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현지인 중 난민 상황에 부닥친 이들은 3백만 명 이상이고 이중 절반은 아동이다.1) 유엔난민기구 통계조사에 따르면 강제 이주자를 포함한 난민 중 약 40% 이상이 18세 이하의 아동이며,2) 2018년과 2021년 평균 35만 명에서 40만 명의 아동이 난민 상황에서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3)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난민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국제법학자 및 실무자들을 통해 난민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이고4) 관련 판례도 등장하였다.5) 난민협약6) 당사국으로써7) 본격적으로 난민지위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며 난민신청도 늘어나는 추세이다.8) 그러나 국제적으로 급속한 증가 추세에 있는 미동반 아동(unaccompanied children)9)의 난민지위 인정요건과 관련한 국내에서의 관심과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10)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이하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정의에 따르면 미동반 아동은 ‘부모와 분리되고 법 또는 관습상 돌볼 책임이 있는 성인이 부재한 상태에 처한 18세 미만의 아동 혹은 미성년자’를 가리킨다.11)
미동반 아동은 국적국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에는 부모 혹은 집단별로 이동하지만 점차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성인의 보호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처한다.12)
유럽연합 법집행협력청(European Union Agency for Law Enforcement-Cooperation) 보고자료에 의하면 약 1만 명의 미동반 아동이 실종상태이고 성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에 노출되며13) 여아의 경우 반복적 인신매매와14) 폭행 및 모욕적인 노동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5) 이와 같은 폭력과 차별 및 학대, 사망 피해를 입는 아동의 다수가 18세 이하의 미동반 아동이고 아동 특정의 박해위험률이 증가하자16) 이들의 보호를 위한 국제적, 지역적 인권 기준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청되었다.17) 그 결과 일부 난민협약 당사국들은 난민인정절차시 아동의 참여권이 보장되고18) 난민소송의 권리주체로서19) 미동반 아동이 개별적으로 난민지위를 신청할 수 있음에 합의하였다.20)
그러나 미동반 아동이 난민소송의 주체로써 난민지위를 신청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난민지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난민협약상 이들의 실질적 보호는 난민인정절차에 따라 난민인정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입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난민협약상 첫째, 박해로 인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well-founded fear)’가 있을 것, 둘째, 이러한 공포가 ‘박해’를 받을 우려로 인한 것이며21), 셋째, ‘박해’는 5가지 협약 사유(ground)에 해당하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한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이유로 가해지는 것일 것, 마지막으로 넷째, 국적국 밖에 있는 자, 즉 외국에 체류하며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치 않는 자이어야 한다’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22)23)
상기의 요건 중에서 난민인정절차 및 난민소송에 따른 난민지위인정 여부는 난민의 특징을 반영하는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요건에 달려있다.24)
미동반 아동이 난민소송 주체일 경우, 협약상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요건을 증명해야한다. 그러나 가족 및 형제자매와의 분리 및 사망의 경험, 연령, 성별, 성숙도 및 발달단계와 같은 요인들이 미동반 아동의 난민지위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박해를 받을 위험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더라도 그러한 위험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국적국에 대한 지식의 부재, 박해로 인한 외상 등의 복합적 요소의 방해가 작용할 수 있다.25) 따라서 보호자가 없는 미동반 아동의 상황은 난민협약요건을 증명하는 데 있어서 일반성인이나 부모동반 아동에 비해 훨씬 복잡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난민협약상 난민지위 인정요건의 하나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개념 및 요건을 고찰하고 미동반 아동의 입장에서 그 인정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하되 아동 중심의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26) 이를 위해 우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요건’에 대하여 전통적 관점인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위험요소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전개한다(II). 다음으로는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전통적 접근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증명하는데 직면하는 한계점들을 살펴본다(III). 이어서 주관적 공포요건의 절차적 예외적용을 논의하고(IV) 난민지위 인정요건의 하나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요건은 ‘아동중심의 관점(Child-centered perspective)’이 적용되어 증명되어야 함을 제안한다(V).
Ⅱ. 난민협약상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가에 대한 질문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이나 구성원 또는 특정 사회집단이라는 이유로 인해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박해의 위험은 난민협약 제1조 A(2)항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라는 요건을 참고하여 설명된다.27) 따라서 난민신청자는 국적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충족해야 한다.28)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은 전통적으로 객관적 위험과 주관적 인식의 이중적 접근으로 해석되었다. 이중적 접근의 해석은 국제난민기구(International Refuge Organization)의 헌법 초안에서 비롯되었다. 국제난민기구의 헌법은 난민을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를 합치하여 정의하는 데,29) 객관적으로는 “난민”은 박해, 박해의 공포, 박해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포함해 자신의 국적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타당한 이유(“valid reasons”)가 있어야 하고,30) 주관적으로는 개별적인 태도, 개별적 반응을 지녀야 함을 명시하였다.31) 이러한 이중적 정의는 난민협약상 난민을 정의하는 출발점이 되었고 난민신청자들의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공포요건을 심사하는 기준의 초석이 되었다.32)
1987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전통적인 이중적 접근의 해석이 채택된 이후 영미법 국가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고33) 캐나다, 호주, 영국, 아일랜드, 홍콩의 법원과 유엔난민기구( UNHCR)에서도 이중적 접근 해석이 사용되었다.34) 마찬가지로 한국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과 관련하여 난민신청자의 주관적 심리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상황을 요구하는 이중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35) 이 접근방식의 개별적 요건들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주관적 공포는 정신상태, 주관적 조건(a state of mind and a subjective condition)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36) 박해에 대한 주관적 공포요건이 필요함을 명시한 난민소송의 선구적 판례는 캐나다의 Rajudeen v. Canada (M.E.I) 판례로 캐나다 법원은 주관적 요소가 난민의 정신 안에 있는 박해에 대한 공포과 관련한 것이라 명시하였다.37) 이후 Canada v. Ward 판례에서도 Rajudeen 판결의 관점을 채택하여 주관적 공포는 난민협약 정의의 필수적 요소이며 심사관은 난민의 정신(in mind of the refugee)의 주관적 공포가 존재하는지를 입증해야 함을 명시하였다.38)
주관적 공포요건의 합리성은 신청자가 직접 제시하는 증언이 박해위험을 설명하는 최선의 증거라는 데 있으므로39) 신청자의 주관적 증언은 필수적이고 우선적 증거로 채택되어야 한다.40) 주관적 인식은 “박해의 테러(terror of persecution)”에 처한다는 것으로써 41)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심각한 처벌이나 상해 위험, 부족한 자원에 대한 극도의 불안42)을 나타내되 과잉 반응이 아닌 자연스러운 반응이어야 한다.43)
난민신청자는 박해로 고통받았던 증거(past persecution)뿐만 아니라 장래의 박해를 받을 위험(forward looking risk)의 객관적 요건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요구된다.44)
난민신청자의 진술 평가 시 과거의 박해 경험은 무관하진 않으나 결정적인 증거로는 신청자가 실제로 박해를 받을 중대한 위험에 처해있는지, 예측 가능한 위험(forward-looking expectation of risk) 여부를 평가하는 객관적 요건이 사용된다.45)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는 자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난민의 범주로 한정했던 방식에서 난민들의 주요 특성인 ‘공포(fear)’에 초점을 두어 난민지위가 재정립되므로46) 난민지위 결정은 일차적으로 신청자의 진술(주관적 증거)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객관적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47) 개인의 주관적 심리상태만 난민지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상황 증거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48)
객관적 공포요건의 증명은 공포가 “그럴듯하고 합리적(plausible and reasonable)”이어야 하므로49) 난민신청자는 박해를 받을 수도 있는 “명료한 개연성(clear probability)”이 아닌 “실질적 기회(real chance)”나 “합리적 가능성(reasonable possibility)”이 있음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50)
난민법학자 Goodwin-Gill과 McAdam에 따르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존재 여부는 신청자가 국적국으로 송환될 시 발생할 사건을 예측하는 시도이며, 그럴듯하고(plausible)하고 합리적인(reasonable) 공포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증거에서 찾아야 함을 제시한 바 있다.51)
객관적 공포의 요건의 증거는 보호받아야 할 위험의 성격, 예를 들어 공포, 사망, 고문, 감금 또는 심각한 차별의 정도나52) 국적국의 만연한 박해의 역사, 신청인과 그 가족의 개인적 경험과53) 신청자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54)
Ⅲ.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
전술한 바와 같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의 전통적 관점은 공포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동시에 국적국으로 돌아갈 시 박해에 처한다는 객관적 위험(future oriented risk)의 증거를 요구한다.55) 이와 같은 이중적 접근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은 객관적 공포에 대한 개인의 심리상태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준다. 이 점에서 난민협약을 통한 보호는 주관적 공포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자신의 정신상태를 일관되고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자로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56)
난민인정 절차에서 주관적 공포요건의 증명은 신청자로 하여금 박해위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직접 전달할 수 있고57) 박해와 관련한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할지라도 심사관의 재량에 따라 난민지위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다.58) 그러나 역으로 주관적 인식요건의 증명이 난민인정결과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 국제난민보호에 관한 미시간 지침서(Michigan Guidelines on the international Protection of Refugee)에 따르면 난민신청자의 정신상태의 주관적 요건은 언어적 모호성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59)
첫째, 주관적 공포를 두려움(trepidation)으로 정의함으로 신청자가 실제로 주관적으로 두려움이 없거나 심사관에게 주관적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할 경우 난민지위가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60) 둘째, 주관적 요소는 필수조건이 아니되 실제위험(객관적 위험)의 증거가 불충분할 시 보완하는 요건의 기능으로 해석되었는데 이 공식에 따라서 매우 소심하거나 과시적인 성향이 있는 신청자, 혹은 자신의 두려움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어서 심사관이 잘 인식할 수 있는 경우와 통상인이 같은 실제의 공포위험을 인내하거나 두려움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경우 난민인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61)
마찬가지로 미동반 아동도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공포를 과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심지어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동이라는 본질적 취약성과 연령과 성별, 신체 및 정신적 발달단계와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형성되는 문화적 유능감에 따른 정서표현과 행동적 특성,62) 국적국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한 지식 부재등이 주관적 공포요건을 식별하고 설명하는 데 장벽이 될 수 있다. 또한 박해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더라도 심사관이 다르게 인식하고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63)
성인에게는 단순히 괴롭힘이나 간섭일 수도 있는 행위일지라도 감수성이 여리고 의존성이 강한 아동인 경우 박해에 해당 될 수 있으나,64) 연령대가 낮을수록 박해에 해당하는 객관적 위험에 대한 주관적 공포를 면접관이나 심사관에게 정확히 기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65)
주관적 공포요건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여 유엔난민기구의 편람(UNHCR Handbook)에서는 아동을 국적국 밖으로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갈망이 아동의 주관적 인식을 설명하는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며, 이것이 박해에 대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의 해당하므로 아동 역시 그러한 공포가 있다고 추정함을 규정하고 있다.66) 마찬가지로 유엔난민기구의 지침서(UNHCR 1979 Guideline)에도 아동이 공포를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주 양육자가 박해에 대한 충분한 공포가 있으면 아동도 귀속되어 공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67)68)
부모나 성인 양육자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아동 난민신청자에게 귀속하는 접근 방식이 협약상의 보호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성인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입증을 꺼려할 경우 난민지위가 거부 될 수 있으며 귀속원칙에 따라 아동의 난민지위역시 거부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69)
전쟁과 관련된 외상적 사건, 부모의 고문 및 사망 목격, 가족 상실, 신체적 질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미동반 아동이라면 박해의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공포요건을 증명하는 데는 더욱 불리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미동반 아동이 겪는 정서 및 행동 장애의 유병률 중 가장 높은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보고되고 있다.70)
시리아 난민아동집단 271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연구에 따르면 37%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이들은 회피증상과 과민(hyperarousal)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1) 이러한 증상은 부모동반 아동에 비해 미동반 아동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72)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박해가 아니더라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다.
주로 아동은 주 양육자(primary caregiver)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만약 고문, 사망과 같은 박해가 주 양육자에게 처해 지는 것을 목격할 경우 아동은 간접적인 대리적 고통(vicariously traumatized)을 겪을 수 있다.73) 어린 시기 겪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불안과 우울, 두통, 땀흘림과 같은 신체화 증상이 동반되고 자책감, 분노 조절의 어려움, 자기 파괴적 행위등으로 이어져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74) 또한 아동의 인지적 발달을 비롯해 도덕적, 심리적, 사회적 발달의 일부 혹은 전 영역이 충격적인 외상적 사건에 의해 영구적으로 바뀔 수 있다.75)
아동의 보호와 생존은 신체적 및 정서적으로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고76) 가족, 학교, 친구 관계를 통한 교류와 지지는 아동이 정신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준다.77) 그러나 미동반 아동은 가족, 학교 등의 관계망을 통한 지지 및 교류가 결핍되어 있으므로 제3국에 도착한 이후 정신장애위험 유병률이 일반 아동에 비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78)
특별히 박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미동반 아동의 경우 자신의 주관적 심정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능력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79)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 현실과 자신을 분리하는 해리(dissociation)증상과 극도의 두려움(trepidation)을 보이는 데,80) 해리가 동반하는 증상을 가진 경우 자신의 두려움을 심사관에게 언어로 전달하는 데는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81)
심지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국적국 송환에 대한 주관적 공포를 설명하지 못함으로 인해82)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이 입증되지 않으므로 난민지위가 거부될 수 있다.83)
심리적 충격 외에도 문화적 장벽과 교육 접근권 박탈, 성별 차이가 미동반 아동의 주관적 요건을 설명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문화는 언어, 개념, 규범에 반영되어 객관적 위험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다를 수 있다. 아동은 직접적으로 성인과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그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고 인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84) 특히 난민신청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로 난민지위 심사관들은 본인들의 견해가 신청자들의 견해와 같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85)
문화적으로 결정된 자아상이나 인식은 박해에 대한 개인적 공포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기도 한다. 여성을 학대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당연한 관습으로 여기는 문화가 만연한 곳은 박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86) 예를 들어 강제결혼(forced to marry), 명예살인(honour-related crimes)은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성역할(gender role)로 인식되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7)
여성할례와 같은 유해한 전통 관행(harmful traditional practices)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과 여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88) 우리나라도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여성할례를 당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한 사례에서 여성할례를 특정 사회의 구성원으로 가해지는 박해로 인정하고 있다.89)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는 여아는 성인여성과 함께 여전히 무력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성별관련박해(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에 해당하는 강간, 강제임신(forced impregnation), 강제 낙태, 인신매매, 성노예에 주요 피해자로 이들을 위한 보호가 더욱 시급함을 강조하였다.90)
미동반 아동 여아가 가장이 되는 경우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며91) 심각한 인권침해와 주변화 위험(marginalization)에 더욱 처해진다.92) 예로 미국의 경우 멕시코 국경을 넘은 아동 중 미동반 아동 중 여아의 경우, 약물중독, 살해, 강제 매춘 위험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3)
이처럼 성별과 관련한 문화(gender-related cultural)와 사회규범, 교육으로부터의 차별은 미동반 아동신청자의 증언과 그 증언을 평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94) 더욱이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한 공포, 트라우마, 발달적 성숙도 차이로 인해 주관적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할 경우 미동반 아동의 난민인정지위는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95) 실제로 성폭력 사례에서 미동반 아동 신청자가 협약요건에 해당하는 정치적 박해라는 명백한 객관적인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난민협약으로 인한 보호를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96)
Ⅳ. 주관적 공포요건의 절차적 예외(Procedural Exemption)
전술한 바와 같이 미동반 아동이 박해를 받은 경우, 자신의 의견이 있더라도 심리적인 이유로 박해의 경험과 상황을 식별하고 협약상 요구하는 용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성인 난민신청자는 협약상 난민지위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의 주관적 인식을 설명할 수 있지만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에서는 이점에 대해 아동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박해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경험되는 지 인식이 부족할 수 있으며, 여아의 경우 남성 인터뷰 혹은 남성 통역관에게 자신의 박해 경험을 말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점과97) 난민인정절차시 아동의 관점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98)
미국과 캐나다 법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아동의 난민지위결정에서 심사관이 주관적 인식은 실제적으로 무시하거나 최소화하도록 허용하고 있다.99) 즉, 아동은 주관적 공포요건과 무관하게 객관적 공포요건만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의 취약성과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표현할 수 있고, 주관적 인식요건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여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존재여부를 객관적 요건으로부터 결정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였다.100) 이러한 입장은 캐나다의 아동난민신청지침서 반영되어101) 신청자가 아동일 경우 취약성을 특별히 고려하고 주관적 요소보다는 객관적 요소에 더욱 가중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였다.102)
캐나다 법원의 경우 주관적 공포요건은 예외할 것을 명백히 선언한 바 있다. Yusuf v. Canada에서 캐나다 연방항소법원은 객관적 위험을 입증한 아동 난민신청자가 주관적 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다고 해서 난민보호를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비합리성을 지적하였다.103) 같은 판례에서 판사 Hugessen은 객관적 용어로 분명히 존재하는 박해의 경험을 아동이 매우 어리거나 정신장애를 가짐으로 인해 주관적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의 주장이 기각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104)
미국의 경우 아동망명신청자를 위한 지침서에 주관적 공포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과 정신적 성숙은 개별적 특성과 가족 및 문화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것을 참고하여 16세 이하의 아동은 박해에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를 설명하기에는 미성숙할 수 있으므로 심사관은 객관적인 요인들에 더욱 비중을 두도록 허용하였다.105) 마찬가지로 영국의 이민규정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의 가중치는 아동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나 아동의 정신상태보다는 객관적 위험 요건들에 두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106)
정리하면 주관적 공포요건은 난민신청자의 특성과 취약성,107) 직면하는 모든 특수한 위험을 적절히 고려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난민지위의 조건이 되거나 이점이 아니라는 것이다.108)
전술한 바를 미동반 아동에게 적용하면 주관적 요건을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식별하거나 전달하지 못함으로 인해 협약상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전통적 접근의 이중적 적용의 엄격성을 완화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미동반 아동의 특성상 주관적 인식요건보다는 객관적 요건만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추정하는 것이다.109)
주관적 공포요건의 절차상 예외는 아동의 감정상태와 무관하게 장래의 박해위험에 해당하는 객관적 요건만 증명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객관적 공포요건만 입증한다고 해도 미동반 아동의 난민신청시 겪는 실제적 어려움이 충분히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이고 객관적 공포요건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미동반 아동은 앞서 제시된 장벽들로 인해 그러한 공포를 일반적이고 모호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110)
객관적 공포요건으로써 난민신청자의 국적국 정보(Country of Origin)는 진술의 신빙성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은 신청자의 품행(demenanor), 솔직함 (candor) 또는 응답성(responsiveness), 신청인의 주장의 핵심과 무관한 진술의 부정확한 허위 진술에 따라 결정된다.111) 미동반 아동의 경우 국적국에서 일어나는 사회 정치적 사건의 결과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고 난민신청시 요구되는 중요한 정보를 부분적, 제한적으로 진술할 수도 있다.112) 게다가 진술을 확증해줄 수 있는 제 3자가 없음으로 인해 부모동반아동에 비해 더욱 불리하며113) 법률상담 및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구금상태에 처한 경우 난민신청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114)
충분한 근거가 되는 공포요건의 객관적 위험 여부를 평가하는 주된 자료인 국적국의 최신정보를 미동반 아동이 일일이 찾기는 어렵다. 국적국의 체제에 대한 최신정보를 얻지 못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증명하는 데 실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115) 국적국의 상황 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아동의 실제 경험과 상충되어 아동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116) 때로는 심사관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의 보호의 필요성보다 국적국의 변화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117) 국적국의 가치와 문화가 반영됨으로 인해 박해에 해당할 수 있는 특정 위험에 대한 정보가 간과될 수 있다.118)
전술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에게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 적용은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난민심사관은 미동반 아동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분명히 설명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절차적 양보를 고려해야 하며, 난민이기 전에 ‘아동’이라는 관점에서 협약상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아동 중심의 관점은 아동의 법적 보호의 중요한 이정표인 유엔아동권리협약(“아동권리협약”)에서 확립된 것으로 아동은 개별적 권리 보유자이므로 아동기와 성인기로 가는 발달과정에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119) 아동 중심의 접근을 반영한 아동권리협약은 국제법틀안에서 아동의 보호와 안녕에 대한 가장 전반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동 협약에 의해 난민 아동 역시 권리 보유자로써 존엄한 대우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권리를 지니며120)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의 관할권 내에서 차별받지 않고121) 난민 소송시 국가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122)
V. 아동중심의 관점과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
아동권리협약의 핵심 원칙인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은 아동과 관련한 모든 결정에는 최선의 이익을 평가받을 실체적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123) 유럽연합기본권헌장124)과 더블린규약(Dublin Regulation)125), 망명 절차 지침서(Asylum Procedures Directive),126) 자격 지침서(Qualification Directive)127)에서 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는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적격 심사에 있어서 아동 최선의 이익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128) 스웨덴129), 오스트리아130), 이탈리아 및 네덜란드131)와 같은 유럽국가들은 미동반 아동의 특별한 보호 대책 규정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되어있다.132)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에 따라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아동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위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133) 이는 난민신청자의 특정 상황과 개별적 취약성을 반영하여 최대한 유리한 해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에 원칙’은 신청인의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고 신청인이 제출한 사실과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134) 미동반 아동은 개별적 특성과 상황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증명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유연한 접근을 취하는 데, 이는 사실의 존부가 분명하지 않고, 객관적인 입증책임이 문제가 되는 지점에서 난민신청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135)으로 입증책임의 완화, 입증책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다.136)
유엔난민기구(UNHCR) 지침서(Guideline)에 따르면 성인 난민신청자의 경우 입증책임을 심사관과 공유하나 미동반 아동의 경우는 심사관에게 입증책임을 더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137) 이것은 난민의 실질적 보호의 관점에서 입증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138) 심사원이 난민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는 의무의 주체라는 것이다.139)
심사관은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때 아동의 국적, 문화적 배경, 희망, 감정, 취약성 및 보호 필요성이 고려해야 한다.140) 이러한 점은 미동반 아동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증명하는 데 있어서 증언이 일관적이지 못하더라도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원칙과 아동최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특별히 미동반 아동의 취약성을 고려하여 난민신청 결정과 관련하여 반드시 유리한 입장의 적용을 취하여 하며 아동특정 박해를 고려해야 하며 부당한 결정에 항소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141)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도 아동 난민신청자가 협약요건에 해당하는 증거를 상세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유리한 해석에 의한 원칙이 반드시 적용될 필요가 있음에 합의하였다.142)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의 객관적 증거로써 국적국 정보는 박해의 위험 여부와 국가의 보호 조치를 확인해주고 난민신청자가 국제적 난민보호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난민신청자인 미동반 아동의 실질적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분석의 출발점은 국적국의 일반적인 인권 상황을 검토하는 것이다.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는 자신의 국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와 자신이 겪은 박해와 관련한 사실 정보가 부재할 수 있다.143) 이점을 우려하여 유엔난민기구 지침서(UNHCR, 2009 Guidelines)에는 심사관이 아동의 국적국에 대한 최신정보를 획득하는 데 주력하도록 제안하고 있다.144)
일반적으로 난민소송에서 난민신청자와 심사관이 함께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의무는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사안이다.145) 사실발견의 의무공유의 궁극적 목적은 국제적 보호가 요청되는 난민을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146)을 준수하는 데 있다.147)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인 경우 사실 발견의 의무는 심사관에게 더욱 부여된다. 심사관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입증과 관련한 사실을 수집 및 확인할 책임이 있으므로 소극적으로 신청자가 제출한 증거 자료만을 평가하는 의무만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련 사실을 확보하고 평가할 의무도 있다.148)
심사관은 아동의 과거 박해 경험에 대한 정보와 국적국의 변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아동 중심의 접근에서 현재 아동이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를 고려해야 한다.149) 국적국의 일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 및 집단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심사관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확보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다.150)
우리나라의 경우 난민법 제9조에서 난민신청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의무를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하여 심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규정하여,151) 난민신청인이 객관적인 증거수집이 어려울 경우, 법무부 장관이 난민심사절차 동안 수집한 자료로 난민신청인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152)
한편,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의 국적국 정보를 알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객관적 자료로 아동권리협약이행 국가보고서가 있다. 아동 보호와 권리의 나침판을 제공하는 아동권리협약이행국가보고서는 아동교육, 보육, 의료, 아동 노동, 아동 유괴, 조혼, 아동 징병과 같은 아동 인권실태를 포함하여153) 동 법제를 비롯한 사법적, 행정적, 입법적 조치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154) 심사관은 미동반 아동의 박해위험이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권리의 위배되는 심각한 피해에 해당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155)
난민협약상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증명하려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 절차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참여의 권리(right to be heard)로써 당사국은 아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사법적·행정적 절차에 있어서 직접 또는 대리인, 적절한 기관을 통해 진술할 기회가 주어져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156)
마찬가지로 참여의 권리는 미동반 아동에게도 주어지는 권리로써, 난민심사관은 미동반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자유롭게 설명할 적절한 기회를 제공할 책임을 지니며157) 박해에 해당하는 상황인지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할 때 미동반 아동의 증언을 성실하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158)
유럽 망명 절차지침서에는 국제 보호 신청자들의 개별적 면담의 권리를 보장하고159)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인의 면담은 법적 또는 행정적 규정에 따라 아동의 개별 상황과 최선의 이익을 반영하고 참여의 권리가 위배 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160)
유엔 난민기구(UNHCR)지침서에는 미동반 아동과의 면담하는 자의 자격요건으로 아동의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발달과 행동에 대한 적절한 지식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자로 정하고 있으며 통역사 역시 난민과 아동 문제에 대한 숙련과 훈련을 받을 것, 성별, 아동의 발달단계, 국적국에 대한 정보와 지식, 난민지위의 법적 개념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권고하고 있다.161)
난민신청자로서 미동반 아동의 참여권리 실현은 변호사나 법적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통해 더욱 완성될 수 있다. 변호사 선임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 보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호자가 없는 미동반 아동이 모든 법적 사항과 행동의 결과를 이해하고 불리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결과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162) 또한, 변호사 조력을 통해 미동반 아동이 적법 절차의 요건을 충족하면서 송환 절차에 참여하므로163) 공정한 법적 절차 보장이라는 정당한 절차가 구현될 수 있다.164)
캐나다와 영국은 정부지출 혹은 무료 변호사(pro bono attorney)를 통해 미동반 아동에게 법적 대리인(legal representation)을 제공해준다.165) 호주의 경우, 14세에서 19세에 해당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난민신청을 할 수 있으며 난민인정절차 시작부터 지역사회 청소년 복지기관이 법적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166)
Ⅵ. 결론
아동권리협약 제22조(1)항에 따라 난민지위를 신청하는 아동은 당사국에서 적절한 보호와 인도적 지원167)을 받을 권리가 있다.168) 난민 중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동반 아동은 이러한 점이 쉽게 간과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기본권 보장이 시급하다.
부모 및 형제자매와의 분리와 가정환경의 박탈, 국적국이 아닌 제3국에서 언어와 문화의 적응, 난민 캠프에서의 삶은 미동반 아동에게 충분히 두려운 경험일 것이다. 대부분 미동반 아동은 성인 난민신청자와는 달리 본인의 선택을 자발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169) 박해상황을 통제하거나 박해로 발생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무기력하며 박해피해자가 된다.170)
미동반 아동은 자신이 증명해야 할 피해 위험의 본성을 식별하고 설명하지 못할 수 있으며 성인과 다르게 박해를 인지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박해는 미동반 아동의 심리사회적 발달을 비롯한 신체적 발달을 저해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져 충분한 근거가 되는 공포요건에 해당하는 정서적 반응의 주관적 요건을 설명하는 데 제약이 된다. 이점을 고려하여 본 논문은 난민협약의 핵심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은 입증하는 데 있어서 주관적 공포요건은 예외 하자는 외국의 판례 및 아동 난민신청 관련 지침서들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살펴 보았다.
본 논문의 입장은 객관적 요건만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추정하더라도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겪는 실제적 어려움이 충분히 고려되는 것은 아니므로 객관적인 공포요건 평가 시 아동 중심의 관점이 충분히 적용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아동 중심의 관점은 미동반 아동의 연령 및 성숙도, 정신건강 및 인지능력, 인지발달수준, 개인적 상황을 반영한 아동 최선의 이익의 관점에서 증언의 완전성과 일관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심사관은 미동반 아동의 증언이 불완전할 경우 반드시 객관적 요건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아동에게 유리한 해석의 이익의 원칙을 적용하고 국적국의 정보와 아동 특정의 박해위험 여부와 같은 객관적 정보를 수집 시 미동반 아동이 처할 분명한 위험과 관련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의 증명과 관련하여 심사관의 의무는 객관적 증거의 수집 차원을 넘어 아동 최선의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다. 난민협약상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을 증명하려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가 난민 인정절차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미동반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는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에게 변호사나 법적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반드시 부여되어야 하며 심리상담적 개입의 전문성을 지닌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사, 통역사와 및 기타 전문가와 의견을 폭넓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난민인정심사의 핵심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요건의 입증 시 아동 중심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는 박해가 있는 국가로 강제송환될 위험에서 벗어나 미동반 아동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국제적 보호가 충실히 이루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난민협약상의 국제적 보호를 추구하여 우리나라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18세 미만의 아동 비율이 50%가 넘는다.171) 난민협약 당사국으로써 우리나라도 미동반 아동의 실질적 보호와 난민의 핵심을 이루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개념 적용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시점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본 논문은 현재 한국에서 미동반 아동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양질의 분석을 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본 논문을 시작으로 추후 미동반 난민신청자 관련 결정례 및 판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 한국의 난민 법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법적 논증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