 법률요건에 해당하면 일정한 법률효과를 주는 꼴을 취하여, “p이면 q이다”라는 꼴로 짜여져 있다. 46)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 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47) 즉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심절차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증명되어야 개시할 수 있고, 재심사유에 관한 법률 해석과 그 증명의 정도에 관한 기준은 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취한 태도와 일관되어야 한다.48)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Ⅳ. 합리적 대안의 제시
제422조(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 전2조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판결로써 범죄가 증명됨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할 경우에 그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생각건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동 결정은 치밀한 논증 없이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론에 성급하게 도달하였다고 생각한다.
형사소송법 제422조는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유죄판결의 선고를 할 수 없는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49) 예컨대 범인이 사망하였거나 행방불명 된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사면이 있었던 경우, 범인이 현재 심신상실상태에 있는 경우 등이다.
판례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50) ’라고 하여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검사의 불기소처분이나 기소유예 등으로 인해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동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며,51) 검사의 불기소처분이나 기소유예에 의하여 범죄사실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52)
따라서 이 사안에서도 직무범죄의 공소시효의 완성여부, 직무범죄에 대한 불기소처분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을 통해 직무범죄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더 합리적 해석론일 것이다. 즉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논거 보다는 직무범죄가 성립하더라도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법률상의 장애를 근거로 하는 것이 보다 법률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본다.
또한 제7호의 적용보다는 제 1,2호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원판결의 증거라 함은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가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도 포함한다.53) 사안에서 재심신청자들은 불법 체포 상태에서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를 자백하고 그에 대한 각종의 증거에 동의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불법감금상태에서 자백을 하였다면 이는 위법수집증거이며 이것은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54) 따라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은 반공법 위반 등의 확정판결에 사용된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 증명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55)
Ⅴ. 결론
이상에서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유를 근거로 한 대법원의 재심개시결정(대법원 2015모3243)의 부당성을 검토하였다. 재심제도는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사람의 피해회복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로서 직접적이고 실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 결정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추정되기는 하지만 확정판결로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까지 피고인에게 유리한 유추해석을 통해 재심의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유래되기(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56) 독일 형사소송법은 [본안과 관련하여 형사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는 직무의무위반죄를 저지른 법관이나 참심원이 판결에 관여했고, 그 위반이 유죄판결 받은 사람에 의하여 직접 야기되지 않은 경우]57)를 재심사유로 규정하여, 직무위반죄를 저지른 자가 재판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만 재심사유로 인정하고, 수사기관의 직무위반범죄에 대해서는 재심개시사유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우리 형사소송법“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라고 하여 그 범위가 훨씬 넓다.
법관의 재심개시결정은 선재하고 있는 법적 규범에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 포섭된다는 논증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개시결정에 이르는 법적 논증 없이 재심개시결정을 위한 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동 결정과 같이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까지 포함한다면 공무원의 직무범죄와 관련한 재심의 범위가 실체적 진실발견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재심의 본질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