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지난 2022년 6월, 제네바에서 열린 WTO 제12차 각료회의에서는 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에 대해 교부되는 보조금과 과잉어획상태에 놓인 수산자원에 대해 교부되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 WTO 수산보조금협정이 체결되었다. 동 협정의 체결은, 20년 넘게 끌어온 WTO 수산보조금 규제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유한한 자원의 지속적 이용을 그 주목적으로 하는 WTO 협정이 체결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잉어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은 전지구적인 환경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들의 수산업 붕괴 및 식량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UN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이하 ‘FAO’)의 22년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어종 중 35.4%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어획되고 있다.1) 그리고, 각국이 자국의 수산업에 대해 교부하는 막대한 수준의 보조금은 이러한 남획과 수산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각국이 교부한 수산보조금의 총 규모는 354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63%인 222억 달러가 어획능력을 향상시키는 해로운 보조금으로 분류된다.2) 이에 따라, 2015년 UN에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Target 14.6’은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로서 수산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잉어획 (overfishing) 및 과잉어획능력 (overcapacity), 그리고 ‘불법, 비보고, 비규제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 (이하 ‘IUU 어업’)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의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3)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어 시장과 무역을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해되고 있어, WTO 보조금협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즉, WTO 보조금협정은 수출보조금과 수입대체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보조금의 부정적 효과(adverse effect)로써 다른 회원국들에게 일정한 피해를 입혔다고 인정되는 보조금을 조치가능 보조금(actionable subsidy)으로 분류하여 규율하며, WTO 회원국들은 다른 회원국들이 교부한 이러한 규제대상 보조금들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WTO 제소를 통해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WTO 보조금협정은 수산보조금 및 수산업 관련해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및 무역왜곡효과에 대응하기에는 알맞지 않고, 무엇보다도, 수산보조금 문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과잉어획에 따른 수산자원의 고갈 문제를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따라, 수산보조금에 특유한 문제를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WTO 보조금 규제체제의 개선 또는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그 결과로 2022년의 WTO 수산보조금협정이 체결되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WTO 수산보조금협정의 주요 내용과 그 의의를 평가하고, 미비점들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제2장에서 WTO에서의 수산보조금 규제 협상 이력과 수산보조금협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후, 제3장에서 수산보조금협정의 체결과정에서 드러난 시사점들과 한계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동 논문에서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고, WTO 수산보조금협정의 개선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WTO 수산보조금협정 체결과정 및 주요내용
WTO에서의 수산보조금에 대한 논의는 WTO 무역환경위원회(Committee on Trade and Environment)에서의 미국 등 여러 회원국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되어,4)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의제로 포함되면서 본격화되었다.5) 또한, 2005년 홍콩 각료회의 선언에서는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일정한 보조금들에 대한 금지조치 등을 통하여 수산보조금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WTO 회원국들 가운데 폭넓은 합의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6) 그러나 DDA에서의 수산보조금 규제 협상은 활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슈들에 대한 회원국 간의 상당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2007년 11월에는 규범 협상그룹의 의장이 그간의 회원국들의 협상 내용을 정리한 의장초안(Draft Consolidated Chair Texts of the AD and SCM Agreements)7)을 배포하였으나,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하였다.8) (이하 ‘’07년 의장초안’) 이후, 수산보조금 규제에 대한 협상은 한동안 정체기를 겪다가, 앞서 언급된 2016년 UN 지속가능개발목표 중 하나로 수산보조금 규제가 채택되면서 다시 동력을 얻었으며,9) `21년 11월에는 12차 각료회의에 제출될 목적으로 수산보조금협정문 초안(이하 ‘21년 11월 초안’)10)이 마련되었고, ‘22년 6월에는 ‘21년 11월 초안 내용이 일부 수정된 협정문 초안이 제12차 각료회의에 제출되기에 이르렀다.11)(이하 ‘22년 6월 초안’) 결국, 이러한 WTO 회원국들의 끈질긴 노력과 시도를 통해, 2022년 6월 17일에, WTO 수산보조금협정(WTO Agreement on Fisheries Subsidies)이 제12차 각료회의에서 채택되게 된다.12)
수산보조금협정의 최종 내용은 기본적으로 ‘21년 11월 초안 및 ‘22년 6월 초안의 내용을 따르고 있으나, 수산보조금 규율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던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이하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에 대한 금지규정이 삭제되었다는 점이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수산보조금협정은 협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제1조에 의해 WTO 보조금협정의 “보조금 (subsidy)” 및 “특정성 (specificity)”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즉, 수산보조금협정의 규율대상은 (i) WTO 보조금협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조금’의 요건인 “재정적 기여 (financial contribution)”, “혜택 (benefit)”의 부여를 충족하며, (ii) 보조금협정 제2조의 “특정성 (specificity)”의 요건인 특정 기업이나 산업(또는 기업군이나 산업군)에 대해 교부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춘 보조금이면서, “바다에서 이뤄지는 어획 및 어업관련 활동 (marine wild capture fishing and fishing related activities at sea)”에 교부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제1조 관련하여 특기할 부분은, ‘21년 11월 초안에서는 제1조 2항에 유가보조금 (fuel subsidy)에 대한 특칙을 두어, 해상에서의 어획 및 어획관련활동에 대한 유가보조금에 대해서는 보조금 협정상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동 수산보조금협정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으나, 최종 협정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2조는, 협정 본문에서 사용되는 “수산물 (fish)”, “어획 (fishing)”, “어획관련활동 (fishing related activities)”, “어선 (vessel)”, “운영자 (operator)”의 용어들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는데, ‘운영자’ 를 제외하고는, FAO의 주도로 체결된 ‘항구국 조치협정(Agreement on Port State Measures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제1조에 정의된 해당 용어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편, 수산보조금협정은 보다 더 포괄적인 범위의 수산보조금에 대한 규율이 합의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되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 제12조에서 동 “협정 발효 이후 4년 내에 포괄적인 규율이 채택되지 않고 일반이사회가 달리 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동 협정이 즉시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산보조금협정의 핵심내용은 일정한 유형의 보조금의 교부를 금지하는 금지보조금 규정들에서 찾을 수 있는데, (1)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2) ‘과잉어획상태(overfished)’에 놓인 어종에 대한 보조금 (이하 ‘과잉어획상태 보조금’), (3) 규제가 없는 해역에서의 어획에 대한 보조금이 규제 대상인 세 가지 금지보조금 유형이다.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fishing), 소위 ‘IUU 어업’에 주어지는 보조금의 유해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원국간 이론이 없었다.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교부의 금지는 각국 정부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된 어선과 운영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조금 교부를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IUU 어업 보조금 이슈에 있어서 가장 큰 쟁점은 IUU 어업의 판단주체와 IUU 어업에 대한 규율의 적용범위였다.13) 우선, IUU 어업 보조금의 규율 대상을 어선에 한정할 것인지 “운영자 (operator)14)”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쟁점에 있어서 협정 제3조 1항은 어선 및 운영자 모두를 규율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정리하였다. 판단주체에 대해서는 선박의 기국(flag state), 보조금 지급국, 연안국 (coastal state), 지역수산기구 (Regional Fisheries Management Organization and Arragnement, 이하 ‘RFMO/A’)가 논의되었었는데,15) 결국 보조금 지급국을 제외한 모든 주체가 IUU 어업 판단 주체로서의 일정한 지분을 인정받는 결과로 협상이 진행되었다.
수산보조금협정 제3조는 IUU 어업에 기여하는 보조금의 교부와 유지를 금지할 의무를 명시하면서 (3.1조), ‘IUU 어업’이란 FAO가 채택한 국제문서인 ‘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을 방지, 억제, 제거하기 위한 국제 행동계획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제3조에서 규정한 활동들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산보조금협정 제3조에 대한 각주 4) 동 문서의 제3조는 “불법 어업”을 “RFMO/A의 회원국의 선박이 해당 RFMO/A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또는 어느 국가의 영해 안에서 활동하면서 해당 국가의 허락없이, 또는 해당 국가의 법 또는 규정을 위반하여 활동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고, “비보고 어업“은 “RFMO/A나 관련 국가의 당국에 비보고 또는 잘못 보고된 어업활동”을 의미하며, “비규제 어업”은 “국적이 없거나 관련 RFMO/A의 회원국이 아닌 기국의 선박(그에 따라 해당 국가나 RFMO/A의 규율을 준수할 의무가 없는 선박)에 의해 행해지는 어업활동”이라고 정의한다.16) 수산보조금협정 제3조는 이와 같은 FAO의 국제행동계획 상 “IUU 어업”의 정의와 합치하도록, 다음의 세 주체가 해당 선박 또는 운영자가 IUU 어업을 행했다는 “적극적인 판단 (affirmative determination)”을 내리는 경우에 모두 ‘IUU 어업’이 인정된다고 규정하였다: “(i) 연안국의 관할영역 내의 활동에 대한 연안국의 판단, (ii) 어느 선박의 활동에 대해서 그 선박의 기국이 내리는 판단, 또는 (iii) 관련 RFMO/A가 해당 RFMO/A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내리는 판단”.17) ‘07년 의장초안에서는 IUU 어업의 판단주체에 대해서 밝히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선된 부분이라고 하겠다.
IUU 어업 보조금 규제 관련 관련 또다른 쟁점은 어느 국가의 EEZ에서 다른 국가의 국기를 게양한 어선의 IUU 어업 종사 여부를 판단할 주체가 연안국과 기국(flag state) 중 어느 국가가 되어야 할 지였는데,18) 수산보조금협정 3조는 두 국가 중 하나라도 IUU 어업이라고 판단하면 IUU 어업으로 인정된다고 규정(“….or”로 연결)하여 이 부분을 정리하였다. 또한, IUU 어업 규제에 있어서의 항만국(port state) 역할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제3조6항에서는 항만국인 회원국이 자신의 항만에 있는 선박이 IUU 어업 활동을 하였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음을 해당 선박에 보조금을 공여한 회원국에게 통보한 경우에는, 보조금을 공여한 회원국은 그러한 정보를 적절히 고려하여, 해당 보조금 관련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로 수산보조금협정 제4조는, “과잉어획상태에 놓인 수산자원 (overfished stock)” 관련 보조금 교부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과잉어획상태 보조금의 금지에 있어서도 특정 수산자원의 과잉어획상태에 놓여있는지 여부를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지가 쟁점이었는데,19) 역시 IUU 어업 보조금에서와 유사하게, 해당 해역이나 어종에 대해 관할권을 가진 연안국과 RFMO/A가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제4조 2항) 제4조 3항에서는 “해당 수산자원을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biologically sustainable level)으로 재건(rebuild)하기 위한 제공하는 보조금”은 허용하는데, 여기서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 역시 연안국이나 관련 RFMO/A가 “자신에게 가용가능한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여(based on scientific evidence available to it)”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산보조금협정 제4조 3항에 대한 각주 11) ‘07년 의장초안에서는 동 조항의 적용대상을 “명백히 과잉어획된 어족자원(unequivocally overfished stock)”에 대해 지급된 보조금이라고 하면서 “명백히 과잉어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주체를 밝히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산보조금협정 제4조는 이 점을 보다 명확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이 이슈에 대한 논의는 수산자원관리제도 (fishery management system) 운용의무와 연계하여 이뤄져 왔는데, 과잉어획사태 보조금의 부정적 영향을 수산자원관리제도 운용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20) 수산보조금 협상과 수산자원관리제도를 연계하는 것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대의견도 상당히 많았으나,21) 한국, EU, 일본 등은 수산보조금의 금지와 동시에 수산자원관리제도가 규율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2) ‘07년 의장초안은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여 제5조에서 과잉어획을 방지하기 위한 수산자원관리제도 운영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그러한 수산자원관리제도 운영을 조건으로 일부 수산보조금을 금지보조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예외규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21년 11월 초안에는 삭제되었으며, 최종 수산보조금협정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제5조 1항은 연안국이나 RFMO/A의 관할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어획활동에 대해 주어지는 보조금을 금지하고 있다. 수산보조금협정 협상 과정에서 과잉어획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회원국의 관할수역 밖에서 조업하는 산업형 어업을 규제하자는 회원국들의 제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23) ‘07년 초안 제4조 1항에서는 “경계왕래어족 및 고도회유성 수산자원(highly migratory and straddling fish stocks)” 또는 “다른 회원국의 확인가능한 이해관계가 있는 수산자원“에 고갈 및 과잉어획능력을 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21년 11월 초안 및 최종 수산보조금협정에 동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단, 수산보조금협정 5조의 2항과 3항은 회원국들에게, “자신의 기선이 아닌 선박”이나 “어떤 상태(status)에 놓여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수산자원”에 대해 보조금을 교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special care)를 기울이고 적절히 자제 (due restraint)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5조 2항, 3항)
앞서 언급하였듯이, 과잉어획능력 보조금, 즉 “과잉어획능력(overcapacity)” 및 “과잉어획(overfishing)”에 “기여 (contribute)”하는 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취급하는 방안은 수산보조금 규율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으나, 최종 수산보조금협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은 아직 과잉어획상태에 있지는 않은 수산자원에 대해서, 보조금으로 인한 과잉어획능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수산자원을 고갈시킬 위험을 막기 위한 규제라는 데에서 과잉어획상태 보조금과는 구별된다.24) ’21년 11월 초안 및 제12차 각료회의에 제출되었던 ‘22년 6월 초안에도 그러한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에 대한 규제방식으로서 규제대상인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예시적 목록을 명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즉, ‘22년 6월 초안의 제5조 1항은 회원국들이 “과잉어획능력(overcapacity) 및 과잉어획(overfishing)에 기여(contribute)하는 어획 및 어획 관련 활동에 대해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금지할 의무를 규정하면서, 그러한 보조금에 포함되는 구체적 보조금 유형들을 (a)항에서 (h)항에서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한 금지되는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예시로서는 어선건조, 구입, 현대화 및 업그레이드, 어선의 어탐능력을 증가시키는 장비 등의 구매, 유류비, 미끼, 얼음 구매, 인력 비용, 어선 및 운영자, 선원 등에 대한 소득 지원, 어획된 생선에 대한 가격지지, 선상지원 (at-sea support) 선박 및 어업활동에 대한 운영손실 보전에 대한 보조금 등이 명시되었다.
이상의 금지보조금들은 협정 제10조에 따라 WTO 보조금협정 제3조 상의 금지보조금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다시 말해, 제10조에 따라, 수산보조금협정 관련 분쟁이 있을 시 WTO 분쟁해결규칙 및 절차에 관한 양해 (Dispute Settlement Understanding) 하의 WTO 분쟁해결제도의 절차와 규정이 그대로 준용되며, 또한, 수산보조금협정 제3조, 제4조, 제5조의 금지보조금에 대해서는 보조금협정의 제 4조의 금지보조금 관련 협의 및 신속 분쟁해결절차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WTO 회원국은 수산보조금협정에 따라 금지된 보조금으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영향을 입증할 필요없이, 해당 보조금을 교부하는 회원국을 WTO 분쟁해결제도를 통하여 제소할 수 있다. 후술하겠으나, 수산보조금협정에는 WTO 협정에는 WTO 보조금협정 상의 조치가능 보조금 개념이 없으며, 보조금협정 제4.7조에 따라 WTO 패널 및 상소기관이 금지보조금으로 판단한 수산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를 “지체없이 철회해야 한다 (withdraw the subsidy without delay)”.
수산보조금협정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적용되는 몇 가지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 (special and differentiated treatment: S&D)”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개도국들에게는 제3조 IUU 어업 보조금 및 제4조 과잉어획상태 보조금 관련 의무가 협정 발효 후 2년동안 유예된다. (제3조 8항, 제4조 4항) 또한, 개도국들에게는 수산보조금협정 상의 의무 이행을 돕기 위한 기술지원과 역량강화 지원이 제공된다. (제7조) 그밖에도, 개도국 및 최빈국(Least-Developed Countries)에 적용되는 과잉어획능력 보조금 규제에 대한 면제 조항들이 있었으나 최종협정문에는 삭제되었다.
수산보조금협정 제8조는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표제 하에 일련의 통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WTO 회원국들은 WTO 보조금협정 제25조에 따라 자국내 영토내에서 교부되는 모든 특정성있는 보조금을 통보해야 하며, 보조금의 형태, 규모, 목적, 존속기간, 및 보조금의 무역에 미치는 효과 산정을 가능하게 하는 통계자료 등을 통보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제8.1조는 보조금협정 제25조의 보고 대상에 수산보조금 관련 보고대상을 추가하였다. 즉, 보조금 제공 대상인 어업활동의 유형 및 종류를 보고대상에 추가하였고, “가능한 범위에서 (to the extent possible)” 보조금이 제공되는 어업에 있어서의 어종의 어획상태 및 판단기준, 해당 어종 관련 취해지고 있는 보존 및 관리조치, 보조금 지급대상인 어업에 종사하는 선단의 어획능력 (fleet capacity) 등의 추가적인 정보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8조 2항에서는 IUU 어업에 종사한다고 판단되는 어선과 운영자의 목록을 매년 어업위원회(Fisheries Committee)25)에 통보해야 할 의무를, 제8조 3항에서는 동 협약의 발효 후 1년 이내에 어업위원회에 협정 제3조, 제4조, 제5조 하의 금지보조금 규정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 등을 포함하여 동 협정의 이행을 위해 취한 조치를 알려야 하며, 그 이후에는 해당 조치들에 변경사항이 있을 때마다 이를 어업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제8조 4항 하에서는 협약 발효 후 1년 내에, 회원국의 어업관련 법규, 행정절차를 포함한 어업제도 전반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이후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즉시 이를 어업위원회에 알리도록 하고 있다.
Ⅲ. 시사점과 한계
WTO 협정이 그 전문을 통해, WTO의 목적에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며 이를 위한 수단의 강화를 모색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목적에 일치하는 세계자원의 최적 이용을 고려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WTO 수산보조금협정은 이와 같은 목적에 정확히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의 목표 실현을 그 주 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최초의 WTO 협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26) WTO가 밝힌 바에 따르면, 수산보조금협정 체결은 “2020년까지 IUU 어업과, 과잉어획능력과 과잉어획에 기여하는 모든 형태의 수산보조금을 금지할 것”을 천명한 UN의 지속가능한개발 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 Target)의 14조 6항의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27) 이 점은 홍콩 각료회의 선언에서도 드러나는데, 도하 각료회의 선언은 수산보조금 이슈를 기존 반덤핑협정 및 보조금협정을 “명확히 하고 개선”하는 작업으로 접근해야 하는 “무역왜곡적 관행(trade distorting practices)”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나,28) 홍콩 각료회의 선언에서는 수산보조금 이슈를 과잉어획능력(overcapacity)과 과잉어획(overfishing)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을 금지해야 할 필요로 이해하면서, “무역왜곡적 관행(trade distorting practices)”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29) 그리고 이 점은 수산보조금 규제방안이 처음에는 기존 WTO 보조금협정을 개정하는 부칙(Annex)의 형식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나, 결국 별도의 독립된 협정으로 체결되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수산보조금은 대표적인 ‘환경유해보조금(environmentally harmful subsidy)’30)이며, 기존 WTO 보조금협정은 그러한 환경유해보조금에 알맞은 규제 체제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수산보조금 규제를 위한 별도의 협정 체결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WTO 회원국들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제로 협정 체결까지 나아갔다는 점은 국제무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다자적 협력이 필요한 환경문제는 WTO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인식과 의지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WTO가 보조금협정을 통해 보조금 교부행위를 규율하는 이유는 보조금이 생산자로 하여금 보조금이 없었더라면 경제성이 없어 하지 않았을 생산의 증대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시장비효율(makret inefficiency)를 낳기 때문이다. 수산보조금이 야기하는 문제도 근본적으로 보조금 교부로 인한 생산(어획)의 비경제적 증대이며, 전세계 어획량의 약 50%가 국제무역의 대상이 되므로,31) 기존 보조금협정이 상정하는 보조금으로 인한 무역왜곡효과가 수산보조금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산보조금의 경우, 수산물의 이질성으로 인해 “동종상품 (like product)”의 범위를 획정하여 가격비교를 하기 어렵다는 점과 수산보조금의 혜택이 수산산업 전반에 넓게 분산된다는 점으로 인해, WTO 보조금협정 상 규제를 위한 요건인 국내산업의 피해 등 ‘부정적 효과 (adverse effect)’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32) 무엇보다도, 수산보조금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정적 효과는 수산산업의 피해나 세계 수산시장에서의 점유율과 같은 보조금의 무역왜곡효과로 인한 특정 회원국의 피해가 아니라, 전 세계 및 WTO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수산자원이라는 한정적 자원의 고갈과 생태계의 파괴 등 환경적 문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수산보조금의 부정적 영향은 오히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33) 수산보조금의 영향은 특정 국가의 EEZ 내의 수산자원 뿐만 아니라 공해상의 수산자원과 회유(migrate)하는 수산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홍콩 각료회의 선언에서도 나타났듯이, 수산보조금 규율의 핵심은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에 대한 원칙적인 금지라는 점에서, 수출보조금, 수입대체보조금이라는 제한적인 금지보조금 유형만을 설정하고, 그 외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보조금으로 인한 다른 회원국의 국내산업에 대한 피해 또는 이익에 대한 ”심각한 손상 (serious prejudice)” 등의 일정한 부정적 효과를 입증하여 규제하거나 WTO 제소로 다툴 수 있도록 한 기존 WTO 보조금협정의 규제방식과는 기본적인 접근방식을 달리 한다.
수산보조금협정 협상은, (i)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ii) 과잉어획능력 보조금, (iii) 과잉어획상태 보조금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를 골자로 하는 규제체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적 금지형태의 규제방식에 반대하여, 개별 수산보조금 유형 및 프로그램 별로 규제필요성을 평가하고, 기존 WTO 보조금협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산보조금이 수산자원 고갈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금지보조금, 조치가능 보조금, 허용보조금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규제하는 방안도 제안된 바 있다.34) 대한민국은 ‘부정적 효과’를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효과로 재구성하여 조치가능 보조금의 개념을 수산보조금 규제에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였다.35)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입증된 보조금만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36) `21년 11월 의장초안 등에 금지되어야 할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으로 포함된 개별적 보조금 유형들이 과잉어획능력과 과잉어획으로 이어진다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37)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을 포함한 상당수의 회원국들은 수산자원 보존에 있어서의 수산자원관리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산자원관리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어떠한 보조금의 수산자원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수산자원관리제도의 효과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면, 그러한 보조금은 금지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38) 상술한 바, 이러한 시각을 일부 반영하여 ‘07년 의장초안 제5조는 수산자원관리제도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었으며, 동 조에 따른 수산자원관리제도의 운영을 허용보조금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수산보조금 규제 목적이 수산자원의 보존 내지는 지속가능한 이용이라고 할 때,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산보조금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고, 수산자원관리제도로 인해 수산보조금의 부정적 효과가 상쇄되었는지 여부도 고려하여 해당 보조금 규제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보조금이 반드시 수산자원 고갈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며, 수산보조금의 어획량 및 어획능력이 조절되는 정도에 의해 그 유해성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수산보조금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39) ’07년 의장초안에서도 제1조에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및 과잉어획상태 보조금을 포함하여 금지되어야 할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개별적 유형을 제1조 금지보조금 조항 하에 열거하고, 제2조에 제1조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서 허용보조금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21년 11월 초안 및 ’22년 6월 초안의 과잉어획능력 보조금 규제 방식 및 최종 타결된 수산보조금협정문도 포괄적 금지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21년 11월 초안 및 ’22년 6월 초안에서는, IUU 어업 보조금, 과잉어획상태 보조금,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을 금지하는 규정을 각각 따로 두고,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을 규정한 제5조에서는,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그러한 보조금에 해당하는 보조금 유형을 ‘예시’로 명시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따로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 않았다. 최종 수산보조금협정에서는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예시목록에 대한 회원국간 합의 실패로, 제5조가 삭제되었으나, 수산보조금협정도 기본적으로 포괄적인 금지보조금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WTO의 수산보조금 규제를 포괄적 금지보조금 형태로 규제하는 안에 힘이 실린 것은, UN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Target 14.6과 홍콩각료선언에서 천명된 바와 같이,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들은 기본적으로 포괄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WTO 회원국들 사이에서 좀 더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수산보조금의 규제를 과학적 증거에 의한 입증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그러한 입증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수산보조금의 규제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러한 ‘부정적 효과’의 유무를 WTO 회원국들이 WTO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규제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WTO 패널과 상소기관에게 수산자원의 관리 및 보존상태, 개별 수산보조금과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 간의 인과관계와 같은,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한 판단을 맡긴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수산자원의 관리 및 보존에 있어서는 오히려 국제환경법 상의 사전주의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며, UN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의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수산자원 고갈 문제의 심각성과 비가역성을 고려할 때, 적어도 WTO 회원국들이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유형으로 합의한 수산보조금의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라 할지라도 일단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며, 반대로 특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즉,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 혹은 수산자원관리제도의 효과적인 운용으로 인해 수산보조금의 영향이 상쇄된다는 점 등이 입증된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제방식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러한 ‘허용보조금’ 조건의 충족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이를 WTO 패널과 상소기관에 맡기기 보다는, FAO, OECD와 같은 수산자원관리 및 보조금 문제에 보다 더 전문성을 가진 국제기구 및 전문가그룹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메커니즘 구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결론 부분에 후술한다.
수산보조금협정은 제3조에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교부 금지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일부 한계가 나타난다. 우선, IUU 어업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주체인 연안국과 기국에게 IUU 어업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주되, 이를 조사하고 최종판단을 내릴 의무는 부과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맹점이라고 하겠다.40) 기국은 일반적으로 해당 선박에 대한 관할권과 통제권을 잘 행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연안국의 경우 자국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RFMO/A의 역할의 그만큼 중요할 것이나,41) RFMO/A의 수산자원관리에 있어서의 실효성과 투명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42) 또한, 연안국, 기국, RFMO/A가 IUU 어업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WTO 보조금협정 상의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보조금을 공여한 회원국에게 달려 있으며, 수산보조금협정에는 제3조 4항에서 IUU 어업의 “성격과 심각성 그리고 반복성(nature, gravity and repetition)”을 고려하여 해당 보조금의 금지기간을 정하되, 최소한 해당 IUU 어업활동에 대한 제재조치(sanction)의 적용기간 (또는, 해당 선박 및 운영자가 RFMO/A의 IUU 어업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기간 중 장기) 동안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을 뿐이다. 수산보조금협정은 IUU 어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의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고 판단주체인 연안국, 기국, RFMO/A에 맡기고 있어, 연안국, 기국, RFMO/A에 의한 제재조치(RFMO/A의 경우 최소한 IUU 어업 목록 등재)가 없는 경우, IUU 어업 보조금의 금지가 적용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보조금협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 교부된 보조금에 대한 회수나 별도의 벌칙이 없이 앞으로의 보조금 교부만이 금지된다는 점이 IUU 어업 보조금 금지조항의 실효성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43) 더군다나, IUU 어업 보조금의 성격 상 외부에서 IUU 어업 보조금에 해당하는 보조금 프로그램과 그러한 보조금 교부금지의무가 이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IUU 어업에 대해 교부될 목적으로 실시되는 정부보조금 프로그램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어떤 보조금 프로그램이 IUU 어업 보조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전적으로는 인지할 수 없고, 어느 보조금 프로그램의 수혜 선박이나 운영자가 IUU 어업활동 종사사실이 사후적으로 적발되는 경우에 해당 보조금 프로그램이, 그 성격이나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IUU 어업 보조금이 되어 금지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보조금 교부국에게 가혹한 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44) 그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교부국가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규제에 동참할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WTO 수산보조금협정상 IUU 어업 보조금 규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45) 또한, 애초에 수산보조금은 IUU 어업 문제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없으며, IUU 어업 문제는 개별국가의 관련 법규를 통한 적극적인 IUU 어업활동 금지 및 규제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므로, 보조금 교부 금지 논의보다는 각국의 규제강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46)
제4조의 과잉어획상태 금지보조금 조항은 IUU 어업 금지보조금 조항에 비하여 상세한 규정이 부족하다. 또한, 연안국이나 RFMO/A가 “자신이 가용가능한 최선의 과학적 증거 (best scientific evidence available to it)”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여, 해당 판단주체에 의한 자의적 판단 여지를 준 것이 문제로 보인다.47) 단순히 가용가능한 최선의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가용가능한 증거라는 점은,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는 부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잉어획 수산자원에 대해서 FAO의 데이터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도록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48) 제5조 1항에서는 공해 상에서의 어업활동에 대한 보조금을 금지하고 있는데, 동 조항의 목적은 그 결과와 영향을 판단, 예측하기가 어려운 보조금의 교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해 상에서 이뤄진 어획량은 전세계 연간 어획량의 5%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개별국가의 관할권을 벗어난 수역의 상업적으로 중요한 수산자원은 대부분 최소 1개 이상의 RFMO/A의 관할권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제5.1조의 효용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49) 한편, 자신의 기선이 아닌 선박이나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수산자원에 대한 보조금 교부에 대한 5.2조와 5.3조는 구체적인 요건과 준수에의 인센티브가 없어 규범적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50)
역시 WTO 수산보조금협정의 가장 큰 한계와 문제점은 과잉어획상태 보조금과 IUU 어업 보조금과 함께 WTO 수산보조금 규제 논의의 3대 기둥으로 일컬어지며, 전체 수산보조금 중 60%에 해당하는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는, 수산보조금협정 최종안을 채택한 제12차 각료회의 선언이 제13차 각료회의까지 수산보조금 협상이 지속되어야 함을 언급하여 동 수산보조금협정이 수산보조금 및 과잉어획의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51) 또한, 수산보조금협정 제12조는 수산보조금협정 발효 후 4년 이내에 “포괄적인 규율(comprehensive disciplines)”이 채택되지 않고, WTO 일반이사회가 달리 결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동 협정이 즉각 종료된다고 하고 있어, 수산보조금협정이 수산보조금에 대한 “포괄적인 규율”에는 미치지 못하며, 수산보조금 관련된 문제점들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52) 제12조는 수산보조금이라는 논쟁적인 이슈를 모든 WTO 회원국들을 구속하는 다자조약의 형태로 규율한다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전략적 선택으로,53) 가장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과잉어획보조금에 대한 금지조항은 제외하고 수산보조금에 대한 WTO 차원의 규제체제를 미완의 모습으로나마 출범시키기고자 선택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의 문제에 대한 WTO 회원국들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과제라는 점에서 제12조의 존재는 WTO 수산보조금협정 체제 자체가 수년 내에 좌초될 수 있다는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WTO 수산보조금협정의 협상과정은 UNEP, OECD, FAO와 같은 유관 국제기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54) 이는 수산보조금의 문제 해결에 해양환경 수산자원 보존,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에 따라, 수산보조금협정에서는 FAO와 RFMO/A의 역할이 제한적으로나마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 WTO협정이 다른 국제기구의 표준, 규범 또는 결정과 연계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WTO협정이 협정 본문을 통해 WTO 규범과 다른 국제기구 및 규범을 연결하는 방식은 보통 다른 국제기구의 규범 또는 표준을 언급(reference)하며 WTO 규범의 일부로 ‘수용(incorporate)’하는 방식을 취한다.55) 예를 들어, SPS협정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국제수역사무국(International Office of Epizootics), 국제식물보호협약 (International Plant Protection Convention)의 국제표준, 지침 및 권고에 합치하는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는 인간, 동물,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여, SPS협정 상의 의무로부터 면제하고 있다. (제3조 2항, 부속서 I, 제3조) 이와 같은 수용의 메커니즘이 적용된 또다른 사례로는 (i) 일정한 국제기구들에 의해 승인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기술규정(technical regulation)에 TBT 협정 상의 “국제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추정을 부여하는 것56)과, (ii) 보조금협정 Annex 1(k)조에서 금지보조금인 수출보조금의 예시로 특혜적인 수출신용(export credit)을 명시하면서, OECD 수출신용협약(OECD Arrangement on Officially Supported Export Credit)에 합치하는 “수출 신용관행(export credit practice)”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이에 한층 더 나아가, 특정한 사안에 있어 다른 국제기구의 결정과 판단을 그대로 따르도록 하는, 타 기구의 결정에 대한 ‘존중(deference)’의 의무를 명시하는 방식도 있는데, GATT 제XV조에서 외환문제에 있어서 IMF와 협의할 의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그러한 협의 과정에서 IMF가 제시하는 자료나 일정 부분에 있어서의 IMF의 사실적, 법적 판단을 그대로 수용해야 할 의무도 명시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57)
수산보조금협정에서도 제한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들이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전술하였듯이, 수산보조금협정 제2조 정의 조항에서 규정하는 “fish”, “fishing”, “fishing related activities”의 정의들은 모두 FAO의 주도로 체결된 항구국 조치협정에서 규정하는 동 용어들에 대한 정의를 그대로 채용하였다. 이와 더불어, 협정 하의 “IUU 어업”은 FAO의 2001년 국제행동계획 제3조에서 규정한 활동들을 의미한다고 명시하는 부분(수산보조금협정 제3조에 대한 각주 4)은 ‘수용’의 예라고 할 것이다. 한편, IUU 어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RFMO/A의 목록 등재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 것, 그리고 과잉어획상태 금지보조금에 있어서, 수산자원의 과잉어획상태 여부와 예외적용을 위한 요건의 요소로서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에 대한 판단을 연안국 및 RFMO/A가 판단하도록 한 것은 이보다 더 나아가 연안국 및 RFMO/A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도록 한 것이므로 ‘존중’의 원칙이 발현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회원국들이 수산보조금 문제 해결을 위해 통상-환경 레짐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수산업과 수산자원의 관리 및 보존상태에 전문성을 가진 국제기구와 역할을 분담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FAO는 수산자원의 보존 및 지속적 이용의 이슈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국제기구임58)에도 불구하고, 수산보조금협정에서의 FAO의 역할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FAO의 역할은 `07년 의장초안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07년 의장초안에서는 제5조의 수산자원관리제도 조항이 허용보조금의 요건으로 기능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동 조의 수산자원관리제도 운영의 기준으로서, FAO의 책임있는 수산업규범, FAO 준수협정과 기술 가이드라인 (technical guideline), 이상의 문서들의 시행을 위한 활동계획 (plans of action) 등을 규정하고 있었으며, 또한, 보조금 교부 전에 수산자원관리제도 하의 수산자원 평가결과 등의 정보를 FAO에 통보하여 상호검토(peer review)를 받도록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07년 의장초안에서 금지보조금으로 명기된 어선 매입, 건조, 수리, 현대화 등에 혜택을 주는 보조금에 대한 개도국 예외적용의 조건으로서 (i) “해당 수산자원이 관련 국제표준에 따라 실시된 과학적 현황 평가 대상이 되었을 것”, (ii) “그러한 평가가 FAO에 의한 상호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제3조 2(b)(3)항) 또한 `22년 6월 초안에서는 과잉어획보조금 금지규정에 대한 개도국 예외의 조건으로서, 해당 개도국의 “연간 해면어획량이 가장 최근 FAO의 데이터 기준으로 전세계 해면어획량의 0.8%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두고 있었다. (제5조5(b)항) 그러나 이런 조항들이 모두 최종 수산보조금협정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FAO는 수산업 관련 전문성을 가진 UN 전문기구로서, 세계 수산업관련 각종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세계 수산업 통계 및 현황 보고서를 발간하며, 책임 있는 수산업을 위한 국제적 행동계획 및 각종 국제표준 및 기준 설정을 추진해오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수산보조금협정과 연계할 수 있는 수산자원 관련 국제표준을 설정, 채택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현재 FAO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WTO 수산보조금협정 협상에 참여한 WTO 규범그룹의 회원국들도 인정하는 바였으나, 결국 FAO의 역할이 제한되게 된 것은, WTO 협정 상의 권리, 의무에 FAO 등 WTO 외부의 국제기구의 규범과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59) 특히, 정보 수집을 회원국들의 정보제공 및 보고에 의존하는 FAO의 정보와 데이터의 신뢰성과 완전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60)
WTO 수산보조금협정에서는 RFMO/A의 역할이 FAO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즉, 상술하였듯이, IUU 어업 및 과잉어획상태(overfished)에 대한 판단이 일부 RFMO/A에 맡겨져 있고, 이러한 연계방식은 단순히 국제기구의 표준, 규범을 WTO 규범의 일부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는, GATT 제XV조에서 IMF와의 관계에 적용하는 존중의 메커니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방참다랑어 보존 위원회(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Southern Bluefin Tuna, CCSBT), 아메리카 열대 참치 위원회(Inter-American Tropical Tuna Commission, IATTC), 국제 대서양 참치 보존 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tlantic Tunas, ICCAT) 등과 같은 RFMO/A들은 관할대상 수역 및 수산자원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한 협력의 포럼과 메커니즘으로서,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산업 관련 보존/관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구이다. 연안국가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수역에서의 수산자원 관리 및 보존에 있어 RFMO/A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고, 이 점은 연안국의 관할수역인 EEZ 밖에서 서식하는 어종과 경계왕래어종, 고도회유성 어종의 관리, 보존을 위해서는 초국가적, 지역적 협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고 하겠다.61) 그러나, RFMO/A는 회원국들이 수산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분배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수산자원의 보존, 관리에 있어서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있다.62) 예컨대, 관련 수산자원의 보존상태에 대한 RFMO/A의 결정 과정에서 회원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학적 증거가 무시되는 사례도 있으며, 그러한 결정과정에서의 투명성 결여에 대한 지적도 있다.63) RFMO/A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법적지위와 구조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당초에 제시한 목표에 근접해가는 기구가 있는가 하면, 설립 당시의 기대에 비하여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구도 많다는 점도 문제이다.64) 또한, 실제 공해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RFMO/A의 관할 아래 있으나, RFMO/A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전세계 40%의 해양 환경은 오로지 연안국의 관리에만 맡겨져 있고, 세계 전체 어획량의 90% 이상이 연안국들의 EEZ내 수역에서 이뤄지며, 주요 어장 대부분이 연안국의 관할 수역에 포함된다는 점65)도 수산보조금 규제에 있어서 RFMO/A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RFMO/A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향후 계속 이어질 좀더 포괄적인 수산보조금 규제체제에 대한 협의에서는 전세계 전체 수산자원 관리를 관할영역을 삼는 대표적인 전문기구로서의 FAO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과잉어획상태 보조금에 있어서의 ‘과잉어획상태’ 여부, 또는 과잉어획능력 보조금에 대한 예외 적용과 같은 문제에 있어, 전세계 어획현황 및 수산자원의 보존상태에 대한 FAO의 객관적인 데이터와 전문적이고 권위있는 판단을, 앞서 언급된 ’수용‘이나 ’존중‘의 메커니즘을 통해 연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 FAO 데이터에 대해 제기되는 온전성의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이는데, FAO가 수집하는 수산관련 정보 및 데이터가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제공에 의존하며 강제력이 없는 것이 문제인 만큼,66) 향후 WTO 수산보조금협정의 투명성 조항을 강화하는 개정 또는 후속문서 체결을 통하여 WTO 회원국들이 FAO에 관련 정보를 제출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FAO 데이터의 신뢰성 및 FAO의 판단을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67) 그러한 투명성 제고의 방안으로는 FAO의 개혁을 통해 좀 더 폭넓은, 양질의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하고, FAO의 각종 회의, 특히 수산업관련 규범 및 국제문서가 검토되고 채택되는 회의 등의 공개범위를 투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68)
Ⅳ. 결론
2022년 WTO 수산보조금협정 타결은 20년 넘게 끌어온 WTO의 수산보조금 구제 협상의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러 쟁점들에 있어 회원국들간 이해관계와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여러 번의 협상 타결 실패를 겪고도, 결국 수산보조금 규제 체제를 출범시킨 것은 수산자원의 고갈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WTO 회원국들의 의지와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무역왜곡효과를 낳는 보조금의 문제라기보다는, 한정된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환경 이슈로 이해될 수 있는 수산보조금 문제에 WTO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통상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온 WTO의 노력이 가시적인 결실을 맺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산보조금협정은 환경문제를 WTO의 틀에서 다루는 것의 어려움도 드러냈는데, 기존 WTO 협정 체제는 수산보조금의 문제를 다루기에 부적합했고, WTO 차원에서 수산보조금이 환경에 미치는 유해한 효과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났다. 즉, 어느 개별 수산보조금이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규제체제의 핵심적 기초였으나, 이에 대해서는 회원국간 의견이 끝까지 대립했고, 결국 과잉어획보조금의 목록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여 WTO 수산보조금협정은 그 유효성을 상당 부분 상실한 채로 체결되었다.
과잉어획보조금에 대한 회원국들의 합의 실패는 수산보조금협정 체제의 흠결일 뿐 아니라, 12조에 따라 수산보조금협정이 수년 내에 종료될 수도 있게 하는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회원국간 이견이 없으므로, 그러한 보조금이 무엇인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간 시각 차이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WTO에서 그러한 과잉어획보조금 유형의 목록을 협의하기보다는, 수용과 존중의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FAO, OECD와 같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권위를 가진 국제가구와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볼 만하다. 예컨대, WTO 보조금협정 Annex I(k)조의 경우처럼, FAO, OECD 등의 주도로 과잉어획보조금 (또는 반대로 과잉어획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허용보조금)의 예시나 판단기준을 담은 국제문서를 별도로 체결하여, WTO 수산보조금협정에서 이를 수용하도록 하고, 관련 분쟁 발생 시, GATT 제XV조에서 IMF와 관련하여 규정한 바와 같이, 국제기구나 기타 전문가 그룹의 판단과 결정을 WTO 패널과 상소기관이 그대로 존중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편, 대한민국의 연근해 어업은 유가보조금(면세유) 등 과잉어획보조금에 해당하는 정부의 수산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형편에 놓여 있다.69) 따라서, 과잉어획보조금에 대한 폭넓은 규제가 실시되면, 영세한 특성을 가진 국내 수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WTO 수산보조금협정이 과잉어획보조금 규제 내용이 빠진 상태로 타결된 것은 수산보조금 규제 및 수산자원 보존 차원에서는 아쉬운 결과였으나, 대한민국으로서는 수산보조금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규제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수산보조금에 대한 WTO 차원의 포괄적인 규제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한민국은 향후 수년 간의 기간을 수산산업의 구조조정 및 수산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 등을 통해 국내 수산산업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