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3항은 「비공개기록물은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하면 모두 공개함으로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36조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된 기록물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물의 성격별로 비공개상한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록물의 비공개상한을 30년으로 규정하여 30년이 경과하면 모든 문서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여야 하는데, 기록물의 성격에 따라서는 30년이 경과한 후에도 여전히 비공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하여 현행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기록물의 성격별로 비공개상한제도를 달리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공개상한제도는 기록물의 공개 내지 정보공개를 전제한 제도이다. 만약 기록물의 공개 내지 정보공개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기록물관리는 기록물의 적절한 보전에만 중점이 두어지기 때문에 비공개상한제도 자체의 제도적 존재근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 실현과 국민주권에 기초한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인정되는 기록물의 공개 내지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이 생산,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의 청구에 의하거나 사전에 공표하는 형태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는 정보나 기록물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 혹은 복제물을 교부하는 것,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것 모두 포함한다.
기록물이용의 법적 관계에서 사인의 법적지위는 공공용물의 사용에 관한 공물관리자와 사용자간의 법적 규제와 관련된다. 이에 관하여는 주로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제 규정에 의하여 규정된다.
이하에서는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비공개상한제도의 시행에 수반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적 쟁점을 검토하려 한다.
II. 비공개상한제도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사유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하는 국민의 지위가 어떤 헌법조문에 근거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학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보는 이도 있고, 국민주권을 규정한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도출하는 이도 있다.1) 판례는 이에 대해 헌법 제21조 상의 표현의 자유 내지는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서의 국민의 알권리에 기초하여 정보공개청구권이 성립된다고 이해하고 있다.2) 이러한 헌법상의 권리를 구체화한 법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하여 원칙적 공개원칙을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동법 제9조 제1항 각호에 예외적 비공개사유룰 규정하여 비공개사유에 해당할 경우, 공개 청구된 정보에 대하여 비공개 내지 부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정보개념과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상 기록물개념은 그 개념적 범주가 일치하지 않지만, 기록물의 공개에 대하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그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2조 제1호는 「『정보』라 함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도면·사진·필름·테이프·슬라이드 및 그밖에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보는 매체에 기재된 내용을 의미하며 무체물인 정보가 매체·도면·사진·필름·테이프·슬라이드 및 그밖에 이에 준하는 매체에 기록되어 가독적(可讀的) 또는 가시적(可視的)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제3조 제1호는 「『기록물』이라 함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 또는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와 행정박물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기록물관리법에서의 「기록물」은 모든 형태의 정보자료로서 물리적 실체를 의미한다. 공개할 대상으로서의 정보는 특정한 매체 단위로 구분하지 않으나 기록물은 매체단위로 관리한다.
기록물과 정보의 성격적 차이와 개념범주적 차이를 전제로 기록물에 대한 이용과 공개청구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개제도와 별도로 규정하는 것도 법정책적으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하여 비공개상한제도의 적용대상이 되는 기록물로 분류하여 규정하는 제도적 의미는 시간적 경과를 고려하여 그동안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사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비공개성을 유지한 정보에 대하여 이를 해제하여 더 이상 비공개정보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공개상한제도의 적용대상인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하여도 예외적으로 비공개사유로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기능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유는 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와 제5호 및 제6호를 들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들 사유에 대하여 검토한다.
이 규정의 입법취지는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비밀 또는 비공개사항을 규정한 각 개별법령을 우선 적용하여 정보공개법과의 상호충돌을 회피. 즉 비밀 또는 비공개사항으로 다른 법률 등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으로써 법률 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4)
여기서 “비밀”이라 함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I II III급 비밀 및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비밀해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형식비), 해당 내용이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았고(미공지성), 계속 비공개를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도 운영상 법령상 형식비로 분류되어 있으면 이 규정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비공개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밀엄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0조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비밀이나 비공개사항을 정한 「다른 법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데 다수의 견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5)
이러한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정보가 제2호에 의해 비공개되려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의 투명성, 국가적 의혹해소, 그리고 개별국민의 권익보장과 같은 공개로 인한 이익과 공개되었을 때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어느 이익이 더 우선하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규정은 공개 시 국가나 사회전체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즉 정보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침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7)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법령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에 해당할 경우에는 제1호 정보에 따라 공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나, 이러한 규정이 없을 경우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관련 이익의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 규정에 따라서 실질비 해당 여부를 고려하여 그 공개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행정기관이 행하는 업무 중 공개하는 것에 의하여 그 업무의 적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을 입법화한 것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이다.
동규정에 나열된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업무는 행정기관이 행하는 업무로서, 공개하면 그 적정한 수행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 「예시」로 이해하여야 한다. 법문을 규정함에 있어서 「감사… 등」이라고 함으로써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모든 개별적 업무가 포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들 영역에서 비공개로 되는 것은 행정운영정보 중에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이것도 다른 비공개사유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교형량원칙」을 조문화한 것으로 공개로 인한 이익과 비공개로 인한 이익을 이익형량하여 비공개로 인한 이익이 현저히 클 때에만 비공개를 하라는 의미이다.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이 적정하게 행하여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행정기관으로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전의 사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 정보란 좁은 의미로는 현재 회의·검토가 진행되고 있고 집행이 개시되지 않은 정보를 의미하지만,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가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라고 하고 있으므로 회의·검토가 종료되어 해당 사항이 집행된 경우도 이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행정운영정보와 마찬가지로 의사형성과정정보도 정보공개가 행정기관의 적정한 의사결정에 지장을 미칠 염려의 유무 및 정도를 개별·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정보공개로 인한 이익과 비공개로 인한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공개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예시이다. 제6호에서의 개인은 제3호의 「국민」과 달리 사자(死者)가 유족 등 관계자의 권리이익을 침해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포함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1항 제6호 본문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공개대상정보에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그 외에 정보의 내용에 따라 『개인에 관한 사항의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정보』도 포함된다. 따라서 불기소처분 기록이나 내사기록 중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에 기재된 피의자 등의 인적사항 이외의 진술내용 역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 한편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 (다)목은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개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인의 권리구제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10)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 제17조에도 규정이 되어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사생활의 비밀이라 함은 「외부의 자가 자신의 사적인 생활영역을 들여다보거나 공개하는 것에 대한 방어 및 보호」11)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사생활의 자유는 「개개인이 자신만의 삶을 구상하고 이를 자유로이 형성해 나감에 있어 누구로부터도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을 자유」12)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헌법재판소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호하는 것에는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을 유지할 권리,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의 불가침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개인의 양심영역이나 성적 영역과 같은 내밀한 영역에 대한 보호, 인격적인 감정세계의 존중의 권리와 정신적인 내면생활이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13)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대하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개인정보보호와 중복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공개제도(개인정보열람청구권)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항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이상에서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공개여부를 판단할 때, 비공개사유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전술한 사유를 종합하면,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비공개사유로는 법령의 규정한 형식비,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실질비, 법령 등의 집행에 필요한 행정운용정보와 의사형성정보, 개인정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기록물 중에서 법령 등의 집행에 필요한 행정운용정보와 의사형성정보를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핵심적 비공개 사유는 법령이 규정한 형식비,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실질비와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형식비와 실질비 및 비공개사유 상호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명확히 함으로써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공개여부의 판단기준을 추출할 필요가 있다.
Ⅲ.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와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
정보공개제도에 있어서 일정한 합리적 이유에 근거하여 비공개 할 것이 필요한 정보를 비공개 가능정보로서 동법 제9조에 규정하고 있다.14) 이러한 정보공개제도상 원칙공개와 예외적 비공개의 취지는 법령비로서 보호되는 이익,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 등의 이익, 재판 및 범죄예방·수사정보이익, 개인정보관련이익, 또는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 업무의 적정수행 혹은 의사형성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익 등이 정보공개제도의 운영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함에 있다. 이와 같이 공개되는 이익과 공개되지 않는 이익은 모두 국민의 이익으로서 이 모두가 적절히 보호되도록 양자가 적절히 조정되어야 한다.15)
한편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비밀엄수의무를 과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 형벌과 징계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사유와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의 상호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법 등이 비밀엄수의무규정으로 본래 보호하려는 것은 행정 측에서 요구하는 「직무상 비밀=행정상 비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는 「정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공무원에게 과하여진 의무로서 이해되어야 하고 행정부 내의 질서유지를 위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너무 좁은 해석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부·행정당국의 이익」과 「국가이익」내지 「국민의 이익」과는 명확히 구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비밀로서 취급되고 있는 사항 중에는 정부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유사비밀(false secret)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과 국가이익이 관련된 진정한 비밀(true secret)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공무원의 직무상의 비밀엄수의무는 국민에 대한 행정의 공개원칙의 중대한 예외를 구성한다. 그리고 직무상 비밀의 존재는 공무원 개인의 정보제공행위를 금지·제한하고 동시에 행정상 정보를 획득하려는 매스 미디어의 취재·보도활동을 사실상·법률상 제약한다. 그 결과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의 권리와 사이에 긴장관계를 발생시키게 된다.16)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상 비밀이라 함은 국가 공무의 민주적, 능률적 운영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실이 일반에 알려질 경우 그러한 행정의 목적을 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행정기관이 비밀이라고 형식적으로 정한 것에 따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즉 그것이 통상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다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비밀성을 가졌는지, 또한 정부나 국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이 객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한다.17) 즉, 판례에 따를 경우, 비밀엄수의무의 객체가 되는 비밀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 함은 당해 비밀이 ① 미공지의 사실이고, ②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고, ③ 비밀로서 보호할 상당성이 있을 것 등의 3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제1요건인 비공지성은 당해 정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해 정보가 이미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이미 그 정보를 비밀로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18)
제2의 요건인 비밀보호의 필요성이라 함은 그 비밀을 보호하여야 할 이익이 정당한가 여부 그리고 어느 정도 중요한가 여부의 문제이다. 비밀엄수의무의 보호법익은 형벌 또는 징계벌로서 제재하면서까지 보호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것에 상응하는 보호의 필요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제3의 비밀보호의 상당성은 두 번째 요건인 비밀의 필요성의 일부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19) 이것은 비밀의 내용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여 위법인 경우에는 비밀의 보호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요건이다. 소위 「위법비밀」을 배제한다는 취지이다.20) 아무리 효율적 행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비밀을 보호할 수는 없을 것이다.21)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서 논의의 핵심은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직무상 비밀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을 가지고 비밀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22) 이 점에 관하여 형식비설과 실질비설의 대립이 있다.23) 형식비설은 행정청에 의하여 비밀로서 지정되고 취급되는 사항·문서는 모두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것에 대하여 실질비설은 비밀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비밀로 지정·취급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전술한 바와 같이 보호할 가치 있는 실체(실질적 비밀성)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24) 다수의 학설과 판례는 실질비설을 취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은 공개청구된 정보가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는 공무원법상의 비밀엄수의무를 과하고 있는 규정에 있어서 비밀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규정하는 행정기관의 직원에게 비밀엄수의무를 과하고 있는 규정에 있어서 비밀은 실질비에 한정된다.25) 이와 같은 실질비를 누설하면 당해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등의 위반이 되고 징계처분 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26) 정보취급에 관하여 정보공개법과 국가공무원법 혹은 지방공무원법을 모두 고려할 때, 공무원은 정보공개법에 의한 비공개정보 이외의 정보를 공개하여야 할 의무, 비공개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 그리고 국가공무원법 등에 의한 실질비를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
직무상 비밀범위와 정보공개행정상의 비공개정보범위 획정은 양자 간에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법해석과 제도운용이 필요하다. 이들 양자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식비의 지정을 받지 않고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공개청구에 의거하여 공개된다)
둘째, 형식비의 지정을 받았지만 비공개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이 정보는 공개청구에 의거하여 공개될 수 있고 동시에 형식비 지정도 해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형식비의 지정을 받았고 형식상 비공개조항에도 해당하지만 실질비라고 할 수 없는 정보(이 정보는 형식상 비공개정보에 해당하지만 구체적 사정을 비교형량하여 공개하여야 할 경우가 있다. 그리고 행정이 지향하여야 할 목표로서 실질비의 범위와 일치시키도록 형식비 및 비공개정보 범위를 재검토 하여야 한다. 공익상 이유에 의한 재량적 공개는 이러한 경우에 적용된다)
넷째, 형식비의 지정을 받고 비공개정보에도 해당하고 실질비에도 해당하는 정보(이 정보만이 궁극적으로는 비밀엄수의무범위에 들어가는 정보로서 공개청구에 의해서도 공개되지 않는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27)
생산연도종료 후 30년 경과 비공개기록물 중 비공개의 필요성 존부판단은 가능한 한 당해 기록물이 형식과 실질 양면에 있어서 비밀성을 갖추고 있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들 유형 중 넷째 유형이 비교적 이 기준에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비밀정보·자료가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비밀정보로서 가치를 상실하고 비밀엄수의무규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이익을 상실하는 케이스도 많다고 생각된다. 또한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부·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기간의 경과 후에는 비밀자료의 원칙적 공개화를 제도화하여 국민에게 당해 정보를 비밀로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여부를 검증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생산연도종료 후 30년 경과 비공개기록물에 대하여는 전형적으로 이러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정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한 가지 기준은 상기 4유형 중 마지막 유형 즉, 「형식비의 지정을 받고 비공개정보에도 해당하고 실질비에도 해당하는 정보」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정보는 그 형식면이나 실질에 있어서 가장 이론이 없이 인정될 수 있는 예외라고 생각된다. 다만 형식비에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생산연도종료 후 30년 경과 후에도 여전히 실질비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도 비공개로 처리함이 타당하지만 이 경우 그 인정에는 상기 유형보다 엄격한 인정절차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산연도종료 후 30년 경과 후의 기록물에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비밀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요건충족여부의 심사주체와 절차에 대하여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Ⅳ.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제도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자기정보의 공개청구제도의 상호관계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관리행정은 정보수집, 소극적 정보관리, 적극적 정보관리(정보공개), 정보의 보존 등의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 정보관리로써 정보공개제도는 법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화하고, 정책적으로는 행정과정에의 국민참여 확대와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로써 입법화되었다. 현대 행정의 정책 형성·결정과정 및 집행과정 등의 총체적 행정과정에 있어서 정보공개와 국민참여 요청은 민주국가에 있어서 행정의 존재이유로서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결의 기술적 전제조건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보공개는 행정의 민주적 기초 확보와 과학적 합리적 근거제시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주권·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로서의 위치설정이 가능하지만 이 제도는 재판과 같이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권리보호제도가 아니고 개개 국민의 전체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공익적 내지 객관법적 제도로 파악된다.
정보공개제도는 정보관리법 전체 중에서 보면 주관법적 권리보호제도인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 열람청구나 행정절차법상 문서열람제도28)와 구별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행정절차법에 있어서 열람제도는 권리보호의 필요성에서 만들어진 제도로써 권리보호 필요성의 요건을 충족시킨 경우에 열람청구권이 인정되게 된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상 열람청구권제도는 제도의 형성에 있어서도 그 운용과정에 있어서도 알권리 자체가 원용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는 국민이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인정되는 것으로 객관법적 제도를 근거지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이것을 근거하여 제도화 한 것이 정보공개법이다. 정보공개의 철학적 배경은 「공공기관의 정보는 국민의 공유재산」이라는 관념이다.29) 이러한 철학으로부터 궁극적으로 도출되는 정보공개제도는 첫째, 누구도 청구권자가 될 수 있고(청구권 주체의 무한정성), 둘째,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가 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며(대상정보의 무한정성), 셋째, 공개방식의 제한이 없는 (공개방식의 무한정성) 등의 3개의 무한정성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도에서는 「둘째」원칙의 경우 대립되는 우월적 이익 예컨대, 공익 또는 법인 또는 개인의 이익보호요청에 따라 이익형량을 통한 공개대상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며, 「셋째」원칙의 경우에도 정보공개행정의 효율성과 신청에 관한 처분제도를 운영하는 법기술적 한계로 인하여 일정한 형식과 정보의 특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의 것을 요약하면 개인정보에 대한 공개청구방식으로 2가지 방식이 예정되어 있다. 첫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청구이다. 객관법적 권리를 전제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청구는 동법 제5조에 따라 국민이면 누구나 제한 없이 청구할 수 있다.30) 이에 비하여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공개청구(개인정보열람)는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31)만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개인정보보호법상 규정하고 있다.32)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인정보에 대한 본인의 공개청구의 경우에는 보호이익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당해정보의 공개를 인정되고 있으나 양제도의 차이를 고려한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정보에 대한 본인 청구의 경우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공개청구(개인정보열람)를 이용함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모든 사람에게 균질하게 보호되는 객관법적 권리이고 후자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당사자에게만 인정되는 주관법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Ⅴ. 「개인정보보호법」 상 정보공개제도(개인정보열람청구권)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는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여 개인식별형 정보를 개인정보로서 정의하고 있다. 개인식별 가능여부는 당해정보를 취급하는 자마다 다를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메일주소의 정보만으로 일반적으로 개인식별을 할 수는 없다고 해석되지만, 당해 메일 주소를 이용하는 자가 소속단체, 당해 메일 주소를 조합하여 당해 본인을 식별하기 쉽게 되면 이러한 메일 주소도 개인정보에 해당하게 된다. 오늘날 개인정보 주체는 자신에 관한 정보의 생성과 유통, 소멸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관여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33)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에 관한 동의권을 토대로 자기정보에 대한 열람청구권, 정정·삭제·차단청구권, 처리정지·파기청구권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동의권34)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의 수집·이용·제공 등은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권력 작용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함으로 그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열람청구권35)은 개인정보처리자를 상대로 개인정보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정보주체로 하여금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어떤 내용으로 기록·보유되어 있는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있는지, 그 관리상의 안전상태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정정청구권 및 삭제·차단청구권36)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내용상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부분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 때에는 정보주체는 언제든지 그 정보의 보유자에게 오류사항에 대해 지적하고 정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정요구가 있는 경우 정보보유자는 법률이 허용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분을 정정하여야 하며, 그 정정사실을 정보주체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정보주체는 정보보유자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삭제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정보주체의 삭제청구가 있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는 그에 따라 삭제를 하여야 하나, 법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삭제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삭제청구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그 정보의 이용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삭제에 갈음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수집당시 예정되었던 기간을 경과하여 이용되고 있거나 지속적인 처리가 업무상 불필요하게 된 경우 혹은 원래의 목적 외의 용도로 처리되고 있는 경우 정보주체는 언제든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해당 개인정보처리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37) 또한 개인정보의 처리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부당하고 실질적인 손해나 고통을 초래하고 있거나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즉시 혹은 상당한 시간의 경과 후에 그 처리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다.38)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에 대하여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사유로서 개인정보에 관하여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개인식별형 정보로 규정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사생활 비밀침해형 정보라고 규정하여 문리적 해석에 따를 경우, 그 적용대상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비하여 좁게 해석될 수도 있으나 실무상 개인식별정보=사생활의 비밀침해정보로 해석·운용하여 개인정보의 보호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개인정보의 개념요소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사망자의 정보는 그것이 사망자의 정보인 동시에 관련되는 유족의 정보이기도 하여 생존하는 유족의 정보가 되는 경우에 한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이 있을 뿐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일상적 삶이란 사실 개인정보의 지속적 생산 및 이용 그리고 교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사회인으로서 100-200개 정도의 개인정보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39)
둘째,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즉, 개인의 식별가능성을 가진 개인정보이어야 한다.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란 예명, 펜네임 그리고 방범 카메라에 기록되는 영상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종업원의 정보도 개인이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면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법인의 대표자의 성명도 본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이상 개인정보에 해당하게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개인식별 가능 여부는 당해정보를 취급하는 자마다 다를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메일주소의 정보만으로 일반적으로 개인식별을 할 수는 없다고 해석되지만, 당해 메일주소를 이용하는 자가 소속단체, 당해 메일주소를 조합하여 당해 본인을 식별하기 쉽게 되면 이러한 메일 주소도 개인정보에 해당하게 된다.
개인사업자의 사업에 관한 정보는 순수한 개인정보로 구분하기 곤란하지만, 그 내용에 개인의 학력, 기능, 신체, 재산 및 각종사회·경제적 활동에 관한 정보를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40)
개인정보를 암호화한 정보에 대하여도 통상, 당해암호의 발신자 및 수신자에 있어서는 용이하게 당해 정보를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로 복원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암호에 접근한 제3자에 의하여 당해 정보로부터 특정개인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주관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를 경우, 사자에 대하여는 권리보호주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그 보호필요성이 거의 사라지는데 반하여, 객관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를 경우 사자에 대하여도 사후에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공개 등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개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이제 더 이상 헌법 제17조에 의해 보호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그 개인에 대한 사회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여전히 개인정보가 비공개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사후 몇 년이 지나면 개인에 대한 사회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시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에 법적 소여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민감정보 및 고유식별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수집·이용을 특별히 더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감정보 및 고유식별 정보를 수집 및 이용할 필요성이 적고 수집 및 이용에 따른 개인정보의 침해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유전정보, 범죄경력자료에 해당하는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의 수집·이용을 위해서는 통상적인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와는 별도의 동의를 얻거나 다른 법령이 민감정보의 수집·이용을 요구·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그 규정 형식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보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한정적 열거방식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으나, 민감정보를 지나치게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41)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운전면허의 면허번호 및 외국인등록번호를 고유식별정보로 규정하고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동의와 별도로 동의를 받은 경우나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고유식별정보의 수집·이용을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 이외에는 고유식별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민감정보 및 고유식별정보의 수집·이용제한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는 취지는 일반적 개인정보에 비교하여 높은 권리보호밀도를 요구하는 이들 정보를 수집·이용과정에 강화된 형태의 보호시스템을 통하여 보호하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비공개상한제도 도입에 있어서 이들 제도가 시사하는 바는 개인정보를 성격별로 유형화하여 각각의 권리보호밀도 내지 개인정보의 민감정도를 고려한 비공개상한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의 생성과 유통, 소멸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관여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을 전제로 자기정보에 대한 열람청구권, 정정·삭제·차단청구권, 처리정지·파기청구권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는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개인정보 주체가 생존하는 것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주체가 사망한 이후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공개청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본인 사망 후 「개인정보보호법」혹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개청구권이 상속되는가 여부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본건 조례에 의거한 공문서 등의 공개청구권은 청구권자의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로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본건 소송중 동 피고인에 관한 부분은 그 사망에 의하여 당연히 종료한다」고 판시하여 공개청구권의 상속을 부정하고 있다.42) 이점에 관하여 학설은 「개인정보보호법」혹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권이 일신전속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별다른 이론이 없는 것 같다.43)
다만 본인 사망 후 본인이 아닌 제3자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권이 행사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그 개인에 대한 사회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인간존엄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개가 제한 될 수 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법」은 민감정보 및 고유식별정보의 수집·이용제한에 관하여 강화된 형태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비공개상한제도의 제도설계에 시사하는 바는 정보주체의 사후, 개인정보의 취급에 있어서도 정보의 민감도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상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당해 정보의 공개에 따른 공익보호와 개인정보의 보호이익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Ⅵ. 맺음말
이상에서 비공개상한제도 도입에 수반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상 제기되는 법적 쟁점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여 비공개상한제도 도입에 필요한 고려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비공개 기록물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예외적으로 비공개사유로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와 제5호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비공개사유를 한정적으로 해석하여 「형식비의 지정을 받고 비공개정보에도 해당하고 실질비에도 해당하는 정보」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록물이 생산연도종료 후 30년이 경과한 후에는 비공개필요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기 비공개사유가 존재하더라도 당해사유가 실질비로서 내용(비공지성,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 상당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동 규정 제5호 사유, 즉 행정운용정보와 의사형성정보에 대하여는 보다 엄격한 취급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제적으로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 정보와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대상인 개인정보에 대하여는 개인정보 주체가 생존하는 동안은 본의의 동의나 법령상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처리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사후의 개인정보취급에 있어서는 개인정보의 민감도 혹은 권리보호밀도를 고려하여 차별적으로 비공개 상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 비공개상한제 제도설계를 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제도적 정합성의 확보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셋째, 현행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에 따라서 공문서에 대하여는 문서제출명령제도가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록물공개 또는 정보공개제도가 증거수집 및 제출방법으로 이용된다. 재판제도에서 문제되는 권리는 주로 주관법적 권리이다. 따라서 이에 합당한 별도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문서 제출명령제도를 법령상 규정하지 않고 이에 대신하여 객관법적 권리를 규정하는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입법적 결함이라고 보여 진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행정소송법에는 행정심판기록에 대하여는 제출명령제도를 규정하고 있지만44), 그 밖의 공문서의 경우에는 동법 제8조 제2항에 따라서 민사소송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문서제출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공문서에 관한 문서제출제도상 행정심판기록과 다른 공문서의 취급의 차이가 보여지는데, 이는 법적 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 차별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적절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