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논의의 배경과 방향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관한 각종의 대량정보가 새로운 데이터로 가공, 재생산되는 소위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전 아날로그의 환경에서 생성되던 정보에 비해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주기도 짧으며 형태도 다양한 특징을 보이면서 발전해 가는 양상이다. 수집 및 재생산된 데이터의 정보적 가치는 이미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상당한 편익과 효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시장의 구조와 행태를 경직화, 고착화시키는 한편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로 인한 거래비용의 절감효과나 공급단계에서의 효율성 증진, 최적화된 상품, 용역을 통한 편익증대 효과는 다른 한편 전환비용을 증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서 거래상대방에게 일종의 고착현상(lock-in)을, 경쟁사업자들에게는 시장의 진입 및 잔존 여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플랫폼을 선점한 사업자는 이용자의 접속 → 검색 → 결과 → 반응 → 광고수익 → 플랫폼에 대한 재투자 → 정보개선 → 접속 → 검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도 속에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과 그로부터 창출되는 정보 가치의 사업자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빅데이터 보유 사업자의 한계비용은 0에 가까워지는 반면 경쟁자의 매몰비용이 과도해져서 신규진입이나 경쟁 압력이 사실상 소멸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1월에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소위 ‘데이터 3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 정보에 대해 본인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서 데이터 활용의 가능성과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 놓았다. 개인정보의 침해에 대한 대응, 저작권을 위시한 지적재산권의 보호, 그리고 데이터 거래와 접속의 제한에 대한 사후통제 등 훨씬 다층적인 법제적 대응방안의 모색이 빅데이터와 관련하여 요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종전의 혁신시장 출현시에도 전통적인 경쟁법의 논의나 기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슈들이 제기되어 왔었는데, 빅데이터에 관해서도 관련시장의 획정이나 지위남용의 판단, 경쟁제한성 심사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나 기술혁신 등 전통적인 경쟁법의 법리를 통해 규명되지 아니한 새로운 쟁점들이 특히나 다양한 양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하여 EU, 호주, 일본 등 주요국가와 OECD, ICN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이미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관련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Testing Market으로 불릴 만큼 빠른 성장과 전개의 특징을 보여 온 한국의 기술시장 환경 하에서도 빅데이터로 인한 경쟁제한의 문제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학계1)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를 위시한 유관 정부당국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시장의 거래행태를 주목하는 한편,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중에 있다.
이 글은 배경으로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정보환경 하에 놓인 IT분야에서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들에 의해 감행될 수 있는 경쟁제한적 거래행태를 추출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리와 사례를 주요국의 동향을 토대로 분석함으로써,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함) 적용의 기준을 제시하고 합리적 규제수단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Ⅱ. 빅데이터 관련 경쟁법적 쟁점의 소재
정보환경에서 소비자는 인터넷플랫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를 통하여 유, 무형의 정보나 재화를 취득하는 한편, 그 대가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다시 사업자들은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을 분석, 가공한 후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오고 있다. 빅데이터(big-data)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 배태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외형을 통해서도 읽히듯이 당초 데이터의 크기와 규모가 이전과는 격이 다른 양상으로 수집 및 분석된 점에서 착안되었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경제적 효과가 단순히 크기로 부터만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속도와 데이터의 다양성 등 추가요소에 기인한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이 용어를 구성하는 개념의 요소들은 D. Larney가 언급한 소위 3V 즉, 양(volume), 전달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으로 확장되었다.2) 현재는 여기에 Stucke & Grunes가 제시한 데이터의 가치(value) 또는 진실성(veracity)이 추가되면서3) 빅데이터를 이루는 요소들은 한층 더 다변화, 구체화되어 있다.4)
정보의 크기와 속도, 다양성과 진실성은 상호 보완적 관계속에 시너지를 유발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키우는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거래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보나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며 정보화시대 이전에도 유사한 양상은 목격되었다. 하지만 유독 빅데이터가 정보화시대의 총아로 인식되는 이유는 거듭하여 언급하거니와 데이터 수집의 채널이 다양해지고 범위가 광범위해진데다 데이터의 저장 및 축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집된 데이터의 정보가치도 이전과 비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수집된 데이터가 시장에 대한 미래예측과 소비자의 선호 경향, 사업자들의 경쟁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정보로서의 정확성을 높여주었고 그에 따른 상업적 활용가능성도 확대되었다. 빅데이터의 보유 여부는 이미 사업자들에게 수익창출, 생산성 증가 및 필수적 경쟁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 측면에서 사업자와의 정보비대칭성 감소 및 타깃광고에 따른 편익증대 효과, 그리고 정부의 정책수립 효율성 제고효과를 유발하는 등 빅데이터의 효용은 민간과 공공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 빅데이터가 시장과 경쟁질서에 미치는 영향들이 여러 층위로 발생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언제나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데이터는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고 그 결과 소비자와 경쟁질서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는 포털이나 오픈마켓 등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가격비교와 고객선호도 파악을 쉽게 수행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사업자와의 사이에 내재해 있는 정보비대칭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어 사업자간의 가격 및 품질 경쟁이 촉진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투명성 제고 효과는 사업자간에도 발생한다. 데이터로 인해 소비자 성향을 포착하거나 경쟁자의 대응전략 파악이 용이해지면 열위 사업자나 잠재적 경쟁자로 부터의 경쟁과 신규진입을 촉진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5)
빅데이터로 인한 경쟁제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 보다는 낙관에 기초한 견해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를테면 데이터가 언제나 확고한 경쟁상의 우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그 이유는 데이터는 거의 0에 가까운 한계 비용으로 생산·유통될 수 있는데다, 어느 한 주체에 의한 소비로 인해 다른 주체의 소비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비경합성(non-rivalry)과 한 주체의 정보소비가 다른 주체의 정보 소비를 상쇄하지 못하는 비배타성(non-excludability)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집비용이 낮은데다 경쟁사업자도 쉽게 수집할 수 있으며 경제적 수명도 짧은 데이터를 보유한다고 해서 시장지배력이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6) 실제로 EU의 2014년 Facebook/ Whatsapp 기업결합사건에서 EU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그 같은 인식을 토대로 하여, Whatsapp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자체에서 타겟 광고를 하거나 Facebook에서의 광고활동 강화에 이를 이용함으로써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적다고 보고 동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한 바 있다.7)
또한 거래되지 않는 데이터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법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거나,8) 디지털시장에는 다중 IP 주소를 사용하여 동종 또는 이종 링크와 다중으로 접속을 유지케 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여러 사업자들이 유사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므로 시장지배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유발하며 오히려 무료의 데이터 제공을 통해 사업자간 경쟁이 촉발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9)
빅데이터에 대한 일부 우호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쟁당국의 기본 입장은 빅데이터로 인한 시장지배력 형성 가능성과 경쟁제한의 우려를 인정하는 쪽으로 수렴되어 있다.
그리 보는 이유는 빅데이터가 형성되는 디지털시장에 내재하는 특유의 속성 즉, 디지털 시장이 다면시장(multi sided markets)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어느 한 단면의 이용자 수의 증대가 다른 면의 이용자들의 편익과 효용을 증대시키게 되는 소위 간접네트효과(indirect network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효과에 내재한 자기강화작용(self-strengthening)에 따라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속성을 갖게 되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잠재적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이나 안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진입장벽과 시장집중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본다. 데이터가 그처럼 흔하고, 저렴한데다 접근 가능성이 높음에도 사업자들이 굳이 데이터를 획득하고 데이터 측면에서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지출과 노력을 하고 있는 현실이 곧 데이터의 시장지배력 유발 요인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위에 있다.10)
한편 소위 멀티호밍으로 인해 데이터 접근이 용이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멀티호밍이 완벽히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점, 소비자의 입장에서 플랫폼의 전환비용이 커서 모든 사업자들에게 동일한 비율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반론의 근거로 대두되고 있다.11)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검색엔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온라인쇼핑 서비스는 대부분의 지역시장에서 고도의 집중상태에 놓여 있다. 플랫폼의 이용자나 고객이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는 고객에게 무료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처럼 증가된 사용자수와 데이터양을 토대로 알고리즘의 학습효과가 더해지면, 다시 양질의 데이터가 집적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다른 한편 대규모사업자의 수익성 증가도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 인접시장에의 진입 등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소비자의 유입과 새로운 데이터 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선순환의 고리는 데이터 보유기업의 역량으로 연계되는데, 요컨대 시장의 점유율 및 수익성의 격차가 데이터 수집역량의 격차를 유발하고, 이런 격차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데이터의 질적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대시킨다.
특히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들은 제공되는 정보의 질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양질의 정보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신규진입자들에게는 선도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 제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검색엔진 플랫폼을 둘러싼 다면시장이나 온라인 쇼핑을 사이에 둔 양면시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발생, 거래 또는 수집되는데,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역량은 이들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규모나 기존사업자인지 신규사업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쟁자가 아닌 제3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제3자 보유 데이터는 자신이 직접 거래상대방과의 거래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비해 정보적 가치가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데다, 그나마도 제3자가 해당 데이터를 타 사업자에게 공유시키거나 매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2)
이런 구도 하에서는 시장의 선도사업자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성이 커질 경우 기존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13) 그로 인한 경쟁제한효과는 데이터에 기반한 경쟁 조건상의 우열을 발생시켜서 결국은 데이터 연관 시장에서 독점화를 촉진하고 경쟁자를 배제할 가능성을 키우는 배제남용(exclusive abuse) 형태로 발생하거나, 사업자와 소비자사이의 교섭력 격차를 증대시킴으로써 가격인상, 프라이버시의 침해, 품질, 다양성의 저하를 유발하는 착취남용(exploitative abuse) 형태로 현실화될 수 있다.
그간의 논의와 관련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빅데이터로 인한 법적 이슈는 수집·관리 단계와 활용단계에서 고루 발생하고 있다. 빅데이터의 수집·관리 단계에서는 내밀한 개인정보 내지 프라이버시의 수집 행위, 그리고 고객 또는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개인정보 제공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가 문제되고 있으며, 제공자가 허용한 개인정보가 제공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나서 새로운 식별정보로 재가공됨에 따라 결국 제공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수집된 빅데이터가 유출될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데이터의 활용단계에서는 데이터를 보유한 사업자가 경쟁자들이 확보할 수 없는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점, 그로 인해 시장의 구조를 경직화하고 프라이버시 보호 경쟁을 감소시키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같은 맥락에서 데이터 보유사업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경쟁사업자의 접근을 방해하거나 차별, 제한하는 행위도 문제될 수 있다.
한편 차별은 소비자에 대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가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의 성향과 선호도를 추출한 후 그에 따른 맞춤형 거래조건이 제시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이 같은 정보가치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가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개별 소비자마다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달리함으로써 차별을 야기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14) 이외에 유용한 데이터셋(dataset)을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 회사가 데이터 분석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해당 데이터셋과 데이터 분석서비스의 끼워팔기, 사후시장’(After-Market)에서의 배타적 거래(exclusive dealing)도 문제될 수 있다.
한편 데이터가 높여 놓은 투명성이 경쟁자들간의 명시적, 암묵적 담합을 유인하거나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알고리즘을 채용하여 카르텔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경쟁당국의 주시가 필요하다.15) 단,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를 처리, 활용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담합에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는 문제는 빅데이터 자체 보다는 알고리즘 내지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이므로 이에 대한 분석은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빅데이터 관련 이슈들은 전통적인 경쟁법의 규율 범주 내에 위치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규범이나 이론으로는 포섭가능한지가 불분명한 행위도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끼워팔기나 배타적 거래, 차별취급, 담합 등이 전자에 해당하는 반면, 개인정보의 과도한 수집, 프라이버시 보호 경쟁의 감소 및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의 증가요인이 그러하다. 특히 후자에 관해서는 미국이나 EU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빅데이터는 개별사업자들이 자신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수집, 관리할 수도 있지만, 기업결합 방식을 통해 구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선 법적 이슈들 가운데 개인정보의 과도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나 개인정보 제공의 사실상 강제와 같은 전형적인 개인정보보호법제의 규율대상 뿐만 아니라 데이터보유를 통한 과도한 경쟁우위 확보나 비가격경쟁 수단으로서 프라이버시 보호경쟁의 감소와 같은 경쟁법상 단독행위적 성격의 행위의 발생가능성이 기업결합을 통해 더욱 증대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에 따른 법제적 대응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규제 부문과 기업결합 부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사례도 기업결합을 중심으로 빈번히 출현16)하는 특징을 보여 왔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빅데이터로 인해 제기되는 경쟁법 혹은 이에 근접한 법적 쟁점들을 살펴보되, 끼워팔기나 배제적 행위, 차별취급 등 경쟁법상 수립된 전형적 위법성 판단기준의 적용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행위들은 제외하고 빅데이터에 특유한 고려요소들을 추가로 요구하는 쟁점을 중심으로 상세분석을 해 보기로 한다.
Ⅲ. 빅데이터 관련 경쟁법적 쟁점에 대한 세부 분석
경쟁정책 측면에서의 빅데이터 관련 주요 이슈의 하나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분석해 축적한 빅데이터가 경쟁자들에게 단기간에 축적하기 어려운 경쟁조건으로 작동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새로운 진입장벽을 유발하고 시장의 구조를 경직적으로 고착시킬 가능성이다. 이는 곧 소비자에 대한 사업자간 품질경쟁의 압박을 감소시키고 빅데이터 보유 사업자 중심으로 한 반경쟁적 시장행태를 낳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단, 사업자가 각종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자로부터의 정보를 축적하여 형성한 빅데이터의 보유 행위 자체가 바로 경쟁법 위반으로 구성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시장지배적 지위의 형성, 유지, 강화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한 폐해 내지 남용행위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우리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이를 규율의 대상으로 삼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쟁상의 우위가 데이터 보유 기업간의 결합을 통해 더욱 심화된다면 이 점을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심사과정에서 고려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때의 주안점은 결합 당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양적, 질적 조합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과 유인의 가능성을 높이고 서비스 조합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한편, 이를 토대로 시장을 봉쇄하거나 새로운 시장에의 진입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고착효과(lock-in effects)를 유발하거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경쟁 압박이 감소되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관련 서비스 경쟁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의 창출과 경쟁상의 우위는 기업결합을 통해 당사자들이 마땅히 도모하게 되는 기대효과이자 기업결합의 동기로서 일차적으로는 존중될 것이지만, 그 효율성이 결합당사자 차원에 그치고 산업적, 국민경제적 차원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경쟁 왜곡이나 소비자 후생 감소의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에 그 같은 기업결합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제껏 일관되게 목격되었던 사실이기도 했다. 예컨대 혼합형 결합기업이 일련의 상품군을 함께 취급함으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점, 판매나 마케팅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실현된다는 점, 취급상품들을 끼워팔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공급거절의 위협이 보다 현실화된다는 점 등 과도한 경쟁우위로 인한 반시장적 효과가 증가할 경우 이를 경쟁제한적 포트폴리오(portfolio) 효과로 판단하여 규제 필요성을 인정해 온 바 있다.17) 같은 맥락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진입장벽의 확대(수평결합), 시장봉쇄 가능성(수직결합) 및 복합적 사업수행능력의 제고(혼합결합), 그 밖에 끼워팔기 등 반경쟁적 행위의 감행 우려가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으로서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18) 반면에, 시장에 경쟁사업자가 여전히 잔존해 있거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 상당수준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경쟁우위로 인한 우려가 일정부분 상쇄될 것이다.19)
다만, 전술했다시피, 빅데이터를 통해 확보된 경쟁우위에 대한 경쟁법적 접근이 기업결합 규제 외에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규제 차원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빅데이터 보유사업자가 반경쟁적인 방법으로 자기보유 데이터에 대한 경쟁사업자의 접근을 방해, 제한하거나 혹은 차별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관행은 주로 지배적 사업자가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데, 가령 상품판매의 중개사업자가 온라인 소매업도 함께 영위하는 경우 소매업 부문의 경쟁사업자 및 소비자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한 후에 이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유사한 행위로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인접시장(보완 재)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하여 경쟁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차별적으로 허용하여 경쟁제한 효과를 낳기도 한다.20) 또한 제3자에 대해서만 데이터의 배타적 이용권을 부과함으로써 자신의 경쟁자에 대한 제공을 금지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는 행위, 소비자들이 경쟁사업자의 기술이나 플랫폼을 이용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유사데이터의 생성 기회를 봉쇄하는 행위도 문제될 수 있다.21) 이 부분은 경쟁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배제남용(exclusive abuse)으로 문제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중요 데이터에 대한 경쟁사업자의 접근을 거부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데이터 접근 거부행위는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ies)” 이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단 빅데이터가 필수설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쉽게 고안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설비이론에서 요구되는 복제불가능성 요건이 충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2) EU사법재판소 역시 빅데이터에 대한 필수설비이론의 적용에 소극적이다.23) 즉 데이터가 필수설비에 해당하는지는 비교적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지배적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가 진정으로 독특한 정보라는 점, 경쟁자가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24)
데이터의 결합으로 인해 당초 정보제공단계에서 정보주체가 예상했던 통제 범위를 넘어선 수준으로 새로운 정보가 가공 또는 재생산하는 행위는 양면적 효과를 유발한다. 즉 결합으로 인해 데이터의 정보자산적 가치가 상승하는데, 소비자 선호 경향에 특화된 서비스제공이 가능해 짐에 따라 소비자 후생과 편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에 결합 후 재가공된 데이터가 개인정보가 제공주체의 통제범위를 벗어나서 최초 정보 수집목적과 달리 가공·사용될 경우에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 현재 주요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 문제를 경쟁법의 규율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소극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느껴진다. 예컨대 미국 FTC는 Google과 Doubleclick간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성명서(statement)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환경이나 고용문제와 같이 반독점 우려사항과 관련이 없다고 보았으며,25) EU집행위의 경우 Google과 Doubleclick간의 결합 건에 대해 결합당사 회사들이 데이터베이스의 결합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보호 감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았으며, 의결서에 해당 “기업결합 건의 결정 이 개인정보 처리 관련 개인 보호 및 프라이버시 보호와는 별개로 판단한 바 있다.26) 2014년 Facebook/WhatsApp간의 결합사건에서도 개인정보보호의 경쟁 환경을 보호, 유지하는 것은 경쟁법의 임무이지만, 개별 소비자 내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규제하거나 시정하는 역할은 소비자보호법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라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입장이 천명되기도 하였다.27)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조밀하게 마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쟁당국이 개입할 공간이나 개입의 실익이 더욱 협소해 질 것이다.
반면에 프라이버시 침해에 민감한 이용자들은 기업의 개인정보보호정책을 서비스 선택의 주요기준으로 고려하는 현실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문제를 데이터의 조합을 통한 개인정보 내지 프라이버시 보호 수준의 차원에서 사전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 수단으로서 경쟁법상의 기업결합 규제가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단, 이 과정에서도 개인정보정보 침해의 우려가 관련 법제에 명시적 위반이 되지 않는 한 정보의 재가공으로 인한 소비자편익 및 효율성 증대효과와의 비교형량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이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기업은 타깃광고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각종 거래 개인정보를 수집하게 되는데 신상정보, 연락처, 구매 및 검색기록 등 개인정보가 구체적 유형으로 확보될수록 타깃 고객에 특화된 정보제공 및 광고가 가능해진다. 수집 정보의 구체성이 높을수록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측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가급적 식별정보를 수집하려는 경쟁 유인이 발생하여 과다한 개인정보 수집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무료서비스 이용을 위한 조건으로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 이용이 거절되는 경우를 쉽게 발견된다.
이 문제에 대한 시각에는 앞선 빅데이터 가공정보를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와는 다소의 차이가 발견되는데, 독일의 Facebook사례28)에서 보듯이 이 같은 정보수집 행위가 경쟁법의 규율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조가 강하다.29) 즉 경쟁당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를 감시할 책무를 지고 있는데 만일 데이터의 수집·처리가 사업자의 경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감시하고 처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기관이 아닌 경쟁당국의 핵심적 책무라는 것이다.30)
개인정보의 강제 수집은 온라인 이용계약 체결과정에서 고객이 약관을 통한 계약 체결단계에서 해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약관의 계약편입 내지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사업자의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에 대한 독일 연방법원의 판시내용, 즉 계약의 일반원칙이나 거래조건을 규율하는 법의 정신에 반하는 약관조항이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기반으로 행하여졌다면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31)
빅데이터 보관주체가 과실 등으로 인해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정보의 양적 규모로 인해 개인정보 주체에게 귀속될 수 있는 피해의 정도와 범위가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전형적인 개인정보 및 소비자보호 관련 법제, 혹은 집단소송제도를 통하여 규율되어야 하는 행위로서 경쟁법 외의 유관 법제들이 보호 및 규제의 우선 수단으로 동원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위한 경쟁의 압박을 덜 느끼게 될 경우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느슨히 하거나 개인정보보호에 소요되는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감축하는 경우 정보유출의 위험이 커질 수 있음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자면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가능성의 확대를 개인정보보호 차원이 아닌 경쟁제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환언하면 데이터 보호경쟁이 비가격적 서비스품질 경쟁의 일환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면 그 경쟁이 완화되어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이 제고되는 문제 역시 경쟁법적 측면에서 조망해야 할 사안이라는 논리도 성립이 가능하다. 단,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의 증가는 빅데이터의 보유 여부나, 데이터 규모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비가격경쟁의 약화를 유발하는 일반적인 시장집중 현상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보유 데이터의 증가를 유발하는 행위, 예컨대 빅데이터 거래나 빅데이터 보유기업과의 결합 행위 발생시에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하겠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경쟁의 실질적 제한의 의미 속에 비가격경쟁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해석의 지평을 개인정보 내지 프라이버시 보호경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경쟁제한의 입증책임을 지는 경쟁당국의 입장에서 기업결합 등으로 인해 정보보호경쟁의 저하 및 개인정보의 유출가능성 증가의 가능성을 규명하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빅데이터 보유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판단기준은 컴퓨팅의 관련 시장 획정을 중심으로 할 때, 예컨대, 관련시장에서 가격이나 출고량에 영향을 주거나 경쟁자를 배제할 수 있는 능력의 보유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수립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장지배력의 규명을 위한 전제요소로서 시장획정방법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상품시장은 빅데이터만으로 관련시장을 획정할 것인지가, 지리적 시장은 빅데이터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시켜야 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현재로선 종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들이나 제3의 호스팅 이용계약 등이 빅데이터의 기능을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가능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가상의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잠재적 경쟁자(potential entrants)의 실체가 존재하는지가 명확치 않아 보인다.
이외에 소위 ‘사후시장’(After-Market)에서의 지위남용 문제로서 유용한 데이터셋(dataset)을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 회사가 데이터 분석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해당 데이터셋과 데이터 분석서비스를 끼워팔기(tying arrangement)하는 행위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끼워팔기는 어떤 경우에는 회사와 소비자에게 효율성 증진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독점력을 전이하거나 시장을 봉쇄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게 된다.32)
독점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수집한 시장 정보를 다른 시장에 이용하는 소위 데이터셋의 교차사용(cross-usage of datasets)도 경쟁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33) 단, 이때는 그 데이터셋의 취득 경위와 경쟁자들의 유사 데이터 확보 가능성 여부가 위법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다.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보유 데이터를 경쟁을 통해 취득하였고 경쟁자들도 그 데이터를 시장에서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데이터의 교차사용이 허용될 수 있는 반면에, 데이터 획득이 경쟁을 통한 것이 아니고, 그 데이터에 대한 경쟁자들의 접근이나 생산이 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데이터 교차사용은 경쟁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34)
또한 가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의 성향과 선호도를 추출한 후 그에 따른 맞춤형 거래조건이 제시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이 같은 정보가치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가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개별소비자마다 거래조건을 달리함으로써 차별을 야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 차별취급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만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규제되기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차별은 소비자보호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차별에 따른 규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Ⅳ. 공정거래법상 빅데이터 관련 이슈의 수용가능성과 대안
빅데이터가 시장지배력 형성의 원천이자 남용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은 그간의 논의나 관련 사례를 통해 규명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 시장활동을 통한 빅데이터의 수집 행위 및 그로 인해 도달한 지배적 지위 자체를 경쟁법의 규제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지와 판단은 발견되지 않는다. 경쟁법의 이념과 법리상 예견될 수 있는 논리적 귀결이라 생각한다.
그간 빅데이터를 통한 시장지배력 형성, 유지, 강화 문제가 오히려 기업결합 규제 부문에서 언급 및 고려되어 왔던 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기준35)에서는 VI. 5.에서는 정보자산을 수반하는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판단 시 고려사항에 관하여 명시하기를, 기업결합 후 결합당사회사가 정보자산을 활용하여 시장지배력을 형성·강화·유지하는 경우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의 정보자산에 빅데이터가 포함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이 기준은 기존의 시장지배력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7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을 토대로 해석하자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자산이 시장지배력 즉,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강화·유지하는 경우가 문제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자산이 시장지배력의 형성·강화·유지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단 이런 선언은 기업결합심사기준 이전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서 먼저, 혹은 동시에 제시되는 것이 좀 더 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 제2조 7호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의 판단기준으로서 주로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를 대표적으로 예시하고 있으며, 그 밖의 고려요소를 추가로 포함할 수 있는 법적 공간(“~ 등”)을 마련해 두고 있다. 현행법의 해석상 ‘그 밖의 고려요소’로 열거되어 있기도 하고, 열거된 고려요소 가운데, 법률상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로서 빅데이터가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단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정보화시대의 시장상황 및 지배력 형성 요소의 변화동향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기업결합심사기준에 이미 같은 취지의 규정이 수립되었다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서도 이 점이 좀 더 명확해 제시될 필요는 있다. 현재의 고시상36) 딱히 이를 수용할 만한 고려요소는 찾아지지 않음. 가장 근접한 고려요소를 찾자면 특허권 기타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생산기술조건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정보자산의 보유 규모’ 정도를 추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독일의 Facebook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이 회원가입 절차시에 서비스 이용 전제조건으로서 이용자에 대해 데이터 제공을 사실상 강제한 행위가 경쟁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비자 이익의 현저한 저해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타 경쟁법에 비해 프라이버시 침해행위를 포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학계의 보편적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우리 경쟁법상으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직접 거래상대방이나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착취남용’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명백하게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여 데이터를 수집하였고, 그 데이터 수집행위와 해당 사업자의 시장지위 사이에 강한 관련성이 존재한다면 착취남용에 해당한다는 견해,37) 불공정한 거래조건의 부과를 남용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우리 공정거래법의 구조상 개인정보요구행위가 착취남용에 해당할지 단언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착취남용 규제근거로서 제5호의 보충성 내지 포괄성이 있으므로 착취남용 규제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38) 같은 맥락에서 비록 경쟁법이 ‘인위적으로 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쳐 ‘경쟁질서를 훼손’한 사업자의 행위에만 적용되므로 단순히 사업자가 고객과의 수직적 거래조건을 변경하여 직접 자기 상품·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경우 즉,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범위를 확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경쟁질서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를 착취남용 규제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39)
단, 현행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후단에서는 ‘부당한 소비자 이익의 현저한 저해행위’라는 매우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시행령에 아무런 심사기준을 두고 있지 않아서 그 해석을 대법원 판례에 맡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 일단 “당해 상품·용역의 특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40)하는 한편, 독점규제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후단의 ‘부당하게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의 요건 중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의 ‘부당성’은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 목적이 단순히 그 행위의 상대방인 개별 소비자의 이익을 직접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과점 시장에서 경쟁촉진과 아울러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과도한 독점적 이익 실현행위로부터 경쟁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고려할 때, 시장지배적사업자의 행위의 의도나 목적이 독점적 이익의 과도한 실현에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상품의 특성·행위의 성격·행위기간·시장의 구조와 특성 등을 고려하여 그 행위가 이루어진 당해 시장에서 소비자 이익의 저해의 효과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41)
이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자면, 개인정보의 수집 및 프라이버시 침해가 개별 소비자의 이익 침해에 그치지 않고 i> 개인정보의 수집 및 프라이버시 침해의 의도나 목적이 독점적 이익의 과도한 실현에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ii> 상품의 특성·행위의 성격·행위기간·시장의 구조와 특성 등을 고려하여 그 행위가 이루어진 당해 시장에서 소비자 이익의 저해의 효과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가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의 제공으로 인한 소비자이익의 저해효과와 소비자 편익의 증대 효과가 부당성의 판단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의 보완 및 그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현행 법상 편입통제는 명시, 설명함을 통해 고객의 계약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제고되고 실질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명시, 설명된 약관에 대해 거부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동의하지 않으면 거래를 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개인정보요구의 경우도 이처럼 거래를 위한 전제로 제시되는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점에서 공정거래법상의 해법이 필요한데 일응 착취남용으로 규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행위는 거래 자체를 강제한 것이 아니라 거래의 조건으로 정보제공을 강제한 성격을 띠게 된다. 이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시지남용 행위 가운데 소비자이익저해행위 여부를 논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는 이에 딱히 맞는 규정을 찾기 쉽지 않으나, 현행 규정상 가장 포섭범위가 넓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가운데 불이익 제공금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현행 법령 및 고시상 관련시장의 획정은 거래대상으로서 가격이 부여되어 있는 상품과 용역을 전제로 경쟁관계가 성립되는 상품이나 지역, 거래단계를 기준으로 획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비거래 플랫폼42)에 대한 시장획정 및 무료시장에 대한 시장획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인데, 빅데이터가 시장지배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때 정보를 취득하려는 경쟁구도를 전제로 한 시장획정이 가능하거나 적절한지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통적으로 둘 이상의 기업간에 자본, 인력, 조직의 결합을 뜻하는 기업결합은 정보화 시대에는 데이터의 대량 집적을 위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즉 기업결합의 추진에는 효율성이나 사업 다각화, 구조조정 등 전통적인 목적에 더하여 데이터의 확보 목적이 배경이 될 수 있다. 매출액은 적지만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고 있는 중, 소사업자가 결합대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여러 데이터들의 조합을 통한 정보가공은 관련시장 내의 사업자 보유 정보가 아니더라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정보가 더 유익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기업결합은 취급 상품·용역의 경쟁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의 대량 집적으로 인한 기업결합은 개인정보의 침해, 유용 및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데이터 관련 시장에서의 결합은 상방, 하방의 경쟁자들에 대한 데이터접근을 제한할 가능성 및 여력을 증가시키는 경우에는 수직형, 혼합형 효과를 발생시키게 된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보면 취급상품이 동종 유사한지, 관련시장 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장점유율이 어떠한지와 같은 전통적인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데이터 수집 및 축적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은 기업결합의 유형과 관계없이 유사한 양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존의 접근법에 대한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결합으로 인한 관련 시장의 집중이 아닌 관련 데이터 집중(concentration of relevant data)이 경쟁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43)
공정거래법 제2조 제8호에서 규정하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개념에 가격 이외에 품질 등의 측면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도 가격 이외에 품질, 혁신, 소비자 선택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2018년 개정된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 빅데이터를 포함하는 정보자산 개념을 정의44)하는 한편, 2019. 2. 27. 재개정을 통해 기업결합 심사시 ‘정보자산’에 대한 독점·봉쇄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고려할 사항을 추가하였다.45) 이미 2014년 Facebook/WhatsApp사건과, 2016년 Microsoft/LinkedIn 사건 등의 일부 사례에서 주요국의 경쟁당국들이 정보자산 활용의 특성(진입장벽 형성,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하여 왔고,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 DOJ와 FTC도 합병가이드라인에 혁신저해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는 등 정보자산이 결부된 M&A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에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동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행 기업결합심사기준에 따라 정보자산을 다수 축적하고 있는 기업과 M&A를 추진하는 경우, 결합당사자가 외형적 사업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정보자산 독점으로 인한 경쟁제한을 문제삼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현행 기업결합심사기준은 정보자산 관련 서비스의 품질 문제를 비가격경쟁 차원으로 설정하는 한편, 이를 저해하는 경우를 경쟁제한의 문제로 천명하고 있다. 다만,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이슈들 가운데 일부만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결합으로 인해 통합되는 데이터가 너무 커서 유출시의 개인정보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고 있지 않으며, 빅데이터를 통해 추출, 가공된 정보자산에 기초하여 소비자별로 차별화된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책정할 가능성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일견 전자는 개인정보보호나 소비자피해구제 차원에서 이미 법제 환경이 조밀하게 구축되어 있고, 후자의 경우도 거래조건 차별취급에 대한 경쟁법적 사후규제 수단이 마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여 기업결합 차원에서의 심사기준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현행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는 정보자산에 관련 경쟁제한성 판단의 추가적 요소에 관하여 ‘결합을 통하여 얻게 되는 정보자산이 다른 방법으로는 이를 대체하기 곤란한 지 여부’를 제시함으로써 빅데이터 보유사업자가 빅데이터로 인해 취득한 경쟁상의 우위가 경쟁사업자의 입장에서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수준인지를 고려하여 경쟁제한성을 판단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결합 이후 정보자산 접근 제한 등으로 인하여 경쟁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지 여부’도 고려되는데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제한 문제를 경쟁제한성 판단의 기준으로 규정한 점에도 의미가 있음. 단 이 문제 또한 경쟁제한성에 관한 일반적 판단기준이 아닌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부문에서 고려한 한계는 있다. 한편, ‘ 결합당사회사가 정보자산의 수집·관리·분석·활용 등과 관련한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등 비가격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여부’를 제시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서비스품질의 일종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는 한편, 기업결합이 이들 서비스품질을 중심으로 한 비가격경쟁을 저해하는지를 경쟁제한성의 판단요건으로 추가하였다. 경쟁당국이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경쟁법적 고려대상으로 포함시킨 점에 의미가 있다.
아울러 시정조치로서는 공정거래법 제16조 제8호(기타 법위반상태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통해 제3자에 대한 데이터 매각 또는 접근권 허용의 조치가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46)
최근 공정위가 기업결합신고관련 시행령상의 기준 개정을 추진하면서 거래금액 내지 인수가격을 고려키로 한 점도 정보자산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기업결합신고기준과 관련하여 일찍이 매출액이나 자산총액 외에 거래규모를 규정한 미국의 클레이튼법(Clayton Act 혹은 (Hart-Scott-Rodino Antitrust Improvement Act)47)과 최근 이를 추가한 독일의 2017년 경쟁제한금지법(Gesetz gegen Wettbewerbsbeschräkungen; GWB)48), 오스트리아의 2017년 연방카르텔법(Kartell-und Wettbewerbsrechts -änderungsgesetz, KaWeRÄ)49)상의 유사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같은 조치는 타당한 시도로 평가된다. 거래금액에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포함될 것이므로 시장점유율이 크지 않은 피취득기업이더라도 그 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의 존재 및 경제적 가치가 기업결합 신고단계에서 노출 및 검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향후 정보화된 시장환경에서 빅데이터로 인한 경쟁제한의 가능성이 한층 제고될 것으로 전제한다면 빅데이터 내지 정보자산의 규모 또한 신고대상으로 포섭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도 있겠으나, 아직 사례와 법리가 축적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거래금액이라는 간접적 지표를 통해 빅데이터의 존재 및 가치를 포섭하는 방식에 타당성이 인정된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경쟁법보다는 소비자보호법이나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호법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보편적 시각이다. 기존의 개인정보 및 소비자 관련 법제만으로도 프라이버시 보호 및 남용 통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 보호 수준이 질적인 경쟁수단의 하나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경쟁정책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되,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호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쟁당국은 모두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이슈 자체는 경쟁법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왔으며, 법원도 경쟁법의 범위가 경쟁 상황에 미치는 영향으로 제한되고 도덕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는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50) EU 역시도 같은 입장인데, EU사법재판소는 Asnef-Equifax 사건51)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적 이슈들 모두가 경쟁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보호 관련 규범의 적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고 EU집행위원회 Google/DoubleClick 사건52)과 Facebook/WhatsApp 사건53)에서 이 점을 재확인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조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기존 경쟁법의 기본적인 원칙은 동 이슈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전술한 바와 같이 프라이버시 보호는 일종의 비가격경쟁 내지 품질 경쟁(competition on quality)의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으므로54) 기업결합이나 기타 배제적 행위를 통하여 프라이버시 보호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경쟁법상 문제로 삼을 수 있음에는 의문이 없다. 이 점은 주요국의 규제동향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2010년 개정된 미국의 수평합병가이드라인(Horizontal Merger Guidelines)에서는 “합병으로 강화된 시장력이 가격 이외에 제품 품질의 저하, 제품 다양성의 감소, 서비스 저하, 혁신 저해 등의 비가격조건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규정함으로써,55) 비록 프라이버시 침해 자체를 명시적으로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를 기업결합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 포섭할 수 있는 규범적 공간은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다. 영국의 경쟁시장청(CMA) 역시도 2015년 보고서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 경쟁법에서 고려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업들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소비자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에 관해 경쟁하지 않는 시장에서 경쟁제한의 우려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경쟁의 부재는 해당 데이터 시장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암묵적 가격이 불분명한 경우, 소비자가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정도를 개선시키도록 할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56)
이처럼 데이터 보호경쟁이 비가격적 서비스품질 경쟁의 일환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면 그 경쟁이 완화되어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이 제고되는 문제 역시 경쟁법적 측면에서 조망해야 할 사안이라는 논리도 일응 성립이 가능하다. 다만,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의 증가는 빅데이터의 보유 여부나, 데이터 규모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비가격경쟁의 약화를 유발하는 일반적인 시장집중 현상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보유 데이터의 증가를 유발하는 행위, 예컨대 빅데이터 거래나 빅데이터 보유기업과의 결합 행위 발생시에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하겠다.
비록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 개인정보보호를 경쟁법상의 차원으로 포섭한 시도는 발견되지만, 기업결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현상 자체가 경쟁법의 직접적인 관심사항 내지 규율 대상이라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내밀한 개인정보 내지 프라이버시의 수집 행위는 이미 데이터 및 개인정보보호 법제의 적용범주 내에 위치해 있으므로 프라이버시의 침해 행위도 이들 법제에 의해 촘촘히 구비된 사전 내지 사후적 통제규정들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단, 정보를 보유한 기업들간의 결합 행위로 인해 급증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근접 규범을 발굴해야 한다면 그 규범의 하나로 경쟁법을 고려하는 것은 예견가능한 일이며 그와 관련한 경쟁법의 관할권 또한 일정부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즉 프라이버시 침해 행위에 대한 사후적 규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비가격 서비스경쟁의 저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 경쟁법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목적조항에서 소비자보호를 궁극적 목적의 하나로 제시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를 보다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입장에서는 우리 법상 이런 목적 조항상의 표현을 법적 근거로 활용할 유인과 여지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경쟁법적 관점에서 정보제공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침해에 대한 규제 차원이 아닌 보호경쟁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포섭 가능한 사안이다. 개인정보보호의 경쟁 환경을 보호, 유지하는 것은 경쟁법과 경쟁당국의 소임에 해당하지만, 개별 소비자 내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규제하거나 시정하는 역할은 소비자보호법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여 수집 및 관리주체가 확대되면, 그만큼 개인정보의 침해가능성도 커지는 상충 현상이 발생하므로 개인정보주체로서 경쟁당국의 역할에 이 점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Ⅴ. 맺으며
빅데이터가 시장과 경쟁, 그리고 소비자와 프라이버시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전망은 매우 다양하고도 때로는 상반되어 나타난다. 경쟁법 지평이 개인정보보호 등 새로운 지대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수렴될지도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단,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하든 이 새로운 정보환경 하에서 제기되는 경쟁법상의 기준이 이전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빅데이터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논점은 기업결합에 집중되어 있지만 시장지배적 지위로 인한 배제 및 착취남용의 가능성과 불공정거래행위 및 약관에 대한 규제로의 포섭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빅데이터의 존재는 이미 현행 법제(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내에서 인식되어 있으나 이직은 지엽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관련 규범 내의 정합성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법령의 해석상으로도 그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지도 모호한 점이 있다. 그 점에서 정보화시대의 전개 양상과 발전 속도에 따라 빅데이터 관련 기준의 개발 과 관련 법제의 정비가 향후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