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민간부문의 경우 사업(장) 단위에서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의 설립이 전면 허용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마련된 것은 2011년 7월 1일 시행된 노동조합법(2010년 1월 1일 제정, 법률 제9930호)에 의해서였다. 노동조합법은 법 제29조의2 및 시행령 제14조의6 이하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해 상세히 규정한다. 공무원노조법의 경우 2005년 1월 제정 때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동조합법과 마찬가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었다. 법 제9조제4항 및 시행령 제8조가 그것이다. 다만 그 내용은 노동조합법에 비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공무원노조법이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해 먼저 규정을 두었으나, 시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입법자가 충분히 예견하지 못한 바가 크다. 반면, 노동조합법의 경우 1997년 제정 당시부터 산업별 또는 지역별 노동조합 등 초기업 단위에서의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1)한 이후 2010년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시행할 때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 절차를 입법에 정치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2)
그간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특히 대부분의 공무원노동조합이 참여하게 되는 ‘정부공동교섭’이나 행정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정부교섭’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활성화되지 못하였다.3) 그러나 2006 행정부교섭과 2008 정부공동교섭이 2017년 12월 12일, 2019년 1월 21일 각각 11년 만에 타결되고, 현재 새로운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등 공무원노조와의 단체교섭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문제점들도 향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행 공무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제Ⅱ장에서는 먼저 그간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의 진행과정을 창구단일화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장시간이 소요된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이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야기되었고, 공무원노조의 관점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교섭진행이 왜 필요한지 등을 살펴본다. 제Ⅲ장에서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며 현행 공무원노조법상 창구단일화 관련 규정을 검토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4) 노동조합법이나 공무원노조법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법률의 규정 수준은 판이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현행 공무원노조법의 규율 내용과 해석상 쟁점, 노동조합법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함께 검토한다. 이어 제Ⅳ장에서는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핵심 쟁점인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배분 등과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입장, 이러한 행정해석의 한계와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관련 규정의 개선방향 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끝으로 제Ⅴ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고 결론에 갈음하면서 현행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상 창구단일화 절차의 구체적인 개정 방안과 효율적인 정부교섭을 위한 기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교섭위원의 선임 절차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 수 비례에 의한 교섭위원 선임 기한을 설정하고, 조합원 수 확인 등 교섭노조의 협력의무와 노동위원회를 통한 확인 등 규정 신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반영한 구체적 비례 선임 방법을 시행령에 직접 규정하는 것 등이 주된 내용들이다.
Ⅱ. ‘정부공동교섭’ 및 ‘행정부교섭’에서의 교섭창구 단일화 사례
공무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정부교섭’, ‘정부교섭대표’, 정부교섭에 있어 교섭 및 협약체결 권한, ‘정부공동교섭’, ‘행정부교섭’ 등 구체적인 정부교섭의 유형 등 기본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교섭대표’는 정부교섭의 사용자측 당사자(주체)이다. 공무원노조법은 제8조제1항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 또는 조합원의 보수·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하여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헌법재판소사무처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인사혁신처장(행정부를 대표한다)·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또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의 교육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하 “정부교섭대표”라 한다)과 각각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하여 복수의 ‘정부교섭대표’를 규정한다. ‘정부교섭대표’는 공무원노조법상 최소 설립단위인 기관의 장 등에 해당되는 사람들이지만 실제 교섭에 있어 당사자는 이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교섭요구사항에 대한 관리·결정권한을 갖는 자가 ‘정부교섭대표’가 된다(제8조제2항).
이처럼 공무원노조법상 ‘정부교섭대표’가 주체가 되어 공무원노조와 진행하는 단체교섭을 넓은 의미에서 ‘정부교섭’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정부교섭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5) 가장 전형적인 모습은 최소 설립단위에 해당되는 기관의 장과 해당 기관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소속 공무원들의 근무조건 등에 대해 교섭하는 것이다. 이를 통상 ‘기관교섭’이라고 한다. ‘행정부교섭’도 일종의 기관교섭이라고 볼 수 있으며, 행정부를 대표하는 ‘정부교섭대표’인 인사혁신처장이 행정부를 조직 단위로 하여 설립된 공무원노동조합(당사자)과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들의 근무조건 등(교섭대상)에 대하여 교섭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정부공동교섭’은 공무원의 보수 등 국가 및 지방공무원에게 공통되는 근무조건 등에 대하여 정부교섭대표(인사혁신처장)가 제공무원노조와 교섭하는 것을 말하는데,6) ‘정부교섭’ 중 협약의 적용 대상이나 교섭참여노조의 범위 면에서 가장 넓고 중요한 교섭이라 할 수 있다. 통상 ‘정부교섭’이라고 할 때는 좁은 의미의 ‘정부교섭’ 즉 ‘정부공동교섭’을 의미한다.
공무원노조법 제정 이후 처음 이루어진 정부교섭이다. 2006년 8월 29일 전국교육기관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하였고 이어 9월 11일 공무원노조법 제9조제3항 및 동법시행령 제7조제1항에 따라 정부가 교섭 요구사실을 공고하였고, 7일간의 교섭 요구 기간 중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10개 노조가 교섭에 참여하였다. 이들 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한 노조들을 포함하면 총 39개 노조(조합원 수로는 4만6천명)가 최종 참여하였다. 9월 27일 정부는 교섭 요구를 한 교섭노동조합을 공고하였고, 노조에서는 각 조직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교섭위원을 20인으로 증원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시행령 제8조제1항이 교섭위원의 수를 10인 이내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불가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러자 전국교육기관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 등 7개 노조는 자체 위원장으로 구성된 7명의 교섭위원 명단을 제출하였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3개 노조도 10명의 교섭위원 명단을 별도 제출하였다. 이로 인해 교섭은 노조간의 이견을 자체 조정하는 과정에서 지연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교섭노동조합이 확정된 이후 무려 7개월이 지난 2007년 4월 23일에서야 교섭위원 배분이 일단락되었다. 각 노조별로 제출한 교섭의제도 중복된 것이 많아 정부는 이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며 노조는 당초 700여건의 교섭의제를 362건으로 통합 정리하여 2007년 6월 7일 정부에 최종 제출하였다.8) 이로써 2006년 정부교섭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마무리하고 예비교섭9) 절차에 돌입하게 되었다.
2006년 9월 16일부터 9월 18일에 걸쳐 법원공무원노동조합(조합원 8,266명), 전국공무원노동조합(조합원 48,901명),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조합원 59,115명),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조합원 42,805명),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조합원 23,882명) 등이 교섭을 요구하였다. 이에 정부교섭대표인 행정안전부장관은 9월 23일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였고, 이어 10월 6일 교섭노동조합 및 교섭위원 선임요구 등 사실을 공고하였다. 최종 20개 노조가 교섭에 참여(교섭권 위임을 한 54개 노조를 포함할 경우 총 74개)하였으며 조합원 기준으로는 당시 전체 조합원 215,000명 중 96%에 해당하는 206,000명이 참여한 것이었다. 행정부를 조직단위로 설립된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정범희)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에 교섭권을 위임하여 참여하였다.11) 교섭창구 단일화는 2008년 12월 4일부터 2009년 7월 21일까지 진행되었는데, 교섭위원(10명)의 선임은 2009년 2월 17일, 단일화된 교섭요구안은 7월 21일 각각 확정해 정부에 통보하였다.
2020 정부공동교섭은 직전 협약인 2008 정부공동교섭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인 2019년 10월 22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통합노조) 등 3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였고 이어 교육청노동조합연맹(교육연맹), 한국공무원노동조합(한공노), 새공무원노동조합(새공노)이 교섭에 참여하면서13) 개시되었다. 이후 교섭노조 간 창구단일화 논의가 진행되어 2020년 2월 20일 교섭위원 선임을 통보하였고, 4월 1일에는 전문, 본문 209조, 부칙 9조 등으로 구성된 단일화된 교섭요구안을 정부에 통보하면서 교섭준비절차를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일부 소수노조가 교섭위원 미배정, 안건 미반영 등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예비교섭 등 본격적인 교섭절차 개시가 지연되고 있다.
당시 행정부를 조직단위로 설립된 유일한 공무원노동조합인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조호동, 조합원 16,107명)은 2006 정부공동교섭 개시 직후인 2006년 10월 16일 행정부노조 고유 교섭 요구사항(본문 67조, 정책제안 8건 포함)에 대하여 정부공동교섭과 별개로 행정자치부장관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당시 이미 정부공동교섭 요구가 들어온 상태였는데 전체 69개 의제 중 정부공동교섭과 중복되는 안건은 63건으로 불과 6건[제7조(교섭위원의 구성), 제16조(고용안정), 제22조(기능직공무원 제도 폐지), 제25조(노조임원 승진심사위원회 참관), 제36조(노동조합의 설립최소단위 개정), 제43조(불필요한 일 줄이기) 등]만이 중복되지 않는 것이었다.
행정부교섭의 별도 진행 여부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노조측은 2007년 1월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거부를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이후 2007년 2월 2일 노사가 교섭개시와 구제신청 취하에 노사가 합의14)하면서 2006 행정부교섭은 비로소 개시되었다. 최초 교섭요구로부터 약 4개월여 만에 교섭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다만 이 때는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이 행정부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었기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는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다.
2018 행정부교섭은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제6조에 따라 직전 2006 행정부교섭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인 2018년 9월 12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최초로 교섭을 요구하였고, 정부가 9월 14일 교섭 요구사실을 공고 후 9월 18일 통합공무원노동조합, 9월 1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각각 교섭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위원 선임 등을 둘러싼 3개 노조의 갈등이 표출되었고, 2019년 1월 31일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교섭위원을 선임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월 12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유권해석을 요청하였고 5월 24일 고용노동부의 관련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7월 8일 조합원 수에 비례 선임한 교섭위원과 단일화된 교섭의제15)를 정부에 통보하고 7월 18일 예비교섭 절차에 돌입할 수 있었다. 종래 명확한 지침이 없던 교섭위원 비례선임 기준에 대해 불완전하나마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16)이 제시되면서(이에 대해서는 제Ⅳ장 관련 사례에서 상세히 검토한다) 향후 이와 관련된 교섭노조 간의 갈등이 줄어들고 교섭절차도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섭단위 내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있었던 2006 행정부교섭을 제외하면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 할 것 없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만 7〜9개월이 소요되는 등 교섭지연이 반복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섭노동조합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성숙한 교섭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교섭위원의 선임) 책임을 전적으로 교섭노동조합에 맡겨놓고 있는 현행 공무원노조법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서는 제Ⅲ장에서 노동조합법상 창구단일화 절차와 비교하면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비효율성은 누구보다도 공무원노조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교섭에 참여한 교섭노동조합들은 단체교섭의 지연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갈등도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이 뿐만 아니다. 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조합이나 교섭 개시 이후 신설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도 침해될 가능성이 커진다.17) 공무원노조법은 교섭 요구 기간 내에 교섭을 요구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시행령 제7조제4항), 정부교섭대표가 관련된 노동조합과 협약을 체결한 경우 협약 유효기간 중에는 그 단체협약의 체결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조합이18)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법 제9조제5항)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조합들의 단체교섭권이 부당하게 장기간 제약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공무원노동조합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의 효율적 추진은 정부교섭대표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과도한 교섭의제와 이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의 비효율과 노사갈등,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의 의제중첩 등도 정부교섭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바, 향후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Ⅲ. 현행 공무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검토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절차를 노사자율에 맡겨둘 경우19) 단일화 여부를 둘러싼 노사갈등, 복수노조와의 중복교섭에 따른 근로조건 통일성 원칙 훼손, 노동조합간 과도한 경쟁 및 분열 등이 예상됨에 따라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노동조합 설립 규제는 철폐하되,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복수노조 설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사관계의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본다.20) 교섭창구 단일화의 방식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노갈등의 최소화를 통한 1사1교섭 유형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교섭비용을 줄이고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효율화를 추구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의 발언권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정대표의무’와 ‘교섭단위 분리’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통해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 대한 규제로서 의견개진·형평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라고도 설명한다.21) 복수노조 허용의 제도적 목적은 노동조합의 설립의 자유를 허용해줌으로써 노조의 조직화를 활성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교섭창구 단일화를 설계하였으며, 그 보완을 위한 공정대표의무와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설계되었다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22) 다만 공무원노조법은 제17조제3항에서 노동조합법상의 창구단일화 규정(법 제29조의2 내지 제29조의5 및 시행령 제14조의2 내지 제14조의12)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23)
공무원노조법 제9조(교섭의 절차)제4항은 “정부교섭대표는 제2항과 제3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노동조합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섭창구가 단일화될 때까지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구체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내용은 시행령 제8조(교섭위원의 선임)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교섭노동조합은 교섭노동조합 공고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자율적인 합의로 교섭위원을 선임, 교섭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각각 서명 또는 날인한 서면으로 정부교섭대표에게 알려야 하며 이 경우 교섭위원의 수는 조직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정하되 10명 이내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제1항). 교섭노동조합이 둘 이상인 경우 교섭노동조합 간의 합의에 따라 교섭위원을 선임하되 제1항의 기간 안에 합의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교섭노동조합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제2항). 이처럼 공무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교섭노동조합 간 자율적 합의(1단계), 미합의시 조합원 수 비례선임(2단계) 두 단계로 요약된다.
공무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법과 달리 과반수 또는 다수 노동조합에 우선권을 부여하기 보다 조합원 수에 비례한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소수 노동조합도 가급적 폭넓게 교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색이다.24) 상기 규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상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할 경우 교섭위원의 배분 방법이 문제된다. 현행 규정은 조합원 수 비례에 의한 선임 원칙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비례 선임의 기준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하여 교섭노동조합 간 갈등이 발생하고 창구단일화가 지연될 소지가 있다. 특히 교섭위원의 선임 시 일정한 비율(예컨대, 전체 조합원의 10%25)-비례산출 시 1명) 미만인 노동조합(소위 ‘소수노조’)을 배제하거나 배려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2018 행정부교섭과 2020 정부공동교섭의 예에서도 확인된다.
생각건대 공무원노조법시행령 제8조제1항 후단에서 교섭위원의 수는 조직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10명 이내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선임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음을 볼 때, 원칙적으로 조합원 수의 10퍼센트를 기준으로 교섭위원 1명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무원노조법이 노동조합법과 달리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도록 한 취지를 감안할 때, 구체적인 교섭위원의 선임방법과 소수노조에 대한 배제·배려 여부는 교섭노동조합의 수, 소속 조합원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ⅰ) 소수노조가 하나인 경우에는 소수점 이하를 단순 비교해 그 값이 가장 큰 교섭노조에 추가 배정하는 방법, 소수노조에 교섭위원을 우선 배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ⅱ) 소수노조가 둘 이상인 경우 전체 소수노조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될 수 있도록 소수노조의 소수점 이하 숫자를 모두 합친 값과 소수노조 아닌 교섭노동조합의 소수점 이하 숫자를 비교해 큰 쪽에 교섭위원을 배분하는 방법 등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적용 사례는 제Ⅳ장에서 상세히 살펴본다.
둘째,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는 경우에도 교섭노동조합 대표자 각각의 서명 또는 날인이 반드시 필요한지가 문제된다. 합의에 의한 교섭위원의 선임이 결렬되어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면서 일부 교섭노동조합이 불만을 갖고 서명이나 날인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공무원노조법시행령 제8조제1항은 20일 이내에 10명 이내의 교섭위원을 선임하여 교섭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각각 서명 또는 날인하여 정부교섭대표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것이 제2항이 규정하는 두 가지의 교섭위원 선임 방법(합의 또는 비례 선임) 모두에 적용된다고 본다면 이 때에도 교섭노동조합 대표의 서명 또는 날인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교섭노동조합 대표자 각각의 서명 또는 날인이 반드시 필요한지는 교섭위원이 선임되지 않은 노동조합의 대표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교섭대표가 공무원노조법 제9조제4항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교섭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문제가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교섭노동조합 대표자 각각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을 수 없었던 경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합리적으로 완료됐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선임의 객관성·합리성26)이 인정되고 서명 또는 날인 거부가 전체 노조의 교섭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교섭을 지연시키는 경우로 판단될 경우에는 일부 교섭노동조합 대표의 서명만으로도 교섭진행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27)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크게 교섭요구노동조합의 확정 절차와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절차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좁은 의미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인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절차는 다시 다음 4단계로 진행된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첫째,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단계이다(제1항). 다만 여기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하나의 노동조합 뿐만아니라 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예컨대, 공동교섭대표단)가 될 수도 있다.28)
둘째, 과반수 노동조합이며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된다(제3항). 세부 절차는 노동조합법시행령 제14조의7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셋째,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거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라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있었으나 노동위원회가 과반수에 미달한다고 결정한 경우에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이 자율적 공동교섭대표단을29) 구성할 수 있다. 공동교섭대표단 구성에 참여 가능한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인 노동조합으로 제한된다(제4항).
넷째, 자율적인 공동교섭대표단의 구성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가 해당 노동조합의 신청에 따라 조합원의 비율을 고려하여 공동교섭대표단을 결정할 수 있다(제5항).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해 매우 정치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 등과 관련 노동위원회가 조합원 수 등에 대한 조사·확인 등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교섭참여노동조합 간 분쟁을 예방하고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 대하여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동조합(예컨대, 소수노조)이나 조합원을 차별할 수 없도록 공정대표의무(제29조의4)를 부여하는 점도 공무원노조법과 차이가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사실상 교섭노동조합들에 일임되어 있고 이로 인한 소모적 갈등이 빈번한 공무원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단계 | 결정방법 | 형태 |
---|---|---|
제1단계 |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 | 교섭대표노동조합 또는 교섭대표기구(공동교섭단) |
제2단계 | 과반수 노동조합 | 교섭대표노동조합 |
제3단계 | 공동교섭대표단(교섭창구단일화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100분의10 이상 노동조합으로 제한) ① 자율적 구성 ②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구성 |
공동교섭단 (교섭대표기구) |
Ⅳ. 정부교섭 교섭창구 단일화 사례에 대한 검토
교섭노동조합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안정섭, 조합원 25,300명, 80.9%),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주업, 조합원 5,550명30), 17.8%), 통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충재, 조합원 410명, 1.3%) 등 3개였다. 2018년 9월 27일 정부의 교섭 요구사실의 공고 후 이들 3개 노동조합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교섭위원 선임 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합의에는 실패하였다.31) 결국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선임에 의하여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였는데, 당시에는 조합원 수 비례 선임의 기준이나 참조할만한 선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교섭노동조합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였다. 사실상 처음으로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선임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2019년 1월 31일 교섭노동조합들은 교섭노동조합 및 교섭위원 선임요구 공고일(2018년 9월 27일) 기준 조합원 수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교섭위원을 선임하는데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2019년 2월 12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였다.
고용노동부는 교섭위원의 수는 교섭노동조합들의 교섭참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제8조에서 정한 선임 가능한 교섭위원 최대 인원인 10명으로 보았고 조합원 수 비례에 따른 구체적 교섭위원 선임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제1단계로 교섭노조별로 조합원 수 비율에 따른 “비례인원”을 산출한다[단, 인원 산출 시 소수점 이하 표시(비교)는 사례별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제2단계에서는 비례인원 값 중 “정수”에 해당되는 인원을 먼저 배정한다.
제3단계는 정수 배정 후 남은 소수점 자리에 해당되는 인원을 배정하게 되는데 정수가 없는 노조(소수노조)들의 소수점 이하 산출인원 합과 정수가 있는 노조들의 소수점 이하를 비교하여 큰 순으로 추가 배정한다(10명까지).
제4단계로 소수노조들에 배정된 인원은 소수노조간 합의에 의하여 선임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산출인원이 큰 소수노조에 배정한다. 소수노조가 둘 이상인 경우에 해당되며, 소수노조가 하나 뿐인 경우에는 제3단계에서 종료된다.
상기 기준을 2018 행정부교섭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교섭참여노조 | 조합원 | 비율(%) | 제1단계 | 제2단계 | 제3단계 | 배정 |
---|---|---|---|---|---|---|
비례산출 인원 | 정수 | 소수점 |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 25,300 | 80.9 | 8.093② | 8 | 0 | 8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5,550 | 17.8 | 1.775① | 1 | 1 | 2 |
통합공무원노동조합 | 410 | 1.3 | 0.131③ | 0 | 0 | 0 |
합계 | 31,260 | 100 | 10 |
우선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그동안 명확한 근거가 없었던 조합원 수 비례 기준 선임에 관한 기준을 정립하였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수노조의 교섭권 보호와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를 적절히 조화시키려고 노력한 점도 확인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특히 과반수 노동조합 등 다수 노조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노동조합법과 달리 공무원노조법은 다수 공무원노동조합의 참여를 전제로 교섭노동조합들이 공동교섭기구를 구성(교섭위원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참여노동조합들을 대표하여 교섭권을 행사하고 다만 소수노동조합의 이익이 대변될 수 있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과 차이가 있다. 또한 행정부교섭이나 정부공동교섭의 경우 교섭내용이 전체 공무원 조직을 대변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특정 노조가 교섭위원 배분을 독점하여야 할 필요성도 적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비례선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소수노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2018 행정부교섭처럼 소수노조가 한 개인 경우에는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 등 공무원노조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그 소수노조에 교섭위원을 우선 배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교섭절차의 지연이나 다수노조의 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침해함이 없이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를 조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조합원 수 산정과 관련한 개별 쟁점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33) 사실 2018 행정부교섭에서는 교섭노동조합 간에 교섭위원 선임 등 공고일 기준 조합원 수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하였기 때문에 조합원 수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입법의 불비 탓이고 사례에서도 직접 문제가 된 것도 아니긴 하나 향후 이런 문제들이 중요한 쟁점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예컨대, 조합원 수의 산정 시점, 어떤 기준에 따라 파악한 조합원 수를 인정할 것인지, 조합원 수와 관련해 교섭노동조합 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누가 어떤 방법에 의하여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2018 행정부 교섭에서도 확인하였듯이 조합원 수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위원 배분에 불만이 있는 교섭노동조합이 사후에 조합원 수 공개나 조합원 명부 확인 등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노동조합법이 과반수 노동조합의 확인이나 교섭참여노동조합 간에 자율적인 공동교섭단 구성에 이르지 못한 경우 노동위원회가 교섭참여 노동조합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직접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도록 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2020 정부공동교섭은 앞서 살펴본 2018 행정부교섭과 달리 소수 노동조합이 둘 이상인 점이 특색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6개 교섭노동조합들은 2019년 11월 7일부터 2020년 2월 17일까지 10차례 교창구 단일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교섭위원 선임 합의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2019년 11월 12일 열렸던 제2차 교섭창구 단일화 회의에서 교섭노동조합들은 1차 회의 때 제출한 조합원 수를 상호 인정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020년 2월 20일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선임한 교섭위원을 정부에 통보하였는데, 그 내용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4)-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4)-통합공무원노동조합(1)-교육연맹(1)과 같았다. 이어 4월 1일에는 대정부교섭단 명의로 단일화된 의제도 통보하였다. 그러나 일부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논의에 지속적으로 불참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이후 교섭위원 선임과 해당 노조의 교섭요구안이 단일화된 교섭의제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들어 단체교섭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예비교섭 등 본격적인 교섭에는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2020 정부공동교섭에 참여한 7개 교섭노동조합이 제출한 조합원 수에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정한 배분 기준을 적용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20 정부공동교섭의 경우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선임 기준 등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교섭위원 배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적절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또다른 많은 문제점들이 확인되었다.
첫째, 합의 정신의 실종이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교섭위원의 선임에 있어 교섭노동조합간의 합의를 우선하고 있으나, 교섭노동조합간 협의는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섭위원 배분이 확실한 노동조합들은 협의를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교섭위원 선임을 요구하는 소수노조와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 확인된다.34) 협의를 통해 가능한 다수의 노동조합들이 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무원노조법의 입법정신이 매몰되고 있다. 반면 소수노조도 합의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반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조합원 수 확인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여전하다. 2018 행정부교섭과 마찬가지로 교섭노동조합 간에 상호 제출한 조합원 수에 대하여 인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조합원 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일부 교섭노동조합의 경우 직전년도의 조합원 수와 현격한 차이가 있는 등 조합원 수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고 있어 이로 인한 분쟁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조합원 수 산정 시점과 기준, 조합원 수에 이견이 있는 경우 해결방법, 조합원 수 확인의 주체 등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Ⅴ. 맺음말 – 결론에 갈음하며
교섭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교섭위원의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교섭노동조합간 분쟁 발생을 줄이기 위하여 현재 행정해석 형태로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공무원노조법시행령 제8조에 규정하여 법규범으로 승인하고,35) 입법상 미비점들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개정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합원 수에 비례한 교섭위원 선임 기한을 신설한다. 공무원노조법시행령 제8조제1항은 교섭노동조합 공고일부터 20일 이내에 교섭위원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선임은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합의하지 못하면 조합원 수에 비례에 의할 것을 규정할 뿐, 조합원 수 비례에 의한 교섭위원 선임의 기한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경우 20일의 기한 내에 합의가 용이하지 않고 이 기간 이후에도 교섭노동조합 간 협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으나 이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은 신속한 교섭창구 단일화에 반하므로 제3항을 신설해 “제2항 후단에 따른 교섭위원의 선임은 제1항 전단에 따른 기간 종료일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조합원 수 확인 관련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교섭노동조합들 간에 조합원 수 확인을 위한 기준, 방법 등을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자료 등의 제출 기타 협력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4항을 신설하여 “교섭노동조합은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교섭위원이 신속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조합원 수 산정 시점, 산정 기준, 이견이 있을 경우 확인 방법, 기타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상호 성실하게 협력하여야 하며 관련자료 제출 등에도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교섭노동조합 간의 자율적인 협의 등을 통한 해결이 곤란한 경우 교섭노동조합의36) 신청에 의해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중립적 기관인 노동위원회에 대한 노동조합들의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우선 제5항을 신설하여 “제4항에도 불구하고 교섭노동조합 간 조합원 수에 대한 이견으로 제3항(신설)에 따른 기간 안에 교섭위원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에 교섭노동조합은 관할 노동위원회에 조합원 수 확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6항(신설)에서는 노동위원회에 의한 조합원 수 확인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시행령 제14조의7 제4항 및 제8항 등이 규정하는 노동위원회에 의한 교섭대표 노동조합 결정 관련 내용들이 참고가 될 수 있는데 “제5항(신설)에 따라 조합원 수 확인 신청이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는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20일 내에 조합원 명부(조합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제출하게 하거나 출석하게 하는 방법으로 조합원 수를 조사·확인하여 교섭노동조합에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그 기간 안에 확인하여 통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20일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37), 교섭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의 통보일로부터 7일38) 이내에 교섭위원을 선임하여 정부교섭대표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상과 같이 조합원 수 확인 등이 완료되면 행정해석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 비례선임의 방법과 교섭개시의 요건 등을 반영(제8항 신설)하면 될 것이다.
정부공동교섭은 공무원단체교섭 중 참여 노조의 범위, 협약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의 수, 교섭의제 수 등 모든 면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정부교섭이다. 과거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의 의제중복 등이 문제된 바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18 행정부교섭과 2020 정부공동교섭도 예외는 아니다.39) 공무원의 근무조건이 결정되는 구조나 협약적용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전체 공무원의 공통적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한 정부공동교섭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 행정부교섭 등 기관단위교섭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고,40) 가능하면 교섭주기를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어느 정도 교섭기간이 겹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행정부교섭에서는 국가공무원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사항들에 대해서만 교섭하고,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등에게 공통적용되는 사항은 정부공동교섭을 통하여 결정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공무원단체교섭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효율성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과도한 교섭의제 수 문제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공무원들의 근무조건은 대부분 법령사항으로 교섭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 않고, 공무원노조법이 교섭대상 뿐만아니라 비교섭사항을 직접 규정(시행령 제4조)하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로 인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이어 본격적인 교섭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예비교섭에서 비교섭사항 등에 대한 노사간 대립으로 긴 시간이 또다시 허비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노사 모두 교섭에 관한 경험이 일천하고 교섭관행이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원인도 크지만 비교섭사항 등 판단에 있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공동교섭과 행정부교섭의 사례를 돌아보면 소수노조에 대한 교섭위원 배분에 다수를 점유한 노동조합들이 매우 소극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합원 수 비례에 관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소수노조의 반발 등으로 인한 교섭지연과 노노갈등 등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교섭의 전단계에서 소수노조의 목소리가 적절히 대변될 수 있어야 한다. 교섭위원 선임과정에서 소수노조 배려는 물론, 교섭요구안의 적극적 반영, 하위 교섭단계에서의 교섭위원 배분, 협약 체결 후 협약의 이행에 있어 참여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41) 공무원노조법은 노동조합법과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교섭당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