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설
부동산 경매는 채권자가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처분을 통해 채권을 실현하는 집행법상의 절차이다. 이처럼 경매는 부동산 매각이라는 법률효과를 필연적 전제로 하므로 그 강제적 처분을 정당화할 실체법적 근거와 그 처분에 대한 절차적 합법성을 가져야 한다. 이에 민사집행법은 경매절차의 안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매개시단계에서부터 집행에 대한 이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경매 진행 중에도 부당한 집행에 대하여 집행정지 및 취소를 할 수 있는 각종 불복신청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규정만으로 종결된 경매절차의 적법성과 정당성이 완전하게 확보되기는 어렵다. 당초부터 경매절차에 참여할 수 없었거나 비록 불복신청을 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매각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법체계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절차법의 안정성과 실체법상 법익이 충돌할 여지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은 통일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다만 담보권실행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부동산취득은 담보권의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민사집행법 제267조). 이것은 법 개정 이전의 판례를 입법화한 것이다. 그런데 위 규정을 두고도 경매개시결정 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경매개시결정 전이나 후에 소멸한 경우에도 모두 적용되는지, 더 나아가 담보권이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경우에도 유추적용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직도 다투어지고 있다. 그만큼 경매무효의 사유와 적용범위는 채권자나 소유자 및 경락 매수인 등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달리 표현하면, 경매 무효라는 논제는 실체적 이익과 절차적 안정성의 이념이 서로 충돌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제와 관련하여 그동안의 학설과 판례의 동향을 보면, 일치하여 경매절차에 따른 부동산 매각의 효력이 당연 무효가 될 수 있음은 인정하고 있으며, 경매 무효에 영향을 미치는 하자 사유가 집행절차상의 것과 실체상의 것으로 구분된다는 점에 대하여도 거의 일치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강제경매와 담보권실행경매를 포함한 전체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문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경매의 법적 성격부터 살펴보고, 그 후 경매절차에서의 하자 사유가 무엇인지 및 그 경매 무효에 이르는 일반적 기준과 고려요소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에서는 소송법상 소송요건에 준하는 것은 절차법상의 하자 사유로 분류하고, 계약법상 성립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일단 실체법상의 하자 사유로 분류한 후 실체법상의 하자 사유가 집행법상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실체법상 권리보호의 요청과 절차법의 안정성이라는 이념을 서로 대립적인 요소가 아니라 가능한 조화로운 해석이 되도록 논하여 보고자 한다.
Ⅱ. 경매의 법적 성질 및 무효의 의미
경매는 본질적으로 어떠한 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종래 사법상 매매설,1) 공법상 처분설2) 등이 대립되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절충설3)에 따라 설명되어지고 있다.
먼저 사법상 매매설은 경매가 책임재산의 환가방법으로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의 이전과 대금지급이라는 매매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매매를 전제로 한 민법 제578조가 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그 본질을 매매로 파악하여 법률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이는 환가의 형식과 민법의 규정을 근거로 하는 주장이다. 따라서 입찰인들의 매수신고는 청약이 되고 집행법원의 매각허가결정은 매도인을 법률상 대위한 집행법원의 승낙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매도인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으나, 경매 목적물의 소유자인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4)
그러나 이 설에 의할 경우 경매절차의 안정성과 신뢰성의 이익보다는 이해관계인의 실체적 법익을 지나치게 고려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경매 무효의 사유에 대한 논의가 매우 협소하게 될 것이다. 즉 경매절차에 대하여 지극히 실체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아래의 공법상 처분설에 대하여도 동일한 취지로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공법상 처분설은 집행법원이 직권으로 채무자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징수한 후 그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매매의 형식을 빌려 현금화하는 절차이므로 공용징수와 유사한 법원의 처분행위라고 한다.5) 그리고 민법상 담보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규정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강제경매란 재판상 화해나 조정 등과 같이 매도인의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취득시키는 절차법상의 형성행위라는 설명도 있다.6)
그러나 민사집행법상 경매신청은 비록 부동산 매각허가결정이라는 재판 형식의 강제처분이 개입되었다 하더라도 최고가매수신고인 등의 동의가 있으면 경매취소가 가능하고(민사집행법 제93조), 보증금을 모두 변제받지 못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매수인의 인도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점(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경매가 무효일 경우 그 법률관계의 청산은 결국 계약법의 법리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매를 공법상 처분만으로 파악하는 견해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어느 설에 의하더라도 경매가 매매의 형식과 유사한 환가방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배당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 그런데 사법상 매매설은 경매의 사실상 완성이라고 하는 매가허가결정 및 그 효력, 즉 실체법적으로 부동산 소유권이전이라는 결과론적 해석에 치중한 것이고, 공법상 처분설은 그 과정에 이르게 되는 개개의 집행행위에 대한 절차법적 해석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위 양설은 모두 일면적 타당성을 가질 뿐이므로 형식과 실체를 모두 파악하는 해석론이 필요하며, 이를 전제로 하여 경매 무효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판례도 “경매는 일면에 있어서는 사법상 매매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이 소유자의 의사에 관계 없이 소유자의 소유물을 처분하는 공법상의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7)라고 하여 절충설에 의하고 있다. 그리고 매도인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다툼이 있으나 채무자나 물상보증인과 같이 소유권을 보유한 자이며 채권자는 단지 절차법상 부여된 처분신청권을 행사할 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경매 무효’ 또는 판례에서 판시하고 있는 ‘경매절차의 무효’8)라는 개념적 의미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경매 무효 또는 경매절차의 무효라는 개념 자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9) 그 주된 요지는, 일반적으로 유효인가, 무효인가의 법적 효력의 문제는 개별적인 소송행위에 대하여 문제가 되며 소송절차나 집행절차 전반에 대한 법적 효력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의 소송행위는 무효라고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그 소송절차 전반이 무효라고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법적 해석론의 주장은 소송절차나 집행절차를 형성하는데 있어 나타나는 소송행위나 집행행위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소송절차나 집행절차에서 나타나는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여 그 전체가 당연 무효라는 것은 절차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련의 소송행위나 집행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이나 판례에서 판시하고 있는 ‘경매 무효’ 또는 ‘경매절차의 무효’라는 의미는 경매절차의 사실상 종결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매각의 실체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개개의 집행행위로 인해 경매절차 전체가 무효라는 의미로 이해하여서는 안 된다. 이는 사망한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판결이 당연무효여서 그 판결에 따른 권리확정 및 법적지위의 변동과 같은 형성력이나 집행력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 소급적으로 전체의 집행행위가 무효로 되지는 않으므로 집행비용의 문제는 경매무효와 별개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경매는 실체법적으로 매매와 유사한 쌍무계약이라 할 수 있으나 이를 형성함에 있어서 주도적 지위를 가지는 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집행법원이라는 측면에서 절차적 형성행위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집행절차가 종결된 이상 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집행채권자에 대한 배당, 이해관계인이 가지는 권리의 변동(예를 들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인도거절권), 매수인의 부동산취득 등의 법적 효력이 쉽사리 부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민사집행법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장애요소를 사전에 차단하여 절차적 확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에 참여하는 집행당사자 및 이해관계인들에게 각종 불복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행방법에 대한 즉시항고(민사집행법 제15조) 및 이의신청(민사집행법 제16조), 집행문부여 등에 대한 이의신청 및 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34조, 제45조), 청구이의 및 제3자 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4조, 제48조),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및 이의신청(민사집행법 제83조 제5항, 제86조, 제265조),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즉시항고(민사집행법 제121조, 제129조), 경매절차의 정지 및 취소제도(민사집행법 제49조, 제50조, 제266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불복신청제도와 이해관계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경매가 무효로 될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우리 법체계상 재판기관과 집행기관은 분리되어 있는바, 집행기관의 심사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행기관은 강제집행이나 담보권실행경매의 근거가 되는 집행권원, 담보권 등의 존재만을 믿고 신속하게 집행절차에 착수하는 것일 뿐 집행권원 및 담보권의 취득 원인이 된 채권채무관계에 대하여는 실질적 심사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이에 이해관계인은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 실체적 흠결 사유를 이유로 경매 무효를 주장할 여지가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집행행위에 대하여 실체법적 또는 절차법적 흠결 사유가 존재할 경우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기는 하나 당초부터 절차적 참여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자도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행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이 아닌 제3자의 부동산이 경매의 목적물이 되는 경우이다. 셋째 절차의 적법성을 위해 각종 불복신청제도를 두고 있으나 그러한 제도만으로 실권효의 범위를 무제한 확대하여 실체법상 권리상실이나 제한이 모두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즉 집행절차에서의 하자 사유는 시기적으로나 사유가 제한되어 있고, 설사 이의신청 사유에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해관계인이 이를 간과했다 하여 실권효의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논의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세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특히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사유에 대하여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매는 경매신청(압류)으로부터 시작되고 부동산 매각(환가), 배당으로 종결된다. 따라서 부동산 매각허가결정은 경매절차의 사실상 종착점이고,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경매절차의 적법성 확보를 위한 이해관계인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상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 사유는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을 때,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때,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때, 최고가매수신고인과 그 대리인 또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사람이 민사집행법 제108조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 최저매각가격의 결정 및 일괄매각의 결정 또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사실 또는 부동산에 관한 중대한 권리관계가 변동된 사실이 경매절차의 진행 중에 밝혀진 때, 경매절차에 그 밖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때 등이다(민사집행법 제121조).
위 이의신청 사유는 경매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관련되는 것이지만 특히 경매 무효의 논의와 관련되는 사유는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는 사유’(제1호)와 ‘기타 경매절차에 그 밖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제7호)이다. 제1호 사유인 ‘집행을 허가할 수 없는 사유’란 강제집행 및 집행신청요건의 흠결, 집행개시요건의 흠결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고, 따라서 집행채권의 부존재, 집행력 있는 정본의 부존재, 당사자능력의 흠결, 경매개시결정송달의 흠결 등은 물론 조건미성취, 매각부동산의 부존재 등 실체법상의 흠결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집행을 계속할 수 없는 때’란 후발적으로 이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10) 또한 ‘경매절차에 그 밖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때’란 경매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해하여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침해 할 중대한 사유를 말하는 것이다.11)
이러한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의하면, 과연 경매절차의 무효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해관계인은 불복사유를 내세워 이의신청 및 즉시항고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아야 하고, 더욱이 즉시항고의 사유는 위 민사집행법 제121조 사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법상 재심 사유도 포함하여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민사집행법 제130조). 이에 집행절차의 안정성과 매수인의 보호를 위해 실권효의 법리를 폭넓게 적용하여 이의신청을 해태한 이해관계인의 주장을 배척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으로 절차법의 안정성만을 추구할 경우, 공익적 요구에 반할 우려가 있고(학교재산 매각과 같은 경우), 절차참여권이 사실상 배제된 상태에 있는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침해하여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거나 또는 절차적 신속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공정한 절차진행이라는 절차법상의 이념을 사실상 형해화 할 우려가 있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경매절차의 무효를 논하는 것은 절차법의 이념과 실체법상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매 무효의 일반적 기준에 대하여, 일설은 경매절차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을 흠결하거나 또는 중요한 규정을 위반한 집행행위는 그것이 재판의 형식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실체법상 무효라고 한다.12) 또 다른 주장은, 경매절차에서의 집행행위라는 것은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권적 행위이고 이러한 공권적 행위는 원칙적으로 당연 무효가 아닌 이상 불복절차를 통한 취소에 의하여 구제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어서 행정행위 하자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중대명백설’이 유용한 경매 무효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한다.13) 그리고 어떠한 것이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는 집행법규의 목적, 의미와 기능 등 규범 목적론적 관점과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대한 합리적 관점이 고려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집행권원이 결여되어 있거나 집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경우에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므로 경매 무효라고 할 수 있으나, 집행개시의 요건에 해당되는 집행권원 송달이 누락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기는 하지만 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경매 무효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14) 위 주장들은 설명방식의 차이에 불과할 뿐 그 지향점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즉 주로 경매의 절차적 하자 사유에 집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설명은 경매가 법정절차에 근거하여 일련의 집행행위가 결합되어 있는 점, 즉 구체적으로 경매는 법원의 매각처분(결정)을 통해 사실상 완성되며 이를 전제로 배당으로 최종 종결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경매가 실체법상 매매 유사의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록 형식적으로 집행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실체법적으로 계약의 부존재, 무효 사유와 동시할 수 있는 흠결이 존재 할 경우 계약자체의 성립과 효력을 인정할 수 없어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집행당사자의 어느 한쪽 또는 쌍방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당한 경매절차에도 불구하고 사법상 매매와 유사한 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형식상 매매 유사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경매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경매절차의 합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경매의 본질적 성질에 기인한 실체법적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 절차면에서는 법규의 취지와 이해관계인에 대한 불이익 정도, 구제 수단의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실체면의 하자에 대하여는 계약관계에 있어서 무효 사유에 준하는 법률적 평가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경매의 유・무효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경매에 의한 부동산 매각처분이라는 것은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법률관계의 형성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공권력이 개입하여 집행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하여 합법적 재산처분을 통해 채권채무관계의 해소라는 공익적 성격도 존재한다. 따라서 실체법의 민사법리가 절차법을 통해 일정 범위에서 수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게 되는 것이다.
Ⅲ. 부동산 경매에서의 무효 사유
강제집행은 판결절차와 집행절차가 명백히 분리되고 종국판결 및 그와 유사한 집행권원에 의하여 집행이 개시되므로 집행채권의 소멸은 경매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매진행 중에 채무를 변제하여 집행채권이 소멸할 경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강제집행정지 신청,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즉시항고를 통해 이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정된 종국판결에 따라 경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그 후 당해 확정판결이 재심절차에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경매절차를 미리 정지시키거나 취소시키지 않아 경매절차가 계속 진행되었다면 매각대금을 완납한 매수인은 경매 목적물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15) 나아가 강제집행의 정지사유가 있어 이해관계인이 정지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법원이 이를 정지하지 아니하고 대금지급기일을 정한 후 매수인으로부터 대금납부를 받는 등 경매절차를 속행하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인은 집행에 관한 이의(민사집행법 제16조) 및 즉시항고(민사집행법 제17조)에 의하여 그 시정을 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불복 절차 없이 경매절차가 그대로 종결되었다면 그 집행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경매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16)
경매절차에 있어서 부동산의 존재는 강제경매이든 담보권실행경매이든 필수적 전제조건이 되므로 경매신청시 이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민사집행법 제80조, 제268조). 따라서 경매신청시 경매 목적 부동산이 전부 멸실되어 존재하지 아니할 경우 그 경매신청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또한 경매 진행 중 부동산이 없어지거나 매각 등으로 말미암아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게 된 때에는, 법원은 강제경매 절차를 취소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96조). 이러한 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법원이 경매를 계속 진행할 경우 이해관계인은 집행방법에 대한 이의신청,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 및 즉시항고 등을 통해 이를 저지할 수 있고, 집행법원도 직권으로 매각불허가결정을 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23조 제2항).
이와 같이 경매절차에서 목적물의 존재는 경매 신청의 요건일 뿐만 아니라 절차 속행의 요건이므로 절차법상으로 보더라도 경매 대상 목적물이 없는 경매처분(매각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다. 실체법적으로 보면 매매의 목적물이 존재하지 않은 매매계약으로 원시적 불능으로 되어 계약체결상의 과실 문제가 되거나, 또는 후발적 불능으로 되어 위험부담의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17) 즉 실체법상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을 발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집행법상 그 부존재의 하자는 중대한 것이므로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물리적으로 경매 부동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경매가 무효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집행관의 부동산 현황조사(민사집행법 제85조), 감정인의 감정평가(민사집행법 제97조) 과정에서 거의 그 존재 자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등기가 유용되거나 무효인 등기에 터잡아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건물이 멸실 된 후에 신건물이 신축되었고 구건물과 신건물 사이에 동일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건물에 대한 등기에 터잡은 경매, 또는 1동의 건물의 일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으려면 그 부분이 구조상으로나 이용상으로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물에 대한 등기,18) 이중등기로서 나중에 등기된 소유권보존등기,19) 등기상의 표시와 실제의 건물 사이에 건물의 소재 지번, 구조, 평수 등의 차이가 중대하여 동일성 또는 유사성을 인식할 수 없는 무효의 등기,20) 토지의 소유자가 토지 전부를 매도한 후 지분권의 대상인 목적 토지도 없이 등기부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지분권 등기21) 등에 터잡은 경매는 경매 대상 목적물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경매절차에 의하여 매수인이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하였으나 나중에 당해 부동산이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이 아닌 제3자 소유로 밝혀진 경우 그 경매의 효력이 무효인지, 아니면 타인의 권리에 대한 매매로 유효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은 매매의 일종인 경매에 있어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경락인이 경락의 목적인 재산권을 완전히 취득할 수 없을 때에 매매의 경우에 준하여 매도인의 위치에 있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에게 담보책임을 부담시켜 경락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그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22)고 하여 제3자 부동산에 대한 경매에 대하여 이를 무효로 보고 담보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매매에 따른 담보책임은 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설은 이와 같은 경우 경매 그 자체는 타인의 권리 매매(민법 제569조)에 해당되므로 유효하고, 따라서 민법상 담보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23) 다수설의 논거는 민법 제578조 명문의 규정이다. 즉 민법 제578조가 민법 제570조를 준용하고 있는데, 민법 제570조는 타인의 권리 매매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569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도 오래 전부터 타인의 권리매매를 광의로 해석하여 매도인이 형식적으로는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소유자가 아닌 경우에도 민법 제570조의 담보책임을 인정하여 왔다는 것이다.24) 나아가 절차법상으로 보더라도 민사집행법이 제3자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8조), 담보권실행경매에서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하여 담보권 소멸을 이유로 한 무효 주장의 배제(민사집행법 제267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등기법상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거래의 안전을 위해 진정한 권리자가 소를 통해 이를 다투지 않았다면 그에게 실권효를 인정하여야 하므로 매수인 등기이전 자체를 유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25)
이 문제에 대하여 여기에서는 경매 유효를 전제로 좀 더 보충적인 견해를 제시해 본다. 먼저 경매에 의한 부동산취득에 결과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효로 보는 주장부터 살펴본다. 경매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 취득에 어느 정도의 공신적 효과를 인정할 것인가는 절차법적 측면과 실체법적 측면에서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경매의 법적 성질에 따른 당연한 전제이다. 그러므로 첫째 매매나 수용 등 다른 법률원인에 따른 부동산 취득과 달리 유독 경매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 이전등기에 대하여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그 취득절차에 제3자이의의 소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3자이의의 소는 강제집행의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 근거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다(민사집행법 제48조). 따라서 진정한 소유권자인 제3자도 소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 제3자가 경매 매수인을 상대로 소유권말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그 주체를 달리하므로 기판력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둘째 제3자이의의 소는 특정한 강제집행 재산에 대한 집행 배제를 구하는 형성의 소라 할 것이므로26) 그 판결 확정이 제3자의 소유권 유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소의 성질상 집행절차의 개시부터 종결 전까지만 제기할 수 있다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할 것이다. 셋째 실체법상의 권리라 하더라도 절차법에 의하여 그 권리가 박탈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물권적 배제청구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원소유자의 등기말소청구에 실권효를 인정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절차법의 안정성만을 고려한 것이고, 이는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정신에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종래 유효설은 지나치게 실체법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즉 경매는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처분이므로 책임재산이 아닌 재산에 대한 경매신청은 넓은 의미에서 집행요건을 결여한 것으로 위법한 집행신청이어서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민사집행법 제96조 제1항에서도 “부동산이 없어지거나 매각 등으로 말미암아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게 된 때에는 법원은 강제경매의 절차를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27) 따라서 제3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경매신청은 민사집행법상 집행요건의 흠결이라는 절차위반으로 그 효력을 부정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판례는 바로 이러한 절차법적 관점에서 경매절차의 무효를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생각건대 경매에서 제3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집행은 이해관계인인 제3자와의 관계에서 중대한 하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으나 제3자에게 실권효를 인정하는 극단적 주장이 아닌 이상 판례에 의하든 유효설에 의하든 결과에 있어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실체법적으로만 보면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부정할 이유가 없으나, 문제는 민사집행법상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실체법적 하자를 절차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경매의 유・무효가 갈리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신청은 집행요건을 결여한 것으로 부적법한 것이나 형식상 채무자 소유로 등기 되어 있고28) 실제 부동산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그 절차적 흠결을 당연 무효의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집행법원으로서는 경매절차 진행에 있어 그 흠결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형식적 요건의 구비 여부만 심사만 할 뿐 대상 목적물의 실체적 법률관계를 심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채무자 등의 책임재산이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는 실체법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것이 절차법적으로 경매 무효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워 당해 경매절차는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실체법과 절차법의 조화로운 해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거의 발생할 여지는 없으나 형식상으로도 제3자 소유에 속하는 부동산이 경매의 대상이 되고 매각처분 된다면 이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에 의한 매매와 달리 경매는 채무자의 의사가 아닌 채권자의 신청에 따른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처분으로 법률행위에 따른 매매의 효력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체법상 처분이 제한된 부동산은 실질적으로 매매와 유사한 경매를 통한 처분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사립학교법 제28조 제2항,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2조),29) 전통사찰 보존지에 있는 그 사찰 소유 또는 사찰이 속한 단체 소유의 부동산(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30)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에 속하는 것(사회복지사업법 제23조 제3항)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신의칙의 법리는 경매절차에서도 적용된다(민사집행법 제23조,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 실체법상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따른 무효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률행위가 아닌 경매절차를 이용하거나,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실현을 위해 경매를 이용하는 경우 등이다. 따라서 이중매매의 매수인이 매도인과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대신에 매도인이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가장채권에 기한 채무명의를 만들고 그에 따른 강제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경락취득 하는 방법을 취한 사례31)가 전자에 해당된다면, 성매매를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위반시 이에 따른 집행증서에 기하여 경매신청 하는 것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민사집행절차는 특별히 민사집행법에 정한 바 없는 경우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민사집행법 제23조). 따라서 소송요건에 준하여 절차법상 필요한 일반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집행당사자의 권리능력, 관할, 재판권 등의 요건이 그것이다. 이를 흠결한 집행신청은 부적법 각하, 집행이의신청 및 즉시항고, 집행취소 등의 조치가 행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위반효력에 대하여는 그 흠이 치유될 수도 있는 것도 존재하므로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 없으며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실무에서 보이는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의 경매신청이나 그를 상대방으로 한 집행행위는 절차법상 집행행위의 귀속주체를 결여한 것이고, 매각에 따른 실체법상 권리 귀속주체가 없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 문제된다. 강제집행신청 전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승계집행문을 부여 받아야 하므로(민사집행법 제31조), 이를 결한 강제집행은 적법한 집행권원 없이 진행된 것으로 그 경매절차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강제집행을 개시한 후에 채무자가 사망한 때에는 중단 없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52조).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사망자를 집행채무자로 하여 강제경매가 집행되어 사망자에게 경매개시결정이 송달된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송달은 무효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압류의 효력도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며 적법한 압류 없이 한 경매는 당연무효라 할 것이다.”32)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담보권실행경매에 있어서는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부동산 경매는 그 근저당권 설정등기에 표시된 채무자 및 저당 부동산의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 전 또는 진행 중에 채무자나 소유자가 사망하였더라도 그 재산상속인이 경매법원에 대하여 그 사망 사실을 밝히고 경매절차를 수계하지 아니한 이상 경매법원이 이미 사망한 등기부상의 채무자나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그 절차를 속행하여 이루어진 경락허가결정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33)라고 하여 경매의 효력을 달리보고 있다.
그러나 집행채무자는 매각대금 완납시까지 채무를 변제한 후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이유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부동산의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44조, 제46조, 제275조). 따라서 당초부터 이러한 절차 참여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된 경매에 대하여 그 효력을 유효로 보는 것은 상속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할 것이므로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편 판례34)는 미성년자는 매수인 될 수 없다고 하여 당사자의 능력에 대한 흠결과 그 효력을 동일하게 보고 있으나, 제한능력자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음에 그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강제집행은 집행문이 부여된 종국판결 등 집행력 있는 정본에 의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28조 제1항). 이는 강제집행에 있어서 본질적 절차요건이다. 따라서 위조된 집행증서,35) 집행문이 없는 공정증서,36)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하여 집행증서,37) 집행판결 없는 외국판결, 나아가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집행권원 등에 근거한 강제집행은 절차법상 중대한 흠에 해당되어 무효이다. 그리고 가집행선고 있는 종국판결에 의하여 집행이 개시된 경우에는 상소심에서 가집행부분이 변경되거나 본안사건이 취소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집행 정지 및 취소를 시킬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49조 제1호, 제50조). 그러나 가집행선고의 실효에 소급효는 없으므로 매각처분에 따라 이미 부동산물권변동(매각대금 완납)이 발생하였다면 당해 경매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집행권원의 존재는 강제집행의 근간이 되는 것이지만 그 흠결에 따른 무효 주장에도 신의칙상 제한이 있다. 비록 무효인 집행권원에 의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집행절차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집행이 종료되었다면 위조된 집행권원과 같이 그 하자가 집행권원의 부존재와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가 아닌 한 경매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므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38) 실제 실무에서 집행권원의 흠이 제기되는 경우는 이러한 형식적 집행권원의 흠결보다 집행권원의 획득절차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기인하였다는 주장이나, 강제집행이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수단으로 집행되었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경매절차에도 신의칙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이므로 당해 경매절차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담보권이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채무자는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불복신청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65조).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담보권의 소멸이 경매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사집행법 제267조). 이처럼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비록 담보권의 소멸은 경매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적용범위에는 다툼이 있다. 즉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처음부터 담보권이 부존재하였거나 또는 존재하였으나 경매개시결정 당시 채권의 부종성의 인해 소멸된 경우에도 경매 무효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39) 이와 달리 좀 더 제한적으로 당초부터 담보권이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경우와 경매개시결정 이전에 소멸한 경우를 담보권의 부존재 또는 무효사유와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경매개시결정 이전에 소멸한 경우에도 그 이후에 소멸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후자의 경우 매수인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40)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경매의 공신력을 높여 매수인을 보호하고 채권회수를 용이하게 하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문리해석상 무리한 주장이며,41)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진정한 소유자에 대하여 집행절차의 효력을 강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판례도 경매개시결정이전에 피담보채권이 소멸됨에 따라 소멸된 저당권을 바탕으로 한 경매개시 결정을 비롯한 일련의 절차와 경락허가결정이 모두 무효인 경우에는 비록 매수인(경락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했다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42) 입법론으로는 일본 민사집행법과 같이 담보권의 부존재나 무효의 경우에까지 확대적용을 규정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경매개시결정 전・후를 불문하고 유효로 하는 입법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민사집행법은 집행당사자 및 이해관계인들에게 각종 불복신청권을 두어 집행절차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각종 이의신청 및 즉시항고, 집행정지 및 취소신청 등이 그것이다. 부동산 강제집행에서의 이해관계인은 압류채권자와 집행력 있는 정본에 의한 배당요구채권자, 채무자 및 소유자, 등기상 권리자 및 부동산에 권리를 증명한 자 등으로 채권적 청구권자이든 물권적 청구권자이든 불문한다(민사집행법 제90조). 그러나 경매절차의 흠결이 각 이해관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비록 이들에게 절차참여권이 배제되었다 하더라도 경매절차의 안정성과 이해관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살펴 경매의 효력을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행채무자에게 집행개시 사실이 통지되지 않으면 청구이의의 소,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등의 기회가 봉쇄된 채 강제적인 부동산처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된다. 경매절차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명분으로 하더라도 집행채무자에게 이는 가혹한 것이다. 따라서 집행채무자에게 경매개시결정을 송달하지 않았다면 비록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당해 경매절차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43) 그러나 이미 적법하게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상 매각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그 사이에 비록 매각기일을 통지하지 않는 것과 같은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것이지 경매 무효 사유는 될 수 없다고 본다.44)
Ⅳ. 경매 무효의 효과
경매절차가 무효라고 하는 것은 경매의 본질적 효력, 즉 실체법상 매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절차법상으로는 매각결정의 효력이 부정되더라도 매각결정을 위한 일련의 집행절차까지 무효라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경매신청인이 국가나 집행관, 감정인 등을 상대로 예납한 경매비용의 상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45) 매각결정 이외에 법원이나 당사자의 집행행위는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청비용, 감정료 등 집행비용은 그 원인제공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해결할 것이지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매각허가결정을 준재심으로 취소하지 않고 경매무효를 주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 될 수 있다. 생각건대 첫째 준재심의 사유와 매각불허가 사유, 경매무효의 사유는 각 다른 것이고, 둘째 매각허가결정은 성질상 절차법에 의한 채무자 승낙 의제와 같은 것이므로 준재심 절차에 의하지 않더라고 경매무효를 이유로 한 말소등기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경매가 무효인 경우 매수인은 이미 지급한 매각대금을 반환받아야 하는바, 이와 관련하여 경매제도 특유의 두 가지 법률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누구로부터 이미 납부한 매각대금을 반환받아야 하는지 여부, 즉 반환의 주체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매각대금은 매도인에 해당되는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배당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실시된 후 그 경매절차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매각대금의 수령자(채권자들)와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자(채무자 또는 제3자)가 다를 경우 이전등기말소청구에 대하여 매각대금 반환의무를 이유로 매수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경매의 특성상 삼각관계(채권자, 채무자, 매수인)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이론구성을 하는 견해가 있다. 즉 경매에서 채무자(매도인)의 채권자가 급부를 받은 것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수인의 채무자에 대한 변제로 의제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매가 무효가 됨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청산은 채무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고, 매수인은 제3자에 해당하는 배당채권자들에 대하여는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46)
그러나 이 설은 경매에서의 배당채권자, 채무자, 매수인 등의 관계를 실체법적으로만 파악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배당채권자는 경매신청, 배당요구, 배당이의 등 경매절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이해관계인으로 단순히 채무자와의 대가관계에 따라 배당받는 것이 아니다. 채무자와 대가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경매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채권자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배당절차에 참여하였다 하더라도 배당요구 채권자가 진실한 채권자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배당채권자의 매각대금 수령은 실체법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한 대가관계의 전제일 뿐만 아니라 그 배당절차가 유효함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한 수령으로 평가될 것이다. 따라서 경매가 절차법적으로 무효라면 배당채권자의 배당금 수령은 매수인과의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설은 배당채권자는 배당을 받을 수 없는 돈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것이고, 채무자는 매수인의 매각대금을 채권자가 회수해 감에 따라 그만큼의 채무가 감소된 만큼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이어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47)
생각건대 매수인의 매각대금지급은 그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지급의사로 행해진 것이고 이를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것은 절차법의 규정에 따른 것뿐이다. 즉 실체법적으로는 채권자들에게 배당이 이루어지면 채무자의 채무는 소멸 또는 감액되는 것이고, 채권자들에 대한 배당은 매각의 유효를 전제로 절차법에 근거한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이 설이 타당하다. 이러한 설명은 실제 아래의 동시이행항변권에 대한 법리구성에 중요한 전제가 된다.
경매가 무효가 되어 배당채권자가 새로운 경매를 위해 경매목적물의 소유자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매수인을 상대로 낙찰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매수인은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배당금반환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수인의 말소등기의무와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48) 그 근거는 경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경매대금지급의무는 실질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는데 경매가 무효로 된 경우에도 여전히 그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제3채무자인 매수인에 대하여 행사된 배당채권자에 대하여도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당사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의무들이 실질적으로 대가관계를 가진다는 것만으로 동시이행항변권을 인정할 충분한 법리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소유자)는 실체법상 반환의무의 주체이므로 비록 배당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 하더라도 매수인은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이론구성 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채무자 소유 아닌 제3자가 매수인에 대하여 이전등기말소를 청구하는 경우에까지 이를 확대 적용할 법리적 근거는 없다.
Ⅴ. 맺음말
모든 절차법이 그렇듯이 집행법상 권리실현의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완결되면 절차에 대한 신뢰성 및 이해관계인들의 보호를 위해 확정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확정력은 민사집행법상 집행채권자의 채권회수라는 개인적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가제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고 결국 이것은 국민의 의식 및 거래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이 경매의 공신적 효력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민사집행법 제267조 하나의 조항뿐이다. 위 규정도 일본 민사집행법에 비하여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여 경매의 공신력을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기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경매의 공신력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절차법에 의한 실체법상 권리 박탈의 결과에 이르게 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자칫 헌법상 재산권 보장, 법률 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기에서는 실체법과 절차법의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절차법상 본질적 제도인 집행요건, 절차참여권의 배제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실체법적으로는 경매의 본질적 성질이 매매와 유사하다는 점에 터잡아 계약의 법리에 비추어 그러한 하자 사유가 각 다른 영역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하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다만 경매신청부터 배당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집행행위 및 사실을 관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의 논의가 추후 개별적 집행행위가 경매절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논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