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사회의 발전, 도시로의 인구 집중 나아가 다양한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발생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보다 다각적이고 면밀한 공권력에 의한 통제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외국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공권력에 대한 존중도 및 법질서 준수도가 상당 정도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경찰력의 부족현상 역시 심각한 수준이어서 증가일로 추세를 보이고 있는 범죄에 대한 실효적이고 면밀한 규제를 도모하는 데에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1) 특히 범죄유형의 다양화는 보다 다각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경찰 인력을 가지고는 이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을 도모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최근 경찰목적의 실효적인 달성, 특히 치안유지를 위하여 상호 독립적인 의사를 가진 경찰과 사적 단체가 협조하는 협력치안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찰력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다양한 형태의 협력치안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2)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율방범대이다. 특히 최근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자율방범대를 통한 협력치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자율방범대는 원칙적으로 사적 영역의 실체라는 점에서 경찰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보다 면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현 법률에서는 원칙적이고 다소 일반적인 사항만을 담고 있을 뿐 경찰과의 협력을 보다 실효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규정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경찰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논의를 전제로 자율방범대의 현 시점에서의 제도적 의의를 논의하고 이후 경찰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데에 있어 그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고찰을 하도록 할 것이다. 다만, 이는 헌법적합성의 문제가 아닌 입법정책의 문제, 다시 말해 적정성 또는 합목적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비교법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당해 논의를 전개하는 데에 있어 민간과의 경찰협력에 상당히 적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주요하게 참고를 할 것이다.
Ⅱ. 현대국가에서의 경찰의 의미와 작용범위 확장의 문제
군주주권을 불식시키고 등장한 근대시민국가의 대표적인 위상은 소극국가이다. 이에 따라 당시 국가는 자유방임주의 원칙에 따라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에게는 완전한 자유를 인정하였고 국가는 단지 공정한 규칙의 준수 및 집행 책임만을 주요하게 떠안게 되었다.3) 특히 근대국가에서 고전적 자유주의를 주장하였던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정부가 부담하여야 하는 주요한 임무는 국방과 치안을 포함한 사법 그리고 공공사업이다. 특히 스미스는 치안을 포함한 사법과 국방을 경제적 번영에 우선하는 정부의 주요한 기능으로 강조하였는데, 전자는 내국인으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고 후자는 개인을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서4) 실제로 생명 및 사유재산에 대한 안전의 보장이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인지한 스미스에게 국방과 치안은 경제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었던 것이 사실이다.5)
근대국가에서의 대표적인 자유주의자 중 한 명인 존 스튜어트 밀 역시 사회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기본적 입장을 견지하였지만 정부의 당연한 임무로 개인의 인신과 재산의 보호를 들어6) 아담 스미스와 유사한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즉 밀 역시 “정부의 당연한 업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한 법질서를 확립하여 개인의 인신과 재산을 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7) 실제로 입헌주의 헌법을 근간으로 하여 등장한 당시 시민적 법치국가에서의 경찰개념에 따르면 “경찰은 소극적인 위해방지만을 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공공복리를 위한 조치를 할 권한”을 보유할 수는 없었다.8) 요컨대 근대시민국가는 소극국가로서의 위상을 차지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개념 역시 다소 소극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논의한 바와 같이 군주주권을 불식시키고 등장한 시민사회에서 국가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대해 방임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나 시민사회에서의 국가가 현대국가로 변모하면서 국가는 공공복리, 사회질서 유지,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의 금지 등의 법리를 위하여 계약자유, 즉 사적자치를 제한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 즉 적극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9) 이에 따라 경찰개념 역시 다소 확대되는 양상을 띠게 되는데, 특히 1931년 프러시아 경찰행정법에서는 “경찰행정청은 현행법의 테두리내에서 공공의 안녕 또는 질서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공중 또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무에 적합한 재량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10) 경찰작용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작용은 태생적으로 침익적인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개념의 확대 필요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다음의 논변 역시 경찰개념 확대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대한 고민을 잘 현시하고 있다.
...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국민생활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경찰의 개념도 소극적인 질서유지뿐만 아니라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적극적인 목적을 위한 권력작용도 경찰의 개념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경찰의 개념은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질서유지작용으로 파악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11)
즉, 사회의 다변화와 여러 새로운 위험요인의 등장은 경찰행정청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무한정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경찰은 본원적으로 질서유지를 위하여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여야 하는 지위를 향유한다는 사항,12) 즉 경찰행정의 특수성 중 하나인 ‘권력성’ 때문이다. 다만, 사회 내 복잡한 법률관계의 형성과 범죄의 다각화는 경찰작용의 적극적 행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법률유보와 관련한 일반조항의 문제이다.
경찰력이 미쳐야 하는 영역과 분야가 확장된다고 하여도 경찰권의 행사를 위해서는 당연히 법적 근거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경찰처분은 관련자의 권리에 대하여 명령적·침익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법률유보의 원칙이 당연히 적용되기 때문이다.13) 이에 따라 현재 경찰작용을 위하여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관리법 그리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개별법, 즉 특별경찰법 상의 조항에 의한 특별수권의 방식과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같은 일반경찰법을 통한, 즉 특별조항에 의한 특별 수권의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기술의 진보 및 사회의 변화, 이로 인한 다양한 위험 상황의 발생은 보다 다각적인 경찰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경찰작용에 있어 법적 근거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당해 상황에서도 법적 근거가 요구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일반경찰법 상의 일반수권, 즉 일반 조항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작용을 도모함에 있어 경찰권은 개별적인 작용법에 의한 구체적 법적 수권을 필요로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당연한 요구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나14) 위험의 예방·진압이 필요한 경우임에도 그 위험의 예방진압을 도모하기 위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특별경찰법과 일반경찰법에 없는 입법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그 위험의 예방진압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의 일반경찰법 상 개괄적인 조항인 일반조항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15) 특히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수권규정으로 상정하여 일반조항의 존재를 긍정하고 있어서16) 경찰의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많은 상황을 법적 근거조차 없는 탈법의 영역으로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다.17)
하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위험 상황에 대한 거시적이고 전반적인 대응을 위하여 논의되는 일반 조항 역시 그 범위가 다양한 경찰행정을18)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결국 제도적 의미의 경찰을 중심으로 하는 경찰작용의 근거와 관련된 논의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일반조항이 경찰의 권한 및 작용의 범위 확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이는 제도적 의미의 경찰이라는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전제로 하는 경찰작용과 관련한 논의라는 점에서 보다 일반적인 공익의 확보를 도모하는 데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반 사인과의 협조를 통한 경찰 행정의 추진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도 당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율방범대는 일반 사인이 경찰의 치안 역할을 보조해 온 역사가 상당한 조직이다. 이는 휴전 이후 혼란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범죄를 경찰력만으로 예방하는 것이 어려워 동(洞)·리(里) 단위로 자율적으로 시행한 치안 확보조직으로서 1953년 '주민 야경제도'가 그 시초였다. 이후 1962년에 유급 방범원 제도로 운영되다가 1989년 방범대원을 전원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게 되면서 주민에 의한 방범원 제도는 잠시 중단된 바 있지만 1990년 10월 노태우 정권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오히려 인력이 확충되고 재정비되었고 결국 현 자율방범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조직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바 있다. 자율방범대 자체의 운영상 문제점과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조적인 치안 확보조직으로서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최근 이의 운영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한 「자율방법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올해 발효가 예정되어 있다. 국회는 당해 법률을 제정하여 자율방범대 조직의 설치와 운영을 위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이를 통하여 보다 실효적이고 일관적인 제도운영방향성을 확보한 것이다. 자율방범대가 제도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경찰제도는 일반적으로 미국 경찰제도로 대표되는 분권형 체제, 프랑스 경찰체제로 대표되는 집권형 체제, 그리고 영국의 경찰제도가 해당되는 절충형 체제 등 세 가지 모델로 분류하고 있다.19) 우리나라는 집권적 경찰제도로서 경찰력은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하에 놓여 있어20) 경찰과 관련한 조직과 단체 설립·운영 및 이와 관련한 권한 행사는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있다.21) 물론 최근 자치경찰의 출범으로 인하여 중앙정부 중심의 경찰기능이 일부 극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결국 공권력에 의한 경찰력의 행사라는 점에서 일반 사인의 경찰권 행사와는 거리가 멀다. 나아가 경비업 종사자 역시 특정 기관이나 개인을 위한 경찰작용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회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22) 특히 청원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23)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근무관계는 공법관계로 상정되고 있다는 점에서24) 공적 영역에서의 경찰권 행사와 관련하여 논의될 뿐 사적 영역과의 협력치안과 관련한 논의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경찰의 개념을 확장시킨다고 하여도 일반 사인과 경찰 간 협력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경찰이라고 명명되는 일련의 경찰기관을 제도적 의미의 경찰이라고 하고 당해 제도적 의미의 경찰이 수행하는 모든 사무를 형식적 의미의 경찰이라고 하는데, 실질적 의미의 경찰 개념을 고려하면25) 제도적 의미의 경찰이 아닌 자도 경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제도적 경찰 이외 공적인 국가기관이 국가적 활동으로서의 경찰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일반 사인이 경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통상적으로 사인이 경찰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경우는 경찰책임과 관련해서이다. 즉, 일반 사인은 “공공의 안녕이나 질서를 침해하지 말아야 하는, 그리고 장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장해의 근원과 결과를 제거해야 할 의무, 즉 국가권력에 복종하는 주체가 성문·불문의 모든 경찰법규를 준수·유지해야 하는 의무”인 경찰책임을 부담하는 소극적인 지위에 머무르고 있으며26) 이에 따라 경찰권 발동의 대상으로서 다루어지고 있을 뿐이다.27)
하지만 치안수요의 증가로 인한 경찰력 공백의 문제, 범죄 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사회구성원들의 경찰영역에의 참여 필요성이 대두되었고28) 이로 인하여 최근 일반 사인이 경찰과 관련을 맺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6월 ‘협력단체 정비계획’에 따라 당시 전국의 경찰서와 파출소 단위로 운영되던 ‘방범자문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모두 폐지된 후 2004년 상반기 지역경찰체제의 정착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지역경찰 업무에 대한 협력의 기회를 용이하게 제공하기 위하여 각 지구대 단위로 생활안전협의회가 설치된 바 있으며,29) 일반시민들의 경찰업무의 본질뿐만 아니라 경찰체계 내 조직에 관한 이해도와 친근감을 유인하기 위한 시민경찰학교30) 그리고 “개인이나 기업 또는 여타 집단이 자신의 생명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정한 의뢰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생명이나 재산의 안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단체, 영리기업 등”을 의미하는 민간경비업31) 등 여러 민간 수준의 경찰 관련 실체가 다각적으로 등장을 하고 있다.
다만 상기의 단체들은 일반 국민이 제도적 의미의 경찰에 협력하도록 유인하고 나아가 이를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주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사인의 경찰 기능 수행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범죄와 무질서 등의 문제를 경찰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역주민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 내 범죄 등 공익 침해 행위에 대한 보다 실효적인 대응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율방법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계속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다. 즉 자율방범대는 경찰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찰과 지역주민 간 관계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주요한 경찰활동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32) 경찰과의 협력 치안 체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단체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방범대의 운영에 있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일반 사인은 기본권의 향유자 혹은 소지자이지 수범자는 아니다. 국민 누구나 범죄 예방이나 치안 활동 등 경찰 행정과 관련한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자율성에 근거한 활동일 뿐이지 어떠한 공적 권한이나 책무에 근거한 활동은 아니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경찰과 관련한 치안활동은 기본권 행사의 측면이라는 점에서 국가로부터의 자유, 즉 자유권적 기본권에 근거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국가는 이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즉, 규율대상 단체의 불특정성으로 인하여 국가의 규율은 당해 단체의 활동에 있어서의 위법행위 혹은 탈법행위에 대한 규제에 집중할 뿐 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법이론상 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방범대는 사적인 영역 내 특정한 단체를 대상으로 경찰이 협업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수준의 기본권행사의 양상과는 상이한 면모를 자랑해 왔고 심지어 최근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경찰행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식의 단체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자율방범대의 일정한 권한 보유 및 행사의 가능성 나아가 이에 근거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가능성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율방범대는 사적 영역의 단체라는 점에서 권한의 위임이 없는 한 행정권한을 보유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면밀한 제도운영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당해 지점에서 주목을 하여야 하는 것은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규제법 혹은 통제법이라기보다는 진흥법제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당해 법률의 경우 원칙적으로 자율방범대의 권한에 근거한 재량 행사 그리고 이에 대한 통제보다는 구체적인 활동의 범위 및 방향성 설정이 법률의 보다 주요한 관심사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정규경찰과의 협력을 실효적으로 도모하는 것이 자율방범대 제도운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울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를 위한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율방법대의 운영, 특히 경찰과의 협조체제를 정비하고 양자 간 협조를 보다 실효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율방범대의 태생적인 정체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정규 경찰과의 실효적인 관계를 설계하여야 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적정성의 문제이다. 비교법적 연구의 유용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5세기에 이미 공동체 치안을 도입하였고33) 19세기 초 세계 최초로 런던에 근대적인 경찰 제도를 도입함으로 치안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34) 영국 내 경찰과 사적 영역과의 적극적인 협업체제 구축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Ⅲ. 영국에서의 지원경찰제도의 함의 및 특징
영국은 원래 중앙집중형 경찰제도를 채택한 이후 분권형 경찰제도를 가미하여 현재에는 절충형 경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이다.35) 따라서 집중형 경찰제도를 운영하는 가운데 분권형 경찰제도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 운영에 영국의 경험을 십분 고려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영국 경찰제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19세기부터 서서히 드러났지만 1964년 경찰법 제정을 통하여 확립된 내무부장관, 지방경찰위원회 그리고 지방경찰청장이라는 3각 체제를 중심으로 확립된 치안 거버넌스이다.36) 이를 통하여 영국은 내무부장관에게 지방경찰청에 대한 보다 강화된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경찰 영역에서의 본격적인 중앙집권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37) 하지만 이후 2011년 「경찰개혁 및 사회적 책임법」에 따라 기존의 3각 체제는 해체되었고, 새로운 4각 체제가 출범하여 지방치안위원장, 지방치안패널, 내무부장관, 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찰행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38) 다만, 이를 통하여 중앙집권적인 경찰행정은 다소 느슨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는데 당해 체제를 통하여 경찰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당사자는 각자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상호 상대방의 권한 행사를 제한할 수 있게 되어39) 다소 분권적인 특징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경찰은 자신의 역사적인 배경을 반영하여 잉글랜드와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별로 경찰지역(police area)을 구분한 조직형태를 갖추고 있다. 영국의 모든 지역에 대한 통일적인 수준의 국가경찰체제를 구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40) 즉, 영국의 경찰체제는 중앙집권제로 운영되던 것에 자치경찰제를 가미하여 형식적으로는 지방분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물론 경찰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경찰에 대한 중앙의 통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41) 실제로 매년 범죄에 대한 정치적인 민감성이 증가되는 경우 지방경찰의 활약 수준이 감소된다는 사항이 복수의 백서에서 지적되고 있다.42) 다만, 중앙집중화에 대한 반성은 계속 되고 있어서, 2011년 경찰개혁 및 사회책임법(Police Reform and Social Responsibility Act 2011)을 제정하여 지역공동체를 대표하는 지역치안위원장(Police and Crime Commissioner)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중앙정부의 치안 관련 권한이 상당 정도 지방경찰에게 이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중앙정부는 지방 차원의 개별적인 수준의 경찰작용보다 국가 단위의 관련 쟁점에 천착할 수 있게 되었고43) 궁극적으로는 경찰조직의 중앙집권적인 운영에 따른 경찰의 전문적 역량 상실 문제, “경찰의 가시성(visibility)과 가용성(availability) 여부에 대한 문제” 그리고 “경찰조직의 예산절감에 대한 문제” 등을 극복하고 있다.44)
오늘날 영미권에서는 경찰을 범죄예방자와 진압자(Crime Fighter)뿐만 아니라 “평화의 수호자(Peace Keeper), 비상상황의 처리자(Emergency Operator),” 공공질서의 유지자(Public Order Maintenance) 그리고 공권력 집행자(Civil Power Executor) 등으로도 보고 있어 경찰의 위상은 상당히 다각적으로 설정되고 있다.45) 영국 역시 경찰은 ‘시민의 지지에 의한 경찰활동(policing by consent)’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경찰과 일반 시민 간 공조체제에 있어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경찰은 시민들의 동의 및 지지 그리고 확신을 확보했을 때 보다 수월하게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46) 종국적으로 경찰 서비스는 강압과 공포(fear)가 아닌 존경과 애정에 기초한 시민의 협조가 전제될 때에 보다 실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47) 영국은 경찰행정을 도모하는 데에 있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경찰위원회 제도 등 시민의 참여를 도모하는 각종 다양한 제도에 적극적으로 기대어 경찰 활동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기도 하다.48)
특히 영국 경찰행정과 관련하여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지역경찰과 특별경찰 상호 간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경찰제도 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하고 균등한 치안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이다.49) 영국의 경우 경찰의 직무를 권력(power)보다는 의무(mission) 혹은 기능(function)으로 상정하여50) 강압이나 두려움에 기대어 경찰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탄력적이고 다각적인 경찰권의 행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영국에서의 경찰은 권력의 일부나 형사사법제도의 일방당사자, 즉 기소하는 당사자의 도구가 아닌 국민의 대표로서의 위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전 사회의 구성원과 함께 범죄규율과 사회질서의 확립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독자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51) 그런데 이와 같은 영국의 노력은 특히 지원경찰제도에서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행정에의 시민의 참여 및 기여와 관련한 사항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당해 제도에 대한 고찰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영국에서는 정규 경찰관이 아닌 치안 보조 인력으로서의 위상을 보유하는 경찰관으로 공동체지원경찰관(Police Community Support Officer, PCSO. 이하 지원경찰관)과 특별경찰관(Special Constable)이 존재한다. 당해 경찰관을 통하여 영국은 경찰 행정에서의 사회 영역과의 협조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치경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으로서는 자원경찰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수월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52) 실제로 경찰행정영역에 당해 자원경찰 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 특히 당해 자원경찰관의 경우 정모와 피복이 지급될 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경찰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정규경찰관과 더불어 지역의 치안 확보를 위한 경찰 임무를 주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53) 물론 이들이 정규경찰관과 유사한 제복을 착용하고 경찰행정 관련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은 생활안전분야에 주로 투입되고 있어서 정규 경찰 수준의 권력적 행위, 즉 침익적 행위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예방이 주요한 임무인54) 공동체지원경찰관의 경우 형식적인 임무수행을 극복하기 위하여 진출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일정 수습기간(apprenticeship)을 통하여 혹은 직접 지원을 통하여 지원경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지원경찰관이 되기 위한 진출기회가 다각적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원 자격을 상당히 면밀히 설정하고 있어서55) 지원경찰관의 전문성과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 역시 경주하고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사항은 공동체지원경찰관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가 자신의 직무수행역량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5분에서 10분이 소요되는 50개미만의 기술평가를 위한 객관식 문제(multiple-choice questions), 즉 공동체지원경찰관 기술 평가(Skill Assessment)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지원자는 15분에서 30분가량이 소요되는 10개의 평가 기준 체크 문항을 통하여 개인의 건강도 체크(Skills health check)도 받을 수 있다.56) 이를 통하여 개인은 자신의 흥미와 동기를 실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발휘역량을 보다 명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기술을 확인할 수도 있다.57) 결국 당해 절차를 통하여 지원자는 공동체지원경찰관이 된 후 구체적으로 자신이 수행하게 될 직무를 보다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체력 테스트와 건강검진을 통과하고 강화된 신원 조사를 통과한 만 18세 이상의 영국거주자는 직접 지원(Direct Application)을 통해서도 지역 사회의 공동체지원경찰관이 될 수 있다. 당해 방식의 경우, 지원자의 개인적인 자질과 성격을 집중적으로 고려할 뿐 공식적인 자격(formal qualifications)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58) 특히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높은 수준의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필기시험, 인터뷰, 타인과의 협업 태도 등을 평가하기 위한 대화형 테스트 선발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59) 공동체지원경찰관을 선발하는 데에 있어서는 지원자가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거나 단호한 인내심과 공감능력 등 지원자의 보다 개인적인 수준의 자질과 특성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항이 특이하다.60) 물론 정규경찰업무를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개인의 자질과 관련한 사항만을 평가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며 법원 절차와 정부 규정을 포함한 법률 지식(legal knowledge including court procedures and government regulations), 컴퓨터나 휴대용 장치에 대한 기본적인 작업 수행 능력(to be able to carry out basic tasks on a computer or hand-held device) 등 실무적인 역량을 보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61)
공동체지원경찰관은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기반으로 다각적인 수준의 경찰 지원 기능을 통상적인 직무(day-to-day tasks)로 수행하고 있다. 즉, 강도 높은 도보순찰과 자전거순찰, 범죄 예방에 관한 조언 제공, 젊은이들과의 대화 및 학교 방문, 기업 및 지역사회 지도자들과의 관계 구축,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가정 방문,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제고하기 위한 소셜 미디어 채널·온라인 포럼 및 웹 사이트 운영, 그리고 스포츠 행사 및 시위와 같은 대규모 공공 집회 통제 지원 등 지역 사회에서의 치안 유지 및 관리를 위한 비교적 주민친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62)
그런데 공동체지원경찰관의 직무 중에는 권력적 행위에 접근하는 직무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우선 이들의 근무환경은 신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으며 굳은 날씨에도 야외에서 정복을 착용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63) 정식의 경찰 직무 수행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공동체지원경찰관은 주변의 감시원(neighbourhood wardens) 및 지역 사회 행동 팀(community action team)과 함께 반사회적 행동을 규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규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범죄 현장을 지키고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to guard crime scenes and detain suspects)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64)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정액 교통 범칙금 통지서(fixed penalty notices)를 발행할 수도 있는데65) 당해 사항들을 고려하면 결국 영국에서의 공동체지원경찰관은 경찰에 대하여 상당히 다각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특별경찰관은 자발적 경찰관(volunteer police officers)으로도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런던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원봉사 경찰관을 말한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지역의 치안과 변화를 유인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특별경찰관은 정규 순경(a regular police constable)과 같은 권한(the same powers)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임무 수행에 대한 동기가 상당하여 지역사회 치안에 상당 정도 기여를 하는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66) 실제로 특별경찰관은 매년 최소 200시간, 즉 한 달에 16시간을 근무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32개의 런던 자치구에 걸쳐 있는 12개의 기본 지휘부(Basic Command Units: BCU) 중 하나를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 경찰관(regular police officers)과 같은 제복(the same uniform)을 착용하며 정규경찰관이 보유하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동등하게 보유하고 있으면서 상당히 다각적인 역할(a variety of roles)까지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67) 실제로 특별경찰관은 도보 및 차량 순찰, 공익을 해하는 반사회적 행동 규율(tackling antisocial behaviour), 도로 안전 대책 수립(road safety initiatives), 호별 방문 조사, 지역 및 주요 행사 개최 시 공공 안전 및 보안 보장 지원 등 다소 완화된 수준의 경찰 관련 직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긴급신고번호(999번) 호출 응답,68) 법정 내 증거 제출, 미성년자 음주, 범죄 피해, 소란 행위(nuisance) 및 공적 무질서를 관리하기 위한 ‘사고 발생 지역’ 내 작전(‘hotspot’ operation) 참여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조언 그리고 사적 재산 관리 이니셔티브를 제고하는 역할 등 꽤 권력적인 행위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특별경찰관은 자발적인 경찰 직무 지원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민의 지원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유인하기 위하여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즉, 특별경찰관에게는 (런던 내) 자유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 수도 런던 시(市)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주인 Greater London 내에서의) 지방세(council tax)를 할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런던경찰청에 의한 다양하고 친화적인 혜택과 할인까지 제공하고 있다.69)
영국은 고용주의 입장에서 직원들이 특별경찰관으로 봉사하고 싶어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을 유인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인 「고용주 경찰 지원 계획(Employer Supported Policing (ESP) scheme: 이하 ESP 계획)」을 고용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70) 이를 통하여 고용주는 특별경찰관 교육을 위한 장비, 유니폼, 지속적인 자기 개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수준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직원에게 제공해줄 수 있고 종국적으로 고용주는 고도로 숙련되고 훈련된 직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고용주 입장에서는 직장 내 일상적인 업무를 벗어나 다양한 경찰 훈련과 경험을 통하여 보다 역량 있는 직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주들은 특별경찰관으로 봉사하는 자신의 직원을 직장에서 더욱 헌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감 및 책임감 역시 상당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71) 특히 당해 ESP 계획을 통하여 직원들은 보다 유능한 특별경찰관이 되기 위한 종합적인 훈련과 필요한 기술습득 기회를 제공받아 여러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해 기술을 실제로 직장에서도 유용하게(transferable)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주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보고 있다.72) 뿐만 아니라 당해 교육은 고용주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고용주에게 재정적인 어려움(financial deterrence)으로 간주되고 있지도 않다.73)
또한 당해 계획을 통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ly Responsibility)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어서74) ESP 계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특별경찰관으로 봉사하는 직원을 둔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방향에 순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당해 ESP 계획에서는 특별경찰관의 구체적인 직무 수행 방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운영방향성이 설정되어 있다. 즉 ESP 계획을 통해서 특별경찰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직원은 매년 최소 26교대 근무를 수행하여야 하는데(2주에 한 번 정도의 근무) 다만 모든 고용주는 이와 다른 방식을 채택할 수 있어서 당해 방안이 강행적인 사항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당해 계획에서는 직원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보다 실제적으로 훈련이 실시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있다.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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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과정: 13주간의 교육으로, 10주간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3주간은 토요일에만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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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과정: 13주간의 교육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10주간, 일요일에만 3주간의 교육 진행. 고용주들은 당해 시간 중 일부를 유급 특별 휴가(paid special leave)로 제공 가능. ex) 교육 후 익일 월요일에 휴가 제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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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과정 : 평일 23회 연속 교육. 오전 이른 근무와 오후 늦은 근무 수행. 당해 과정은 갓 특별경찰관이 된 자들이 5개월 정도에 이르는 충분한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fully trained)에서 선호되는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ESP 계획에서 특이한 사항은 당해 계획을 통하여 여러 다각적인 수준에서의 경제적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고용주는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할 수 있는데 특히 교육 종료 후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인 특별 업무를 수행하는 시기에 유급 휴가를 제공할 수 있다.76) 뿐만 아니라 ESP 계획에서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어서 연간 최소 200시간의 임무를 수행하는(2주에 약 하루 근무) 특별경찰관에게는 근무 여부와 상관없이 런던 지하철, 버스, DLR, TfL이 운영하는 런던 오버그라운드(TfL-operated London overground) 그리고 Croydon Tramlink Trip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실효적인 소득 증가(an effective increase in income) 효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77)
계속 언급한 바와 같이 ESP 계획은 고용주뿐만 아니라 특별경찰관이 되려는 고용인인 자신에게도 상당한 이점이 된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고용인 입장에서는 본업을 종사하면서 특별경찰관으로 봉사한다는 것 자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한된 업무시간으로 말미암아 고용인의 특별경찰관으로서의 봉사는 본업에의 집중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당해 사항까지 고려하여 영국은 고용인이 특별경찰관을 지원하는 경우 온라인 지원 창구(online recruitment portal)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직접 문의하거나 부탁을 하는 방식이 아닌 고용주의 ESP 계획에 대한 지지 여부 등을 경찰청이 직접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고용주에게 통지가 가도록 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 원만한 제도 운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78)
나아가 특별경찰관이 되기 위하여 ESP 계획에 가입 및 지원하는 고용인은 훈련을 받은 후, 각종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서 일상적인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자신감 역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음은79) 앞서 본 바와 같다. 심지어 당해 훈련 경험은 고용인의 이력서(CV)에 기재될 수 있다.80) 뿐만 아니라 당해 계획을 통하여 특별경찰관이 된 자는 범죄를 실제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to fight crime) 정규 경찰(regular police)이 보유한 모든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는 점에서81) ESP 계획의 실무적인 함의 역시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인에게도 고용주와 유사하게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82)
영국에서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지닌 정규경찰관이 ESP를 통하여 채용된 ‘특별경찰관'과 함께 도모하는 순찰 자체가 보다 안전한 치안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어서 특별경찰관의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일반적이다. 나아가 특별경찰관이 된 고용인을 통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핵심적인 요소인 '시장성' 역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까지 존재한다는 점에서 영국에서의 특별경찰관은 공·사적 영역 모두에서 나름의 위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시의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다음의 사항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영국 자원 경찰제도의 의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영국은 자원경찰제도의 위상을 고려한 제도 운영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계속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원경찰, 특히 특별경찰관은 본업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로서 봉사를 하는 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일반 시민들의 지위와 동시에 경찰관으로서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어 양 지위에 기반한 역할 수행에 있어 균형을 도모하면서 양 기능을 동시에 실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영국은 ESP 계획에서 본 바와 같이 경찰관 직무를 도모함에 있어 본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활동 경험이 있거나 특별경찰관으로 봉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정규경찰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83) 경찰관 제도의 탄력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자원경찰관 제도의 보다 실효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원경찰관으로서의 봉사를 유인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자원경찰관의 기능을 상당히 명확하게 나누어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으며, 특히 필요한 경우 관련 권한을 부여하여 보다 실제적인 경찰행정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특별경찰관의 경우, 지역 범죄 동향에 대해 보고받는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그 업무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다만 수갑 이상의 장구류는 지급되지 않으며 주로 생활안전분야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능 수행 상의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명확하게 역할과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원경찰제도 운영의 뚜렷한 방향성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례로 특별경찰관의 권한은 정규 경찰관과 그것과 동일하다고 보고 있어84) 특별경찰관은, 정규경찰관에게 지원만을 요청할 수 있는 공동체지원경찰관과는 달리 용의자를 체포할 수도 있다.
나아가 경찰과의 협력을 보다 실효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원경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해 사항은 기본권의 행사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강제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유인 또는 동기부여’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특별경찰관은 견장이 조금 다른 피복을 지급받고 있으며 공동체지원경찰관의 경우에는 경찰관과 확연히 구분되는 별도의 정모와 피복이 지급되고 있다. 특히 공동체지원경찰관은 최고 경찰관 협회(Association of Chief Police Officers: ACPO) 지침 상으로도 치안인원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당해 사항은 모두 이들의 소속감 및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당해 사항이 두드러지는 사항은 인센티브의 지급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영국 사례에서 주목을 요하는 것은 지급되는 인센티브의 유형과 방식이 개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개별적인 인센티브의 지급을 도모함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다 실제적인 참여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Ⅳ. 자율방범대와 경찰 간 실효적 협력 방안 -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 논의를 겸하여
계속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 인하여 자율방범대의 실효적인 운영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 법률은 조직 규정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도 상당히 원론적인 사항만을 다루고 있어서 자율방범대의 제고된 기능과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는 다음의 사항을 중심으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자율방범대는 사적 영역에서의 결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치안 관리를 위하여 당해 기관에게 일정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고 하더라도 공적 실체가 부담하는 행정권한을 당해 기관이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권한의 위탁을 전제로 하는 공무수탁사인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항이라는 점에서 자율방범대의 원칙적인 위상은 사적 결사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자율방범대는 소극적인 지위를 향유한다고 볼 수밖에 없고 경찰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데에 있어서도 당해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정규 경찰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찰 행정이 원칙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의 자율방범대와 경찰 간 협업체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권한을 자율방범대에게 부여하는 것의 필요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법적 근거를 확보하여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 특히 이들에 대한 법적 통제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비권력적 행위를 위한 권한의 경우에는 권리침해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법률유보원리에 기반한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요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인센티브의 부여 등 관련 행위를 보다 실효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 규정을 적극적으로 두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자율방범대가 수행하는 행위를 권력적 행위와 비권력적 행위로 구분한 후 각 법적 근거의 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85) 현재 「자율방법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서는 단지 자율방범활동(제7조)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당해 사항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자율방범대의 권한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86)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자율방범대는 사적 영역에서의 결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치안 관리를 위하여 당해 기관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고 하더라도 공적 실체가 부담하는 행정권한을 당해 기관이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방범대와 경찰과의 보다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협력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경찰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일선에서 현장 치안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경위 이하 경찰관들의 협력치안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함에도 과거 한 설문조사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중 낮은 계급의 경찰관과 현장 출동 근무를 많이 하는 경찰관일수록 지역 사회 내 파트너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87) 자율방범대의 경우는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임무와 역할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정규 경찰의 경우에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 일반법 상의 공식적인 직무에만 집중함으로 인하여 자율방범대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의 자율방범대에 대한 협력치안 인식은 경찰과 민간 간 협력 수준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된다는 점에서 인식제고를 위한 보다 다각적인 방안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경찰과 자율방범대 간 위화감을 최소화하고 상호 긴밀한 협조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이들 간 교류를 유인하는 규정을 관련 법률에 둘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보인다.88) 더욱이 현 법률에서는 ‘자율방범대 간의 정보 교류 및 상호 협력 증진을 위’한 규정만을 두고 있어 경찰과의 교류 증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각 지역별 경찰조직과 자율방범대가 처한 환경과 상황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원론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정한 후 구체적인 운영은 각 경찰조직별로 정하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율방범대와의 협력치안을 추진한다고 하여도 법률의 목적에서89)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그 주도권은 경찰이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경찰과 자율방범대 간의 협력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자율방범대와의 협력의 여지를 확보하려는 경찰의 적극적 자세가 중요한 이유도 당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율방범대에게 부여되는 기능과 권한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한 여러 여건이 확보되어야 할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우선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정보의 공유이다. 사법경찰뿐만 아니라 행정경찰 모두 그 기능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경찰이 이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율방범대 역할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치안 확보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여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다만, 개인정보자기통제권 등의 쟁점이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되며 정보활용과 관련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12조(경찰·자율방범대 간 상호협력 증진 등) ① ∼ ③ 삭제
④ 시·도경찰청장 등은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찰과 자율방범대원 간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협력 증진을 제고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7조(자율방범활동) ① ∼ ④ 삭제
⑤ 자율방범대원이 전항의 활동 중 관련 정보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요구하는 경우 서장은 정보의 제공을 고려할 수 있으며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 및 제공가능 정보 그리고 정보제공절차 등의 사항은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자율방범대는 자율방범활동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이 와중에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자율방범대의 전문성을 제고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법률 역시 이에 대한 사항을 담고는 있지만 원론적인 사항만을 담고 있어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의 경험에서와 같이 보다 구체적인 교육 및 훈련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보이고 본업에서의 전문성을 자율방범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자율방범활동의 경험을 본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당해 방안을 통하여 보다 지속적이고 일관성이 담보된 자율방범대의 활동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 법률에서는 교육·훈련의 내용, 주기,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을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항을 행정안전부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면 될 것이다.90)
사실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방범활동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91) 최근 제정된 「자율방법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의의는 상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률을 통하여 참여 유인을 공식화함으로 주민의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유인책만으로는 주민의 실제적인 참여를 유인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보다 구체적인 유인책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한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자율방범대에 대한 예산의 지원이다. 예산의 지원은 공공부문의 경비지출을 초래하지만 공공부문 내 기구의 축소를 통하여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92) 꽤 실효적인 유인책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제도의 변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저항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고 궁극적으로는 예산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과거 운영경비를 비롯한 예산지원,93) 관할 경찰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방범대 운영예산 지원 및 업무협조 기관의 단일화 방안94) 등 이와 관련한 여러 논의가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결국 별도의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당해 지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영국의 인센티브 부여와 같은 다소 탄력적인 방안이다. 영국의 경우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직접적인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여러 다각적인 혜택을 통하여 자원경찰지원을 위한 유인책을 확보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아닌 시설 및 장비 이용에 대한 혜택이라는 점에서 예산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상당 정도 자유롭다고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 법률의 경우 형식적인 경비 지원에 대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향후 법률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시행 이후 5년간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어서95) 보다 실효적이고 일관성 있는 자율방범대의 운영을 위해서는 영국의 경험과 같은 보다 탄력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자원경찰이 종사하고 있는 본업과의 연계를 통하여 자원경찰로서의 직무수행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 역시 자율방범대원 지원 방식의 다원화, 본업과의 연계 수준의 제고 방안 등 보다 실제적인 유인책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역별 경제 사정 및 시설과 장비 구비 상황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이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조례에 위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96)
또한 자율방범대는 범죄예방과 규제 등 상당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대원의 자율방범활동 중 부상 등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율방범대원은 스스로의 동기에 기반하여 직무에 성실히 임하는 자발적 경찰조력자라는 점에서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97) 그러함에도 자율방범대의 활동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대원에게 특별한 희생을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98) 결국 자율방법대원에 대한 손실보상 관련 규정을 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인다.
Ⅴ. 결론
경찰의 치안활동과 관련하여 최근 요구되는 변화는 기존의 일방통행식의 지역사회 내 경찰활동을 극복하고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유인하여 전방위적인 치안활동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다.99) 이에 따라 시민들은 단순한 치안서비스의 수혜자로서의 지위를 극복하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100) 하지만 이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하는 데 최근 이와 관련한 「자율방범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당해 요구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자율방범대의 바람직하고 적정한 운영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의 관련 정책을 참고하는 것의 의의는 상당하다. 본 논문에서 영국의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들여다 본 이유도 당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다음의 논변은 사회 영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으려는 노력을 경주하려는 영국의 입장을, 특히 영국 경찰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협력치안 거버넌스가 정식적인 법제도로 인정받은 자율방범대 운영을 위하여 영국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의 타당성을 현시해준다고 생각된다.
… 영국경찰의 정체성은 … 지역주민 및 사회전체와의 끊임없는 호흡을 통해 항상 변화하는 유기적이고 역동적이며 유연한 조직체계를 가다듬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환경 속에서 항상 변화하고 있는 영국경찰의 조직과 운영체계야말로 언제나 변화의 뒤 언저리에 머물며 사회 각 기능과의 부조화로 인한 사회비용을 증가시키는 후진적 경찰조직과 가장 대비되는 점이며, 주민으로부터 경원 시 되는 경찰작용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주민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101)
결국 우리 역시 자율방범대의 운영을 위한 직접적인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의 발효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민의 참여와 적극적인 역할을 실효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 운영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보다 실제적으로 하여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