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제기
2020. 7. 31. 법률 제17470호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신설하여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임대차 보장기간을 연장하고, 계약갱신 시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여 어느 때보다 포괄적이고 강력하게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동 계약갱신요구제도는 개정과 동시에 바로 시행되었는데,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1)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게 되는데, 임대인이 실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임차인이 요구한 갱신기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새로이 도입되어 정착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간혹 동 조항이 기존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등 이와 관련한 악용사례가 보인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되므로, 본 논문에서는 해당 법제에 대한 다수의 판례와 조정결정이 정리되어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법제와 동향을 검토하여 우리 법제의 바람직한 해석론 및 향후의 법·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하고자 한다.
Ⅱ. 우리나라에서의 법제와 논의 현황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면서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동 법은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한 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법정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제6조의3제1항제8호 및 동조 제5항), 이는 임대인에 의한 위법·부당한 갱신거절에 대하여, 임차인에게 비교적 간이한 방식의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서 임차인의 손해전보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특히 동조 제6항에서는 세 가지의 손해배상 산정 방안 중 큰 금액으로 하여 임차인 보호에 매우 충실히 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2)
그렇다면 어차피 임대인으로서는 손해배상의무가 있으니, 임대인의 실제거주 주장의 진정성을 퇴거신청 단계에서 굳이 미리 따지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과 갱신거절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나 별개의 목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제도가 있다고 하여 본래의 급부에 대한 이행을 구하는 청구에 대해 이를 무의미하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제도의 1차적인 목적은 선의의 진정성 있는 임대인의 실제거주의 경우에 퇴거를 인정하는 것이고, 차후에 이것이 허위임이 밝혀졌을 때 또는 임대인이 당초에는 실제 거주하였으나 차후에 마음이나 상황이 바뀌어 거주하지 않게 된 때에 임차인에 대한 2차적인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다. 임차인으로서는 퇴거를 당한 후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애당초 퇴거당하지 않은 상황과 비교하면 불이익이 충분히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임차인의 갱신제도와 손해배상제도는 유기적으로 작동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제도의 1차적인 목적이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실제 거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거주한다는 것은 임차목적물을 실제로 인도받아 입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실제 거주하는 것의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는 어떠한 정도로 입증을 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고, 비록 임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주(常住)하지 아니하고 비워두거나 기존의 거주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목적주택을 단지 거소(居所)로 이용하는 경우 등은 어떠한지, 그리고 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매매하였을 때 매수인의 실제거주 진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실제 거주’가 인정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언론에서 문제되는 주요 사례들을 요약하여 보면, “집주인 아들이 와서 산다고 해서 방을 빼줬는데, 두 달 만에 매물로 나온 사례”, “실 거주 목적 갱신 거절 후 공실로 두다가 매각한 사례” 등을 찾아볼 수 있었고, 해당 사례에서 “실 거주를 하다가 진짜 급한 사정이 생겨서 집을 팔게 된 것인지, 거짓말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비싼 값에 집을 팔려고 계획한 것인지 확인해볼 방법이 없다”고 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실효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기사도 보인다. 또한 이러한 사례는 보증금과 결부되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즉, 계약 갱신 시 임대차보호법대로 기존 보증금의 5%만 올려주겠다고 하자 집주인이 이에 맞서 본인이 직접 들어와 산다고 한 사례 등도 찾아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분쟁의 발생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상당히 위축하고 있어 임차인의 점유권 보장의 측면에서 다소 불완전한 측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
한편,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매도할 경우에 매수인이 실 거주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에 있어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서 최근의 하급심 판결이 있는데, 이에 의하면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가능한지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에게 갱신의사를 밝혔다면 그 이후 이 주택을 매수한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4)
본 논문에서는 다수의 판례와 조정결정이 정리되어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임대인 실제거주로 인한 퇴거 신청제도의 특징 및 판단에 관한 법리와 판례의 동향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법제에서도 문제되고 있는 다수의 분쟁에 대한 해결기준 및 매매의 경우에 있어서는 어떤 법리상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관련 제도의 운용상 개선방향을 제시하도록 한다.
Ⅲ.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임대인 실제거주로 인한 퇴거 신청제도
캐나다는 연방법이 아닌 주법으로 주택임대차보호 법제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5) 온타리오주에서의 주거용임대차에 관한 법률은 시대에 따라 Residential Premises Rent Review Act(1975), Residential Tenancies Act(1979), Residential Rent Regulation Act(1987), Rent Control Act(1992), Tenant Protection Act(1997)로 그 명칭이 바뀌어오다가 2006년에 Residential Tenancies Act(이하 “RTA”라고 한다)로 개정되어 지금까지 주거용임대차 관계 기본법으로 운용되고 있고,6) 이에 따라 정부중재기관의 명칭도 Ontario Rental Housing Tribunal (ORHT)에서 현재는 The Landlord and Tenant Board(LTB: 이하 “임대차위원회” 또는 “위원회”라고 한다)로 명칭이 바뀌었다.
임대차위원회는 주택임대차법제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임대차분쟁에 관하여 집행력 있는 결정을 내린다. 예컨대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한 퇴거(eviction)7) 명령을 신청하여 인용결정을 받으면, 이를 가지고 집행관(sheriff)에게 위임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위원회의 결정은 최종적 구속력(final and binding)을 가지며,8) 위원회의 인용 또는 기각 결정에 대해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불복하면 위원회에서 이를 다시 심리할 수 있고, 이는 일종의 이의신청 절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된다.9) 불복에 대한 재심의 결과에 대하여는 30일 이내에 법원(Divisional Court)에 불복신청을 할 수 있는데 법적 쟁점에 관하여만(only on a question of law) 불복사유로 삼을 수 있다.10) 위원회가 행한 이 소관 법률에 대한 해석(Board’s interpretation of its home statute)에 대해 법원이 그 당부를 재심사하여 판단하는 기준은 합리성(reasonableness)이고,11) 정확성(correctness)이 아니다.12) 즉, 위원회의 해석이 법리상 정확하지 않은 면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해석이 당해 사안에서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수 있다면, 법원이 이를 파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13)
이와 같은 법제는 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는 점에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해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분쟁이 임대차위원회에서 종국적으로 해결될 수 있게 한다. 법원에 의한 정식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편익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14) 그 결과 온타리오에서는 임대차 분쟁사건이 법원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따라서 온타리오주의 법리를 살펴볼 때 주된 대상은 임대차위원회의 결정문이며, 법원의 판결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임대차위원회의 결정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지 않고 유형도 다양하지 않다.
다음으로 온타리오주 법제의 특징 중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표준화된 통지서와 신청서 제도이다. 임대차의 종료, 차임의 증감청구, 쌍방 간의 손해배상이나 비용의 청구, 부당하게 수령한 금원의 반환, 수선요구, 부당한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 등 당사자 간에 있을 수 있는 주요 분쟁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우선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상대방에게 어떠한 형식과 내용으로 통지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임대차위원회에서 표준화된 통지서(notice)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통지를 통하여 쌍방 간 해결이 되지 않아 임대차위원회에 어떠한 결정을 구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 그 구제신청서(application)도 분쟁별로 표준화된 양식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신청서를 작성할 때 내용의 대부분을 객관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또한 발송한 통지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퇴거신청과 관련한 통지서나 신청서 양식도 있는데, 해당 양식에는 신청하는 법률관계의 핵심 요건사실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고 작성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설명과 사후 절차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를 작성하는 과정에 임대인이나 임차인 스스로 자신의 주장이 법적으로 합당한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표준화된 통지서와 구제신청서의 활용은 당사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에서 주로 살피고자 하는 임대인의 실제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내는 유형의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15) 우선 임대인은 N12라는 통지서 양식(Notice to End your Tenancy Because the Landlord, a Purchaser or a Family Member Requires the Rental Unit)을 사용하여 임차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16) 통지 후에 임차인이 불응하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임대차위원회에 임대차의 종료선언 및 임차인에 대한 퇴거명령을 구하는 신청을 하는데(이하에서는 ‘퇴거명령신청’이라고 약칭한다), 여기서 임대인용 구제신청서인 FORM L2라는 신청서(Application to End a Tenancy and Evict a Tenant)를 사용한다.17) 즉, 이와 같은 분쟁에서는, 임대인이 N12를 먼저 보내고, 이에 임차인이 불응하면 임대인이 임대차위원회에 L2 양식을 이용하여 퇴거명령신청 절차를 밟는다. 거기에서 신청이 인용되었는데도 임차인이 불응하면, 임대인은 결정문을 가지고 곧바로 집행관에게 위임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종료 선언 및 퇴거 등을 구하는 L2 신청사건에서 임대인의 신청을 인용하는 경우, 위원회의 결정 주문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선, 위원회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었으며, 임차인이 언제까지 임차건물로부터 퇴거할 것을 명한다.18) 다음으로, 퇴거명령에서의 퇴거일까지 임차인이 퇴거하지 않는 경우, 퇴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음을 허가하고, 집행관에게 이 결정으로 퇴거집행을 할 것을 명령한다.19)
이와 더불어 결정일까지의 임대료를 공제한 보증금의 잔액을 계산하고, 퇴거시까지 임차인이 지급할 임료상당의 부당이득을 계산하여, 이에 대하여 보증금과의 상계를 허가한다.20) 한편, 신청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임대인이 차임의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임차인은 예상되는 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임대차위원회에 공탁(paid to the Board in trust)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공탁된 금전의 처리에 관하여도 결정한다.21)
만일 임대인의 신청이 기각되면, 임대차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인용 결정에 대해 임차인도 같은 불복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서 임대차위원회의 1심 결정으로 분쟁이 종결된다.
임대차계약(landlord tenant lease agreement)상 최초의 약정 임대기간이 만료하는 경우, 온타리오에서는 임대차계약관계(tenancy)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자동으로 갱신되어, 법정갱신의 일종인 ‘매월 자동 갱신되는 임대차(month to month tenancy)’로 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 원칙이다. ‘month to month tenancy’는 매월 자동 갱신된다는 의미이지만, 매월 말을 만기로 하여 자유롭게 종료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임의 지속적 연체 등 법에 정한 임차인 측의 과실이 없는 한,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상의 의무를 성실시 이행하여 온 임차인을 퇴거시키고 다른 임차인으로 교체할 수는 없다. 추가적으로, 임차인 측의 과실이 없이 임대인 측 사정으로 퇴거시킬 수 있는 사유가 몇 가지 규정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임대인이나 가족이 직접거주하려는 경우와 건물의 재건축이나 보수를 위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임대인이나 그 가족이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제도는 상가임대차에는 적용되지 않는 주택임대차의 특유한 제도로서 인정되고 있다. RTA상 임대인은 임대인 본인, 임대인의 배우자(spouse), 임대인 및 그 배우자의 자녀나 부모 및 가족에 대한 부양자(a person who provides or will provide care services)가 임차목적물에 최소 1년 동안 거주할 목적을 가진 경우 선의(in good faith)의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통보로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임대인이 이와 같은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1개월분의 임대료를 보상하거나, 임차인이 수용할만한 대체 임대주택을 구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대인의 퇴거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편 임차인은 통지서에 명시된 일자에 앞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 통지하는 경우 통지한 날부터 최소 10일이 지나는 날로 정해야 한다.22)
RTA는 임대인이 악의로 계약해지 통지를 한 경우 손해배상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다. 임대인이 악의로 계약해지 통지를 하고 퇴거일로부터 적정기간 내에 제48조에서 규정하는 사람에 의한 거주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57(1)에 의하여 확인판결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57(3)에 의한 구제수단(손해배상)이 인정된다. 첫째, 임대인이 악의적으로(in bad faith)으로 통지한 것인가? 둘째, 임차인이 퇴거한 것이 임대인의 통지 때문인가? 셋째, 임차인이 퇴거한 후 상당한(reasonable) 기간 내에 임대인이 입주하지 아니하였는가? 위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의 퇴거일로부터 1년 이내에 발생할 차임 증가분의 전부 또는 일부와 이사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
임대인이 (1) 임대차목적물에 대해 임차광고를 하는 경우, (2) 제3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3) 임대차목적물 또는 이를 포함하는 건물에 대한 매매광고를 하는 경우, (4) 해당 목적물을 철거하는 경우, (5) 해당 목적물을 주거용 건물 이외의 용도로 변경을 시도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임대인이 악의로 해지통지를 했다고 간주하여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쉽게 인정할 수 있다.23) 즉 임대인이 악의로 해지통지를 하였고, 그 통지에 근거한 위원회 명령이 내려진 결과 임차인이 임대주택에서 퇴거하게 되었으며,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비웠음에도 일정 기간 내에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위원회는 임대인에게 적지 않은 금액의 벌금과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1) 이전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떠난 후 1년 동안 발생했거나 발생할 인상된 차임의 전부나 일정 부분에 대하여 정해진 금액, (2) 임차인이 부담한 이사, 보관 및 기타에 관한 합리적인 정도의 비용, (3) 차임 감액 명령, (4) $25,000를 초과하지 않는 벌금, (5) 위원회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기타 결정 등이 손해배상의 내용에 해당된다.24)
Ⅳ.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임대인 실제거주 판단에 관한 법리와 판례의 동향
다음으로 임대인의 실제거주를 이유로 한 임차인에 대한 퇴거명령 신청을 둘러싸고 온타리오의 경우 주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임대차위원회와 법원은 어떠한 법리를 형성하여 왔는지 등을 살펴보고 우리 법 해석상의 시사점을 찾아본다. 이 제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실체법·절차법상 쟁점을 찾을 수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주로 ‘실제거주’로 인정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온타리오는 임대인이 ‘실제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한다(=갱신을 거절한다)는 의사표시’만으로 임대차관계가 소멸하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N12 통지를 상대방에게 하여야 하는데, 만일 임차인이 이를 불응하면 임대인은 임대차위원회에 L2신청을 하여 임대차관계의 종료선언 및 퇴거명령의 결정을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차위원회에서 대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심리·결정하며 그 결정으로서 임대차 종료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임대인의 실제거주 의사 통지만으로 갱신이 거절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임대인은 심리 과정에서 실제거주의 필요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거주자의 의사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 만약 막연하게 ‘임대인이 직접 거주할 예정이니 퇴거하라’라든가 ‘임대인의 가족 중 한 사람이 거주할 예정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실제거주의 진정성이 충분히 주장 입증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신청이 인용되기 어렵다. 가족 중 누가 언제 입주할 것인지, 입주하여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현재의 주거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임차인을 내보내고 거기에 실제 거주하여야 할 필요성이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에 관련된 증언이나 서증을 제출하여야 하는 경우도 많다. 퇴거명령 신청 시부터 임대인이 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실거주예정자가 선서 후 작성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 사람이 자기의 개인적인 거주목적 용도로 그 임차공간을 실제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확인하는 내용이어야 한다.25)
위원회와 법원은 RTA상의 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임대인에 의한 자의적인 퇴거청구(arbitrary evictions)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으며,26)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제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27)
임대인이 갱신거절을 하려면 갱신거절사유가 있음을 임대인이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한 증명은 전문증거(hearsay evidence)보다는 임대인이 선서한 직접증언(direct testimony under oath)을 존중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28) 진술서를 제출한 경우 반드시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개별적인 서증이 함께 제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툼이 있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임대인 측에서 필요 서증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보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임대인 측의 실제거주 목적은 진정한 의도가 충분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29)
우리 법제에 있어서도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의 행사가 적절하고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갱신거절권의 행사의 적법성 여부는 임대인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바, 아래에서는 이러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검토해보도록 한다.
실제거주로 인한 퇴거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대인이 “진정으로(in good faith)”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진정성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임대차위원회에서 거래의 실질적 성격(real substance of all transactions and activities)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상세히 심리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30) 이를테면 위원회가 임대인이 주택을 점유하려는 진정한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의 행동과 동기를 보고 임대인의 진정성을 추론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임대인이 이전에 다른 임대주택에 대하여 직접 사용을 목적으로 임대차 종료 통지를 하였음에도 다시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이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31)
또한 RTA section 49에서 임대주택 매매 시 매수인이 실제 거주할 용도로 매수한 경우 매도인인 임대인이 대신하여 임차인에게 임대차 종료 통지를 할 수 있는데, 위원회는 계약 조건으로 인해 거래의 완료가 불확실한 경우 그러한 신청을 거부하거나 연기할 수 있고, 이러한 매매가 임차인 퇴거를 목적으로 한 가짜임이 판명되면 신청서를 기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에게 양도를 한다거나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도한 경우에는 이러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는 경우로 보고 있다.32) 즉 임대차위원회는 실제거주의 진정성 여부에 대해 임대인의 주장 자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이에 대해 실질심사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선서한 진술서에서 “본인은 진정으로(in good faith) 256/258 Pine St.소재 Apt. 305호를 제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자 합니다.”라고 추상적으로만 기재하였고, 거주예정자가 왜 그 호실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참고사항(specific reference)을 전혀 기재하지 않은 경우라면 임대차위원회는 임대인이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33)
RTA 48.(1)항의 구성원인 임차인의 자녀가 거주하는 것으로 진술한 경우에도 해당 자녀가 친자이거나 법적으로 입양되었다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러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의 퇴거신청이 기각되기도 하므로 임대인의 자의적인 퇴거청구로부터 최대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본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34)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출생한 8세 아들을 거주하게 한다는 이유로 임대차종료 및 퇴거를 신청한 경우에는 임대인 측에서는 그 부양자의 선서진술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임대인의 신청이 기각되기도 한다.35)
한편, 임대인이 자기 부부가 건강문제가 있어서 말년을 이 집에서 지내고자 한다고 진술하면서 그 건강상태에 관하여는 스텐트 시술 및 관련 약 처방에 관한 보고서 이외에 다른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이 사례에서 문제는 임대인이 진심으로 자신의 실제거주를 위하여 이 주택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인데, 위원회는 임대인 측의 간략한 증거나 반대신문의 거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볼 때 충분하지 않고, 거주예정자 본인이 아닌 아들의 진술만으로는 임대인의 실제거주의 진실성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한 사례도 있다.36)
반면, 임차인이 증명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는데, 임대인의 아버지가 실제 거주할 구체적인 이유와 계획임을 밝힌데 대해,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임대한다는 온라인 광고가 게재된 점을 들어 실제거주는 믿기 어렵다고 항변하였고, 임대인은 자신이나 임대인 측에서 그 광고를 올린 바 없다고 다툰 사례에서, 임차인이 온라인 광고가 임대인에 의한 것임을 밝히지 못하여 임대인의 신청이 인용이 된 적이 있다.37)
임대인이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경우, 거주의 동기가 오로지 임대인이나 가족이 실제거주하기 위한 것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분쟁사례를 보면 그 동기는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이견이나 분쟁이 있으면, 임대인으로서는 ‘차라리 직접 거주하겠다.’라면서 임차인을 내보내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즉, 차임의 인상이나 건물의 관리 등과 관련하여 임차인이 임대인의 요구를 순순히 듣지 않을 경우, 또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불법이나 탈세 등 비위를 당국에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임대인이 실제거주를 주장하며 퇴거명령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건 중에도, 양자 간의 다른 분쟁이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동기가 된 경우도 있는 반면, 그것이 하나의 동기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임대인이 실제거주의 필요성이 있는 점도 틀림없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이와 같은 다양한 경우에 대해 실제거주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즉 퇴거를 신청한 동기가 주요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례가 있다.
판례의 동향을 살펴보면, 퇴거를 신청한 동기는 주된 심문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거주 의도의 진정성(genuine intent)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38) 다만, 실제거주의 의사가 있더라도 그러한 동기는 매우 미약하고 다른 동기들이 압도적인 경우에는 실제거주 의도의 진정성이나 필요성이 부정되기도 한다.39)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임대인은 3층 건물 소유자로서, 1층은 반 지하로 침실 1개가 있는 호실이고, 본 건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 2층과 3층은 각각 침대 2개씩이 있는 호실로 다른 사람들에게 임대되어 있다. 임대인은 자기가 직접 거주할 것이라는 이유로 임대차종료 및 퇴거명령을 신청하였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직장이 본 건 건물에서 1시간 이상 거리여서 출퇴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건물에는 주차장도 없고, 나아가 집주인으로서 2, 3층에 살지 않고 반 지하에 살겠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임대인은 직장의 허가를 얻어 재택 근무할 예정이며, 주차장은 인근에서 구하면 되고, 자신이 독신이라 비용절감 차원에서 1층에 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임차인은 이와 같은 사건이 있기 이전에 그 동안 임대인과 공동 전기요금 분담 등 문제를 두고 분란이 있었는데, 임차인은 그것이 본 건 퇴거신청의 실질적인 동기라는 점을 주장하는 한편,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 및 인근 교회에서 신앙 활동을 하고 있어 타지로 이사하기가 어려운 점 등 사정을 고려하여 퇴거집행을 불허 또는 연기해 달라고 하였다. 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동기 자체보다 임대인이 진정으로 입주할 의사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는 한편, 임차인의 개인적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지만 이는 퇴거집행 불허가 사유가 될 수는 없고, 약 1개월 정도의 퇴거 유예기간을 부여하면서 퇴거청구를 인정하였다.40) 또한 임대인의 갱신거절 통지가 악의적(in bad faith)이었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임차인의 신청이 있었던 사례에서, 임차인은 임차인의 아버지와 임대인 사이의 둘러싼 분쟁이 실질적인 이유라고 주장하였고, 임대인은 은퇴 후 실거주목적으로 이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한 사례에서 위원회는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제 거주할 것을 진정으로 의도하였음(genuinely intended to move)을 인정하여 임차인의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41)
반면 불만을 제기하는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의도가 압도하는 경우(overriding intention to evict), 달리 말하면, 불만을 제기하는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것이 주된 목적(mainly for the purpose of evicting)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임대인의 진정성이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해당 사안의 임대인과 임차인은 많은 분쟁이 있어서 여러 건의 신청이 임대차위원회에 제기되었는데, 임대인의 신청은 모두 기각되었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375달러를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퇴거시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나아가 임차인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N5, N7등 통지로 퇴거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그러자 자신이 직접거주하겠다면서 N12를 보냈는데, 이 때 위 375달러 수표를 동봉하여 보냈다. 위원회는 이와 같은 행태가 퇴거신청이 임차인의 불만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고, 또한 거주예정자가 공동임대인 중 누구인지에 대해 통지와 심문결과가 불일치하므로, N12는 부적법한 통지라고 보아, 임대인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러자 임대인은 자신이 곧 결혼할 여성 및 그 자녀와 함께 거주할 것이라며 다시 N12를 보냈는데, 위원회는 그간에 드러난 임대인의 의도가 임차인의 불만을 누르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여, 진정한 선의의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임대인의 신청을 기각하였다.42)
임대인이 거주하겠다고 하는 주장이 다른 진술과 모순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의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해당 사안에서는 임대차위원회가 임대인의 임대차종료신청을 기각하자(임대차위원회 1심), 이에 임대인이 불복하였고,43) 불복절차에서 원심의 결론을 뒤집어 임대차의 종료가 인정되자(임대차위원회 2심),44) 임차인이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임대인과 임차인은 많은 분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인근의 공사로 임차인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할 것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강요하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임대료의 수령을 거부하겠다고 하여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고, 임대료를 임대차위원회에 공탁하도록 하는 명령이 발령된 바도 있었다. 해당 사안에서 임대차위원회 1심에서 임대인의 선의를 부정한 이유는, 우선 임대인이 거주하겠다고 하는 주장은 임대인 스스로 이 건물이 위험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진술과 모순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주거에 대한 합리적인 향유를 방해(interfere with the reasonable enjoyment of the tenancy)하여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인정되므로,45) 임대인의 신청은 기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서는 1심이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대인의 요구의 합리성(reasonableness)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잘못이 있다고 보아 임대인의 주거목적이 있음을 인정하였으나, 법원은 2심 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동기(motive)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진정한 의도가 중요하지만,46) 그와 같은 동기가 선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임대인의 제반 행위에 드러난 신뢰의 상실로써 임대인이 선의로 통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즉, 거주 의도의 진정성 판단에 있어서 임대인의 주장에 모순된 내용이 있다면 그러한 주장은 임대인의 선의를 부정하는 요소로 작용된다는 것이다.
임대인의 주장에 ‘모순된 이유’가 존재했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파악된 사례를 더 살펴본다. 해당 사안의 임대인은 본건 N12를 통지하기 전에 여러 번 통지를 하였는데, 맨 처음 통지는 딸을 입주시키겠다고 2016. 7. 3. 정식 서면이 아니라 구두로 설명한 적이 있다고 임대인이 주장하지만, 임차인은 그런 설명 없이 건물에 대한 수리(renovation) 때문이라고 설명을 들었다고 다투었다. 두 번째 통지는 2016. 8. 8. 서면으로 이루어졌는데, 2016. 7. 3. 자 통지를 상기시키면서 수리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퇴거를 요청한 것이고, 여기에도 딸의 거주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016. 8. 9. 다시 N12에 의한 정식 통지를 하였다. 여기에서 임대인은 ‘자녀 거주’ 란에 체크하였다. 임대인이 이와 같이 목적을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임대인 스스로도 임차인을 내보낸 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고 설시하면서 위 2016. 8. 9.자 N12는 결국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지 못하였다. 임대인은 다시 2016. 9. 23. N12를 보냈는데 이번에도 ‘자녀 거주’에 체크하였다. 심문과정에 수리공사가 필요한지를 물었을 때, 임대인은 큰 수리가 필요하지는 않고, 딸의 취향을 고려하여 페인트 등 약간의 작업이 필요한 정도라고 진술하였다. 임차인을 내보내는 주목적이 수리인지 자녀의 거주인지에 관해 임대인의 태도가 오락가락하였는데, 이에 대해 임대인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임대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위원회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하였다.47)
여기서는 ‘상시 거주’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본다. 판례의 동향은 임대인이 거주하더라도 이는 상시 주된 거주지로서 사용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즉, 이는 일시적 사용이나 간헐적 사용과 같은 경우는 그것이 비록 실제거주이기는 하지만 상시거주가 아니라고 보아, 이 법에서 말하는 거주목적 사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4개월간 상시 거주(full time)한 것만으로는 주거목적 점유로 인정하지 않는다.48) 상시 거주가 반드시 주된 거주지(main residence)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49) 다음과 같이 판결의 대체적인 경향을 보면 주된 주거지로서 상시 주거하는 것을 상당히 엄격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아들이 향후 5년간 학기 중에는 주말에, 여름방학 중에는 상시로 거주할 목적이라는 이유로 임대차종결 및 퇴거를 임대차위원회에 신청한 사례에서 임대차위원회는 일시적(occasional)이고 또한 간헐적 사용(intermittent use)이어서 RTA §48(1)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50) 임차인은 이에 불복하였고, 법원 변론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은 간헐적이긴 하지만 5년이라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므로 일시적인 것은 아니므로, 거주목적 점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위원회의 해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여, 불복신청을 기각하였다.51) 또한 임대인이 현재 자신의 집에서 상시 거주하면서, 임차목적물에는 가끔 거주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실제 거주의 필요성이 부정된 경우도 있다.52)
즉, 상시 거주가 아닌 가끔 거주한다는 것만으로는 이 법률상의 실제 거주할 필요성이 부정되는데53), 임대차위원회는 가끔 거주한다는 것을 상당히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주3-4회 출근할 때 거주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실제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퇴거시키려고 하였으나, 일시거주이므로 신청이 기각된 사례도 있다.54)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보면, 우리 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인이 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계약갱신요구의 거절사유로 인정하는 제6조의3제1항제8호의 ‘실제 거주’는 캐나다에서는 거주목적 점유(residential occupation)의 요건인데, 그 요건은 ‘상시’ 실제로 거주하여야 하는 것으로 다소 엄격하게 보아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매매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다소 다른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인의 매각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RTA에서는 관련 규정을 두어 임차주택이 매도된 경우 매수인의 직접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우선, 매매계약의 진실성이 인정되고, 매수인이 실제거주의 진정성도 인정되는 경우, 매도인이 자신의 실제거주를 이유로 퇴거신청을 할 수는 없지만, 매수인을 위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퇴거신청을 할 수 있다. 반면, 임대인이 실제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낸 후 매매계약을 시도하는 경우는 악의로 추정되며,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즉, 매수인의 실제거주가 필요하지만, 매도 자체를 임대인의 실제거주사유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매수인은 자신의 실제거주와 무관한 다른 이유로 내보내려고 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위에서 언급한 거주 필요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매수인의 실제거주를 위한 퇴거신청을 인정하는 것은 제한 없는 갱신을 인정하는 온타리오법제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1회에 한하여 갱신요구를 인정하는 우리 법제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캐나다의 경우 임대인의 진정성을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가 이러한 진정성 판단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문제는 단순히 임대인이 ‘실제거주’한다는 통보만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임대인의 통보는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효력이 있지만, 우리는 임대인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 필요성을 간과하고 추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임대인의 실제거주로 인한 갱신거절권 행사의 적절성과 타당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은 우리 법령의 해석에 있어서도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 판결에 의하면 임대인의 실제거주라고 하더라도 주된 주거지로 상시거주하지 않으면 거주목적 사용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볼 수 있는데, 거주목적 점유(residential occupation)를 ‘상시’ 실제로 거주하여야 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
또한 임대인이 5% 이상의 차임 인상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의한 갱신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거주하겠다고 압박하는 경우도 거주목적 점유로 볼 것인지도 고민해 볼 문제이다. 이는 임대인 거주 이전의 ‘악의(in bad faith)적인 동기’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점에 관하여 사전 심사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임대인이 ‘들어와서 살겠다’라는 의사표시만 하면 임차인은 대부분 퇴거하게 되어 있다. 온타리오 임대차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동기’ 자체보다 임대인이 진정으로 입주할 의사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실제 거주의 목적이 분명히 있더라도 다른 동기가 압도적으로 강한 경우에는 그 진정성이 부정되기도 하는데, 이는 임대인의 실제 거주를 임차인의 차임 증액이나 또 다른 형태로 임차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보호하려는 데에 부합하는 것으로,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8호의 사유가 임대인의 의사표시에 의해 사실상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해석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악의의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 제도와의 관계이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임대인이 실제거주하겠다고 주장하여 임차인을 퇴거시킨 후 실제거주하지 않았음이 1년 이내에 밝혀지는 경우에는 소정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임차인으로서는 손해배상의무가 있으니, 임대인의 실제거주 주장의 진정성을 퇴거신청 단계에서 굳이 미리 따지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과 갱신거절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나 별개의 목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야 한다.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제도가 있다고 하여 본래의 급부에 대한 이행을 구하는 청구에 대해 이를 무의미하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제도의 1차적인 목적은 선의의 진정성 있는 임대인의 실제거주의 경우에 퇴거를 인정하는 것이고, 차후에 이것이 허위임이 밝혀졌을 때 또는 임대인이 당초에는 실제 거주하였으나 차후에 마음이나 상황이 바뀌어 거주하지 않게 된 때에 임차인에 대한 2차적인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다. 임차인으로서는 퇴거를 당한 후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애당초 퇴거당하지 않은 상황과 비교하면 불이익이 충분히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온타리오의 경우 손해배상 뿐 아니라 임대인이 악의적이었던 경우에는 임차인은 손해배상과 함께 임대인에게 벌금을 부과할 것을 신청할 수 있는데, 벌금의 최고 한도는 1만 캐나다 달러로, 결코 가볍지 않다. 온타리오에서 손해배상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의 실제거주 의사의 진정성 내지 선의를 매우 엄격히 살피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V. 맺음말 : 우리 법제에의 시사점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임대차위원회와 같이, 임대인의 ‘실제거주의사’를 둘러싼 많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대차분쟁조정제도 운영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법제는 개정(법률 제17470호, 2020. 7 .31. 일부개정)을 통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뿐만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한국부동산원의 지사 또는 사무소에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여 조정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 향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제도에 대한 다양한 홍보를 통하여 접근가능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유사하게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의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55)
분쟁조정과정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판결례를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주장하는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56) 우리 법에서의 실제 거주한다는 사실도 임대인이 입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제도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와 같이 거주의 진정성요건은 다소 엄격히 해석해 볼 필요가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임대차계약의 최소기간이 2년이라는 점, 1회에 한하여 갱신요구가 인정된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더욱 엄격하게 본 조항을 운용하여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57)
마지막으로 우리의 법제에 있어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 및 이를 거절하기 위한 사유가 합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일정한 통지서 양식을 만들 필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0월 23일 입법예고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국토교통부 공고 제2020-1346호)을 보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여부를 명시하여 주택 매매 계약 시 혼란이 없도록 조치를 하기 위해 제20호 서식을 개정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58) 서식을 정비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59) 해당 서식은 단순히 매매계약 체결에 있어서의 서식일 뿐이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또는 매수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갱신 관련 또는 갱신거절과 관련한 양식의 필요성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 [부록 1], [부록 2]에서 소개하는 온타리오 임대차위원회의 표준양식을 참고하여 우리의 법제에 맞는 표준양식을 만들어 임차인에게 적절한 통지를 전달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필요한 사유가 정말로 존재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