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민법은 1958년 2월 22일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어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래 서른 두 번의 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고 있다.1) 법 일반에 공통된 문제이겠지만 이와 같이 민법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는 시(時)적 측면에서 개별사건에 적용될 법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넓게는 시제법(時祭法),2) 민법과 같은 사법의 영역에 국한하여서는 시제사법(時祭私法)의 문제라 한다. 법학 전반을 살펴보면 시제법을 논의하는 선행연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3) 그러나 사법(私法)차원에서 시제법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는 문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이를 전면에서 다루고 있는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이 등장하고 있어4) 논의가 한층 깊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법률의 시간적 범위에 관한 시제법 문제에 있어 문제해결을 위한 일차적 검토대상은 당연히 입법자의 결단, 즉 경과규정일 것이다.5) 민법과 관련하여서도 입법자는 법의 개폐를 둘러싼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새로운 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6) 다만 경과규정의 내용이 분명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이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개별 경과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중요함은 물론이다. 시제사법의 접근은 여기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7)
이 글은 민법의 제·개정과정에서의 경과규정의 의미를 밝히고 신법과 구법의 시적 적용범위가 문제되었던 개별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민법 전반을 그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필자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논의의 범위는 상속법으로8) 한정하고자 한다. 논의의 순서는 먼저 상속법의 제·개정 과정에서 마련된 부칙 경과규정의 내용을 소개하고(Ⅱ), 선행연구를 통한 시제법의 고려요소를 도출한 후(Ⅲ.1) 각론적으로 상속 개별제도마다 종래 경과규정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 어떠했는지를 밝히고 그 당부를 검토하고자 한다(Ⅲ.2). 이후 적절한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Ⅳ).
Ⅱ. 상속법 제·개정과 경과규정
민법 시행 이전 상속에 관하여는 조선민사령(明治 45년 3. 18. 제령 제7호) 제11조에 의해 조선의 관습에 의하도록 하였다. 이후 민법이 1958년 2월 22일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어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이하 이를 ‘제정민법’이라 함), 제정민법은 총 28개의 부칙조항을 두고 있다. 이 중 경과규정을 살펴보면, 우선 부칙 제2조는 ‘본법의 소급효’라는 제목으로 “본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외에는 본법 시행일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부칙 제2조는 제정민법 경과규정 전체의 일반 원칙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데,10) 제정민법의 소급효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은 다르게는 기득권이라 부르고, 결국 진정소급효에서 말하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1) 부칙 제2조는 제정민법의 원칙적인 소급효와 기득권의 보호라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제도마다 보다 명확하게 그 의미를 밝혀야 하거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제정민법에서는 부칙에 상당수의 경과규정들을 두고 있고, 상속에 관하여도 부칙 제25조 제1항에 이와 같은 특별한 경과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제정민법 부칙 제25조는 제1항에서 “본법 시행일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본법 시행일후에도 구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여, 상속에 관하여는 상속개시 당시의 법률이 적용됨을 밝히고 있다(이른바 ‘상속개시시법주의’). 한편 실종선고와 관련하여서는 부칙 제25조 제2항이 “실종선고로 인하여 호주 또는 재산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 그 실종기간이 구법 시행기간중에 만료하는때에도 그 실종이 본법 시행일후에 선고된 때에는 그 상속순위, 상속분 기타 상속에 관하여는 본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여 실종기간 만료시가 아닌 실종선고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적용법조를 결정하고 있다.
민법이 시행된 1960년 1월 1일 이후 상속법과 관련하여서 몇 차례 개정이 있었다. 그 흐름을 살펴보면, ① 신분상속제도의 극복, ② 남녀평등의 실현, ③ 상속에 있어서 구체적 형평성 확보라는 가치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1977년 12월 31일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되어 197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민법(이하 ‘1977년 개정민법’이라 함)은 여성의 상속분에 대한 차별을 일부 완화하고 아내의 상속분을 상향하는 등의 개선 이외에도12) 상속과 관련하여 유류분제도를 신설하였다(1977년 개정민법 제1112조 이하).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재산적 승계를 보장함으로서 상속인간의 ‘실질적’ 형평 등을 추구한 것이다.13) 이에 따른 1977년 개정민법은 총 6개의 부칙조항을 두고 있다. 제1항은 시행일에 대한 규정이고, 제2항은 경과조치의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보이며,14) 특히 제5항은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15) 상속개시시법주의에 따른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이 중 부칙 제2항은 “이 법은 종전의 법률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제정민법 부칙 제2조와는 조문구성에 다소 차이가 있다.16) 그 의미가 어떠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한편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6항은 “실종선고로 인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 그 실종기간이 이 법 시행일후에 만료된 때에는 그 상속에 관하여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여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2항과는 달리 실종기간 만료시를 기준으로 적용법을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후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어 199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민법(이하 ʻ1990년 개정민법ʼ이라 함)에서는 상속법과 관련하여서 폭넓은 개선을 이루고 있다. 주요한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호주제도를 존치하되, 호주상속제도를 호주승계제도로 변경하고, 호주에 대한 상속분의 5할 가산제를 폐지하였다(1990년 개정민법 제1009조 제1항 참조). 둘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외에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자를 종래 피상속인의 8촌 이내의 방계혈족에서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변경하여 상속인의 범위를 축소하였다(1990년 개정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 셋째 동일가적 내에 없는 여성에 대한 상속분의 차등을 없애고 균등하게 상속하도록 하였으며, 아내뿐 아니라 남편을 포함한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도록 통일하였다(1990년 개정민법 제1009조 제2항). 또한 종전에는 아내가 피상속인인 경우에 남편은 그 직계비속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직계비속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1990년 개정을 통해 남편의 경우에도 아내와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는 때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되도록 하였다(1990년 개정민법 제1003조 제1항 및 삭제된 제1002조 참조). 넷째 기여분제도가 신설되었다.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이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그 자의 기여분을 제외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도록 하여, 기여한 만큼의 재산을 가산하여 상속분을 인정하게 되었다(1990년 개정민법 제1008조의2). 다섯째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청산의 경우 소정의 기간 내에 상속권을 주장하는 자가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 등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분여할 수 있도록 하여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제도를 신설하였다(1990년 개정민법 제1057조의2). 1990년 개정민법은 부칙에 총 13개의 조항을 두고 있는데, 다른 개정법과 같이 제2조에 효력의 불소급이라는 제명 하에 그 원칙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 내용은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구법(民法중 이 法에 의하여 改正 또는 廢止되는 종전의 條項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1977년 개정민법 제2항과 거의 같은 것이다. 또한 상속에 관하여서도 부칙 제12조에 제1항에서 이 법 시행일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이 법 시행일후에도 구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여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및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5항과 같은 취지를 정하고 있다. 실종선고도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2항이 실종선고 시점을 적용법조의 결정시점으로 인정하였던 것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17) 이 점에서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6항과는 구별된다.
2002년 1월 14일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되어 2002년 1월 14일 시행된 개정민법(이하 ʻ2002년 개정민법ʼ이라 함)은 상속회복청구권제도 및 특별한정승인제도와 관련한 개정내용을 담고 있다. 상속회복청구권과 관련하여 종전에는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되도록 되어 있었으나, 2002년 개정민법은 진정한 상속인의 보호를 위하여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는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하도록 하였다(제999조 제2항).18) 또한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상속개시일부터 3월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함)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특별한정승인제도를 마련하였다(제1019조 제3항).19) 2002년 개정 민법은 부칙에 네 개의 항을 두었는데, 제1항은 시행일에 대한 것이었고, 제2항에서는 효력의 불소급을, 제3항과 제4항에서는 각각 한정승인에 관한 경과조치와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상속회복청구권과 관련한 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개정민법은 제정민법 부칙 제25조나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5조,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와 같은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종래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3항에서는 특별한정승인제도와 관련하여 그 소급적용의 범위를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2002. 1. 14.)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부칙 제3항에 대해서는 1998년 5월 27일전에 상속개시가 있음을 알았으나 그 이후에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자를 포함하는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20) 이에 따라 2005년 12월 29일 법률 제7765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개정민법은 부칙 제3항에서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중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다가 이 법 시행 전에 그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월내에 제1019조제3항의 개정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제4항에서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알았으나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이하 “상속채무 초과사실”이라 한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알지 못하다가 1998년 5월 27일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자는 2002년 개정민법 시행 전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개정법률 시행일부터 3월 이내, 개정법률 시행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이내 제1019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27호로 일부개정 되어 같은 날 시행된 개정민법(이하 ʻ2005년 개정민법ʼ이라 함)은 상속법과 관련하여 기여분 제도를 수정하고 있다. 즉 기여분에 대한 제1008조의2 규정에 “상당기간 동안 동거․간호 기타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라는 문구를 추가하였다. 기여분제도의 시행결과 위 규정만으로는 노친부양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었고, 공동상속인간의 실질적 형평 및 가족관계의 건전한 가치관 정립을 위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부양한 자에게도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취지를 반영한 것이다.21)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는 “이 법의 효력의 불소급”이라는 제목으로 “이 법은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는데, 그 외에 상속에 관해서는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상속과 관련한 민법 경과규정을 살펴보면,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5항,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 제1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입법자는 불소급의 원칙, 이른바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채용하고 있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기 때문에 상속인의 기득권을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22) 그런데 이와 같은 상속개시시법주의의 적용이 있기 위해서는 개별 사안이 ‘상속에 관하여’라는 요건에 포섭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 판단에 있어서는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채택한 목적과 취지가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망과 유사하게 상속의 개시를 위한 법률요건이기는 하지만 상황적 맥락을 달리하는 실종선고제도에서 상속개시의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실종기간 만료시가 아닌 실종선고 시점이 법적용의 연결점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편 상속법 개정과 관련하여서는 경과규정의 원칙을 정하는 제정민법 제2조,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의 의미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예컨대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개정내용을 담고 있는 2002년 개정민법의 경우에는 따로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과규정의 원칙에 관한 부칙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제정민법의 경과규정과는 달리 민법개정과정에서 경과규정의 원칙은 주로는 ‘효력의 불소급’이라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때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법의 일반원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법률불소급원칙’과의 관계에서 그 해석의 정당성이 확보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비교적 최근 상속법개정은 헌법재판을 통해 그 동력을 얻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 상속법 개정과정을 개관하면서도 소개하였지만,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기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민법 단순승인의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2002년 개정민법의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의 의미는 경과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구법상태가 위헌적인 경우에는 새로운 법상태를 소급적용하는 것이 헌법적 요청이라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다음 항에서는 시제법의 고려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통대로 개별 사례에서 경과규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Ⅲ. 시제법의 고려요소와 상속법 경과규정
모든 법률은 그것이 시행되어 효력을 가지게 된 뒤에 생긴 일에 관하여서만 적용된다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법률불소급의 원칙이라고 한다.23) 헌법도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법률불소급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 다만 소급입법은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하여 그 접근을 달리하는 것이 보통이다.24) 진정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게 된다면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이므로 원칙적으로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지만,25) 아직 진행과정에 있는 사안을 대상으로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에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고 다만 기존의 법적인 상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법치국가적인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26) 물론 진정소급입법이라도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다.27)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대해서는 사법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고,28) 형사법 등의 영역과는 달리 사법의 영역에서 입법권까지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29) 특히 앞의 시각에서는 소위 기득권이론, 즉 이미 취득한 사법상 권리를 사후입법으로 침해할 수 없다는 관념을 다른 원리로 소개하기도 한다.30) 개인의 공권으로부터의 자유를 시사하는 공법적 구도와는 달리 사법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이해관계 조절을 주된 관심사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지적이나 시각은 일리가 있다. 다만 사법관계의 경우에도 객관적 사회질서로서의 성격으로 가지고 있고, 결국 사법의 제·개정을 통해 입법자는 입법권으로 종전과 다른 새로운 질서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법률불소급을 경과규정 해석의 원칙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31) 또한 기득권이란 이미 취득한 사법상의 권리를 의미하므로, 가령 이와 같이 기득권을 새로운 법에 의해 박탈한다면, 진정소급입법으로서 원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고 기득권의 침해가 된다고도 할 수 있어, 많은 경우 실천적 측면에서 양자의 원리는 중첩되는 모습을 나타나게 될 것이다.32)
최근 시제사법에 대해 논의한 유력한 연구에 따르면 시제사법의 적용대상을 둘로 나누어 법률불소급의 예외 가능성을 언급한다.33) 즉 ‘권리의 취득에 관한 규칙’과 ‘권리의 현존에 관한 규칙’을 구분하여 특히 후자의 영역에서는 신법의 효력이 소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34) 신법은 보통 개혁입법이고 개혁입법은 대부분 강행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35)
예를 들어 종래 인정되던 A라고 하는 권리가 있다고 할 때, A에 인정되는 권능이 a, b 두 가지였는데, 사회적 폐단에 따라 a 권능만을 갖는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법자가 평가하여 법을 개정하였다면, 이때에도 종전에 A를 취득한 권리자가 영구히 a, b 두 권능을 모두 주장할 수 있다고 보기는 곤란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와 같은 시제사법의 고려요소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이때 새로운 법에 따라 권리의 내용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요청은 여러 요소들의 비교형량을 통해 정당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가령 개정법질서의 공공성의 정도, 권리자의 신뢰이익, A 권리의 변경이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 동시대 복수 수범자들 사이의 평등 등이 그러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36)
앞서 살핀 것처럼 제정민법과 그 이후 개정민법은 경과규정의 원칙에 있어 문언을 다소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제정민법 부칙 제2조는 “본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외에는 본법 시행일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고 하여 소급효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단서에 “그러나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효력의 불소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는 제정민법 부칙 제2조의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생략한 채 단지 “이 법은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식으로 효력의 불소급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과규정의 원칙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제정민법 부칙 제2조의 소급효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정민법 부칙 제2조가 소급효를 원칙으로 하는 까닭과 관련해서는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거 구민법(일본민법)을 적용하여 재판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37) 그 내용에 있어서도 구민법을 부분적으로 개정한 정도의 것이어서 크게 법률관계에 혼란을 주지 않기 때문38)이라는 설명이 있다. 법률불소급원칙은 법의 일반원칙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형사법 등이 공법의 영역과 사법의 영역은 그 적용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에는 진정소급입법과 같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제정민법 부칙 제2조가 소급효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같은 조 단서와의 관계에서 제정민법 부칙 제2조 본문의 의미는 부진정소급효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39)
다음으로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 2005년 개정민법 부칙 제2조 등이 소급효를 원칙으로 하여 효력의 불소급만을 정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불소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논의될 여지도 있다.40) 결론적으로 이들 부칙은 기본적으로는 개정법을 소급적용하면서, 다만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41) 문리적으로 제정민법 부칙 제2조 단서와 위 개정민법 부칙 조항의 표현에 의미 있는 구별점을 발견하기 어렵고, 소급효를 원칙으로 해석하더라도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은 분명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상속에 관해 살피자면 새로운 법률을 이미 발생한 상속에 적용하는 것과 아직 발생하지 않고 단순히 예견되는 상속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구별될 수 있다.42) 전자는 기득권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지만 후자는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기 때문에 상속인의 기득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성질을 갖는 것이고 이를 소급입법에 의해 박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6항,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 제1항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구법에 의하여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 여전히 구법을 적용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의 방법론을 시제사법에 활용한 선행연구의 분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43) 상속개시시법주의에서 상속에 관하여는 구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의 명제에 있어 특히 주목할 내용은, ‘연결점(Anknüpfungspunkt)’과 ‘성질결정(Qualifikation)’의 개념이다. 특정 시점의 법령을 특정 요건사실에 적용하려면 양자 공통의 시간적 요소가 필요한데 이를 연결점이라 한다. 상속에 관해서는 ‘상속개시시’가 그 연결점이 된다. 또 ‘상속에 관하여’ 상속개시시법주의가 적용되는 것이어서 만일 ‘상속에 관하여’라는 문언의 범주에 포섭할 수 없다면 상속개시시법주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때 ‘상속에 관하여’라는 개념에 포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성질결정이라 한다. 이하 구체적인 대법원 판결례를 통해 개별 제도가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에서의 ‘상속에 관하여’라는 성질로 결정될 수 있는지, 만약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 연결점은 무엇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법정상속, 즉 상속의 순위나 상속분과 같은 내용의 변경이 있었을 때에는 당연히 상속개시 시의 법에 따른다. 판례 또한 이와 같다. 즉 제정민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제정민법이 아닌 구관습법을 적용법조로 삼고,44) 반대로 제정민법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제정민법을 적용한다.45) 한편 상속분에 있어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는 1990년 개정민법에 신설되었다. 이 또한 상속개시 당시를 연결점으로 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칙 제12조 제1항이 적용된다. 판례도 상속이 1990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인 1989. 2. 7. 개시된 사건에서 기여분의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46) 그런데 기여가 1990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있었고 상속은 그 시행 이후에 있었던 때에도 이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47)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기여를 그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적용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개시 전 상속인의 이해관계는 기득권이라 부를 수 없고 이에 대한 상속인의 신뢰이익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론은 타당하다.
실종선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48) 상속효과에 관한 연결점으로 실종기간 만료시와 실종선고시를 고려할 수 있다.49) 실종선고에 대한 경과규정을 살펴보면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2항과 1990년 개정민법 제12조 제2항은 실종선고시를 연결점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1977년 개정민법은 부칙 제6항에서 실종기간 만료시를 연결점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판례는 실종선고 1962. 3. 3. 선고된 때에는 실종기간이 1955. 6. 3. 만료된 경우에도 제정민법을 적용하고,50)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실종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실종선고의 시점과 무관하게 개정 이전의 민법이 적용된다고 한다.51)
한편 실종선고와 관련해서는 이와 같은 연결점의 변경으로 인해 조금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360, 377 판결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이 판결은 2008. 7. 31. 실종선고가 되어 실종기간 만료일인 1955. 9. 9.경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사건이다.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 제2항에서는 “실종선고로 인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 그 실종기간이 구법시행기간중에 만료되는 때에도 그 실종이 이 법 시행일후에 선고된 때에는 상속에 관하여는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이때 ‘그 실종기간이 구법시행기간중에 만료되는 때에도’의 의미가 1977년 개정민법 시행기간 중 실종기간이 만료된 때만을 의미한다면 이 사건에서 1990년 개정민법을 적용할 수 없다.52) 그러나 판례는 1990년 개정민법 시행 후 실종선고가 있는 경우에는 실종기간의 만료 시점이 언제인지와 관계없이 실종선고로 인한 상속에 관해서는 개정민법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러한 논증을 채택하지 않았다.
생각건대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1990년 개정민법을 통해 입법자는 비록 개정법 시행 이전에 실종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그 실종선고의 시점이 개정법 시행 이후라면 개정된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이때 문제되는 것은 상속과 관련하여 상속인 또는 상속인으로 기대하였던 자에게 실종기간 만료 시점에 갖게 되는 기득권이나 신뢰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실종선고는 단지 실종기간 만료 시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가지는 상속에 대한 기대는 구체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실종선고에 있어 실종기간 만료시의 불명확성 등에 비추어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실종선고시를 기준으로 상속의 관계를 확정해야 할 공익상의 요청이 크다고 할 수 있다.53) 따라서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 제2항을 단지 1977년 개정민법 시행기간 중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54)
다른 국면에서, 만약 제정민법 시행 이전에 실종선고가 만료되었는데 실종선고는 1977년 개정민법의 시행 기간 중에 이루어진 경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1950. 7. 30. 이후 5년간 생사불명을 원인으로 1988. 11. 26. 실종선고가 되어 확정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1977년 개정민법 전 이전의 민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55)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6항은 – 그 타당성은 별론으로 – 실종기간의 만료시가 개정법 시행 이전이라면 개정법을 적용할 수 없음을 정하였기 때문에, 이때는 제정민법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상속회복청구권 제도와 관련해서는 제정민법이 시행된 이후 2002년 개정민법을 통해 그 행사기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히 2002년 개정민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동인이 된 것이다.56) 문제가 되는 경과규정은 제정민법의 부칙과 2002년 개정민법의 부칙이다.57)
상속회복청구권 제도와 관련해 연결점을 찾을 때 권리 취득의 측면과 행사기간의 경과 측면은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앞의 문제에 있어서 상속개시시를 연결점으로 삼을 수는 없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의 침해가 있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58) 그런데 대법원은 종래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도과되었는지가 문제되었던 사건에서 상속개시시를 연결점으로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을 적용한 바 있다.59) 상속회복청구권의 존부 등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그 행사기간의 도과 여부가 문제되었음에도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전제로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일부 견해는 판례의 태도에 찬성하면서 제정민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되어 구법이 적용되는 ‘상속’의 범위에서 ‘민법 시행 후에 상속권의 침해가 있은 경우의 상속회복청구권만’ 제외된다고 해석하는 것도 자의적이며,60)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구 관습은 소멸시효로 보고 있고, 제정 민법은 이를 제척기간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상,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부칙 제8조를 적용할 수 없다61)고 한다. 그러나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은 상속으로 인해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권(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이며 그 재산권의 존부 문제가 아니라 행사기간에 대한 문제는 이와 무관하다. 더욱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침해를 통해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인데 이에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적용하는 것도 온당치 않아 보인다. 유력한 견해는 이와 관련해 상속인의 범위, 상속분 또는 상속회복청구권의 인정 여부 등에 관하여는 제정민법 부칙 제25조가 적용되지만 일단 발생한 상속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부칙 제8조가 제25조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62) 이 견해는 나아가 제정민법 부칙 제8조 제4항은 제척기간에 관하여도 제8조 제2항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제2항의 규정은 소멸시효기간이 제척기간으로 바뀐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본다.63) 다만 과거 대법원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권행사 기간의 성질이 구민법에서는 시효기간이던 것이 신민법에서는 제척기간으로 변경된 경우, 제정민법 부칙 제8조 제2항이나 제4항은 적용되지 않고, 이러한 경우에는 신민법이 시행되면서 소멸시효의 기간은 거기서 그쳐버리고 그때부터 새로이 제척기간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제정민법 부칙 제8조의 법의라고 하였다.64) 제정민법 부칙 제8조 제4항에서 입법자가 “시효기간이 아닌 법정기간에 이를 준용한다”고 한 의미가 시효기간이 제척기간으로 변경된 경우까지 포섭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제정민법 부칙 제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원칙적 경과규정인 부칙 제2조의 적용은 물론 가능하다. 그 결과는 부칙 제8조를 적용하는 것과 달라지지 않는다. 제정민법 부칙 제8조 제1항은 부칙 제2조 단서를, 부칙 제8조 제2항은 부칙 제2조 본문의 취지를 구체화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관습법에 의해 시효가 완성되지 않아 제정민법을 적용하는 때에도 그 기간이 성질은 다르지만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된 것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제정민법 시행과 동시에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척기간의 기산점과 관련하여서는 1960년 1월 1일부터 기산하되 구관습법에 의한 시간이 신법에 의한 기간보다 먼저 도과하는 때에는 구법에 따라 권리가 소멸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65)
2002년 개정민법과 관련해서는 같은 법 부칙은 총 4개의 항을 두고 있는데,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이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경과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상속회복청구권의 개정과 관련하여서는 부칙 제2항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 의미는 위와 유사하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2001년 위헌결정과 그 소급효66)로 인해 2002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회복청구권의 장기의 행사기간 제한이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특수하다. 이러한 전제에서 판례는 1985. 7. 9. 상속권침해가 있었고 위헌결정 이후 2002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인 2001. 8. 24.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2002년 개정민법의 행사기간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67) 이 판결에서는 부칙 제1항을 제시하며 개정법의 소급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시행일에 관한 규정이지 경과규정으로 평가되기는 어려운 면이 있어 의문이다. 그러나 이 판결 이후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2항을 개정민법의 불소급의 근거로 제시한다.68) 즉 “‘이 법은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부칙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개정된 민법 조항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위 위헌결정 선고 당시 이 사건은 제1심에 계속 중이었던 관계로 그 위헌결정의 효력은 이 사건에도 미치므로, 이 사건에서 甲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이 경과되었는지 여부만 문제될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행사기간의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비록 위헌결정에 따라 10년의 장기의 행사기간의 효력이 소멸하였더라도 그러한 법적 상태가 무한대로 수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산점에 대한 일정한 고려는 필요하겠으나 2002년 개정민법의 적용 자체를 부정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사안에서는 2002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권리가 행사되어 그 기간을 준수한 효과가 발생하였음이 감안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별한정승인도 헌법불합치결정이 기화가 되어 2002년 개정민법에 그 내용이 추가된 배경을 가지고 있다.69) 그러나 종래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3항70)에 대해서는 다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71) 이에 따라 2005. 12. 29. 법률 제7765호로 부칙이 개정되어 종래 부칙 제3항외에 제4항에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알았으나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이하 “상속채무 초과사실”이라 한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 이내에 알지 못하다가 1998년 5월 27일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제1019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다만, 각 호의 기간 이내에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법률 제7765호 민법 일부개정법률(이하 “개정법률”이라 한다) 시행 전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자는 개정법률 시행일부터 3월 이내, 2. 개정법률 시행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이내”의 내용을 추가하게 되었다.
특별한정승인제도에 있어서 2002년 개정민법이 그 요건으로 설시하고 있는 내용은 제1019조 제3항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 알지 못하고”라는 점이고, 개정민법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시제사법적 의미에서 주요한 연결점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중”이라는 문구를 통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의 시점을 연결점으로 삼았던 종전 부칙 제3항은 그 한계가 분명하였던 것이다.72)
한편 2002년 개정민법 부칙 제3항과 제4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개정 전 법에 따라 승인·포기기간이 도과하였으나 개정된 법에 따라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던 기간은 아직 도과하지 않았는데 신법 시행 전 채무초과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도 신법 시행일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한다. 이때 승인·포기기간의 도과에 따른 단순승인의 확정이라는 가치는 기득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위헌적 상황을 전제한 신뢰의 보호가치가 낮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73)
1977년 개정민법은 유류분 제도를 신설하였다. 1977년 개정민법은 부칙 제2항에서 효력의 불소급이라는 경과규정의 원칙과 제5항에서 상속개시시법주의에 관한 규정 등을 두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유류분 제도 또한 부칙 제5항의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전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이미 상속이 개시된 때에는 상속인에게 유류분권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고 반대로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후 개시된 상속에 관해서는 유류분권이 인정될 수 있다.
한편 유류분과 관련해서 수증자의 기득권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유류분에 있어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기간의 제한 없이 산입되는데 개정민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증여의 경우 이를 산입하여 반환하도록 할 것인지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1977년 개정민법 부칙 제5항의 ‘상속에 관하여’의 문언에 포섭할 것은 아니다. 이때 부칙 제5항은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 그로 인해 확정된 상속의 효과가 새롭게 시행된 유류분 제도에 의해 소급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뿐이다. 부칙 제5항은 유류분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는 경과규정일 뿐 이를 넘어 종래 이루어진 ‘증여’의 효과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부칙 제2항에 의해 해결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8722 판결은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이행이 완료된 증여와 그렇지 않은 증여를 구분하여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하였다.74) 즉 유류분 제도가 생기기 전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이행을 완료하여 소유권이 수증자에게 이전된 때에는 피상속인이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후에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소급하여 증여재산이 유류분 제도에 의한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반대로 1977년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증여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그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때에는 이와 같은 증여계약의 목적이 된 재산도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증여계약의 이행이 완료한 때에는 부칙 제2항을 근거로 그 반환청구 대상성을 인정하면서도, 증여계약의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때에는 부칙 제2항이 아닌 부칙 제5항을 근거로 반환청구 대상성을 부정하고 있어 그 태도가 일관되지 못하다.75) 무엇보다 수증자의 기득권 문제를 이와 관련 없는 부칙 제5항으로 연결하여 해결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76)
Ⅳ. 맺는말
민법 경과규정의 의미를 파악함에 있어 시제법의 고려요소들을 도출하고 이를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경과규정의 의미해석에 있어 법률불소급의 원칙과 기득권이론은 여전히 유용한 도구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권리존속의 규칙도 하나의 원리로 고려할 수 있는데, 이때 새로운 법에 따라 권리의 내용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요청은 여러 요소들의 비교형량을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 개정법질서의 공공성의 정도, 권리자의 신뢰이익, 권리 변경이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 동시대 복수 수범자들 사이의 평등 등이 그와 같은 요소이다.
상속에 있어 경과규정은 상속개시시법주의가 원칙이다. 특히 상속개시시점을 연결점으로 삼는 관념은 상속으로 인하여 발생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상속과 관련한 문제라 할지라도 그것이 상속 그 자체로 발생하는 기득권과 무관한 것이라면 상속개시시법주의를 관철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첫째 법정상속, 즉 상속의 순위나 상속분과 같은 내용의 변경이 있었을 때에는 당연히 상속개시시의 법에 따른다. 따라서 기여분 제도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당시를 연결점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만 기여가 개정법 시행 이전에 있었고 상속은 그 시행 이후에 있었던 때에는 이를 고려할 수 있다. 개정법 시행 전에 있었던 기여를 그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적용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실종선고제도와 관련해서는 실종선고는 단지 실종기간 만료 시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가지는 상속에 대한 기대는 구체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1990년 개정민법 부칙 제12조 제2항과 관련해 대법원은 1990년 개정민법 시행 후 실종선고가 있는 때에는 실종기간의 만료 시점이 언제인지와 관계없이 실종선고로 인한 상속에 관해서 개정민법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하였는데, 이는 타당하다.
둘째 상속회복청구권 제도와 관련해 연결점을 찾을 때 권리 취득의 측면과 행사기간의 경과 측면은 구분되어야 한다. 우선 상속회복청구권 취득의 관점에서 상속개시시를 연결점으로 삼을 수는 없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의 침해가 있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기간 경과 측면에 있어서도 상속개시시를 연결점으로 삼을 수 없다. 종래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도과되었는지가 문제되었던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속개시시를 연결점으로 삼아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을 적용하였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셋째 특별한정승인제도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연결점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시점’이라 할 것이다.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시점을 연결점으로 삼았던 개정 전 부칙 제3항은 헌법재판소도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해 확인하고 있듯이 적절하지 않다. 한편 개정 전 법에 의해 승인·포기기간이 도과되어 단순승인이 확정되었다는 가치는 기득권으로 보호되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유류분 제도는 상속개시 시를 연결점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 즉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미 상속이 개시된 때에는 새로이 도입된 유류분 제도를 이에 적용할 수 없다. 한편 유류분과 관련해서 수증자의 기득권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개정법 부칙 제5항의 상속개시시법주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부칙 제5항은 유류분 인정 여부와 관련하는 경과규정일 뿐 이를 넘어 종래 이루어진 ‘증여’의 효과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민법 시행 이전에 그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증여에 대해 부칙 제5항을 근거로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성을 부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때에는 부칙 제2항을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