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제기
경찰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공공의 안녕과 공공의 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경찰법에서 ‘위험’의 개념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미 1953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현 제5조)는 경찰관이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위해방지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었다. ‘위험’이란 문헌에서의 일반적 이해에 따르면 그것이 방해를 받지 않고 계속 진행될 때 손해의 발생이 진정으로 우려되는 어떤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다. 손해발생에 대한 100퍼센트의 확실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해발생에 대한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위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위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에 비하여 ‘위험의심’ 내지 ‘위험혐의’(Gefahrenverdacht)란 경찰이 위험을 나타내는 근거를 갖고 있지만,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그 근거만으로는 실제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거나 적어도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불충분하고, 경찰도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작용은 개별적 수권조항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이나 공공의 질서에 대한 ‘위험’이 존재할 것을 전제로 하지만, 최근 경찰법의 영역에서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만 존재하는 경우, 경찰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되고 있다. 즉 경찰법에 규정된 경찰작용을 행하기 위해서는 단지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지, 환언하면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경찰에게 위험조사조치와 (만일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면) 위험방지조치1)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는지의 문제를 두고 논쟁이 되고 있다. 나아가 당해 조치는 누구에게 허용되는지 그리고 보상법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의 문제도 함께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경찰법의 영역에서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에 속하며, 그에 상응하여 문헌에서는 수많은 견해표명이 이어지고 있다.2) 이에 따라 이하에서는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 아니라, 단지 위험이 의심되거나 우려되는 상황일 뿐인 경우에도 경찰은 위험조사조치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 위험방지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 만일 권한이 있다면 어느 정도로 있는지(Ⅲ), 이러한 조치는 누구에게 취해질 수 있으며(Ⅳ), 보상법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되는지(Ⅴ)의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 문제는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 외에도 일반적으로 법률의 규정이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에 위험방지조치를 수권하는 경우 제기된다. ‘위험혐의’ 내지 ‘위험의심’이 존재할 때의 경찰작용의 허용여부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기에 앞서, 여기서는 우선 경찰법에서의 위험개념과 위험혐의 내지 위험의심의 개념에 대한 해명이 요구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Ⅱ).
Ⅱ. 위험혐의의 의의
경찰작용을 위험의 존재에 기속시키는 경찰법은 원칙적으로 개별사례에 존재하는 위험, 즉 ‘구체적 위험’을 전제요건으로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찰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법문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구체적 위험이 요구되는바, 이러한 요구는 비례원칙을 고려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 도출될 수 있으며, 전통적인 경찰법상의 일반원칙과 더불어 경찰작용을 법치국가적으로 제한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
‘구체적 위험’이란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이라 한다)에 개념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와 관련하여서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개별사례에서 실제로 또는 최소한 경찰공무원의 사전적 시점에서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에 가까운 장래에 공공의 안녕이나 공공의 질서에 대한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4)을 의미한다.5)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견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시간적 근접성, 즉 특별히 가까운 시간 내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견되어야 함을 요하지 않는다. 머지않은 장래에 손해발생이 예견되는 것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먼 훗날에야 비로소 손해가 우려된다는 것으로는 구체적 위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구체적 위험의 개념적 요소로서 ‘손해’란 현재의 법익이 외부의 영향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감소하거나 공공의 질서라는 개념에 포함된 불문의 사회규범이 준수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6) 이 경우 손해가 무엇에 의하여 야기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손해는 자연재해에 의해서도 야기될 수 있다. 손해는 외부의 영향에 의하여 야기되어야 하므로 법익감손이 법익의 고유한 성질에 기인하거나 자연현상에 의하여 초래된 경우에는 위험은 인정되지 않는다. 단순한 불이익, 부담 또는 불편함은 손해라고 볼 수 없다.7)
또한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요구되는데, 여기서 ‘개연성’이란 단순한 가능성 이상의 것이면서 100퍼센트의 확실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도를 의미한다.8) 그리고 이러한 개연성이 ‘충분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술한 개연성의 정도뿐만 아니라, 어떤 법익에 대한 손해가 우려되는지 만일 경찰작용이 없다면 해당 법익은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지의 문제에도 의존한다. 따라서 보호법익이 특별히 높은 가치를 가지면 가질수록 그리고 이러한 법익을 위협하는 손해가 크면 클수록 손해발생의 개연성에는 비교적 낮은 정도가 요구될 수 있다.9) 또한 손해발생의 개연성에 요구되는 정도에 대해서는 해당 손해가 사후에도 원상복구나 원상회복이 될 수 있는지 만일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가능한지의 문제도 중요하다.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어느 시점에서 그리고 누구의 판단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되는바, 이 경우에는 사전적 시점과 평균적 경찰관이 위험판단의 기준이 된다.10) 따라서 경찰이 위험방지조치를 취할 때의 시점이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되며, 장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다 아는 전지적 관찰자가 아니라 위험방지의 직무를 수행하는 평균적 경찰관이 위험방지조치를 취하는 시점에서 알 수 있는 인식의 수준이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경찰법에서 위험개념은 경찰이 특정사안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래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사전적이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11)
이 밖에도 차량운전과 같이 기본권 행사를 나타내는 행위는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법질서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수인되고 있는바,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질서가 특정행위나 특정물건의 상태와 결부된 위험을 얼마만큼 수인하고 있는지도 고려되어야 한다.12)
이에 비하여 ‘위험의심’ 내지 ‘위험혐의’(Gefahrenverdacht)란 경찰이 위험을 나타내는 근거를 갖고 있지만,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그 근거만으로는 실제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거나 적어도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불충분하고, 경찰도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13) 즉 위험을 나타내는 근거가 있지만, 경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직 이러한 근거만으로는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을 나타낸다. 특히 환경법이나 농식품법의 영역에서는 위험의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위험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러한 상황을 나타내기 위하여 문헌에서 ‘위험의심’ 내지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이하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위험혐의’라는 단일개념을 사용하고자 한다).
사실 입법자는 일반경찰법의 영역에서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한 바가 없다. 즉 ‘위험혐의’라는 개념은 일반경찰법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그저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14) 등과 같은 특별법의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경직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경찰관이 수상한 행동이나 그 밖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또한 동 법 제10조의4 제1항 제2호 가목은 경찰관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에 그 행위를 방지하거나 그 행위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경직법 제3조 제1항 제1호나 동 법 제10조의4의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의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입법자가 일반경찰법의 영역에서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거나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나 위험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규정한 예로 파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경찰관이 경직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불심검문을 하거나 동 법 제10조의4의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른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지 죄가 의심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직법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10조의4의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의미하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거나 무기사용을 위하여 요구되는 상황이란 단순히 범죄자행이 의심되는 상황이 아니라 범죄자행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상황, 즉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과 같은 의미로 새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직법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10조의4 제1항 제2호 가목을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나 위험방지조치를 허용한 예로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15)
사실 ‘위험혐의’의 개념은 문헌에서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고, 제각각 상이하게 이해되고 있음으로 인하여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 즉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위험에 대한 해명과 그 방지에 기여하는 경찰의 침해조치는 허용되는가’의 문제는 그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위험혐의와 관련된 논쟁은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 간에 이 개념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문헌16)에서는 경찰이 예측결정을 내릴 때 그 개연성 판단이 불확실성과 결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을 행하는 견해가 발견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만일 경찰이 위험에 관한 예측결정을 내릴 때 그 개연성 판단이 불확실성과 결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언제나 위험혐의가 존재한다고 보는바, 이러한 견해는 거부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위험은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을 요구할 뿐, 그 확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불확실성은 진정한 의미의 위험상황에서도 존재함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17) 만약 위험혐의를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할 경우에는 위험혐의의 개념은 이론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위험혐의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개념 사용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개념의 확장으로 나아갈 것임에 틀림없고, 그런 식의 확장된 이해는 위험혐의와 결부되어 제기되는 특별한 법적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을 가능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언어사용에 따르면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라는 개념은 종종 넓은 의미로 이해되며, 더불어 위험인정에 요구되는 손해발생의 개연성은 수많은 사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찰법에서 위험혐의와 위험 개념 간에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법에서 위험혐의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의될 때에만 그 논의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즉 위험혐의의 개념을 ‘경찰이 위험을 나타내는 근거를 갖고 있지만,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단지 이러한 근거만으로는 실제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거나 적어도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경찰도 구체적 위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18) 하지만 이러한 개념 이해와는 달리 일부 문헌19)에서는 위험혐의의 개념을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관점에서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만약 그러한 경우라면 위험혐의뿐만 아니라, 위험도 매번 인정될 수 있다(특히 외관상 위험이 인정될 수 있다).20) 위험혐의는 경찰이 인식하지 못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으나, 반드시 구체적 위험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혐의는 이미 일어난 사정이 (아직) 구체적 위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그 밖의 사정이 부가될 것이 요구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위험혐의는 위험의 사전단계에서도 존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위험의 사전단계에 존재함이 위험혐의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외관상 위험이 문제되는 사례에서는 위험혐의가 아니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이미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술한 일부 견해21)가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관점에서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혐의가 존재한다고 본다면 이것은 타당하지 않은 견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해는 ‘위험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존재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위험혐의의 개념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위험혐의가 문제되는 사례와의 본질적 차이를 은폐시키는 견해이기 때문이다.22) 이하에서 상세하게 고찰할 위험조사조치와 결부된 특별한 법적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위험혐의가 문제되는 곳에서만 제기되는 반면, 이미 구체적 위험(외관상 위험 포함)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험조사조치와 더불어 위험방지조치가 허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없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구체적 위험의 조사와 그 방지에 관한 일반경찰법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위험혐의는 위험을 나타내는 몇몇의 근거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결여된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23)
위험혐의는 외관상 위험과 구별된다. ‘외관상 위험’이란 경찰이 경찰작용을 행하는 사전적 시점에서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에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24) 이러한 외관상 위험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험혐의와 구별된다. 즉 외관상 위험의 경우에는 경찰이 객관적 근거 하에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는 반면에(물론 실제로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험혐의의 경우에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찰이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다.25)
다른 한편 위험혐의는 이른바 ‘우려되는 위험’(drohende Gefahr)과도 구별된다. 최근 독일 바이에른 경찰직무법(PAG)은 새로운 위험개념을 창설한 바 있다.26) 즉 개별사례에 존재하는 공공의 안녕이나 공공의 질서에 대한 위험, 즉 구체적 위험과 더불어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에는 ‘우려되는 위험’이라는 새로운 위험개념이 등장하였다.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은 ‘우려되는 위험’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우려되는 위험’이란 “특정사안에서 특정인의 개별행위가 구체적 개연성을 정당화하거나 준비행위가 그 자체를 두고 보았을 때 또는 그 밖의 특정사실과 결합하여 그 속성상 구체화된 사건의 발생을 추론케 하며, 그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강도나 영향력 있는 공격이 예견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서 ‘우려되는 위험’과 관련될 수 있는 권리와 법익의 범위는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에서 의미하는 ‘중요한 법익’에 제한된다. 이에 따라 ‘중요한 법익’이란 연방이나 주의 존속 또는 안전(제1호), 생명, 건강 또는 자유(제2호), 성적 자기결정(제3호), 중요한 재산권적 지위(제4호) 또는 그 보유가 특별한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제5호)을 의미한다.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만일 특정사안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강도나 영향력이 있는 공격이 예상될 수 있다면 (이른바 “우려되는 위험”), 동 법 제12조부터 제48조가 경찰의 권한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사실관계를 해명하기 위하여 그리고 중요한 법익에 대한 위험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법익이란 다음 각 호와 같다:
사실 입법자는 비례원칙의 준수 하에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찰의 침해조치를 허용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과 같은 수권규정이 경찰의 침해조치를 ‘우려되는 위험’이라는 요건에 기속시키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즉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에서와 같이 법률상의 수권규정이 경찰의 침해조치에 대한 전제요건으로서 단지 ‘우려되는 위험’만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위험은 필요하지 않다.27) 제한적 형용사인 “우려되는”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필요가 없고, 구체적 위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추가적인 사정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려되는 위험’은 구체적 위험이 아니다. ‘우려되는 위험’은 구체적 위험의 사전단계에 위치해 있다.28) 바이에른 입법자는 다른 위험방지조치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우려되는 위험’이라는 표현을 통해 여기서는 아직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필요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에른에서는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에 따라 중요한 법익에 대한 구체적 위험의 존재가 아니라, 단지 구체적 위험이 ‘우려’됨에 불과한 경우에도 경찰의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가 허용된다. 환언하면 바이에른 경찰이 위험조사와 위험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단지 구체적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이로 인하여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하여 요구되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할 필요가 없거나 경찰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 특히 위험의 사전단계에서도 경찰의 침해조치는 허용된다. 입법연혁을 보더라도 바이에른 경찰직무법의 새로운 규정은 경찰의 행위권한을 전통적 위험방지에서 사전단계로 확장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29) 그동안 바이에른 경찰이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험조사와 관련하여 손발이 묶여 있었다면 이제 바이에른 경찰직무법의 개정에 따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개입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바이에른 경찰은 이제 기본권과 관련된 위험해명과 위험방지를 구체적 위험의 사전단계에서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30) 이러한 점에서 ‘우려되는 위험’과 ‘위험혐의’ 간에는 중첩이 존재한다.31) 즉 양자는 위험의 사전단계에서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 제1문은 위험조사조치뿐만 아니라, 위험발생을 저지하는 조치도 수권한다.32) 즉 ‘위험혐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험조사조치만이 허용되지만, ‘우려되는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험조사조치뿐만 아니라 위험방지조치까지 허용한다는 점에서 양자 간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33)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입법자는 일반경찰법의 영역에서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한 바가 없다. 문헌에서는 위험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 즉 위험의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을 나타내기 위하여 ‘위험의 존재’, ‘위험의 부존재’와 구별하여 그 중간 개념으로서 제3의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사용하고 있지 않는 위험혐의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한다.34) 위험은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을 요구할 뿐, 그 확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불확실성은 진정한 의미의 위험상황에서도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험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경찰의 예측결정에는 항상 개연성 판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혐의라는 개념을 사용할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등과 같은 높은 가치를 갖는 법익에 대한 손해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험혐의라는 개념의 사용은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등과 같이 특별히 높은 가치를 갖는 법익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 손해발생의 개연성에는 높은 정도가 요구될 수 없고, 위협받고 있는 법익의 높은 가치를 고려하여 손해발생의 개연성 정도가 낮더라도 이미 위험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위험의 해명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에는 손해발생의 개연성에 요구되는 정도는 추가적으로 더 낮춰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미 위험(또는 외관상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고, 경찰은 개괄적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위험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위험의 인정에 요구되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지 심지어 개입을 하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35)
‘위험혐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추가조사를 통하여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있고 그로써 위험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으나,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명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실제로 위험이 존재하는지 만일 위험이 존재한다면 위험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은 어느 정도까지 사실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경우 만일 후술하는 위험조사조치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어떠한 의문도 제기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험조사조치는 위험방지의 직무에 속하며, 경찰의 일반적 직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직법 제2조와 같은 직무규정에 근거하여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일 특별히 높은 가치를 갖는 법익과 관련된 사실관계의 해명이 문제된다면 경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위험조사조치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한다면 위험조사조치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은 경찰작용에 대한 전제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는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고 그 결과 개괄적 수권조항이 더 이상 수권근거로서 원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위험조사조치가 허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36)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상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Ⅲ. 위험조사와 법률유보
‘위험조사조치’(Gefahrerforschungseingriff)란 직접적으로 위험의 제거에 목표를 둔 종국적인 위험방지조치가 아니라 사안을 조사하고 종국적인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준비를 행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37) 환경에 대한 위험이 특정행위나 특정물건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만일 기인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규명하기 위하여 시추와 측량을 행하는 것이 그 예가 된다.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잠정적인 조치만이 허용되지만, 일반 공중이나 특별히 높은 가치를 갖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등과 같은 개인적 법익에 대한 중대한 손해가 달리 방지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종국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38) 문헌에서는 이러한 위험조사조치를 “위험존재확인조치”,39) “위험확인조치”,40) “위험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41) “위험여부확인조치”42) 등으로 명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치는 위험의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즉 위험혐의가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위험(외관상 위험을 포함)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취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43) 즉 위험조사조치는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위험의 종류와 범위 및 위험방지의 가능성에 관하여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취해질 수 있다.44) 그 예로서는 경찰공무원이 도로교통법의 규정에 따라 호흡측정이나 혈액 검사 등의 방법으로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는지를 조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는바, 여기서 밑줄 친 후단의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란 경찰법상의 위험개념에 관한 일반적 이해에 따르면 구체적 위험상황을 나타낸다. 이러한 위험상황에서 경찰공무원은 운전자가 실제로 주취상태에서 운전하였는지 만일 주취상태에서 운전하였다면 운전이 금지되는 주취상태에 있었는지(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주취상태의 운전이 운전면허의 취소 또는 정지 가운데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호흡측정의 방법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호흡조사의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허용기준을 넘는 경우에는 음주운전과 같은 위험행위를 한 사람은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통하여 도로교통에서 배제된다. 이와 같이 경찰공무원이 도로교통법의 규정에 따라 호흡측정 또는 혈액 검사 등의 방법으로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지위를 겸하는 주체가 형사소송에서 사용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범죄수사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아울러 교통상의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운전면허 정지·취소의 행정처분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행정조사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할 수 있다.45)
위험혐의가 존재하는 경우 경찰은 어느 정도까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와 (경우에 따라서) 위험방지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만약 특별법상의 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반경찰법에 따른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은 경찰작용에 대한 전제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경찰이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는 개괄적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입법자는 비례원칙의 준수 하에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가 (구체적 위험이 아닌) 단지 위험혐의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허용됨을 규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위해평가’가 그 대표적 인 예이다.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내외에서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위해의 우려가 제기되는 식품 등이 제4조 또는 제8조에 따른 유해식품 등에 해당한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그 식품 등의 위해요소를 신속히 평가하여 그것이 위해식품 등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위해방지에 필요한 조치(예를 들어 위해식품의 제조·판매금지)를 취하기 위해서는 손해발생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실적 근거가 요구되지만, 위해평가를 하는 시점에서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보나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위해의 우려가 제기되는 식품이 위해식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위해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이 위해평가의 실시를 “위해의 우려가 제기되는 식품이 위해식품에 해당한다고 의심되는 경우”라는 요건에 기속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위험의 존재가 아니라, 단지 ‘위험의 의심’만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구체적 위험은 필요하지 않다. 입법자는 위험혐의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바, 다른 위험방지조치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그러한 표현을 통하여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필요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위해평가는 ‘위험혐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식품위생법 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위해평가가 끝나기 전까지 국민건강을 위하여 예방조치가 필요한 식품 등에 대하여는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채취·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 또는 진열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식품위생법 제15조 제2항과 같이 입법자가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기본권 침해를 수권하는 경우, 이러한 수권규정이 헌법상의 원칙, 특히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과 일치되는 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물론 중대한 기본권 제한을 가져오는 위험방지조치는 그것이 위험조사를 넘어서는 한 원칙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허용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식품위생법 제15조 제2항에 따른 판매나 진열금지 등과 같은 중대한 기본권 제한을 가져오는 위험방지조치는 원칙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법익, 여기서는 국민의 생명, 신체, 건강 등과 같은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허용된다. 즉 만일 입법자가 중대한 기본권 침해조치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요청되는 ‘구체적 위험’이라는 요건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침해조치를 허용하려고 한다면 특별히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허용하는 경우에만 헌법적 의문에 직면하지 않게 된다.
한편 행정조사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행정조사’란 “행정기관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요구·자료제출요구 및 출석·진술요구를 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만약 경찰기관이 위험방지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 시료채취, 진술요구, 자료제출요구 등을 행하는 활동을 위험조사라고 본다면 ‘위험조사’도 ‘행정조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에 대한 해명과 그 방지에 기여하는 침해조치에 대한 수권근거로서 행정조사기본법의 규정이 고려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지만, 이것은 거부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는 “행정기관은 법령 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행정조사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는 단지 행정조사기본법의 규정만으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특별법상의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기본권 침해조치에 대한 수권근거로서는 무엇보다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이 고려된다.46) 그러나 개괄적 수권조항은 ‘구체적 위험’을 전제로 한다. 위험혐의의 경우에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수 있으나, 반드시 존재할 필요는 없다.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그 존재에도 불구하고 만일 경찰이 그 위험의 종류와 정도 및 그 방지 가능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이때의 위험조사조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는 개괄적 수권조항에 의거하여 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위험조사의 결과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음이 사후에 밝혀진다 하더라도 위험조사조치의 적법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외관상 위험도 진정한 의미의 위험이고 경찰법에서 의미하는 위험개념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찰이 알고 있는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실제로 손해발생이 우려되는지 여부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아서 (아직) 구체적 위험이 인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논쟁이 된다. 이러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경찰은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 만일 권한이 있다면 어느 정도로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만일 실제로 손해가 우려되지 않는다면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결여된 것이다. 하지만 개괄적 수권조항에 따르면 경찰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찰작용을 행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이 요구된다. 만일 실제로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없었음이 밝혀진다면 개괄적 수권조항에 의지하는 경찰은 위법행위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 된다. 따라서 실제로 손해발생이 우려되지 않는,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해조치가 문제된다.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위험해명과 위험방지에 기여하는 경찰의 침해조치는 허용되는지의 문제와 관련하여 다수견해는 그러한 침해조치는 이미 현행법 하에서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긍정설). 그러나 다른 견해에 따르면 (타당하게도) 이러한 경찰의 침해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의거할 때 별도의 개별적 수권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부정설).
다수견해에 따르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는 허용된다고 한다. 그러한 침해조치에 대한 수권은 이미 현행법 하에서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도에서 입법자의 입법행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다수견해는 여러 논거를 들어 개별적 수권조항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바,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묵시적 수권설에 따르면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은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를 위하여 경찰에게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묵시적 수권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법률적 수권근거는 필요치 않다고 한다.47) 이 견해는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개괄적 수권조항에 묵시적으로 함께 내포된 위험조사권한에서 도출해 낸다.48) 즉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의 위험방지조치를 허용하는 개괄적 수권조항으로부터 동시에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묵시적 수권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묵시적 수권설에 따르면 개괄적 수권조항은 경찰이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묵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조치를 허용하지 않고서는 실제로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가 확인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위험방지조치도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49)
그러나 이러한 묵시적 수권설을 따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해는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이 경찰작용에 대한 전제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견해이기 때문이다. 개괄적 수권조항은 위험방지 목적의 침익적 경찰조치를 ‘구체적 위험’에 기속시키고 있는바, 만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면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허용하는 개별적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한 경찰은 수권근거의 부재로 인하여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묵시적 수권설은 법률우위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의 관점에서도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묵시적 수권설은, 위험혐의는 아직 개괄적 수권조항에서 의미하는 구체적 위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괄적 수권조항으로부터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묵시적 수권을 도출해 내고 있다. 그러나 개괄적 수권조항은 구체적 위험이라는 요건을 “종결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구체적 위험이라는 요건보다 더 낮추어 위험조사조치를 허용하는 불문(不文)의 법률유사수권(法律類似授權)과, 이에 근거한 위험조사조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률유보원칙은 기본권 침해와 결부된 경찰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그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바, (위험혐의에 요구되는 정도와 관련 법익이 명확하지 않은) 묵시적 수권은 이것과도 일치될 수 없다.50) 위험혐의는 구체적 위험과는 달리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단지 손해발생의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위험조사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위험조사조치가 허용되려면 기본권 침해를 수권하는 위험혐의에는 과연 어떠한 요구사항이 세워져야 하는지가 불명확하다. 위험혐의의 개념은 일반경찰법에는 언급된 적이 없고, 체계적인 연관관계로부터도 추론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조사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으려면 위험혐의는 언제부터 충분한지 그 한계를 명확하게 그을 수 없다.
게다가 묵시적 수권설은 ‘묵시적 수권’이라는 법률유사수권에 근거하여 구체적 위험이라는 문턱을 낮추어 위험조사조치를 수권하려고 하는바, 이것은 경찰책임의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경찰책임의 원칙은 경찰조치의 대상이 되는 책임자가 ‘구체적 위험’을 직접 야기하였을 것을 요구하며,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이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경찰침해조치를 정당화하려면 개괄적 수권조항의 불문요건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해당 침해조치가 누구에게 취해져야 하는지에 관한 경찰책임원칙의 확대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조사조치와 관련한 묵시적 확대는 경찰책임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칙뿐만 아니라, 비책임자에 관한 경찰긴급상황과 관련하여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51) 그 결과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경찰책임은 ‘위험’을 야기한 경우뿐만 아니라, ‘위험혐의’를 야기한 경우에도 인정되어야 하며, 경찰긴급상황에서의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이 존재할 때뿐만 아니라, ‘중대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도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묵시적 수권설은 경찰법상의 수권근거, 특히 개괄적 수권조항이 경찰의 침해조치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 허용하고, 경찰책임원칙도 경찰이 경찰책임자에게 일정한 조치를 취할 때에는 그 사람이 ‘구체적 위험’을 직접 야기하였을 것을 요구하거나 비책임자에게 일정한 조치를 취할 때에는 ‘중대한 위험’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일치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견해이다.
나아가 묵시적 수권설은 위험조사조치 없이는 효율적 위험방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논거를 들어 위험조사조치가 허용됨을 주장하지만, 이 역시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왜냐하면 위험조사는 많은 경우 권리침해 없이도 가능하며, 그와는 별개로 묵시적 수권에 의거하여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허용하려는 견해는 결국 이미 예전에 폐기되었던 견해, 즉 경찰에게 할당된 직무로부터 기본권 제한 권한을 도출해 내는 견해와 다를 바 없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견해는 법치국가에서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이며, 타당하게도 일반적으로 거부되고 있다.
그밖에 묵시적 수권설은 위험과 위험혐의 간의 구분의 어려움을 초래하며, 특히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묵시적 수권에 의거하여 위험방지조치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과 위험혐의 간의 차이점을 없애는 결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도 묵시적 수권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을 요구함을 그 특징으로 하는 위험개념을 포기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수인될 수 없는, 침해권한의 한계를 유월하는 결과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구체적 위험’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된 법치국가적 한계를 무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덧붙여 최근 경찰법의 입법경향, 즉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위험조사조치와 그 대상자를 법률에 규정하려는 경향도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묵시적 수권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을 통하여 입법자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에 위험방지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그러한 묵시적 권한을 내포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52)
이 견해에 따르면 만일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개별적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을 유추적용하여 위험조사조치를 취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다.53) 위험의심과 위험의 개념적 구별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필요성의 측면에서 개괄적 수권조항을 원용한 위험조사조치를 어느 정도까지는 긍정하여야 한다고 한다.54) 그 이유로서 인과관계의 진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위험여부를 확인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으면 추후 법익침해의 방지가 불가능하거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55) 이와 같은 경우에는 부득이 개괄적 수권조항을 유추적용하여 위험조사조치를 행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리하게 작용하는 유추적용이 이러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추적용금지(Analogieverbot)는 법률유보원칙, 특히 명확성원칙에서 도출될 수 있는바, 이러한 헌법상의 원칙을 고려할 때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유추적용은 헌법상의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을 유추적용하여 위험조사조치를 행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견해이다.
또한 일부 문헌56)에서는 ‘잠정적 행정행위’ 또는 ‘가행정행위’라는 법리를 매개로 경찰에게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해권한을 부여하려는 견해가 개진되고 있는바, 이 역시 거부되어야 한다고 본다.57) 왜냐하면 ‘잠정적 행정행위’(vorläufige Verwaltungsakte)라는 법리는 경찰작용과 같은 부담적 행정작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정적 행정행위는 불확실한 사실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최종적 해명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인 규율을 허용한다. 하지만 동 법리는 법률유보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적용되는 급부행정의 영역에서 원용되고 있다. 반면 침해행정의 영역인 경찰법에서 잠정적 행정행위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률우위원칙에도 위반된다.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불확실하며 유동적인 사실관계를 그 요건으로 규정함이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있을 것이 요구된다. 그로써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종결적인 규정을 담고 있으며, 의도치 않은 규율흠결을 나타내지 않는다.58) 그로 인하여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잠정적 행정행위 내지 가행정행위라는 법리를 매개로 보완 및 변경될 수 없다.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 종결되어야 하는 규정을 경찰이 규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새로운 수권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오로지 입법자에게 맡겨진 임무이다.59)
이 견해에 따르면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특별법상의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경찰침해조치에 대한 수권근거로서는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이 고려되지만, 경찰이 동 조항에 근거하여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찰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이 요구된다고 한다. 따라서 특별법상의 수권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에 대한 수권근거는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다.63) 부정설에 따르면 결국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경찰침해조치가 문제된다고 전제하면서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경찰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최소한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적 수권근거를 마련해야 할 입법 정책적 필요는 부인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는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별도의 추가적인 수권근거가 필요하다고 한다.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조사조치가 허용되는지 여부는 입법자가 법률로써 규율하여야 한다고 한다.
다수견해인 긍정설이 들고 있는 여러 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해당 부분에서 지적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재차 상론하지 않기로 한다. 따라서 경찰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적인 수권근거가 필요하다는 부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익적 위험조사조치가 허용되는지 여부는 입법자가 법률로써 규율하여야 한다. 우리 입법자는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서 이것을 이미 행한 바 있다. 즉 동 조항은 위험의 존재가 아니라, 단지 ‘위험의 의심’만을 그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바로 이러한 규정을 통해서 입법자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긍정하는 다수견해가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입법자는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을 통해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는 추가적인 입법을 통하여 규율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법익에 대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 경찰로 하여금 최소한 위험조사조치를 허용하는 법률적 수권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부인될 수 없다. 참고로 독일의 주 입법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추가적인 입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표준직무조치와 관련하여 상응하는 수권근거를 마련해 왔다. 특히 바이에른 주 입법자는 바이에른 경찰직무법 제11조 제3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법익에 대한 위험의 우려가 존재할 때 사실관계를 해명하고 중요한 법익에 대한 위험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하여 경찰에게 침익적 내용의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 위험조사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Ⅳ. 위험조사의 대상자
특별법상의 수권조항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를 허용하는 경우, 동 규정은 해당 조치가 누구에게 취해져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함께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만일 특별법상의 수권조항이 위험조사의 대상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과잉금지원칙으로부터 일정 부분 규명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은 위해평가조치가 누구에게 취해져야 하는지에 관하여 실제로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 경우 경찰책임자와 경찰긴급상황에 적용되는 원칙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행위책임자뿐만 아니라 상태책임자는 ‘구체적 위험’과 결부되어 있으며, 경찰긴급상황에서의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을 전제요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책임자와 경찰긴급상황에 적용되는 원칙은 ‘위험혐의’에는 “직접” 적용될 수 없다. ‘위험혐의’를 위험의 하부개념으로 파악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위해평가는 동 규정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실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나아가는 견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과잉금지원칙을 통하여 제한 및 보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견해이다. 따라서 식품위생법 제15조 제1항과 과잉금지원칙으로부터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위해평가는 단지 ‘위험혐의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며, 이에 반하여 이해관계 없는 제3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만일 본고에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는 수권근거의 부재로 인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여기서의 해당 침해조치는 누구에게 취해져야 하는가의 문제는 당연히 제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다수견해와 같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도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는 허용된다고 본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경찰책임원칙의 수정 내지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64) 위험조사와 관련한 묵시적 확대는 경찰책임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칙뿐만 아니라, 비책임자에 관한 경찰긴급상황과 관련하여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 결과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경찰책임은 ‘위험’을 야기한 경우뿐만 아니라, ‘위험혐의’를 야기한 경우에도 인정되어야 하며, 경찰긴급상황에서의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이 존재할 때뿐만 아니라, ‘중대한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도 인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경찰책임원칙은 경찰작용의 대상이 되는 경찰책임자가 ‘구체적 위험’을 직접 야기하였을 것을 요구하며, 경찰긴급상황에서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의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정당화하려면 개괄적 수권조항의 불문요건의 확대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해당 침해조치가 누구에게 취해져야 하는지에 관한 경찰책임원칙의 확대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확대의 필요성은 결과적으로 개괄적 수권조항뿐 아니라, 경찰작용의 대상자에 관한 언급 없이 명시적으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의 경찰작용을 규정하고 있는 개별적 수권조항과 관련하여서도 존재한다.
Ⅴ. 위험혐의와 손실보상
특별법상의 수권조항이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에도 기본권 침해를 허용하는 경우, 동 조항은 종종 다음에 대해서도, 즉 여기서 손실보상청구권은 어느 정도로 고려되는지의 문제도 함께 규정할 것이다. 손실보상청구권은 경찰작용과 관련된 사람이 위험혐의에 대하여 책임이 없는 경우에 요청된다. 만일 입법자가 특별한 손실보상규정을 두지 않았고, 또한 경찰긴급상황에서 비책임자가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손실보상규정도 직접 적용될 수 없다면 손실보상규정의 유추적용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경찰조치의 대상이 된 사람이 경찰법상 책임이 귀속될 수 있는 방식으로 위험을 직접 야기하였음이 사후에 밝혀진다면 경찰이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때에 경찰책임자에게 침해조치를 취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사람은 손실발생의 원인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손실보상청구권은 배제된다.65)
만일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한다면 특별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이유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고려된다.66) 이 경우 만일 독일의 경우라면 - 특별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 관습법적인 효력을 갖는 희생보상제도에 근거하여 수용 유사적 침해로부터 나오는 보상청구권 내지 (비재산적 권리에 대한 침해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희생 유사적 침해로부터 나오는 보상청구권이 고려될 수 있지만,67) 우리나라의 경우 그와 같은 관습법적인 효력을 갖는 희생보상제도가 없기 때문에 특별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수용 유사적 침해보상이나 희생 유사적 침해보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Ⅵ. 결론
이상과 같이 본 논문에서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경찰에게 위험조사와 위험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수권하는지의 문제를 고찰하였다. 이 경우 문헌에서 개진된 견해, 즉 경찰법상의 수권조항은 경찰이 침익적 위험조사조치를 취할 권한을 ‘묵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러한 권한의 인정을 통해서 위험방지에 존재하는 흠결을 보완하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은 견해이다. 또한 일반경찰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을 ‘유추적용’하여 위험조사조치를 취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나 ‘잠정적 행정행위’ 내지 ‘가행정행위’라는 법리를 원용하여 경찰에게 침해권한을 부여하려는 견해도 타당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견해는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바, 특히 법률우위원칙과 법률유보원칙과 일치될 수 없다. 단지 위험혐의만이 존재할 때, 즉 아직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때 침익적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는 오로지 입법자의 결정에 맡겨져 있다. 해당 법률규정을 두는 경우에도 입법자는 과잉금지원칙의 기속을 받는다. 따라서 입법자는 원칙적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 등과 같은 특별히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경찰개입의 한계를 낮출 수 있고, 그 결과 관계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찰개입은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가 존재하는 경우 경찰이 침익적 위험조사조치와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하는 법률상의 수권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