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하 ‘에이즈예방법’ 또는 ‘법’이라고 약칭함) 제19조, 제25조 제2호(이하 이 두 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조항들’이라고 함)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인1)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5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19조를 위반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람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법 제19조의 ‘체액’과 ‘전파매개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고, 이 사건 조항들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고 법정형이 과중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결핵 등과의 관계에서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하였다(헌법재판소 2019헌가30 사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 11. 7.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2)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의견(2022. 10. 24.의 전원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린 후 2주일간 작성한 결정문)을 제출하였다.3)
필자는 위 결정문에서 소수의견을 썼으므로 이하에서 이 사건 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Ⅱ. 법 제19조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인지
위헌제청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다수의견(위헌의견)은, HIV가 감염인의 정액, 질액만이 아니라 침(타액), 땀, 눈물 등에도 존재하고 침, 땀, 눈물도 체액이기 때문에 법 제19조의 ‘체액’에 침, 땀, 눈물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고, 법 제19조의 ‘전파매개행위’에 성행위만이 아니라 키스, 악수, 포옹, 같은 빨대의 사용, 공중밀집지역에서의 재채기 등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으며, 따라서 위 ‘체액’과 ‘전파매개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현행법 제19조의 제목과 본문의 ‘전파매개행위’는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 제19조 본문의 ‘전파할 수 있는 행위’를 위 개정되기 전의 조문의 제목과 일치시켜서 ‘전파매개행위’로 줄여 쓴 것이므로 ‘전파매개행위’는 ‘HIV를 전파할 수 있는 행위’만을 의미하고 HIV를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전혀 없는 행위는 포섭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0호가 ‘성매개감염병’이란 성 접촉을 통하여 전파되는 감염병 중 질병관리청장이 고시하는 감염병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검역법 제2조 제6호가 ‘감염병 매개체’란 공중보건에 위해한 감염성 병원체를 전파할 수 있는 설치류나 해충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모두 전파가능성이 있는 것만을 규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4) A가 A의 침(타액)을 B의 눈에 넣으면 B를 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주관적으로 착오하고 그런 행위를 하였어도 그런 행위는 타인을 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전혀 없기 때문에 살인죄의 구성요건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5)
그런데 질병관리청의 『2022 HIV/AIDS 관리지침』(2021. 12. 발행)과 위헌제청법원의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노출된 HIV의 양이 감염을 일으키기에 충분해야만 HIV의 전파가 이루어지는데 침, 땀, 눈물, 소변, 토사물과 쿠퍼액6)에는 -정액, 질액과 다르게- 감염 가능 수준의 HIV의 양이 없다는 것과 키스, 포옹, 악수, 같은 빨대의 사용, 공중밀집지역에서의 재채기 등으로는 -성행위와 다르게- HIV의 감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법 제19조의 ‘체액’에 침, 땀, 눈물, 소변, 토사물, 쿠퍼액은 해당하지 않고 정액, 질액은 해당하는 것과7) 법 제19조의 ‘전파매개행위’에 키스, 포옹, 악수, 같은 빨대의 사용, 공중밀집지역에서의 재채기 등은 해당하지 않고 성행위만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 성행위 중에서 구강성교, 질성교, 항문성교의 순서로 전파가능성이 의미 있게 높아지는 것(구강성교로도 전파가능성이 있는 것을 포함)도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므로 법 제19조의 ‘체액’은 정액, 질액만을 의미하고 ‘전파매개행위’는 성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8)
그런데 성행위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피건대, 2008. 3. 21. 법률 제8940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 제19조 제1호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성행위’를 금지하고 있었고 당시의 시행령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라 함은 콘돔의 사용으로 타인에게 전파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 내용은 위 개정시에 바꾸려는 것이 아니었다(위 개정시에 바꾼 것은 익명검진의 신설 등이었다).9) 따라서 위 개정의 전에도 후에도 ‘콘돔을 사용하며 하는 성행위’는 ‘예방조치 없이 하는 성행위’가 아니므로 위 조항의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콘돔의 사용 없이 행하는 성행위’만이 위 조항의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10) 이에 관하여 더 이상의 합리적인 의문이 없다.11)
따라서 법 제19조의 ‘체액’과 ‘전파매개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전파가능성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처벌한 사례가 있어도, 그것은 개별 사건에서 전파가능성의 유무라는 사실인정을 잘못하였기 때문이지 법 제19조의 해석을 잘못하였기 때문이 아니고 따라서 법 제19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 아니다.
필자가 특정 논문12)을 기초로 하여 에이즈예방법이 1988년에 시행된 이래 2018년까지 선고된 법 제19조 위반에 관한 판결문 44개를 거의 전수 조사했는데(공개제한판결은 제외) 전파가능성이 없는데도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유죄로 오판한 것이 명백한 사례는 1개만 보였다. 인천지방법원 2006. 4. 20. 선고 2006고단875 판결은 “키스를 하고 젖꼭지를 빨아 침이 상처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전파될 수 있는 애무를 하여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전파매개행위를 함”이라고 여러 범죄사실 중의 하나를 썼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침으로는 (상처를 통해서도) HIV가 전파될 수 없으므로 위 판결은 사실오인을 한 것이다. 2006년 당시에는 위와 같은 행위로는 HIV의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검사, 변호사, 판사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고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자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판결은 그 개별 사건에서의 전파가능성의 유무에 관한 사실오인을 한 것일 뿐이지 전파가능성이 없어도 법 제19조 위반이라고 해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하여 법 제19조를 검사나 판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뇌물수수죄에서 하급심이 금품수수의 여부에 관한 사실오인을 하여 상급심에서 유무죄가 바뀌는 사례들이 희귀하지 않지만, 그것은 뇌물수수죄의 조항은 불명확하지 않은데 하급심이 사실오인을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지 뇌물수수죄의 조항이 불명확하여 검사나 판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는 없다. 법 제19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다수의견은 아래와 같이 HIV가 검출되지 않은 감염인이 전파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소되어 유죄로 잘못 판결된 사례들이 있으니까 그와 같이 법 제19조를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예 법 제19조를 위헌선언하여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28. 선고 2015고단5249-1 판결) : 감염인인 피고인이 2015. 8. 20. 피해자와 예방조치 없이 성교를 함으로써 전파매개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HIV/AIDS 항바이러스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왔을 경우 성관계시 콘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전파의 위험성이 확률상 매우 낮다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다수의 견해이긴 하지만,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며, 실제 임상적으로도 감염인에게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을 것과 함께 콘돔 등을 사용할 것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인바(변호인 제출의 증 제2호,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대한 감정촉탁회신결과), 이는 콘돔 등의 사용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예방수단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이 평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여 왔고 2015. 8.경의 HIV 정량검사 결과 ‘not detected’13) 소견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점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는데, 집행유예를 붙였기 때문인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B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8. 14. 선고 2017고단6412 판결) : 2014. 11. 5.에 감염확진을 받은 피고인이 2016. 5. 31.의 검사에서 HIV 미검출이었고, 2017. 2.부터 2017. 3.까지 5회에 걸쳐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교를 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공소사실이고, 2017. 4. 7.의 검사에서 HIV 검출한계치 미만이었던 사안에 대하여,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HIV가 억제된 상태일 뿐 소멸된 상태는 아닌 점, 위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된 감염인의 경우 전파할 위험이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위험이 ‘0’으로 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점, HIV가 위와 같이 억제되었어도 감염인에 따라서는 투약 중단의 2주 쯤 후부터 검출 가능 상태에 이르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5회의 성행위가 전파매개가능성이라는 추상적 위험조차 초래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는데, 집행유예를 붙였는데도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C사례(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 당해 사건인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고단3574 사건) : 2006.에 감염확진을 받은 피고인이 2018. 6.과 2018. 8.의 검사에서 HIV 미검출이었는데 그 사이인 2018. 7.에 1회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성행위를 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위 A, B, C 세 사례 및 그에 기초한 위헌론과 관련하여 U=U14)(Undetectable= Untransmittable.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될 수 없음) 캠페인의 정확한 의미를 꼭 파악할 필요가 있다.
PAC(Prevention Access Campaign. 활동가와 연구자 그룹이 벌이는 예방으로 다가가기 캠페인)의 2016년의 합의성명을 시발점으로 하여 최근에 세계적으로 여러 단체들이15) U=U 캠페인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 번의 검사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은 사람은 HIV의 전파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캠페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U=U의 개념 자체가 한 번의 검사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았으면 전파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치료제를 1개월 내지 6개월간 매일 거르지 않고 복용하여 HIV가 검출되지 않기 시작한 후로도16) 6개월 이상 치료제를 계속 더 복용하여 HIV 검출한계치 미만17)의 상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만 비로소 U=U의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본다.18) PAC가 2016년에는 위와 같은 상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면 감염리스크를 ‘무시할 수 있다(negligible)’라고 표현하였는데 과학적 증거의 축적에 의하여 2018년부터 ‘사실상 리스크가 없다(effectively no risk)' , ‘감염시킬 수 없다(can not transmit)', ‘감염시키지 않는다(do not transmit)'로 표현을 정정하였고, 최근에 PAC의 홈페이지에서는 감염리스크가 ‘scientifically equivalent to zero’(과학적으로 제로와 동등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19)
따라서 검출한계치 미만의 상태를 6개월 이상 유지한 감염인은 전파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고 그런 감염인은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여도 법 제19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반면에 검출한계치 미만의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기 전의 감염인은 전파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고 그런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면 법 제19조 위반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2022. 11. 10. 공개변론을 열었고 3시간 동안의 그 공개변론 동영상이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실려 있어서 필자가 보았더니 헌법재판관 다수가 U=U의 개념 자체가 한 번의 검사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았으면 전파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HIV 검출한계치 미만의 상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만 비로소 U=U라는 것을 파악하고20) 이를 전제로 하여 6개월 이상 유지와 관련된 질문을 전문가 등에게 하였다(다만, 당해 사건 피고인측 참고인인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U=U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U=U에 비추어 위 A, B, C 세 사례의 유무죄를 살펴본다.
B사례는 2016. 5. 31. HIV 미검출이었고 2017. 2.부터 2017. 3.까지 5회에 걸쳐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였는데 2017. 4. 7. HIV 검출한계치 미만이었던 사안이다. 따라서 이 피고인은 2016. 8.에도 미검출이었다면 위 성행위시인 2017. 2.부터 2017. 3.까지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상태였으므로 원칙적으로 무죄로 판결해야 할 것이다. 이 피고인이 2016. 8.의 미검출 검사결과를 제출하지 않아도, 이 피고인이 2016. 5. 31.부터 2017. 3. 31.까지의 치료제를 지정병원의 처방전에 따라 받아갔다는 자료만 제출하면21) 2016. 5. 31.의 미검출 및 2017. 4. 7.의 검출한계치 미만과 종합하여 2016. 5. 31.부터 2017. 4. 7.까지(성행위시인 2017. 2.부터 2017. 3.까지를 포함하여) 6개월 훨씬 넘게 계속 미검출 유지상태였을 개연성을 법원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민법 제198조가 전후 양시에 부동산을 점유한 사실이 있는 때에는 그 점유는 계속한 것으로 추정하는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성행위시인 2017. 2.부터 2017. 3.까지의 전파가능성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으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검사는 이 피고인이 2016. 5. 31.부터 2017. 3.까지의 치료제를 받아가기는 했지만 그 기간에 부작용 때문에 또는 귀찮아서 치료제를 꾸준히 먹지 않았다는 증명을 상당히 함으로써(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치료제를 꾸준히 먹지 않았다고 실토하여 진료기록에 기재된 사례가 있고 환자가 치료제를 꾸준히 먹지 않은 사실을 환자의 지인이 아는 경우도 있음) 2017. 2.과 3.에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상태가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피고인이 특히 2016. 12.부터 2017. 2.까지 치료제를 먹지 않아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가 아닌 상태에서 2017. 2.과 3.에 전파매개행위를 하고 2017. 3.부터는 치료제를 잘 먹어서 2017. 4. 7.에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되었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것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HIV는 좋은 치료제를 오래 복용하여도 체내에서 HIV의 수가 줄어들 뿐이지 평생 결코 체내에서 HIV가 다 사라지지 않으며 치료제의 복용을 중단하면 2∼3주 후부터 다시 증식하기 시작하며 곧 전파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C사례는 당해 피고인이 2018. 6.과 2018. 8.의 검사에서 HIV 미검출이었는데 그 사이인 2018. 7.에 1회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한 사안이다. 따라서 위 2개월 간격의 두 검사만으로 그 사이인 2018. 7.의 성행위시에 2018. 1.부터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상태였다고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2018. 1.의 미검출 검사결과를 제출하지 않아도, 피고인이 2017. 7.부터 2018. 7.까지의 치료제를 지정병원의 처방전에 따라 받아갔다는 자료만 제출하면 6개월 이상 치료제를 복용한 대부분의(6분의 5의) 예(각주 17 참조)와 2018. 6. 및 2018. 8.의 미검출을 종합하여 2018. 1.부터 2018. 7.까지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상태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2018. 7.의 성행위시의 전파가능성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성행위시의 전파가능성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으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검사는 피고인이 2017. 7.부터 2018. 7.까지의 치료제를 받아가기는 했지만 그 기간에 부작용 때문에 또는 귀찮아서 치료제를 꾸준히 먹지 않았다는 증명을 함으로써 2018. 1.부터 2018. 7.까지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상태가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A사례는 2015. 8. 20.에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였는데 2015. 8.경 HIV 미검출이었지만 그 전에 미검출이었는지에 관한 자료는 없는 사안이다. 그래도 적절한 입증책임의 분배를 고려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 공개변론에서 문형배 재판관이 “피고인이 최근의 미검출만 입증하면 검사가 6개월 이상 미검출 유지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운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는데, 이 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돌리는 것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지”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언급내용이 바로 적절한 입증책임의 분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최근의 미검출 입증”이 “성행위 무렵의 미검출 입증”인지 또는 “성행위 후의 수사시나 재판심리시의 미검출 입증”인지 또는 둘 다인지 의문이 있고, 최근의 1회의 미검출의 입증에다가 그 미검출의 7개월 내지 1년 전부터 피고인이 치료제를 받아갔다는 피고인의 입증을 추가하라는 것은 어려운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후자의 입증의 추가를 요구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입증책임의 분배가 아닐까 한다. 그 미검출의 7개월 전부터 치료제를 받아갔음이 입증되면 치료제 복용시로부터 빠르게 1개월만에 미검출로 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그 미검출시에 6개월 이상 미검출유지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피고인이 1회의 미검출의 입증만 하고 언제부터 치료제를 받아갔는지의 입증이 전혀 없으면 그 1회의 미검출시로부터 몇 개월 전부터 미검출이었을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있는지의 사실인정을 하기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어떻게 입증책임을 분배하든 ‘성행위시에 전파가능성이 있었는지’라는 사실인정의 문제에 불과하고 법 제19조의 해석의 문제도 아니고 법 제19조의 불명확의 문제도 아니다.
만약 A사례에서 미검출이 먼저였고 그래서 피고인이 자신은 이제 HIV를 전파시킬 수 없게 된 것으로 믿고 전파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조차도 없는 상태에서 같은 달에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였다면 전파매개의 고의(범의)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술을 그렇게 적게 마셨는데도 혈중알코올 농도가 처벌대상으로 될 줄은(0.03% 이상으로 될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여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측정결과만 나오면 적어도 음주운전의 미필적 고의(술을 이렇게 적게 마시고도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으로 되더라도 나는 운전을 하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항상 인정되지만, 법 제19조 위반의 경우에는 사실관계 내지 증거가 어떤지에 따라서 법 제19조 위반의 확정적 고의만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조차도 인정되지 않아서 혐의없음 또는 무죄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A사례에서 전파가능성의 존재 또는 범의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으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이다.
위 위헌제청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의 논의로(법 제19조의 적용 여부에 관한 하급심 판례들의 논의와 HIV 미검출의 6개월 이상 유지에 관한 증명책임 소재의 논의가 있었음) 전파가능성이 없게 되려면 ‘HIV 미검출의 6개월 이상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 증명책임의 소재 내지 분배가 밝혀진 성과가 있었다. 위 공개변론이 없었으면 HIV 미검출 사례들에서 법원이 의학의 발전을 반영하지 않는 채로 “그것만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계속 유죄만 선고할 뻔 했다. HIV 미검출 사안들에서 법 제19조를 적용하여 유죄 선고한 사례들만 있으니까 그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게 된 재판부가 법 제19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어 위헌제청을 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의 논의로 B, C, A사례와 같이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전파매개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할 사례가 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법 제19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22)
현재의 도로교통법 제44조의 음주운전금지조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고, 2019. 6. 25.의 개정 전까지는 0.05% 이상인 경우였다. 그런데 이른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사용한 계산결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는지를 항소심이 잘못 판단하여 대법원이 항소심의 유죄를 무죄로 또는 항소심의 무죄를 유죄로 바로잡은 사례들이 드물지 않다.23)
그러나 항소심의 위 잘못들은 도로교통법 제44의 음주운전금지조항이 불명확하기 때문이 아니라(음주운전금지조항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법관이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이라고 하는 사실의 인정을 잘못했기 때문인 것이므로 음주운전금지조항을 위헌 선언하여 무효로 만들 것이 아니다. 입법기술상 더 이상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음주운전금지조항에는 잘못이 없는 것이다. 음주운전금지조항을 위헌선언하자는 견해는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행위시의 HIV 전파가능성의 유무나 고의에 관하여 위 B, C, A사례와 같이 개별 사건에서 법관이 사실인정을 잘못하여 무죄로 판결해야 할 것을 유죄로 잘못 판결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에이즈예방법 제19조가 불명확하여 위헌무효라고 선언해 버릴 것이 아니다. 잘못 판결한 사례는 법관이 사실오인을 한 것에 불과하지 에이즈예방법 제19조가 불명확하거나 그 조항에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입법기술상 더 이상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에이즈예방법 제19조에는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예방법 제19조가 불명확하니까 위헌선언하여 무효로 만들자는 견해는 일부 있는데 이런 견해는 주권자인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제64조 제1항)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헌재 2010. 3. 25. 2009헌바121 결정), 의료법상의 ‘의료행위’의 개념이 일반인이 살펴보는 단계에서는 일의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가 법관에 의한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헌재 2016. 10. 27. 2016헌바322 결정), 형법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가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보충적 해석으로 보완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헌재 2019. 12. 27. 2016헌바96 결정) 판시하였다.24)
만보를 물러서서 법 제19조에 문제의 여지가 조금은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여 위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위 조항을 위헌으로 해석하지 말고 합헌으로 해석해야 한다(합헌적 법률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결정 등 다수의 헌법재판소 판례 참조).25)
Ⅲ. 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의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조항들(법 제19조, 제25조 제2호)은 HIV의 전파를 예방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목적이 정당함에 이견이 없다(에이즈예방법 제1조의 같은 법의 목적 참조).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은밀하게 하는 성행위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감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조항들이 HIV 전파방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행위 후의 상대방의 신고에 의하여 과거의 성행위시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서 처벌받은 실제 사례들이 있고 앞으로도 나올 수 있으므로 성행위시의 콘돔 사용 여부에 대한 사후적 감독 내지 규제가 가능하고 이 사건 조항들이 HIV 전파방지 목적의 달성에 효과가 있다 할 것이다. 이것은, 뇌물수수도 은밀하게 하지만 뇌물공여자의 사후신고에 의하여 뇌물수수가 드러나서 처벌받은 실제 사례들이 있으므로 뇌물죄 조항이 뇌물수수방지 목적달성에 효과가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들이 전파방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들이 오히려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불안을 조장하며 감염인으로 하여금 공중보건체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이는 HIV 전파의 근본적인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 HIV 감염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HIV 전파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행위)를 막아서 타인의 감염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고 감염이 발생한 후의 대책이 그 감염의 조기 발견 및 치료이므로 위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전염병이 타인에게 원천적으로 감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 ‘사전적이고 근본적인 예방책’이고 ‘상책’임에 비하여 타인에게 감염된 후에 그 감염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하는 것은 ‘예방책’이 아니라 ‘사고 후의 수습책’에 불과하고 ‘하책’이다. 그리고 감염인이 공중보건체계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HIV 감염의 거의가 콘돔을 쓰지 않고 불건전한 성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서 감염인이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 사건 조항들 때문인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HIV 감염인의 약 99.9%가 성행위에 의해 감염된 것이 질병관리청의 통계이고,26) HIV 감염인이 성행위시에 콘돔을 쓰면 HIV 감염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으므로 HIV 감염인의 성행위시에 콘돔을 쓰게 하는 것은 HIV 감염의 예방이라고 하는 목적에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다.
콘돔을 사용해도 HIV 감염 예방율이 8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콘돔 사용 강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27) 성관계를 통한 HIV 감염은 콘돔을 사용하면 99.9% 막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28) 질병관리청은 콘돔이 HIV의 감염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며 감염예방에 실패하는 경우는 사용자가 콘돔의 사용 수칙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거나 성행위 상대방에게 생식기 감염질환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설령 콘돔 사용에 의한 감염 예방율이 80% 정도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면 콘돔이 유효한 감염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할 때 마스크의 사용에 의한 코로나19의 예방율이 80% 정도이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유효한 감염예방책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들이 HIV 감염 예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 정확한 검사방법의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면서 덜 침해적인 수단을 상정할 수 있는데도 감염인의 광범위한 사적 행위를 규율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2항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 및 홍보, 정확한 검사방법의 도입이 보다 근본적인 HIV 감염 예방책인 것이 아니라 콘돔의 사용이 보다 근본적인 HIV 감염 예방책이며, 교육 및 홍보 등과 콘돔의 사용을 병행해야 하지(교육 및 홍보의 주된 내용도 콘돔을 사용하라는 것임) 콘돔의 사용을 포기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감염인에게 성행위시에 콘돔을 사용하라는 것이 감염인의 광범위한 사적 행위를 규율하는 방법인 것이 아니다. 이 사건 조항들은 HIV 전파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염인이 성행위시에 콘돔을 사용할 것 딱 하나만 요구하고 있고(감염인이 성행위의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인 것을 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감염인이 누구를 상대방으로 하여 질성교, 항문성교, 구강성교 중 무엇을 하든 자유이고,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은 1주일간 격리되고 마스크를 써야 함에 비하여 HIV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은 조금도 격리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음) 콘돔은 비용도 저렴하고(1개에 1,000원 내지 2,000원에 불과함) 곳곳에 있는 편의점이나 약국이나 무인판매기에서 구입하기도 쉬우며 모든 보건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수량 제한 없이 자신이 직접 사용 목적으로 가져갈 수 있고 사용방법도 간편하기 때문에29) 침해의 최소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감염인도 치료를 받으면 전파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감염인 대다수에 대해 그런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들에 따라 추상적 위험범을 처벌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반면, 이를 처벌함으로써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상당하므로, 이 사건 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파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도달한 감염인에 대해서는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여도 위 Ⅱ항에서 본 바와 같이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들의 불명확 여부에 관한 논의에서와 이 사건 조항들의 법익의 균형성 유무에 관한 논의에서 모두 전파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도달한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면 처벌받는 것을 첫째의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위 다수의견은 첫째의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리고 위 다수의견은 우리나라의 감염인 대다수에 대해 전파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둘째의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 둘째의 전제도 잘못되었다. 헌법재판소의 2022. 11. 10.의 공개변론에서 당해 사건 피고인측 참고인인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조차도 우리나라의 HIV 감염인 중 37.5%는 본인의 감염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자의 90%가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그 중 90%가 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은 사람 중 90%가 HIV가 억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평균은 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79%, 78%, 86% 정도이고 아시아-태평양에서는 69%, 78%, 9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30)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HIV 감염은 99% 이상이 콘돔을 쓰지 않고 불건전한 성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서 HIV 감염인이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여 국가에 신고하지 않거나 보건당국의 관리를 벗어나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도 우리나라의 감염인 대다수에 대해 전파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위헌론자는 치료제의 발달 때문에 에이즈가 이제 별 것 아닌 질병으로 되었고 이제 종식을 바라보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31) 그렇지 않다. HIV는 변종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인 것이 여전하고 최신의 고성능 치료제를 여러 달 투여하여도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버리고 치료효과를 보지 못 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HIV 감염인 중 약 6분의 1은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생 등 때문에 6개월간 치료제를 복용하여도 HIV가 검출된다고 위 각주 17에서 언급하였다). 그래서 최근에도 세계적으로 연간 HIV 신규 감염인이 150만 명이나 되고 연간 사망자가 68만 명이나 되며,32) 사망까지는 가지 않았어도 에이즈 치료제로 인하여 두통, 감각저하, 의식저하, 간농양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이 적지 않다.33) 우리나라의 HIV/AIDS 연간 신규 발생 인원이 1995년에 100명을 돌파한 이래 계속 증가하여 2013년에 1,000명을 돌파하였으며 그 후 현재까지 연평균 1,000명 정도가 계속 신규로 발생하고 100명 정도가 사망하여 2021년말 기준으로 등록된 HIV/AIDS 생존환자만 하여도 15,196명이나 되는데,34) 등록되지 않은 환자가 별도로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HIV는 아직도 여러 가지로 5,000여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HIV 감염인이 15,000여 명에서 더 증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이 강하고 감염인으로 하여금 성행위시 콘돔을 쓰게 하는 것이 그러한 차단의 유효하고 적절하고 확실한 방법임에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들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법익인 ‘대한민국 국민 5000여만 명이 HIV 또는 AIDS에 감염될 위험을 미리 차단함으로써 공중 보건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헌법 제36조 제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신체·생명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헌법 제10조, 제12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헌법 제10조) 공익이 확실하고 구체적이고 중대한 공익이지 모호하거나 추상적이거나 작은 공익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36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마약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마약의 매매행위 등을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위 헌법규정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35) 헌법학자들도 헌법 제36조 제3항의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국민이 적극적으로는 전염병에 대한 예방·관리의 적극적 시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본다.36) 따라서 이 사건 조항들도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HIV부터 국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그 전파매개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위 헌법규정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 반면에, 이 사건 조항들에 의하여 침해될 수 있는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감염인이 성행위시에 콘돔을 쓰지 않을 자유’라는 사익에 불과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성행위시에 콘돔을 쓰지 않았다는 것에 관한 비밀의 유지’라는 사익에 불과하다(헌법 제10조, 제17조). 그리고 그런 사익들은 그다지 크지 않다.37) 감염인이 성행위를 자유롭게 하되 콘돔을 사용하라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결코 감염인의 사적 행위가 광범위하게 제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들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들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이선애 재판관은 (전파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 HIV를 전파할 수 있는 행위 자체에 어떠한 해악이 있어서 행정규제38)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질문하였는데, 창원지방법원 2002. 10. 17. 선고 2002노1788 판결이 그에 대한 좋은 답변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1998. 3.경 HIV에 감염되어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이 되었는데도 자의로 주거지를 떠나 보건당국의 관리를 벗어나 HIV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아무런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로 수천 명의 불특정 남성들을 상대로 약 2년에 걸쳐 성매매를 하였다.39) HIV 감염인과의 1회의 성행위에 의하여 HIV에 감염될 확률이 0.01∼3.00%이므로40) 이 피고인이 수천 명과의 성행위에 의하여 여러 명에게 HIV를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피고인과 성행위를 한 수천 명의 남성 본인은 HIV에 감염되어도 스스로 성매매를 한 탓이지만, 그 수천 명의 남성의 배우자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이 사건 피고인으로부터 시발된 HIV 감염망에 걸려들었을 위험성이 있다. 이 사건은 감염인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로 하는 성행위인 ‘HIV를 전파할 수 있는 행위 자체’(추상적 위험을 발생시킨 것)를 처벌할 필요성이 크고 그런 행위로 인한 해악이 크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부산지방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노1791 판결과 같이 감염인인 피고인이 인터넷 랜덤 채팅으로 만난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례도 있는데, 이 사례도 ‘HIV를 전파할 수 있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추상적 위험범에 불과하며 아무런 나쁜 결과를 야기하지 않은 ‘콘돔을 쓰지 않고 한 성행위 자체’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콘돔을 쓰지 않고 성행위를 하여 HIV를 타인에게 감염시킨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상해죄나 중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성매매나 인터넷 랜덤 채팅에 의한 성행위와 같이 피고인(감염인)의 성행위의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특정하기가 아주 어려운 경우가 많다(성매매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이나 인터넷 랜덤 채팅에 의한 성행위 상대방을 추적 조사하여 특정하기가 아주 어렵다). 더구나 수사기관이 기껏 성매매업소를 이용한 남성이나 인터넷 랜덤 채팅에 의한 성행위 상대방을 추적 조사하여 특정하고 그가 HIV에 감염된 사실을 증명하였어도 그가 피고인 이외의 사람들과도 성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그가 피고인에 의하여 감염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상해나 중상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사례에 비추어 상해나 중상해로 처벌하기가 아주 어려움을 알 수 있다.41) 도대체 이 법 시행 후 30년 동안의 전파매개행위 판결례 거의 전수를 조사하였어도 피고인과의 성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HIV에 감염되는 상해(또는 중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한 사례가 단 하나도 없다.
따라서 만의 하나라도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들을 위헌 선언하여 무효로 만들어 버리면 HIV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수천 명, 수만 명과 성행위를 하였어도 그렇게 HIV의 전파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처벌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릴 뿐만 아니라 HIV를 감염시켰어도 상해죄 내지 중상해죄로도 처벌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처벌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HIV의 전파를 예방하기 위하여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행위 자체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42)
1회의 성행위에 의하여 HIV에 감염될 확률이 0.01∼3.00%로서 낮으니까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행위 자체는 아예 처벌할 필요가 없는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다수의견은 감염인과의 성접촉이 전파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은데도 상대방의 감염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파매개행위를 하였다는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추상적인 위험만으로 감염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과도한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1회의 성행위에 의하여 HIV에 감염될 확률이 0.01∼3.00%라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낮은 확률이 아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감염위험성이 만분의 일(0.01%)이라도 있으면 예방의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행위가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0.01%라도 있으면 콘돔을 쓰게 하여 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불과 0.03%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 그렇게 낮은 혈중알코올 때문에 사고를 낼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43) 그 매우 낮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하여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의 운전을 모든 국민에 대하여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혈중알코올농도 0.03%에서 운전을 함에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까지도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의 운전의 금지조항과 처벌조항을 도저히 위헌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법 제25조 제2호가 HIV의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선택형으로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을 규정하여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HIV는 한 번 감염되면 아무리 오래 고성능 치료제를 투여받아도 몸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일부는 남아있으며 2∼3주일만 치료제의 복용을 중지하면 다시 증식하는 아주 무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염인은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점, ② HIV는 변종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바이러스인 것이 여전하고 고성능 치료제를 여러 달 투여하여도 내성이 생겨버리고 치료효과를 보지 못 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고 에이즈환자들은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에이즈의 개념 자체가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고성능 치료제의 꾸준한 복용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위의 감염과 염증과 궤양과 악성 종양(암)과 기능부전과 마비와 천공, 결핵, 카포시 육종(빨간 반점), 뇌병증, 양안망막괴사 등이 발생하고 사망하거나 큰 고통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학논문들이 의학 비전문가인 필자에 의하여 전자도서관에서 쉽게 검색되는 점(에이즈환자가 고성능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도하면 안 됨), ③ HIV 감염인 1인에 대한 약값이 연간 1,000만 원 남짓이나 되어 감염인 15,000여 명의 약값으로 매년 공적 자금이 약 1,600억 원이나 투입되고 있는데(건강보험공단이 90%를 부담하고 환자 본인이 10%를 부담하는데 실명등록한 환자에게는 그 본인부담금을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해줌),44) 감염인의 총 숫자가 매년 약 900명씩 증가하고 있고 감염인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해가 갈수록 감염인들이 누적되어 공적 자금에 의한 약값의 지출이 필연적으로 누증될 수밖에 없는 점,45) ④ 결핵이나 코로나와 달리 HIV 내지 에이즈에 대하여는 백신과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콘돔으로 HIV 내지 에이즈의 감염을 예방할 수밖에 없는 것, ⑤ 콘돔만 사용하면 99.9%나 HIV의 감염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46) ⑥ 그래서 HIV 감염인이 질성교이든 항문성교이든 구강성교이든 성행위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되 성행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하라는 것 딱 하나만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그것을 지키지 않아서 5,000여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상당히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법 제25조 제2호가 선택형으로 벌금형 없이 3년 이하의 징역형(법정형의 상한이 3년의 징역형이기 때문에 작량감경 없이 집행유예도 가능하고 선고유예도 가능함)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HIV 전파매개행위자에 대하여 긴급체포를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47) 3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은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정형에 불과하다.48)
또한 HIV를 전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하여 우리나라보다 무겁게 7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선진국의 입법례가 있는 것49)을 보아도 우리나라의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보기가 더욱 어렵다.
한편,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직무유기죄, 피의사실공표죄, 공무상 비밀 누설죄, 일반물건 방화죄에도 선택형으로 벌금형이 없다. 그래도 그 조항들을 위헌이라고 볼 것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에서 HIV 전파매개행위 처벌조항에 벌금형이 없다는 이유로 그 조항을 위헌이라고 볼 것이 아니다.
실제의 양형사례 44건의 전수조사를 보아도 HIV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으며 실형이라도 최대가 징역 8개월인 것에 비추어50) 법 제25조 제2호가 과중한 처벌을 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형법 제239조 제1항이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에이즈예방법 제25조 제2호와 법정형이 똑같은데, 헌법재판소 2006. 6. 29. 2006헌가7 결정과 2011. 11. 24. 2010헌바472 결정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각 판시하고 각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형법 제239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주문을 냈다. 행사할 목적은 있었지만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한 것에 그쳤지 실제에 있어서 그 위조한 인장 등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인장 등의 위조 자체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아도, HIV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한 것에 그쳤지 실제에 있어서 전혀 전파하지 않은 경우에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한 것 자체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이 사건 조항들도 헌법재판소가 마찬가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헌법재판소 1998. 5. 28. 97헌바68 결정과 2007. 3. 29. 2003헌바15 등 결정과 2017. 7. 27. 2016헌바42 결정과 2020. 9. 24. 2018헌바383 결정 등 다수의 헌법재판소 판례가 위와 같은 판시를 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1995. 4. 20. 91헌바11 결정은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단순한 입법정책 당부의 문제에 불과하고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시하였고, 위 2018헌바383 결정은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가 법정형으로 징역형(10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입법정책적 결단에 기초한 것으로서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2001. 4. 26. 99헌바43 결정, 2001. 11. 29. 2001헌가16 결정, 2021. 9. 30. 2019헌바360, 361 결정 등도 같은 맥락이다.
위와 같이 확립된 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추어 보건대, 법 제25조 제2호에 선택형으로 벌금형이 없다고 하여 그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 제25조 제2호가 비례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
법 제25조 제2호에 선택형으로 벌금형을 넣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법률이 제일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여 위헌무효선언을 해버릴 것이 아니다.
위헌론자는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에이즈와 마찬가지인 결핵·매독에 대해서는 전파매개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데 HIV에 대해서만 전파매개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이는 결핵·매독 환자와 HIV 감염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결핵에 대하여는 백신과 예방접종(BCG접종)이 있으나 HIV 내지 에이즈에 대하여는 백신과 예방접종이 없다고 하는 큰 차이가 있다.
② HIV는 성행위시에 콘돔만 쓰면 감염예방이 거의 이루어짐에 비하여 결핵은 콘돔처럼 간편하고 유효한 감염예방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핵에 대해서는 HIV와 달리 전파매개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기 곤란하다는 차이도 엄연히 있다.
③ HIV는 위 2)항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명의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수천 명, 수만 명과 성행위를 하여 여러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할 수 있지만 결핵은 그렇게 하기 곤란하다는 차이도 분명히 있다.
④ HIV는 한 번 감염되면 아무리 고성능 치료제를 수십 년 동안 투여하여도 절대 완치되지 않고 몸에 HIV가 남음에 비하여 결핵과 매독은 치료제의 꾸준한 투여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51) 그래서 치료제 값으로 HIV 감염인에게는 1인당 1년에 1,000만 원 남짓, 평생 수억 원이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데(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치료비가 훨씬 더 증가함) 결핵과 매독은 치료제 값도 싸고 치료제를 평생 투여해야 하는 것이 아닌 점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결핵·매독 환자와 HIV 감염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52)
감염인과 콘돔 없이 성행위를 한 사람이 성행위 후에서야 자신의 성행위 상대방이 HIV 감염인인 것을 어떤 경위로든 알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에도 12주일이나 되는 잠복기 동안 자신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큰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HIV 감염인이 성행위 상대방에게 자신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성행위를 한 것을 형사처벌하는 국가들이 뒤 Ⅳ항과 같이 있는 것이다.
한편, 위헌론자는 이 사건 조항의 콘돔 사용 강제에 따라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써 감염인이 감염인이라는 사생활의 비밀이 드러나 버린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성행위의 상대방이 HIV 감염인이 아니어도 임신이나 성병감염의 예방을 위하여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콘돔의 사용을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의 자백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874 판결이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 제10조 위반이라는 상고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첨언한다.
현대의 보건형법에서 가벌적 예비행위들을 규제하여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추상적 위험의 초래를 단절할 필요성이 크고 그러한 입법에 있어서 입법자가 넓은 재량을 가지고 형사정책적으로 입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HIV 감염인으로 하여금 성행위시에 콘돔을 쓰게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나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인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인 국회의 현대적 보건입법을 위헌으로 보는 것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감염 결과와 관계없이 전파매개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일부 헌법재판관이 의문을 좀 갖는다고 하더라도53) 그런 의문을 좀 갖는 것 때문에 이 사건 조항들을 위헌이라고 봐버릴 것이 아니다.
Ⅳ. 전파매개행위에 대한 규제의 세계적 현황에 비추어
국가인권위의 다수의견은 HIV 전파매개행위의 비범죄화가 이미 세계적 대세가 된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2000년대 초의 10년 동안 HIV에 대한 형사사법대응이 설득력을 얻었고 특히 미국,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선진국들에서 HIV 감염인이 HIV 전파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를 하면 형사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2010년 기준으로 적어도 63개 국가에서 HIV 특별형법이 공포되었고 적어도 41개 국가에서 HIV 감염인이 HIV의 불고지, 노출, 전파행위로 일반 형법 또는 HIV 특별형법에 의하여 기소되었는데,54) 그 후 미국에서 2014년 이후에 HIV 범죄화 법률을 현대화하거나 폐지한 주는 9개에 불과하고 미국의 50개 중 33개의 주에서 HIV 감염인이 성관계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여전히 두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인권 선진국들을 포함)에서 HIV 전파를 형사문제로 다루고 있다.55)
선진국의 진보적인 단체들조차도 전파매개행위의 비범죄화의 방법론으로 입법에 의하여 하자는 것이지 위헌선언에 의하여 하자는 것이 아님을 필자는 강조한다. 위헌선언하자는 것은 한국의 일부 진보단체만 입법과 위헌선언의 차이에 대하여 눈을 감은 채로 무리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HIV 감염인을 내편으로 간주하고 내편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쓰겠다는 진영논리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HIV/AIDS를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가정의 관리로 전환하거나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이다. 장래에 우리나라의 연간 HIV 감염인의 신규 발생 수가 연간 사망자 수보다 적게 되어 HIV 감염인의 총 숫자가 감소 추세로 전환된 때에서야 비로소 이 사건 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56) 코로나19와 관련한 규제 완화도 그 신규 확진자가 감소추세로 전환된 후에 시행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매년 약 900명씩 HIV 감염인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입법론으로서도 이 사건 조항들의 삭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질병관리청의 예이즈관리과도 2022년 현재 입법론으로 이 사건 조항들을 삭제함에 반대하고 있다(헌법재판소의 위 공개변론에서의 발언).
국가인권위가 2007. 2. 26. 이 사건 조항들의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표명을 하였는데, 당시에는 에이즈 치료제가 발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비롯하여 2000년대 초반에 위와 같이 전파매개행위에 대한 형사범죄화가 설득력을 얻고 있던 세계적 상황에 비추어 너무나 시기상조였다. 그래서 위 의견이 국회에서 별 논의의 대상도 되어보지 못한 채로57) 제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었던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인권의 향상을 위하여 시대를 조금 앞서서 전향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좋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는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그 의견이 별 논의의 대상도 되어보지 못한 채로 묻혀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Ⅴ. 이 사건 조항들의 삭제 입법이나 위헌 결정에 대한 여론조사결과에 비추어
필자의 의뢰에 의하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22. 12. 24.부터 26.까지 구조화된 중립적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하여 500명의 답변을 받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4.4%). 그 결과, 이 사건 조항들을 삭제함으로써 HIV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교를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국회가 2023년에 에이즈예방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이 30.8%, 반대가 55.5%, 잘 모르겠다가 13.6%였고, 국회가 이 사건 조항들을 삭제할 것인지를 기다려볼 것 없이 헌법재판소가 수개월 내에 이 사건 조항들을 위헌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HIV 감염인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하는 성교를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이 23.7%, 반대가 59.9%, 잘 모르겠다가 16.4%였다. 국회에 의한 개정에 대한 반대비율보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선언에 대한 반대비율이 더 높은 것이다. 그리고 성별(남성, 여성), 연령대(만18∼29세, 30대, 40대, 50대, 60세 이상), 지역(서울인천경기, 강원제주,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의 여섯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성별, 연령대, 지역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12%를 넘는 차이로 많았다.
위와 같은 여론조사결과는 기 때문에 국회가 이 사건 조항들을 삭제하기가 곤란하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기는 더욱 곤란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Ⅵ. 결론
침, 땀, 눈물이나 키스, 포옹, 악수로는 HIV를 전파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법 제19조의 ‘체액’이나 ‘전파매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법 제19조의 ‘체액’은 정액, 질액만을 의미하고 ‘전파매개행위’는 성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법 제19조가 불명확하지 않다.
전파가능성의 유무에 관한 사실오인을 하여 유죄로 잘못 판결한 개별 사례가 있지만, 이는 전파가능성이 없어도 위 제19조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 아니므로 위 제19조가 불명확하다는 논거가 될 수 없다. U=U(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될 수 없음)의 정확한 개념을 알면 U=U도 위 제19조가 불명확하다는 논거가 될 수 없다.
위 조항들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고 있고, HIV는 평생 약을 복용해도 몸에서 사라지지 않는 매우 심각한 바이러스이므로 그 전파매개행위에 대하여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없다고 하여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추어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선진국의 진보단체들조차도 전파매개행위의 비범죄화의 방법론으로 입법에 의하여 하자는 것이지 위헌선언에 의하여 하자는 것이 아니다. 위헌선언하자는 것은 한국의 일부 진보단체가 입법과 위헌선언의 차이에 대하여 눈을 감은 채로 HIV 감염인을 내편으로 간주하고 내편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쓰겠다는 진영논리이다.
필자의 의뢰에 의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결과도 위 조항들의 위헌 결정에 대하여 반대가 찬성보다 훨씬 많으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한 현재의 법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다수의견은 타당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2019년 초부터 심리하여 2022. 11. 10.에 공개변론을 거쳤고 곧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합헌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