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사회적 농업이란 용어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대신 관광농업, 치유농업, 6차산업화 등 다른 개념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같은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농업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들이 있으므로 일종의 사회적 농업의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1)
사회적 농업은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보통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 범죄피해자, 사회 부적응자 등 사회적 약자의 사회적 적응과 자립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 지역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상호 부조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농업의 산업적 측면에서 중시하는 생산성과 대외경쟁력 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사람 중심의 농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회적 농업은 농업에 복지와 고용이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 농업’을 선정하여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진행 중이다.2) 아직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시범사업의 형태로 사회적 농업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3)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관련 실태조사 및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시범사업’은 농업활동을 통해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회적 농업 실천조직을 육성하여 사회적 농업의 확산을 도모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농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활과 고용을 유도하여 사회 통합을 실현하고 관련된 일자리를 창출하여 농촌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시범사업의 지원유형은 교육·돌봄·고용 세 가지 유형을 예시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유형은 장애인, 아동, 학생,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서적 건강증진, 재활, 사회성 향상, 자립 등을 위한 농작물 생산과정 체험, 기술교육, 농업 실습 등을 제공하는 유형이다. 돌봄 유형은 장애인, 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요양, 보호, 재활 활동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이다. 고용유형은 장애인, 노인, 실업자, 귀농귀촌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농업 활동의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사회적 농업 농장 또는 타 농장에 유급고용을 창출하는 유형이다.4)
사회적 농업은 성인이 되면 갈 곳이 없는 장애인, 요양병원이 아닌 내 고향·내 집에서 여생을 살고 싶어 하는 노인, 일자리가 없어 농촌을 떠나는 청년과 기반이 없어 농촌에 정착하기 어려운 청년, 그 외에 다문화·범죄피해자 등 우리 주변에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봄과 교육,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농업적 실천이다. 즉 사회적 농업은 지역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농업을 통해 해결하고 자 하는 활동이며, 생산성과 같이 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하는 농업이 아닌 ‘사람중심의 농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사회적 농업에 대한 지원 법령이 없어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제19조의4를 근거로 시범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명시적 지원규정으로 볼 수 없어 체계적이고 지속성 있는 지원이 어렵다는 점에서 근거법령 제정이 시급히 요구되었다. 이에 사회적 농업 육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농업의 사회적 기능과 사회적 농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사회적 농장 및 참여자들에 대한 다양한 분야가 연계된 제도적 지원의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2018년 12월 27일「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5)
본고는 사회적 농업의 의의와 최근 국회에 발의된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의 주요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법안의 내용가운데 주목할 것은 사회적 농업활동의 지원 대상을 ‘사회적 농장’ 즉,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구성된 농업경영체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농업의 초기 정착과 확산을 위해 보다 많은 사회적 농업활동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지원 대상의 범위를 적정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한6)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농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농업 영위가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는 결국 농업경영체가 아닌 다른 단체가 법이 정한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농지법」상 농지 소유가 가능한지부터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이들 단체의 농지소유 가능성을 중심으로 고찰해보겠다.7)
Ⅱ. 사회적 농업의 의의 및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개관
사실 사회적 농업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 경제적 기조는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 농업·농촌분야에서 농촌사회의 유지·발전과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농업의 출현을 도운 사회적 경제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경제체제이다.8)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은 애초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한 불어권 지역에서 사용되던 개념이었으나, 차츰 유럽 전역에서 유사한 조직형태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대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유럽연합의 발전과정에서 사회 발전전략, 특히 지역개발전략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요한 행위자로서 사회적 경제가 공식적으로 인정과 관심을 받게 되었다. EU 뿐만 아니라 OECD 에서도 지역경제와 고용촉진(Local Economic and Employment Development, LEED)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발전과 사회적 경제에 관련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에 대한 개념정의와 분석, 그리고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다.9)
특히 2009년 2월 EU의회는 89%의 찬성으로 ‘사회적 경제에 관한 결의(European Parliament resolution of 19 February 2009 on Social Economy, 2008/2250(INI))’를 채택하였다.10) 핵심 내용은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모델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새로운 모델은 다름 아닌 사회적 경제이고, 이는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상징적인 의미와 실제 성과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EU가 1990년대부터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이유는 복지국가 정책만으로는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하면서 부터이다. 나아가 세계화에 따른 개방 압력과 경제의 서비스화에 따른 투자 축소와 생산성 저하,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추세에 맞선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주목 받게 된 것이다.11)
우리의 경우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중심을 이뤄온 대기업 중심의 시장경제체제가 세계 유래가 없는 초고속 성장이라는 값진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초고속 성장은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라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 요소를 낳았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경제체제와 정책만으로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2014년 이후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경제관련 법안의 발의도 이루어졌다.12) 이는 사회적 경제를 우리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제체제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경제 주체의 지원 및 육성을 통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사회적 농업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아직 확립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농업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유럽 전역의 농업과 농촌 사회는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대(solidarity), 사회적 지원(social assistance) 및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촉진하는 경험을 발전시켜 왔다. 사회적 농업이라는 용어는 이탈리아에서 기원했다. 주로 이탈리아의 도시에서 활발했던 사회적 협동조합 실천이 1990년대 중반부터는 농촌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이탈리아 농촌 지역에 571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농업이나 축산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그런 실천을 두고 사회적 농업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유럽 전역에 걸쳐 확산된 일종의 운동이었는데,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의 목표를 사회적 목적(social ends)에 부합하게 만듦으로써 다기능 농업 활동을 강조하려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퍼져나갔다.13)
이후 사회적 농업은 2006년 5월부터 30개월 동안 수행한 ‘SoFar 연구 프로젝트’에서 보다 구체화 되고 프로그램화 된다. "So Far"는 EU 위원회의 자금 지원을 받는 다국가간 구체적인 지원 활동(연구 및 기술 개발을 위한 6차 기본 프로그램)으로 그것은 "사회적/돌봄 농업"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환경의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프로젝트에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등 7개 국가출신 2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였고, 국가별로 사회적 농업의 발전 과정과 실천 사례를 연구하여 유럽에서 사회적 농업이 가지는 의의를 파악하고 실태를 조사하였다.14)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SoFar 프로젝트 팀은 사회적 농업(돌봄 농업 또는 녹색 돌봄)을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disadvantaged people)의 재활과 보살핌을 촉진하고 또는 계약 능력이 낮은(low contractual capacity)사람들과의 통합을 지향하는 농업 관행”으로 정의하였다.15) 여기서 ‘불이익한 사람들’이란 아동, 고령자 등 불리한 여건에 놓인 사람들을 가리키고, ‘계약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정신적·신체적 장애인, 재소자, 약물중독자, 소수자, 이민자 등 온전한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회적 농업의 개념에서 도출되는 요소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전제로 공공의 건강, 교육과 훈련, 사회 통합, 지역개발을 통한 이익창출의 기능 수행 4가지를 들 수 있다.
공공의 건강은 질병 치유와 건강 회복 등의 직접적인 혜택과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와 같은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육과 훈련은 영농활동을 통해 사회생활 및 복귀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여 영농 창업을 하거나 사회로의 복귀를 돕는다. 사회통합은 경계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개발을 통한 이익 창출은 사회적 농업활동을 통한 결과로서 오늘날 농업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일손부족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일정부분 해소시켜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한다.16)
이런 맥락에 기초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농업이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의 실천과제로 선정되면서 사회적 농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실천적 농업형태로 지역과 민간에서 자생적 형태로 발전해 정부정책과 국가 간(EU차원 정책) 연대로 발전해 왔다. 이와 달리 우리의 사회적 농업은 10년도 안된 짧은 기간에 성공한 실천적 모델의 부재와 오랜 논의를 통한 이론적 토대조차 형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비록 인위적이고 순리에서 다소 벗어난듯하지만 우리에게 맞는 이론적 토대와 실체적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법·정책적인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사회적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구체화 하고자 하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은 장(章) 구분 없이 총 18개의 조문과 1개의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적 농업 육성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보통 법률이 제정될 때 맨 먼저 이 법은 어떤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며,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밝히게 된다. 본 법안도 제1조에서 본 법의 제정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하여 농촌에 부족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및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사회적 농업을 육성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회적 농업이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과정상 목적으로 농촌에 부족한 서비스의 공급과 이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및 사회통합을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제정된 이탈리아의 사회적 농업법은 제1조에서 “헌법 제117조 제2항에서 명시한 원칙과 지역책임에 따라 국내의 농촌 및 소외 지역의 개인, 가족, 지역사회에 적절하고 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필수 서비스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농업경영체의 다기능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보건서비스, 교육 서비스, 사회 고용 등을 반영하는 사회적 농업을 장려함”을 본 법의 제정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17)
최근 들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18)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종래 농업의 기능은 식량 생산기능과 환경보전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이해되었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만성적 저소득, 기후변화 및 빈번한 재해 발생 등으로 인해 농업·농촌 분야의 정책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즉 전통적인 식량 생산 및 환경보전 기능 외 지속가능성 기반으로 농업·농촌이 제공할 수 있는 다원적 기능을 중심으로 농업·농촌의 기능과 가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19)
본 법에서 사회적 농업을 ‘농업 생산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돌봄, 교육, 고용 등을 제공하는 활동 및 실천’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취약계층은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2조제2호20)에서 정하고 있는 계층을 말한다.
안 제3조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시책을 시행할 의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부과된 의무의 이행조치로 중앙정부의 사회적 농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의무’와 지방정부의 사회적 농업 지원계획 수립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즉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는 사회적 농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안 제7조에 따른 사회적 농업육성위원회의심의를 거쳐 사회적 농업 육성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시·도의 광역단체장)에게는 중앙정부의 기본계획과 그 관할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시·도별 사회적 농업지원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하여 의무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21) 이는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는데, 특정 시·도 단체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사회적 농업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해당 지역에서 사회적 농업관련 정책이 온전히 집행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농업관련 기본법에 해당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과22) 현재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의 근거법인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23) 시·도 계획의 수립여부는 재량이 아닌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본 법안도 시·도 계획의 수립여부는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립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안 제2조 제1항 제3호는 사회적 농장이란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농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사회적 농업 활성화 및 사회적 농장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사회적 농장 중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 농장을 지정하여 지원할 수 있다.24) 현행법상 ‘지정’제도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데, 본 법안에서는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 이라는 법률 제명과 사회적 농업의 활성화 및 사회적 농장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하여 사회적 농장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안 제10조 제1항의 규정을 통해 “지원·육성대상의 선정을 위한 지정” 의 의미로 볼 수 있다.25) 즉 공익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거나 자생적인 영업능력이 부족하지만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육성하는 것이 필요한 사업인 경우에 특정한 기관을 지정하여 그 기관이 활동을 계속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본 조에서의 지정은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다.26) 사회적 농업 사업에 민간의 참여에 있어 참여과정에서의 문턱을 낮춰 개인 및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을 통해 사회적 농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지정제도를 선택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향후 사회적 농업 사업의 확산을 위한 도입기의 낮은 문턱은 참여자들의 전문성, 운영능력, 성과 등을 분석하여 사회적 농업의 목적과 목표를 충분히 인식하고 전문 역량을 갖고 있는 개인 및 단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증’이나 ‘인가’와 같이 약간의 문턱을 높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사회적 농장으로 지정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우선 지정농장임을 증명하는 도형 또는 문자 등의 지정 표시를 할 수 있다.27) 또한 지정농장은 농업경영·기술·세무·노무·법률·회계 등의 분야에 대한 자문 및 정보제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28) 사회적 농업에 필요한 운영경비, 협력관계 구축비, 취약계층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시설개선비 등의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29) 뿐만 아니라 지정농장은 운영에 필요한 국·공유 재산 및 물품을 대부 받거나 이용할 수 있고,30) 국내외 시장개척, 전시회·박람회 개최 및 참석, 판매 촉진을 위한 행사 및 축제 등의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각종 판로 확대비용을 보조 받을 수 있다.31)
사회적 농업 정책의 안정적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규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로 생각된다. 그간 산업화가 진행되어 오면서 농촌이란 공간과 농업은 우리 사회에서 등한시 되었고, 사람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영역이 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은 국가와 사회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근간으로 농업과 농촌이 등한시 되거나 소멸되어 없어지게 방치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사회적 농업 역시 이러한 전제에서 사회적 농업을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유입시켜 농업 및 농촌분야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동시에 이를 토대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 돌봄, 복지,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결국 사회적 경제 영역 자체가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지 10년도 안된 상황에서 사회적 농업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그 도입 및 정착 단계에서 정부의 적극적 육성 및 지원책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Ⅲ. 문제의 제기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 골자는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사회적 농장을 지정하여 국가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취약계층에 돌봄, 교육, 복지, 고용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의 내용대로라면 지원 대상은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농장’이 된다. 즉 ‘농장’이 아니면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다른 개인 및 단체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통상 농장의 사전적 의미는 농사지을 땅과 농기구, 가축, 노동력 따위를 갖추고 농업을 경영하는 곳으로 풀이된다.32) 다시 말해 ‘농장’은 우리법제에서 정의되고 있지 않은 개념인데, ‘농장’은 중세 유럽, 일본에서 성행하던 제도로서 농업생산에 관련된 토지 및 시설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농가주택, 농지, 농기계, 농업시설 등 일체를 포함하는 재산적 개념으로 농장이라는 단위가 등장했고, 이는 민법상 거래의 단위였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농업경영이 이루어지는 농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토지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토지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농지가 될 것이다.
현행법상 농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인 농지의 소유와 임대차는 대부분이 농업경영을 영위하는 ‘농업인’과 영농조합법인 또는 농업회사법인인 ‘농업법인’만 가능하고 일반 개인 또는 단체는 법이 허용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가능하다.33) 요컨대,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에서 제시한 지원 대상을 ‘사회적 농장’으로 한정할 경우 현행법상 농업인,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인 농업경영체를 제외하고는 일반 개인 및 단체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으므로 농지를 기반으로 한 농장을 갖출 수 없게 되어 사회적 농업 활동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사회적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돌봄, 교육, 복지, 고용을 제공하고자 하는 정책목표는 농업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체들과 장애인, 고령자,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과 복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법인(보통 사회복지법인)의 역할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달성 될 것으로 보인다.34) 농업경영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농업법인보다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수요자인 취약계층간의 연결고리 또는 중간지원조직체로서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 및 수요조사와 조직화에 보다 유리한 측면을 갖고 있다.35)
요컨대, 현재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의 지원 대상을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사회적 농장’ 으로 한정할 경우, 많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단체들이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함에 있어 수동적·제한적 위치에 놓여 이들의 적극적 참여 유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회적 농업활동의 주체성을 살펴보는데 있어 우리보다 앞서 사회적 농업을 국가차원의 법으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농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배경은 1978년 법률 제180호에 의해 정신병원이 폐쇄되면서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장애인을 더 이상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격리’ 시킬 수 없게 되었고, 이들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돌봄과 고용 같은 새로운 관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당시 정신질환 장애인들에 대한 돌봄과 고용을 담당한 조직이 주로 사회적 경제조직체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협동조합이었다.36) 사회적 협동조합들은 이러한 돌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농업 활동을 착안하였고, 1979년에 사회적 농업이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플로렌스(Florence)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사회적 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오늘날 약 2,000여 곳의 농장이 전국에 분포하게 되었다.37)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탈리아는 사회적 협동조합 관련 법제의 틀 안에서 사회적 농업을 지원한다.38) 이탈리아 사회적 농업법39)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사회적 농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사회적 농업은 개인, 그룹, 사회적 협동조합에 의해서 행해지는 농업인의 활동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40) 나아가 사회적 농업활동은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국가에 등록된 사회 진흥 단체, 개인이 수행할 수 있다고 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활동 주체를 명시하고 있다.41)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가운데 해당 사회적 협동조합 수익의 대부분을 농업활동에서 창출하여 농업관련 매출액이 30% 이상인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수행할 수 있으며, 본 법의 목적을 위해 해당 사회적 협동조합을 사회적 농업 행위자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42)
주목할 점은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본 사회적 농업법에 의해 토지를 양도받거나 임대할 수 있다. 즉 사회적 농업법은 농업 공공토지와 지방정부에 속하는 ‘토지의 양도와 임대 시’ 사회적 농업의 발전과 설립을 위한 활동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43) 여기서 ‘토지의 양도와 임대 시’ 라는 규정을 통해 사회적 농업활동 행위자로 인정받은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적 농업활동을 할 수 있는 토지를 양도받거나 임대 할 수 있다고 하여, 해당 법에서 농지 소유 문제를 해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법제상 농지의 소유에 관한 사항은 「농지법」에서 허용한 경우외 다른 법에서 농지소유에 관해 특례를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농업법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44) 이런 이유로 「사회적 농업육성법안」 자체에서 사회적 농장 외 다른 단체의 사회적 농업활동 주체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농장 구축의 토대가 되는 농지 소유의 불가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밝히고 있으며, 동조 제2항에서는 “농업생산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의 소유는 ‘경자유전’의 원칙상 농사를 업으로 삼아 삶을 영위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봉건시대의 산물인 소작제는 금지되며, 농지를 임대차할 경우에도 법률이 정하고 있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게 정하고 있다.
헌법 제121조에서 천명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해 「농지법」이 제정되어 시행중이다.45)「농지법」제6조는 ‘농지 소유 제한’이라는 제목 하에 제1항에서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고 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는 농업활동을 하는 자인 농업경영체로 자연인인 농업인과 법인인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을 규정하고 있다.46) 헌법과 농업관련 법률에 따라 ‘경자(耕者)’는 자연인으로서 농업인과 법인으로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3인이 ‘경자(耕者)’에 해당되며, 이들 3인만 농업경영체로서 농지를 소유하여 농업활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농촌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 등이 농업법인이 아닌 기존의 법인격을 갖고 농업활동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고자 할 경우 법인격을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으로 바꾸지 않는 한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법제상 ‘경자(耕者)’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행「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상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농업활동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단체가 농업법인이 되지 않을 경우「농지법」상 사회적 농업 활동의 필수 요소인 농장을 갖추기 위한 ‘농지’의 소유는 불가능 하다.
Ⅳ. 사회적 농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우선 농촌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사회적 농업을 영위할 경우 이를 농업경영 활동으로 보아 경자유전의 원칙상 ‘경자(耕者)’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경자(耕者)’로 인정할 경우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업법인’의 한 형태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경자(耕者)’ 즉 ‘실재 농업활동을 하는 자’ 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즉 투기나 재산증식의 목적이 아니라 직접 경작에 종사하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업은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각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예외 없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는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밖의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법률로써 경자 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에 있어서는 우리의 법률보다 한층 강화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47) 근래 대만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하였는데, 이로 인해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어 우리나라 농지의 10배 이상으로 폭등하였고, 농촌은 농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되었다.48) 우리나라도 부동산을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 재산증식의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정부는 수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 그나마 농지만큼은 헌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농지법」을 통해 ‘경자(耕者)’가 아닌 자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농지가 투자나 투기로 인한 재산증식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지는 않고 있다.
‘경자’의 개념이 외견상 ‘실재 농업활동을 하는 자’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회적 농업이라는 ‘농업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는 ‘경자’로 볼 수 있다. 실재 사회적 농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법인으로서 농업회사법인과 영농조합법인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소수의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과 사단법인이 분포하고 있다.49) 또한 사회적 농업활동은 실재 농장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현지 농업인의 지도와 감독아래 농작물의 재배기 동안 일반적인 농업활동과 똑같이 영농에 참여하여 농작물을 재배·출하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창출하는 일련의 농업경영 행위이다. 소득이 분배되는 방식과 내용은 별개의 문제며, 실재 농업활동을 통한 소득이 창출되고 이 소득이 창출되기까지 특정 작물에 대한 실재의 농업활동이 똑같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농업활동에 사회적 농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회적 농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우리에게 없었고, 이에 대한 연구 또한 아주 최근 들어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 아직까지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농업 지원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로 예측해 보건데,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주체는 전통적인 농업법인 뿐만 아니라 향후 농업활동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과 사단법인 및 복지법인 같은 비영리법인 등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실재 농업활동을 하는 자’가 ‘경자’라면 형식적으로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만이 아니라 실재적으로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는 자 역시 ‘경자(耕者)’로 보아야 할 것이다.50)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 해석상 농업활동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할 경우 이는 농업경영으로 인정되어 해석상 농업경영체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해석상 경자(耕者)로 보아 농업경영체로 인정된다고 해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농업법인으로 규정되어야 「농지법」상 농지소유가 가능하다. 현행 규정은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만을 농업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령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의 제정·시행을 전제로 ‘사회적 농업 육성법상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을 농업법인의 한 형태로 인정할 것인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자유무역협정 등 경제개방의 확대와 농어업인 고령화 등에 대응하여 농어업, 농어촌의 지속적인 발전과 농어업 경영주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농어업경영체인 농어업인, 영농·영어조합법인 및 농어업회사법인에 대한 농어업경영정보의 등록, 소득안정 직접지불제의 도입 등 맞춤형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농어업 후계인력을 양성하며, 농어업 경영의 규모화 및 농어업법인의 설립을 지원하는 한편, 농어업회계기준 마련 및 선도적 농어업 경영모델의 확산 등 농어업의 경영혁신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2009. 4. 1. 법률 제9620호로 제정되었다.51) 즉 본 법의 제정 취지는 농업부분만 살펴보면, 농촌에 터 잡고 농업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농업인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예비 농업인의 소득보전을 위한 수단과 지원책 마련, 농업후계자 양성, 농업의 규모화를 위한 농업법인의 설립 지원, 선도적 농업회계기준을 만드는 것이 제정 취지이다. 특히 농업인의 지원 수단으로서 직불제와 더불어 농업의 규모화 및 효율화를 위해 농업인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조직체를 만들게 하여 이를 지원하기 위해 농업법인제도를 두게 되었다.
현재 「사회적경제 기본법안」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통상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 기업 등을 사회적 경제조직체로 부르는데 이견이 없다. 이 법안에서는 사회적 경제조직체를 13가지 유형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법인인 민법상 사단법인, 비영리 복지단체인 사회복지법인 등은 각자 본래의 설립목적과 취지 그리고 주된 사업영역을 갖고 만들어진 단체다. 비록 이러한 단체들이 행하는 사회적 농업이라는 농업활동이 일견 농업경영으로 보여 마치 농업법인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해당 단체들의 애초 설립 목적과 취지, 그리고 주된 사업영역이 사회적 농업의 영위는 아닐 것이다. 여러 사업 영역가운데,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농업 프로그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사회적 농업활동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자 한다면 애초에 농업법인으로 법인격을 설립하면 될 문제다.
따라서, 비록 사회적 농업활동이 특정 단체의 ‘농업경영’ 행위로서 ‘경자(耕者)’의 지위를 일시적으로 갖는다 하여, 사회적 농업행위 하나만을 보고 다른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에게 농업법인의 지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을 중심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일환으로서 보편적 농업복지의 한 형태로 뿌리내려 있는 사회적 농업이 우리에게 소개되고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따라서 전통적인 식량생산 및 환경보전을 중심으로 농지소유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농업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사고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다. 이미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다양한 농업·농촌활동이 인정되고 있으며,52) 이러한 농업·농촌의 다원성과 공익성에 기초하여 농업정책의 한 형태로 농업에 교육·고용·돌봄·치유와 같은 복지를 더한 사회적 농업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은 우리 법제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내용이다. 농업농촌 분야 기본법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제2조제1호에서 “농업은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토환경의 보전에 이바지하는 등 경제적·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으로서 국민의 경제·사회·문화발전의 기반이 되도록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농촌의 공익적 기능 원리는 우리 국민이 원하는 농업·농촌의 가치로 가족농 보존, 농촌인력 고용의 유지, 농촌 문화유산 보전, 농촌사회 유지, 생물적·생태적 다양성 보존, 농업·농촌을 이용한 여가선용 제공, 농촌 관광자원 공급, 토양과 물과 공기의 정화, 관개시설 보존, 생물에어지 보존, 음식의 질과 안정성 향상, 농촌 경관, 식량안보, 동물복지의 함양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농업생산을 전제로 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논리보다 포용적이고 폭넓게 추구될 수 있는 원리로 받아들여진다.53)
요컨대, 사회적 농업활동은 전통적인 식량생산과 환경보전이라는 관점을 넘어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입각한 농업활동이며, 나아가 농촌의 공익적 기능 측면에서 식량안보, 농촌경관, 농촌사회 유지, 농촌인력 고용의 유지, 농촌문화 유산 보전 등과 같은 직접적 측면과 취약계층의 복지향상이라는 사회적 측면의 가치를 향상시켜주는 활동이다.
사실 「농지법」상 법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은 농지의 소유와 관련된 부분으로 특히 비농업인 상속인의 농지취득 및 이농자의 농지취득과 같은 비자경자의 농지소유가 문제된다.54) 즉 누구든 농지를 소유한 후 농업활동을 하지 않는 ‘비자경’ 또는 ‘비경자’가 논란이 되는 것이고 농업활동을 영위할 경우 이는 ‘경자(耕者)’가 되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논의 한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의 해석과 ‘농업의 다원성’ 및 ‘농촌의 공익성’ 이 인정되는 전제하에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단체는 사회적 농업활동을 하는 자이므로 ‘경자(耕者)’로 보아 농지법 제6조 제1항을 적용하여 농지소유가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록 농촌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행하는 사회적 농업활동을 ‘경자(耕者)’의 행위로 인정한다고 해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농업법인과 다른 단체 간의 설립목적과 취지 및 주된 사업이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에 이들 단체의 법인격을 농업법인으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농지법」제6조제1항에 따른 농지소유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농업의 헌법상 가치,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후술할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에서 사회적 농업활동의 지원 대상을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으로 확대 규정할 경우「농지법」제6조제2항을 적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농지법」제6조제2항은 동조 제1항에서 언급한 농업경영체가 아니더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항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 열거 조항에 ‘「사회적 농업 육성법」상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농업활동을 위해 소유하는 경우’ 와 같이 내용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우리 헌법과 농업법제에서 받아들여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여 ‘예외적으로’ 농지의 소유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사회적 농업 지원시범사업’의 근거법이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제19조의4(농어업인등의 일자리 창출 기여 등 단체에 대한 지원) 라는 점과 이 특별법 제정의 준거가 되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제7절 ‘농촌지역의 발전 및 삶의 질 향상’ 부분을 다루고 있는 점을 보면 농촌지역의 보존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농업인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는 사회적 농업활동에 대해 농지소유의 예외적 허용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편,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의 사회적 농업활동에 대해 농지법 제6조 제2항에 따른 농지의 예외적 소유를 인정할 경우, 농지소유의 상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농지법 제7조에 따른 농지소유의 상한은 상속에 의한 소유상한(제1항), 이농자의 소유상한(제2항), 주말·체험영농을 하는 자의 소유상한(제3항)을 들고 있다. 이는 ‘비경자와 통상 본업으로서의 농업경영활동을 하지 않는 자’에 대한 농지소유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의 사회적 농업 역시 농업인과 농업법인의 ‘본업으로서의 농업경영’을 영위하는 자가 아니므로 일정규모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소유상한의 범위는 1만 제곱미터 정도가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사회적 농업활동 역시 실재적 농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농업경영체의 영농활동에 가깝고 단순한 주말체험농장과는 그 농업경영방식이 차이가 있으므로 1천 제곱미터보다는 커야할 것이다. 다만 사회적 농업활동이 주로 장애인, 고령자,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는 대규모 인원에게 돌봄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안전문제와 관리상의 어려움이 발생하여 소규모 인원이 활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 우리나라 농가 평균 재배면적이 1ha(1헥타르= 3,025평= 1만 제곱미터) 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 사회적 농업 참여 취약계층의 영농활동의 궁극적 목적이 사회적 자립이라는 점, 만약 사회적 농업활동에 참여한 취약계층 가운데 직업으로서 농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면, 그때는 농업인이 되어 정식 농업경영체 등록을 통해 대규모 농업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이 전문적으로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수익창출(농업소득)을 올리고자 한다면 농업법인으로 법인격을 전환해서 대규모 농업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제7조 제1항 및 제2항과의 조문 간 조화 등을 고려하면, 농지소유를 무한정 늘려 영농의 규모화를 목적으로 삼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1만 제곱미터이하로 소유 상한을 정하는 것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전제로 「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상 지원 대상을 ‘사회적 농장’으로 제한했던 것을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55) 즉 동 법안 제2조(정의) 제1항 제3호 ‘사회적 농장’ 다음에 제4호를 두어 “사회적 농업활동단체”라 함은 사회적 농업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을 말한다고 정의규정을 추가한다. 그리고 동 법안 제10조(사회적 농장의 지정) 뒤에 제11조(사회적 농업활동단체의 지정)를 두어 사회적 농업활동 단체에 관한 사항을 추가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농업활동 단체의 사회적 농업활동 행위를 외견으로 보이는 농업활동 모습을 중시하여 ‘경자(耕者)’의 모습으로 보아 이들 단체를 농업법인으로 인정하고 「농지법」제6조제1항을 적용하여 농업(법)인으로서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하면 흐름이 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적 농업활동단체는 현행법상 농업법인과는 설립취지, 설립목적, 주된 사업영역이 확연히 다르다. 사회적 농업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농업법인의 법인격을 인정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사회적 농업활동 단체의 사회적 농업활동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농업의 헌법적 가치, 농업의 다원적 기능, 농촌의 공익적 기능, 현재 시행중인 ‘사회적 농업 지원시범사업’의 근거법령 및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다루고 있는 농촌지역의 발전 및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제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이를 농지소유의 예외를 인정한 「농지법」제6조제2항에 따라 농지소유를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농장’은 우리법제에서 정의되고 있지 않는 개념으로 우리제도와는 맞지 않는 개념이다. 우리법제는 ‘농지’ 및 ‘농업경영체’에 대한 법적 정의를 갖고 있으므로 사회적 농장의 개념을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농장’ 보다는 안 제2조 제1항 제3호는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농업경영체’로 바꾸고, 동조 동항 제4호를 두어 ‘사회적 농업활동단체란 사회적 농업을 영위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 및 비영리법인’처럼 보다 구체화 시켜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의 논의를 바탕으로「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에 지원 대상 확대규정을 둘 경우, 이 규정을 토대로 「농지법」제6조제2항 농지소유의 예외로서 ‘사회적 농업 육성법 제2조제1항제4호에 따른 사회적 농업활동단체의 사회적 농업활동을 위한 소유’ 와 같이 규정할 수도 있겠다.
Ⅴ. 맺음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활용한 사회적 농업은 EU 여러 국가에서 수십 년에 걸친 실천적 관행을 통해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업 인구의 감소와 농촌지역의 쇠퇴라는 큰 난제에 봉착한지 오래다. 위험사회로 인한 후천적 장애의 증가 및 범죄피해자 수의 증가, 일자리 부족 및 고령화로 인한 고용의 문제, 다문화가정 및 북한일탈주민의 증가, 조손 및 한 부모 가정의 증가 등 ‘사회’라는 테두리에서 보편적 삶을 영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아져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문제가 큰 과제로 되고 있다.
농업 및 농촌의 여러 문제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적 농업은 노동의 한 형태로서 농업활동에 참여한다는 보편적 사회활동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다. 이는 취약계층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사회로의 복귀에 자신감을 심어주어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사회적 농업을 육성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보다 많은 단체가 사회적 농업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낮은 문턱과 많은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에 실재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체와 비영리법인의 사회적 농업활동 참여를 늘리고, 이들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들 단체의 농지 소유 및 임대차가 가능하도록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농업이 농업 및 농촌이 안고 있는 제(諸)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기능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사회 복귀를 돕는 참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현행 농업관련 법제와「사회적 농업 육성법안」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