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국정감사·국정조사는 현대 민주주의체계에서는 불가결의 제도로 인정되는 것으로 오늘날 국정조사권은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정책 통제를 위한 실효성이 있는 강력한 권한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정조사권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고위층의 직권남용과 부정비리를 조사·적발할 뿐만 아니라 국정의 전반적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여론의 형성은 물론 새로운 입법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 및 예산심의 자료를 얻기도 한다.1)
국정감사·국정조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차원에서 주요한 국가현안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하기 위한 제도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되는데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국정감사와 다르게 국정조사는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① 국정조사요구, ② 조사위원회 확정 및 조사계획서 작성, ③ 조사계획서에 대한 본회의 승인, ④ 국정감사·조사 실시, ⑤ 보고서 작성·제출 및 본회의 승인, ⑥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 이송과 처리결과 보고, ⑦ 처리결과보고에 대한 조치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국정의 특정사항에 관하여 조사를 시행하게 할 수 있는데 이때 국정조사요구는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를 시행할 위원회 등을 기재한 조사요구서에 의한다. 조사위원회는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방법, 조사에 필요한 기간 및 소요경비 등을 기재한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 조사를 하는데 본회의는 조사계획서를 검토한 다음 의결로써 이를 승인하거나 반려한다.2) 국정조사는 공개로 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3)
국정감사·조사는 위원장의 개의선언, 증인등의 선서, 보고 및 질의·답변, 결과 강평 및 종료 선언 순으로 진행된다. 위원회는 그 의결로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와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의 제출을 관계인 또는 기관 기타에 요구하며,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검증을 행할 수 있고 이러한 요구를 받은 자 또는 기관은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위원회는 증거의 채택 또는 증거의 조사를 위하여 청문회를 열 수 있다.4)
위원회가 국정 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마친 때에는 지체없이 보고서를 작성하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의장을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여야 한다. 국회는 본회의의 의결로 국정감사·조사의 결과를 처리한다.5)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 결과, 정부 또는 해당기관의 시정(관계자의 문책 등을 포함)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 있는 때에는 국회는 그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이송한다. 국회는 정부 또는 해당기관의 처리결과보고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적절한 조치에는 새로운 결과보고서의 제출 및 의결, 시정 및 개선의 촉국, 법률안·예산안 심의과전에의 반영, 관계 국무위원의 해임건의 등이 포함된다.6)
최근 우리 국회는 정기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국정감사장은 여당과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0월 7일에 이루어진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의원들은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의 개입의혹과 관련된 “화천대유 돈 댄 SK·하나은행 조사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촉구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고,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 거론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책임론을 집중 거론하였다고 한다.7)
이렇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요한 국가 현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제도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도입되어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과다한 정치적 쟁점화 현상, 과도한 국정감사·감사의 비용, 사법당국의 수사나 여타 감독기관의 감사 등과 중복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국정감사·국정조사에 관한 한계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우리나라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모두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의회의 국정조사만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미국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에 관한 Trump v. Mazars판결을 하였는데 이 판결을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의 적절한 운영에 관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Ⅱ. 사건의 개요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고 당시 Trump 대통령과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연방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함으로 해서 여소야대의 형국이 되었다. 이러한 연방하원과 미국 대통령의 대결 상황이 격화되면서 연방 하원의 다수 위원회에서 Trump 대통령의 재무상황에 대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했다. 2019년 4월, 연방하원에 있는 다수 위원회들에서 민간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Trump 대통령, 대통령의 자녀들, 그리고 Trump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운영하였던 회사들의 은행계좌입출금정보, 평가보고서, 외국환거래자료, 채무명세서, 순자산명세서, 납세신고서, 그 밖에 의심되는 거래관련문서 등이 소환영장의 대상이 되는 금융정보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대상기간은 2010년 1월 1일부터 2019년 4월까지로 명시되어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16년 11월 대통령선거 이전의 금융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Capital One, Deutsche Bank, Mazars USA LLP 등이 하원위원회들의 소환장을 받은 대상이었는데 Capital One과 Deutsche Bank는 Trump 대통령의 주거래 은행들이었고 Mazars USA LLP는 Trump 대통령의 고문회계사무소였다.
Trump 대통령 측에서 Mazars USA LLP에 대한 의회소환장에 대해서는 4월 22일 콜럼비아 특별지구 연방제1심법원(the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에, Capital One와 Deutsche Bank에 대한 의회소환장에 대해서는 4월 29일 뉴욕남부 연방지방법원(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에 집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였다. Trump 대통령은 해당 소송에서 의회 소환장은 정당한 입법목적이 없을 뿐 아니라 권련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해당정보가 정보비밀에 관한 대통령의 집행특권(executive privilege)에 해당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Trump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Amit P. Mehta 연방법원 판사가 하였다. 판결문에서 원고측이 제기한 연방하원 위원회의 소환장이 ① 집행부와 사법부 기능의 침탈(Usurpation of Executive and Judicial Functions)에 해당하는 주장, ② 사적 사항에 대한 조사(Investigation of Private Affairs)에 해당한다는 주장, ③ 요청기록의 적정성(Pertinency of the Records Request)에 관한 주장 등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Amit P. Mehta 연방법원 판사는 ① 법원은 의회 위원회의 정치적 동기에 대하여 심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문제가 된 정보에 관하여 입법상 명백한 목적이 있는 경우 연방의회의 소환장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② 대통령의 재직 중 혹은 취임 전의 위법행위에 대한 의회의 조사는 연방헌법 제1조 제1항에서 연방의회에 인정하고 있는 광범위한 조사권의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다. 연방의회의 조사권은 명시적으로 연방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③ 대통령에 관한 것이더라도 사적 활동에 관한 정보의 경우에는 다른 소송당사자와 동등한 기준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연방헌법은 의회에 입법권(“legislative Powers”)을 부여하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조사권(the power to investigate)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정당한 입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취득해야하므로 조사권은 입법권에 부여되어 있는 권한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9)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 영국 의회의 전통이나 식민지 시대의 전통에서 의회의 조사권은 연원을 찾을 수 있고 미국이 독립한 이후에도 연방 상원과 하원에서는 물론 개별 주 상원과 하원에서도 국정조사권을 광범위하게 행사되었다. “의회 자체로 또는 위원회를 통해 검토 중인 법안과 관련된 문제와 조건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는 연방대법원 판결10)을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방제1심법원 판결에 대하여 Trump 대통령 측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였다.
연방제1심법원에서 Trump 대통령 관련 재정정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Trump 대통령측에서 주장했던 주요내용은 연방의회가 재정정보에 대한 소환장을 발급할 수 있는 입법권한(legislative authority)이 결여되어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러한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하여 Amit P. Mehta 연방법원 판사는 연방의회의 조사권은 연방의회의 입법권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연방의회가 입법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의회조사도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특히 연방법원에서 연방의회의 조사권의 한계에 대해 사법심사할 때는 연방의회가 연방입법을 위해 조사한다는 명목을 제시한 경우에 연방의회의 조사권의 동기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제시하였고, 법집행을 위한 부분이나 사생활관련 사항(private affairs)이 아니면 의회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였다.11)
Trump 대통령 등은 Deutsche Bank와 Capital One를 상대로 의회 위원회의 소환장이 무효이며 이에 대한 집행할 수 없다는 선언적 판결(declaratory judgment)을 해줄 것을 연방제1심법원에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Edgardo Ramos 연방판사는 원고인 Trump 대통령 등의 청구를 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Trump 대통령 측이 연방제2심항소법원에 항소하였다.
Ramos 연방판사의 판시사항은 Mehta 연방법원 판사의 판사사항과 거의 대동소이하게 Trump 대통령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연방의회의 광범위한 국정조사권을 인정하였다.13)
Tatel, Millett 두 사람의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법정의견을 쓰고 Rao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소수의견을 작성하여 2대1에 의하여 연방제1심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 연방의회의 조사권은 헌법상 권한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 필요에 대응하여 광범위하게 행사될 수 있다.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의회의 조사권”은 “입법권과 같은 범위”이기 때문에, 연방의회가 조사권을 행사할 때 다른 부서의 헌법상 지정된 기능을 박탈하거나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연방의회는 “법 집행기관이나 재판 기능”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데 이들은 “행정 및 사법부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의회에는 “개인의 사적 권리가 침해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폭로할 일반적 권한”이 없다.16)
특정 사안에 대하여 법률을 제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러한 사안은 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합당한 입법목적이더라도 관련이 없는 사안을 요구하는 조사영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17) 즉 입법목적이 유효한 경우라도 의회위원회는 입법목적과 무관계한 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법에서는 회계사와 고객 사이에는 비밀유지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은 뉴먼 항소법원판사(JON O. NEWMAN, Circuit Judge)에 의하여 작성되었고 여기에 HALL 판사가 찬성하였고 리빙스톤 판사( LIVINGSTON)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뉴먼 판사의 의견은 민감개인정보를 제외하고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Trump 대통령이 제시한 예비명령을 거부한 연방제1심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19) 리빙스톤 판사( LIVINGSTON)는 소수의견에서 원고가 제시한 사유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려하기 위해서 사건자체를 파기환송할 것을 주장하면서 의회와 대통령 양당사자들 사이의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언급하였다.20) 정치적 협상에 일가견이 있는 의회와 행정부가 협상을 통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방대법원 9인의 재판관들이 7:2로 갈려져서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으로 나누어진 사건으로 다수 의견은 로버트 대법원장(C. J. Roberts)이 작성하였고 여기에 긴스버그(Ginsburg) 대법관, 브라이어(Breyer) 대법관, 소토마이어(Sotomayor) 대법관, 케이건(Kagan) 대법관, 고어시(Gorsch) 대법관, 카바나(Kavanauch) 대법관이 찬성하였다. 케네디(Kennedy)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썼고 여기에 토마스(Thomas), 알리토(Alito) 대법관이 찬성하였다. 토마스(Thomas), 알리토(Alito)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작성하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이 특히 연방의회에서 발부한 대통령의 정보에 관한 소환장에 관한 최초의 사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21) 물론 미국의 헌정사를 살펴보면 미국 대통령에 대해 형사소추가 된 경우에 그 사건이 연방사건이든 주정부 사건이든 연방정부 검사나 주정부 검사는 대통령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으로 연방대법원에서 인정한 사건들이 있었다.22)
미국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정보에 대해 발부한 소환장의 적정성과 관련하여 로버트 대법원장(C. J. Roberts)은 연방법원에서 입법적 요구가 대통령의 관여를 보장하는 것인지 그리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 연방의회가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야하고, 소환장이 입법목적을 지원하기 위해서 상당히 필요한 정도와 다르게 광범위한 것은 아닌지, 소환장에 의해 요구되는 증거의 성격이 적법한 입법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소환장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당파적 정치의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을 기준으로 사법심사를 해야한다고 판시하였다.23)
이러한 로버트 대법원장(C. J. Roberts)의 판지에 대하여 토마스 대법관(Justice Thomas)는 반대의견을 설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연방의회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방안으로 이러한 문서들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의회의 조사권한이 아닌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절차를 통하여 행사되어야한다”24)는 것이었다. 앨리토 대법관(Justice Alito)도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의회가 요구하는 대통령관련 정보들은 많은 경우 연방의회의 입법목적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방법원에서 “연방의회의 그러한 소환장의 집행을 승인할지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법원들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매우 민감해야한다”25)라고 판시하였다.
연방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의하여 해당 사건은 연방제2심법원에서 재심사하게 되었지만 2020년 11월에 시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의회조사권에 근거한 소환장 역시 2021년 1월 3일 제116기 연방의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그 효력은 폐기되었다. Trump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집권하는 동안에는 대통령의 세금공제 관련 정보가 세무회계법인인 Mazars USA나 Deutsche Bank에서 공개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Trump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들의 세금관련 정보를 공개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와 하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새로운 의회가 개회하자 Trump 대통령 세무관련 정보에 대한 새로운 국정조사를 개시하게 되었다. 2021년 2월 23일 제117기 연방의회 하원의 감시와 개혁 위원회(the House Oversight and Reform Committee)는 Trump 대통령의 동일한 문서에 대해서 소환장(subpoena)을 발부하였다.
Ⅲ. 평석
이 사건은 미국 연방의회 조사권이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이 없는 대통령 취임 이전의 사안에 대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이 있으므로 우선 미국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 연방헌법은 우리나라 헌법과는 달리 국정조사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26)
국정조사권(investigative power of parliament)은 17세기 이후 의회제도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회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국은 당시 명예혁명의 성공과 의회주의 확립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 국정조사권은 그 후 집행부 및 사법부에 대한 의회의 감독과 통제권의 수단으로 각국에 전파되었는데 영국에서 태동한 국정조사권은 새롭게 독립한 미국에서도 의회의 입법권에 수반되는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었다. 미국 연방헌법에서는 의회의 국정조사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다. 의회는 입법권(legislative power)을 가진다는 연방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한 입법권의 행사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연방법원의 판례를 통하여서도 인정되어 왔다.27)
미국 헌정사를 살펴보면 미국 연방의회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조사는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 대통령(President Washington)에 대한 것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 1796년 연방하원은 당시 워싱턴 대통령에 대해 영국과의 조약의 협상과정에 관한 자료를 연방의회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워싱턴 대통령(President Washington)은 앞에서 언급한 집행특권(executive privilege)을 주장하며 정보의 제공을 거부하였다.28)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은 의회의 입법권에서 유래하는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는 광범위한 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29)
연방의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은 효과적인 입법과 행정부의 행위들에 대한 입법적 제어장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연방대법원은 “연방의회는 기존 법률과 제안되거나 필요한 법령의 집행에 관해 조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의회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행하는 사회, 경제 또는 정치 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조사도 포함된다.”라고 하면서 이러한 조사는 “연방정부 기관의 부패, 비효율, 낭비를 찾아내기 위한 것”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30) 연방대법원은 미국 법무부와 관련한 연방의회의 국정조사에서 증언을 거부한 증인에 관한 처벌에 관하여 McGrain v. Daugherty 사건에서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은 당연히 증언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되어야할 것이고 연방의회의 조사에 불응하여 증언을 거부할 때에는 법정모독죄(contempt)로 인신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였다.31)
이렇게 연방대법원의 판례로 인정되었던 의회조사권에 불응하는 증인에 대한 법정모독죄(contempt) 적용을 입법화되었다. 주요 내용은 의회의 조사에 응하여 고의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거나 허위의 문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경범죄로 취급되어 100달러 이상 10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1개월 이상 12개월 이하의 구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32)
이렇게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은 조사대상자들에게는 이에 응하여야하고 만약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사법심사를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 운영에 있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33)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에 연방법원이 개입하는 경우는 소환된 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인데 소환된 증인이 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불응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를 심사하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앞서 기술한 Warkins 사건이 대표적인 것으로 당시 하원 반미국행위조사위원회(the 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증인으로 소환된 Warkins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진술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Warkins이 향유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연방수정헌법 제1조의 기본권에 대한 하원의 국정조사권의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서 하원의 법정모독죄(contempt) 인용을 파기하였다.34)
연방의회나 연방의회의 조사위원회의 국정조사에 소환된 증인은 형사재판에 소환된 증인과 동일하게 연방수정헌법 제5조에 근거한 형사소송의 원칙 중에 자기부죄거부(自己負罪拒否)의 원칙(the Privilege against Self-Incrimination)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확립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35)
연방대법원의 Trump v. Mazars USA, LLP 판결36)에서 연방하원의 조사위원회가 Trump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의 세금관련서류와 재임시 세금관련서류에 대한 증인소환장이 발부되었을 때 Trump 대통령의 주요 주장은 해당 정보가 대통령의 집행특권에 해당하여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므로 미국 대통령의 집행특권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 대통령의 집행특권은 영국의 국왕특권(crown privilege)에 기원한다고 한다. 영국의 국왕특권(crown privilege)은 국가의 기밀이나 의회와 의사교환과 관련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사적 이익들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지라도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으로 커먼로(common law)에 의해서 인정된 것이다. 이것은 영국의 1841년 판결37)에 의해서 인정된 것으로 미국에 도입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집행특권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제라는 헌법적 구조를 기초로 한 다양한 특권들이나 면책특권들(privileges and immunities)을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입법부나 사법부의 심사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 주체적인 내용으로는 정부비밀특권(the state secrets privilege), 대통령통신특권(presidential communication privilege),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면책특권(the presidential immunity from civil suit for official acts) 등이 있다고 한다.38)
대통령의 특정정보에 대한 집행특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정보가 첫째, 국가안보의 필요성을 보호하고 둘째, 공익을 위해서 백악관 정책고려에 관한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집행특권이란 대통령이 입법부나 사법부의 정보공개요구에 대해서 국방 등 공익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특정정보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39) 미국 대통령의 집행특권은 우리나라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不訴追特權40)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우리나라 헌법뿐 만아니라 프랑스 헌법에서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 제68조 제1항 전문에서 “공화국대통령은 반역의 죄를 제외하고는 그 직무수행에 있어서 행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불체포특권의 대상이 되는 죄는 대통령으로서 재직 중 범한 죄로 국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불체포특권은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제외하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41)
하지만 비록 명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의 집행특권이라는 형태로 삼권분립의 원칙 속에서 국정수행을 위해서 일정한 한계 속에서 대통령의 특권을 인정해 왔고 집행특권의 적정한 한계에 대해서는 오랜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42)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만 집행특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 사법부의 구성원에게도 독특한 특권이 인정되었다. 의회특권(legislative privilege)이란 의회의 의원들이 위원회의 직원들이나 입법보좌관으로부터 진솔한 의사교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인정되는 것으로 의회의원은 이러한 입법정보를 행정부나 사법부에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의회의원은 의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 의회 내부에서만 징계 책임 등을 질 뿐 행정부나 사법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헌법상 특권이 인정된다. 당초에는 의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은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왔지만 오늘날에는 그 범위가 좀 더 한정적으로 인정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인정되는 의회특권은 입법절차의 통상적 절차에서 일어난 행위들(‘activities that occur in regular course of the legislative process’)에 대해서만 인정되고 입법절차와 관련된 모든 행위(‘all conduct relating to the legislative process’)에 대해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43)
연방법원으로 구성된 사법부에서도 사법특권(judicial privilege)을 누리고 있다. 연방법원의 판사를 포함한 구성원들은 의회의 소환에 불응할 수 있는 면책특권을 가지고, 판사들은 그들의 직업적 행위에 대한 증언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법특권은 연방대법원이라는 사법기관이 가지는 “기본적 기관규범”(“basic institutional norms”)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여 사법특권을 사법면책(judicial immunity)에서 근거를 찾거나 행정부나 입법부로부터 사법부의 분리나 독립을 추구하는 욕구 등에서 그 근거를 찾는 경우도 있다.44)
건국 초기는 물론 닉슨 대통령 이후에도 미국 대통령은 꾸준히 자신의 집행특권을 주장해 왔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였던 부시 대통령도 집행특권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고 연방법원에서는 대통령에게만 인정되는 집행특권을 적용대상을 확대하여 부통령에게도 확대하여 적용하는 것을 인정하였다.45)
대통령의 집행 특권 주장에 대한 연방의회의 조사권은 Watergate 사건이나 Iran-Contra 사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적발하고 공론화하는 주요한 의회의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다.46)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하여 다수의 사건에서 대통령의 집행특권이 주장되었고 이와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47) 하지만 해당사건은 대통령의 집행특권과 집적적인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연방의회에서 세무회계회사 Mazars USA, LLP에 요구한 정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재임 중에 해당 회사가 처리한 세금관련 자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 사인의 신분으로 세무회계회사 Mazars USA, LLP으로 처리한 세금관련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대통령 자신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을 망라한 다수 대통령 주변인사의 세금공제관련 정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집행특권에 관련한 문제라기보다는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Ⅳ. 맺으며
이 사건의 핵심적 대상은 대통령 관련 정보인데 이 정보는 재임 중 미국 대통령의 정보는 물론 대통령 재임 이전의 사인의 지위에서 있었던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 측면에서 현직 대통령의 집행특권(executive privilege)을 주장하기도 곤란한 측면도 있다.
특히 연방 하원의 위원회들에서 결의에 따라 대통령의 관련 정보에 대한 소환장을 발급한 것으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국회의 국정조사권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연방 정부의 검사나 주 정부의 검사가 범죄수사를 위해서 대통령의 특정정보에 대한 입수수색영장을 발부하여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의회의 다수당이 대통령 소속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차지하는 이른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의 관련정보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연방하원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 인정되고 연방상원에 탄핵심판권이 인정되고 있는 미국에서 대통령 4년 임기 중, 대통령 선거 2년 후에 연방하원 의원의 선거가 매 짝수년 11월에 실시되어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패배할 경우 여소야대의 정치적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하원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물론 국정조사를 개시하여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막중한 제어장치를 가동할 수 있다고 하겠다. 2018년 11월에 실시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하여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었던 Trump 대통령은 Pelosi 하원의장이 이끄는 민주당 다수의 하원에 의해서 탄핵소추를 당하고 여러 연방의회 하원 위원회들에 의한 국정조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Trump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 후 상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Trump 대통령과 그 측근의 10년간 금융정보에 대한 국정조사는 연방대법원에서 파기되었다. 그러나 Trump 대통령 자신은 2020년 11월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여 대통령직을 잃게 되었고, 또 다시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에서는 Trump 대통령과 그 측근의 금융정보에 대한 또 다른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라고 할 것이다.
2020년 연방대법원은 Trump v. Mazars USA LLP 판결을 통하여 미국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밝히고 비록 연방의회는 광범위한 국정조사권을 가지지만 연방입법 사항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 동기에 근거한 국정조사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방대법원의 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에 관한 판결은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를 부정하고 국정조사권의 정치적 동기에 대한 사법심사를 거부하였던 연방하급심 판결들을 파기하여 환송한 것으로 당시 Trump 대통령에 대한 유리한 판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은 연방형사절차에서 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을 인정하였고48) 더불어 주정부의 형사절차에서도 소환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49)
Trump v. Mazars USA LLP 판결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 잘 반영한 판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재임 시에 임명한 Roberts 대법원장 등 다수의 보수파 대법관들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의 보수화 경향을 잘 나타낸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관련한 하급심 판결들이 연방의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한 것을 비판하는 견해를 반영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50)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 국정조사권의 한계에 관하여 명확한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나 Trump v. Mazars USA LLP에서 연방대법원이 밝힌 국정조사에 대한 사법심사 기준은 우리나라 국정조사의 적절한 운영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사료된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도 다수의 결정례에서 국회의 국정조사를 다룬 바가 있다.51) 이들 사건들은 국회의 국정조사에 따른 증인이 제기한 사건들은 아니고 공무원 노조와 일반 시민이 제기한 것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국정조사행위 자체의 법적 성격이 문제되지는 않았다고 할 것이다. 만약 국정조사에 증인출석을 요구받은 증인이 국정조사의 위헌성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논지에 따른다면 부적법 각하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