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카르텔1)이 성립되고 종결되기 까지 카르텔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배후에서 이에 관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2) 이러한 카르텔 관여행위를 이유로 제3자에 대하여 법 위반 책임을 물을 것인지, 만일 그러하다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여행위 중 어느 범위의 행위까지 규제할 것인지는 정책적 판단 내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전단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한 사업자를 규제하고 있고, 후단은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한 사업자’를 규제하고 있다. 즉, 우리 입법자들은 카르텔의 직접 참여자는 아니나 외부에서 공동행위를 하게 한 사업자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3) 그런데 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한 행위’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그 구체적인 적용 범위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함)와 법원 사이에 해석상 다툼이 존재하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이 최초로 적용된 ‘주파수공용통신장치 구매입찰관련 4개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이하 ‘모토로라 사건’이라고 함)에서 “단순히 협조 또는 권장 등을 통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유도·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하여 후단의 적용 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였다.4) 반면, 법원은 형사법상 교사(敎唆) 법리를 원용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교사하는 행위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만을 의미하고 다른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단순히 방조하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5) 이후 공정위는 법원의 법리를 수용하여 동 조항을 집행하고 있으나, 규정 자체의 모호성뿐만 아니라 법원이 설시한 ‘교사에 준하는 행위’의 의미가 구체화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에 관한 해석상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법원의 해석론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교사에 이르지 않은 방조를 포함한 카르텔 조장·촉진행위(facilitating a cartel)를 한 사업자에 대한 규제 공백의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은 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면서 도입되었으나,6) 우리나라에 비해 경쟁법 역사가 깊은 미국,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카르텔 관여행위자를 제재해 왔다. 따라서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검토함에 있어 미국,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규제 범위와 집행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 공정거래법과 규범 체계가 유사한 경쟁법을 운용하고 있는 일본의 입법례를 검토함으로써 바람직한 규제 방향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에 대한 법원의 해석론에 따를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바람직한 해석론을 모색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Ⅱ. 제3자의 카르텔 관여행위 관련 비교법적 검토
주요 국가의 카르텔 제재 형태는 카르텔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폐단에 대한 역사적 경험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 미국의 카르텔 규제는 형사 제재가 중심이 되는 반면, 유럽연합의 경우는 행정제재를 적극 활용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 행정제재를 중심으로 하되 형사적 집행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7) 따라서 카르텔에 관여한 제3자에 대한 제재 역시 각국의 고유한 규범에 따라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 경쟁당국의 카르텔 관여자 규제범위와 그 법적 근거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셔먼법(Sherman Act), 클레이튼법(Clayton Act),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의 3대 축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카르텔에 대한 규제는 셔먼법 제1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연방차원의 독점금지법 및 경쟁정책을 집행하는 경쟁당국은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독점금지국과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법무부 독점금지국은 셔먼법과 클레이튼법을, 연방거래위원회는 클레이튼법과 연방거래위원회법을 주로 집행한다. 요컨대, 미국의 카르텔 제재는 셔먼법 제1조를 바탕으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단독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독점금지법을 집행하는 국가 가운데 미국의 카르텔에 대한 형사적 제재 활용도는 단연 높을 수밖에 없다.8)
카르텔의 규제 근거인 셔먼법 제1조는 “주(state) 간 혹은 외국과의 거래 또는 통상을 제한하는 모든 계약, 공동행위 기타 형태에 의한 결합 또는 공모는 위법으로 그 같은 위반행위를 하는 모든 자는 중죄를 범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하면서, 이에 따라 카르텔 참여자 전원이 회사인 경우에는 1억 달러 이하의 벌금, 회사외의 자인 경우에는 100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법원의 재량으로 이를 병과하고 있다.9) 즉, 셔먼법 제1조 위반행위시 벌금 또는 징역이 부과되므로 이는 그 자체로 형사범죄를 구성한다.
그런데 셔먼법은 당해 법 자체에서 별도로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에 대한 범죄를 교사, 지원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미국연방법(United States Code) 제18편 제2조 제1항에 따라 셔먼법 위반행위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 등을 제재하고 있다. 미국연방법 제18편 제2조 제1항은 “미국에 대하여 죄를 범한 자 또는 그러한 범행에 대하여 지원(aids), 교사(abets),10) 조언(counsels), 지휘(commands), 유도(induces), 알선(procures)하는 자는 정범(principal)으로 처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11) 미국 법무부는 이 조항에 근거하여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자를 처벌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라 연방범죄인 카르텔의 실행을 돕거나 야기한 개개인은 모두 정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 우리 형법체계 하에서 교사범과 방조범은 정범과 대비되는 공범의 범주에 속하는 것과 달리,12) 미국연방법은 직접정범과 교사범, 방조범을 모두 단일한 직접정범으로 취급하고 있다. 즉, 정범이 범죄를 실행한 경우 교사범 및 방조범은 정범과 함께 당해 범죄로 처벌받으며, 교사행위 또는 방조행위는 별도로 처벌되지 않는다.13) 이와 같이 정범과 공범을 구별하지 않는 영미법의 단일정범체계는 정범과 교사범, 방조범 구별의 어려움을 없애고, 이를 통해 법적용을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다.14)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따르면, 교사 및 방조행위를 제재하기 위하여는 ① 교사 또는 방조행위에 대한 고의, ② 정범의 범죄실현에 대한 고의, ③ 교사 또는 방조행위의 실행, ④ 정범의 범죄 실행행위가 존재하여야 하나, 교사 및 방조행위의 수단 또는 방법과 관련한 특별한 제한은 없고,15) 교사자 또는 방조자가 정범의 실행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알아야할 필요도 없다.16) 미국 법원은 카르텔을 결의하도록 교사한 경우17) 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카르텔에 가담하여 그 실행을 지원한 경우18)에도 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은 미국, 일본, 독일 등 6개 흑연전극봉 업체들이 가담한 흑연전극봉 사건이다. 미국 법무부는 2001. 5. 10. 흑연전극봉 유통업체인 미쓰비시가 1992년부터 1997년까지 흑연전극봉 제조사들간의 가격 카르텔 등을 지원 및 교사한 행위가 셔먼법 제1조 및 미국연방법 제18편 제2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미쓰비시를 기소하였고, 최종적으로 미쓰비시에게 134백만불의 벌금이 부과되었다.19) 미쓰비시가 흑연전극봉 제조업체들의 카르텔에 관여한 구체적 행위는 다음과 같다. 미쓰비시는 ① 흑연전극봉 제조사가 경쟁자들을 만나 판매 가격을 고정, 유지 및 안정화시키는 데 동의하도록 조언, 유도, 격려하였고, ② 흑연전극봉 제조업체들의 모임을 주선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타 도움을 제공하였으며, ③ 카르텔 참여자들을 대신하여, 카르텔에 따른 가격으로 흑연전극봉을 판매하였고, ④ 카르텔을 지속하도록 하기 위해 고객과 다른 사업자들에게 카르텔의 존재를 은폐하였다.이상과 같이 미국은 제3자의 카르텔 관여행위를 연방법 제18편 제2조 제1항에 따른 위반행위로 포섭함으로써 카르텔과 동일하게 형사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연방법에 따라 금지되는 카르텔 관여행위는 교사뿐만 아니라, 지원, 조언, 지휘, 유도, 알선으로 다양한 범위의 관여행위가 규제 대상에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미국의 경우 셔먼법 제정 당시부터 카르텔을 중범죄로 인식하였던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카르텔에 관여한 제3자에 대하여 적극적인 형사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달리 유럽을 비롯한 대륙법계 국가는 전통적으로 협력과 연대를 중요시하는 상거래 관행으로 카르텔에 대한 도덕적 적대감이 크지 않았다.20) 따라서 유럽연합의 카르텔 규제는 비교적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조를 바탕으로,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형벌 부과보다는 행정제재를 활발히 운용하는 특징을 가진다.21)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부과하는 제재금(fine)22)은 절차적으로 법원이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벌의 성격을 가질 뿐이고,23) 형벌과 병과 되지도 않는다. 한편, 유럽연합의 경쟁법 집행체제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위반행위의 조사와 제재 부과의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집행체제와 유사하다. 유럽집행위원회는 법위반 사업자에 대하여 행정벌로서 당해행위의 중지명령과 함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으나, 단일국가와 같은 완전한 형벌집행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유럽연합기능조약(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기능조약’이라고 함)24) 자체에 형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는 차이가 존재한다.25)
기능조약상 공정거래법 제19조에 대응하는 규정은 제101조 제1항이다. 해당 규정은 “회원국간의 거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거나 경쟁을 방해, 제한 또는 왜곡하는 목적 또는 효과를 갖는 사업자간의 모든 합의, 사업자 단체의 결정, 동조적 행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26)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 자체에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집행위원회 및 유럽법원은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의 ‘사업자간의 합의’의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하여, 이른바 ‘카르텔 조장·촉진행위’를 한 자에게 법위반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27)
유럽집행위원회가 최초로 카르텔 참여자 이외 제3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1980년 ‘이탈리안 캐스트 글라스(Italian Cast Glass) 사건’이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컨설팅 회사인 F-Unione Fiduciaria SpA(이하 ‘Fides Milan’이라고 함)가 유리 제조업체들 간의 생산량 합의 및 제조·마케팅 정보교환 행위를 용이하게 하고, 의도적으로 지원하였다는 전제하에 Fides Milan의 법위반 책임을 인정하였다.28)
이후 2003년 컨설팅회사인 AC Treuhand가 연루된 ‘유기과산화물(Organic Peroxides) 사건(이하 ‘AC Treuhand 1차 사건’이라고 함)’에서 유럽집행위원회가 카르텔 조장·촉진행위자의 법위반 책임을 인정하고 제재금을 부과하면서 카르텔 관여자 제재에 대한 법리가 구체화 되었다. 유럽의 유기과산화물 제조업체들은 1971년부터 1999년까지 가격고정, 시장분할 등의 합의를 하였다. AC Treuhand는 카르텔 참여업체들과 서비스계약을 체결하여 1993년 12월부터 1999년까지 이들에게 유기과산화물 제조 시장과 관련된 전문적인 통계자료 등을 제공하면서 카르텔에 깊이 관여하였다. 구체적으로 AC Treuhand는 ① 카르텔 참여자들의 모임을 주선하였고, ② ‘핑크 페이퍼’와 ‘레드 페이퍼’에 합의된 시장 점유율을 기재하여 카르텔 참여자들에게 배포한 후, 카르텔 증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회수하였으며, ③ 시장 점유율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의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였고, ④ 유럽집행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모임 관련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년간 카르텔 이행을 용이하게 하였다.29)
유럽집행위원회는 결정에서 AC Treuhand가 합의의 경쟁제한성을 분명히 인식하였고, AC Treuhand의 행위가 카르텔 실현의 기초가 되었으므로 EC 조약 제81조30)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31) 아울러, 유럽집행위원회는 “카르텔 참여자들(cartel members) 뿐만 아니라 카르텔 조력자들(organizers or facilitators of cartels) 역시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32) AC Treuhand는 유럽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였으나, 제1심법원33)은 유럽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34)
제1심 법원은 해당 판결문에서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이 금지하는 사업자간 합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 제1심 법원은 ‘사업자간 합의’는 단지 경쟁을 제한하는 공조행위 또는 공모행위(coordinated or collusive conduct)를 지칭하는 표현일 뿐으로, 최소 2개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의사에 따라 수행하는 광범위한 카르텔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어느 한 사업자의 행위가 일방적이라고 해도 그 행위가 적어도 두 사업자의 일치된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면 사업자간 합의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시하면서,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이 합의에 이르지 않은 사업자들 간의 단순 협조행위인 ‘동조적 행위’까지 금지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자간 합의’의 의미 역시 광범위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35)
이와 같이 제1심 법원은 ‘사업자간 합의’의 의미가 광범위하고 단일한 개념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전제로, 실제 카르텔 행위를 실행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단순히 법 위반행위를 공모하였거나 이에 연루된 사업자라도 다음 3가지 심사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동의 법위반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제1심 법원이 제시한 3가지 심사 요건은 ① 카르텔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경쟁제한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의사를 가지고 행위할 것, ② 카르텔 참여자들이 경쟁제한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는 행위를 인지하거나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을 것, ③ 카르텔 가담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였을 것이다.36) 즉, 제1심 법원이 제시한 요건은 크게 (i) 주관적 요건, (ii) 객관적 요건으로 구분할 수 있는바, 카르텔에 가담한 제3자가 (i) 경쟁제한적 목적을 가지고 (ii) ‘부수적이고 소극적인 역할(a subsidiary, accessory or passive role)’이라도 직접 실행하였을 경우, 기능조약 제101조가 금지하는 사업자간 합의를 위반한 자에 해당하게 된다. 제1심 법원은 ‘부수적이고 소극적인 역할’과 관련하여 ‘제3자가 카르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채 경쟁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그 직접적인 예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제3자가 카르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행위한 경우라면 아무리 부수적이고 사소한 행위라도 모두 기능조약 제101조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37) 이로 인해 제재 대상이 확대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제1심 법원은 제재금 부과 수준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위법성과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38)39)
이상과 같이, 유럽집행위원회 및 유럽법원은 기능조약 제101조상 카르텔 관여자를 제재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카르텔 관여자가 카르텔 참여자들과 수직적 거래관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조약 위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즉, 기능조약 제101조의 취지에 반하는 경쟁제한적 행위에 가담한 이상 관련시장이나 사업활동의 내용을 불문하고 그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럽집행위원회 및 유럽법원의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이 합의에 이르지 않은 동조적 행위까지도 제재하고 있는 점,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 위반시 형벌이 아닌 순수한 행정벌인 제재금만 부과되는 점 등이 고려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법상 카르텔을 규율하는 기본법은 1947년에 제정된 「사적독점의금지및공정거래의확보에관한법률」(私的独占の禁止及び公正取引の確保に関する法律, 이하 ‘사적독점금지법’이라고 함)이다. 사적독점금지법은 입법의 형식과 내용면에서 우리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으므로 이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의 필요성과 실익은 크다고 할 수 있다.40) 사적독점금지법이 설정한 카르텔의 유형과 조문의 일부 체계는 우리 공정거래법과 유사하다. 예컨대, 사적독점금지법 역시 우리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사업자간에 이루어지는 카르텔 규제와 사업자단체에 의한 카르텔을 나누어 규율하고 있다. 카르텔에 대한 제재 측면에서도 일본 공정위에 의해 행해지는 행정처분이 중심이 되면서 형벌을 함께 부과하고 있다는 면이 우리와 유사하다.
우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응되는 개념은 사적독점금지법 제3조41)의 ‘부당한 거래제한’으로 사적독점금지법 제2조 제6항은 부당한 거래제한을 “사업자가 계약, 협정 기타 어떠한 명목을 가지는가를 묻지 않고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유지·인상하거나 또는 수량, 기술, 제품, 설비 또는 거래의 상대방을 제한하는 등 상호 그 사업활동을 구속하거나 또는 수행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반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 의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42) 부당한 거래제한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사적독점금지법 제89조 제1호).
한편, 사적독점금지법은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를 별도의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적독점금지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형법의 교사, 방조 규정이 적용되므로(일본 형법 제8조43), 제61조,44) 제62조45)), 해당 규정에 따라 카르텔 교사 및 방조행위 역시 규제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정위는 사적독점금지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범죄가 존재한다는 심증을 얻은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하는데(사적독점금지법 제74조 제1항, 제2항), 고발 대상은 미수죄(사적독점금지법 제89조 제2항), 범죄행위에 대한 형법상의 신분 없는 자의 공범, 공동정범, 방조범, 교사범 등을 포함한다.46) 아울러, 사적독점금지법은 카르텔 위반죄를 전속고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사적독점금지법 제96조), 일본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카르텔 교사 또는 방조행위에 대한 형사제재가 이루어지게 된다. 실제 입찰담합 사건에서 일본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발주기관 측 관공서 직원의 카르텔 방조행위가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존재한다.47)
종래 일본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공공입찰에서 카르텔을 지시·유도·방조하는 이른바 ‘관제담합(官制談合)’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어왔다.48) 이에 일본 공정위는 다양한 유형의 부당한 거래제한 중에서도 특히 입찰담합을 가장 악질적인 위반행위의 하나로 간주하여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민관이 결탁한 입찰담합의 폐해가 고질적 사회병폐로 지목되어 온 독특한 경험 탓에 입찰담합에 대한 형사제재와 그 집행이 비교적 활발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49) 이러한 배경 하에 발주기관이 입찰담합에 관여한 경우 재발을 방지하고 조직적 대응책을 요구하기 위하여 2002년 7월 24일 의원 입법으로 다른 법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내용의 「입찰담합등관여행위의배제및방지와직원에의한입찰등의공정을저해하는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入札談合等関与行為の排除及び防止並びに職員による入札等の公正を害すべき行為の処罰に関する法律, 이하 ‘입찰담합관여방지법’이라고 함)이 제정되었다.50)51)
입찰담합관여방지법은 제정 당시부터 국가나 지방공공단체의 직원 또는 특정 법인의 임직원이 ① 담합의 교사, ② 낙찰자 지명 또는 수주자에 관한 의향의 표명, ③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비밀정보의 누설, ④ 특정한 담합의 방조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였다(입찰담합관여방지법 제2조 제5항). 그런데 이러한 법 집행에도 불구하고 관제담합이 근절되지 않자 2006년에는 법을 개정하여 발주기관 직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하였다. 즉, 직원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행하는 경매, 대차, 도급 기타 계약의 체결에 관해 그 직무에 반하여 사업자 등에게 담합을 교사하거나 예정가격 등 입찰 등에 관한 비밀을 누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해 입찰 등의 공정을 해치는 행위를 행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입찰담합관여방지법 제8조). 한편, 입찰담합관여방지법의 행위 주체는 국가 혹은 지방공공 단체의 직원 또는 특정법인(입찰담합관여방지법 제2조)52)의 임직원에 한하므로, 일반 사업자 소속 임직원의 카르텔 교사 또는 지원행위는 그 제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온 ‘관제담합’을 규제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공공기관 임직원의 입찰담합 교사 또는 방조행위를 적극 제재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경쟁당국은 오랜 경쟁법 집행 경험을 바탕으로 각기 특수한 규범에 근거하여 카르텔에 관여한 제3자를 제재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우리 공정거래법과 같이 카르텔 관여자 중 교사행위자만을 제재하는 보수적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앞서 본 외국의 입법례와 집행태도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과 같이 형법상 교사, 방조 규정에 따라 카르텔 교사·방조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카르텔을 형사상 중범죄로 인식하는 미국의 사회적 배경 및 형사제재 중심의 규범체계가 우리와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경쟁법 집행 태도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미국의 경우 단일정범체계에 따라 정범과 교사범, 방조범 모두 동일하게 정범으로 처벌되므로 사실상 교사범과 방조범의 구별 실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범과 방조범 성립요건이 엄밀히 구별되고 교사범은 정범으로, 방조범은 종범으로 처벌되므로, 미국과 달리 교사범 및 방조범 구별의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차이점을 고려할 때, 카르텔 방조행위로 까지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심도 깊은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유럽연합의 경우와 같이 우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전단의 금지범위에 부당한 공동행위 조장·촉진행위를 포섭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전단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격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사업자간의 합의’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여하는 제3자와 합의 참여자들 간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53) 반면, 유럽연합의 경우 기능조약 제101조 자체가 사업자간 의사의 일치가 없는 동조적 행위까지 명시적으로 제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카르텔 관여행위가 ‘합의’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더라도 ‘동조적 행위’로 포섭될 가능성이 높고, 유럽법원 역시 AC Treuhand 사건에서 이를 감안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54) 특히, 동조적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반경쟁적인 방식의 공모를 남용하여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55) 유럽법원은 유럽집행위원회가 조약 위반행위의 성격을 합의 ‘및 또는(and/or)’ 동조적 행위라고 두 가지에 걸쳐 규정짓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56) 합의와 동조적 행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57) 반면, 우리 공정거래법은 동조적 행위를 별도로 규제하고 있지 않고, 우리 법원은 합의에 이르지 않은 정보교환행위 자체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58) 이와 같이 기능조약 제101조 제1항의 ‘합의’와 법 제19조 제1항 전단의 ‘합의’의 의미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므로, 법 제19조 제1항 전단에 부당한 공동행위 관여행위를 포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우,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조명되어 온 소위 ‘관제담합’ 근절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가 혹은 공공기관에 소속된 임직원의 입찰카르텔 관여행위를 집중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이는 발주기관 공무원의 유찰방지 요청에 따라 들러리 입찰담합이 종종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입법정책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형법상 입찰방해죄(형법 제315조)로 발주처 임직원의 입찰방해 행위를 규제할 수는 있으나, 입찰방해죄의 성립 요건인 위계, 위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입찰담합이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이를 입찰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59) 이에 대해 판례는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담합금이 지극히 적은 경우 또는 담합의 목적이 일반적·구체적 사정으로 보아 일반 상거래에 있어서의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또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무모한 경쟁을 방지하려 함에 있는 경우에는 비록 금품을 수수한 경우라도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소극적 입장이다.60) 따라서 발주기관 임직원이 위계, 위력의 방법으로 입찰담합을 교사, 방조하지 않는 한 우리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포섭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61)
최근 공정위는 ‘한국수력원자력 발주 드림스 발전․구매․품질 웹 전환구축 용역 입찰 등 관련 2개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서 발주처의 유찰방지 요청으로 인해 들러리 담합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여 과징금 산정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평가하여 2%의 부과기준율만을 적용하기도 하였다.62) 입찰담합 조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발주처 직원의 관여행위가 지속적으로 적발되자, 공정위는 발주처 임직원의 입찰담합 관여·조장·교사 행위 실태 연구에 나섰고, 연구 결과 관련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63)
Ⅲ. 법원의 해석론에 따를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
법원은 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의미를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교사하는 행위65)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한 후, 교사행위의 특정과 관련하여 형법상 교사법리를 차용하고 있다. 즉, 형법상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정범으로 하여금 일정한 범죄의 실행을 결의할 정도에 이르러야”하므로66), 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기로 ‘결의할 정도’에 이르게 할 만한 교사행위가 존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67) 그러므로 법원의 해석론에 따르면 부당한 공동행위를 조장 또는 지원하였으나 교사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는 제3자에 대한 제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적용 범위를 교사 행위로 한정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68)
첫째, 2004년 공정거래법 개정시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제19조를 적용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후단을 신설하였으므로 이러한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후단의 범위를 교사하는 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4호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불공정거래 등을 하게 하는 행위’와 ‘이를 방조하는 행위’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으나69),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에는 ‘방조하는 행위’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정거래법의 전반적인 체계에 비추어 방조행위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셋째,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 등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므로 언어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70)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법상 모든 규제 조항이 침익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는 동 규정만의 특별한 성격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존재한다.71)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론을 따를 경우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교사행위는 정범의 범죄 실행과 달리 그 배후에서 다양한 수단 및 방법을 통해 밀행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피교사자의 범행결의 여부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이므로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이외에 이를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범행 결의 여부를 그 핵심요건으로 하는 교사 법리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제3자 관여행위를 규제대상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72)
둘째, ‘교사에 준하는 행위’의 의미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동 규정의 구체적인 의의나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상 다툼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법원은 ‘모토로라 사건’에서 교사 성립의 어려움을 의식하여 동조 후단의 적용 범위에 ‘교사에 준하는 행위’까지 포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원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제재 대상인 ‘교사에 준하는 행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관련 선례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 의미의 불명확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법원의 해석론에 따르면 정범으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 결의에 이르게 하지는 못한 채 배후에서 공동행위의 성립 및 실행에 기여한 제3자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 공백의 타당성, 책임 범위를 방조행위로까지 확장할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73)
Ⅳ. 바람직한 해석론 모색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규제 범위를 방조행위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의 주된 근거는 배후에서 공동행위에 조력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 공백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74) 한편, 암묵적이고, 은폐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공동행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의 관여행위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규정을 넓게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75)
반면, 후단의 적용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견해의 근거는 ① 방조행위의 무정형성 등을 감안하면 공동행위 외부 관여자가 단순히 방조에 머무른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고,76) ② 공정거래법이 명시적으로 교사범 규정만을 둔 취지는 형법총론의 종범 등 일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특별법적 결단으로 볼 수 있으며, ③ 종범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면 일상적 비즈니스 전체가 수사기관의 감시 하에 놓일 우려가 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밀한 제한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77)
공동행위의 성립 및 실현에 기여하는 방조행위로 인해 공동행위 기간 및 규모가 확대되거나 경쟁제한성이 보다 강화되는 폐단이 발생함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공동행위 참여자와 방조자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공동행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방조행위자에게도 귀속되거나, AC Treuhand 사건에서와 같이 제3자가 지원행위의 대가를 받는 경우 과징금 또는 벌금 부과를 통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박탈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다만, 부정설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방조행위로까지 그 제재 범위가 확대될 경우, 공동행위 참여자를 둘러싼 일상적 비즈니스 관련자 전체가 법위반 혐의자가 되는 막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므로, 행위태양과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78) 그런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수많은 임직원 및 협력사들이 관여하게 되고, 특히 가격 등 거래조건 결정과 관련한 기업 조직 내 의사결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범죄의 성립이 무정형적인 방조행위로까지 확대될 경우 지나치게 혐의 대상이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한 공동행위는 전속고발제, 감면제도(leniency)들과 깊숙이 연계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방조행위로까지 제재대상을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향후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 대한 전속고발권이 부분 폐지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공동행위에 단순 기여한 개인에 대해서 까지도 검찰 및 시민단체 등에 의한 고발이 가능해져 기업 및 관련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아울러, 일상적이고 중립적인 단순 지원행위와 가벌적인 지원행위를 구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하므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무리하게 규제 범위를 방조행위로 까지 확대하기 보다는, 일본의 경우와 같이 국내시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카르텔 관여행위 행태를 분석하여 경쟁정책상 규제 필요성이 높은 행위를 선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공정위가 카르텔 관여행위 중 반복적으로 문제가 지적되어 온 발주기관 임직원의 카르텔 관여행위 규제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법원의 해석론을 지지할 경우, 사실상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적용 범위가 축소되어 규제의 실효성이 감소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현재 법원의 해석론이 가지는 규제 공백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사에 준하는 행위’ 부분에 주목하여 그 해석을 보다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즉, 합의 결의 여부와 무관하게 카르텔 관여자에 대한 규제가 가능한 경우를 상정할 필요가 있는바, 본고에서는 제3자의 관여행위 중 ‘강요’ 또는 ‘주도’ 행위를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포섭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보고자 한다.
카르텔 외부 관여의 실질이 교사 내지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되는 한 관여자의 지위가 공동행위 내부참여자들과 사이에 수평적 관계, 수직적 관계 중 어떤 관계에 해당하는지는 법 제19조 제1항 후단 적용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79) 그러나 행태적 측면에서 보면, 법 제19조 제1항 후단에 해당하는 행위 대부분은 수직적 거래 관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80) 그런데 수직적 거래관계의 경우, 일방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강요행위로 인해 각종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강요행위 자체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구성하나,81) 수직적 사업자의 강요행위가 수평적 공동행위 성립에 관여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수직적 사업자가 공동행위 참여자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러한 강요행위를 법 제19조 제1항 전단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외부의 제3자가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를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포섭하여 제재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82) 우선, 부당한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가 문언상 교사에 준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강요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행위를 하도록 ‘억지로 또는 강제로 요구’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령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시행령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강요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자진신고 감면 혜택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5호) 공정위 행정규칙인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이하 ‘감면고시’)83)에서 ‘강요’의 판단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① 다른 사업자에게 그 의사에 반하여 당해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또는 이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폭행 또는 협박 등을 가하였는지 여부, ② 다른 사업자에게 그 의사에 반하여 당해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또는 이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당해 시장에서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곤란할 정도의 압력 또는 제재 등을 가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강요행위를 판단하고 있다(감면고시 제6조의2). 즉, 강요의 사전적 의미와 감면고시상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는 제재, 불이익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제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문언상 교사에 준하는 행위에 일응 포섭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규제의 타당성 측면에서 교사에 준하는 정도의 불법성이 존재하는지 검토하기로 한다. 강요행위 역시 교사와 마찬가지로 정범의 범죄를 야기하고 이를 통해 불법을 조장함으로써 법질서를 해한다는 동일한 해악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5호는 부당공동행위 강요자에 대하여는 자진신고에 따른 처분 감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84) 즉, 우리 입법자는 자진신고에 따른 혜택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담합 강요행위의 가벌성 및 규제의 필요성을 중대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입법 및 법원의 해석론에 따르면 공동행위 참여자가 강요행위를 하였을 경우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처벌이 면제되지 않는 반면, 외부의 제3자가 공동행위를 강요하였을 경우에는 관여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제3자의 강요행위가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우회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강요행위의 위법성, 제재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 등에 비추어 볼 때, 관여자의 강요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한편, 강요행위 역시 그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증명의 어려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주관적인 결의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명이 용이하다. 교사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합의 결의여부가 증명되어야 하는 반면, 강요행위는 결의여부를 그 성립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객관적·외부적인 강요행위의 존재만으로 성립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부의 관여자가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공동행위를 결의 및 실행하도록 하기 위해 불이익, 제재 등을 가하여 공동행위가 성립한 사례를 가정해보자. 현재 법원의 엄격한 해석론에 따르면, 합의 참여자에게 관여행위 이외에 합의를 결의할만한 다른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관여자의 교사행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위와 같은 강요행위를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할 경우, 담합 결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요행위의 존재 자체로 관여자에게 법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강요행위를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함으로써 교사 법리의 한계로 인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일부 행위들을 제재 대상으로 포섭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카르텔 결의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직적 거래관계를 가진 외부의 제3자가 사실상 카르텔 참여자에 준하는 기능적 행위지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합의를 주도하는 경우, 이러한 제3자를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제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그런데 주도행위의 의미는 주동적(主動的)인 처지로서 그 행위를 이끄는 것이므로, 이를 내부 합의 참여행위가 아닌 외부 관여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공정거래법령은 담합 주도행위에 대하여 명시적인 의미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공정위 행정규칙인 ‘입찰에 있어서의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85) 4. (1) 역시 입찰담합을 주도한 사업자와 입찰과정에서 최종 낙찰자에 협력한 사업자는 모두 담합참여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카르텔 참여자들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제3자가 수평적 합의를 주도한 경우, 합의 참여자로서 법 제19조 제1항 전단 위반 사업자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위 및 서울고등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수평적 합의와 수직적 합의가 교차하는 경우 법 제19조 제1항 전단을 적용하여 왔다.86) 따라서 카르텔을 주도한 제3자의 경우 규제 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된다.
Ⅴ. 결론
비교법적으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카르텔 관여자에 대한 제재 규범을 검토할 때, 우리 입법례는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각국의 카르텔에 대한 인식, 규범체계가 우리와 상이하므로 비판적인 검토를 통해 우리 현행 법체계 내에서 정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카르텔 관여자에 대한 입법례 및 집행태도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다만, 일본과 유사하게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들의 유찰방지 요청에 따라 입찰담합이 종종 발생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일본의 입찰관여금지법은 매우 주목되는 입법례라 할 수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의 전반적인 체계,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한 공동행위 교사행위만을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제재 대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해석론은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교사에 준하는 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교사행위에 이르지 못하는 대부분의 제3자 관여행위는 규제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반의 규제 대상에 방조행위를 포함할 경우, 방조행위의 무정형성으로 인해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행위의 위법성에 비해 처벌수위가 높아지게 되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따라서 법원의 해석론이 가지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에 준하는 행위’의 해석을 발전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의 문언, 교사에 준하는 불법성 및 규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부당한 공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는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일응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교사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에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짐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후단 규정이 실효성 있는 규제 근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