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며
우여곡절을 통해 2021년 1월 26일 공포되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제처의 제안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줄임)의 적용을 앞두고 2021년 10월 5일 동법 시행령이 제정·공포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 시행 이전에 이미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들이 적지 않고, 그 이유는 서로 정반대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우리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극단적 입장 대립이 나타나는 주제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입장 차이는 일견 영원히 서로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동기가 무색하게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반쪽자리 입법이라는 입장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거나1) 형벌과 손해배상규정 등이 법의 일반원칙에 과연 부합하는 법률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무모한 입법이며, 형법이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가능을 요구(‘萬全義務’)하는 법률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2) 최후의 수단인 형법이 투입되지 않고는 안 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들리고,3)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상의 문제가 오죽했으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을 직접 처벌하려고 하겠는가라는 하소연 뒤에는, 엄벌주의를 취하면서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의무를 규정하여 헌법의 원칙인 명확성 원칙,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예방이나 감소에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진단과 함께 시행 전에 미리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4)
한편, 그 사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를 단순한 업무상과실범과 같이 취급하는 법원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이를 반영한 새로운 양형기준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아래의 양형기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과실치사상의 죄와 동일한 유형의 범죄로 구분하는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고, 5년 이하의 징역(금고)으로 동일한 징역형에 벌금형은 오히려 3,000만원이나 그 상한이 더 높은 범죄의 양형기준이 더 낮은 이상한 모습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7.1. 시행
구 과실치사상범죄양형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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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 구분 | 감경 | 기본 | 가중 |
1 | 과실치사 | ∼ 8월 | 6월 ∼ 1년 | 8월 ∼ 2년 |
2 | 업무상과실·중과실치상 | ∼ 6월 | 4월 ∼ 10월 | 8월 ∼ 2년 |
3 |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 | 4월 ∼ 10월 | 8월 ∼ 2년 | 1년 ∼ 3년 |
4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4월 ∼ 10월 | 6월 ∼ 1년6월 | 10월 ∼ 3년6월 |
2021.3.29. 수정 2021.7.1. 시행/2021. 12. 6. 수정, 2022. 3. 1. 시행
5)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양형기준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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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 구분 | 감경 | 기본 | 가중 |
1 | 과실치사 | ∼ 8월 | 6월 ∼ 1년 | 8월 ∼ 2년 |
2 | 업무상과실·중과실치상 | ∼ 6월 | 4월 ∼ 10월 | 8월 ∼ 2년 |
3 |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 | 4월 ∼ 10월 | 8월 ∼ 2년 | 1년 ∼ 3년 |
유형 | 구분 | 감경 | 기본 | 가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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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 ∼ 6월 | 4월 ∼ 10월 | 8월 ∼ 1년6월 |
2 |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 4월 ∼ 8월 | 6월 ∼ 1년6월 | 1년 ∼ 2년6월 |
3 |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 | 6월 ∼ 1년 6월 | 1년 ∼ 2년6월 | 2년 ∼ 5년 |
입법자의 재량이 법원에 의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현실화될 것인지는 잠시 지켜 보아야할 일일 것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규정들이 형사법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법률의 적용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노출할 수 있을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적정한 해석방법을 논의해 보는 것은 이론과 실무 모두에 대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중 특히 형사처벌과 관련한 동법 규정의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쟁점들 중에서 이미 다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선별하여, 이에 대해 기존의 해석론을 적용할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러한 문제 해결방법·해석방법 등을 기존의 형사법 체계 내에서 찾을 수 있는지, 과연 어떤 시급한 개정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형사법적 쟁점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동 법률의 핵심규정이다. 해당 조문은 이른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을 징역형 또는 고액의 벌금형의 형사벌로 직접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규정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동 조항의 해석과 적용은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핵심·최종 대책이 과연 어떤 내용인지, 중대재해 예방과 감소에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규범인지를 결정하는 중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점에서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규정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형사법상 신분 또는 신분범(Sonderdelikt)이란 형법 제33조의 공범과 신분 규정에 명시하고 있듯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 또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7) 대법원은 이 신분관계를 “남녀의 성별, 내 외국인의 구별, 친족관계, 공무원인 자격과 같은 관계뿐만 아니라 널리 일정한 범죄행위에 관련된 범인의 인적관계인 특수한 지위 또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8)이라고 하여 이른바 초과주관적 요소로 분류되는 ‘모해의 목적’까지도 신분표지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을 행위주체, 즉 의무의 주체로 하는 의무범(Pflichtdelikt)의 형태롤 보여주고 있어서 전형적으로 신분범이자 의무범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제6조 위반의 정범이 될 수 있는 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신분을 가진 자로 제4조 또는 제5조의 법적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의 ‘산업재해치사죄’9)(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위반치사죄)와 동조 제2항의 ‘산업재해치상죄’(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위반치상죄)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각종의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형벌로 처벌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위 산업재해치사죄와 동 치상죄는 작위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원인으로 하여 사상이라는 중한 결과를 발생하게 한 범죄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자의 작위의무는 행정법규의 벌칙규정이 적용되는 (작위)요구규범이 취하는 통상적 형식과 같이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어떤 의무의 이행을 명하고 있는 전형적인 진정부작위범의 형태이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의 특이한 모습은 법적 의무위반으로 인한 치사상의 죄를 처벌하면서, 그 결과발생의 원인인 의무위반, 즉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한 경우의 처벌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입법자의 태도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이행을 위한 각종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는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형법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인지, 만약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등의 의무와 동일하거나 이러한 의무들을 포괄하는 경우라면 산안법의 해당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10)
필자의 판단에는 산안법의 (개인 또는 법인) 사업주 등의 의무들 중의 일부는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의무의 내용과 동일하거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고,11) 이런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 위반은 산업안전보건법의 해당 처벌규정에 따라 형사법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전형적 결과적 가중범의 형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는 구체적 안전보건조치(유해·위험방지조치)이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의 의무는 그 전 단계의 추상적 체계구축·의무이행관리의무라고 보면 입법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 위반은 동 법률의 독자적 처벌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 된다.
만약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자신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경우, 즉 판례에 따를 때 사망에 대한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경우라면, 형법 제18조의 부작위범 규정을 통해 부작위의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반복되는 근로자의 사상 사고를 경험하고서도 여전히 적절한 유해·위험방지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로 인해 사상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충분한 착안점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즉, 자신이 영위하거나 총괄하고 있는 사업(장)의 근로자가 사망할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자’이면서, 그러한 결과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그 방지를 위한 가능하고도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즉, 그 결과발생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부작위의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사상(死傷)의 결과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의 과실이 아니라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당연히 형법 제250조의 살인죄에 해당하는 것이지 동조항의 적용 대상은 아닌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위반치사·치상죄’에서 치사상의 결과발생과 관련한 행위자의 책임은 과실 책임인 것이 분명하다. 의무위반으로 인한 사상이라는 중한 결과발생에 대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의 예견·회피가능성과 그들의 의무위반이 중한 결과를 야기했다는 부작위의 인과성(가설적 첨가절차12))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위 범죄의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되는 안전보건확보의무위반은 고의행위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과실도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의 의무위반은 그 자체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면, 형법적으로 중립적인 행위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이지만, 편의상 고의·과실로 표현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우선 ‘산업재해치사·치상죄’도 실질적 의미의 형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형법 적용을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형법 제8조의13) 적용을 받는다는 원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4조와 제5조의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 고의의 의무위반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요구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대법원은 행정상 의무위반의 경우에는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에는 과실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14)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의 의무를 과실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항변하더라도 제6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15)
물론 이러한 해석은 피고인이 과실을 주장하더라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의 의무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업무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에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함께 고려한다면 특별히 논급할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달리 말해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는 사업을 영위하거나 사업장을 총괄하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법적으로 주어진 자신들의 의무를 과실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과연 적정한 항변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환언하면, 신분범·의무범적 요소, 즉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특정되어 부과된 의무에 대한 인식가능성, 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 등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높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16)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형법 제8조의 의미와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존중했다면, 애당초 과실의 의무위반도 그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다면, 이를 법문에 분명히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였을 것이다.17)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및 동 시행령 제4조와 제5조의 조치의무가 실질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와 내용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이하, 특히 제168조 이하의 벌칙 규정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산안법 특정 유형의 벌칙규정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의 결합 형태인 전형적인 고의+과실의 결합 형태인 진정 결과적 가중범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는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이고,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의무는 이러한 구체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선행, 상위의 조치, 또는 추상적 조치 등으로 양자는 다른 차원의 의무라고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위반행위에 대해 벌칙규정이 없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결국 (업무상) 과실범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을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는 단순히 주의규정에 불과할 뿐 형사벌(행정형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결국 야기된 (과실의) 사상 결과에 대해 행위주체(의무주체)의 책임을 근거지우는 주의의무위반판단의 자료일 뿐이라는 말이 된다.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완전성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가 될 뿐이다. 줄이자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위반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업무상 과실을 판단하는 잠정적18) 기준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결국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형법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은 이해하기 힘든 과잉형벌이라는 주장이 근거 없는 이의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입법자의 재량이 합헌이며, 적법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동 범죄는 결과적 가중범으로 보아야만 한다는 해석적 논거가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여하튼 이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의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되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차원을 달리 하는 의무라고 본다면, 이러한 의무위반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의무의 위반을 통해 발생한 과실의 사상의 결과발생만을 처벌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과실범, 특히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으로 동법 제66조의2 벌칙규정을 신설,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이후, 누범 가중 규정이 추가된 이외에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는 전형적인 고의와 과실의 결합형태의 결과적 가중범 유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9)
이미 언급되었듯이,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제5조의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등 유해·위험방지조치 등의 의무와는 내용적으로 다르고, 오히려 그 의무들의 사전 단계 또는 그 의무들을 총괄하는 다른 내용의 의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그 의무위반을 형사벌로 처벌하겠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면, 동법 제6조의 ‘산업재해치사상죄’는 단순한 과실범, 특히 업무상과실범(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20) 나아가 설령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 위반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열거된 사업주의 의무와 내용적으로 동일하거나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조치의 구체화된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세부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 그 의무위반(부작위)이 고의인 경우에는 결과적 가중범의 형태, (해석론상 허용될 수 없지만, 대법원 판결 선례에 따라) 과실인 경우에는 과실(작위의무의 과실로 인한 위반21))+과실(중한 결과인 치사상)의 결합 형태로 업무상과실로 평가될 것이다.22)
진정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을 설시한 대법원 판결에서는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하여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은 그 의무가 수인에게 부여되어 있는데도 수인이 공모하여 전원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성립할 수 있다’23)거나 ‘다수의 부작위범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고24) 한다.
한편, 대법원은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고, 부작위·과실의 공동정범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상호의사연락하에 요구된 업무를 부작위한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면’25) 부작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과 관련한 기존의 판례 입장에 따르면, 여기서 그 당부를 논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은 그 기본행위를 공동으로 할 의사가 있으면 성립되고, 중한 결과를 공동으로 할 의사는 필요 없으며, 기본 행위(범죄)를 공동으로 한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중한 결과를 야기한 경우 나머지 사람들을 그 중한 결과를 예견할 수 없는 때가 아닌 한 결과적 가중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26)는 것이다.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를 결과적가중범으로 보건, 단순한 업무상과실범으로 보건 공동정범의 성립은, 적어도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가능하다.
만약 경영책임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안전보건총괄업무담당자가 별도로 있는 경우, 대표이사와 안전보건총괄업무담당자 사이에 공동정범이 가능한지 등의 문제는 언급된 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으로 정의되는 자에 해당하는지, 그들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지,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경우인지에 대한 판단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27)
물론 여기서 세부적으로 논하기는 어렵지만, 부작위의 공동정범이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을 때에만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하면, 다수의 경영책임자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들 중 어느 한 사람의 안전·보건조치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사업장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 되고, 이 경우 어느 누구도 자신의 부작위로 결과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과방지가능성이 없어 인과성은 물론 작위의무도 인정하기 쉽지 않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28)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정의 규정 제9호에서는 ‘경영책임자등’을 가목과 나목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가’목의 경우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두 가지 유형을 ‘또는’ 이라는 접속어를 사용해 나열하고 있다. 이 ‘또는’의 의미는 종국적으로 제6조의 책임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로서 중요한 쟁점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이미 다음과 같은 주장들이 제시되어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하급자에게 경영자의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경영자에게 직접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무거운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럼에도 ‘또는’ 다음에 나오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위배된다는 입장이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범위에서만은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자는 안전에 관한 자신의 의무를 하위관리자에게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29) 달리 말해 후단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즉 대표이사와 같은 총괄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인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이제 후단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와 공동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지의 문제만이 남는 것이고,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후단의 사람도 경영책임자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양자 모두 본 법의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표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진단에 따르면, 안전보건 관련 등기 임원이 별도로 있는 경우라면 대표이사의 면책이 허용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① 경영책임자등은 등기 임원에 한정된다는 견해, ② 비등기임원도 독립된 사업부문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경우에 경영책임자등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 ③ 비등기임원이 독립된 사업부문을 총괄하지 않더라도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한다면 경영책임자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 ④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판단기준에 따르면 된다는 견해 등이 있을 수 있고, 마지막의 경우에는 현장소장등도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이에 준하여’라는 법문의 해석이 쟁점이 될 것인데, 회사의 임원 중 안전보건책임자가 있거나 이와 유사한 책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업무 집행을 위해서는 예산 및 인사권 등을 확보해야 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대표이사에 보고하는 것이 합리적 절차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대표이사가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더 자세히 살펴 대표이사, 수 명의 대표이사 중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안전보건 관리 담당이사,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중에서 피의자가 특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언하기도 한다.
즉, 구체적 수사를 통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므로, 안전보건 관련 예산 및 인력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안전보건 관련 핵심적 사항에 대한 보고가 누구에게 행해지는지 등이 고려될 것이라고 한다.30) 결국,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진 자가 경영책임자등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이사나 경영진의 일원이 아닌 하위 직위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기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등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말인 듯하다.
위 두 견해를 종합하자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설령 자신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다른 이사에게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였다고 하더라고, 달리 말해 실질적으로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1차적 수사 대상이 될 것임은 분명하나, 실질적으로 다른 대표이사에 준하는 이사급에 안전보건업무를 위임하였다는 것이 증명되더라도 본 법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과,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가 입증되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업무담당자의 예로 “대표이사, 수 명의 대표이사 중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안전보건 관리 담당이사,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언급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이하의 관계자 보다는 상위 관리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포함시킨다는 의미에서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라고 하였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각 호의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자로 보고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후단의 ‘이에 준하는’이라는 법문에 부합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관리업무담당자는 전단의 정의처럼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준하는 정도의 상급 관리자’에 국한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단과 후단의 관계, 즉 후단의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와의 관계도 쟁점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지정하여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행사를 위임하거나,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이외의 다른 (이사급의) 자에게 위와 같은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경우에 회사 내부의 이런 결정의 효과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책임을 지게 되는 자(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부터 제19조까지, 특히 제15조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들과는 달리 사업의 대표자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상급경영진에게 특정 업무를 전담하게 한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목 전단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예: 대표이사)은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자로 형사책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건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그러한 위임이나 대표이사급에서의 권한분배에 대해서 특별히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그러한 실질적 권한 분배와 행사의 실무적 업무처리방식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이를 명문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법의 일반이론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누가 무엇의 책임자인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대표이사가 당연히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인식이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이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이나 사업체들은 그 책임자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증명자료나 규정 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보기에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의 ‘또는’이라는 법문은 A 아니면 B, 즉 A, 그렇지 않으면 B라는 의미로, 전자도 경영책임자이고, 후자도 경영책임자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영책임자와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업무담당자가 병존하는 경우도 있고, 전자만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양자들의 형사책임의 문제는 위와 같은 ‘또는’의 해석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사업총괄책임자와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업무담당자는 형사책임의 대상이 되고,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을 요구받게 될 것이고, 사업대표총괄권한책임자 또는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업무담당자는 자신이 제4조와 제5조의 의무를 지지 않는 이유를 제시하거나 모든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제4조와 제5조의 의무를 지지 않는 이유 중에서 만약 전자(사업대표총괄권한책임자)가 후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독립적으로 총괄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고 한다면, 전자의 책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입장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의 흠결을 메우기 위해 대표이사를 처벌하기 위한 법을 만든 것이다!”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후단의 업무 담당자는 대표이사에 준하는 책임자라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형태의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법문에서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과정에서도 이미 인과관계의 입증 곤란이 문제될 것임을 인식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안 논의과정에서 인과관계 추정조항을31) 반드시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32) 강했지만 수용되지 못했고,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와 같이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사상이라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위 의무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즉 사상의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결과범(침해범) 일반에 요구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입법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즉 산업안전보건법에 선행하는 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이행 관리상의 조치 등의 위반이 사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과 그 의무위반과 현장에서의 종사자에 대한 사상의 결과 사이에 인과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불가능한 요건을 법 효과의 전제로 삼지 않는 이상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위반이 사상의 결과에 대해 (상당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경영자의 의무는 구조적·간접적인 것이어서 그 위반행위와 결과 사이에는 현장의 노동자나 안전관리자 등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행위가 결과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정보도 기업이 독점하고 있으며, 기업은 검찰 못지않게 (어쩌면 검찰보다 더) 이 문제에 관한 법적・기술적 자원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과관계 추정규정 없이 과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을 중대산업재해인 사상의 원인을 제공한 자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적 생각이 개진되어왔다. 이런 의구심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타당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전에 개정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상태로 제6조의 적용여부를 심사해야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결과적 가중범으로 보건, 업무상과실범(치사상)으로 보건 (작위, 주의)의무위반과 결과발생 사이의 (상당)인과성과 과실(예견가능성)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그 입증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대법원은 작위와 부작위를 불문하고, 민사, 형사, 행정영역을 구별하지 않고, 상당(인과관계)설에 따라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부작위의 인과관계의 확정을 위해서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OO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라고 한다.33)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책임을 물으려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동법 제4조 또는 제5조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한 조치불이행이 원인이 되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하고, 그 판단은 ‘상당성’의 관점에서 “그 확보의무에 따른 조치를 이행했더라면 사상의 결과가 (상당성의 정도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몇 가지 가능한 사안을 개요하면 다음과 같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의무를 이행한 경우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을 논외로 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를 위반한 경우를 중심으로 본다.
① 사업주 등의 의무불이행(의무위반/부작위) ->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불이행 -> 중대산업재해(사상)발생
[사업주 등의 형사처벌 심사필요]
② 사업주 등의 의무불이행(의무위반/부작위) ->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불이행 -> 중대산업재해(사상)불발생
[의무불이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면 사업주 등 불가벌]
③ 사업주 등의 의무불이행(의무위반/부작위) ->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이행 -> 중대산업재해(사상)불발생
[의무불이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면 사업주 등 불가벌]
④ 사업주 등의 의무불이행(의무위반/부작위) ->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이행 -> 중대산업재해(사상)발생
[의무불이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면 사업주 등 불가벌]
위 사안들 중에서 인과관계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경우는 ①과 ④의 경우이다. 먼저 ④의 경우를 보면 비록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또는 제5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안전보건책임자 등 관리자 단계에서 적절한 안전보건조치가 이루어졌는데, 그럼에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예를 들어 근로자의 과실(만)이 원인이 되었거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들의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경우(회피할 수 없는 불행)라고 할 수 있고,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만약 사업주 등이 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중대산업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당성 판단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지만, 구체적이고 적절한 안전보건조치가 중간에 개입되어 있다면, 마치 인과관계의 단절형태처럼, 최종적으로 발생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①의 경우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인데, 인과성 심사를 도식으로 표현하다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될 것이다.
① 사업주 등의 의무불이행(의무위반/부작위) ->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불이행 -> 중대산업재해(사상)발생
[사업주 등의 형사처벌 심사필요]
▶ 만약 사업주 증의 의무위반이 없었더라면(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불이행은 없었을 것이다. (1단계)
▶ 만약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불이행이 없었더라면(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중대산업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단계)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조치가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나 이행 또는 산안법상 의무이행을 관리하는 조치와 사상의 결과간의 인과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양자 간의 인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1단계와 2단계로 줄여서 표시한 단계별 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무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다수의 단계적 심사(인과적 사슬의 심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은 물론이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관 등 다양한 상하 관계의 관리감독 단계가 나누어진다면 어느 부분에서 의무위반이 일어났는지를 심사해야한다는 것이 되고, 결국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조의 상부에 추상적 책임자 단계를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의무위반이 사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사상을 야기하였다는 상당한 인과관계 증명이 형사책임의 전제로 요구된다면 법이 포섭할 수 있는 사안은 사실상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추정 규정, 증명책임의 전환에 관한 명문규정의 도입되지 않은 이상 언급한 인과관계 심사단계를 생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부작위의 인과성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역사적 과거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가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확실성에 가까운 개연성으로 판단하게 되겠지만, 위험사회, 위험형법이 호황을 맞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중대산업재해와 같은 어떤 구조적·경영상의 위험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위험감소이론이 인과성(객관적 귀속)판단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산업안전보건법의 특별법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하나의 법규위반행위가 양 법률에 규정한 죄들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특별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것인지, 아니면 각각 별도의 범죄가 성립되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경우 주로 개인 또는 법인 사업주와 법인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실제 처벌의 대상이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종래 법인의 대표이사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행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의 주체가 되지 않았던 자연인인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므로, 그 수범자가 달라서 죄수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산안법의 형사책임자가 대표이사인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등에도 해당하고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34)
그런데 우선적으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사업주의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사업주의 의무의 이동(異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형사책임대상자, 즉 수범자와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안전보건법과 다른 점은 개인인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안전보건사무를 위임하고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법인의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법 제4조와 제5조는 개인인 사업주나 개인인 법인의 경영책임자등에게 직접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첫 번째의 특징이며, 두 번째의 특징은 의무의 내용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 인력, 예산 등 안전보건체계의 최상위의 의무, 구체적 안전보건조치의 원천이자 근거가 되는 조치를 위한 추상적 의무라고 표현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의무는 위의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등이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이 되는 의무, 구체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35)
법률명 | 의무내용 | 형사책임대상자 | |
---|---|---|---|
개인사업 | 법인사업 | ||
중대재해 처벌법 | 제4조, 제5조 (체계구축, 이행조치, 이행관리조치 등) -상위/추상적 의무 |
사업주(개인) | 경영책임자 등(개인) |
산업안전 보건법 | 예) 제167조, 제168조 이하에 열거된 안전보건조치의무 -하위/구체적 의무 |
사업주(개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
사업주(법인) 경영책임자등(개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
예를 들어 개인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하고, 스스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의 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적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즉, 사업주인 갑은 을에게 안전관리책임자의 역할을 맡기면서 충분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 폭발성 물질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3호)를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산업재해로 근로자의 사상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보자.
개인 사업주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제168조 제1호(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의무불이행이 사업주의 비용불제공의 원인에 의한 것이라면 안전관리책임자인 을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갑은 위 3가지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모두 부담해야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제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의 관계는 법조경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자가 안전보건체계라는 상위의 의무에 관한 것이고, 그 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의 불이행과 제167조 제1항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로 처벌하는 것으로 갑의 행위의 가벌성 평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위반은 이미 동법 제167조 제1항의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양자는 법조경합의 관계로 볼 수 있어, 결국 위 갑의 행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위반이 된다고 하겠다.
요약하자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인지, 서로 다른 별개의 법률인지에 대해 논쟁이 있으나, 적어도 중대산업재해를 규정하고 있는 법 규정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보충하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적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종래 업무위임과 법인이라는 특성에 기대어 형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었던 개인 경영책임자등의 처벌을 확보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조치를 더욱 확실히 하고 이를 통해 중대산업재해를 줄이고 예방하여 노무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고 생명과 신체를 보호한다는 법률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위반행위의 보호법익과 행위태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시행 시기는 2024년 1월 27일부터이지만) 개인사업주가 혼자서 모든 안전보건업무를 책임지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를 위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38조 이하 등의 다양한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고, 이로 인해 결국 종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그 개인사업주는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168조 등을 위반한 것이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의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이하의 의무와는 별개의 것으로 서로 대소관계나 포섭관계에 있지 않다고 본다면 제38조 등의 위반과 그로 인한 사망의 결과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과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는 상상적 경합관계가 되고, 종사자를 두 번 사망에 이르게 한 셈이 된다. 이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의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의무위반이 초래된다고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위반을 인정함으로써 가벌성 평가에 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행위주체의 안전보건확보의무 불이행시에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종래와 같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36) 따라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주체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체이기도 한 경우에 그의 위법행위는 중대법위반, 산안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모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67조에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지만 상해에 이른 경우(업무상과실치상 관련)에는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쉽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왔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제6조 제1항에서 치사죄, 동조 제2항에서 치상죄에 해당하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37) 나아가 현재의 대법원의 태도에 따른다면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는 상상적 경합의 형태로 판단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38)
우선,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는 동법 제38조 제1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조치의무(작위의무)를 위반한 고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해당 조항을 고의로 위반하고 이로 인해 예견가능했던 종사자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의 안전보건조치위반치사죄가 성립한다. 양자는 법조경합의 관계로 후자만 성립한다.
만약 전자의 의무위반이 고의라고 확정할 수 없고, 과실로 이루어진 경우라면 이를 제168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어서 제167조 제1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만약 전자의 의무위반이 고의범이 아니라면 결국 (형법상 죄가 아닌) 과실과 (중한 결과발생에 대한) 과실의 결합형태, 즉 종합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만약 제168조의 대상에 과실범을 포함시키고, 제167조의 선행행위(의무위반)를 과실도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이는 죄형법정주의위반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여하튼 양자는 법조경합의 관계이지 상상적 경합으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도 당연히 성립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규정은 (업무상과실치사로 보는 사안에서는) 형법보다 형량이 높은 특별법이므로 양자는 법조경합이 되고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만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종래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된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안전·보건의무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가 되었다는 이해가 있다.39)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안전·보건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의무에 비해 처벌범위(사업주 외에 경영책임자 등,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자, 중앙행정기관 등)와 처벌정도(예: 징역·벌금의 상향)가 강화되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의무의 내용이 포괄적인 형식으로 규정되었다는 것이다.40)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에서도 새롭고 독자적인 경영자의 의무가 규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도41)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앞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및 보건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의무이행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조치들을 포괄하는 내용이라면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안전·보건조치들의 상위 개념 또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입법자의 의도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Ⅲ. 맺으며
주마간산으로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법적 쟁점 몇 가지를 골라 살펴보았다. 이미 다양한 의견들과 이견들이 대립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엄청난 국력과 다수의 희생과 노력을 통해 어렵게 마련된 법률이니만큼 가능한 제대로 시행되고 그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동 법률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공중에 대한 의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근로자, 노동자 아니면 종사자, 그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생명과 신체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산업현장에서 삶과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있어서도 안 될 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징적으로 형벌의 상한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관련 법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보다는 기업이 재기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금전적 제재를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법자는 또다시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어정쩡한 법률을 내놓았다. 종래 이른바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가 결과적 가중범인지 업무상과실범인지도 구별하지 못하게 하는 양형기준을 가지고, 수 십 명이 죽어나가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지배적인 형벌인 상황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을 병과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한 것이다. 동 법률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 낼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지만, 여하튼 이 법률의 운영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고,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보다 바른 접근법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줄 것이고, 적어도 지금보다는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이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리라는 기대만은 무위가 아니기를 바란다. 목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수사 중인 사건들이 법원에서 다루어지기 전에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세부적인 쟁점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합헌적 법률해석의 의미도 되새겨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