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우리나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증가하여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1) 이러한 인구감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2)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2022년을 기준으로 귀농·귀촌 인구는 전체 51만 5천여 명으로, 가구 단위로 환산하면, 37만 7천여 가구로 통계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면, 이들 중 30대 이하 인구가 23만 5천여 명이라는 것인데, 규모로만 보면 다른 세대와 비교해 볼 때 그 규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을에서 청년이 주축이 돼 ‘청년 마을 사업’ 등과 같은 귀촌 청년 커뮤니티(Community)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3) 이러한 청년들의 유입과 활동이 현재 농촌의 인구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여전히 부족하지만, 최근 귀농·귀촌의 주된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보기에는 충분하다. 이처럼 현재 농촌은 ‘인구문제로 인한 지방소멸’이라는 고질적인 악재가 있는 한편, 맹아(萌芽)적 수준이긴 하지만 청년인구를 중심으로 한 귀농·귀촌 인구의 유입이라는 호재도 공존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을 정비·재생하여 농어촌에 인구 유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국민의 생존과도 연결되는 국가 근간 사업인 농업을 발전하게 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농어촌발전을 위해 ‘번화가·중심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기존의 농어촌 개념을 자연과 사람 인간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매력적인 공간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여 관련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4) 한편, 농어촌지역에서의 무질서한 난개발로 주변 경관과 정주(定住) 여건이 훼손되어 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도시처럼 농어촌도 체계적인 공간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농어촌의 공간 개념에 대한 전환과 농어촌 정비 및 재생을 위해 법 제도를 어떠한 측면에서 정비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농어촌공간계획에 대해 알아본 후 그 입법적 개정방안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농어촌개발의 법적 근거와 관련 사업 현황
헌법 제123조 제1항과 2항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또한,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조항을 살펴보면, 첫째로, 헌법 제123조 제1항의 취지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수혜업종인 농협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지원책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농·어촌종합개발을 통한 국가적 지원이나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어업인 등의 복지증진, 농어촌의 교육여건 개선 및 농어촌의 종합적·체계적인 개발 촉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농어업인 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5) 둘째로, 헌법 제123조 제2항에서 (국토에 관하여)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헌법은 국가의 지역경제육성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육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지역정책은 농·어촌의 이주 현상과 대도시에로의 지나친 인구집중을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있는 인구 분산을 이루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성장과 안정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균형있는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정책적 목표를 촉진토록 하는 데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6) 결국 현행 헌법 제123조는 농수산업정책, 지역적 경제 촉진과 중소기업정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지역 간의 경제적 차이를 조정하고, 국민경제적 이유에서 일정 경제 부문이 변화한 시장 조건에 적응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거나 또는 경쟁에서의 상이한 조건을 수정하기 위하여,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이나 일정 경제부문을 지원할 국가의 과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보조금이나 세제상의 혜택 등을 통하여 시장의 형성과정에 지역적으로 또는 경제 부문별로 관여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이 국가의 지원 조치에 따라 조정된 새로운 기초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 제123조의 목적임을 천명한 것이라 하겠다.7)
한편 농어촌 공간계획은 축사로 인한 악취와 태양광, 공장 등 농지의 난개발로 인한 자연경관 훼손에 대응하는 데도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35조에서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먼저,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라 함은 크게 공해배제청구권과 생활환경보전청구권이 있다. 공해배제청구권은 환경오염이나 피해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8) 그리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행위를 규제해줄 것을 국가에 요구하는 것을 포함한다.9) 또한 생활환경보전청구권은‘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에게 환경 급부적인 생존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여기에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뿐 아니라 도로·교량·등산로(사회적 시설) 등 인공환경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보전하는 것까지고 포함된다.10) 관련 판례도 이러한 자연환경과 사회적 시설을 포함한 인한 인공환경 외에도 교육환경까지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11) 또한, 헌법 제35조 제2항과 관련하여 환경권에 관련한 행사와 내용은 법률에서 규정한다고 하고 있고, 농어촌개발 사업 중에 농어촌정비법상 생활환경정비사업 및 농어촌마을정비사업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 비추어 볼 때, 농어촌 관련 법률상 개발사업과 공간계획은 직·간접적으로든 헌법상 환경권 보장과도 충분히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농지(農地)’의 상위개념인 ‘국토(國土)’에 대하여 헌법 제122조에서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의 필요성은 국토가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12) 따라서 이 또한 농어촌공간계획 관련 헌법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농어촌개발에 관하여, 헌법상 근거 외에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하여 법규범 및 제도적 측면에서의 검토를 위해 다양한 기준으로 논해볼 필요가 있는바, 농어촌 공간을 ‘국토 공간의 일부’라는 전제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국토계획 등을 포함한 국토와 관련한 법적 근거로는 「국토기본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이하 국토계획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있다. 그리고 농어촌 지역개발과 관련한 사업과 계획에 관하여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농어촌정비법」,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촌융합산업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하 농어업인삶의질법)」 등이 있다. 이러한 법률들은 농어촌개발 각 분야에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데, 국토개발 및 도시 분야에서는 「국토기본법」·「국토계획법」·「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개발지원법)」, 지방재정 분야에서는 「국가균형발전법」, 농업분야에서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어업인삶의질법」·「농어촌정비법」·「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농촌융합산업법」 등의 법률을 개별 법분야에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분야 | 관련 법 조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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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개발(헌법) | 헌법 제35조, 제122조, 제123조 제1항 및 제2항 |
국토개발과 도시 | 국토기본법 제3조, 제16조, 제17조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14) (농촌개발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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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 |
지방정부 |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34조, 제35조 |
농업 |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48조, 제54조 |
농어업인삶의질법 제38조 | |
농어촌정비법 제3장, 제7장 | |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 내지 제10조 | |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장 | |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
위에서 언급한 농어촌 관련 법률들을 다시 공간적인 역할과 법률에서 담고 있는 지원내용을 참고하여 재분류해 보면, 공간적인 측면에서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경우는 「국토기본법」, 「국토계획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으로 분류가 되고, 농어촌지역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농어업인삶의질법)」, 「농어촌정비법」, 「농촌융합산업법」,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15) 또한, 각 사업을 기초인프라 구축, 소득개선, 주거환경개선, 운영관리 등의 사업부문 측면에서도 검토해보면, 농촌개발 및 정비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주된 법률로는 「농어촌정비법」, 「농어업인삶의질법」, 「농업식품기본법」 정도라고 할 수 있다.
Ⅲ. 우리나라 농어촌공간계획의 문제점
농어촌은 도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심이나 번화가에서 벗어난 형태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농어촌에 대한 법적 정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의 제5호에 따른 읍·면 지역과 그 지역의 농어업, 농어업 관련 산업, 농어업인구 및 생활여건 등을 고려하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협의하여 고시하는 지역을 말한다.17) 동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농어촌은 뒤에서 언급할 농어촌공간계획의 대상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농어촌이 직면한 문제는 도시와 할 때, 개발 수준 격차가 큰 저개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저개발의 개념은 단순히 개발의 수준이 낮은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개발했던 시설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낙후된 것을 포함한다. 저개발의 예로 가장 문제가 되는 빈집 문제인데 인구가 줄어들면서 방치되어있는 시골 폐가가 늘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빈집들은 주인이 있는 경우들이 많아 이를 임의로 훼손 및 철거할 수도 없어 그대로 방치되어 농어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빈집을 철거하기 전에 빈집에 대한 건축물대장을 말소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처럼 소유권자에 대한 사항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말소 절차를 진행하고, 실제로 빈집을 철거한다면, 헌법상 재산권 침해뿐만 아니라 민법상 소유권 분쟁 소지도 다분하다. 최근 2020년에 농어촌정비법의 개정에 따라 동법 제65조 내지 제65조의5에 따라 붕괴위험, 위생상 유해 등으로 인한 빈집(이하 특정 빈집)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특정 빈집이 아닌 경우에는 전처럼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철거하거나 자연적으로 허물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모든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다음으로 농어촌에서 나타나는 무분별한 난개발 문제이다. 거주지로서 경쟁력이 있는 일부 농어촌지역도 난개발로 인해 공장 등 무분별한 입지로 인해, 정주환경이 악화되었다.18) 또한, 일부 농어촌에 있는 관리지역은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으로 공장, 축사, 위험물 시설 등이 관리되지 않고 주거지 인근에 세워지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과는 전혀 무관하게 주먹구구식 또는 마구잡이식 개발사업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19) 농어촌 공간에서 난개발에 있어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요소인 축사의 경우 전체 축사의 93.2%가 농촌지역에 위치하고, 최근 5년 동안(2015-2019년) 신규 축사의 94.8%가 농촌에 들어선다. 축사는 관리지역(65.1%)와 농림지역(18.5%)에 대부분 위치하며, 특히 먼 지역에 신규 축사의 76.8%가 집중되고 있다. 전체 축사 중 47.9%, 최근 5년 내 신규 축사 중 36.5%가 환경부 이격거리 권고안을 충족하지 못하고, 주거 근처에 위치하여 악취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20)21) 특히 축사의 경우에는 농지법 제2조 제2조(정의) 제1호 나목에 따라 농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도에 농지전용허가가 필요하지 않다.22) 물론 국토계획법이나 건축법에서 정한 기준을 지켜야겠지만, 바꾸어 말하면, 축사도 위법이 아닌 적법한 건물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철거 및 재배치하는 과정에서도 헌법상 제23조의 재산권 침해 문제와 동법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에 관한 사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난개발의 다른 예로 공장도 2019년 기준으로 약 19만 개소가 도시(52%)와 농촌(48%)에 비슷한 비율로 분포하나, 농촌지역의 9만 2천여개 공장의 80%가 개별입지 등장에 해당한다. 최근 5년 동안 농촌지역의 개별입지 공장 비중은 71%에 달한다. 개별입지 공장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법률에 따른 설치 허가와 배출량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농촌은 주거지 인근에 입지하여 농촌의 주거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23)
농어촌공간계획은 농어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농업, 농산업 등 다양한 경제발전 계획과 주민의 안전, 보건, 복지, 환경, 경관, 문화 등 사회적 계획,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토지이용계획을 포함한 종합공간관리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24) 즉, 농어촌 공간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관점에서 공간 구조와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이다.25) 이는 농어촌 공간을 질서있게 활용하기 위하여, 농어촌 공간에 농어촌마을보호지구, 축산지구, 산업지구와 같은 농어촌특화지구를 설정할 수 있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공간계획을 시행해왔지만, 농어촌은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농어촌 공간에 난개발이 발생하게 되어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고, 일손 부족 등 인구감소 문제로 소멸의 위기에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미관을 훼손하는 빈집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난개발·저개발이 공존하고 있는 농어촌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농어촌공간계획이 필요하다. 농어촌공간계획이 시행되면 농어촌에 다음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유해시설을 농어촌의 거주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거주 공간에는 교육·의료 등의 복지서비스가 집중된다. 또한 농어촌에 소득원이 될 수 있는 축산·융복합산업 등을 집적화하여 농어촌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국민이 농어촌을 하나의 쉼터로써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농어촌공간계획법이 2024년부터 시행이 되면 법률에 따른 새로운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다. 그러나 농어촌공간계획은 그 특성상 주민들이 참여하여 내가 사는 곳을 스스로 계획한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농어촌공간계획의 대상이 되는 시군은 주민들의 합의한 계획이 수립된 시·군을 대상으로 하고, 이에 대한 정부가 ‘농어촌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상향식 형태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농어촌 (개발)계획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행정계획이란 행정청이 장래에 일정시기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위하여 필요한 여러 가지 수단들을 조정·통합하여 작용 또는 그 결과로 설정된 활동기준으로 정의될 수 있다.26) 여기서 행정계획의 핵심은 행정 목표의 설정과 수단의 조정과 종합화라 할 것이다.27) 행정계획의 예로는 도시관리계획, 경제개발계획, 환경계획 등이 있는데, 농어촌계획 또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라는 행정주체가 각종 농어촌사업계획을 조정·통합을 통해 농어촌의 저개발과 난개발 문제에 대응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함으로써 농어촌 공간을 재생 및 재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 또한 행정계획의 일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행정계획은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먼저, 계획 대상의 종합성 또는 개별성에 따른 분류로 종합계획과 전문계획이 있다. 종합계획은 종합적·전반적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이다. 국토종합계획 등 일종의 전략적 계획이 그 예에 속한다. 이에 대하여 전문계획은 종합계획의 구체적인 실현 또는 각 행정 부분의 특정한 사업 및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을 말하며, 이를 특정계획 또는 전술적 계획이라고도 한다. 지구단위계획·도로정비계획·특정지역개발계획 등이 이에 속한다.28) 또한, 계획의 기간에 따라 장기계획·중기계획·연도별 계획으로 구분된다. 정부의 기획 및 심사분석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장기계획은 6년 이상의 기간, 중기계획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으로 책정된다. 산림기본계획(10년)은 장기계획의 예이고 도시·군기본계획(5년)은 중기계획의 예이며, 도시·군관리계획의 연차별집행계획은 연도별계획의 예이다.29) 그런데 기존 농어촌계획들은 종합계획이라기보다는 개별사업계획의 성격이 강하다. 종합계획인 정부 단계의 농어촌계획이 5년 단위 사업인데다 농어촌의 미래상 예측이나 공간구조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고, 단기적인 산업 육성책이나 개별 농어촌 개발사업 수준에 그칠 뿐이었다. 그동안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개발계획으로 통합하는 등 간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계획별 연계성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각 단계별 농어촌계획에 대한 간소화와 계획기간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다음으로, 행정계획은 계획의 규율 대상이 지역적 의미를 갖느냐에 따라 지역계획과 비지역 계획으로 구별된다. 여기서 국토종합계획, 도시·군 관리계획 및 도시재개발 기본계획 등은 지역계획의 예에 속하며, 장기계획, 인력계획, 교육계획 및 사회계획 등은 비지역계획의 예이다. 지역계획은 다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계획, 일정한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계획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토기본법에 의한 국토종합계획은 전국계획에 해당하며, 수도권발전계획 및 특정지역개발계획은 지역계획에 해당한다.31) 또한, 다른 계획의 기준이 되는 계획인가의 여부 따라 상위계획과 하위계획으로 구별된다. 국토종합계획은 다른 법령에 의한 모든 건설계획의 기준이 되는 상위계획이다.32) 또한, 도시·군 기본계획은 광역도시계획과의 관계에서 하위계획에 해당한다.33) 또한, 도시·군 기본계획의 하위계획은 도시·군 관리계획이며,34) 도시·군 관리계획은 지구단위계획의 기준이 된다.35) 농림축산부의 지역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 수립지침(2014)에 따르면,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군 기본계획 및 관리계획과 기초생활권 발전계획을 참고하여 기존의 계획과 상충하지 않도록 하며 시·군의 농업·농촌 분야 기본계획으로 수립하여 기존 계획에 참조, 보완되도록 계획의 위상을 정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법적 근거는 부족한 상태이다. 농어촌계획과 도시계획의 체계에 대해서는 아래의 표를 참고하도록 한다.
한편, 농어촌 공간계획은 주민들이 합의한 사안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므로, 기존의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 또는 규제하는 행정계획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다만, 시·군 내에서도 농어촌과 도시는 별개의 계획으로 따로 사업이 진행되고 연계되거나 협력해서 종합적인 지역으로 계획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도시·군 관리계획에서 취락지구 중 자연취락지구를 지정할 수 있지만 지정기준과 추후 정비나 관리를 할 수 있는 수단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지침상의 형태로만 존재하고 있어 사실상 입법적 공백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어촌공간계획이 단순히 계획단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농촌을 재생하여 국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미흡한 법적 근거를 정비하고, 국토계획 및 각 농어촌 계획과 관계를 재정립하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의 정비가 사업비용 측면을 검토하기에 앞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는 농어촌계획과 도시계획 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현행 국토계획법 제4조에서는 국가계획과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군계획 간의 관계가 규정되어 있는데, 특히 동법 동조 제2항과 제3항에서는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군계획은 국가계획에 부합해야 하고, 그 계획의 내용이 다를 때에는 국가계획이 우선하며, 도시·군계획은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광역도시계획에 부합해야 하고, 그 내용이 다를 때는 광역도시계획이 우선한다.”고 하여, 각 계획별로 관계와 위계가 규정되어 있다.37) 또한 농어촌계획과 관련하여 현행 법령상 「농어촌정비법」 제53조에서는 “국토종합계획, 도시·군 기본계획, 국가환경종합계획 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 제23조에 따르면 농어촌용수 이용 합리화 계획을 세울 때는 국토계획을 기본으로 하되,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농촌개발과 관련한 사업에 대한 기본이 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제5조에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에 관하여만 규정할 뿐, 각 농촌계획 간의 관계에 관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38) 이처럼 농어촌계획은 농어촌생활환경정비 기본방침과 농어촌용수이용 기본계획에 관해서만 국토계획과의 관계를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할 뿐 다른 계획에서는 도시계획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분명한 상태이다.
「국토계획법」상 인구 10만 명 이하 시·군은 지자체 차원에서의 최상위 공간계획인 시·군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인구 규모가 작은 농어촌 시·군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 공간계획 수립의 근거가 부재한 실정이고, 현재 시·군에서 수립되는 기본계획 역시 도시지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농촌 공간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39) 현재 그나마 「농업·농촌 기본법」,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농어촌정비법」, 「농어촌마을 리모델링 특별법」, 「농지법」 등의 법률에 따라 존재하는 농어업·농어촌 정비 관련 계획의 경우, 종합계획 성격의 계획일지라도 5년 단위의 사업계획이며, 농촌의 미래 변화에 대한 예측이나, 농어촌공간구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단기적인 사업육성책이나 개별농촌개발사업 수준 정도이다.40) 또한, 농발계획에서 공간발전 구상과 관련하여 중심지 설정, 하위생활권 설정에 관한 사항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군 농발계획 수립사례에서는 시·군 공간발전 구상도가 없거나 단위 사업의 위치를 제시한 데 불과하다.41) 무엇보다, 「국토계획법」상 종합계획은 중앙정부가 주체로 한 10~20년 단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장기계획이 있으나 농어촌공간계획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와 그에 해당하는 수준의 종합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농어촌 관련 계획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법률 상호 간의 체계 문제라 할 수 있는바, 각 농어촌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 농어촌계획 간의 상호 위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우선, 「농어업인삶의질법」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농어촌계획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농어업인삶의질법 제5조에 따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있으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제14조에 따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하 농발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농발계획은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농촌의 균형이 있는 개발·보전 및 식품산업을 포함한 농업 관련 산업의 육성에 대한 종합계획적 성격을 갖는 반면, 삶의 질 계획은 농어업인의 복지, 교육, 생활환경, 자연환경 및 경관, 거점지역육성 등 부문별 계획의 성격을 갖고 있다.42) 이처럼 계획의 성격만을 놓고 본다면, 계획 수립권자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농발계획이 상위계획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삶의 질 계획’은 심의권자가 국무총리이므로, 삶의 질 계획이 종합계획적 성격이 아님에도 상위계획으로 볼 여지도 크다. 즉, 계획수립 및 심의에 대한 행정주체가 같은 중앙정부기관이라 하더라도 기관 간의 위계로 인하여 계획상 위계에 혼동이 올 수 있다. 이처럼 계획 간 위계에 대한 오해가 소지가 있음에도 두 계획 간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규정도 없는 실정이고 그로 인해 각 농어촌계획 상호 간의 연계성도 매우 부족하다. 일단 국토계획법상의 공간계획과 연관성이 없고, 농발계획의 범위는 시·군·구 단위로 그 지역에 사업 범위가 한정되는 데다가, 각 지역 간의 연계를 위한 근거도 부족하고, 실무상으로도 사업들을 서로 연계하고, 각 사업간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부처 간 합의 체계 또한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한편, 중앙정부는 전국단위로 관련 정책 방향과 추진과제에 대해 종합계획이나 기본계획을 설립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고,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시·도 및 시군의 정책 방향을 유도하는 기능을 갖는다. 또한 시· 도는 관할시·군내의 정책 집행을 조율하고, 이를 승인하는 역할이 일반적이며, 시·군은 시·도의 관할 아래 구체적인 사업을 수행한다. 농어촌계획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루어질 것인데, 농어촌계획의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43) 바꾸어 말하자면, 농어촌계획은 해당 농어촌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가 우선 수립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해당 지방의 특색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가 일괄 직접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가 사무와 지방 고유사무 간의 업무분장이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농어촌지역 종합개발계획은 형식상 중앙정부가 작성해야 할 계획이라고 할 것이나, 실질적으로 그 내용상 주거환경개선, 생활기반시설확충, 정보이용시설 및 문화복지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과 같은 지자체에서 계획 및 집행해야 할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농어촌용수 이용합리화계획은 형식상 농어촌용수 그 자체는 ‘물 관련 산업’으로 국가 사무에 해당한다고 하겠으나, 실제 사업상 내용을 살펴보면, 농어촌용수의 수요와 개발, 이용 및 배분에 관한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즉, 사업비 기본설계도서, 사업비 수입·지출 예산서, 용수개발사업비 명세와 관련하여서는 지자체에서 계획 및 집행하는 용수개발계획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기본계획은 사업별 기본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추정사업비를 산출에 대한 사항은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시·군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농어촌마을정비종합계획은 내용상 농어촌마을 정비사업의 추진을 위한 계획이므로, 시·군에서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데 국가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각 계획에 관하여 수립 권한을 가지고 있다.44) 이처럼 지자체에서 담당해야 할 사무에 대한 사항까지 중앙정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농촌계획을 일괄 수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농어촌공간계획은 농어촌의 저개발뿐만 아니라 난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공간을 재배치하여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이른바, ‘농어촌다움’을 회복하는 데 있다. 따라서 농어촌 공간에 대한 용도구역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은 토지의 이용 및 건축물의 용도·건폐율·용적률·높이 등을 제한함으로써 토지를 경제적·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서로 중복되지 아니하게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지역을 말한다.45) 용도지역제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토지이용을 통제하는 제도이고, 토지를 각 구역별로 개별지역을 구획하고, 그 구획지역에 대한 용도를 규제받는데46) 그 특성에서 나타나는 장, 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으로는 도시를 여러 지역으로 구분하여 각 지역별로 각기 다른 용도 및 규모 등을 부여함으로써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이용을 차별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거와 공장을 지역별로 분리하여, 개별지역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적절한 토지이용 형태를 추구할 수 있다.47) 그러나 용도지역제는 토지와 도로 자체는 이미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여 규제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계획된 도시의 경우 이미 정비된 도로 안의 구역을 세밀하게 규제함으로써 건설이 가능지만, 토지의 형태 및 규모가 제각각이고 정비되지 않은 자연발생 도시라면 세밀한 규제만으로는 공간을 정비하기 어렵다.48) 즉 용도지역제는 그 제도적 특성상 허용되는 용도를 사전에 정하여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특수한 용도 또는 사회발전에 부응한 새로운 용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토지이용에는 다양한 용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용도도 나타나게 되는데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도시계획제도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그 경직성으로 인하여 새로운 용도 및 공동체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49) 이러한 용도지역제의 문제점은 현행 용도지역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농어촌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림지역·관리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에 대해 농촌 공간과 관련하여 세분화한 관리체계가 미흡하다. 특히, 농어촌 토지에 대한 개발과 보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고,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은 도시지역은 조밀한 관리체계를 지닌 것에 비해 넓은 면적을 지니는 농어촌 내 용도지역은 치밀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은 미개발지 또는 도시·산업개발을 위한 '빈터'로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 농촌에서 개발 성격이 강한 관리지역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50)
다음으로 국토계획법상 용도지구는 토지의 이용 및 건축물에 대한 용도지역의 제한을 강화하거나 완화하여 용도지역의 기능 등을 증진하기 위해 도시·군 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지역을 말한다.51) 용도지구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국토계획법상 특정용도제한지구나 경관지구 등 농촌지역에 적용이 가능한 용도지구 등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주거와 공장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 주변에 공장 입지를 제한하는 특정용도제한지구를 지정한 경우나 마을 내 문화 및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경관지구 등을 지정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농어촌의 특성을 반영한 농산업 지구, 축산지구 등의 용도지구를 지정할 법률적인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52) 물론 현행법상 시·도 조례를 통해 용도지구를 신설할 수 있으나, 기존의 용도지구를 강화하는 측면의 지구 지정만 가능하고, 완화하는 성격의 지구는 신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조례로 새로운 용도지구를 신설한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국토계획법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분할, 녹지지역·관리지역 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에 1개월 이상 쌓아놓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53) 개발행위허가 규모는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및 환경보전지역 등 용도지역마다 적게는 5,000㎡에서 많게는 3만㎡까지 차이가 있다.54) 또한, 행위허가기준은 분야별·개별행위별·용도지역별로 검토사항을 구분하고 있다.55) 2003년 개발행위허가제도가 비도시지역까지 확대된 이후 허가 건수 및 면적은 최근까지 10만 건 이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56) 또한, 2014년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으로 준주거지역·준공업지역·상업지역 및 계획관리지역에 대한 입지규제가 허용시설을 열거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제한시설을 열거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법령이나 조례에 열거되지 않는 시설의 입지가 원칙적으로 농어촌에서의 개발행위는 더욱 용이하게 되었다.57)
그런데 현행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제는 기반 시설의 적정성, 미관훼손의 최소화,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운 개발 등 기준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어 명확한 개발행위허가 여부 판단이 사실상 어렵다. 또한, 농어촌에서 개발행위허가제도의 적용 범위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농지에서 비닐하우스 등의 영농시설물은 별다른 개발행위허가 필요 없이 설치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한 난개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도 인허가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절차와 비용 부담만 가중한다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인적 구성 역시 대부분 농어촌 비거주자로 구성되어 농어촌 토지이용에 대해 실제 명확히 인지하는 경우도 실무상 많지 않은 실정이다.58)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은 도시·군계획 수립 대상지역의 일부에 대하여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그 기능을 증진시키며 그 지역을 체계적·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도시·군관리계획이다.59) 지구단위계획은 용도지역이나 지구의 세분 또는 변경, 기반시설의 배치와 규모, 건축물의 용도제한, 건폐율 및 용적률 등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은 도시지역의 경우 기존 시가지의 정비·관리·보전 또는 신시가지의 개발, 복합용도개발, 유휴토지 및 이전적지개발, 비시가지 관리개발, 용도지구 대체 등으로 유형이 구분되고, 도시지역 외에 지역에 지정하는 지구단위계획은 해당 구역의 중심기능에 따라 향후 5년 내 개발수요가 크게 증가할 지역 등을 규정한 주거형, 농공단지·농어촌관련시설 등의 설치를 위하여 계획적인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규정한 산업유통형, 관광·체육 시설 등의 설치를 위하여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규정한 관광휴양형, 주거형 등 지구단위계획 중 2개 이상을 동시에 지정하는 복합형으로 유형을 구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60) 그런데 최근 지구단위계획은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지구 전체의 조화로운 개발을 추구한다는 초기 제도도입 목적과는 다르게 투자 촉진을 이유로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기준 완화, 종상향을 통한 개발이익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61)
정리해보면, 체계적 측면과 관련하여, 농어촌계획에 대하여 국토계획이나 각 농어촌사업계획 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농어촌계획은 5년 단위의 단기 사업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의 20년 단위에 장기적·총체적 종합계획이 부재하므로 농어촌계획에 대하여 국토계획이나 각 농어촌계획 간의 관계 정립을 위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농어촌개발계획을 형식상 측면과 내용상 측면을 검토해 볼 때, 형식상으로는 국가 사무이나 실질적 내용에서는 지자체 고유사무가 혼재(婚材)되어 있어 이에 대한 관계 및 관할 정비도 필요하다. 체계적인 측면 외에도, 토지이용과 관련하여 현행법상 각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농어촌 관련 계획은 주로 사업계획으로, 농어촌 공간에 대해서는 국토계획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농어촌에 직접 적용할 근거규정이 불명확하고, 농어촌의 특성과 기준을 반영할 규정도 현재 정비되지 않아 난개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62)
Ⅳ. 농어촌공간계획 제도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방안63)
농어촌공간계획과 관련하여 기존의 국토계획법상 국토계획과 조화64)를 이루는 한편, 다른 농어촌법률과의 관계에 관하여 다른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되고, 특히 농어촌공간 재구조화와 농어촌 정비 및 재생 사업계획과 관련하여서도 다른 법률에 우선할 수 있도록 법률 간에 규정한 사업 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65) 농어촌공간계획은 국토계획과의 중복을 경계하면서, 도시·군 계회과의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는 측면에서 예를 들자면, 농발계획과 국토종합계획, 도종합계획, 도시·군계획과 연계하는 내용을 법률에 규정한다거나, 농발계획을 수립할 때, 농어촌지역의 공간관리에 관한 정책을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에 계획 간의 관계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농어촌공간계획에 대한 위상과 타 계획과의 관계에 대하여, 규정 정비한 형태를 도식화하여 표현하자면, 다음의 그림과 같다.
위와 같은 국토계획 및 다른 농어촌 관련계획 상호간의 관계 정비 외에도, 국가와 시·군 단위로의 체계적 측면에서 현행법상 농어촌공간계획 수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것이므로, 기존의 농어촌계획을 제도정비 측면에서 국토계획 정도의 중앙-광역-기초 단위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67) 먼저, 중앙정부 단위에서 대한민국 농어촌 전체의 미래상과 장기적(10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농어촌 공간에 대한 최상위 계획으로써 국토종합계획에 대응·보완하는 계획, 농촌자원 및 환경 보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통한 농촌의 미래 가치 증진이 주된 목적이다. 다음으로는 시·군 단위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이다. 첫째로, 시·군 농어촌공간재생 기본계획으로 도시·군 기본계획에 대응하는 장기(10년) 계획으로서 해당 지자체의 농어촌 미래상과 비전, 계획의 목표, 농어촌 공간 구조, 지속가능한 토지이용 방향 등을 담은 계획으로 시·군별 농촌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농어촌지역 개발사업 및 토지이용 방향 등을 담은 계획으로, 농어촌의 토지이용체계를 반영·보완하고, 농어촌공간정비와 기능재생 등을 위한 기본적 방향을 규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로는 시·군 농어촌공간재생시행계획이다. 5년 단위 단기 계획으로 시·군 농어촌공간기본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 수단을 포함한 계획, 농어촌토지이용 관련 사항 및 연계 사업 추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며,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체결하는 농어촌협약의 근거가 되는 계획이다. 농어촌공간재생시행계획은 농촌의 생활권계획, 용도지역·용도지구, 단계별 집행 계획 등 기본계획을 구체화하여 도시·군관리계획을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에 관한 기본방침을 수립하면, 시장·군수 및 특별자치시장이 광역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한 뒤, 사업시행자 지정을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농어촌공간 계획제도 또한, 국가에서 지자체로의 체계적 측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각 단계별 계획 및 절차를 간단히 도식화하자면 아래의 표와 같다.
구 분 | 계획 | 내용 및 절차 |
---|---|---|
중앙 | 기본방침 (10년) | 농촌의 미래상과 장기적 발전방향 제시하는 전략계획(10년) 중앙농촌공간정책委 심의 |
시·군 | 기본계획 (10년) | 농촌공간구조 설정, 농촌생활권 설정, 농촌특화지구 지정 등 기초농촌공간정책委 심의, 광역농촌공간정책委 심의, 시도지사 승인, 주민제안 가능68) |
시행계획 (5년) | 농촌생활권 총괄 사업계획, 세부 사업계획, 사업비 집행 및 관리계획 등 기초농촌공간정책委 심의, 광역농촌공간정책委 심의, 시도지사 승인, 주민제안 가능 | |
사업시행자 | 사업계획 | 재원조달계획, 연차별 투자계획, 시행기간 등 특별자치시장, 시장·군수 승인 광역 또는 기초농촌공간정책委 심의 |
우리나라 농어촌의 고질적인 문제인 농어촌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농촌다움’을 보전하기 위해 현행 용도지역을 재조정한다는 측면에서, 농어촌 공간의 용도 간 충돌 방지 및 농산업 육성에 필요한 농어촌형 용도지구계획을 포함하여 농어촌 공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공장과 주거와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마을보호지구, 경관지구 등과 같은 배제적 용도지구를 지정하고, 농어업 육성을 위한 농어업 산업지구, 축산진흥지구 등과 같은 유도적 용도지구를 신설하여 농어촌개발사업과 연계를 통해 농촌 공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69) 이처럼 농어촌의 토지이용 및 관리를 위한 용도지구 신설 측면과 관련하여 최근 발의되었던,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농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농촌지역의 경제 활성화 및 환경·생태보호 등을 위하여 지정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농촌특화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종류를 설명하면 다음 표와 같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어촌 또한 우리나라 국토의 소중한 일부이다. 따라서 농어촌재생 기본계획에서 농어촌공간구조와 농어촌생활권 설정하는 것은 국토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계획인 국토계획법상 도시·군 기본계획과 중복되고, 농어촌특화지구와 용도지구가 상충하는 부분이므로, 국토계획법상 개별 정비계획과 지구지정 등을 개정 및 정비하여 농어촌 재생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70) 예를 들면, 농어촌마을보호지구처럼 주거지의 유해시설 입지 제한의 목적은, 마을 보호와 산업시설의 허용용도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토계획법상 “성장관리계획” 또는 “특정용도제한지구” 등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 농어촌 마을에 대한 보호지구를 신설 및 지정하게 된다면, 공장 입지를 자체를 불허하는 행위 제한이 있지만, 국토계획법상 도시 외 지역의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제한된 조건에서 허용되는 사례와 같이 구체적인 법 적용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법률간 조화를 꾀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하겠다.71) 이처럼 대부분의 사항은 국토계획법상 도시·군 기본계획과 용도지구·용도지역의 개념을 벗어나지 않으므로, 용도지역을 더욱 세밀하게 규정함으로써 기존 법률 범위 내에서 농어촌공간계획에서 추구하는 농어촌재생·정비라는 목적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72) 또한, 국토계획법의 정비 외에도, 농어촌계획의 수립 근거를 기존 농발계획의 기준이 되는 「농업·농촌기본법」에 두고, 지구(농어촌계획지구) 지정 등 토지이용에 관한 사항은 「농어촌정비법」을 활용하여 기존의 농어촌공간계획을 수립해가는 방법도 기존 법률이 가진 틀을 유지하면서 농어촌 정비·재생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농어촌 공간계획을 대상으로 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되었다.73) 이 법은 농어촌 공간계획 자체를 대상으로 기존 법률에서 규정하지 못한 사항을 보충·보완하는 측면에서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의 제정으로 농어촌의 난개발과 저개발에 대응하고 농어촌이 가진 일터·삶터·쉼터로서의 기능 회복을 통해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하여 농어촌소멸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농촌생활권 조성을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 농촌 특성에 맞는 토지이용체계 도입, 정책추진기반 조성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농어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근거법과 사업법으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74) 다만, 이 법의 시행에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법률의 성격이 특별법의 지위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을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아닌, 전체 국토의 일부로 보고, 그에 따른 농어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농어촌 관련 사업을 시행할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률과의 중복, 충돌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그 경우 어느 법을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혼선이 발생하거나 기존 법률에 따라 위 법의 적용이 배제될 경우 위 법률의 제정 취지는 그 자체로 반감될 것이다. 이에 차제에는 위 법이 다른 법령에 우선한다는 점이 명확히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Ⅴ. 결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법률의 제정으로 농어촌공간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한층 앞당겨졌다. 다만, 농어촌을 개발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예상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농어촌 공간구조 개편과 농어촌 재생은 농어촌 인구 문제에 대한 해결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가시적 또는 단기적인 측면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농간의 불균형한 인구 분포 문제를 우선 과제로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국가 총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어촌개발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멀쩡한 농지를 마을도서관이나 공공주택, 전시관 등 공익시설을 건설하는 측면으로 활용하고 있는바75), 만약 지자체가 농지를 기준으로 보상하고 그 위에 다른 건물을 지었다면, 피수용자로서는 정당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이런 사례들이 선례가 되면 이를 악용하여 농지를 별도의 용도 변경 절차 없이 취득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농지가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 대처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다음으로 농어촌공간계획과 각종 개발사업 계획 수립시 지역주민의 참여를 필수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농어촌을 누구나 살고싶은 곳으로 재생하기 위해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일손부족 문제, 도로·교통·의료·보건·교육·보육 등 사회적 기초인프라 부족문제 등 현재 농어촌에 직면한 문제를 차근 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농어촌개발 관련 법률을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한편, 그 기초로서 농어촌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공간계획을 국토계획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상향하고, 국토계획법에서 대응하지 못한 사항을 보완해 나가며, 지자체별 고유한 특성이 살아있는 농어촌 특화지구를 통해 농어촌 공간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공간계획은 농어촌의 계획적 관리를 통해, 농어촌의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여 농촌의 미래 가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농어촌의 미래상과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발전 전략 및 지속가능한 토지이용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 농어촌사회가 다 같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농어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상생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