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이하 “CISG”)과 미국통일상법전1)(Uniform Commercial Code, 이하“UCC”) 각각의 흠결보충(gap-filling) 규정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를 통하여 국제조약인 CISG의 흠결보충규정을 정립하고 그 개선점을 찾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법의 흠결 보충규정의 그 기능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흠결보충규정들은 CISG와 UCC가 입안될 당시 각각 동일한 문제점, 즉 법의 흠결시에 보충방법에 관한 규정들이었다. CISG와 UCC가 제정된 계기를 살펴보더라도, 즉 전 세계 또는 미국의 50개 주의 계약법이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라면 각각의 흠결보충규정 역할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2) 따라서 CISG와 UCC의 흠결보충 방법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은 양자의 상호관련성을 비추어 봤을 때 의미 있는 접근방법이다.
법의 흠결은 어느 법 또는 법계에서나 발생하고 이를 위한 나름의 규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해 왔다. 특히 CISG와 UCC와의 비교를 상정하는 것은 CISG와 UCC의 태생적·발전적 유사성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3) 그렇다면 각각의 흠결보충규정 역시 그 발전적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CISG의 흠결보충규정의 조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운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러한 전제 사실(CISG와 UCC의 발전적 유사성)에 대한 증명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며, 이러한 전제가 사실이라면 CISG의 통일적 해석 및 적용이라는 조약 자체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법의 흠결시 적용될 구체적 조문 및 그 운용 관행의 연구를 UCC를 통한 비교법적 관점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앞서 본 많은 이유에서 알 수 있지만, 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4)
이러한 양자의 기능적 비교분석을 통해서 UCC에서 도출되는 흠결보충 원칙에 관한 연구는 CISG가 직면하고, 그리고 직면하게 될 조약의 통일적 해석 및 적용에 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각국 법원에서 CISG 흠결보충이 문제가 된 경우의 구체적 사례를 CLOUT(Case Law on UNCITRAL Texts)를 통해서 살펴보고, CISG의 흠결보충 관행 및 관련 조항을 기초로 내려진 각국 법원판결을 검토하며, 결론적으로 CISG의 흠결보충조항 자체를 보다 명료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UCC 흠결보충 관행 및 관련 판례분석을 통해서 1차적으로 CISG의 동 규정과 비교법적 논의를 진행하며, 특히 UCC의 타주 법원 판결의 신뢰와 관련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국제사회로 넓혀서 CISG의 통일적 해석 및 적용을 위해 CISG 관련 사안에 대해서 확대 적용 가능한지에 대하여 분석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양자의 흠결보충규정 논의를 시작으로 그 보충가능성 논의의 마지막은 CISG 흠결시 보충규범으로 사법통일을 위한 국제협회(UNIDROIT)의 국제상사계약원칙(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이하 “PICC”)을 미국 UCC의 보충규범인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처럼 CISG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Ⅱ. CISG와 UCC의 흠결보충규정
CISG가 발효한지도 3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CISG는 하나의 성공적인 국제협약의 역할뿐만 아니라 동시에 하나의 표준법안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우는 협약의 가입과 동시에 자국의 국내 매매법을 CISG와 유사하게 개정하여 현재까지 운용을 하고 있다.5) 이러한 결과물들은 CISG가 발효할 당시 많은 비관론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제통일법(international uniform law)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오늘날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를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CISG의 성공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CISG를 국가들이 채택하는 행위는 국제통일법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며, 궁극적 목표인 국제물품매매법의 통일적 적용을 위해서는 CISG 제7조 제1항에 따라 통일적 이해, 해석, 그리고 적용이라는 삼단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통일법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6) 이러한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CISG의 흠결시 보충규범에 대한 분석은 중요하며, 더 나아가 현시점에서 CISG 제7조에서 말하는 CISG의 일반원칙을 PICC로 대처할 수 있느냐가 궁극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7) 먼저 각각의 보충규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CISG 흠결보충규정은 구체적으로 제7조 제2항에서 다루고 있는데,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CISG 자체의 규정들로부터 유래하는 일반원칙을 도출하여 사안을 해결하고, 그러한 일반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보충적으로 개별국가의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준거법을 선택하여 해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사법에 의해 국가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하여 흠결을 보충하는 경우, CISG를 적용할 국제적 단일법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각 국가의 국내법원이 그의 경험과 선판례를 기준으로 CISG를 해석 및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유사한 개념의 국내법원 해석원칙을 CISG 사례에 바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고, 더 나아가 국내법 체계 내에서 발전한 선판결에 사실상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CISG 제7조에서 중요한 가치로 표방한 적용상의 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CISG 제7조 제2항은 협약의 적용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해석 및 적용의 원칙을 나타내고 있는데, 소위 말해서 내재적 흠결(internal gap)에 대한 해석규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충적으로 국제사법이 준거법으로 결정한 국가법이 보충적인 판단기준이 된다.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의해 개별국가의 국내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 CISG의 통일적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는 많은 다양한 국가법원의 판결례에서 파악할 수 있다.8)
법률의 흠결은 모든 입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다시 CISG 제7조 제1항에서 의미하는 통일적 적용을 위한 규정들에 관한 연구가 종국적으로 필요하게 되며, 이러한 흠결보충규정에 관한 연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CISG 제7조의 해석을 통해서 동 협약의 궁극적 목적인 국제물품매매에 있어 통일법의 해석 및 적용을 이루고자 한다. CISG의 통일적 적용을 위해서 CISG 제7조의 해석원칙을 좀 더 명확화(clarification) 할 필요가 있다. 각 국가의 CISG에 대한 이해, 해석, 및 적용은 구체적 사례의 판결에서 나타나고 있다.
CISG의 통일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UNCITRAL의 CLOUT에 의해서 관련 외국판례를 정리 및 공개하는 것에 거칠 것이 아니라 국적을 고려하지 않은 규정을 바탕으로 국제기구를 구성하여, 그러한 국제기구 내에 실무작업반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CISG 관련 외국판례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며, 이러한 사후 관리의 절차 및 범위에 대해서는 제도화를 통하여 CISG 적용에 있어 좀 더 명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국가적 선례구속 원칙’(supranational stare decisis)을 확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나, 현시점에서 동 원칙을 국제사회에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국제법의 발전단계 등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동 원칙을 국제사회에서 확립할 수 없다면 좀 더 낮은 단계에서 동 원칙의 적용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CISG의 흠결보충규정이 실제적으로 작동하며, 통일적 적용을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CISG를 통해서 실질적인 국제통일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적용에 있어 실질적이며 또한 높은 수준의 조화(harmonization)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CISG 제7조 제1항의 해석을 근거로 하여 통일적인 이해·해석·적용을 해야 함을 강조하며, 또한 CISG 제7조 제2항을 통해서 내재적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에 그 해석규정을 정리하고, 더 나아가 각 국가의 법원을 통해서 CISG가 실제로 해석·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정지의 ‘국내법체계와 국내법학의 영향’(homeward trend)에 대해서 실증하고 그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CISG 제7조를 제1항과 제2항으로 구분하여, 먼저 제1항은 해석의 기본원칙으로 국제적 성격, 통일화의 목적 및 신의의 증진을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규정흠결에 대비하여 적용되는 해석기준의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UCC의 경우는 특별규정을 두어, UCC 제1-103조는 UCC 내의 개별규정에 달리 정하고 것이 없다면 UCC에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보통법(Common Law)과 형평법(Equitable Law)에 의해 보충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UCC의 경우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의 판례법과 형평법을 보충적 법원으로 사용하고 있다.9) 미국의 각 주들은 판례법들을 법조문의 모습으로 재기록(restate)한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를 두고 있는데, 계약법과 관련해서도 ‘계약법에 관한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 of Contracts)10)를 만들어 이를 활용하여 각 주에서 UCC의 통일적 적용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법률시스템을 좀 더 살펴보면, 미국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공존하는 연방주의라는 특징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법률시스템과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사법(私法)의 경우는 주정부가 제정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계약법이나 상법의 경우는 당연히 주정부에서 제정 및 판단의 권한을 가지므로 각 주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거나, 개별 세부 규정들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상사관련법에서 추구해야 하는 결과의 예측가능성 및 적용의 통일성 측면을 본다면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래당사자들은 거래를 이루는 과정 및 계약의 효력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UCC의 법 창설이념이 이러한 법적 안정성과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는 상당히 위협적인 요소이다. UCC는 거의 연방 상법에 준하는 법 창설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를 무대로 거래를 하는 당사자들은 UCC가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들의 법적 지위는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UCC의 통일적 적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흠결규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 구체적 방법을 살펴보면, 먼저 외부의 법을 적용하는데 따른 거부감으로 인해 유추해석 방법을 사용하고, 그 다음 타주의 비슷한 판결을 신뢰하여 법 적용을 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각 주법원의 판결의 선례구속의 원칙에 대한 영속성을 인정하지 않은 유연한 자세를 취하여 판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11) UCC를 적용함에 있어 동법의 흠결 또는 예측하지 못한 적용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UCC가 추구하는 정책적 목표에 충실한 목적론적 해석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법의 목적에 따라 해석할 의무를 진다.
UCC의 법흠결에 따른 보충방법론은 첫째 UCC의 흠결을 보충하기 위해 ‘외부’ 법률이 아닌 유추해석 방법을 통한 법조문 해석에 충실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둘째 UCC를 채택한 유사한 주(state)의 결정에 의존할 수 있으며, 셋째 UCC 관련 각 주의 결정은 영구적인 선례의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항상 판례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공식 UCC 논평에서 UCC의 조무들은 UCC의 목적과 정책과 일관되게 해석되어야 하며, UCC는 상관행의 확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며, 실제로 각 주 법원은 예견하지 못한 또는 완전히 새로운 상사 관련 사례에 직면했을 때 UCC를 개정하기보다는 UCC 목적 및 정책에 충실한 해석을 통하여 UCC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정 UCC 제1조는 UCC의 규정이나 그 목적과 방침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 발생하는 경우에, 보통법과 형평법이 개입하여 우선적 적용됨을 명시하여 UCC의 흠결보충규정을 명확화 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개정전 제1-103조는 UCC 조항과 보통법과 형평법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였어, 개정 제1-103조12)는 좀 더 명확하게 대체되었다.13)
UCC 제1-103조 공식 코멘트에 의하면, UCC의 중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법 적용을 주문하고 있다. 다만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앞서 보았지만, 법 적용에 있어 UCC가 추구하는 목적과 양립해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에서 이러한 취지로 판결을 하는 경우 대부분 UCC의 중요한 목적을 침해하는 결과에 대해서 법원은 명확한 기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법원은 UCC 관련 적용에 있어 구체적인 개개의 규칙과 원칙에 대한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법 적용을 시도하고, 다만 그러한 특별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UCC가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일반 목적에 따라 법 적용을 한다. 이상과 같이 UCC에서 운용하는 법의 흠결에 대한 대처방법 및 절차를 CISG에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적 내용이다. 국제사회에서 국제계약법으로서의 CISG와 연방주의 국가인 미국에서의 UCC는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UCC의 타주 법원의 판결에 대한 신뢰의 부분은 UNCITRAL에서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인 CLOUT(Case Law on UNCITRAL Texts)를 사용하여 각국 법원의 CISG 관련 외국판결을 참조할 수 있게 하여 상호 일정부분 대비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국제사회에서 외국법원 판결의 신뢰의 문제는 ‘초국가적 선례구속'(supranational stare decisis)의 원칙14)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또한 국제공법상의 국가주권 문제와 관련성이 있어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 까지는 쉽지 않으나, CISG의 통일적 적용 더 나아가 국제계약법의 통일이라는 기능적 접근법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UCC 제1-103조에 의하면, UCC 개별규정에 반하지 않는다면, 흠결은 보통법과 형평법에 의해 보충된다. UCC는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의 미국판례법과 형평법을 보충적 법원으로 사용하고 있다.15) 구체적으로 미국은 Restatement를 활용하여 개별 주에서 UCC가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적용하여 법 적용의 통일을 기하고 있다. UCC 적용에 있어 통일적 적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법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외부법 적용에 따른 거부감으로 인해 먼저 유추해석 방법을 사용하고, 그 다음 타주의 비슷한 판결을 신뢰하여 법 적용을 하며, 마지막으로 각 주법원 판결의 선례구속 원칙에 대한 영속성을 인정하지 않은 유연한 자세, 즉 타주 법원의 판결을 참조 및 인용하는 방법으로 판결한다.
이상과 같이 UCC에서 운용하는 법의 흠결에 대한 대처방법 및 절차를 CISG에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국제계약법으로서의 CISG와 연방주의 국가인 미국의 UCC는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UCC의 타주 법원의 판결에 대한 신뢰의 부분은 UNCITRAL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인 CLOUT를 사용하여 각국 법원의 CISG 관련 외국판결을 상호 참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CISG와 UCC의 운영에 있어 서로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타국 법원판결의 신뢰는 ‘초국가적 선례구속’(supranational stare decisis)의 원칙16)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동시에 국제공법상의 국가주권 문제와 관련성이 있어 쉽지 않은 문제이나,17) CISG의 통일적 적용 더 나아가 국제계약법의 통일이라는 기능적 접근법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CLOUT를 이용해서 각국 법원의 판결례 및 동 원칙의 적용 관행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18)
CISG와 UCC의 비교·분석함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법의 흠결에 관한 방법론을 살펴보았으며, 관련한 이슈로 UCC의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계약법에 관한 Restatement가 보충하는 것으로 간략하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발전적 유사성을 가지는 CISG와 UCC에 대해서 CISG를 보충하는, 즉 UCC의 Restatement와 같은 성격의 보충규범이 국제사회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19) CISG에 의하면 흠결이 발생할 경우, CISG 자체의 내적 규정들에서 나온 일반원칙을 도출하여 1차적으로 해결하는데, 이 일반원칙을 사법통일을 위한 국제협회(UNIDROIT)의 국제상사계약원칙(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의 논의로 귀결되는데,20) CISG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흠결을 보충하는 방법에 관해 UCC의 흠결보충 방법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이는 미국의 Restatement가 사실상 법의 흠결에 있어 보충하는 규범으로 작동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Restatement와 같은 존재를 찾아볼 수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PICC와 Restatement를 유사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둘 다 모두 법(code)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구성은 원문(black letter rule), 유권해석(official comment), 그리고 모범사례(illustrative examples)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실제로 PICC의 개별 조항들은 독립적으로 계약의 당사자들에게서 사용되고 있다.21) 계약의 당사자들은 PICC의 구체적 문항들을 자신들의 계약서에 편입(incorporation)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Restatement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끝으로 PICC를 국제사회의 Restatement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Ⅲ. CISG 흠결 보충규범으로서 PICC
국제거래는 격지거래 그리고 초국경 거래의 특징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통일적인 기준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면 거래의 불명확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증대하여 당사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UNIDROIT는 1994년 장기간의 연구 끝에 UNIDROIT PICC를 공표하여 물품거래를 포함한 모든 국제거래에 적용가능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UNIDROIT PICC는 대륙법, 판례법, 사회주의국가의 법률 등 세계의 주요 법계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특별작업반(special working group)의 성과물이므로, 이는 다양한 법체계에서 존재하는 계약법 원칙을 전체적으로 검토 및 분석하여 국제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라 평가된다. 그 이후 두 차례 개정·보완하여 2010년을 마지막으로 현재 작업을 종결한 상태이다.22) 또한 PICC는 ‘국가법체계에 공통되거나 국제상거래의 특유한 요구에 가장 적합한 계약법원칙의 체계를 나타내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동 원칙들은 비교법적인 방법을 통하여, 법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의 산물임을 강조하고 있다.23)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의 특징은 첫째, 그 대상에 있어 물품매매뿐만 아니라 국제 상사계약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CISG는 ‘물품’(goods)의 국제거래에만 적용되나 UNIDROIT PICC는 모든 대상의 국제거래에 적용할 수 있다. 둘째, CISG와 같은 국제조약이 아니라 하나의 모델법(model law)으로 각국의 국내법으로 입법화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즉 모델법의 국내법화는 철저히 국가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며24), 이는 국제거래에 적용되는 법규의 세계적 통일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도 없기에 당사자가 이 원칙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경우 또는 재판소나 중재에서 이 원칙의 적용을 결정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셋째, UNDROIT PICC의 기술 방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원칙 즉, re-statement 방식이 적용되었다. re-statement 방식이란 최근에 조약, 법률 또는 국제규칙을 제정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단순히 기존의 법률 또는 상관습을 재술(re-state)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률 또는 국제규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치밀하게 준비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관습으로서 정착해 있지 않거나, 기존의 법이론 내지는 사상과 모순점이 있더라도 현재의 관행 또는 관습에 중점을 두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법은 미국법률협회가 제2차 Restatement를 제정할 때 처음 사용되어 졌었다.25)
영미법계의 판례법 흠결보충은 성문법의 흠결보충 방법과 구별된다. 판례법은 전통적으로 판례에서 판례로의 추론 방법을 통하여 법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러한 과정은 기존의 판례를 유추, 확대 및 확장 해석방법을 통해서 과거 사건의 판례를 새로운 사례에 적응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판례에서 도출되는 ‘판결이유’(ratio decidendi)에서 발견되는 근거가 중요한 소재가 되어 이를 직접 적용 또는 확대·유추 적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판례에 적용한다.26) 판례법주의 국가에서 사실상 존재하는 성문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서로 대립하는 견해가 있다.27) 하나는 성문법상의 문언은 단일의 명백한 혹은 사실적 의미로 취급하는 것으로, 이것은 문언에 충실한 해석방법으로 입법자의 의도, 법의 유래나 제정이유 혹은 법정책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정법의 법조문 그 자체는 상대적 중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제정법은 특정한 입법목적이나 제정이유 혹은 실질적 정책의 실행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입법목적이 수단인 법문보다는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이 양극 사이에 물론 수많은 변형이 있을 수 있다.28)
영국의 체계는 제정법의 해석에 있어서 미국보다 더 형식적이어서 보통 법문의 명백한 의미 혹은 문자적 접근에 충실하여, 직접적인 정책이나 입법목적을 고려하지 않는다. 즉 판례법과 다르게 성문법의 제정은 입법부의 권한에 속하는 영역이므로 예외적인 성질을 가지며, 따라서 법문에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좁게 해석한다.
미국은 흠결보충이 영국의 그것보다 실질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성문법에 흠결이 있는 경우 법원의 역할에 대하여도 이론상 견해가 대립한다. 한 견해는 어떤 식이든 흠결보충은 입법부 권한이며, 법의 제정하는 기능을 법원이 직접 수행하는 것은 입법부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즉 흠결보충 방법을 법의 해석이라 가장하고 사실상 입법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흠결보충은 법 개정 효과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비록 흠결이 있는 것이 확실하더라도 법원은 사안을 해결하여야 하는데, 이때에도 법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단순히 해석의 역할을 행하는 조건으로 흠결보충이 허용된다.29) 다른 견해는 법원의 역할은 단순히 입법자의 의도를 확인하고 그 법에 구체적 효력을 부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흠결보충은 오로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법원은 입법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여 흠결을 보충하여야 한다.
실무상으로는 만약 문제된 사안이 그 법규에서 해결되지 못하면, 즉 법률에 흠결이 있으면 그 법률 자체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내적 일반원칙이 아니라 판례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원칙 즉, 외적 일반원칙으로부터 흠결을 보충하여왔다. 이러한 식의 흠결보충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1979년 물품매매법(Sale of Goods Act) 제62조 제2항은 물품매매법의 흠결은 이 법규와 조화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법, 즉 판례법에 따라 보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 통일상법전(Uniform Commercial Code)에서도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30), UCC 제1-103조에 따르면 개별규정으로 부정되지 않는 한 법전의 흠결은 보통법과 형평법에 의해 보충된다.31) 하지만 UCC의 경우, UCC 법문언에 엄격하게 해석하면 UCC의 적용 범위가 좁아져서 흠결이 많아질 수 있어, 이를 다시 많은 부분 판례법에 따라서 보충한다면, UCC가 이루고자 하는 법의 이념 중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여 성문법으로서의 UCC가 이루려고 한 입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32)
한편 CISG의 흠결시 PICC에 의한 보충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논의는 CISG의 통일적 적용 및 해석을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만약 CISG의 흠결을 각국의 국내법으로 해결한다면 통일적 적용의 목적은 이룰 수 없는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 가령 UCC의 흠결을 보통법으로 보충하는 경우 UCC가 추구하는 통일적 법적용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보통법의 원칙이 공통된 뿌리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영미법계 국가를 한정해서 본다면, 미국의 Restatement 같은 형태의 법문서는 법적용의 통일 그리고 법 자체의 통일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로 그 영역을 확대해서 보면, 국제상사거래에 있어 Restatement라 할 수 있는 PICC를 통해서 CISG의 흠결을 보충한다면 이는 법적용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국제판례법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33)
계약의 당사자들은 계약체결 시 준거법을 정함에 있어 자신에게 친숙하거나 유리하다는 이유로 자국의 준거법을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준거법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준거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중립적이라 생각하여 CISG와 같은 국제협약을 지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국제거래 과정에서 당사자들 간의 준거법 협상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적·경제적 낭비를 해소하고, 분쟁 발생 시 법원이나 중재판정부가 준거법으로 지정된 각국의 국내법이나 국제협약에서 발생하는 공백들을 보충해 주고자 UNIDROIT는 PICC를 성안하여 공표한바 있다.
UNIDROIT PICC의 전문(preamble)에서 PICC가 국제상사계약에 적용될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사자들이 그들의 계약이 동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합의한 경우34), 둘째 당사자들이 그들의 계약이 ‘법의 일반원칙’이나 ‘상인법’(lex mercatoria) 등의 적용을 받는다고 합의한 경우, 셋째 당사자들이 그들의 계약에 적용될 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등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더불어 동 원칙은 국제적인 통일규범을 해석 또는 보충하는 경우, 그리고 국내법을 해석하거나 보충하는 경우도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UNIDROIT 원칙이 언급된 각국 법원의 판례 및 국제 중재판정 사례들을 수집⋅게재하고 있는 CLOUT 그리고 UNILEX 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의 국제상사계약에서 동 원칙이 적용되었으며, 이 중 중재판정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재의 경우 비공개되는 부분을 고려한다면 실제 국제상사중재에서 PICC가 실체의 준거법으로 또는 국내법이나 국제적인 통일규범을 해석·보충하는 역할로 원용되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35)
국제거래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PICC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에 중점을 둔다면, PICC의 역할은 거래당사자에게 매우 미미한 것처럼 보이나, 만약 양 당사자가 많은 이유로 준거법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라면 앞서도 보았지만 PICC는 양 당사자의 계약관계에 적용 가능한 법률로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PICC의 이러한 역할은 국가법 체계에서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즉 현재의 국제사법 시스템에서는 국가의 법만을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고, 국가의 법이 아닌 PICC와 같은 상사계약원칙은 준거법으로 채택될 수 없다.
UNIDROIT 이사회는 결과적으로 PICC가 현행 국제사법의 시스템에서 준거법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없음을 인식하고 빠르게 거래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준거법으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국제중재 실무에서 PICC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중재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PICC 서문에 이러한 기능을 대폭적으로 도입됐다. 즉 국가의 법제도에서는 PICC를 준거법으로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중재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재판정부는 통상적인 국가법률 선택 규정에 구속되지 않고, 당사자 합의를 통해 PICC가 당사자들의 준거법으로 선택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적어도 관련 중재법이 ‘법’(law)을 말하는 경우에는 국가법률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PICC의 적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국제상업중재에 관한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의 모델중재법 제28조 제2항은 ‘법규’(rule of law)는 국가법률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초국가법36)의 성격을 가진 PICC는 준거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37) ‘법규’(rule of law)38)라는 개념은 이미 PICC가 적용 가능한 경우, 전체 법질서가 아닌 개별 규칙으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중재판정부는 PICC를 적용하는 경우에, 다른 법규를 배제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재에서의 법규의 적용은 하나의 법률에 의한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근거를 가진 법규를 통한 적용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적절해 보인다. 따라서 PICC의 역할은 규정 전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보충법’39)(background law)의 역할이다.
PICC를 재판부와 입법부에서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경우, 앞서 본 PICC가 가지는 다양한 특징에서 잘 나타나듯이 미국의 Restatement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Restatement의 모델인 미국은 Restatement를 결코 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는 판례에서 법원칙을 추출하여 원칙들을 재기록한 것으로 법이라 할 수는 없지만, 미국 계약법 전체를 그리고 그 방향성을 파악하기에는 훌륭한 법적 문서이다. 미국에서의 Restatement의 실무관행은 당사자들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Restatement를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40) 이는 재판에서의 사용이 적절하고 충분히 UCC의 흠결을 메우기에 유용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산물이다. 또한 Restatement는 특정 국가의 법률 개정작업에도 유용한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이는 특정 국가의 법률의 틀 안에서 유사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거나 국가법이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에 그 틈새를 보충할 수 있는 기능을 함으로써 적용 가능하다. 따라서 Restatement의 법적 기능은 좁게는 법률을 재해석하는 기능, 그리고 모델법의 기능으로도 파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재해석의 기능과 모델법의 기능은 상호 분리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41)
당사자들의 준거법 선택이 없는 경우에 PICC가 준거법으로 작동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CISG는 당사자들이 CISG를 배제하는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실제로 자동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PICC는 법선택 규칙에 의해 CISG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이론적으로 미국의 법 선택 원칙에 의하면 PICC의 준거법의 기능을 긍정할 수 있다. 특히 PICC는 단순히 포괄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준거법으로의 기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객관적 보충규범으로의 역할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준거법을 지정하는 국제사법규칙에 의하면 국내법이 그 독점적으로 지위를 누린다. 그러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엄격한 구분을 넘어서는 것을 다양한 국가법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각국의 법원이 이미 국내법을 넘어서 PICC와 같은 초국가적 원칙을 언급하고 있다는 많은 사례에서 이러한 구분은 의미 없음을 알 수 있다.
PICC는 비록 조문의 형식으로 편성되어 전체적으로 법전의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은 아니고 국제조약도 아니며 또한 각국에 대하여 국내법화 할 어떤 강제적 장치를 갖춘 것도 아니므로 그 자체만으로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PICC는 국제조약 및 법률도 아니지만, PICC는 국제사회에서의 각국 법원의 소송 또는 국제상사중재에서 각각 법관 또는 중재판정부에 의해 행해지는 소송 및 중재 실무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PICC의 적용이 급속히 증가하는 경향이다.
앞서 본 다양한 이유로 인해 PICC를 새로운 보통법 재기록의 형태로 인식하는 것은 CISG또는 다른 국제조약을 해석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긍정의 답을 제시할 수 있다. PICC를 이용한 국제상사조약의 해석은 애초에 PICC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으나,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구체적인 조약의 해석원칙으로 PICC를 이용하는 것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다. PICC가 국제조약의 해석역할을 수행한다는 견해에 대해 반대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CISG는 자체로 해석규정을 두고 있어, 즉 CISG 제7조 제1항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인데, 이것은 국제조약으로서의 CISG가 하나의 특정 법체계 견해와 관계없이 해석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각국 법원의 판결과 학자적 견해까지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42) 따라서 동일한 이유로 PICC가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없으며, CISG의 해석규정이 의미하는 해석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PICC는 CISG 초안을 작성할 당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PICC가 CISG 제7조 제2항에 언급된 'CISG의 기본원칙'이 될 수 없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당시 존재했던 것은 계약법의 일반원칙이었으며, 그러한 일반원칙을 PICC가 재기록 하였으며, 따라서 PICC는 CISG의 기본원칙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CISG 제7조 제2항의 원칙을 PICC로 보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PICC 전체가 CISG 해석의 일반원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CISG 해석시 PICC를 사용한다는 것은 구체적 조문이 의미하는 것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PICC 일부 조항은 일반 계약법의 공통 원칙을 재기록하였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는 PICC 제7.4.2조 및 제7.4조의 ‘손실의 계산’ 같은 조문이 대표적이다.43) 그리고 PICC가 사용될 수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예는 이자율 계산의 문제이다. 이자율 계산의 문제는 CISG 당사국들이 많은 이유로 인해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기에 CISG 제78조의 이자율 계산에 대해서는 흠결로 남아 있다. 회원국 간에 견해의 대립이 존재하는데, 다수 견해는 국내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CISG 발효 당시 각 회원국의 정부정책은 이자율은 실제 시장금리보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어야만 했으며, 또한 국가마다 이자율이 제각각인 현실에서 국내법에 의한 이자율 결정은 협약의 통일적 해석 및 적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CISG 입법목적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PICC의 제7.4.9조의 이자율 계산 규정은 국제적인 합의에 가까운 것으로 그 구체적인 조문으로 규칙을 정립하고 있으며, 따라서 분명히 이러한 흠결은 국내법에 의해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 또한 PICC는 일반 계약법 규칙으로 만들어졌기에 CISG의 해석원칙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적절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국제협약인 CISG에서 흠결이 발생할 가능성은 너무나 많고 실제로 운용을 통해서 그러한 흠결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CISG 본래의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성안 당시 각국의 입장차이 때문에 필요한 규정들이 다수 삭제된 바 있고, 이로 인해 그 개개의 규정들의 정확한 의미에 의문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법적 공백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일명 “뉴욕협약”)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국제협약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ISG는 외적공백(external gap)과 내적공백(internal gap)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므로,44) 이러한 CISG의 한계와 불확실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혹은 최소한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호 충돌하는 또는 불확실한 개념들의 내용을 결정할 때 체계적이고도 정교한 일련의 규칙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45) 이러한 보충적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UNIDROIT PICC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접근방법이라 생각한다.46)
Ⅳ. 결론
CISG 적용시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 CISG 제7조에서 흠결을 보충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흠결보충규정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를 통하여 흠결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불확실성이 다분한 국제거래에서 예측가능한 법적용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 통일상법전(UCC)의 흠결보충규정과의 비교법적 분석을 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CISG와 UCC의 태생적 및 발전적 유사성을 가진다는 근거에 의해, CISG의 흠결보충규정을 명확화 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UCC의 흠결발생시 계약법에 관한 Restatement를 통해서 그 흠결을 보충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착안하여 CISG의 흠결보충규범으로 국제거래에서 국제보통법 또는 국제계약의 Restatement라 칭하는 PICC를 흠결보충규범으로 제안하고자 한다.47)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대칭으로 두고 그 하부에 각각 UCC와 CISG를 위치시키고 다시 계약법에 관한 Restatement와 PICC를 각각 두는 다소 복잡한 전개 과정을 거쳤다. 정리하면 UCC의 보충규범으로서 계약법에 관한 Restatement와 CISG의 보충규범으로서 PICC를 대비하여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다소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논의의 순서는 먼저 장차 논의의 방향성(CISG와 UCC의 목적론적 해석)을 살려서 개별적인 규범에 대한 정리(CISG/PICC, UCC/Restatement)를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CISG와 UCC의 태생적 및 발전적 유사성을 검토하여 그 논거를 살펴보았다. 특히 양자의 흠결보충규정을 중심으로 그 관련성을 검토를 하였다.
UCC 흠결보충 관행 및 관련 판례분석을 통해서 1차적으로 CISG의 동 규정과 비교법적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특히 UCC의 타주 법원 판결의 신뢰와 관련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국제사회로 넓혀서 CISG의 통일적 해석 및 적용을 위해 CISG 관련 사안에 대해서 확대 적용 가능한지를 살펴보았다. 양자의 흠결보충규정 논의를 시작으로 그 보충가능성의 논의의 마지막으로 CISG 흠결시 보충규범으로 PICC를 미국의 UCC의 보충규범인 Restatement처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마무리를 하였다. 흠결보충규정에 관한 연구는 그 자체로 CISG와 UCC의 최대 목적인 예측가능성, 해석의 일관성 및 적용의 통일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UCC와의 비교법적 분석을 통해서 CISG의 국제적 성격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제시하였다.
각국의 법원 판례 및 중재판정 사례의 종합적인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도로 복잡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국내법이나 CISG를 해석 및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PICC는 이미 많은 지침(guideline)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활발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PICC의 적용근거 및 국제사회에서 PICC의 다양한 역할 및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는 것은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법의 흠결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국제규범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법의 흠결을 보충해야 하는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한 근거 및 법적 판단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을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필요하며,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PICC와 관련하여 우리의 법률가들과 국제거래 실무자들은 PICC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PICC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의 당사자가 일방당사자로 참여하는 국제거래 분쟁에 있어 준거법 관련 이슈가 다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PICC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