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우리 형사소송법상 특별구제절차에는 재심과 비상상고가 규정되어 있다.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확정된 판결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를 말한다(제420조).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는 비상구체절차를 말한다(제441조).1)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제441조(비상상고이유)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
상소나 재심이 피고인 또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의 불이익을 구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에, 비상상고는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고,2) 피고인의 구제하려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3) 즉 비상상고는 법체계의 整合性을 유지하는 목적을 추구한다.4)
그런데 비상상고의 이유로서 ‘심판의 법령 위반’에는 확정판결에 이르게 된 재판의 내용의 법령위반은 물론 그 절차에 있어서의 법령위반을 포함한다. 즉 판결의 법령위반과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을 말한다.
이러한 재심과 비상상고는 특별구제절차로서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한 새로운 심리로서 교차되는 영역이 나타난다. 즉 재심의 사유인 동시에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 영역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이다. 구체적으로는 1)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법령위반의 오류가 발생한 경우에 이것도 법령위반으로 보아 검찰총장은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 가의 문제와 2) 법령위반으로 인하여 발생된 사실의 오인에 대해 비상상고는 물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가의 문제이다.
1)의 경우에는 현재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법령적용의 전제사실의 오인으로서 법령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비상상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특히 최근의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에 대해 대법원은5)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그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이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비상상고를 기각하였다.
2)의 경우에는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으로서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비상상고가 기각된다면 피고인은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가 있을 것인가?
1)과 2)의 문제는 모두 피고인의 구제의 폭을 넓히려고 하는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의 경우에 만약 비상상고를 인정한다면 재심이라는 힘들고 긴 여정- [재심의 청구-재심개시결정- 재심공판]-을6) 거치지 않더라도 검찰총장의 비상상고의 제기로서 피고인의 억울함을 신속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고 동시에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국가형사사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같이 재심 등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어려운 과거사 사건 등에 있어서는 그 판결의 잘못이 기록에 명확히 오류가 드러난 이상 전향적인 해석을 통해 논리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7) 그러나 법원이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에 관하여 그동안 견지해 온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확정판결의 확정력과 기판력에 토대를 둔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또한 비상상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헤아려 비상상고이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통일을 도모하려는 비상상고 제도 본래의 의의와 기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8) 따라서 실체적 진실발견의 재정립이라는 재심의 목적과 법령해석의 통일과 피고인 구제라는 비상상고의 목적이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라는 관점과 조화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사실의 오인에 기인하는 법령위반을 비상상고의 법령위반에 포함한다고 본다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재심의 청구와, 검찰총장을 통한 비상상고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 개인이 비상상고를 청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실오인에 의한 법령위반을 비상상고의 법령위반에 포함된다는 해석론과, 개인의 비상상고 청원절차라는 절차규정에 대한 입법론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다.
한편 2)에 대해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가 기각된 경우에 다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면 피고인의 진실을 향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며, 피고인의 구제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재심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영역이다.
Ⅱ. 재심과 비상상고의 차이점과 기능
재심과 비상상고는 확정재판에 존재하는 중대한 하자를 시정·구제하기 위한 특별소송절차인 점에서 양자는 동일하다.9) 그러나 위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재심과 비상상고는 그 사유와 절차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또한 재심은 독일,프랑스, 일본, 미국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지만, 비상상고는 대륙법계에서도 한국, 프랑스10), 일본 등에서만11) 인정하고 있다.
재심제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 정의를 위하여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12) 원칙적으로 재판의 확정력은 형사절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절차적 안정성의 이념과 더불어 더 이상 한 사건에 형사사법의 자원이 소모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송경제의 이념에도 이바지 한다.13) 그러나 정의감정에 비추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명백한 확정판결의 오류를 방치하는 것은 피고인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을 또한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명백한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형사사법에 있어서의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가 일정한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고 조정하는 제도가 바로 재심제도라고 할 수 있다.14)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인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는 당위성과 법적 안정성과 절차적 정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모두 안고 있는 제도이며, 따라서 이러한 허용성과 위험성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재심은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확정재판에 대한 구제신청제도인 상소와 다르고, 사실오인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법령위반을 이유로 검찰총장이 청구하는 비상상고와 다르다. 또한 재심은 그 효력이 피고인에게 직접적으로 미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 비상상고와 구별된다.
재심 제도와 마찬가지로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을 시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의 견지에서 그간 대법원은 인정요건을 매우 엄격히 해석해왔다. 비상상고 사건은 연간 사건 수 역시 통계에 별도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으며15) 이에 따라 관련 판례 역시 많지 않고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분야였던 것이 사실이다.16) 프랑스, 일본을17) 거친 비상상고제도의 도입경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비상상고제도의 주된 목적이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인지 또는 피고인의 구제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형사소송법이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또 다른 절차인 재심과는 달리, 비상상고의 이유를 심판의 법령위반에, 신청권자를 검찰총장에, 관할법원을 대법원에 각각 한정하여 인정하고(제441조),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도록 규정한 것도(제447조) 이러한 제도 본래의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여18)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19) 학계는 비상상고의 주된 목적은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이고 부수적으로 피고인의 구제기능을 수행한다는 견해와20) 피고인의 구제 역시 주된 목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나뉘어 있다. 전자는 현행법상의 비상상고제도가 프랑스법의 ‘법률의 이익을 위한 상고’에서 유래한다는 입장이며, 후자는 프랑스법의 ‘공익을 위한 상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21) 견해 차이에 따라 비상상고의 활용범위에 관한 해석론이 달라질 수 있다.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은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해석·판단하는 때에도 중요한 지침이 된다.22) 즉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이 주된 목적이라는 견해에 의하면 비상상고 제도의 엄격한 운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23)
생각건대 재심과 비상상고는 모두 형사소송법상 특별구제절차에 해당한다. 특별구제절차는 통상적인 일반 형사소송절차 즉, 항소와 상고, 항고 등의 상소제도를 모두 이용한 경우에라도, 피고인의 형사절차상의 구제를 위한 제도라는 의미이다. 비상상고(형사소송법 제441조)는 법문에서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언은 비상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한 것이며, 조문에서 비상상고의 목적을 직접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상상고의 목적은 해석론의 영역으로서 학설과 판례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비상상고의 목적에서 피고인의 구제는 비상상고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비상상고제도는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의 하나이므로 형사소송법의 이념의 관점에서 그 목적과 기능을 발견해야 한다고 본다. 형사소송법은 일반적으로 ‘실체적 진실발견, 적법절차의 원칙, 신속한 재판’을 그 이념으로 한다. 이 각 이념들은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24)이 각 이념들은 독자적 의미를 가지면서도 서로 보완하고 견제하면서 적절한 조화를 통해 전체 형사소송의 지도이념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신속한 재판의 이념만을 강조한다면 재심이나 비상상고제도는 가능한 한 엄격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발견의 원리를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재심과 비상상고는 더 확대하여 해석하고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양 이념사이를 중개하는 것이 적법절차의 원칙이라고 본다. 즉 신속한 재판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원칙 또한 적법절차의 범위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재심과 비상상고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재심은 신속한 재판의 관점에서는 억제되어야 하지만, 실체적 진실발견의 관점에서 확대되어야 한다. 비상상고 역시 신속한 재판의 관점에서는 억제되어야 하지만, 적법절차의 관점에서는 확대되어야 한다. 형사소송절차는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을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이념 상호간의 관계의 지향점은 피고인의 구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절차는 적극적으로 본다면 범죄의 혐의가 있는 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유죄판결을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증거에 기초하여 피고인에게 유죄 또는 무죄의 선고를 통하여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또한 형사소송절차는 각 단계에서 억울한 자를 배제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수사단계에서의 각종의 절차들-예컨대 영장주의, 구속의 기간 등-, 공소제기단계의 절차들-예컨대 공소장일본주의-, 공판단계의 절차들- 예컨대 증거재판주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상소제도- 등을 통해 억울한 자를 절차에서 배제시켜 자유를 회복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즉 형사사법시스템은 한편으로는 죄있는 자에 대해 형벌권을 실현하는 과정이지만(유죄자필벌), 다른 한편으로는 죄없는 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과정으로부터 배제하는 역할(무죄자불벌)을 하는 것이다. 특히 상소제도와 특별구제절차는 더욱더 피고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절차로서25) 피고인 구제를 본질적인 기능으로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형사보상은 피고인의 구제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고 한다)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은 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실질적 명예회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형사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형사보상청구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26) 형사보상법 제2조 제1항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 절차 또는 재심이나 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하였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국가에 대하여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재심 뿐만 아니라 비상상고도 피고인에게 형사보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따라서 재심과 마찬가지로 비상상고 역시 피고인의 구제라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기능에 근거해서 비상상고와 재심의 교차영역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Ⅲ. 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과 비상상고
비상상고는 원판결의 법령위반을 이유로 한다. 따라서 사실오인 그 자체는 비상상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27) 문제는 사실오인의 결과로 법령위반의 오류가 발생한 경우에 이것을 법령위반으로 보아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 가에 있다. 예컨대 모욕죄에 해당하고 고소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327조를 적용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일반명예훼손(형법 제307조 1항)의 사실로 오인하여 형법 제301조를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경우에, 피고인은 법령위반을 이유로 비상상고를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논의는 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도 법령위반의 범주에 포섭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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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극설29) : 비상상고는 피고인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재심과 달리 법령해석의 통일을 목적으로 한다는 입장에서, 실체법적 사실인가 소송법적 사실인가를 불문하고 법령위반이 사실오인으로 인한 때에는 비상상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대법원도30)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그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이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소극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극설은 만일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었다면 법령위반의 오류도 없었을 것이므로 비상상고로 구제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논거를 제시한다. 이 견해는 사실오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령적용의 위법은 재심제도로도 충분히 시정할 수 있다고 본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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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적극설32) : 비상상고는 법령해석의 통일, 법령적용의 통일 뿐만 아니라 위법의 선언에 의해 장래에 향해 경고의 의미 및 피고인의 구제의 기능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법령위반의 전제가 된 사실오인이 소송법적 사실인 경우는 물론 실체법적 사실인 때에도 모두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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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충설33) : 소송법적 사실로 인한 법령위반과 실체법적 사실로 인한 법령위반을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비상상고를 허용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허용하지 않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실체법적 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의해서 인정되는 것으로서, 실체법적 사실이 확정된 경우에는 비상상고에 있어서도 원법원의 판단에 구속되지만,34) 소송법적 사실은 실체법적 사실과 달리 판결이유에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법령위반이 사실오인에 기인하는가 또는 해석적용의 오류에서 발생하는 가를 구별하기가 곤란하다는 점, 소송법적 사실의 오인으로 인하여 법령위반이 초래된 사항을 비상상고의 판결을 통해 지적하는 것은 하급심법원의 장래심판에 대한 경고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 형사소송법 제444조 제2항이 법원의 관할, 공소의 수리와 소송절차에 관하여 사실조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35)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친고죄의 고소나 고소취소에 관한 사실의 오인, 이중기소사실의 오인, 피고인의 사망사실의 오인 등은 소송법적 사실의 오인으로서 비상상고의 이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법원은36) 최근 소위 형제복지원 비상상고사건을37) 기각하여 다시 한번 비상상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즉 2018. 11. 21. 검찰총장은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근거하여 민간인들을 부랑인으로 규정, 감금하여 가혹행위 등을 저지르고도 그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이 선고, 확정된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의 관련자에 대하여 비상상고를 신청하였다. 이 사건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 관계인에 대한 비상상고를 통한 시정을 요구한 최초 사례였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비상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서처럼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사실문제이며, 비상상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38) 즉 동 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형법상 정당행위 이론의 적용에 따른 무죄 판결은 형법 제20조의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훈령-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불과하여 결국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39)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그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이 비상상고의 대상사건은 법령적용의 위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법령적용의 전제사실의 오인이므로 비상상고의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내무부 훈령의 존재는 형법 제20조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 적용의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내무부 훈령의 위헌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실 문제의 판단이며, 이처럼 훈령의 위헌 무효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전제되는 사실문제의 잘못된 판단이며, 이로인해 형법 제20조라는 법령을 잘못 적용한 경우는 비상상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40)41)
이에 대해 대부분의 견해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사건은 이미 위헌·무효인 법령을 잘못 적용한 것이며, 사실관계의 오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42) 즉 내무부 훈령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조항을 통하여 당해 사건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며, 위헌임이 명백한 법령을 법원이 합헌으로 해석하고 이를 적용하여 판단한 경우는 결국은 법률문제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43)
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이 비상상고의 이유가 되는 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비상상고의 목적 내지 기능을 무엇으로 보는가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만약 비상상고의 목적이 주로 법령의 해석 및 적용의 통일에 있다고 보는 경우에는 소극설의 입장이 타당하며,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에 가치우위를 두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상상고는 법령의 해석 및 적용의 통일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구제에도 있다고 보아야 하고, 법적 안정성과 동시에 구체적 타당성도 비상상고의 이념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실오인이 소송법적 사실인 경우뿐만 아니라 실체법적 사실인 경우에도 사실조사에 의하여 그 사실이 용이하게 밝혀질 수 있는 경우에는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법원은 형제복지원사건에 대한 비상상고에서 ‘전제사실의 오인’으로 인한 절차 위반의 경우를 법령위반으로 포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오인으로 인한 판결의 오류는 전적으로 국가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즉 법적 논증의 과정에 있어서 재판부의 사실 오인은 전체적으로 볼 때 형사소송절차의 위반으로 법령위반으로 포섭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사법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결과를 시민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다. 특히 확정된 판결이 법령에 위반하는 경우 그 법령위반으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구제의 필요성이 높아진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이념에도 부합하는 점,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제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법령 오류로 인한 피고인의 불이익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점, 형사소송법 제441조는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이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을 제외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확정된 판결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 명백함에도 이를 방치함으로서 생기는 실체적 진실발견 및 사법정의 실현의 장애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불이익 구제를 위한 비상상고는 보다 넓게 운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재심사유의 엄격한 제한으로 인하여 재심제도가 피고인에 대한 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비상상고의 피고인 구제기능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44)45)
한편 이에 대하여 확정판결의 법령위반 사항이 피고인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반드시 비상상고를 신청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의 해석상으로는 무리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재심과 비상상고가 교차하는 영역- 구체적으로는 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의 경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의 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즉 일단 피고인의 요구를 접수한 후에 그 청구의 여부는 검찰총장의 재량으로 하더라도 일단 피고인에게 재심이전에 비상상고라는 또 하나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상상고는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기한다는 목적과 더불어,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를 위한 확정 판결 후 구제수단으로서 기능도 인정된다는 점에서 보면, 전제사실이 소송법적 사실인 경우 및 실체법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이 기록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상상고를 인정하여 비상상고의 대상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46)
Ⅳ. 소송절차의 위법과 재심
소송절차상의 법령위반은 비상상고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비상상고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상고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재심에서 절차의 위법을 다투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도 있다.47) 소송절차의 법령위반- 증거능력 판단의 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 으로 비상상고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된 경우에 법령위반의 결과인 사실오인을 이유로 당사자인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한가? 이러한 문제의 제기는 구제에 있어서 흠결을 보완하고자 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절차의 위법을 어떻게 이론 구성하는가에 있다. 재심 사유로서의 신증거에 의해 증명될 수 있는 사실은 반드시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사실에 한정되지 않고, 증거능력 , 증명력에 관한 사실도 포함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48) 또한 이러한 경우에 특히 문제로 되는 것은 소송법적 사실, 특히 증거능력의 유무를 좌우할 정도의 법령위반의 오류가 구성요건사실 등의 범죄 사실의 인정 오류에 연결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 증거로 인해 범죄사실의 인정으로 연결된 경우이다. 즉 증거능력의 인정에 있어서 법령위반이 있었고, 그 결과 잘못된 범죄사실의 인정으로 유죄가 선고된 경우에, 이 사유는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것인가? 증거능력에 대한 법적 규제를 알지 못하는 대륙법계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미법의 증거법칙을 수용한 - 자백법칙과 전문법칙에 관하여 엄격한 규정이 존재하는 - 현행법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건대 진술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법령위반으로 인한 사실인정의 오류는 재심의 문제로 다룰 수 있다고 본다. 절차상의 사실 오인에 따라서 듀프로세스(적법절차)의 위반이 야기되고, 그 때문에 실체심리에 대한 사실오인도 야기된 경우에는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해석할 수 있다. 재심도 역시 형사소송절차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오인을 야기시킨 원판결의 중대한 법령위반을 재심단계에서도 검토하는 노력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Ⅴ. 결론
재심제도는 기존의 확정판결에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에 이를 시정하여 피고인을 구제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비상상고는 기존의 확정판결에서의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고, 피고인을 구제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이때 재심과 비상상고의 교차영역에 위치하는 쟁점인 1)‘사실오인으로 인한 법령위반’의 경우에는 재심은 물론 비상상고를 통해 원판결을 시정할 수는 없을 까? 2) 소송법적 법령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에 대해서도 비상상고는 물론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것이 이 연구의 내용이다. 이 문제는 재심과 비상상고의 목적과 한계와 관련한 문제이며, 사실오인 그 자체이든 사실오인을 이유로 하는 법령위반이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는 시정절차를 두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이념에도 적합하다고 본다.
법적 논증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실관계를 전제로 법령을 적용하여 법적 결론을 도출한다. 일반적인 상고사건의 경우도, 예를 들어 살인죄로 공소제기된 경우에, 과실치사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이 고의살인범이 아닌데도 법관이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하여 잘못된 법리와 법령을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할 것이다. 즉 법리나 법령의 잘못된 해석 및 적용을 문제 삼는 것이지만, 그러한 잘못된 법리나 법령의 해석 및 적용은 잘못된 사실판단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문제와 법률문제의 엄격한 구분은 쉽지 않으며 서로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재심과 비상상고가 교차하는 영역에서 실체적 진실발견과 절차적 정의를 조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석론은 사실오인의 원인을 국가기관-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제공하였고 그 결과로 법령위반이 초래된 경우에는 재심은 물론 비상상고를 통한 피고인 구제의 방법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소송법적 법령위반- 예컨대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지 않은 법령위반- 으로 유죄의 사실로 오인된 경우에는 비상상고는 물론 재심을 통한 피고인의 구제도 허용되는 것이 형사소송의 이념의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론은 재심과 비상상고가 정의의 회복은 물론 피고인 구제라는 공통의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문제로 된 절차에서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에 대한 재심 또는 비상상고를 통한 유죄의 인정은 독일과 같이 불이익재심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다.49)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은 억울한 피고인의 구제라는 대원칙하에서 재심과 비상상고가 운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형사소송법상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이익재심의 원칙, 원 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다시 재판한다는 비상상고의 규정(형소법 제446조 1호 단서)은 역사적 반성의 결과가 반드시 법적 반성의 결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 영역에서의 비난과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영역에서의 비난이 항상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난의 방향과 대상이 항상 같아야 한다면,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규범적 판단과 법감정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순수히 법관의 자유심증에 근거하여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른 재판이 아니라 여론에 의한 재판으로 종결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과 다름 없다. 법관의 법적 판단은 모든 진실을 완벽하게 밝혀내는 ‘흠결 없는 판단’이 아니라, 법관의 자유심증의 결과로서 ‘인간’의 판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