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제기
최근 입법자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4호의 개정과 제8조의2의 신설을 통해 경찰관에게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1) 이전의 경직법이 경찰관의 직무 중 하나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치안정보’의 개념이 너무 모호하여 이를 근거로 경찰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한 정보수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어 왔고,2)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치안정보’의 개념을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맞추어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로 수정하는 한편, 경찰에게 그러한 정보활동에 대한 수권근거를 제공하고자 함이 개정의 주된 이유였다.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치안정보’라는 개념을 대신하여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라는 개념을 법문에 사용하고, 정보침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나, 다른 한편 새로운 경직법상의 규정은 경찰의 권한을 전통적인 위험방지에서 사전단계로 확장 내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통적인 경찰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찰작용에 대한 전제요건으로서 공공의 안녕이나 공공의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 이로 인하여 경찰작용을 행하는 시점에서 실제로 또는 적어도 경찰관이 사실적 및 법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이에 비하여 위험의 대응뿐만 아니라 “위험의 예방”3)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규정하고 있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구체적 위험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단계에서도 경찰관에게 경찰작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하여 요구되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필요 없거나 경찰관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지만, 아직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 특히 위험의 사전단계에서도 경찰작용이 허용된다.
새로운 경찰권한의 신설과 함께 위험방지의 효율성은 향상되겠지만, 다른 한편 그 어두운 이면이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경찰의 감시에는 더 이상 구체적 위험이 필요치 않으며, 적지 않은 사례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경찰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합법적인 시민들조차 경찰로부터 감시당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최근의 변화된 위험상황에 맞추어 경직법을 업데이트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동 조항에 대해서는 특히 법치국가에서 요청되는 명확성원칙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 특히 여기서는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헌법적 의문이 제기된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헌법적 의문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동 조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이 반드시 요청된다. 이와 같이 경직법의 최근 개정과 관련하여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여기서는 무엇보다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관에게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지 만일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다면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해당 조치는 누구에게 취해질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되는바,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상세히 고찰하기로 한다.
Ⅱ.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함의
경찰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공공의 안녕과 공공의 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경찰법에서 위험의 개념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미 1953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현 제5조)는 경찰관이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만 위해 방지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의 경직법도 이것을 모범으로 삼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찰관은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실 법문에는 단순히 ‘위험’이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지만, 학설의 절대 다수는 이때의 위험을 ‘구체적 위험’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관이 경직법상의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경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것이 요구된다.4)
현행 경직법에는 개념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와 관련하여서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구체적 위험”이란 개별사례에서 실제로 또는 최소한 경찰관의 사전적 시점(ex ante)에서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5) 이에 따라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이 구체적 위험의 개념은 경직법상의 권한규범을 관통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경찰법을 이해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6) 이러한 구체적 위험에 대한 요구는 전통적인 경찰법상의 일반원칙과 더불어 경찰권 행사를 법치국가적으로 제한하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체적 위험에 대한 요구의 포기는 법치국가에서 수인될 수 없는, 침해권한의 한계를 유월하는 결과로 나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구체적 위험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된 법치국가적 한계를 무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7)
전통적 경찰법의 모델이 ‘구체적 위험의 방지’에 정향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모델은 1980년대 이후부터 새로운 모델로 대체되고 있다. 즉 최근에는 국민이 범죄로 인하여 처하게 된 다양한 위험상황을 고려하여 이미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기 이전단계에서도 경찰로 하여금 개입 가능성을 열어 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8) 여기에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이 위험방지의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손해발생이 확실해질 때까지 그리고 법익침해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그 개념은 일정하지 않으나 ‘탈(脫) 위험방지’, ‘리스크대비’, ‘예방국가’ 등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다. 예방국가는 법익이 침해될 때까지 기다리려 하지 않으며, 그러한 법익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사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예방국가의 논리에 따르면 경찰은 위험이 그 모습을 명확히 드러날 때에야 비로소 개입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위험은 이미 그 사전단계에서 해명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9)
사실 경찰권은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발생이 현실화한 경우에 비로소 행사되어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경찰권은 구체적 위험이 현실화되기 이전에도 대비하거나 위험발생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행사될 필요성이 존재한다.10) 전통적으로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활동이나 음주단속11)에서부터 최근에는 방범용 CCTV나 폴리스캠의 사용 등이 그 예이다. 문헌에서는 ‘현재까지는 아직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지만,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위험발생 이전단계에서 위험에 대비하거나 위험발생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경찰활동’을 일컬어 “위험사전대비”(Gefahrenvorsorge)12)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구체적 위험방지는 위험사전대비와 같은 사전적 활동 없이는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없는바, 이러한 구체적 위험방지와의 밀접한 연관관계로부터 그 필요성이 도출된다. 그러나 위험사전대비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경찰이 위험사전대비를 목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도 당연히 갖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사전에 대비할 목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찰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법자가 경찰에게 위험사전대비를 목적으로 그러한 침익적 경찰작용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수권조항은 비례원칙을 매개로 엄격한 심사를 필요로 한다.
전술한 위험사전대비는 무엇보다 경찰의 정보수집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13) 물론 경찰은 구체적 위험방지와 관련하여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납치나 테러의 위협이 있는 경우 경찰의 정보수집은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정보수집은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단계에서 행하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구체적 위험이 현실화한 경우라면 경찰은 정보를 수집하는 대신, 위험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 예를 들면 물리력이나 무기의 사용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보수집의 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할 경우에는 그 존재여부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설령 그 존재가 긍정되는 경우조차 정보수집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찰의 정보수집이 과연 구체적 위험을 ‘적시’에 방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 수 있다.14) 이러한 점에서 경찰의 정보수집은 – 물리력이나 무기의 사용과 달리 - 구체적 위험을 ‘직접’ 방지하기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경찰이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은 장래에 그 발생이 예견되는 위험을 대비하거나 위험발생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만약 경찰이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단계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거나 위험발생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면 경찰은 위험발생 이전단계에서 개인정보의 수집을 허용하는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고, 그러한 제한을 위해서는 비례원칙에 대한 주의 하에 가능한 제한의 목적과 범위 및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헌법 제37조 제2항).15) 법률의 근거 없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정당화되지 못하며 위법하다. 이 경우 경직법상의 수권조항은 그러한 정보수집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경직법상의 수권조항은 원칙적으로 경찰권 행사의 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관이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시행하는 개인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의 확인은, 입법자가 별도의 수권을 통해 그러한 조치가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경직법상의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행해질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찰관이 개인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을 통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대비하거나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면 ‘구체적 위험’을 반드시 그 전제요건으로 하지 않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법률의 명시적인 수권이 필요하다.
최근 경직법에는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되었다(제8조의2 제1항). 이로써 경찰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대응뿐만 아니라 “위험의 예방”을 위해서도 정보를 수집하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되었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법률상의 수권규정이 경찰작용의 전제요건으로서 “위험의 예방”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위험은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경찰법에서의 일반적 견해에 따르면 “위험의 예방”은 위험발생 이전단계에서 위험에 대비하거나 위험발생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경찰활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단계에서의 경찰활동, 환언하면 위험사전단계에서의 경찰활동이 문제된다. 이로써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미 그 이전단계에서도 허용된다. 그 결과 여기서는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하여 요구되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할 필요가 없거나 경찰관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근거가 있지만, 아직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 특히 위험사전단계에서도 경찰에게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이 허용된다. 그동안 경찰이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손발이 묶여 있었다면 이제 경직법이 개정됨에 따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경찰은 이제 위험사전단계에서도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정보수집 및 사실확인 권한과 함께 경찰은 이제 전통적인 위험방지조치와 달리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단계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경찰작용의 전제요건은 사전단계로 이동되었고, 이를 위하여 구체적 위험의 인정에 요구되는 개연성의 정도는 낮춰졌으며, 공공의 안녕이 위험하게 될 수 있다면 경찰은 이것을 해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비로소) 갖게 되었다. 물론 이로 인하여 위험방지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겠지만, 다른 한편 그 어두운 이면이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의 상실과 경찰국가로의 점진적 진입이 우려된다.16) 예를 들어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경찰책임자이다’, ‘경찰의 감시에 더 이상 구체적 위험은 필요치 않으며, 적지 않은 사례에서 무고한 시민이 경찰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합법적인 시민들조차 경찰로부터 감시받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예방국가는 시민들에게 보다 향상된 보호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시민들이 감시대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빅브라더가 우리를 감시한다’ 등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Ⅲ.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의 헌법적 한계
사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이 입법자가 구체적 위험의 사전단계에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수권하는 경우 이러한 수권조항이 헌법상의 원칙, 특히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과 일치되는 한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법문은 이미 그 자체가 해석을 요하는 불확정 법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해서는 불확정 법개념을 조합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명확성원칙에 대한 위반이 문제된다. 또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위험사전단계에서의 경찰작용을 허용하고 있는바, 해당 경찰작용의 높은 잠재적 침해강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침해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양자 간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써 비례원칙에 대한 위반이 문제된다. 특히 경찰의 권한을 위험사전단계로까지 확대 내지 확장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 대한 감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하여 제기된 헌법적 의문은 법치국가에서 요청되는 명확성원칙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 특히 여기서는 비례원칙에 근거를 둔 의문이라 할 수 있는바, 이에 대해서는 이하에서 입장표명을 하고자 한다.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하여 정보를 수집·작성 및 배포하고, 이에 수반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에 관한 새로운 경찰권한은 분명 경찰로 하여금 이전보다 위험방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경찰에게 새로운 행위수단을 허용할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그러한 행위수단의 사용을 법치국가원칙에 강하게 구속시킬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2005년 5월 26일 결정(이른바 지문날인거부사건)17)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그러한 개인정보보호에 기여한다. 헌법 제17조18)에 보장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의미한다.19)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해당 정보가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의 영역에 귀속되는 정보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를 그 수집과 처리로부터 포괄적으로 보호하므로 개인정보를 그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으로 평가될 수 있다.20)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관계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동의”를 표시한 경우에만 수집될 수 있으므로 관계인의 의사에 반하여 시행되는 공개적인 정보수집뿐만 아니라, 관계인의 의사 없이 비밀리에 시행되는 비공개적인 정보수집이나 제3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경찰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의 확인은, 그것이 관계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하에 시행되는 것이 아닌 한, 언제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물론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다른 여타의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보다 중요한 공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제한은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둔 것이어야 하고, 다음으로 필요 이상의 과잉조치가 되어서도 아니 된다.
모든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그 실체적 정당성이 심사되기 이전에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된다(헌법 제37조 제2항). 법률유보원칙은 입법자가 경찰에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수권하는 경우 입법자에게 그 제한의 본질적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이것을 경찰이나 법원에게 맡기지 않을 의무를 지운다.21) 따라서 입법자는 경찰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기 전에 적어도 그 제한이 원칙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법률유보원칙은 일정범위에서 명확성원칙으로 구체화되었고, 이에 따라 입법자에게 입법 여부에 관한 결정뿐만 아니라 명확성의 정도에 관한 결정도 요구한다. 그리하여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권하는 법률은 그 제한의 목적과 내용 및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고 그 결과 국민이 그러한 수권법률을 통해 어떠한 경찰작용이 자신에게 가능한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개별사례에서 이러한 추상적인 헌법원칙을 구체화하는 것은 어렵고, 판례 또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이로 인하여 입법자가 경찰에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수권하는 경우 해당 수권규정은 그 제한의 목적과 내용 및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지, 경찰에게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수권하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이러한 헌법상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규정을 살펴보면 동 조항은 경찰작용의 요건으로서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과 같은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또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 경찰관은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하여 경찰관이 취할 수 있는 정보수집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관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하여 정보를 수집·작성 및 배포하고 이에 수반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경찰관이 취할 수 있는 정보수집의 방법(예: 심문, 녹화, 감청, 위치추적, 비밀정보원의 활용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규정방식은 전형적인 일반적 수권조항의 규정방식에 해당한다. 즉 입법자는 일반적 수권의 방식으로 경찰에게 정보수집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경직법 개정 이후 어쩌면 일부에서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정보수집에 관한 일반적 수권조항은 ‘명확성’ 또는 ‘특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견해가 개진될지도 모른다. 즉 경찰에 대한 정보수집의 수권은 “특별한” 수권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83년 ‘인구조사판결’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위해서는 입법자는 “영역에 특별한 규정”(bereichspezifische Datenschutzregelungen)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22) 이에 따르면 입법자가 경찰에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수권하는 경우 해당 수권은 경찰법의 영역에 특별한 수권조항을 통해서 규율되어야 하며, 일반적 수권조항은 더 이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서 원용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23)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5년 5월 26일 결정(이른바 지문날인거부사건)24)에서 개인정보의 보관 및 제공에 관한 일반적 수권조항에 해당하는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와 제10조 제2항 제6호도 경찰청장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상의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것을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독일연방헌법재판소와는 다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후 내려진 2005년 7월 21일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와 같은 일반적 수권조항은 서울특별시 교육감 등이 졸업생의 성명, 생년월일 및 졸업일자 정보를 교육정보시스템(NEIS)에 보유하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25) 이러한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허용하는 법률의 수권방식에 관한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① 특별한 수권조항을 통한 정보수집의 투명성과 규범명확성의 보장?
경찰에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허용하는 법률의 규정은 어떠한 법치국가적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하는가? 이것은 결국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인구조사판결을 모범으로 하여 입법자는 경찰법의 영역에 특별한 수권조항을 마련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정보보호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존재하는 일반적 수권조항의 해석을 통해서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5년 5월 26일에 내려진 결정에서 개인정보화일의 보유·이용 및 제공에 대한 일반적 수권조항인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와 제10조 제3항 제6호는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 및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사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인구조사판결에서 입법자에게 “영역에 특별한 규정”을 요구하였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요청된 투명성과 그러한 투명성에 기여하는 규범명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즉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관한 규정을 경찰이 수행하는 직무의 각 영역에 특별히 마련해 둔다면 요청된 투명성과 규범명확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영역에 특별한 규정”이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의 투명성과 규범명확성을 언제나 담보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모든 개인정보를 그 수집과 사용으로부터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바, 이러한 자유영역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법률유보원칙의 적용범위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경찰에 의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은 그것이 관계인의 동의 없이 행하여지는 한 언제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해당하고 그 결과 형식적 의미의 법률의 수권근거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영역에 특별한 수권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면 경찰에 의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관한 법률규정은 필연적으로 복잡·상세한 규정의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 결과 국민은 자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범위를 종종 인식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인구조사판결이 있은 후 연방과 주의 입법자가 각각 형사소송법과 경찰법의 개정을 통해서 범죄수사와 위험방지의 영역에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대한 특별한 수권조항을 마련하였는바, 그러나 지나치게 복잡·상세한 규정으로 말미암아 헌법상 요청된 목적, 즉 명확한 법률규정을 통해서 국민에게 경찰작용에 대한 사전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의 달성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좌절될 위험에 처해 있다.26) 바로 ‘과잉입법’과 결부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27) 이 경우에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영역에 특별한 규정”에 대한 요구가 바로 법률의 홍수(Gesetzesflut) 내지 규범의 홍수(Normenflut)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영역에 특별한 규정”이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의 투명성과 규범명확성을 언제나 담보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② 불확정 법개념의 사용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사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법문은 이미 그 자체가 해석을 요하는 불확정 법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즉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요건부분에는 ‘공공의 안녕’이나 ‘위험’과 같은 불확정 법개념이 사용되고 있는바, 이러한 개념의 사용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될지 모른다. 그러나 명확성원칙의 관점에서 동 조항에 대하여 제기될 수 있는 그러한 헌법적 의문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동 조항의 요건부분에 규정된 ‘공공의 안녕’이나 ‘위험’의 개념은 오늘날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이미 충분히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간 학설과 판례는 ‘공공의 안녕’이나 ‘위험’의 개념을 해석해 왔고 그 결과 경찰이 이러한 개념을 적용하고 법원이 그 적용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명확해졌다. 헌법재판소 역시 일관된 결정28)에서 입법자가 불확정 법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떤 법률조항이 해석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해당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수권법률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정해질 수 없다. 특히 법률의 규율대상이 된 사실관계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사실관계가 다양한 특성을 갖는 경우에는 높은 명확성이 요구될 수 없다.29)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관한 법률규정의 경우에도 불확정 법개념의 사용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는바, 바로 경찰법의 영역에서는 방지되어야 하는 위험상황의 다양성을 이유로 경찰의 탄력적 대응이라는 측면에 중요한 의미가 부여된다. 입법자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사례를 예정하여 처음부터 명확하게 확정된 지침을 경찰에게 부여할 수 없다. 다양한 위험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입법자는 요건부분에 ‘공공의 안녕’이나 ‘위험’과 같은 불확정 법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의 경우에도 입법자에게 불확정 법개념의 사용은 금지되지 않는다.
③ 정보수집에 대한 입법자의 특별한 수권의무가 존재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인구조사판결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입법자가 “영역에 특별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함으로써 정보침해에 대한 수권근거로서 일반적 수권조항의 원용을 사실상 거부하였다.30) 이에 따라 경찰에 의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은 더 이상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행하여질 수 없고, 단지 특별한 수권조항에 근거하여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전 판결31)에서 분명 다양한 행정과제는 항상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될 수 없기 때문에 입법자에게는 불확정 법개념과 일반적 수권조항의 사용이 허용된다고 결정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인구조사판결에서 명확성원칙과 관련하여 이전 판결과 사뭇 다른 결정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정작 어떠한 이유에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서 더 이상 원용될 수 없는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왜 그러한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위하여 특별한 수권조항을 두는 방식은 법률의 홍수 내지 규범의 홍수를 초래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법 정책적으로는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입법자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대한 수권을 반드시 특별한 수권의 방식으로 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지만, 이 경우의 법률이 반드시 특별한 수권조항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이러한 의무를 헌법에서 도출해 내려는 견해가 있다는 이러한 견해는 헌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과도하게 늘이는 견해가 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각 영역에 특별한 법률규정을 마련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만일 개인정보보호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존재하는 일반적 수권조항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입법자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마련한다 해도 새로 마련될 특별규정이 내용적으로 이미 일반규정에 규정된 구성요건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것은 개인정보보호를 보다 강화하지도 못한 채 일반규정에 규정된 구성요건이 새로 마련될 특별규정으로 단지 이전될 뿐이다. 입법자가 이것을 다시 한 번 명시적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결코 법치국가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는다.32)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서 일반적 수권조항을 원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원칙적으로 경찰관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이 경찰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동 조항이 “모든”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 수권조항만으로는 개인정보보호가 불충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일반적 수권조항의 적용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하에 고찰하게 될 ①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경우와 ② 경찰이 수집된 목적과 다른 목적을 위하여 개인정보를 사용하려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주지하다시피 기본권 제한에 대한 헌법의 요구사항은 입법자의 임의적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한의 강도에 의존한다. 즉 기본권 제한이 중대하면 할수록 그러한 제한에 대한 국민의 사전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도 높아야 하고, 그래서 그 제한의 종류와 범위를 특정한 요건 하에 규정하라는 입법자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33) 이러한 점에서 기본권 제한의 강도를 측정하지 않고서는 수권법률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정도를 확정할 수 없다. 기본권 제한의 강도를 측정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경찰이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수집하는지 또는 비밀리에 수집하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① 정보수집의 비밀성
사실 경찰의 정보수집은 그것이 범죄수사의 목적이든, 위험방지의 목적이든 종종 관계인이 그 행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경찰의 행위로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시되는 경우에 성공적일 수 있다. 그로 인하여 최근의 입법동향은 범죄를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하여 경찰에게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할 수 있는 권한(예: 주거감시, 통신감청, 온라인수색, 드론을 포함한 기술적 장치를 이용한 비밀 녹화와 녹음, 사람이나 차량에 대한 위치추적, 신분을 위장한 경찰관과 비밀정보원의 활용, 장기간의 감시 등)을 점점 더 폭넓게 허용하는 경향에 있다.34) 그러나 경찰이 그와 같은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경우에는 입법자에 의한 특별한 법적 규율이 필요한 기본권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는 주거 외부에서 기술적 장치(예: 레이저 도청장치)를 이용해 주거 내부에서 나누는 대화를 엿듣거나 그 내부를 엿보는 행위, 즉 이른바 “주거감시”(Großer Lauschangriff)35)를 허용하는 특별한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특별한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거감시를 통한 정보수집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헌법 제16조의 주거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거감시는 사생활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제한으로 볼 수 있다. 주거감시는 거주자 몰래 비밀리에 수행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는 바, 몰래 촬영되고 녹음되기 때문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주자는 자신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것이다. 그 결과 거주자의 가장 내적인 영역도 침해될 수 있다. 헌법 제18조에 보장된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통신감청에도 동일한 것이 적용된다. 통신감청은 비밀리에 집행되기 때문에 관계인은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구성원과 지극히 사적인 대화도 나눌 것이며, 그로 인하여 내면의 감정표현이나 성적인 표현과 같은 관계인의 가장 은밀한 삶의 영역까지 몰래 엿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통신감청은 헌법 제18조의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평가될 수 있다. 만일 특별한 수권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험방지를 위한 주거감시나 통신감청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할 수 없다. 주거감시나 통신감청과 같이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경찰작용의 경우, 명확성원칙은 입법자로 하여금 특별한 수권조항을 통해서 그러한 제한의 실질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및 한계를 보다 상세하게 규정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주거감시나 통신감청과 같이 기본권이 그 주체가 알지 못한 채 비밀리에 침해되는 경우, 기본권은 그와 같은 조치를 규범적으로 제한하기 위하여 그리고 관계인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적 규율을 요구한다.36)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종래의 전통적인 기본권보호의 방식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계인은 사전적 청문과 예방적 또는 적어도 동시적 권리구제의 가능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 특히 여기서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침해의 부지(不知) 내지 비밀성으로 인하여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 적어도 처음에는 가능하지 않게 된다.37) 관계인은 기껏해야 사후적으로, 즉 이러한 침해에 관하여 사후적 통지를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법원으로부터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거나 심지어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38) 주거감시나 통신감청과 같이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경우에는 공개적인 절차를 전제로 발전된 절차적 보장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고, 때문에 관계인이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통제수단의 결여는 다른 방식으로 보상되어야 할 헌법적 필요성이 존재한다.39) 즉 입법자는 주거감시나 통신감청과 같은 조치에 대하여 제기될 수 있는 법치국가적 의문을 다른 절차적 보장을 통해 완화시킬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주거감시나 통신감청을 통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기 위해서는 법관의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그러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법관유보(Richtervorbehalt)를 통해서 완벽한 권리구제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법관의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는 통상 관계인이 알지 못한 채 발부되며, 그러한 한도에서 사법절차의 본질적 보장이 준수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 청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주거감시나 통신감청의 경우에는 감시의 목적이 더 이상 위험하게 되지 않는 때에는 관계인에게 이전에 시행된 감시조치에 관하여 ‘통지’를 함으로써 적어도 사후적으로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존재하는 경우 만일 입법자가 관계인에게 해당 침해에 관하여 알려주어야 할 의무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면 특별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주거감시나 통신감청과 같이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기본권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특별한 절차적 규정(법관의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는 규정이나 통지 및 삭제에 관한 규정 등)을 마련할 것이 요구되며,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그러한 특별한 절차적 규정을 통해 고려되어야 하는 기본권보호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주거감시나 통신감청을 통한 정보수집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할 수 없다. 입법자는 특별한 수권조항을 통해서 어떠한 절차적 요건 하에서 주거감시와 통신감청이 허용되는지를 상세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경찰이 관계인 몰래 비밀리에 개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헌법 제17조에 보장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경우, 즉 관계인이 정보수집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예: 드론, 위치추적, 비밀녹화, 장기간의 감시) 관계인이 정보수집을 경찰작용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예: 신분을 위장한 경찰관이나 비밀정보원의 활용) 또는 경찰이 개인정보를 관계인 몰래 제3자에게서 수집하는 경우에도 경찰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경찰의 정보수집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경우라면 법률유보원칙의 한 요소인 명확성원칙이 보다 강하게 적용되므로 입법자는 그러한 제한의 실질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및 한계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예를 들어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은 특별한 수권근거 없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헌40)에서는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은 경찰법에 있는 정보수집에 관한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할 수 있다는 견해가 개진되고 있는바, 이러한 견해는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의 특별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견해이다. 즉 이러한 견해는 경찰이 비밀정보원을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한다는 점과, 무엇보다 관계인 몰래 비밀리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그 과정에서 (후술하는) 특별한 신뢰관계(예컨대 친족관계나 의사·환자 또는 변호사·의뢰인 등의 업무상 비밀관계)가 침해됨으로써 입법자에 의한 특별한 법적 규율을 필요로 하는 기본권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견해이다. 특히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과 같이 경찰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경우에는 주거감시나 통신감청에서와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입법자에 의한 특별한 절차적 규율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히 명령권한에 관한 규정(예를 들어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은 법관의 영장이나 법원의 허가 또는 적어도 경찰관서장의 허가나 결재를 필요로 한다는 규정)과 통지 및 삭제에 관한 규정이 그러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참고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이 형사절차에서 법률의 근거 없이 비밀정보원을 활용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41) 이러한 점에서 특별한 절차규정을 통해 고려되어야 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정보원을 활용한 정보수집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시행될 수 없다. 경찰관이 비밀정보원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별한 수단의 정보수집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특별한 수권조항이 필요하다.
② 특별한 신뢰관계에 대한 침해
전술한 주거감시나 통신감청 또는 비밀정보원 등과 같이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공무상 또는 직업상 비밀이 수집될 수 있다. 즉 그와 같은 은밀한 정보수집과정에서는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직업상 비밀보유자가 그 업무상 보유하고 있는 타인의 비밀에 관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그 결과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관계(헌법 제15조), 고해신부와 고해자 간의 관계(헌법 제20조), 친족관계(헌법 제36조) 등과 같이 헌법상 기본권에 의하여 특별히 보호되는 신뢰관계가 침해될 수 있다.42) 이러한 특별한 신뢰관계에 대한 침해는 비례원칙에 대한 주의 하에 가능한 침해의 범위와 한계를 확정하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43) 그러나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의 정보수집이 공무상 또는 직업상 비밀을 통해 헌법상 보호되는 신뢰관계를 침해할 수 있는지 만일 침해할 수 있다면 어떠한 요건 하에서 침해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주거감시나 통신감청 또는 비밀정보원 등과 같이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비밀리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조치에 대한 충분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 확정될 수 있다.
③ 정보수집의 내용과 양(量) 및 기간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강도를 측정함에 있어서는 또한 수집되는 개인정보의 내용과 양(量) 및 남용의 위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44)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인격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민감한 정보로서 남용될 위험성이 큰 유전자 정보나 금융거래의 비밀에 속하는 정보를 경찰이 위험방지의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법률적 수권이 필요하다. 나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 강도는 경찰작용의 기간에 의존하는바, 예를 들어 경찰이 특정인을 일주일에 24시간 이상 또는 일주일의 기간을 넘어 장기간 감시한다면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별한 실체법적 및 절차법적 요건 하에서만 허용될 수 있다.45)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해당 정보가 수집되었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을 일컬어 “목적구속의 원칙”이라고 한다.46) 다른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의 사용은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관계인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이 위험방지의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범죄수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보수집을 넘어서는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제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떠한 기본권이 구체적으로 문제되는지와 관계없이 법률유보원칙을 이유로 법률의 명시적 수권이 필요하다.47) 그러한 정보사용에 의하여 정보수집에 존재하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계속 강화되기 때문에 위험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의 근거에서 범죄수사를 위한 정보사용 권한을 도출할 수는 없다. 개인정보를 본래의 수집목적과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그 기초가 되는 정보수집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보수집과 동일한 헌법적 요구사항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이 범죄수사의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범죄예방을 포함한) 위험방지의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개인정보의 목적변경은 예를 들어 통신비밀보호법 제12조 제1호와 같은 법률규정을 통해 명확하게 규율되어야 한다.48)
만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그것이 경찰법상의 일반원칙에 대한 주의 하에 행하여지는 한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해당 법문을 살펴보면 동 조항은 경찰관에게 위험의 대응뿐만 아니라 “위험의 예방”을 위해서도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허용하고 있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해서는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즉 동 조항은 위험사전단계에서의 경찰작용을 허용하고 있는바, 해당 경찰작용의 높은 잠재적 침해강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침해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양자 간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써 비례원칙에 대한 위반이 문제된다. 특히 경찰의 권한을 위험사전단계로까지 확대 내지 확장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 대한 감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제기된 헌법적 의문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이 반드시 요청된다.
사실 입법자는 비례원칙의 준수 하에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찰에게 정보수집과 사실확인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수권규정이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위험의 예방”에 기속시키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기본권 제한을 가져오는 경찰작용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요구되는 구체적 위험이라는 요건에 아직 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침익적 경찰작용을 허용하려고 한다면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허용하는 경우에만 헌법적 의문에 직면하지 않게 된다. 즉 입법자는 원칙적으로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경찰개입의 한계를 낮출 수 있고 그 결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찰개입은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위험사전단계에서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원칙적으로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허용될 수 있다. 단순한 위험의 존재만으로는 사전단계에서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 입법자는 사전단계에서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모든 위험의 예방을 위해서 허용할 것이 아니라, 강화된 위험을 전제요건으로 하는 수권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관에게 공공의 질서에 대한 위험이 아니라, 강화된 위험, 즉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을 위해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을 허용하고 있다.49) 특히 동 조항에 예시된 범죄나 재난 또는 공공갈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은 상당하다. 입법자는 전형적으로 공공의 안녕을 강하게 침해하는 범죄와 재난 및 공공갈등의 지적을 통해서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허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각 위험의 정도에 따라 구분된 수권규정을 마련하라는 헌법적 요구사항을 따르고 있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 조항을 통해 보호되는 법익의 가치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와 더불어 그러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사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법문에 사용된 “위험의 예방”은 위험은 물론이고 위험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조차 필요 없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수권규정의 구성요건이나 법체계적 관점 또는 적어도 합헌적 법률해석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듯이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위험혐의”50)를 전제로 함을 배제하지 않는다.51) 오히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과 같은 광범위한 수권규정은 비례원칙을 고려한 엄격한 해석을 필요로 하며, 그로 인하여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위험혐의”를 전제요건으로 하는 경우에만 헌법에 합치될 수 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나 계기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를 하는 것은 자유권에 대한 위법한 침해라 할 수 있다. 경찰의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적어도 ‘잠재적 위험’과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감시 그 자체가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에는 구체적 위험이 요구되지는 않으나 적어도 강화된 위험혐의, 즉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이 의심되거나 우려되는 상황’이 존재하여야 한다. 만일 공공의 안녕을 강하게 침해하는 범죄나 재난 또는 공공갈등으로 인하여 중요한 법익이 위험하게 될 우려나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면 설령 입법자가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의 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이 아닌 위험혐의만을 요구한다고 하여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될 수 없을 것이다.
위험혐의가 존재할 때 경찰로 하여금 위험조사를 허용하는 수권규정은 해당 조사가 “누구”에게 시행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함께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규정은 “누가”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 경우 경찰책임의 원칙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행위책임자뿐만 아니라 상태책임자는 ‘구체적 위험’과 결부되어 있고, 경찰긴급상황에서의 비책임자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위험’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책임의 원칙은 위험혐의에는 직접 적용될 수 없다. 위험혐의를 위험의 하부개념으로 파악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모든 사람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의 감시가 사실상 가능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경직법 제8조의2에 대해 제기되는 헌법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의 감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이 모든 사람에게 실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나아간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는 과잉금지원칙을 통해 제한 및 보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위험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위험예방을 위하여 기본권 침해를 수인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이다.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헌법상의 의문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이 반드시 요청된다. 만일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이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의 대상자에 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과잉금지원칙으로부터 일정 부분 규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과잉금지원칙으로부터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즉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단지 위험혐의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사람, 즉 ‘잠재적 책임자’에게만 허용되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잉금지원칙의 원용 하에 이러한 대상자에 관한 흠결을 메우는 것은 임시방편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이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취해져서는 아니 됨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향후 경직법을 개정할 때 이 점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경찰이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실적 근거가 요구되지만, 위험방지조치의 시점에서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을 정당화하는 정보나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에게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하여 정보수집과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 즉 이른바 팩트체크(fact check)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52) 예를 들어 실제로 위험이 존재하는지 만일 존재한다면 특정행위나 특정물건에서 기인하는지 만일 기인한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규명하기 위하여 조사를 하거나 위험방지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 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진술요구나 자료제출요구 등을 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 경우 과잉금지원칙으로부터는 경찰에게 맡겨진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정보만을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러나 주거감시나 통신감청 또는 비밀정보원 등과 같이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조치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전술한 명확성원칙 및 절차적 고려 외에도 동 조항이 요구하는 요건만으로는 그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그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헌법적으로 높은 요구사항이 세워져야 한다. 따라서 경찰이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조치는 누군가가 해당 조치를 규율하는 법률에 특별히 언급된 중대한 범죄(예: 테러, 살인, 방화 등)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또한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기 어려운 경우, 즉 경찰에게는 범죄의 저지를 위하여 특별한 수단의 정보수집 외에는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다른 수단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Ⅳ.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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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고찰한 것을 요약 및 정리하기에 앞서 여기서는 다음의 점이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인 1882년 6월 14일 프로이센 고등행정법원은 크로이츠베르그(Kreuzberg) 시(市)에 세워진 승전기념비의 전망을 확보하기 위하여 건축물의 고도(高度)를 제한하는 베를린 경찰청장의 법규명령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이른바 크로이츠베르그-판결)53)에서 당시 베를린 경찰청장이 제정한 법규명령은 법적 근거 없이 제정된 것이므로 위법·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프로이센 고등행정법원은 승전기념비의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것이 경찰의 직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면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ALR) 제2부 제17장 제10조(“공공의 평온 및 질서를 유지하고 공중이나 그 개개 구성원에게 임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관이 경찰관청이다”)를 심사척도로 삼았는데, 동 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공공의 복리증진은 동 규정에 규정된 경찰의 고유한 직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경찰청장은 위험방지가 아니라 복리증진을 위하여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법규명령을 제정하였기 때문에 해당 법규명령은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2부 제17장 제10조에 위반되어 위법·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후에도 프로이센 고등행정법원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였고, 동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발전된 경찰개념은 마침내 1931년 프로이센 경찰행정법(PreußPVG) 제14조 제1항54)에 성문화되었다. 우리의 경직법 역시 이러한 경찰개념에 입각하고 있는바, 경직법 제2조 제7호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크로이츠베르그-판결은 오늘날 법치국가 경찰법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 판결이 갖는 역사적 교훈은 무엇보다 경찰의 직무를 위험방지에 국한시켰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경찰권 행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러한 경찰권 행사가 경찰의 직무범위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일 경찰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이 문제되지 않는 곳에서 정보를 수집·작성 및 배포하고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을 한다면 그러한 경찰권 행사는 경직법 제2조 제4호에 규정된 경찰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을 면하지 못한다. 140여 년 전의 크로이츠베르그-판결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작금의 경찰이 다시 한 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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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실적 근거가 요구되지만, 위험방지조치의 시점에서는 손해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을 정당화하는 정보나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신설된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경찰에게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을 위하여 정보수집과 이에 수반되는 사실확인, 즉 팩트체크(fact check)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대해서는 명확성원칙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 특히 여기서는 비례원칙의 관점에서 헌법적 의문이 제기된다. 동 조항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헌법적 의문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합헌적 해석이 반드시 요청된다. 이에 따라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은 단지 (강화된) 위험혐의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사람, 즉 ‘잠재적 책임자’에게만 허용되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른 위험예방을 위한 정보수집과 사실확인이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취해져서는 아니 됨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향후 경직법을 개정할 때 이 점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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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은 원칙적으로 경찰에 의한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보수집과 정보사용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적용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①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경우와 ② 경찰이 수집된 목적과 다른 목적을 위하여 개인정보를 사용하려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특히 관련된 기본권이 강화된 실질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하에서만 제한될 수 있는 경우에는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의 적용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예컨대 위험방지를 위한 주거감시, 통신감청, 온라인수색, 드론을 포함한 기술적 장치를 이용한 비밀 녹화와 녹음, 사람이나 차량에 대한 위치추적, 신분을 위장한 경찰관과 비밀정보원의 활용, 장기간의 감시 등과 같은 특별한 수단을 이용한 (비공개의) 정보수집은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시행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