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당사자적격은 분쟁의 대상인 법률관계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의 효력을 받기에 적정한 자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민사소송절차는 분쟁의 대상인 법률관계를 처분하는 절차이므로 그에 대한 처분권이 있는 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
이러한 당사자적격은 어느 국가의 민사소송절차에서나 필요한 개념이므로 영미법에서도 인정된다. 영국1)의 경우에는 청구원인(cause of action)2)과 관련하여 충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만을 적법한 당사자로 보고 있는데 이를 locus standi, standing 또는 proper party라고 지칭한다.3)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Civil Procedure Rules) 제17조(a)(1)에서 “소송은 이해관계가 있는 진정한 당사자의 이름으로 제기되어야 한다.”(An action must be prosecuted in the name of the real party in interest)고 규정하여 당사자적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적격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런데 소가 적법하기 위해서 당사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있어야 한다는 점 및 당사자적격의 개념과 요건은 실체적 법률관계의 발생·변경·소멸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4) 절차적 사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서는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forum regit processum)는 원칙상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된다.5)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은 실체법(substantive law)은 국제사법에 의하여 결정된 준거법(lex causae)이 적용되지만 절차법(procedural law 또는 adjective law)6)은 준거법에 관계없이 법원이 소재한 국가의 법인 법정지법(lex fori)이 적용된다는 원칙이다.7)
그러나 우리 법상 분쟁의 대상인 법률관계에 대한 처분권한이 있는 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처분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실체법상의 문제이므로 그 처분권한의 준거법이 외국법이라면 그 외국법까지 고려해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한다. 본 글은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 외국법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 검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법상 당사자적격은 소송의 형태에 따라서 달라지므로8) 아래에서는 소송의 형태에 따라서 위 문제를 검토하도록 한다.
Ⅱ. 이행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
‘이행의 소’는 원고가 실체법상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작위의무 또는 부작위의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를 말한다. 이행의 소에서 주장되고 있는 청구권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자는 피고에 대하여 이행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원고이므로 이러한 주장 자체만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9) 마찬가지로 원고로부터 이행의무가 있다고 주장되는 피고가 당해 소송에 대하여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그에게 피고적격이 인정된다. 원고가 당사자적격의 근거로 주장한 권리 또는 의무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다.
이와 같은 당사자적격의 판단기준은 소송요건으로서 절차적 사항이므로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된다.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이행의 소에서는 원고의 주장만으로 당사자적격이 발생하기 때문에 본안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외국법이라도 이행의 소의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는 준거법인 외국법이 적용될 여지는 원칙적으로 없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책임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부보대상인 보험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손해를 입은 제3자가 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는데, 우리 법(상법 제724조 제2항)과 영국법10)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 법의 원고적격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원고가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한 이상 실제로 이러한 직접청구권에 관한 근거규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원고적격이 인정될 것이다.11) 반면에 영국법에서는 우리 상법 제724조 제2항과 같이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원고적격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원고적격이 발생하지 않는다.12) 만일 보험사고의 피해자인 원고가 우리 법원에 책임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준거법이 영국법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법에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청구권이 있다는 주장만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될 것이다.
외국법과 우리 법이 사법상의 청구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관하여 다른 원칙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외국법이 준거법으로서 적용되는 이행의 소에서는 그 외국법이 당사자적격의 결정에서 적용되지 않더라도 당해 외국법을 참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캐나다 퀘벡(Québec) 법에서는 미성년자(만 18세 미만)가 사고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미성년자가 직접 원고가 되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미성년자의 보호자(tutor)만이 원고가 되어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한 후, 그가 배상받은 후에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배상액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13) 미성년자의 보호자는 피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적격을 취득하므로 제3자의 소송담당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보호자는 단순히 당사자적격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보상청구권 자체를 취득한다는 점에서14) 우리 법상 제3자의 소송담당이 아니라 실체법상 권리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보호자가 우리 법원에 퀘벡 법에 따라서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우리 법원은 퀘벡 법을 참조하여 원고가 미성년자의 보호자로서 가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는 주장 자체만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하며,15) 우리 법을 적용하여 미성년자를 청구권자로 보고서 원고가 타인의 청구권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79조 제1항16)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가해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자대위권’(right of subrog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보험자대위권은 해상보험법뿐만 아니라 보통법(common law)상 보험자에게도 인정되고 있다.17) 영국의 보험자대위권의 특징은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피보험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보험자에게 이전되지 않고,18)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① 가해자로부터 지급받은 손해배상액을 보험자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하거나 ② 피보험자의 이름으로 가해자에게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피보험자의 이름을 빌려달라고(lend his name to an action) 요구할 수 있는 권리만을 갖는다는 점에 있다.19)
즉 영국의 보험자대위는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권리이고 가해자에 대한 권리가 아니므로 보험자는 채권을 양도받지 않는 한 자신의 이름으로 가해자 대하여 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피보험자의 이름으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20) 따라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가해자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면 이를 권리자의 가해자에 대한 권리행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제소기간(limitation periods)21) 내의 소제기로 볼 수 없고, 만일 그 사이에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다면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이름으로도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없다.22)
영국법상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이름 사용하여 소를 제기한 경우에 피보험자의 가해자에 대한 소권이 보험자에게 이전되는 것, 즉 제3자의 소송담당 중 법정소송담당과 유사한 경우로 봐서 이를 절차법적 성질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보험자대위권에 관한 영국법은 절차법으로서 우리 소송절차에서 적용될 수 없다. 그러나 영국법상 보험자대위권은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실체법상 권리로서 피보험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부터 보험자가 만족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소송절차상의 권리는 아니다. 따라서 영국법에 따라서 발생한 보험자대위권이 우리 법원에서 문제된 경우에 우리 법원은 준거법으로서 영국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 전에 영국법상 보험자대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유럽연합에서 논의한 바 있는데, 이러한 논의에 대한 해법으로 유럽연합의 로마규칙 II 제19조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비계약상 권리를 갖고 있고 제3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거나 또는 실제로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 제3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에 적용되는 법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권리를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한다.”23)고 규정하여 위 제3자의 권리(즉 보험자대위권)를 실체법으로 분류했다.24)25) 그리고 영국에서도 보험자대위권을 실체법상의 권리로 분류하여서 보험자대위권의 발생 여부 및 그 내용에 관하여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적용하고 있다.26)
영국법상 보험자대위권을 갖고 있는 보험자가 우리 법원에 가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형태와 그 결론을 상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자가 스스로 원고가 되어서 자신이 가해자에 대하여 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 법상 권리자라는 주장 자체만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되므로 보험자의 원고적격은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험자에게 청구권이 없으므로 보험자의 청구는 기각될 것이다. 서울고법 1989. 5. 15. 선고 88나44126 제4민사부판결에서도 영국의 보험자가 자신의 명의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한 권리행사로서 제소기간 준수의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둘째 보험자가 스스로 원고가 되었지만 피보험자가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자라고 주장한다면, 보험자의 주장 자체에서 보험자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우리 법원은 보험자의 소를 각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보험자가 영국에서와 같이 피보험자의 명의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원고는 보험금을 지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여전히 가해자에 대하여 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법원은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소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영국법을 참조하여 피보험자의 주장만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Ⅲ. 형성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
법률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는 소를 ‘형성의 소’라고 한다. 이러한 형성의 소는 법률에서 허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며27) 이를 허용하는 법률규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형성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소가 위법하여 각하된다.28) 형성의 소는 이혼청구의 소 또는 채권자취소소송과 같이 실체법을 근거로 하여 실체법상 법률관계의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고, 재심의 소 또는 청구이의의 소와 같이 절차법을 근거로 하여 절차법적 효력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각 경우에 있어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절차법에 따른 형성의 소의 경우에 당사자적격의 결정도 절차법적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의 절차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심의 소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소멸시키는 절차로서 당해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받는 자만이 당사자적격을 갖는다.29) 재심의 소는 우리 법원의 확정판결만을 대상으로 하고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할 수 없는데, 우리 법원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는 민사소송법에 따라서 결정되는 절차적 사항이다.30) 따라서 재심의 소에 외국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재심 소의 대상인 확정판결의 본안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외국법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법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절차법에 따른 형성의 소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 외국법을 참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민사소송규칙(Civil Procedure Rules) 제72조에 따르면 금전채권의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judgment creditor)는 채무자(judgment debtor)의 채무자인 제3채무자(third party)가 자신에게 채무를 이행할 것을 법원이 명령하는 ‘제3당사자 지급명령’(garnishee order, third party debt order)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제3당사자 지급명령은 우리의 전부명령과 유사하지만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집행력이 발생하지 않는 전부명령과 달리 제3당사자 지급명령에는 집행력이 있다.31)
따라서 영국 법원에서 제3당사자 지급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우리나라에 소재한 제3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 법원에서 별도로 집행권원을 취득할 필요 없이 바로 제3당사자 지급명령에 대하여 민사집행법 제27조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집행판결은 외국재판의 집행력을 국내에서 새로 부여하는 형성의 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32) 그리고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1호에서는 외국재판에 대한 집행판결의 요건으로서 당해 외국재판이 확정될 것을 요구하고 만일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소를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의 원고적격을 갖고 있는 자는 확정된 외국재판에 의하여 채권자로 확정된 자라고 볼 것이다. 결국 영국 법원에서 제3당사자 지급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우리 법원에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면, 우리 법원은 제3자에게 원고적격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원고가 영국 민사소송규칙에 따라서 제3당사자 지급명령을 받은 채권자인지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 즉 우리의 형성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외국법을 참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실체법에서 형성의 소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우리 법의 당사자적격의 결정기준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외국법을 참조하여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서 공유물분할청구의 소의 당사자적격은 공유자만이 갖고 있는데, 공유지분을 양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이고 이 계약의 효력에 대하여 다툼이 있다면, 우리 법원은 계약의 준거법인 외국법을 적용하여 당사자적격의 요건인 공유자의 지위를 확정해야 한다.
실체법에서 허용하는 형성의 소의 경우에는 실체법을 근거로 하고 실체법적 법률관계의 변동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체법적 성질을 갖고 있다. 동시에 형성의 소를 허용하는 실체법은 당사자에게 소권을 부여하는 규정이란 점에서 절차법적 성질도 갖고 있다. 특히 채권자취소권처럼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데 목적이 있고 소제기의 방식으로만 권리를 행사하도록 한 경우에는 절차법적 목적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만일 형성의 소를 절차법적 성질로 분류한다면 외국의 실체법에서 허용하는 형성의 소는 국내 법원에서 허용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채권자취소권(actio pauliana)에 한정하여 검토하여 보면, 첫째 주요국가에서는 채권자취소권을 소제기의 방식으로만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33) 이러한 점은 어떤 절차적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권리행사의 방식에 불과하므로 채권자취소권의 실체법적 성질을 뒤집기에 부족하다.34) 둘째 채권자취소권이 궁극적으로 강제집행을 위한 제도이지만 강제집행 자체는 아니며 강제집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만으로 채권자취소권을 절차법적 성질로 분류하기에 미약하다.35) 셋째 채권자취소권은 부인권36)과 같이 도산절차 내에서의 권리가 아니라 도산절차 밖에서 채무자로부터 이탈된 재산을 회복시키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실체법적 성질을 강하게 갖고 있다.37)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므4133 판결과 독일의 「도산절차 외에서 채무자의 법률행위의 취소에 관한 법률」(Gesetz über die Anfechtung von Rechtshandlungen eines Schuldners außerhalb des Insolvenzverfahrens) 제19조에서도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을 결정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채권자취소권을 실체법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외국법을 근거로 한 채권자취소송은 적법하다. 그렇다고 앞서의 검토내용이 모든 외국법에 근거한 형성의 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개별적 사안마다 적법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형성의 소를 허용하는 외국법에서 당사자적격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에 형성의 소의 당사자적격의 결정기준은 절차법이므로 우리 법에 따라야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는 형성소권을 부여하는 외국법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38)에 따르면 채권자취소소송에서 피고적격은 수익자 또는 전득자만에게만 있고 채무자에게는 없다. 그 이유는 채권자취소권에 있어서의 사해행위의 취소는 절대적인 취소가 아니라 악의의 수익자 또는 악의의 전득자에게 대한 관계에 있어서만 상대적으로 취소하는 것이므로39) 이 취소권은 악의의 수익자 또는 악의의 전득자에 대하여만 행사할 수 있고, 채무자에게 대하여서는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40)
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외국법에 따른 채권자취소소송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외국의 실체법에 근거한 채권자취소의 효력은 그 외국법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인 외국법에서 채권자취소의 효력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절대적으로 소멸시키는 효력으로 본다면,41) 우리 법의 당사자적격의 결정기준에 따라서 취소의 효력을 받는 채무자에게도 피고적격이 인정될 것이고, 이때는 채무자와 수익자가 공동으로 피고가 되어야 하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 될 것이다.42)
형성의 소를 허용하는 외국법에서 권리자와 의무자를 규정한 것은 형성소권의 권리자와 상대방을 규정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은 이에 구속되어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통일취소가능거래법」 제8조(b)(2)에서는 채권자취소소송과 원상회복청구소송의 상대방을 일정한 수익자 또는 전득자에 한정하고 있는데43) 우리 법원도 이에 구속되어서 피고적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당사자적격을 한정하고 있는 외국법의 규정이 우리의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기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결과 우리 민사소송절차와 적합하지 않다면 이를 절차적 사항으로 봐서 우리 법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Ⅳ. 확인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
법률관계의 존재 또는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확인의 소’라고 한다. 확인의 소는 이행의 소나 형성의 소가 가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보충적 소송이므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44) 이러한 확인의 이익을 갖고 있는 자가 확인판결에 대하여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그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되고 이러한 원고와 반대되는 이익을 갖고 있는 자에게 피고적격이 인정된다.45)
확인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인 확인의 이익의 개념은 순수하게 절차법적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법정지법인 우리 법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기 위한 법률상의 이익이 실체법상의 이익이고 본안의 준거법이 외국법이라면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해 외국법에 따라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해고무효확인의 소에서는 근로계약의 피용자에게 원고적격이 있고 사용자에게 피고적격이 있는데, 원고와 피고가 근로계약상 피용자와 사용자의 지위가 있는지 여부는 근로계약의 준거법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V. 제3자의 소송담당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
제3자의 소송담당이란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아닌 제3자가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의 권리와 의무에 관련한 소송에서 당사자적격을 갖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 법의 원칙상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있지만 예외적으로 제3자가 본안의 소송물에 대하여 처분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3자에 대하여도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 이러한 법리는 절차법이므로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에도 여전히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준거법인 외국법에서 제3자의 지위를 주요사실을 취급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이를 당사자적격의 문제로 봐서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제3자의 소송담당은 법률규정에 의한 법정소송담당과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가 임의로 제3자에게 당사자적격을 수여하는 임의적 소송담당이 있으므로 양자를 나누어 검토한다.
우리 법을 근거로 한 제3자의 소송담당이라도 제3자가 처분권을 가지게 된 원인에 관하여 외국법이 적용된다면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 외국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채권자의 원고적격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이다. 이때 피보전권리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실체법적 사항이므로 피보전권리의 준거법이 외국법이라면 이 외국법을 적용하여 원고적격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적격은 소송요건이므로 피보전권리가 실체법적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직권으로 외국법을 조사해야 한다.46)
우리의 채권자대위권처럼 외국의 실체법에서 타인의 권리의무에 대한 처분권을 제3자에게 수여하였는데, 그 제3자가 이러한 권리를 소제기의 형태로 행사한 결과 그 제3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제3자의 권리는 실체법적 효력의 결과물이므로 실체법으로 분류해서 그 외국법을 근거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회사법(Companies Act 2006) 제260조의 구성원청구권(derivative claim)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director)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청구원인(cause of action)에 관하여 회사의 구성원(a member of a company)47)은 회사를 대신하여 이사 또는 다른 책임이 있는 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구성원청구권은 우리 상법 제403조의 주주대표소송처럼 실체법적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 법원에 구성원청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영국법에 따라서 ‘구성원’에 대하여만 원고적격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상법과 달리 영국 회사법 제260조(3)에서는 이사 이외에 이사의 위법행위에 관여한 제3자도 구성원청구의 소의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48) 이러한 제3자에게도 피고적격이 인정된다.
제3자에게 타인의 권리의무에 대한 처분권을 수여하면서 이를 소제기의 방식으로만 행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소제기의 방법으로만 권리를 행사하도록 한 것은 절차법적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실체법상 권리의 행사방법에 불과하므로 제3자의 원고적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당해 준거법인 외국법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퀘벡 민법 제1627조에서는 “채권자에게 불리하도록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와 소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금액이 확정되고 이행기가 도달된 확정채권의 채권자는 채무자의 이름으로 채무자의 권리와 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49)고 간접소권(action oblique)50)을 규정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채무자의 채권자에게 처분권을 주면서 이러한 처분권을 소제기의 방식으로만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간접소권은 실체법적 효력이 있으면서도 우리 법원이 절차를 진행하는데 혼동이 발생할 염려가 없으므로 이를 실체법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외국의 제3자의 소송담당이 우리 법원에서의 절차진행에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소송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면 이를 절차법으로 분류하여 적용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실체법적 성질을 가진 부분과 절차법적 성질을 가진 부분이 분리가 가능하다면 절차법적 성질을 가진 부분의 적용만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 회사법 제261조에서는 구성원청구의 소가 계속하여 진행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소송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구성원의 청구와 증거가 ‘일견(一見)의 추정’(prima facie case)51)에 이르지 않는다면 소를 각하해야 한다. 이러한 소송허가는 실체법상 권리의무의 발생·변경·소멸과 관련이 없이 일단 제기된 구성원청구의 소가 계속하여 진행되기 위한 절차적 사항이고, 소송허가는 구성원의 구성원청구권과 분리하더라도 구성원청구권의 내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법원에 영국법을 근거로 구성원청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법원은 영국 회사법 제260조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하지만, 절차적 사항인 소송허가에 관한 같은 법 제261조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
외국의 절차법을 근거로 한 제3자의 소송담당은 절차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절차법적 성질을 갖고 있지만 타인의 실체법상의 권리의무에 대한 처분권을 제3자에게 수여한다는 점에서는 실체법적 성질을 갖고 있다.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64359 판결에서는 절차법인 외국의 파산법에 따라서 선임된 파산관재인은 우리나라에 소재한 파산자의 재산에 대하여도 처분권한이 있다고 보았는데, 비록 이 판결이 당사자적격에 관한 판결은 아니지만 외국의 절차법에 따른 실체법적 처분권한의 변동의 효력을 우리나라에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외국의 절차법을 근거로 한 제3자의 소송담당도 적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외국의 절차법에 의하여 제3자가 타인의 권리의무에 대한 처분권을 취득하더라도 이러한 규정이 절차법적 목적을 갖고 있고 우리 법원이 그러한 규정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하면 혼동을 일으키는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상 그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민사소송규칙(Civil Procedure Rules) 제19.6조는 대표당사자소송(representative parties)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청구에 관하여 공동의 이해관계(the same interest in a claim)를 갖고 있는 자가 다수인 경우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 중의 1인 이상의 자가 다른 이해관계인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상대방도 그러한 대표자를 상대로 소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판결의 효력은 모든 피대표자(represented person)에게 미친다.
대표당사자가 소송절차에서 피대표자의 권리의무에 대한 처분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에 관한 규정은 실체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표당사자소송은 판결의 효력이 피대표자에게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판결의 주관적 효력범위는 절차법에 해당하므로 판결의 효력범위는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우리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위 피대표자는 판결의 효력을 받는 지위에 있지 않고 그렇다고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과 같이 판결의 효력범위를 확장하는 특별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소송당사자가 아닌 피대표자에게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52) 따라서 우리 법원은 영국의 대표당사자소송이 진행될 수 있는 전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우리 법원에서 이를 허용할 수 없다.
또한 대표당사자는 영국 법원의 절차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입법적 결단이기 때문에 우리 법원이 이에 구속될 합리적 이유가 없다. 그리고 대표당사자소송에서 피대표자는 소송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판결의 효력을 받기 때문에 영국 민사소송규칙에서는 피대표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데,53) 이러한 특별한 절차는 순전히 절차법적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 법원의 절차에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영국의 대표당사자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
외국의 절차법을 근거로 한 제3자의 소송담당이 허용된다는 의미는 그 절차법에서 제3자에게 실체법상의 처분권을 수여한다는 의미이므로 그 절차법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3자의 권한이 외국의 절차법만으로 발생하지 않고 이러한 절차법에 근거한 외국 법원의 재판이 있어야 비로소 제3자에게 권한이 수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제3자에게 권한을 수여하는 외국재판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의 승인요건까지 갖추어야 제3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64359 판결에서도 외국의 파산법에 따라서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우리나라에 소재한 파산자의 재산에 대하여도 처분권한을 가지려면 외국의 파산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한 재판이 우리나라에서 승인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물인 법률관계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가지는 권리주체가 관련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임의로 제3자에게 신탁하여 그 제3자가 당사자가 되어서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임의적 소송신탁’이라고 한다. 임의적 소송신탁은 법률에서 이를 허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 원칙이다.54) 법률에 근거가 없는 임의적 소송신탁을 허용하면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 제6조가 정한 소송신탁의 금지 등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의적 소송신탁이 이러한 탈법적 수단이 아니고 이를 인정할 합리적인 이유와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 제한적으로 허용된다.55) 대표적으로 특정한 법률관계와 관련하여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자신의 권리의무에 대한 실체법상 처분권을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할 합리적인 필요가 있었고, 제3자가 이와 같이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임의적 소송신탁이 허용된다.56)
외국의 실체법이나 절차법에 근거한 임의적 소송신탁은 당해 외국법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하고, 포괄적 관리처분권을 위임하는 계약에 의하여 임의적 소송신탁이 발생되는 경우에는 그 위임계약의 준거법에 따라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변호사대리의 원칙과 소송신탁금지의 원칙은 소송절차상의 중대한 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고 순전히 절차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공서양속 또는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에 따라서 임의적 소송신탁의 준거법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한다.57) 그러므로 포괄적 관리처분권을 위임하는 계약에 근거한 임의적 소송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외국이 실체법이나 절차법에 근거한 임의적 소송신탁의 경우에도, 위 원칙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이를 인정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만 우리 법원에서 임의적 소송신탁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Ⅵ.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에서 당사자적격을 결정하는 국가의 법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란 실체적 권리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여러 사람에게 공동으로 귀속되어 있어서 처분권자 전원이 원고가 되거나 피고가 되어야 비로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는 소송을 말한다.58)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에서 일부 당사자가 누락되면 나머지 당사자만으로는 관리처분권이 없기 때문에 권한이 없는 자가 소송당사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민법 제272조와 제273조에 따라서 합유물과 합유지분은 합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서만 처분할 수 있으므로 합유물에 관한 소송에서는 합유자 전원이 원고 또는 피고가 되어야 하며 누락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적격의 부재로 각하된다.59)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의 개념은 순수한 절차적 사항이므로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되지만 실체법상의 관리처분권이 공동으로 귀속되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준거법인 실체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60) 예를 들어 영국의 일반파트너쉽(general partnership)61)의 경우에, 파트너쉽의 사업수행을 위하여 구성원 전원(firm)62)의 명의로 구입 또는 취득한 재산은 파트너쉽의 재산(partnership property)63)이 된다. 이 파트너쉽의 재산은 구성원 개인의 재산과 구분되어서 구성원 전원이 별도로 관리해야 하므로 파트너쉽의 구성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지만 파트너쉽의 재산(partnership property)을 처분할 수 있다.64) 따라서 우리 법원에 계속된 영국의 파트너쉽의 재산에 관한 소송은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 되므로 구성원 전원이 원고가 되거나 전원이 피고가 되어야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65)
Ⅶ. 결론
이상으로 민사소송절차에서 정당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인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적용되어야 할 국가의 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당사자적격은 민사소송법의 영역에서 주로 논의되기 때문에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상 당연히 법정지의 민사소송법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당사자적격의 준거법에 관한 법원 판결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절차적 사항에 해당하는 당사자적격의 개념이나 결정기준은 법정지법인 우리 법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우리 법상 법률관계에 대한 처분권이 있는 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 외국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법률관계에 대한 처분권이 발생하는 근거가 매우 다양하고,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외국의 법제도가 적지 않으며, 절차법적 성격과 실체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적격의 결정에 있어서 적용되는 국가의 법에 관한 일률적인 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개별적 사안마다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본 글이 이러한 판단에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