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며
2021년 1월 29일 언론에는 최근 선출된 차기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2020년 12월 선출된 신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1) 등장했다. 2018년 법학전문대학원 개원 10주년 행사 1주일 전 갑자기 대한변협 회장의 축사가 취소되는 소동이 일어났던 기억을 되살려 보면2) 사뭇 다른 장면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대한변협에 먼저 모종의 제안과 같은 공개서한을 보낸 이유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감축하고 로스쿨 결원에 대한 보충제 연장반대를 공약으로 한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니, 그와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법학전문대학원들을 대변하는 입장에서는 대립보다는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자격 없는 사람들의 직역 침탈을 막고 제도와 통념의 장벽을 넘어 변호사의 직역을 다양화하는데 힘을 쏟고, 다양한 철학과 가치,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법전원을 서열화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일들을 막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협의회의 제언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언급한 로스쿨 결원보충제를 202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 내용이 알려지자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이를 법학전문대학원들이 입학정원을 초과하여 운영하는 꼼수라고 비판하면서 아예 편입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고, 교육부는 지방소재 로스쿨이 공동화될 우려가 있고 결국 고사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3) 편입을 허용할 경우 이른바 상위권 로스쿨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순차적으로 하위 로스쿨의 우수 학생들이 편입하게 되고, 결국 편입 도미노로 인해 지방 소재 로스쿨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점점 낮아질 것이고, 결국은 그 존립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진단인 것이다.
이러한 기사를 접할 때 결국 그 저변에는 변호사수의 증대를 막고자 하는 변협과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늘여 법전원의 존재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로스쿨 사이의 이해충돌이 깔려 있고, 결국 그 핵심에는 지방소재 로스쿨의 문제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래의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2,000명의 입학 정원 기준으로 변호사시험 불합격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로스쿨을 순서대로 보면 사실상 모두 지방소재 로스쿨이다.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부터 제8회까지 누적 합격률의 평균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대학원은 11개로 건국대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소재 로스쿨들임을 알 수 있다.
학교명(입학정원) | 실제 입학인원 | 석사학위 취득자(누적) | 누적 합격자 | (누적불합격자)합격비율 |
---|---|---|---|---|
서울대학교(150) | 1,227 | 1,142 | 1,077 | 94.3 |
연세대학교(120) | 1,000 | 918 | 857 | 93.3 |
고려대학교(120) | 995 | 916 | 854 | 93.2 |
성균관대학교(120) | 996 | 905 | 824 | 91.0 |
경희대학교(60) | 501 | 454 | 410 | 90.3 |
서강대학교(40) | 339 | 302 | 272 | 90.1 |
아주대학교(50) | 424 | 364 | 325 | 89.2 |
이화여자대학교(100) | 823 | 763 | 680 | 89.1 |
영남대학교(70) | 577 | 540 | 474 | (66) 87.8 |
한양대학교(100) | 843 | 754 | 662 | 87.8 |
한국외국어대학교(50) | 414 | 376 | 329 | 87.5 |
중앙대학교(50) | 421 | 379 | 329 | 86.8 |
서울시립대학교(50) | 416 | 374 | 320 | 85.6 |
인하대학교(50) | 418 | 376 | 321 | 85.3 |
합계/평균(2,000) | 16,660 | 14,985 | 12,575 | (2410)4) 83.9 |
부산대학교(120) | 1,004 | 902 | 726 | (176) 80.5 |
전남대학교(120) | 1,010 | 884 | 708 | (176) 80.1 |
건국대학교(40) | 335 | 300 | 240 | 80.0 |
경북대학교(120) | 1,005 | 888 | 701 | (187) 78.9 |
충남대학교(100) | 834 | 742 | 573 | (169) 77.2 |
강원대학교(40) | 330 | 294 | 221 | (73) 75.2 |
충북대학교(70) | 590 | 517 | 381 | (136) 73.7 |
전북대학교(80) | 657 | 597 | 430 | (167) 72.0 |
동아대학교(80) | 662 | 591 | 406 | (185) 68.7 |
제주대학교(40) | 335 | 272 | 185 | (87) 68.0 |
원광대학교(60) | 504 | 435 | 270 | (165) 62.1 |
즉, 제1회부터 제8회까지 25개 대학 평균 합격률 83.9%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건국대학교(80.0%)를 제외하고 모두 지방소재 대학원들이다. 지방소재 대학원 중에서는 영남대학교만이 87.8%로 평균 합격률을 넘어서고 있다. 아래 [표 2]의 2020년 제9회 변시까지의 누적 합격비율을 보더라도 경북대학교를 비롯한 이른바 거점국립대 3곳의 합격률은 25개 로스쿨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이런 통계치를 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의 서열화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러한 문제에 천착하여 그 구체적 해결방법을 내놓는 일에 앞서, 법학전문대학원 12년의 운영 결과, 과연 지방대학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금 이대로의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운영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의 철학이나 방향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지,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이라는 국가의 정책과 부합하는지, 지역개발·지원과 수도권 인구분산, 그리고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의 대계에 상응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법학전문대학원이 건강한 토대위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보안책이 필요한 것인지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방대학교의 건재 없이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민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Ⅱ. 현황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사법시험제도가 완전히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 당위임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사법시험제도에서는 약 40개 대학의 출신만이7)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했으나, 현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102개 학교 출신이 합격을 하고 있어 일부 학교에서만 배출하였던 법조인이 다양한 학교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학교에서 법조인을 배출하니 이른바 ‘법조카르텔’의 형성을 막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8) 사법시험합격자 중 지방대학 출신이 12.06%였지만 법전원 입학자 중 지방대학 출신 19.68%라고 하며, 이렇게 매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80명의 지역인재를 선발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9) 어떤 기준으로 지방대학출신이 19.68% 입학하고 있다는 것인지 그 근거를 잘 알지 못하겠지만, 사법시험제도하에서도 40개 대학이 아니라 70개 이상의 대학이10)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사법시험은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도 합격했다는 사실은 여기서 분명하게 지적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2009년 개원 이래 현재까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구성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이 기존의 사법시험제도하에서의 지방대학교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2017년 입학생 구성을 보면 150명의 2/3인 100명이 서울대학교 졸업생이다. 그 외 50명의 출신학부를 보면, 연세대학교 졸업생 7명, 고려대 15명, 성균관대 4명, 한양대 4명, 이화여대 2명 등이다. 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총 6개의 서울소재 대학졸업생이 채우고 있다. 연세대학교 로스쿨 118명의 신입생 중에는 연세대 학부졸업생 52명, 서울대 졸업생 40명, 고려대 5명, 한양대와 카이스트 각 3명, 성균관대와 서강대 각 2명, 기타 서울권 대학 각 1명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7년 신입생 119명 중 고려대학교 학부졸업생은 약 50%로 60명, 서울대학교 학부졸업생이 44명, 연세대학교 5명, 한양대와 카이스트 2명, 해외대학과 이화여대 1명 등이다. 외국대학을 제외하면 서울소재 6개 대학출신이 채우고 있다.
결국 언급한 3개 대학의 입학정원 총387명 중 서울대학교 학부졸업생이 188명(48.6%), 고려대학교 출신이 80명(21%,), 연세대학교 졸업생이 74명(21%)을 차지하고 있다. 즉 3개 대학 총 입학생 중 3개 대학 졸업생이 전체 8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9년 이래로 지금까지 항상성을 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2020학년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출신학교별 현황을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11)
즉,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2020년 입학생 중 90.38%(141/156명)가 서울대, 연세대 그리고 고려대 학부 출신 학생들이었다. 포항공과대학이나 과기원, 그리고 외국대학 등 특수대학을 제외하면 서강대 1명, 성균관대 3명이 사실상 SKY대 졸업생이 아닌 유일한 경우이다.
출신대학교 | 인원(명) |
---|---|
고려대학교 | 16 |
서강대학교 | 1 |
서울대학교 | 103 |
성균관대학교 | 3 |
연세대학교 | 22 |
포항공과대학교 | 2 |
한국과학기술원 | 4 |
외국소재대학교 | 4 |
계 | 156 |
그렇다면 다른 대학의 사정은 어떠한지 2020년 기준 전국대학의 현황 자료를 잠시 보기로 한다. 아래의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2020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할 때, 서울지역의 로스쿨에 서울 이외 지역 (로스쿨 설치대학과 비설치대학 모두 포함) 학부출신의 진입은 사실상 막혀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서울 지역 로스쿨로 분류되는 대학에서 서울 이외 지역의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의 학부를 졸업한 학생을 선발한 경우가 총 6명으로 고려대, 이화여대, 그리고 시립대가 각 1명, 아주대학이 3명이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0%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달리 말해 서울이외 지역 학부출신은 서울지역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지방에 소재한 11개 법학전문대학원의 사정은 이와 사뭇 다르다. 아래의 [표 5]에서 볼 수 있듯이, 2020년 입학생 기준으로 적게는 50%(제주대학교) 많게는 77%(경북대학교)까지 서울소재 대학졸업생(외국대학 포함)들이 입학하고 있다.
학교명(입학정원) | (1-8회 변시 누적불합격자수)누적합격률 | 서울 이외 지역대학 출신학생 수/ 비율 (2020년) | 자교출신 학생 수/비율 | ||
---|---|---|---|---|---|
영남대학교(70) | (66) 87.8 | 23/71 | 32 % | 7/71 | 9.85 % |
부산대학교(120) | (176) 80.5 | 34/127 | 26 % | 22/127 | 17.32 % |
전남대학교(120) | (176) 80.1 | 56/123 | 45 % | 20/123 | 16.26 % |
경북대학교(120) | (187) 78.9 | 30/129 | 23 % | 17/129 | 13.17 % |
충남대학교(100) | (169) 77.2 | 40/110 | 36 % | 10/110 | 9.09 % |
강원대학교(40) | (73) 75.2 | 14/41 | 34 % | 2/41 | 4.87 % |
충북대학교(70)13) | (136) 73.7 | 19/77 | 24 % | 1/77 | 1.29 % |
전북대학교(80) | (167) 72.0 | 35/86 | 40 % | 15/86 | 17.44 % |
동아대학교(80) | (185) 68.7 | 40/85 | 47 % | 11/85 | 12.94 % |
제주대학교(40) | (87) 68.0 | 21/42 | 50 % | 1/42 | 2.38% |
원광대학교(60) | (165) 62.1 | 16/64 | 25 % | 7/64 | 10.93% |
위 자료에 따르면 지역 대학 출신학생이 지방 소재 로스쿨에 진학하는 수는 입학총인원 대비 23%에서 50%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달리 말해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이 지역 소재 로스쿨에 50%-77%까지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제주대, 동아대, 전남대, 전북대 로스쿨 등은 이른바 지역인재 할당 20%의 두 배인 40% 이상의 신입생을 지역 대학 출신자로 선발했고, 11개 로스쿨 평균 약 34.7%의 신입생을 서울 이외 지역 대학출신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지역대학 졸업생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울 이외 지역에 외국대학 등도 포함되어 있고, 카이스트나 포스텍 등도 함께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지방소재 종합대학의 졸업생을 기준으로 한다면 2009년 19.9%, 2010년 18.4%, 2011년 20.1%, 2012년 22.0%, 2013년 21.0%, 2014년 15.3%, 2015년 19.7%, 2016년 18.3% 등으로14) 나타나고 있어 평균적으로는 2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1년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대학육성법 개정 법률의 20% 규정이 마치 지방대학 육성의 핵심정책인 듯 회자되지만 그 주체인 지방대학 로스쿨의 운영자들은 그와는 생각이 조금 다른 듯하다. 지방대학 출신 신입생의 비율을 오히려 줄여 변호사시험 불합격자의 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해주거나,15) 서울 소재 로스쿨에도 지방 소재대학 졸업생을 일정 비율 신입생으로 선발하게 하여 불합격의 위험을 공유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지방 소재 대학을 졸업한 로스쿨 지망생은, 한편으로는 서울 지역 로스쿨 진학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 소재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에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이중의 불이익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지방 소재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의 변호사 자격 취득 상황은 어떠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전국 로스쿨 졸업생 평균 합격률 83.9~ 84.9%에 미치지 못하는 합격률을 보이는 지방 소재 로스쿨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여, 자교출신 입학생 수를 기준으로 장래의 합격자 수를 예측해 본다면, 특히 지역 거점대학으로 불리는 부산대학교의 경우 2023년 약17-18명, 경북대학교는 약 13명, 전남대학교는 약 16명의 변호사를 배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로스쿨이 도입되고 지방 거점대학들에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 수치도 현재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예측되는 합격자 수이다.
학교명(입학정원) | 1-8회 누적합격률 | 자교출신 입학생 수 | 2023 예상 합격자수 |
---|---|---|---|
부산대학교(120) | 80.5 % | 22명 | 17-18명 |
전남대학교(120) | 80.1 % | 20명 | 13명 |
경북대학교(120) | 78.9 % | 17명 | 16명 |
이러한 수치가 지방 소재 대학, 특히 사법시험 당시 일정 수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했던 이른바 지방 거점 국립대학에는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제도가 운영되던 시절, 위 대학들의 변호사 배출현황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통계포털·법무부 등에서 제공된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지금부터 약 10년 전인 2002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한 2009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추이는 아래와 같다.
사법시험 당시 합격자 수 10위권 내에 있었던 경북대, 부산대, 그리고 전남대학교에서는 매년 평균 18-26명까지의 변호사를 배출했음을 알 수 있다. 1,000명 전후의 합격자를 선발할 때에도 33명에서 40명까지 합격자를 배출했고, 전체 합격자 대비 연평균 1.7%에서 2.6%, 즉 1,000명을 기준으로 경북대학교는 연평균, 19-20명을 배출해왔다. 그렇다면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고 나서도 지방거점 국립대학의 변호사 배출상황이 현상이라도 유지되고 있다고 하려면 어느 정도의 변호사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도 관심을 갖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사법시험합격자 1,000명을 배출하던 시절에 각 대학교가 배출한 변호사 수에 비근할 수 있는 변호사 수는 얼마인지를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산술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8년간 변호사 시험 평균 합격자 수, 즉 1,571명을 기준으로 하면 다음과 같은 수치가 도출된다.
복잡한 다른 조건들을 일단 사상하고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부산대학교의 경우 자교 출신 변호사 40-41명, 경북대학교의 경우 자교출신 변호사 31명, 전남대학교의 경우 약 28명을 배출한다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이후 변호사 배출 수나 비율에서 줄지도 늘지도 않은 현상 유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자료를 기준으로 이들 대학교 졸업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적정한 학생 수, 즉 입학생 수를 계산해보기 위해 8년 간 평균합격률 83.9%를 적용해 보기로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지역 명문, 지방 거점대학이라고 불리던 경북대, 부산대, 그리고 전남대학교가 그나마 어떤 의미에서건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고 하려면, 최소한 해당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적어도 33명에서 49명까지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고(위 [표 9] 참조), 약 28명에서 41명까지 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위 [표 8] 참조).
대학 | 사법시험 1000명 기준 (2002-2009)연 평균합격자 수 | 변호사시험 1,571명 기준 합격자 수 |
---|---|---|
부산대 | 26명 | 40.846명 (41명) |
경북대 | 20명 | 31,420명 (31명) |
전남대 | 18명 | 28.278명 (28명) |
대학 | 변호사시험 1,571명 기준 합격자 수 |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학생 수 |
---|---|---|
부산대 | 40.846명 (41명) | 48.87명 (49명) |
경북대 | 31,420명 (31명) | 36.95명 (37명) |
전남대 | 28.278명 (28명) | 33.37명 (33명) |
사법시험제도가 운영되던 당시 부산대, 경북대 그리고 전남대학교는 전국 7위에서 11위에 해당하는 합격자를 배출하며 지방의 명문으로, 말 그대로 지역의 자존심을 지키는 대학교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아래의 [표 10]에서의 위상은 위 [표 1]에서 보듯이 아득히 옛날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언급한 대학 중 예를 들어 경북대학교 로스쿨의 자교 출신 입학생 수와 비율 현황을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표 11]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3년간 연 평균 약 22.15명의 학생이 자교에 입학했고, 입학정원120명 기준으로 평균 18.66%, 약 19% 달하는 학생이 입학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2014-2015년을 이후로 일반화되고 있고, 해마다 그 인원이 감소하여 2021년은 13명이 입학하는데 그치고 있다. 입학생 중 경북대 학부졸업생의 비율도 10.8%에 불과한 상태가 되었다. 결원보충 인원을 합하면 10.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2명 전후가 입학한다는 말이다.
입학년도 | 입학생수 | 구성비 |
---|---|---|
2009 | 29 | 24.2 |
2010 | 27 | 22.5 |
2011 | 29 | 24.2 |
2012 | 35 | 31.7 |
2013 | 23 | 19.2 |
2014 | 21 | 17.5 |
2015 | 22 | 18.3 |
2016 | 20 | 16.7 |
2017 | 17 | 14.2 |
2018 | 19 | 15.8 |
2019 | 16 | 13.3 |
2020 | 17 | 14.218) |
2021 | 13 | 10.819) |
평균 | 22.15 | 18.66 |
앞의 [표 9]에서 추정해 본 37명에 비할 때 약 1/3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달리 말해 사법시험제도가 운영되던 시절에 비해 거점 국립대학교로서 지방소재 대학을 대표하는 경북대학교의 영향력은 1/3 수준으로 축소되어 버린 것이다.
경북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국내의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학생 수는 아래 [표 12]에서 정리되어 있다.
구 분 | 제3회 (2014) | 제4회 (2015) | 제5회 (2016) | 제6회 (2017) | 제7회 (2018) | 평 균 |
---|---|---|---|---|---|---|
경북대출신 (재시포함) | 24명 | 21명 | 15명 | 18명 | 13명 | 18.2명 |
경북대출신 (초시) | 21 | 18 | 10 | 9 | 8 | 13,2명 |
합격총인원 | 92명 | 84명 | 86명 | 92명 | 93명 | 89.4명 |
[표 11]에서 보았듯이 연 평균 약 22명이 입학하면 초시에 약 13.2명, 재시포함 연 18.2명 정도가 합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도 제5회 시험 이후에는 10명을 채우지도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입학자 수 자체도 2021년에는 1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멀지 않아 경북대학교 학부를 졸업한 변호사의 배출 수가 한 자리 수 중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종래 사법시험이 시행되던 2002년 총 33명의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하였고,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하기 직전 8년간 평균 20명의 변호사를 배출했던 시점과 비교하더라도 1/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연평균 변호사자격취득자 수가 사법시험 합격자 수보다 50-55%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1/3을 기대하는 것도 점점 과한 욕심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사법시험 합격자수와 같은 비중의 추정 변호사시험 합격자수 31명([표 8] 참조)에 비하면 1/3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경북대학교의 경우 종래보다 1/3의 입학생, 1/3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축소된 것이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이 사법시험제도 하에서의 경북대학교 법과대학에 비교할 때 어떤 차이를 가져온 것인지에 대해서 더 이상의 부연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악화일로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이 설령 그 대학원을 설치하고 있는 대학의 학부를 졸업한 학생의 진학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 수는 증가하는 현상을 가져온 것이고, 그것은 바로 그 지방대학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물론 그 당부에 대해서 여기서 다투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상태를 방치할 경우 결국 지방대학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은 어느 법학전문대학원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법조인의 삶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그런 현상이 고착화될수록 지방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의 수준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든든한 지방 거점대학이라는 위상은 물론이고 그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태에 내 몰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걷어내자는 것이다.
학령인구감소와 수도권 지역의 학생편중 현상이 지방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언론의 지면을 가득 채우는 지금,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은 이러한 지방대학 몰락을 부추기는 대표적 제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 대해 어떻게 답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관심 방향에서 도대체 어떤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기술해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현행 관련 법률의 개선 필요성은 없는 것인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과 개별 지방 대학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Ⅲ. 대책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법학전문대학원법)은 제26조에서 학생구성의 다양성이라는 표제 아래 해당 법학전문대학원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입학생의 비율을 정하고 있다21). 동조 제1항에서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를 입학시키도록 하고, 제2항에서는 법학사 이외의 학위를 가지는 자를 입학정원의 1/3이상, 제3항에서는 해당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대학(학부)외의 (국내·외) 대학에서 학사를 취득한 자의 비율을 1/3이상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개원 초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았던 이 규정은 사실상 법학사 진학자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자는 무의미해졌고,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의 학부졸업생을 2/3 초과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사실 상위권 몇 개 대학에 한정된 의미로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서울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실질적 의미가 없는 상태라고 하겠다(위의 [표 3], [표 4]참조). 즉, 자교 출신의 진학률이 2/3에 도달하는 대학은 현재 서울대학교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는 서울대학교 학부출신의 지원자들은 고려대와 연세대는 물론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데 어떤 진입장벽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치 특정 대학의 입학자들 중 1/3 이상은 타 대학 졸업생으로 입학시킨다는 외관을 통해 기존의 이른바 법조카르텔이 붕괴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로스쿨의 입시에서도 대학 순위에 따른 학생 수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고, 입학생과 변호사시험합격자 수를 보더라도 오히려 기존의 대학 서열화가 더욱 심해졌다고 하는 것이 보다 사실에 부합하는 평가일 것이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약칭: 동 시행령) 제5조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등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법학전문대학원법이나 동 시행령에서는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없다. 지방대학이 어떻게 발전한다는 것인지, 지역발전에 우수한 인재를 어디서 어떻게 양성한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22)
지방 소재 대학들에 다수의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허가하고 지방 거점 국립대학의 경우 120명의 입학정원을 인정하고, 200명 전후의 정원을 각 도마다 배정한 것으로 그 고려를 다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서울·경기지역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학생들이 정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과연 지방대학발전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고려한 결과이며, 지방대학 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며, 그 제도 운영이 가져온 긍정의 효과이며 합리적인 결과인지는 의문인 것이다. 기존의 대학 서열화는 로스쿨의 입시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고, 지방대학 출신을 로스쿨에 입학하게 하는 것은 3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잠재적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서울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설치된 이른바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들은 그들이 설치된 대학교는 물론 주변 지역의 학부졸업생들은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로 인식되고 매력 있는 입학생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상황이 정착된다면23) 지방 로스쿨들이 어떻게 지방대학 발전과 지역발전에 우수 인력 양성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서울지역의 우수한 학부졸업생을 지역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유치해서 지역 인재로 키운다는 말인가? 지역에는 우수인재가 없으니 외부로부터 인재를 수입해 와서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방대학의 학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방에 소재한 “OO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면 서울 상위대학을 졸업하고 오라!”라는 현재의 메시지는 결국 장래 법조직역을 희망하는 지방대학의 학부에 지원할 지역 인재들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라고 안내하는 신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과연 동 시행령에서 말하는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는 것인지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동법 제15조에서는 ‘대학의 입학기회 확대’라는 표제어 아래 총 4개의 항을 두고 있는데, 동조 제3항에서 “지방대학의 장은 지역의 우수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중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졸업예정자를 포함한다)의 수가 학생 모집 전체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지방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이미 지역 대학생들이 입학하기 어려울 것임을 전제하고 일정 비율을 할당을 통해 보호하겠다는 취지이다.
동법 시행령 “[별표] 해당 지역의 범위 및 학생 모집 비율(제10조 관련)”에서는 현재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의 10~20%를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입학하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2. 지방 소재 전문대학원(법 제15조제3항에 따른 해당지역의 범위 및 학생 모집 비율) 나.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해당 지역 | 범위 | 학생 모집 비율 |
---|---|---|
1) 충청권 |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 충청북도 | 20% |
2) 호남권 |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 20% |
3) 대구·경북권 |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 20% |
4) 부산·울산· 경남권 |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 20% |
5) 강원권 | 강원도 | 10% |
6) 제주권 | 제주특별자치도 | 10% |
3. 제1호 및 제2호의 학생 모집 비율은 다음 각 목의 방법으로 계산한다.
나. 제2호의 모집 비율 = 전문대학원 입학자 중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한 인원/전문대학원 전체 입학 인원
만약 지원자가 2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규정의 요구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니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사실상 일종의 뒷문을 열어준 규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 규정은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입장에서는 계륵이 아닐 수 없다. 지방대학 졸업생을 많이 입학시킨다는 것은 향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예를 들어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서울지역 대학 졸업생이 70~80% 입학하고, 지방소재 대학 졸업생이 20~30% 입학했다고 가정할 때, 지금까지 대략적 추정으로는 해당 대학 변시 불합격자의 대부분은 후자로 나타나더라는 것이다.24) 그런 이유로 사실 반갑지만은 않은 20% 규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도 10~20%의 지방대학 졸업생을 입학시키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의 배후에는 일부 이런 이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목소리가 담고 있는 배경은 하나가 아니다.25) 그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학부생을 선발하는 신입학생 입학전형을 보면 정원 내에서 20~25% 수준에서 선발하는 지역균형전형이 있고, 정원 외에서 선발하는 기회균형전형이 있다.
말 그대로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여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고등학교 교육까지 최고 수준의 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또는 다른 이유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을 피하기 어려운 계층의 자녀들에게도, 동일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내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인재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인재 선발제도는 앞서 서울지역 로스쿨에도 20%의 지역대학 학부 학생들을 선발하라는 목소리가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제도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채택될 수 없는가라는 반문인 것이다. 앞서 살펴본 자교 출신 진학률을 2/3로 통제하는 것을 서울대학교 졸업생의 법학전문대학원 독차지를 막겠다는 취지를 넘어 지방대학과 지역의 균형발전, 지역인재의 양성이라는 목적과 연결하고자 한다면 1/3의 일부를 지방대학 졸업생에 대한 기회균형선발, 혹은 지역균형선발제도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형이 이미 대학의 학부 입시차원에서는 정착되어 있음에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지역대학의 발전, 지역균형발전, 나아가 지역인재양성에 대해서는 실질적 관심이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필자가 보기에 진정한 의미의 지역인재에게 균형발전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현재 완전히 막혀 버린 서울지역 로스쿨 진학의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지역에 소재하는 법학전문대학원들도 입학정원의 10~20%를 지역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전형이 될 수 있도록 이를 명문화하는 법률·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지방대학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대학은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의무를 진다. 법학전문대학원은 학부를 졸업한 모든 학생들에게 전공을 불문하고 진학을 허용하고 있는 교육기관으로서 지방대학의 모든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를 설계하고 학부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서울소재의 법학전문대학원의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지방거점 국립대학에서 설치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면, 로스쿨이라는 제도는 지방소재 대학의 우수인재 확보·양성이라는 계획과 의무에 역행하는 것임은 재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결국 지방대학 졸업생이 법전원에 진학하기 위해, 심지어 자교의 법전원에 원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기평가절하의 현상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법 제8조에 따라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동조 제1항). 이 조항에 근거하여 법학사과정은 폐지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등교육기관, 그것도 국립고등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들에게 법학과목 교육을 받을 기회를 봉쇄하라는 것이 위 규정의 취지인가? 만약 그렇다고 하면 민주주의니 법치주의니 하는 헌법적 원칙들은 포기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교양법학의 이름으로건, 자유선택과목이나 전공선택과목으로 개별 법학 관련 교과목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고도 요구되는 것이다.26)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학부과정학생들에게는 ‘현대사회와 법’을 넘어서는 수준의 법학과목의 교육은 금지된 것처럼 이해하는 대학의 태도는 법치주의적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건전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위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의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헌법적 권리와 의무는 어떻게 보장되고 이행되어야 하는지, 범죄와 국가권력은 어떤 관계인지, 공학과 벤처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특허, 면허, 자격과 실험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 일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법적 관련 지식을 대학에서는 배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현재 지방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의 학부과정에서 법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지방대학교 스스로가 그들의 학교 졸업생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물론, 법적 소양을 갖춘 민주시민으로서 제대로 된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 마저 관심이 없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27) 법학전문대학원의 진학여부를 따지지 않고 대학에서 법치국가의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법학강의의 재개가 국가적으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방 대학의 학부생들의 법학전문대학원의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국공·사립여부를 불문하고 LEET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하여 운영하는 대학은 물론, 분교를 활용하거나 대학 내 교양과정 프로그램운영, 법학연구소 등의 법학 교육과정 강좌개설 등의 방법으로 법학의 주요 과목들을 학부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우수 인재들이 법학의 기초들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특히 지방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서울지역의 교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는 사정에 대한 필요불가결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서울지역의 법학전문대학원은커녕 지방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은 물론 심지어 자교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에도 해당 대학교의 졸업생을 입학시킬 수 없는 상황이 목전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최근 지방 소재 로스쿨에서 자교 출신 입학생 0명이라는 결과를 낸 후 LEET특설반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다는 말이다.28)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는 무엇보다 그에 부합하는 인구와 역량 있는 인재의 공급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으로서 지역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지방소재 대학이 아닌 서울 지역 대학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지역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여 지역에 공급하는 기본적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의 실태는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지역정치 부분에서 현재 무엇이 문제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활동 그리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경제적 약자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계층의 구별을 더욱 강화하는 나쁜 제도가 아니라는 홍보문구가 모두에게 익숙한 상태이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고, 수업연한을 모두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까지, 그리고 그보다 이전에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4년의 학부과정의 비용은 지방의 열악한 경제적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한 학기에 500만원의 등록금을 납부하고 3년 뒤 합격마저 불확실한 진로를 택할 수 없다는 말을29) 극히 일부의 의도적 주장으로 치부할 수 없다면, 우수한 학생이 경제적 부담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과 변호사 자격취득까지 3-4년 이상의 시간을 안정되게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면서 법조인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대학만의 의무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정치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사업이자 의무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학교, 지역대학의 건강한 존립은 지방과 그 지역의 존립의 기초이다. 지역·지방이 먼저 사라지는가, 지역·지방대학이 먼저 사라지는가의 선후 문제일 뿐, 어느 하나는 사라지지만 다른 하나는 건전히 살아남는다는 것은 병립하게 어려운 명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책들을 법적·제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장학제도와 지원책의 마련은 지역과 대학 모두의 현안이 아닐 수 없다.
Ⅳ. 맺으며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과 운영 자체에 대해 회의적 목소리나 폐지주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 지방 사립대학교의 입학처장은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의전원을 도입했으나 의전원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의대생보다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의학 전문가 양성이라는 의전원 도입취지도 무색해졌다.”라고 했다고 한다.30)
대권과 서울시장을 노리는 한 정치인은,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부와 지위가 불공정 입학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것이 자녀들의 경제 사회적 부와 지위로 이어지는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부모 찬스를 완전히 없애겠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31)
로스쿨이 개원한 지 10주년을 넘긴 시점에도 여전히 한 대권주자였던 정치인은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는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정시확대를 주장하며, “공정사회는 공정한 경쟁 룰에서 출발한다. 서민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한다”며 “가진 자들만의 세상, 특권층들만의 세습 사회는 민주사회도 아니고 골고루 잘 사는 평등한 세상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32)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제도의 근본적 문제, 즉 로스쿨의 유지냐 폐지냐의 문제는 다루지 않았지만 분명히 현재의 모습 그대로의 법학전문대학원이 향후 10년 혹은 20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리 현명한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였다.33)
무엇보다 로스쿨 관련 논의의 배후에 밀려나 있는 가장 심각하고 회복되기 어려운 부작용의 하나가 바로 지방과 지방 소재 대학교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인해 입고 있는 불이익과 악영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지방교육과 지방대학의 상징이었던 경북대학교, 부산대학교, 전남대학교 등과 같은 지역 거점대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법관이나 검사에 임용되는 등 법조직역으로 진출하여 국가사회에 봉사하는 지역인재가 사법시험이 유지되던 시절보다 1/3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심지어 대학교육을 받지 않아도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지방대학을 나와도 자신의 노력을 통해 법조인으로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시절보다 지방분권, 지방자치, 지방대학발전, 지역인재양성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향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도 지방대학교의 졸업생들이 서울은 물론 지방소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적어도 사법시험 당시의 법조인 배출 수준만이라도,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법학전문대학원법과 동 시행령에는 지역균형발전과 기회균등전형을 마련하여 최소 10%~20%의 지방대학교 학부 졸업생의 서울 지역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을 허용해야만 한다.34)
지방대학교의 경우 지방대학교의 위상저하를 손 놓고 보고 있을 일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의 진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교과과정, 준비과정과 교육을 지원하고 장학제도를 보완하는 등, 하다못해 자신의 대학 학부생들을 지역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만이라도 입학시키고 싶은 학생들로 키워내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법과대학을 폐지하라는 것을, 학사과정에 법학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을 폐지하라는 것을, 마치 교양법학과 법치국가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법학 관련 교육까지 폐지하라는 논리로 오해하고 이를 방치하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법학 관련 교육을 시행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시민과 지역정치영역은 이러한 법적 규정마련과 제도 정착에 관심과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언급된 내용 중 법률화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입법에서 관철될 수 있는 합치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이 든든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소멸과 지방대학의 몰락은 하나의 위기의 양면과 같은 뗄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어느 곳을 진출하건 간에 그들의 노력에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는 장학기금 등의 지원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지방대학교 졸업생이 자신들의 꿈을 지방대학교에서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35) 비로소 지역발전과 지역인재육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소재 대학이 우수한 학부생을 유치할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 방법인 것이고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첫 걸음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