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논의의 배경과 착안점
한국의 거래 현실 속에는 계약자유의 이념에 대한 과도한 신봉의 결과로 느껴지는 교섭력 및 거래상 지위의 남용 행위들이 사업자 대 소비자에는 물론이고 사업자 대 사업자간에도 빈번히 발생해 오고 있다. 그에 따라 거래상 지위남용 내지 갑을관계에 대한 한국 특유의 사후규제 체계가 일찍부터 형성되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 규제의 강도와 범위는 줄곧 강화 및 확장의 일로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강구는 여러 방향에 걸쳐 입체적으로 시도되어 왔는데,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사전적 조치가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 의 보급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불공정 관행이 만연해 있는 다수의 분야에서 그 소지를 차단하거나 관행을 개선하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 두 표준들은 소비자나 사업자간 약관 거래에서 출발하여 하도급, 가맹, 대리점 등 거래 공정화 정책의 대상으로부터 확장되는 한편, 최근 들어서는 정보통신, 문화예술 등 타 부처 소관 분야에 이르기 까지 다방면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표준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려는 정책목적 이외에 수범자들이 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동기와 계약서 작성시의 실무상 편의를 느끼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주요 원인으로 이미 표준이 하나의 연성규범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사업자들이 이를 채용하게 되는 정책환경이 형성된 점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표준이 지닌 그 같은 순기능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법리적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오기도 하였다.1) 무엇보다 사적자치를 지나치게 침해하거나 거래조건 카르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행법상 상당수의 표준계약서들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정부에 의해 제정되고 있고, 이를 토대로 각종의 인센티브나 패널티들이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더욱이 계약체결의 표본으로서 사업자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다수의 표준들이 그 작성 및 권장의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활용되고 있다. 단 이런 가운데 2022년 개정(2023년 1월 시행)된 하도급법상 표준하도급계약서 규정에 상당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이 같은 인식과 상황변화에 주목하여 표준이 권장되는 거래질서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표준의 규범력에 관한 법적, 현실적 근거를 규명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법리적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 보고 제도운영의 방향전환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Ⅱ. ‘표준’이 권장되는 거래질서의 형성 배경
업계의 표준이 되는 계약 초안에 대한 보급이 하나의 제도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시점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함) 제1차 개정시 표준약관 관련 규정이 구법 제19조의2에 도입되면서 부터로 볼 수 있다. 주로 사업자-소비자(B2C)간의 거래를 중심으로 하되, 사업자-사업자(B2B)간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는 이 규정에서는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의한 표준약관의 작성과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심사청구,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및 승인 등의 절차가 제시되었다. 특히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로부터 심사청구가 있는 표준약관에 한해서만 승인여부를 사전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근거로 실제 표준약관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995년 말에 이르러서였으며,2) 이후 2003년 말까지 ‘전자보험거래 표준약관’ 등 총 22개의 거래분야에서 54종의 표준약관이 승인되고 11종의 기존 표준약관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 졌다.
또한 2004년에는 약관규제법이 다시 개정되면서는 표준약관의 및 보급절차를 세밀하게 규정하는 한편 작성 및 심사청구 주체를 다변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도 대폭 강화되었는데, 당시의 법 개정은 표준의 연성규범성이 보다 명확해지는 전기(轉機)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2007년부터는 상대적으로 보급이 저조한 분야를 중심으로 표준약관 제·개정 추진되었다.3) 이후 2016년 3월 법 개정시에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여러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여 표준약관의 해당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또는 소비자단체의 표준약관의 개정 요청 등이 있는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개정하거나 소비자단체가 이를 시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4)
이에 앞선 2010년 10월에는 표준약관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5)이 도출되기도 하였는데 이 판결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의 사용을 사업자들에게 권장하는 행위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표준약관의 연성규범성이 사법해석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아울러 이 판결은 표준약관의 심사청구의 요건을 명확히 하고 불공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도 새롭게 규명한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6) 202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표준약관은 총 85종이 보급되어 있다.7)
연도 | 95∼01 | 02 | 03 | 04 | 05 | 06 | 07 | 08 | 0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계 |
---|---|---|---|---|---|---|---|---|---|---|---|---|---|---|---|---|---|---|---|---|---|
제정건수 | 32 | 18 | 4 | - | - | - | 3 | 3 | 4 | 2 | 1 | 2 | 3 | - | 1 | 3 | 2 | 1 | - | 1 | 80 |
개정건수 | 1 | 6 | 2 | - | - | 2 | 1 | 8 | 16 | 3 | 4 | 5 | 3 | 20 | 5 | 8 | 2 | 1 | 6 | 4 | 97 |
폐지 | 1 | 1 | 1 | - | - | 3 |
한편, 사업자간의 거래에 이미 약관규제법상 표준약관 제도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종별 특수성과 등을 감안하는 한편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사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표준약관과 별도로 ‘표준계약서’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관한 법적 근거는 1995년 1월 개정된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제공하였는데, 당시 법 제3조의2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에 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하도급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게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반면에 초기 표준약관제도가 그러했듯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직접 제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계약서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의해 작성되어 공정위의 심사를 받은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공정위가 직접 제정하여 보급하는 형태로 표준계약서 등의 제도가 운영되었다.
아울러 2010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에서 관리하던 백화점임대차 표준약관(1997년)과 프랜차이즈(외식업) 표준약관(2001년)은 가맹거래과(2010년), 유통거래과(2014년)에서 각각 대규모 유통업법과 가맹사업법에 근거한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면서 이들 분야에서는 표준약관이 폐지되고 표준계약서로 대체되었다.
그런 가운데 2022년 1월에는 하도급법이 개정되면서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제·개정 방식을 다양화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시 관련 사업자단체 등의 의견청취 절차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기존 하도급법 제3조의2 규정의 개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개정의 취지는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활성화하는 한편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문화를 조성하고자 위한 것으로서8) 종전의 매우 단촐한 규정 하에서 제기되었던 입법상의 미비점 특히 공정위의 표준계약서 제정 권한의 근거가 부재했던 점이 비로소 보완됨으로써 상당한 변화와 진전을 이루었다. 다만, 종전에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공정위에 의해 작성 및 보급되었던 표준계약서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표준을 둘러싼 이 같은 규범 환경 속에 2022년 말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 대상이 되는 거래의 표준들은 85개의 표준약관, 42개의 표준하도급계약서, 15개의 표준가맹계약서, 7개의 표준유통거래계약서, 2개의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제정 및 운용되고 있다. 표준계약서 가운데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데, 현재 운용중인 표준하도급계약서의 대략적인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들 표준계약서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공정위 내부 부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경우 기업거래정책과가, 표준대리점계약서의 경우 대리점거래과 등 근거 규범의 주무부서들이 담당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표준계약서 외에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법률이나, 「콘텐츠산업진흥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예술인복지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법률 하에서도 활발히 제정되고 있다. 이들 표준계약서들은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당국이 직접 작성 및 보급중인데 반하여, 사업자나 사업자단체 측에서 자발적으로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을 보인다. 이 점은 주로 B2C거래에서 활용되는 표준약관과는 차이가 있는데, 표준약관은 사업자나 사업자단체 스스로 작성하여 공정위 승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 표준계약서는 업계의 계약에 있어 표준이 될 계약의 기본적 공통사항만을 제시한 경우가 많아서, 실제 계약을 체결하려는 계약당사자는 이 표준계약서의 기본 틀과 내용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이 표준계약서보다 더 상세한 사항을 별도로 정해 두기도 한다.9) 이에 따라 기본계약서는 표준계약서를 따르되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계약의 내용은 사업자별로 개별계약서를 별도로 마련하여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표준계약서의 일부 내용은 하도급법이나 그 시행령 등 관련규범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계약당사자는 이들 법령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개정내용에 부합되도록 기존의 계약을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으며 특히 개정법령에 강행규정이 추가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개정규정에 따라 계약내용을 수정하는 일들이 뒤따르고 있다.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는 관련 법령상 불공정의 소지가 없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한 것인 만큼 수범자들의 사법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예컨대 하도급표준계약서의 경우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증을 거친 내용을 담은 것이므로 계약 및 그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관련 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행정제재 및 사적분쟁의 발생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계약서 작성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추가적인 효용도 기대할 수 있다.
도급업체의 입장에서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적용받지 않아도 되므로 계약 작성 및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공정 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동종업계의 계약내용이 통일적으로 운용할 경우 동종사업자를 사실상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업자와 거래조건상의 보조를 같이하려는 차원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유인도 존재한다.
한편 하도급법을 집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표준계약서가 거래에 통용되기 전 단계에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도급 관련된 분쟁이나 민원이 발생하고 나서 사후에 심의, 시정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공정한 계약서의 작성을 독려하는 편이 행정력 활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그 밖의 행정청에서 표준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운용중인 표준하도급계약서의 대부분은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 및 보급중인 것인 반면, 그간 원사업자나 사업자단체 측에서 자발적으로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점은 주로 B2C거래에서 활용되는 표준약관과는 차이가 있는데, 표준약관은 사업자나 사업자단체 스스로 작성하여 공정위 승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원사업자나 사업자단체 측에서 작성한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추정해 보면, 세 가지 정도의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공정위가 이미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서 활성화에 나선 마당에 그와 다른 표준계약서를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점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계약서 보급을 거래상 지위남용 규제에 관한 사실상의 사전규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조, 그리고 공정위 등이 보급하는 표준계약서를 일종의 연성규범(soft law)으로 인식하여10) 이에 부응하게 되는 업계의 현실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표준계약서의 채용 여부가 현실적으로 혜택 내지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정책 환경이 존재한다. 표준계약서(하도급) 사용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요령에 가점이 부여되거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벌점이 경감되는 조치가 뒤따른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2020.7.1.)에서 볼 수 있듯이 조달청 입찰에 표준 하도급 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기도 한다.11)
한편 사업자 입장에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자사의 거래조건이 외부로 공개되는 결과가 되므로 이를 꺼리게 되는 점이 또 다른 현실적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상대방이 다수의 소비자이고 계약 내용이 보편성을 띤데다 사업 관련 기밀이 포함될 가능성이 적은 표준약관과는 달리, 표준계약서는 1:1의 계약방식이거나 소수의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을 전제한 경우가 많음. 이 때문에 가급적 계약 내용의 비공개를 선호하는 원사업자나 사업자단체의 입장에서는 표준계약서 작성으로 인해 하도급 계약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게 되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표준계약서는 약관규제법상 표준약관의 일종일 수도 있고 표준약관과 구별되는 별도의 계약 초안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현행 약관규제법상 약관은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여(보편성) 일방적으로(일방성), 미리(사전성) 마련한 계약의 내용인데, 약관을 적용받는 고객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포함된다. 즉 B2C는 물론 B2B 거래에도 적용된다.
약관은 일방 사업자가 계약체결전에 다수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일방적으로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며, 반드시 직접 작성할 필요는 없으므로 다른 사업자가 마련하거나 국가 등이 마련한 계약서를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약관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원사업자가 여러 하도급업체에 대하여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표준계약서 형태로 미리 만들어 놓은 경우라면 이는 약관 가운데 표준약관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에 원사업자가 하도급이나 가맹사업거래, 대규모유통업거래, 대리점거래의 계약을 위해 일방적으로 미리 만들어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업체마다 달리 내용을 구성한 것이라면 약관의 요건상 일반성 내지 보편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약관에 해당할 수 없다. 표준약관은 그 대상 거래에 대해 제한이 없지만, 표준계약서는 도급 또는 하도급거래, 가맹사업거래, 대규모유통업 거래, 대리점거래 등에 국한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편, 표준약관의 주체에 대해서는 약관규제법에서 사업자, 사업자단체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시되어 있는 반면 표준계약서는 작성주체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위가 불분명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가맹사업법에 따른 표준가맹계약서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표준거래계약서가 그러하다. 다만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경우 종전에는 하도급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작성권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았었으나 2022년 1월 법 개정(2023년 1월 시행)에 제정 또는 개정의 주체로서 공정위가 명시됨에 따라, 현재는 사업자, 사업자단체, 공정위로 작성 주체가 다변화된 상태이다. 단 현 시점에서는 사업자나 사업자단체가 스스로 제정하여 공정위 심사를 받은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편, 표준계약서의 마련의 절차에 있어서 표준약관은 사업자등이 마련하였다고 하여 표준약관이 되는 것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반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외하고는 표준가맹계악서와 표준거래계약서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 모두 사업자가 이를 사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약관을 권장했더라도 원칙상은 해당 업계의 사업자라도 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단, 표준약관의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용권장을 받은 때에는 표준약관의 내용과 다른 주요 내용에 대해 고객이 알기 쉽게 이를 표시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권장 행위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에 대해 2010년 대법원은 처분성12)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13)
이에 비하여, 표준계약서에서는 이러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이런 여러 측면에 비추어 볼 때 표준계약서는 약관 내지 약관규제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독자적 성격을 여전히 갖게 된다. 전술한 것처럼 지난 2010년 표준약관 형태로 운영되던 백화점임대차 표준약관과 프랜차이즈(외식업) 표준약관이 대규모유통업법과 가맹사업법에 근거한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면서 표준계약서로 대체된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경우 지난 2022년 하도급법 개정을 거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타부처 소관의 여타 표준계약서와는 달리 제·개정의 근거 및 절차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표준계약서들 가운데 초기에 출현한 형태이면서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으며, 그 모두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하여 보급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와 분석의 필요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종전 규정 하에서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법적 근거가 입법적 미비로 평가할 만큼 지나치게 간단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자칫 종전의 표준하도급계약서들이 법적 근거가 없이 작성 및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22년 개정법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제정 또는 개정의 주체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관련 절차를 단계적으로 나누어 규정함으로써 입법적 미비, 해석상의 공백, 제도 운영상의 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전반적으로 약관규제법상 표준약관의 작성 및 보급 절차와의 정합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표준약관 제도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자문위원의 위촉 절차가 추가된 반면에 표준약관과는 달리 공시 및 표지의 지정절차는 두지 않은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으로 하여금 디지털콘텐츠의 공정한 거래 및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및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하여 디지털콘텐츠 거래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여 디지털콘텐츠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사용을 권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22조 제3항). 단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표준계약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사업자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동조 제4항).
또한 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법률인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보보호산업의 합리적 유통 및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공공기관등에 이를 사용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동법 제10조 제3항).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관청인 「콘텐츠산업진흥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콘텐츠의 합리적 유통 및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콘텐츠사업자에게 이를 사용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동법 제25조 제1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표준계약서에 관한 업무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관련 기관 또는 단체 및 제20조에 따른 협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조 제2항).
또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사업자 사이 또는 서로 다른 대중문화예술사업자 사이의 대중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이를 보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동법 제8조 제1항). 아울러 이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표준계약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에 관련 사업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동조 제2항)
같은 취지에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과의 협의를 거쳐 문화산업 관련 표준약관 또는 표준계약서를 제정 또는 개정하여 그 시행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2조의2 제3항)
이에 비해 「예술인복지법」에서는 특정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의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개발하고 이를 보급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동법 제5조 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 「문화예술진흥법」 제16조에 따른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등 문화예술 재정 지원에 있어 우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조 제2항).
과기정통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률상 표준계약서의 경우, 장관이 작성주체가 될 수 있음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조문상으로는 해당 부서 장관만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고 오히려 사업자의 작성권한은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 장관으로 하여금 표준계약서에 대한 사용 및 보급에 관한 권한도 인정한다. 단 공정위 등 유관 부처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할 의무가 부과된다.
공정위 소관 약관규제법상 표준약관의 경우, 작성주체로서 사업자를 원칙으로 하되, 보충적으로 공정위가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작성 과정 및 승인 절차를 상세히 규정한다.
공정위 소관 법률의 표준계약서의 경우, 공정위가 작성주체가 될 수 있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할 수 있는 권한만 언급된다. 작성 및 사용 절차에 관한 규정 없이 표준계약서 사용 사업자에 대한 제도적 혜택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Ⅲ. 표준이 지닌 규범력의 법적 근거
표준약관과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경우 법적 근거 및 절차에 있어서 상당 수준의 보완이 이루어져 있어서 연성규범성이 보다 명확해 진 상태이다. 특히 2022년 법개정을 통하여 양대 표준간의 이질성이 좁혀짐에 따라 지난 2010년에 표준약관과 관련하여 있었던 대법원 판결이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적용될 여지가 커졌으므로 새로운 관점에서 그 규범력 여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표준약관과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작성 및 보급 단계별로 나누어 볼 때 표준이 지난 규범력의 실체와 그 근거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현행법상 표준약관과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작성 및 승인청구권은 원칙상 표준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가 보유하며, 사업자등의 표준약관 작성 및 심사 청구 여부도 사업자 등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단 소비자나 수급사업자의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거래분야에서 사업자등이 표준약관과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마련하여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심사청구를 권고함으로써 표준의 자발적 형성을 유도하게 된다.14) 단 약관규제법에서는 심사청구의 단계와 절차가 면밀히 제시되어 있는데 비해 하도급법은 표준에 대한 심사청구 절차가 다소 모호하게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15)
한편 현행 약관규제법이나 하도급법은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표준을 제·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단, 표준약관의 경우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표준의 제·개정 및 심사청구의 권고를 받았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 때에는 비로소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표준이 될 약관을 직접 제정, 개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비하여 하도급법에는 이런 조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차이가 있다. 환언하면, 표준약관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작성권한은 보충적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거래조건의 결정이라는 영업권 본질을 중시하고 작성과정에서의 공정위 개입은 소극적, 간접적인 선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에 표준하도급계약서는 공정위의 제정 또는 개정 권한이 먼저 명시되어 있는 외형을 갖춘 차이를 보이는데(동법 제3조의2 제1항) 일견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경우 공정위에 의해 제·개정된 표준들이 압도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단 공정거래위원회의 제·개정 절차는 사업자가 표준의 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 이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개시될 수 있는 것으로 재차 규정함으로써(동조 제4항) 규정 전체적으로는 공정위의 제·개정절차의 보충성이 표준약관과 마찬가지로 원칙으로서 견지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현행 약관규제법이나 하도급법상 표준의 작성주체는 ‘사업자’와 ‘사업자단체’,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 까지 다원화되는 구도가 명확히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권자’이면서 ‘작성자’이기도 한 복합적인 지위에 서 있다. 표준의 성격을 계약 보다 연성규범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소지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단 어느 경우이든 공정위가 직접 표준을 제·개정하는 때에는 관련분야의 거래당사자 및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청취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절차, 혹은 자문위원의 위촉을 통해 표준의 중립성과 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필히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하기에 특정 분야의 거래에서 불공정한 약관이나 계거래관행이 존재한고 판단되면 공정위는 언제든 사업자 등에 대해 업계의 표준을 마련하여 심사 청구를 ‘권고’할 수 있다. 이 때의 심사청구는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16)
권고를 하지 말라거나, 권고 자체의 취소를 소송으로 청구할 수도 없다. 결국, 약관이나 거래의 불공정을 이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청구 권고행위는 사실상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한편 이와 더불어 사업자 등이 작성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승인을 얻은 표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제·개정한 표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를 대상으로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 즉 현행법은 사업자들이 업계의 표준을 사용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취하는 행위를 ‘권장’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을 권장했더라도 원칙상은 해당 업계의 사업자라도 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단 이런 권장 행위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지, 즉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에 대해 2010년 대법원은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그렇다면 이 판결을 최근 개정된 하도급법상의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약관규제법과 하도급법상 관련 규정간의 미세한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약관규제법상 승인받은 표준약관은 명령이 아닌 일종의 행정지도나 지침의 성격을 가지는데 그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표준약관의 사용을 권장받은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표준약관과 다른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에 표준약관과 다르게 정한 주요내용을 고객이 알기 쉽게 표시하여야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약관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표준약관표지를 정할 수 있고,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바에 따라 표준약관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자등은 표준약관과 다른 내용을 약관으로 사용하는 경우 표준약관표지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만일 사업자 등이 표준약관과 다른 내용의 약관을 채용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표준약관표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표준약관의 내용보다 고객에게 더 불리한 약관의 내용은 무효가 된다. 요컨대 표준약관의 사용을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표준약관이 가지는 공신력을 편승하는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뭇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17)
대법원은 표준약관의 경우 이 ‘권장’ 행위의 실질에 주목하여, 공정위가 권장하는 표준약관을 사업자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사업자가 일정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18) 의무위반시 제재금이 부과된다는 점19)을 근거로 그 행위를 처분으로 본 것이다.20)
그렇다면 권장에 대한 실효적 후속조치를 규정하지 않은 하도급법의 경우에는 외형상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권장 행위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규정만으로는 권장 행위의 침익성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권장행위의 처분성 여부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실질적 측면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연성규범성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생각된다. 법 조항 이외에 실무상 표준하도급계약서 채용 여부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래와 같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도급표준계약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은 제3조의2를 넘어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3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 및 제9항, 제3조의4, 제4조부터 제12조까지, 제12조의2, 제12조의3, 제13조, 제13조의2, 제14조부터 제16조까지, 제16조의2제7항 및 제17조부터 제20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원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에 대하여 그 위반 및 피해의 정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벌점을 부과하고, 그 벌점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 그 밖에 하도급거래의 공정화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하도급법 제26조 제2항).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게 되는 벌점의 부과기준은 아래의 표와 같은데, 여기에서 기준초과는 아래의 표(제1호 라목)에 따른 누산점수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요청의 경우에 5점,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제1항제7호의 사유에 따른 영업정지 요청의 경우에 10점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동 시행령 제17조).
벌점의 부과기준(제17조 관련) |
---|
3. 벌점21)의 경감·가중 및 누산기준 |
가. 유형별 벌점의 경감점수22)는 다음과 같다. |
1) 원사업자가 직전 1년 동안 계속하여 하도급거래에서 법 제3조의2에 따른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한 경우(수급사업자에게 뚜렷하게 불리하도록 내용을 수정하거나 특약을 추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2점 ... ... |
6) 원사업자 또는 대기업이 수급사업자 또는 협력사와 하도급 관련 법령의 준수 및 상호 지원·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전 1년 이내에 실시한 협약의 이행실적 평가에서 양호 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
가) 최우수: 3점 |
나) 우수: 2점 |
다) 양호: 1점 ... ... |
- 이하 생략 - |
또한 이 기준 하에서는 원사업자가 직전 1년 동안 계속하여 하도급거래에서 법 제3조의2에 따른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한 경우(수급사업자에게 뚜렷하게 불리하도록 내용을 수정하거나 특약을 추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 벌점 2점을 경감하게 된다.
아울러 원사업자 또는 대기업이 수급사업자 또는 협력사와 하도급 관련 법령의 준수 및 상호 지원·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전 1년 이내에 실시한 협약의 이행실적 평가에서 양호 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에 최대 3점까지 경감하게 되는데, 그 협약의 내용 중 하나가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이다.23)
한편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조달공사는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계약상대방을 결정하며, 계약상대방을 결정함에 있어서 그 세분기준 역시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다. 특히,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요령24)에서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를 위한 세부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동 요령 제6조). 이 중 표준계약서 사용실적에 대해 총 3점을 주어지며, 표준하도급 계약서 사용에 대해서는 2점·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에 대해서는 1점이 주어진다. 이러한 점수는 전체 점수의 3%에 불과하지만, 다른 심사항목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공사수주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Ⅳ. 연성규범으로서 표준의 쟁점과 운용상의 유의점
사업자나 사업자단체가 마련한 표준하도급계약서에는 불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과 아울러 최소한의 영업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성할 유인이 존재하는 반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불공정하도급계약 내지 하도급업체의 피해의 방지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이익관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작성한 표준계약서의 경우는 하도급법의 규정 보다 좁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이는 곧 사업자로 하여금 법에서 정한 기준 보다 더 엄격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칫 개별 계약서의 불공정성은 이미 하도급법의 틀 내에서 규제 및 제재의 수단이 확보되어 있는데, 이에 더하여 표준계약서를 적용받음으로써 극단적으로는 계약 내용 결정의 자유를 제한받고 사적자치의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25)
이를 테면 표준계약서와 공정성 여부는 아래와 같이 여러 상황으로 발생이 가능하다.
-
- 표준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한 경우
-
- 개별약정이 표준계약서보다 고객에게 불리하지만 불공정하지 않은 경우
-
- 개별약정이 표준계약서보다 고객에게 불리하여 불공정한 경우
-
- 개별약정이 표준계약보다 고객에게 유리한 경우
이를 도표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요컨대 개별약정이 약관규제법상 불공정까지 나아가지 않았는데도 표준약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불공정한 판단을 받게 된다면 문제가 있다.26) 또한 실제 사례의 발생 여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표준계약서제도의 법리적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개별 계약서가 하도급법에 위배되지도 않는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벌점혜택에서 제외되나 공공발주의 가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일부 업종에서 사업자들이 표준계약서를 외면하여 사용률이 현저히 저하되는 이유 가운데는 이들 표준계약서가 사업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런 거래조건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요컨대 표준계약서가 광범위하게 보급될수록 하도급업체의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될 수 있더라도, 그것은 원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관철되는 편이 바람직하다. 표준계약서가 자칫 법에서 인정하는 사적자치의 본령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표준적 조건을 설정한 계약이라기보다는 이상적 기준을 제시한 계약으로 변질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표준은 본질적으로 동종업계의 거래조건을 동일하게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내포한다. 사업자들이 약관이든 계약서에 표준을 반영하려는 동기 가운데는 동종 업종의 다른 사업자와 거래조건상의 보조를 맞추려는 현실적 유인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에게 더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을 통해 오히려 거래조건의 경쟁을 제한하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극단적으로는 일종의 거래조건 카르텔로서 표준계약서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가령 논리적으로만 조망한다면, 위 그림처럼 불공정성을 가까스로 면하는 수준의 내용으로 표준계약서를 구성할 경우 하도급에 위배되지 않는 ㉠, ㉡, ㉢의 개별 약관이나 계약서를 통해 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되고, 반대로 하도급법 보다 훨씬 더 보호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표준계약서를 만들게 되면, 하도급법의 효용을 축소시키고 법에 위반되지 않는 ㉣, ㉤의 사적자치를 훼손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로서 표준은 경쟁정책적 측면과 소비자정책 및 갑을정책과의 사이에서 상당한 딜레마가 존재하므로 계약의 내용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나 구체적인 기준설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요컨대 제도 운영상 사업자간의 거래조건을 경직시킬 뿐만 아니라 경쟁 여지를 줄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표준약관이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외하고 표준계약서의 작성권한이 인정되는 주체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업자 등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공정위가 이를 심사하는 구도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맹사업법과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규정한 표준계약서의 제정 및 보급의 절차는 입법의 불비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빈약하다. 누가 작성의 주체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하도급법에서도 표준계약서의 사용 내지 보급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는 적어도 규정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선적으로 작성할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며 사업자 내지 사업자단체에 일차적 작성권한을 인정하되 공정위가 보충적으로 작성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제·개정 주체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위를 명확히 한 현행 하도급법 제3조의2는 역설적으로 종래의 표준하도급계약서들이 공정위의 제·개정권한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재한 상태에서 보급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보급되어 있는 표준하도급계약서들은 가급적 개정 하도급법 제3조의2에 근거한 표준하도급계약서라는 점을 명확히 하여 새로이 보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V. 맺으며: 표준의 장기적 운용 방향
불공정한 거래환경에서 표준이 그간 이루어 온 성과와 여전한 제도적 효용은 인정되어야 한다.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의 보급 활성화는 공정거래정책의 핵심적 목표로 지속적으로 설정되어도 무방하다는 점에 의문이 없다. 표준의 제·개정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현행 방식의 필요성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수긍될 여지가 많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비교법제적 측면에서 우리 약관규제법상 표준약관이나 표준계약서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중인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보호 관련하여 다수 성문법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표준약관 유사제도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으며, 지난 2000년에 소비자계약법을 입법한 일본에서도 약관의 규제는 여전히 개별약관에 대한 사후적27) 단에 일임시키고 있을 뿐 작성단계에서의 주무관청의 개입근거는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1993년 이래 「소비자계약서 있어서 불공정한 약관조항에 대한 지침」을 제정·운용해 오고 있는 유럽연합에서도 표준약관이나 표준계약서에 관한 법적 근거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영국과 독일에서 유사한 제도운영의 사례를 엿볼 수 있는데, 양국 모두 사업자들의 자율적 강제적 판단에 따라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토록 하는 한편 사업자가 표준약관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고나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법리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장기적 역할은 가급적 표준계약서의 권고를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표준계약서제도가 일정정도 법리적 논란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당국으로서는 공정거래 환경을 형성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간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요컨대 직접적인 작성자로서의 역할은 가급적 최소화하되, 사업자나 사업자단체가 표준계약서 마련을 권고했음에도 이행하지 않는 업종이나, 표준계약서보다 거래상대방에게 불리한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불공정성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법리적 충돌가능성을 줄여가는 편이 장기적 취해야 할 타당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