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프랑스에서는 증거방법으로서 선서를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제에서는 민사소송법에서 증인의 선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민사소송법 제320조), 프랑스에서는 민법 중 특히 채권법에서 증거방법으로서의 선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선서’는 자칫 증인의 증언 시 선서의무와 오해될 여지가 있으나, 프랑스에서는 일정한 직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선언할 경우의 ‘약속 선서(serment promissoire)’와 증거방법으로서의 ‘재판상 선서(serment judiciaire)’를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선서’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민사소송법에서 말하는 선서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 민사소송법에서와 유사한 개념의 선서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이를 약속 선서라고 하여 용어를 달리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의무의 주체도 우리 법과 상이하다. 이 글에서는 선서 중 증거방법으로서의 ‘재판상 선서’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 민사소송상 증거절차, 특히 증거의 재판상 제출에 대하여는 민사소송법(Code de procédure civile)이 규율하고 있는 반면, 증거방법에 관하여는 민법(Code civil) 제3권(Livre III) 제4편의2(Titre Ⅳ Bis)에서 ‘채무의 증거’라는 표제 하에 증거종류에 따른 증거능력과 증거의 여러 방식을 다루고 있다. 그 중 증거의 여러 방식을 다루고 있는 제3장(Chapitre III)에서는 서면에 의한 증거(la preuve par écrit, 이하 ‘서증’이라 함)(제1절), 증인(제2절), 재판상 추정(제3절), 자백(제4절) 및 선서(제5절)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민사소송에서는 법률의 규정이 다르게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증거는 모든 방법으로 제출될 수 있다고 하여(프랑스 민법 제1358조) 증거자유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채권법에 관한 제3권에서는 특히 채권이나 채무의 증거와 관련하여 서증우선의 원칙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법률사실’의 경우에는 모든 종류의 증거에 대해 증명력을 인정하지만, ‘법률행위’에서는 이와 달리 ‘채무’에 대한 증거방법은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제한된 방식에 의할 때에만 그 증명력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는 증거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된다.1) 예컨대, 데크레(décret)2)가 정한 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이나 가액에 관한 법률행위는 사서증서 또는 공정증서에 의해서만 증명될 수 있다거나, 일정한 법률행위를 성립시키는 문서에 대항하거나 추가적인 법률행위를 주장하기 위하여는 다른 공정증서 또는 사서증서에 의해서만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는 프랑스 민법 제1359조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서면의 확보가 사실상 또는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나 불가항력에 의해 서면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예외이다(프랑스 민법 제1360조). 이러한 규정은 증거방법을 엄격하게 한정함으로써, 사후의 입증곤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다.
한편, 증거방법 중 문서는 재판상 자백,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 또는 다른 증거로 보충된 서증의 단서(commencement de preuve par écrit)3)로 대체될 수 있다(프랑스 민법 제1361조). 여기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 또한 증거방법으로서의 선서 중 하나이다.
Ⅱ. 재판상 선서 개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프랑스 민법 제4편의2 제3장 제5절은 증거방법으로서의 선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본절에서 말하는 선서는 재판상 선서(serment judiciaire)로서, 당사자 중 일방이 법원 앞에서 일정한 형식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한다. 이는 재판관, 변호사, 집행관, 공증인 및 일정한 직위의 공무원 등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선언하는 약속 선서(serment promissoire)와 구별된다. 종래 선서가 주로 종교적인 측면에서 활용되었다는 점, 실무상 이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4)에서 프랑스 민법 개정 논의 당시 선서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여야 한다는 견해 또한 유력하였으나,5) 엄격한 형식 및 절차에 따른 증거방법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 기존의 증거방법에 영향을 주지 않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2016년 채권법의 다른 부분이 전반적으로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서에 관한 절은 그 내용을 개정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민법은 특정한 경우에는 서증만을 인정하는바(프랑스 민법 제1359조), 그러한 경우 당사자의 진술이나 제3자의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자백이나 이 글에서 살펴볼 재판상 선서의 경우에는 당사자나 제3자의 진술과 같은 증언증거가 배제되는 상황에서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당사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하여 필요한 사실이나 행위를 증명하여야 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9조). 따라서 원칙적으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자는 그 채무의 존재를 증명하여야 하며, 면책을 주장하는 자는 그 채무의 변제 등 소멸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프랑스 민법 제1353조). 다만 당사자가 주장한 증거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게 달려있다.6)
누구나, 즉 당사자 뿐 아니라 관련된 제3자 또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하여 법원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러한 협력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의무이행이 강제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이행강제금(astreinte)7) 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0조). 만약 당사자가 증거조사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이러한 당사자의 회피나 거부를 참작하여 소송의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1조 제1항).
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는 법이 달리 정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그 방식의 제한이 없으며(프랑스 민법 제1358조), 당사자가 프랑스 민법 제1341조를 근거로 법원에 대하여 상대방이 신청한 증인을 불허할 것을 요구한 경우에는 서증은 증인증거에 앞선다.8)9) 프랑스 민사소송법에서는 제1권(Livre Ier) 제7편(Titre Ⅶ)에서 증거의 재판상 제출(L’administration judiciaire de la preuve)을 다루고 있다. 증거를 인정받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는 타방 당사자에게 증거서류(pièces)10)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증거서류의 제공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32조).
한편, 당사자는 법원으로부터 출석명령을 받아(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84조), 서면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술하는 것이 가능한데(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91조), 법원은 당사자들의 진술, 당사자 중 일방의 불출석 또는 진술거부를 서증의 단서와 동일하게 보아(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98조) 이를 근거로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서면증거(preuve littérale)와 증언증거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프랑스 민법 제1359조가 규정한 경우와 같이 일정한 경우에는 서면증거만이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자백(aveu)과 선서(serment)는 증거방법으로서 인정된다. 자백에 관하여는 프랑스 민법 제4편의2 제3장 제4절(프랑스 민법 제1383조부터 제1383조의2까지)에서, 선서에 관하여는 같은 장 제5절(프랑스 민법 제1384조부터 제1386조의1까지)에서 각각 다루고 있는바, 이 글에서는 선서에 초점을 맞추어 프랑스 민법의 편제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Article 1384 Le serment peut être déféré, à titre décisoire, par une partie à l'autre pour en faire dépendre le jugement de la cause. Il peut aussi être déféré d'office par le juge à l'une des parties.
제1384조 선서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대상판결이 선서의 내용에 따르도록 재판종결을 위한 방편으로 요구할 수 있다. 선서는 또한 법원이 직권으로 당사자들 중 일방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재판상 선서(serment judiciaire)는 일방 당사자 또는 법원이 타방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한편,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주장이 진실함을 입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선서는 허용되지 않는다.11) 프랑스 민법 제1384조에서는 재판상 선서를 다루고 있는바, 전문은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serment décisoire)를, 후문은 직권에 의한 선서(serment défére d'office)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이하의 제4편의2 제3장 제5절 제1부속절에서, 보충적 선서는 같은 절 제2부속절에서 다루고 있는데, 프랑스 민법 제1384조는 이에 대한 예고적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4조 전문에서 규정하는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요구하거나 반대요구하는 선서를 가리키고, 후문에서 규정하는 법원의 직권에 의한 선서는 법원의 직권에 의해 당사자가 행하는 선서를 가리킨다. 법원의 직권에 의한 선서는 보충적으로만 활용되는데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연속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선서를 요구하기에 앞서서, 법원이 선제적으로 당사자들 중 일방에게 선서를 요구할 수 없다. 우선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선서를 요구하거나, 그 타방당사자가 원래 선서를 요구했던 당사자에게 반대요구할 것을 기다리되, 이러한 선서의 요구 또는 반대요구가 없는 경우에 법원이 전면에 나서서, 당사자들 중 일방에게 선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상 선서는 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7조 이하의 절차에 따라 하여야 한다. 프랑스 민법 제1384조 전문과 후문은 각각 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7조 제1항 및 제2항에 대응한다. 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7조 제1항은 선서의무 있는 당사자는 선서를 통해 사실관계를 진술하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를 요구할 경우, 그러한 요구를 받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선서의무가 있음을 기술한 것이다. 다만,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선서를 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오히려 이는 타방 당사자의 개인적인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쌍방 당사자에게 공통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에게 선서를 반대로 요구할 수도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은 선서가 허용될 수 있는 경우 이를 명하며, 선서를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를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 민법 제1384조 후문의 직권에 의한 선서를 말한다. 여기서 법원이 선서를 요구할 것인지 여부 및 선서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그대로 재판의 결과에 반영할지 여부는 법관의 재량사항이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법원의 직권에 의한 선서는 그 효력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이를 요구받은 당사자가 선서를 할 경우 선서를 한 당사자의 이익이 되며,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가 선서를 하지 않은 경우 선서를 요구한 당사자의 이익이 된다. 이에 따라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일방의 이익이 되어 소송을 종결하는 효력이 있으며, 청구의 당부 판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12) 반면,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선서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재량적 판단의 여지를 갖는다.
프랑스 민법 제1383조 제1항에 따르면 자백은 자신에게 법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진술이다. 따라서 그러한 진술로써 불리한 법적 결과가 초래되는 자만이 자백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구입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회사에서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진술은 제조사를 구속하지 않는다.13) 또한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 피성년후견인의 자백이 될 수 없고,14)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 미성년자의 자백이 될 수 없다.15) 다만, 자백은 재판상 또는 재판외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프랑스 민법 제1383조 제2항), 당사자로부터 자백의 권한을 위임받은 특별대리인은 법원에서 재판상 자백을 할 수 있다(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1항).
재판상 자백은 당사자 또는 당사자의 특별대리인이 법정에서 행한 진술인바(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1항), 재판상 선서는 당사자 또는 당사자의 법정대리인이 법정에서 행한 진술이라는 측면에서 재판상 자백과 유사하다. 재판상 자백은 자백한 자에 대하여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며, 자백한 자의 의사에 반하여 분할되어 사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2항·제3항), 사실의 착오를 제외하고 철회할 수 없다(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4항). 따라서 효력의 측면에서도 당사자가 다른 사실을 주장할 수 없고 법원이 그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 원칙적으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하에서 살펴볼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재판상 자백은 이를 한 자에게 불리하게 증명력이 있는 데 반해(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2항),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실질적으로 이를 행하는 자에게 유리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III.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
Article 1385 Le serment décisoire peut être déféré sur quelque espèce de contestation que ce soit et en tout état de cause.
제1385조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어떠한 종류의 분쟁이나 어떠한 사유의 경우에도 요구될 수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5조 및 이하의 제1385-1조는 증거의 여러 방법 중 하나로서, 그리고 민사소송 절차의 일부로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5조는 개정 전 규정에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분쟁의 종류나 유형을 불문하고 어떠한 사유의 경우에도 요구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소송의 본질, 소송물의 물권성 또는 채권성이나 분쟁의 중요성과 무관하게 요구될 수 있다. 또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항소심에서도 요구될 수 있다.16) 그러나 당사자 개인이 처분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한 것이나, 임대차계약(프랑스 민법 제1715조)과 같이 법률이 규정한 특정한 경우에는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를 요구할 수 없다.
프랑스 민법 제1385조의 문언만을 볼 경우 선서는 사전적인 증거를 요구하지 아니하며, 절차 중 언제라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는 다른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에도 타방 당사자에게 선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자칫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실무에 있어 법원은 선서가 용인될 수 있는 경우 그 선서를 명하고, 그에 따라 인정되는 관련 사실로써 청구의 당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법원이 일방 당사자의 선서 요구에 대해 허가를 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317조의 해석을 우선시하여, 해당 시점에 요구된 선서가 판결의 결론 내지 이유를 제시하는지 여부에 따라 법원이 선서의 필요성을 판단한다고 판시하였다.17)
Article 1385-1 Il ne peut être déféré que sur un fait personnel à la partie à laquelle on le défère.
Il peut être référé par celle-ci, à moins que le fait qui en est l'objet ne lui soit purement personnel.
제1385-1조 ①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요구를 받은 당사자의 개인적 사실에 대하여만 요구될 수 있다.
②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그 대상이 된 사실이 요구받은 자에게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 아닌 한, 그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반대요구할 수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5-1조는 민사소송에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개정 전 제1359조와 제1362조를 결합한 것이다. 선서는 요구받은 당사자의 개인적 사실의 영역에 제한되어야 한다(프랑스 민법 제1385-1조 제1항). 개정 전 프랑스 민법의 경우 선서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 당사자 쌍방에 관한 것일 것을 요건으로 하였으나, 개정을 통하여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의 개인적 사실과만 관련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만약 일방 당사자가 요구한 선서의 내용이 타방 당사자에게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 아닐 경우, 예를 들어 선서를 요구한 자의 개인적 사실과 관련되는 것이거나 심지어 선서를 요구한 자와 요구받은 자의 쌍방 당사자에게 공통되는 것일 경우, 그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는 처음 선서를 요구하였던 자에게 반대로 선서를 요구할 수 있다(프랑스 민법 제1385-1조 제2항).
선서는 당사자가 직접 겪은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없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7조).18) 따라서 상속인이라고 하더라도 피상속인이 체결한 계약에 기한 채무의 존부에 대하여 선서할 수 없다.19) 소송대리인은 특별한 수권을 받지 않는 한 선서를 할 수 없으나(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22조), 법정대리인은 선서를 할 수 있다고 본다.20) 이는 선서가 원칙적으로 개인적인 사실에 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21)
Article 1385-2 Celui à qui le serment est déféré et qui le refuse ou ne veut pas le référer, ou celui à qui il a été référé et qui le refuse, succombe dans sa prétention.
제1385-2조 선서를 요구받은 자가 선서를 거부하거나 선서를 요구한 자에게 반대요구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또는 선서를 반대요구받은 자가 선서하기를 거부한 경우 각각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
프랑스 민법 제1385-2조는 당사자가 요구받거나 반대요구받은 선서를 거부할 경우의 효과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우선 선서를 요구받은 자가 선서하기를 거부한 경우, 선서를 요구받은 자의 해당 사실과 관련된 주장은 인정하지 않는다.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선서를 요구한 자에게 선서를 반대요구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선서를 반대요구받은 자의 행동에 따라 당사자 주장의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즉, 선서를 반대요구받은 자가 선서하기를 거부한 경우 선서를 반대요구받은 자, 즉 최초에 선서를 요구한 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본다.
프랑스 민법 제1385-2조로 인하여 그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게 된 당사자는 자신이 선서하지 못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간접적으로 선서에 증명의 효과가 있음을 규정하는 것이다..
선서는 주장된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 당사자 중 한 편이 선서하도록 함으로써 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① 진실하게 선서를 하거나 위증의 위험을 감수하고 거짓으로 선서를 함으로써 재판을 종결시킬 수 있다. 또는 ② 선서하기를 거부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③ 상대방에게 선서를 반대요구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선서를 반대요구할 경우, 최초 선서를 요구하였던 자는 그러한 반대요구에 따라 자신이 선서를 하거나 선서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택하여야 하며, 그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좌우된다.22)
Article 1385-3 La partie qui a déféré ou référé le serment ne peut plus se rétracter lorsque l'autre partie a déclaré qu'elle est prête à faire ce serment.
Lorsque le serment déféré ou référé a été fait, l'autre partie n'est pas admise à en prouver la fausseté.
제1385-3조 ①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를 요구하거나 반대요구한 당사자는 다른 당사자가 그 선서를 할 준비가 되었음을 진술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철회할 수 없다.
② 요구되거나 반대요구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가 이루어진 경우, 다른 당사자는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하지 못한다.
프랑스 민법 제1385-3조는 선서의 집행력이 절대적임을 규정한 것으로서, 개정 전 제1363조와 제1364조를 결합한 것이다.
프랑스 민법 제1385-3조 제1항은 선서를 요구하거나 반대요구한 경우, 그 철회의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즉, 선서를 요구하거나, 선서를 요구받은 자로서 타방당사자에게 반대요구한 경우, 그러한 선서를 요구받거나 반대요구받은 자가 해당 선서를 할 준비가 되었음을 진술하기 전까지만 그러한 요구 또는 반대요구를 철회할 수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5-3조 제2항은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가 이루어진 경우, 다른 당사자는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당사자’라 함은 선서를 요구하거나 반대요구한 자를 말한다. 이는 당사자 자신이 상대방에게 선서를 요구 또는 반대요구한 후에, 그 선서의 내용과 반대되는 사실을 주장하거나 증명하지 못함을 말한다. 즉,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가 이루어진 경우 그 선서의 내용은 사실로 간주되어 소송을 실질적으로 종료하는 효과가 있으며, 선서의 내용인 사실에 대하여 법원은 모든 재량을 잃게 된다.23)
Article 1385-4 Le serment ne fait preuve qu'au profit de celui qui l'a déféré et de ses héritiers et ayants cause, ou contre eux.
Le serment déféré par l'un des créanciers solidaires au débiteur ne libère celui-ci que pour la part de ce créancier.
Le serment déféré au débiteur principal libère également les cautions.
Celui déféré à l'un des débiteurs solidaires profite aux codébiteurs.
Celui déféré à la caution profite au débiteur principal.
Dans ces deux derniers cas, le serment du codébiteur solidaire ou de la caution ne profite aux autres codébiteurs ou au débiteur principal que lorsqu'il a été déféré sur la dette, et non sur le fait de la solidarité ou du cautionnement.
제1385-4조 ①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이를 요구한 자, 그의 상속인 및 승계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증거로 쓰인다.
② 연대채권자 중 1인이 채무자에게 요구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그 연대채권자의 향유부분에 한하여 채무자를 면책시킨다.
③ 주채무자에게 요구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보증인도 면책시킨다.
④ 연대채무자 중 1인에게 요구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공동채무자의 이익이 된다.
⑤ 보증인에게 요구된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주채무자의 이익이 된다.
⑥ 제4항 및 제5항의 경우에, 공동연대채무자 또는 보증인의 선서는 그것이 연대 또는 보증의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고, 채무에 관하여 요구되었을 경우에 한하여 다른 공동채무자 또는 주채무자의 이익이 된다.
프랑스 민법 제1385-4조는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개정 전 제1365조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원칙적으로 상대적인 효과만 있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1항). 구체적으로는 선서를 요구한 자, 그의 상속인 및 승계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원에서 사실인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가 된다. 다만 실제에 있어서는, 선서는 이를 행하는 자에게 유리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자백과 반대의 효과를 갖는다.24) 유의할 점은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경험적 사실에 대해 선서할 수는 없지만, 피상속인이 선서한 사실은 상속인에게도 그대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연대채권자 중 1인이 채무자에게 선서를 요구한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 채권의 해당 지분에 대한 처분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신 외의 다른 연대채권자의 향유부분에 대하여는 채무자를 면책시킬 수 없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2항).
다만,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관계에 있어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이 그대로 적용되어 주채무자가 선서를 하여 주채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보증채무도 존속할 수 없으므로 보증인도 면책된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3항). 특이한 점은 보증인이 선서를 할 경우에도 주채무자의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5항). 또한 연대채무에서 연대채무자 중 1인이 선서를 한 경우 원칙적으로 모든 연대채무자를 위한 이익이 된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4항). 즉, 보증인이나 연대채무자와 같이 채무자 측이 선서를 한 경우에는 주채무자와 다른 연대채무자 등 채무자 전체에게 유리한 증거가 된다. 유의할 점은 연대채무자나 보증인이 선서한 경우 그 선서가 다른 연대채무자나 주채무자의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선서의 내용이 채무 자체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프랑스 민법 제1385-4조 제6항). 그러므로 보증인이 주채무의 존부나 액수에 관하여 선서한 경우에 한하여 주채무자의 이익이 되며, 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무의 존부나 액수에 관하여 선서한 경우에 공동채무자의 이익이 된다. 따라서 공동연대채무자가 자신이 연대채무를 부담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선서한 경우나, 보증인이 자신이 해당 채무를 보증하였다는 사실을 선서한 경우에는 다른 연대채무자나 주채무자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25)
Ⅳ. 직권에 의한 선서
Article 1386 Le juge peut d'office déférer le serment à l'une des parties.
Ce serment ne peut ê̂tre référé à l'autre partie.
Sa valeur probante est laissée à l'appréciation du juge.
제1386조 ① 법원은 당사자들 중 1인에게 직권으로 선서를 요구할 수 있다.
② 그 선서는 다른 당사자에게 반대요구될 수 없다.
③ 그 선서의 증명력은 법원의 평가에 따른다.
Article 1386-1 Le juge ne peut déférer d'office le serment, soit sur la demande, soit sur l'exception qui y est opposée, que si elle n'est pas pleinement justifée ou totalement dénuée de preuves.
제1386-1조 법원은 청구나 그에 대항하는 항변이 전적으로 정당화되지 않거나 증거가 완전히 결여된 것이 아닌 경우에만 직권으로 선서를 요구할 수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6조 및 제1386-1조는 직권에 의한 선서를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민법 제1386조는 선서가 법원에 의해 직권으로 요구될 수 있다는 프랑스 민법 제1384조 후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서, 개정 전 제1366조와 제1368조를 결합하여 규정하고 있다.
직권에 의한 선서는 ① 법원이 그 선서에 따라 당부 판단을 정하거나,26) ② 이미 청구의 당부 판단은 정한 상태에서, 즉 채권 내지 채무 자체는 존재한다고 인정한 상태에서 채권액 내지 채무액을 정할 때에 활용될 수 있다.27) 직권에 의한 선서는 법원이 민사소송 절차의 전면에 나서서 소송의 신속을 도모하기 위해 증거방법으로서 선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소송경제 추구 의무(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47조)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민법 제1386-1조는 직권에 의한 선서가 요구될 수 있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청구원인이나 항변이 이미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된 경우 법원은 선서를 요구할 수 없다. 청구나 항변이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직권에 의한 선서를 요구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 직권에 의한 선서만으로 일정한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28) 직권에 의한 선서는 보충적인 역할만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일정한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직권으로 선서를 요구하는 것을 정당화하여야 한다.29)
프랑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선서를 명하는 판단에는 선서가 행해질 일시 및 장소를 정하고, 선서의 내용으로서 밝히고자 하는 점을 명확히 할 뿐 아니라, 허위로 선서를 할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이 명시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9조 제1항). 또한 당사자가 선서를 거부하거나 포기할 경우 그 당사자의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도 명시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9조 제2항). 이러한 판단의 내용은 선서의무 있는 당사자에게 통지됨이 원칙이고, 경우에 따라 그 대리인(mandataire)에게도 통지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19조 제3항).
직권에 의한 선서를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사항이다. 법원의 선서 요구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해당 심급에서의 판단이 최종적이며, 당사자는 법원이 직권에 의한 선서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상소할 수 없다.
법원은 직권에 의한 선서를 요구할 당사자를 재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프랑스 민법 제1386조 제1항).30) 직권에 의한 선서의 상대방은 반드시 당사자 중 일방에 한하므로, 법원은 쌍방 당사자에게 공동 선서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이 양 당사자에게 직권에 의한 선서를 순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선서는 당사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여 행하며(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21조 제1항), 해당 법원에 당사자가 출석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건은 선서를 위해 정해진 법원으로 이송되거나, 공증인(greffier)의 도움을 받거나, 당사자의 거소(résidence)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이송될 수 있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21조 제2항). 모든 경우에 있어 선서는 상대방 당사자 또는 출석요청받은 당사자가 있는 경우에 행해진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321조 제3항). 이는 상대방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직권에 의한 선서는 선서의 내용에 따른 사실이 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서의 내용에 따른 사실의 취사 여부 및 증명력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선서의 내용을 듣고 이에 대해 적절한 항변이나 주장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직권에 의한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 뿐 아니라 그 상대방 당사자가 출석할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선서를 요구받은 일방 당사자는 자신이 선서를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을 뿐, 타방 당사자에게 선서를 반대요구할 수 없다(프랑스 민법 제1386조 제2항). 앞서 본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그 선서의 내용이 되는 사실이 상대방 당사자에게도 공통된 것이거나 상대방 당사자에게 개인적인 것인 경우 선서를 반대요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선서를 요구받은 당사자는 선서의 반대요구권을 가지지 않는다.
당사자의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가 없는 경우, 법원은 재량에 따라 당사자들 중 일방에게 선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선서의 증명력 또한 법원의 재량판단에 따른다(프랑스 민법 제1386조 제3항). 선서의 증명력에 대하여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선서의 내용이 재판상 하나의 증거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직권에 의한 선서는 보충적 선서(serment supplétoire)라고도 불리우며, 이 점에서 재판종결의 효과를 가져오는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구별된다.31) 직권에 의한 선서는 소송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불완전한 증거의 형태로 활용될 수 있을 뿐이다.32)
Ⅴ. 선서의 종류에 따른 비교
이상과 같이 살펴본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직권에 의한 선서 모두 ① 선서의 내용은 요구받은 자(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반대요구받은 자 포함)의 개인적 사실 또는 쌍방의 공통된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② 원칙적으로 당사자 본인만 선서를 할 수 있다. ③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선서를 할 수도 있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선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서를 하지 않은 경우 불이익은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 직접적 효과가 되고,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로서 고려되는 효과가 된다. 또한 ④ 만약 허위로 선서한 경우 형사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
한편,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와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① 요구권자 내지 주체가 상이하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일방 당사자가 되나, 직권에 의한 선서는 법원이 요구하는 것이다. ② 요구시기에 있어서도 직권에 의한 선서는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에 대하여 보충적으로만 요구된다. ③ 증명력의 측면에서 볼 때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는 선서의 내용인 사실에 구속되나, 직권에 의한 선서는 법원이 선서의 내용과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④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선서를 요구받거나 반대요구받은 자가 해당 선서를 할 준비가 되었음을 진술한 후에는 선서의 요구 내지 반대요구를 철회할 수 없다. 한편, 직권에 의한 선서에서는 철회의 개념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⑤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선서를 요구받은 자는 그 내용을 선서할 수도 있고, 선서하기를 거부할 수도 있으며, 선서의 내용인 사실이 타방 당사자의 개인적 사실에 관한 것이거나 공통된 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반대요구하는 것도 가능한 반면,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법원에 의해 지목된 당사자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선서를 반대요구할 수 없다. ⑥ 재판종결을 위한 항소의 경우 원칙적으로 그에 대하여 항소할 수 없으나,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본안에 대한 재판과 별도로 항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상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Ⅵ. 우리 법과의 비교
우리나라의 민사소송 절차에는 프랑스 민법에서의 재판상 선서와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만 프랑스 민법에서 재판상 자백 또한 재판상 선서와 같이 증거방법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를 우리 민사소송에서의 재판상 자백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재판상 자백이라 함은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송당사자가 소송행위로서 자기에게 불리한 상대방의 주장사실을 시인하는 진술을 말한다.33)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상 자백을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프랑스에서와 달리,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판상 자백의 기능과도 연관되는 측면인데, 재판상 자백과 재판상 선서를 모두 증거방법의 일종으로 보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상 자백을 소송행위로서의 진술로 보기 때문에 자백은 변론의 내용이 된다. 그 성격과 관련하여서는 상대방의 증명책임을 면제해주고 자신의 방어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 또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 재판의 기초로 삼고자 하는 의사표시라고 보는 견해(의사표시설)도 있으나, 단지 상대방의 주장사실이 진실이라는 지식의 보고에 그친다고 보는 견해(사실보고설)가 통설이다.34)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상 자백을 소송행위로 보기 때문에, 재판상 자백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소송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편, 프랑스에서 재판상 자백은 당사자 또는 당사자로부터 자백의 권한을 위임받은 특별대리인이 할 수 있는 반면(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1항), 재판상 선서의 경우 법정대리인도 할 수 있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자백의 대상이 되는 사실은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주요사실에 한하며, 간접사실과 보조사실에 대해서는 자백이 성립하지 않는다.35) 다만, 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자백은 보조사실이나, 그 자백의 취소에 관하여는 주요사실의 자백취소와 동일하게 처리한다.36) 한편, 자백이 상대방의 주장과 완전히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자백의 가분성(可分性)이 인정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진술의 취지에 결론적으로 반대하여도 그 일부에 대해서는 일치한 진술을 하는 경우(이유부 부인)나, 상대방의 진술을 긍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별개의 사실을 부가하여 항변하는 경우(제한부 자백)에도 일치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자백이 성립한다.
그러나 프랑스 민법상 재판상 자백은 그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분리될 수 없다(프랑스 민법 제1383-2조 제3항). 프랑스 법원은 자백의 내용에 대해 재량판단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당사자의 진술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민사소송법 뿐 아니라 프랑스 민법상 재판상 자백 모두 자백한 사실은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며, 법원은 이를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 자백은 당사자를 구속하기 때문에, 자백이 성립하면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자백이 되는 진술을 철회할 수 없음도 같다.
한편, 프랑스 민법상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법원의 사실인정권이 배제되는 점은 재판상 자백과 동일하나,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그 증명력 판단은 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다. 직권에 의한 선서의 경우 철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아니하나, 재판종결을 위한 선서의 경우 그 선서를 요구하거나 반대요구한 당사자는 다른 당사자가 선서를 할 준비가 되었음을 진술한 경우 더 이상 철회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재판상 자백 및 프랑스의 재판상 선서를 비교한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Ⅶ. 나가며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는 프랑스의 재판상 선서에 대응하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변론기일(우리나라의 경우 변론준비기일을 포함한다)에서의 법률적 사실에 대한 진술이라는 점에서 우리 민사소송법상 자백과 일부 중첩된 영역이 있을 뿐이다.
프랑스 민법상 선서는 법정에서 한 법률사실에 대한 당사자의 진술에 법원이 공적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재판상 선서는 상당수의 경우 선서를 하는 당사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실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자백과 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자백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증명력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으나, 선서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형사적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거짓으로 선서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증명력 부여의 측면에 있어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입장이 있어왔다. 다만 실무에 있어서는 서증우선의 원칙이 강조되기 때문에, 선서가 자주 이용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16년에 프랑스 민법에서 채권법 영역을 전폭적으로 개정하면서도 선서에 관한 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당사자가 한 스스로에 대한 유리한 사실의 진술을 재판의 내용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의 정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외부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프랑스 민법에서 재판상 선서의 개념은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서 변론의 내용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 혹은 어떠한 증거방법을 인정할 것이냐의 측면을 전반적으로 재고해 보는 단초로 삼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