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대상 사건 및 그 쟁점
건물주 甲(61세)은 자신이 세를 놓은 원룸에 임차인의 친구 乙女(19세)가 허락없이 함께 기거하고, 또 이 乙이 고성방가 등의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원룸을 찾아간 甲은 乙에게 퇴거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 와중에 甲과 乙 사이에는 몸싸움과 고성 등이 오갔으며, 급기야 乙이 甲을 경찰에 신고하였다. 이후 폭행혐의로 수사를 받던 甲은 검찰단계의 형사조정에서 乙에게 15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乙은 ‘甲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제출하였다. 이에 검찰에서는 甲의 폭행혐의에 대하여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것으로 종결되지 않았다. 甲은 자신의 폭행혐의와 관련하여 ‘공소권 없음’처분을 받은 후, 乙이 사건 당시에 자신에게 공연히 욕설을 하였다며 고소하였다. 원룸 1층 복도에서 乙의 친구와 세입자 등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乙은 甲에게 “씨발, 개들이대고 있어. 나이 처먹어서. 씨발” 등의 욕설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乙은 그 얼마 후 원룸 앞 도로에서 甲이 “어른이 안 보는데서 담배를 피우라”고 하자 역시 여러 사람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 乙은 “씨발, 왜 담배 못 피우는데, 나이 처먹은 것이”라는 표현으로 甲을 공연히 모욕하였다는 것이다.
乙은 이 모욕사실을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모두 시인하였다. 하지만 폭행부분에서 해방된 甲은 乙의 이 모욕사실에 대해 처벌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 후 乙은 모욕혐의로 약식기소되었고, 결국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부받았다. 이 약식명령의 발부로 인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乙의 부모는 300만원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후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담당 판사는 벌금형(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아울러 담당 판사는 폭행부분에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甲이 乙을 이 사건 모욕죄로 고소한 점을 양형이유의 하나로 고려하였음을 적시하였다.1)
이 사안의 처리과정에 나타난 법적 결정들이 합리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폭행과 모욕이 뒤엉킨 이 사안처럼 사건이 경미할수록 행위자가 자행한 불법의 크기보다 오히려 부수적인 양형인자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2) 즉, 사람들은 甲의 어른답지 못함을 탓할 수도 있고, 반대로 乙의 버릇없음을 중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식재판부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사안의 가장 특이한 점은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가 서로 뒤엉킨 사안에서 어른인 甲이 자신의 폭행혐의에서 벗어난 이후에 사회경험이 일천한 乙을 모욕사실로 고소하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甲은 乙의 욕설 및 그것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폭행부분에 합의한 후에 비로소 인지하게 된 것이 아니라, 폭행에 합의하기 전부터 이미 그 사실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甲은 乙의 모욕사실을 폭행에 대한 합의 전에는 고소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 맞고소가 자칫 어른과 아이의 싸움으로 비쳐져 자신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 수 있고, 또 그 맞고소가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에 어떤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3) 어쨌든 乙의 모욕사실에 대한 甲의 뒤늦은 고소전략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부담차이는 20배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경제적인 부담 외에도 乙은 甲보다 훨씬 오랫동안 수사 및 재판기관에 계류되는 부담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하나의 갈등’이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처럼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가 뒤엉켜 하나의 갈등을 이루는 경우에, 관련 당사자들은 화해와 싸움 중 원칙적으로 어느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여야 한다. 적어도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4) 그럼에도 甲은 앞에서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뒤로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5)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엄청난 부담차이로 이어졌다. 이에 본고에서는 현행법의 어떤 맥락이 甲과 같은 행동을 초래하는지, 그리고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를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Ⅱ. 이 사건 형사합의의 의미와 한계
甲의 폭행사실은 ‘경찰청 사무분장 규칙’에 따라 경찰 형사과에서 조사되었다.6) 그리고 이 경찰조사 당시의 甲과 乙은 서로의 잘못을 탓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이 폭행혐의를 수사한 경찰은 甲의 폭행사실만이 아니라, 실은 乙의 모욕사실까지 모두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甲이 乙의 모욕사실을 고소하지 않는 한 형사과에서는 그 모욕사실을 다루지 않는다. 물론, 甲의 고소가 없더라도 모욕죄에 대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7) 폭행과 모욕을 모두 밝혀내더라도 이들을 서로 화해시킬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고소의 포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8)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가 성사되지 않은 체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어 기소가능성이 현실화되자 甲과 乙은 서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합의하기로 하였다. 합의 조건으로 甲이 乙에게 1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乙이 경찰과 검찰에 출석할 때 사용한 교통비 정도를 보전해 준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합의서에는 甲은 피의자(피고소인)로, 乙은 피해자(고소인)로 명시되어 있었고, 합의문구는 검찰에서 제공하는 통상적인 문안이었다.9) 이 후 정식재판에서 변호인은 이 합의에 모욕부분에 대한 합의도 들어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10)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가 성사된 이후에 이루어진 甲의 고소사건은 ‘경찰청 사무분장 규칙’에 따라 경찰서 수사과에서 조사하였다.11) 물론, 수사과에서도 당사자의 진술 및 수사경력조회를 통해 甲의 폭행사실과 그에 대한 합의사실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지만, 甲이 乙에 대한 처벌의지를 굽히지 아니하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리고 이 사안에서처럼 乙이 자신의 모욕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또 甲이 강하게 乙의 처벌을 희망하는 한 乙에 대한 기소유예의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된다. 이 경우에는 ‘검사직무대리 운영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약식기소되기 때문이다.12)
그리고 약식절차에서도 甲의 폭행에 대한 이전의 합의사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였다. 사실, 현재의 약식절차는 乙을 대면하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이 작성한 서면에 의거하는 바, 그저 약식명령을 한번 던져보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건과 이에 불복하는 사건을 가려내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해 보호할 당시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물론, 이 사건은 그 불이익변경원칙이 형종상향금지의 원칙으로 바뀐 후의 일이지만,13) 이 제도변화 후에도 이 사안과 같은 경미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의 약식절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약식절차는 그 약식명령에 불복하는 사안을 가려주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당사자에게 당해 사안의 범죄성을 확인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법원의 약식명령을 발부받아 이에 불복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무언가 제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乙의 부모도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에 300만원의 변호사비용을 감수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행 약식절차의 개입도 甲과 乙의 부담차이를 증폭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이 갈등의 해결이 아닌 그 증폭을 초래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금년 1월 1일부터는 경찰에서 1차적인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기존 관행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가 주목된다. 아마도 경찰은 폭행과 모욕부분을 따로 처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가능한 한 이 둘을 일괄 처리하려 시도할 것이다.14)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폭행과 모욕죄의 성격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가해자-피해자 조정절차 등을 통해 당사자들의 화해를 주선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의 甲처럼, 폭행과 모욕의 분리를 시도하고, 아울러 모욕부분의 처벌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종결권을 행사하는 경찰이라고 해도 이를 제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사건 형사합의의 의미 및 그 효력범위를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통상
형사합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약정하고 그 반대급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일종의 민사계약으로 이해되고 있다.15) 즉, 기소유예나 공소기각 혹은 집행유예와 같은 형사절차상의 법률효과를 지향하는 의사표시를 목적으로 하는 유·무상의 계약이라는 것이다.16) 이러한 형사합의는 차후에 민사배상의 문제를 별도로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꺼번에 피해회복을 함으로써 민사배상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아니하다.17)
그런데 이 형사합의는 그 자체로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소송법상의 개념은 아니다. 실무적으로 통상‘형사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것만으로 고소의 취소 혹은 처벌불원의사의 표시로 인정되지 않고, 그것이 반드시 수사기관 내지 법원에 제출되어야 한다.18) 따라서 실무에서는 고소가 있는 경우에는 아예 ‘고소취하서’를 작성하고, 또한 고소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처벌불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식에 따른다.19) 그리고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 내지 그 의사를 담은 서면이 누구에 의해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전달되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20)
다만, 형사소송의 형식적 확실성을 도모하고자 그 처벌불원의사 내지 이를 담은 서면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명확하게 표시 내지 전달되지 않으면, 처벌불원 내지 고소취소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21) 그리고 현행법과 대법원은 고소를 취소한 후 동일한 사건을 다시 고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에,22) 형사합의서를 작성하였더라도 피해자가 법정에서 고소취소의 의사가 없다고 진술하는 경우에는 고소취소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23)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의사는 수사기관 내지 법원에 표시되어야 하고, 그 의사가 한번 표시되면 이를 다시 철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형사재판부가 형사합의의 유효성을 심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형사합의가 추구하는 소송법적 효과는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의사라는 별도의 의사표시에 의존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를 엄격하게 유지하는 경우, 이를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초래될 수 있다. 甲과 乙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乙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안의 폭행에 대한 합의를 사건 전체에 대한 합의로 생각하였다. 이미 甲이 乙의 모욕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고, 따라서 乙은 자신의 잘못도 감안하여 교통비 15만원 정도를 받는 선에서 합의했던 것이다.
즉, 甲의 폭행과 乙의 모욕은 상계처리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乙의 변호인은 “甲이 폭행부분을 합의했을 때 이미 乙의 모욕부분에 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공소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4) 하지만 법원은 검찰단계에서 작성된 합의서를 이유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합의서에는 甲의 폭행부분만 언급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형사합의의 실질적 내용을 중시한 반면에, 법원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표시 내지 전달된 형식적 내용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형식적 확실성이 중시되는 형사절차에서는 형사합의의 실질적 내용보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표시된 그 형식적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안처럼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가 문제되고, 또 이들이 형사조정이나 화해절차의 합의과정에 이미 함께 참작된 경우에는 오히려 그 실질적 내용이 중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내지 관계회복을 신속하게 도모하려는 형사조정이나 화해절차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25) 가령, 이 사안의 甲처럼 폭행합의시에 모욕부분을 이미 고려하였으면서도 이를 사후에 다시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26)
甲과 乙이 맺은 합의서의 문구보다 그 합의의 실질적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화해와 관계회복을 위해 폭행과 모욕부분을 함께 해결하려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고소나 고소취소 및 처벌불원의사와 관련된 현행법의 태도에 일부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가령, 대법원은 형사고소가 공법상의 권리라는 이유로 그 포기를 인정하지 않는다.27) 고소포기를 허용하는 경우, 이를 둘러싼 각종 회유나 협박 등이 행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고,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상대로 한 고소포기는 허용된다고 보는 견해도 없지 아니하다.28)
그러나 고소포기를 허용하지 않는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이 사건의 乙은 ① 폭행부분에 대해 형사합의를 해주고 난 후 모욕부분에 대한 甲의 고소를 감수하든가, 혹은 ②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애초에 폭행부분에 대한 형사합의를 거부하는 전략을 구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甲도 모욕부분을 고소한 후 甲과 乙이 동시에 서로에 대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지만, 이는 자칫 폭행부분에 대한 형사합의 자체를 그르칠 위험을 높이게 된다. 신속한 피해회복과 사적 분쟁해결의 가능성을 제고하려는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그 분쟁을 악화시킬 여지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물론, 모욕부분에 대한 부제소의 특약과 더불어 거액의 위약금을 예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욕부분에 대한 甲의 고소를 사실상 제약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고소포기를 인정하지 않는 한 甲의 고소를 소송법상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고소 포기가 허용되지 않지만, 이 사건처럼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서로 뒤섞여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자율적 분쟁해결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고소포기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고소포기가 반드시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상대로 행하여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령, 당사자 사이에 부제소의 특약이 있으면, 이러한 특약에 고소포기라는 소송법적 효과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 예외적인 고소포기가 허용되는 경우, 형사합의를 위한 수사기관의 중개역할도 훨씬 활성화될 것이다. 즉, 수사종결권이 없었던 경찰에서는 이 사건의 폭행과 모욕부분을 각각 조사하여 검찰에 송치하고, 그 양쪽을 함께 고려하는 종결처리는 검찰의 몫이었다.29) 하지만 이제 경찰에서 사안을 종결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령, 폭행부분을 수사하는 형사과에서 모욕부분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 폭행의 피해자에게는 고소의 취소의사를, 그리고 모욕의 피해자에게는 고소의 포기의사를 확인하여 폭행과 모욕을 일괄 (종결)처리할 여지가 열리는 것이다.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합의에 착오가 게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사안의 甲은 명백히 폭행부분에 대해서만 합의를 할 생각이었음에도 乙은 폭행과 모욕 전체에 대해 합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현행법은 이러한 경우에도 이미 언급한 것처럼 고소취소 또는 처벌불원의사의 철회를 허용하지 않는다.30) 하지만 이는 중대한 착오를 일으킨 乙을 너무 불리한 지위에 묶어두는 것이 된다. 따라서 현행 형소법 제232조 제4항에 “전항의 고소의 취소 및 처벌의사의 철회가 중대한 착오에 기인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신설하여 중대한 착오로 인한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의사의 경우에는 그 철회를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범죄임에도, 형사소송의 형식적 확실성과 같은 소송법적 이유에서 피해자의 진의가 왜곡되는 경우를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Ⅲ. 사건의 동일성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
폭행부분에 대한 고소취소의 철회나 모욕부분에 대한 고소포기의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것은 당사자의 사적 합의가능성을 넓히는 방법으로 사건의 통일적 처리가능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만큼 이 방안은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과 같은 다른 소송주체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검사나 법원도 이 사안의 통일적 일괄 처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제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사실을 소송법상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다룰 여지가 없는지를 정면에서 한번 다루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하나의 역사적 갈등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헌법 제13조 1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동일한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사부재리의 효과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결정을 가장 많이 양산하게 만든 법조항’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것처럼,31) 사건의 동일성과 이를 기초로 한 일사부재리의 효력범위를 판단하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일찍이 대법원은 이른바 기본적 사실동일설 내지 비양립관계설32) 에 입각하여 공소사실 내지 사건의 동일성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여 왔다. 공소취소와 수정기소를 꺼리는 실무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공소장변경이 비교적 쉽게 허용되어 온 것이다.33) 하지만 기판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비양립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장물취득과 강도상해의 동일성을 부정한 바 있다.34)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소송법상의 개념이므로 그 소송상의 의의나 기능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그것을 “순수하게 사회적·전법률적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규범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이후에도 특수절도와 장물운반의 공소사실이 비양립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한 바 있다.35)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공소장변경과 기판력에서 말하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어떻게 파악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다양한 견해가 주장되고 있지만,36) 소송경제적 측면, 사건단위설에 입각한 구속영장의 효력범위 및 일사부재리의 정신 등을 감안하자면, 과연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기존의 이해보다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사건은 나누지 못한다’는 소송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구속영장이 미치는 객관적 효력범위와 공소장변경의 허용한계 및 기판력의 객관적 효력범위를 원칙적으로 일치시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37)
이러한 관점에서 종래 학계에서는 이른바 역사적 사건개념설이 주장되기도 하였다.38) 가령, 음주소란과 이 음주소란 당시의 폭행은 실체법상 별개의 범죄라고 하더라도 소송법상으로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의 사건을 대충 수사하여 마치 법원을 시운전하듯이 그 일부를 기소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통상 ‘한 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소송법상으로도 ‘하나의 사건’으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술에 취하여 어제 또 ‘한 건’했다”고 생각하는 사건을 이유로 이중 혹은 삼중으로 형사절차에 계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가급적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여 일괄 기소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역사적 사건개념설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사안에서도 “어제 밤에 한바탕했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도 한꺼번에 기소하여 일괄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의 역사적 맥락 속에 들어간 수사기관은 그곳에 얽혀 있는 모든 범죄사실을 밝혀 일괄 기소하라는 것이다. 폭행과 모욕을 분리하여 이중으로 형사절차에 계류시키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하나의 사건으로 다룬다면, 이는 수사기관이 일괄 기소하도록 압박할 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의 행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령, 폭행에 대한 확정판결의 효력은 이 사안의 모욕사실에도 미치게 되므로, 폭행으로 고소당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소인의 모욕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고 함께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하여 그 합의가능성이 높아지고, 바로 모욕죄에 대한 고소의 포기가 일부 가능한 것으로 보자는 주장도 바로 이 합의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기판력에서 말하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공소장변경의 그것보다 협소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피고인에게 너무 지나치게 불리한 해석이다. 따라서 공소장변경의 국면에서 말하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오히려 기판력의 그것보다 적어도 같거나 작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은 기판력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소장변경의 국면에서도 동일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종래의 역사적 사건개념설도 한 사람이 범한 여러 개의 범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 사안의 폭행과 협박은 그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이 사안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의 일괄 처리를 강조하자는 차원에서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보지 못할 바도 아니다.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논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보는 경우, 검사는 이를 일괄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 일부를 기소하는 것도 허용되는지가 문제된다. 일죄일부의 기소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설39)과 부정설40) 및 절충설41)이 다투어지고 있지만, 대법원은 일찍이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던 강간죄의 폭행·협박만을 따로 떼어 기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42) 이는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한 舊형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경우에 강간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보았다가43) 이후에 입장을 바꾸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강간범행의 수단인 폭행·협박은 강간죄에 흡수되는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따로 떼어 공소제기한다면, 그 공소제기의 절차는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형소법 제327조 제2호).
단순일죄와 법조경합의 경우와는 달리, 과형상의 일죄나 포괄일죄의 경우에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일죄의 일부기소가 허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을 현저히 벗어났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명의 난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범죄에 관해서만 공소를 제기할 수”44)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하나의 행위가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와 작위범인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공소제기권자는 재량에 의하여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로만 공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45)
이 사건의 폭행과 모욕은 실체법상으로 과형상의 일죄 내지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소송법상 하나의 사건으로 본다면, 검사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사건을 일괄기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판력이 그 모두에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소추재량을 현저히 벗어났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명의 난이나 범행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그 일부의 기소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가령, 어느 한 쪽을 봐주기 위한 자의적인 공소권행사로 보일 때에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통해 그것에 미치는 기판력을 차단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기소편의주의의 한 모습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검사는 이 사건의 일부를 기소하였다가 사후에 그 나머지를 기소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나머지의 범행정도가 애초의 판단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가 그 예이다. 다만, 이 사건의 폭행과 모욕을 소송법상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본다면, 그 기소는 추가기소가 아니라 공소사실의 일부추가, 즉 공소장변경에 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검사가 그 나머지를 추가기소하는 경우, 검사의 석명에 의하여 중복기소가 아님이 밝혀진다면, 그 나머지에 대해서도 실체판단을 하여야 하고 추가기소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46)
문제는 이 사안처럼, 검사가 일죄의 일부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후 그 나머지를 따로 기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어떠한 확정력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일부 또는 나머지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위 강간죄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시사하듯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혹은 이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 한다. 가령, 이 사안의 폭행 및 모욕이 이미 다 드러났음에도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유로 이를 불기소하였다면, 모욕부분에 대한 기소도 불가하다고 보아야 한다. 폭행부분의 불기소에는 모욕부분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47)
하지만 대법원은 이 누락기소와 관련하여 공소권남용을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즉,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48) 그러나 폭행부분을 불기소한 검사와 모욕부분을 기소한 검사직무대리는 각기 나머지 범죄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고 평가하지 아니한 직무상의 과실은 있지만, 乙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이 사안의 정식재판을 맡은 판사는 공소기각을 하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폭행부분의 합의사실에 모욕부분이 언급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언급하였지만, 공소권남용에 해당할 정도의 누락기소로도 보지 아니한 것이다. 이에 판사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추려고 하였지만, 이 선고유예로 乙이 충분히 보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소권남용에 해당하는 누락기소를 좀 더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불이익을 줄 의도가 없더라도 사건의 전체 맥락을 충분히 살피지 아니한 과실만 있어도 공소권남용의 누락기소로 보자는 것이다.49)
한편, 누락기소로 인한 공소권남용의 경우와는 달리, 폭행부분을 넘어서는 모욕사실이 수사기관에 알려지지도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① 이 사안의 甲이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모욕부분에 대해 일부러 침묵한 경우와 ②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乙도 모욕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①의 경우는 다시 ㉠ 모욕부분이 다소 경미하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폭행부분의 합의를 성사시키는 것에 집중한 경우와 ㉡ 폭행에 대한 합의 후 남겨진 모욕부분으로 상대를 공격하고자 의도적으로 후자에 대해 침묵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보더라도 ㉡과 같은 나쁜 의도를 막아낼 길이 없다. 폭행부분의 합의를 이유로 하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확정판결의 효력, 즉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과 같은 악의를 막기 위해 검사의 이 불기소처분에 아예 판결의 확정력과 유사한 효력을 인정하는 극단적 방안을 한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일죄의 일부에 대한 불기소처분의 효력은 그 일죄의 전부에 미치는 것으로 보자는 취지이다.50) 물론, 이는 모든 범죄에 대한 일반적 언급이 아니라, 이 사안에 국한된 예외적 방책일 뿐이다.
한편, 이 예외적 방책은 甲에게 책문권의 포기 내지 실권효를 인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 후에는 모욕사실을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의 경우에도 책문권의 포기 내지 실권효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②의 경우에는 모욕사실이 폭행부분의 합의 후에 인지되었기 때문에, 이를 따로 문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②의 경우도 ㉠의 경우와 그리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아니하고, 또 폭행부분에 대한 합의로 이미 당사자가 화해한 상황임을 감안하자면, ②의 경우에도 실권효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Ⅳ. 결 어
일상생활의 분쟁에서 두 사람이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2개의 폭행죄와 2개의 모욕죄가 문제될 수 있다. 이 폭행죄와 모욕죄는 모두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범죄이므로 통상 서로 간에 합의를 시도하게 되는데, 여기에 얽힌 법률문제를 잘 아는 자와 그렇지 아니한 자 사이에는 엄청난 부담차이가 초래될 수 있다. 본고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사안에서는 단지 폭행과 모욕이 하나씩 문제되었을 뿐임에도 한 사람의 의도 내지 계략과 상대방의 무지가 결합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20배 이상의 부담차이가 초래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현행 형사실무는 특정인의 악의나 계략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경찰은 폭행과 모욕을 형사과와 수사과에서 나누어 조사하게 하고, 검찰도 이들이 송치될 때마다 각각을 별도로 처분할 뿐이다. 게다가 이 사안의 모욕죄처럼 가해자가 자백하는 경미한 고소사건은 검사직무대리를 거쳐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약식명령으로 이어진다. 이에 본고에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는 범죄가 서로 뒤엉킨 예외적인 경우에는 고소권의 포기와 함께 고소취소 및 처벌불원의사의 철회도 허용하자고 제안하였다. 분쟁의 사적 해결가능성 및 사안의 일괄 처리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괄 처리가능성을 더욱 촉진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보자고 제안하였다. 어느 하나에 대한 확정판결의 효력은 다른 것에도 미친다고 봄으로써, 일괄 기소를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해석론적 제안에도 불구하고, 형사합의를 이유로 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종국처분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실은 판결과 같은 확정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폭행에 합의한 후 모욕으로 공격하려는 계략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한다. 이 점을 감안하여 본고에서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도 판결의 확정력과 유사한 효력을 인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실, 본고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사안의 甲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행동하였고, 따라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제안된 본고의 처방도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따라서 이 제안이 갖는 여러 현실적 문제점들은 향후 다각도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안의 폭행과 모욕을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다루자는 제안은 형사실무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수사권조정으로 여러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에,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 보자는 차원에서 다소 성급하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 측면이 없지 아니한 만큼, 본고의 제안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후속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