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관세청은 2023년 1월 ‘2023년 관세청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금년을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고, 마약류 국내 반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라고 선언하였으며, 이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통관검사 강화’를 제시하였다.1) 세관장은 관세법 제246조 및 제257조에 근거하여 수입·수출되는 물품과 우편물에 대하여 검사할 수 있고, 그 중에 의심스러운 물품이 발견되면 그 물품이 마약류 등에 해당하는지를 검사하여 그에 대한 반입 내지 반송 등의 결정을 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검사의 과정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마약류가 국내에 반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이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자를 통한 마약류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등을 이용한 밀수가 급증한 상황2)에서 세관의 통관검사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검사는 세관의 통관검사 과정에서 마약류가 확인되면, 그 마약류의 분산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감시체제가 마련되어 있는 상태에서 세관장에게 해당 화물(그 화물에 은닉되어 있는 마약류는 제외)에 대한 수출입 면허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일단 마약류의 운반을 허용한 후 이를 추적하여 부정거래의 관련자를 일거에 검거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특수한 수사방법을 통제배달이라 한다.3)
통제배달기법은 마약범죄와 투쟁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사방법의 하나로서 인식되고 있다.4) 실제로 세관의 통관검사와 그로부터 이어지는 통제배달에 따른 마약류 적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각 적발의 적법성을 다투는 쟁송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그 중 특히 통관검사의 법적 성질과 영장주의 적용 여부를 최초로 판단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7718 판결(이하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이라 한다)과 일상적인 통관검사와는 다소 다르게 사전에 제보를 받아 특정물품에 대한 X-ray 검사를 진행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4도8719 판결(이하 ‘대법원 2014도8719 판결’이라 한다)은 통관검사 및 통제배달에 관한 대표적인 판례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여러 마약류 수사 관련 선행연구들이 위 두 판례에 관한 평석을 포함하고 있다. 예상균(2015)5)과 전승수(2015)6)는 위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의 내용을 분석·검토한 후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 찬동하였고, 조기영(2017)은 위 대법원 2014도8719 판결이 학계에 압수·수색과 행정조사의 구별 기준을 재차 확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 주었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수사 개념을 적용하여 구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7) 한제희(2018)는 위 두 판례에 대구고등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노323 판결까지 추가하여 총 세 건의 판례를 대상으로 세관공무원의 통관검사 및 마약 밀수입사범 수사에 관한 각종 쟁점들을 검토하였다.8)
물론 본 연구도 위 두 건의 대표적인 판례를 통해 통관검사의 법적 성격이 행정조사라는 점, 특정 물품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그 내용물의 점유를 취득한 행위가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는 압수·수색에 해당한다는 점 등에 관하여 살필 것이다. 다만, 본 연구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관공무원이 행정조사인 통관검사 단계에서 취득한 물품을 검사에게 임의 제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에 관하여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들과 차이가 있다.
본 논문의 구성은 제I장 서론으로 시작해서, 제II장에서는 관세법상 통관검사 및 통제배달의 의의와 법적 근거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어서 제III장에서는 위 대법원 2013도7718 판결과 대법원 2014도8719 판결에 대한 평석을 하였고, 제IV장에서는 본 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관공무원의 직무상 소지·보관하는 물품의 임의제출’에 관한 판례에 대하여 비판적인 평석을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제V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였다.
Ⅱ. 관세법상 통관검사 및 통제배달의 개요
관세법 제246조 제1항은 세관공무원이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는 물품에 대하여 검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57조는 통관우체국의 장이 제256조 제1항의 우편물을 접수하였을 경우에는 그 우편물에 대한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세관장은 관세법 제246조, 제257조에 의하여 우리나라로 수입·수출되는 물품 또는 우편물에 대하여 검사할 권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통관검사’는 수입신고 된 물품이외에 은닉된 물품이 있는지 여부와 수입신고사항과 현품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하는데(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제3조 제6호), 가령 물품에 총기류 등 위해물품·마약류·수출입금지품·밀수품과 대외무역법 및 상표법 위반물품이 은닉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수출입물품의 적정한 통관을 목적으로 한다. 관세청장은 검사대상과 범위, 검사방법 등에 관해 필요한 기준을 정할 수 있는데(관세법 제246조 제2항),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관리대상화물 관리에 관한 고시 등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세법 제246조 제1항에 따른 검사의 대상인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는 물품에 대한 품명, 규격, 성분, 용도, 원산지 등을 확인하거나 품목분류를 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해당 물품에 대하여 물리적ㆍ화학적 분석을 할 수 있는데(관세법 제265조의2), 수출입물품 등의 분석사무 처리에 관한 훈령에서 그와 같은 분석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통관우체국의 장이 관세법 제256조 제1항의 우편물 즉, 서신을 제외한 소포 등을 접수하였을 때에는 원칙적으로 세관장에게 우편물목록을 제출하고 해당 우편물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하나, 관세청장이 정하는 우편물은 검사를 생략할 수도 있다(관세법 제257조). 통관우체국의 장은 관세법 제257조에 따른 검사를 받는 때에는 소속공무원을 참여시켜야 하고(관세법 시행령 제260조 제1항), 이때 통관우체국의 장은 세관공무원이 해당 우편물의 포장을 풀고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우편물의 포장을 풀었다가 다시 포장해야 한다(관세법 시행령 제260조 제2항). 검사는 X-ray 검색기 검사를 원칙으로 하되, X-Ray 검색기 검사가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우편물이나 X-Ray검색기 검사결과 사회안전 위해물품 및 지식재산권 침해 의심물품 등 현품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현품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1988년에 채택된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이하 ‘1988년 유엔마약협약’이라 한다)은, 당사국간의 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당사국이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마약 및 향정신성 물질 불법거래의 다양한 측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 제1항). 1988년 유엔마약협약은 제1조에서 통제배달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통제배달이란, 이 협약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범죄의 실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목적으로, 하나 또는 그 이상 국가의 권한 있는 당국이 사정을 알면서 그 감시 하에 마약·향정신성물질·이 협약에 부속된 별표1 및 별표2에 열거된 물질 또는 그 대체물질의 불법화물 또는 그 혐의가 있는 화물이 당해 국가의 영역을 출국·통과 또는 입국하도록 허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대부분의 마약수사가 정보원에 의하여 개시되는데, 통제배달은 정보원에 의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독자적인 정보와 판단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9)
한편, 1988년 유엔마약협약은 제11조 제3항에서 “통제배달하기로 합의된 불법화물은 … 마약 또는 향정신성물질을 원상태로(intact) 또는 전부 내지 일부를 제거(removed)하거나 대체(replaced)한 상태로 계속 배달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두 가지 형태의 통제배달 유형을 상정하고 있는데, 마약 또는 향정신성물질을 원상태로 두고 배달하는 전자의 방식을 라이브(live) 통제배달이라고 하고, 마약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여 무해물질로 대체한 상태에서 배달하는 후자의 방식을 클린(clean) 통제배달이라고 한다.10)
우리나라는 마약범죄가 날로 국제화·광역화·조직화 되고 있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효율적인 마약사범 진압을 위한 국제공조의 기반이 되고 있는 1988년 유엔마약협약에 가입하기 위하여 1995. 12. 6.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하 ‘마약거래방지법’이라 한다)을 제정·시행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업(業)으로서 행한 영리목적의 마약류범죄를 가중처벌하고, 마약류범죄행위로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환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외국의 몰수·추징재판의 집행을 위한 국제공조절차 등을 마련하고 있다.11)
한편, 마약거래방지법 제2장 ‘입국 절차 및 상륙 절차 등의 특례’에서 통제배달에 관한 법률적 기초를 찾을 수 있는데,12) 마약류범죄의 효과적 수사를 위하여 마약류의 분산과 범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감시체제가 확보된 경우에는 마약류범죄 혐의자의 입국과 마약류의 반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통제배달을 실시하기 위한 전제로서 검사의 요청에 따른 세관장 및 출입국관리공무원 등의 행정상 특별조치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다.13)
이처럼 통관검사 과정에서 마약류가 발견되어 검사의 요청으로 통제배달이 실시될 경우 검찰의 마약사범 수사에는 대체로 세관의 특별사법경찰관도 함께 참여한다. 대검찰청과 관세청은 2002년 1월 ‘마약수사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마약정보 합동분석팀’을 설치하는 등 검찰과 세관 간의 합동수사체제를 가동해왔다.14)
Ⅲ. 마약류에 대한 관세법상 통관검사 및 통제배달에 관한 판례 평석
대법원 2013도7718 판결 사안이다.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우편검사과 직원은 국제특급우편물에 대한 X-ray 검사를 하다가 이상 음영(陰影)이 있는 이 사건 우편물을 발견하였고, 같은 과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원이 해당 우편물에 대한 개장검사를 실시하였는데, 물품에서 시료를 채취한 후 세관 분석실에 성분분석을 의뢰하였다. 성분분석 결과 시료에서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 한다)이 확인되었고, 이에 분석실에서는 세관 마약조사과에 그 분석결과를 회보하였다.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마약조사관은 분석실로부터 위와 같은 성분분석결과를 회보받은 직후 적발보고서를 작성하여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에게 보고하였고, 그 후 인천지방검찰청과 합동으로 이 사건 우편물을 통제배달하여 마약밀수범을 검거하기로 하였으며, 세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과 인천지방검찰청 수사관들로 구성된 합동수사반은 이 사건 우편물을 수취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피고인은 이후 이 사건 우편물 전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 하였고, 검사는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 우편물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세관의 통관검사가 이루어졌고, 시료채취 및 성분분석 후 마약임이 확인되자 이 사건 우편물은 라이브 통제배달로 피고인에게 전달되었으며, 피고인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이 사건 우편물을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한 사안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우편물에 관한 샘플채취와 성분분석, 필로폰 전체에 대한 압수 등의 수사는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수사라고 다투었으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 우편물 통관검사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우편물 개봉과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은 수출입물품의 적정한 통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조사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영장 없이 우편물 개봉,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이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② 이 사건 우편물을 통제배달하는 과정에서 수사관이 사실상 그 우편물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이는 수취인을 특정하기 위한 특수한 배달의 방법으로 봄이 상당하지 이를 당해 우편물의 수취인이 특정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점유를 강제로 취득하고자 하는 압수라고 볼 수는 없는바, 수사기관이 이 사건 우편물을 수취한 피고인으로부터 이를 임의제출 받아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은, 관세법상 통관검사는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아니라 물품의 적정한 통관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세관공무원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이러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의 법리를 따를 경우 향후 행정조사가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된 세관공무원의 압수·수색을 통한 수사를 우회(迂回)하는 통로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의견이 있다.15) 즉, 수출입물품에 대한 개장조사를 통해 마약류 등을 확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압수와 수색이라는 강제수사의 일종에 해당하는바,16) 세관공무원 중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겸하는 자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결과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함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17)
그러나 다음의 이유로 위와 같은 비판적 평석에는 동조하기 어렵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 비로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는바(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197조 제1항), 수사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범죄의 혐의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조사활동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고, 그러한 조사활동을 통해 수사를 개시할 것인지 아니면 당해 조사활동을 종결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다.18) 그런데 일상적인 통관검사 과정에서 화물이나 우편물에 대한 X-ray 검사를 통해 음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X-ray 검사에서 수입금지물품으로 의심되는 이상 음영이 발견되고도 막상 개장검사를 해보면 특이사정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9) 화물이나 우편물에 대한 개장검사를 하면서 시료를 채취하고, 그에 대한 성분분석을 통해 마약류임을 확인하여야 비로소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수사기관이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구체적으로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편물 개봉,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아닌 행정조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세관공무원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이러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의 취지에 찬동한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은 통관검사 이후의 라이브 통제배달과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우편물을 임의제출 받은 것에 관하여 영장이 없었지만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그와 같은 결론에는 찬동하나, 구체적인 판시내용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우편물을 통제배달하는 과정에서 수사관이 ‘사실상 해당 우편물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고 있어도 그것이 강제처분으로서의 압수는 아니라고 설시하였다. 수사관이 우편물의 점유를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판시로 여겨지나, 압수란 수사기관이 증거방법으로 의미가 있는 물건이나 몰수가 예상되는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는 것을 말하는바,20) 수사관이 해당 우편물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고 있는데 그것이 압수가 아니라는 판례의 논리는 자연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으로서는 ‘사실상 점유의 확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통제배달은 수취인을 특정하기 위한 특별한 배달방법으로서 그 과정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강제처분으로서의 압수로 볼 수는 없다’라는 점만 설시하였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14도8719 판결 사안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멕시코에서 미국을 경유하는 항공특송화물로 필로폰을 수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미국 마약단속국과 인천공항세관의 협조를 받아 충분한 감시 하에 위 특송화물을 국내로 반입하여 배달하고, 피고인이 이를 수령하면 범인으로 검거하고자 하였다. 2011. 6. 23. 멕시코에서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가루가 은닉된 와플제조기와 잡지 1권이 특송화물로 접수되었고, 위 특송화물은 2011. 6. 27. 14:31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들은 위 특송화물이 도착한 지 약 20분이 지난 14:50경 인천공항세관 공무원으로 하여금 일괄적인 X-ray 검사 등 통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 특송화물을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사무실로 가져오도록 하였고, 그 사무실에서 위 특송화물에 은닉된 백색가루와 와플제조기, 잡지, 포장지 등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한다는 내용의 압수조서를 작성하였다. 압수조서에는 검찰수사관들이 이 압수물의 소지자인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직원으로부터 압수물을 임의제출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후 검찰수사관들은 이 사건 화물을 찾으러 온 퀵서비스 기사를 통하여 그 수령 위임인에 대한 통제배달을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수령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실패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대법원은, 마약거래방지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특정한 수출입물품을 개봉하여 검사하고 그 내용물의 점유를 취득한 행위는 범죄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그에 따라 ① 위와 같은 활동은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한 압수·수색인데도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 않음으로써 영장주의를 위반한 점, ② 영장주의를 위반한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한 점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도8719 판결은 수사와 통관검사의 경계를 고민하게 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서, 검찰에서 화물이 국내에 도착하기 전 이미 필로폰 은닉 정보를 입수하고 통제배달하기로 협의한 상황에서 마약거래방지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로서 특정한 수입물품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그 내용물을 점유하는 행위가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비록 사전에 어떠한 첩보 내지 제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화물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것인지 여부는 해당 화물을 검사하여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첩보만으로 화물 자체를 압수할 수는 없으므로, 세관공무원이 화물을 개봉하고 필로폰을 찾아내어 검찰수사관에게 제출한 행위는 수사가 아니라 단순한 행정조사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와 같은 의견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안에서 수사기관이 입수한 첩보의 내용과 수준을 살펴야 할 것이다. 검찰은 공소외 1 등으로부터 이메일 내용 등을 입수하였는데, 이를 통해 이 부분 필로폰 수입과 관련하여 2011. 6. 21. A 메일계정에서 이 부분 필로폰 발송인인 공소외 14의 메일계정인 B 메일계정으로 화물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메일이 발송되고, 공소외 14가 2011. 6. 22. 위 A 메일계정으로 화물번호를 알려 주었으며, 다시 위 A 메일계정에서 공소외 14에게 C 메일계정으로 화물번호를 추가로 보내달라는 메일이 발송된 후 공소외 14가 2011. 6. 23. 위 C 메일계정으로 재차 화물번호 등을 기재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수사기관은 익명이 아닌 특정이 가능한 제보자로부터, 단순한 풍문이 아니라 이메일 자료를 제공받았고, 그 이메일 자료를 통하여 범행 수단과 관련자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첩보가 수사의 단서(端緖)가 되어 이를 통해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만일 제보가 익명의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수사기관은 수사를 개시하지 아니하였을 것인데(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제4호 라목 등 참조), 이 사안에서는 검찰이 제보를 접수한 후 인천공항세관 및 미국 마약단속국과 통제배달 협의를 하고, 세관공무원으로 하여금 통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해당 물품을 바로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 사무실로 가져와서 화물을 개봉하고 필로폰을 찾도록 하는 등 다음 단계를 진행하였는바, 이는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명백히 수사(搜査)의 영역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4도8719 판결의 태도에 찬동한다.
상기 두 건의 대법원 판례로만 일반화하여 정리하기는 곤란할 수도 있으나, 세관공무원의 통관검사를 수사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통상적인 통관과정에서의 물품검사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지만, 애당초 범죄에 대한 첩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특정 물품에 대한 표적 검사는 강제수사로서의 압수·수색에 해당한다는 입장으로 보이고,21) 실제로 위 두 판례를 비교하며 수사와 행정조사의 경계 내지 한계를 검토한 선행연구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여러 연구에서 압수·수색과 행정조사의 구별에 집중하다보니 위 두 판례에서 공히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례들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다소 주목받지 못한 쟁점이 있는데, 세관공무원이 직무상 소지·보관하는 물품을 임의로 제출하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즉, 위 두 판례는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를 위하여 직무상 소지하거나 보관하는 물품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는 비록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이 강제로 점유를 취득하지 않은 이상 해당 물품을 압수하였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는데, 그와 같은 법리가 어느 범위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는 이하에서 별도의 항목을 통해 살펴보겠다.
Ⅳ. 세관공무원의 직무상 소지, 보관하는 물품 임의제출 관련 판례 평석
대구고등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노323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클린 통제배달의 경우에 있어서 세관공무원이 직무상 소지, 보관하는 물품을 임의로 제출한 것의 적법성에 관해 판시하고 있는 흔치 않은 판례이고,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22) 대상판결은 세관공무원이 직무상 소지·보관하는 물품을 임의로 제출하는 경우와 수사기관이 압수하는 경우의 구별 기준을 정립하는 데에 있어서 연구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국제특송화물인 이 사건 화물은 2015. 11. 16. 21:36경 중국OO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이 사건 화물의 신고품명은 'hydraulic press(유압프레스)'인데, 인천공항세관 특송통관3과 직원은 2015. 11. 17. 07:00경 X-ray 검색기로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던 중 이상한 음영을 발견하고,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에 연락하였다.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 소속인 F는 이 사건 화물이 유압프레스가 아니라 바이스(vise)인 것을 확인하고, 바이스의 내부에 필로폰이 든 것으로 의심하여 이를 절단하자, 투명비닐봉지에 싸인 백색결정체가 나왔다. F는 간이하게 성분을 분석하는 기기인 물질분석기를 이용하여 백색결정체가 필로폰인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날 11:00경 시료를 채취하여 인천공항세관의 분석실에 성분분석의뢰를 하였으며, 같은 날 위 분석실은 시료가 필로폰임을 확인하는 분석 결과 회신을 보냈다. F는 인천공항에 상주하는 검찰청 수사관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이 사건 화물 안에 바이스를 다시 넣고 이른바 통제배달을 실시하였다.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 직원 Q는 대구로 내려가 2015. 11. 18. 14:10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이 사건 필로폰과 이를 싸고 있던 투명비닐을 인계하였고, 검사는 이를 압수하여 압수조서를 작성하였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세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 중에 이 사건 화물에 든 이 사건 필로폰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였으므로, 이 사건 필로폰을 긴급압수하고 검사에게 사후영장을 신청하여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검사에게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는바, 이 사건 필로폰을 압수한 행위는 위법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압수물을 기초로 확보된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원심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고 주장하였다.23)
항소심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압수조서, 수사보고, 감정의뢰회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데도, 원심이 이를 증거로 채택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 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판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의 경우 일괄적으로 X-ray 검색기 검사를 하다가 이 사건 필로폰을 발견하게 된 것인바,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시료를 채취하고 성분분석을 의뢰하여 성분을 확인한 행위는 행정조사에 불과하다 할 것인바, 그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② 그에 반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된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에 들어있던 물건이 필로폰임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특정하여 검거하고자 통제배달을 실시하거나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한 관세법 위반 사범 또는 마약사범 등에 대한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가 개시되었다 할 것인바, 이후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압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관공무원은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는 즉시 검사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법원에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할 것인데, 세관공무원과 검사가 이와 같은 조치 없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였는바, 이는 강제처분에 관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③ 비록 검사는 세관공무원 Q로부터 이 사건 필로폰과 이를 포장한 비닐봉지를 임의제출받은 다음 압수조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Q가 이 사건 필로폰 등을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소유자·점유자 또는 보관자에 해당한다거나 그가 통관검사를 위해 직무상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바, 특별사법경찰관인 세관공무원과 검사가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도 법원의 영장 없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여 압수한 행위는 영장주의에 위반한 것이고, 이를 기초로 획득한 증거인 압수조서, 수사보고, 감정의뢰회보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항소심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우선 이 사건을 어떻게 분석하여야 할지를 필자의 시각에서 ① 수사 개시의 시점과 그에 따른 이 사건 필로폰의 성질, ② 세관공무원에 의한 이 사건 필로폰 임의제출의 가능성의 두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 대상판결의 결론이나 구체적인 판시 중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위 관세법상 통관검사에 대한 영장주의 적용 여부 관련 판례의 평석 부분(III. 1. 나.)에서 살펴본 기준에 따르건대, 이 사건의 경우 첩보를 받고 마약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일괄하여 X-ray 검색기 검사를 하던 중 이 사건 필로폰을 발견하게 된 것인바,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실에 성분분석을 의뢰하여 분석한 행위는 관계법령에 따른 행정조사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수사는 이 사건 화물에 은닉된 물건이 필로폰임을 확인한 후 통제배달을 실시하기 시작한 2015. 11. 17. 오후에 비로소 개시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반적인 우편물 통관단계에서의 세관의 검사가 사후적으로 범죄수사와 연결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범죄수사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이 경우 범죄수사는 성분분석 등의 검사결과를 통보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수사기관에 의하여 진행되는 것인바, 이러한 부수적 효과로 인하여 통관검사의 행정조사로서의 법적 성격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24) 실제로 이 사건의 변호인도 2015. 11. 17. 오후를 기점으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 소속인 F가 개장검사, 시료채취, 성분분석 의뢰 및 분석결과를 회신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필로폰의 점유를 취득한 것은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에 통관검사를 통해 직무상 소지 또는 보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사기관의 압수에는 압류(押留)와 영치(領置)가 있는데, 압류가 영장의 발부를 전제로 하여 물건의 점유를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강제처분을 말하는 반면 영치는 그 물건을 계속하여 점유하는 것을 말하는바,25) F가 통관검사 과정에서 이 사건 필로폰의 점유를 취득한 후 이를 계속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영치’이지 영장이 필요한 압류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요컨대, 수사 개시의 시점을 고려하였을 때 F가 그 점유를 취득한 이 사건 필로폰은 ‘강제취득한 압수물’이 아니라 ‘직무상 영치하게 된 물건’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는 다소 다르지만,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한 번 생각해보자. 개장검사, 시료채취, 성분분석 의뢰 및 분석결과를 회신 받는 과정을 통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게 된 F가 직접 이 사건 필로폰을 검사에게 임의제출 하였다면 어땠을까? 필자는 검사가 영장 없이 F로부터 이 사건 필로폰을 임의제출 받아서 압수하여도 적법하다고 본다.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를 위해 직무상 소지 내지 보관하는 우편물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한 경우라면 비록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강제로 점유를 취득하지 아니한 이상 해당 우편물을 압수하였다고 할 수 없는데,26) 위 가.항의 ‘수사 개시의 시점과 이 사건 필로폰의 성질’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사건 필로폰은 F가 강제력 없이 직무상 소지하게 된 영치물로서, F가 이를 임의제출할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거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세관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수행한 통관검사의 성격이 단순한 행정조사인 이상, 그 통관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마약류를 사후적으로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치 역시 그가 세관공무원으로서의 일반적인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아야지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에서 특별한 업무로서의 수사를 별도로 수행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27)도 위와 같은 필자의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이와 같은 결론은 F가 만일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겸하지 아니하는 세관공무원이라고 상정하는 경우 그 타당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 경우 F로서는 검사에게 이 사건 필로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권한 자체가 없어서(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통상적인 통관검사 과정에서 마약류를 발견하였을 때에는 이를 보관하다가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우에 영장 없음을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판결 사안의 특유한 문제는 검사에게 이 사건 필로폰을 임의로 제출한 주체가 통관검사를 직접 실시한 F가 아니라 또 다른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 직원인 Q라는 점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체적으로 Q가 이 사건 필로폰의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소지자(所持者)는 소유자와의 사이에서 위탁관계 없이 자기를 위하여 물건을 점유하는 자를 의미하고, 압수 이전부터 물건을 맡아서 계속적으로 간직하고 관리한다는 의미를 가진 보관자(保管者)는 위탁관계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 타인을 위하여 물건을 점유하는 자를 말한다.28) Q는 이 사건 필로폰의 소유자와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는바, 그가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소지자’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제출자가 반드시 적법한 권원(權原)이 있는 권리자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적법한 권리자일 필요가 없다는 소극설이 통설(通說)이다.29) 특히, 소지자의 경우에 위탁관계 없이 자기를 위하여 물건을 점유하는 자임에 비추어 볼 때 제출자가 반드시 적법한 권원이 있는 권리자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에 따르면 가령 절도범도 그가 절취한 장물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이 절도범인으로부터 그 장물을 임의로 제출받은 경우 임의제출의 적법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30) 물론, 절도범인의 장물 임의제출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108조나 제218조가 아니라 예외적으로 정당행위의 논리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을 뿐이라는 견해도 존재하는데,31) 어느 견해에 따르든 수사기관이 그 임의제출의 대상물을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
판례의 태도는 어떠한가? 절도범인의 임의제출 등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는 판례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채혈된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음주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제출받아 압수한 사안과 관련하여 “당시 간호사가 위 혈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병원 또는 담당 의사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32) 원칙적으로 현실적인 소지자인지 여부만 문제 삼을 뿐 적법한 소지 여부는 불문하는 태도로 해석된다.33)
이처럼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된 혈액을 간호사가 병원 내지 담당 의사를 대리하여 임의로 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더라도 적법절차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건대, 대상판결의 경우 통관검사 시 이미 F가 그 점유를 취득한 이 사건 필로폰을 Q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F를 대리하여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더라도 적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 과정에서 우편물을 검사하고 성분을 분석할 수 있고, 세관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되었다고 해서 그 특별사법경찰관리의 모든 행위가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범죄혐의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파악하여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수사가 개시된다고 설시하면서, 구체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 통상적인 X-ray 검색기 검사를 하던 중 이 사건 필로폰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서, 인천공항세관 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시료를 채취하고 성분을 분석한 행위는 행정조사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된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에 은닉된 물건이 필로폰임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특정하여 검거하기 위해 통제배달을 실시하거나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기 시작했을 때에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한 마약사범 등에 대한 증거의 수집을 목적으로 한 수사가 개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2015. 11. 17. 오후를 기점으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위에서 살펴본 필자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문제는 수사 개시 이후에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필로폰을 계속 점유하기 위하여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수사 개시 이후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는 것은 실질적인 압수이므로, 세관공무원은 점유 즉시 검사에게 이 사건 필로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법원에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할 것인데도, 세관공무원과 검사가 이와 같은 조치 없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한 것은 강제처분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세관공무원 중 일부가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 받아 수사 업무도 할 수 있음에 착안하여, 세관공무원이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파악한 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을 때의 행위는 단순한 행정조사가 아닌 수사에 해당하므로 여기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만 한다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34)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하여 수사가 개시되기 전 통관검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필로폰에 대한 점유 취득의 실질이 압수로 바뀐다는 논리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관세법에 따른 통관검사 과정에서 아무런 강제력 없이 취득된 물품이 갑자기 ‘강제로 압수된 물품’으로 그 성격이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수사 개시 이전에 이루어진 절차에 대해서까지 사실상 소급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로서, 관계법령에서 행정조사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둔 취지를 몰각시킨다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관계법령상의 요건을 모두 갖춘 적법한 통관검사였다면, 이후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는 사정이 더해지더라도, 그 통관검사 자체가 소급하여 위법·무효한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아니 된다.
게다가 대상판결은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법원으로부터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했다고 판시하나, 과연 대상판결의 사안이 사후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경우인지도 의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따르면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통관검사를 실시한 세관공무원 F로서는 이 사건 화물에 든 것이 필로폰임을 확인하였을 때 비로소 ‘범행 중’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시점에 이미 통관검사를 통해 이 사건 필로폰의 점유를 취득하고 있는바, 여기에 어떤 추가적인 압수·수색·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영장 없이 이루어진 압수, 수색, 검증’을 전제로 하는 사후영장은 대상판결 사안에서 애당초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요컨대, 관세법상 통관검사에서 수사 개시로 이어지는 대상판결의 사안에 있어서, 수사기관으로서는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형사소송법, 경찰수사규칙 등 수사 관계 법령과 그 밖의 각종 수사준칙을 준수하면 되고,35) 추가로 여타 대상물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이 필요하다면 그때는 당연히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세관공무원이 수사 개시 이전부터 점유하고 있던 이 사건 필로폰을 수사 개시 이후에 계속 점유하는 데에 사후영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다음으로 필자는 ‘세관공무원 Q의 이 사건 필로폰의 임의제출 가부’에 관하여도 대상판결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대상판결은, “비록 검사는 2015. 11. 18. 통제 배달을 위해 대구로 내려온 인천공항세관 직원 Q로부터 이 사건 필로폰과 이를 포장한 투명 비닐봉지를 임의로 제출받은 다음 압수조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 Q가 이 사건 필로폰 등을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소유자·점유자 또는 보관자에 해당한다거나 그가 세관공무원으로서 통관검사를 위해 직무상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으나, 과연 Q가 형사소송법 제218조 소정의 소지자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대법원은 현실적인 소지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문제 삼을 뿐 그 소지가 적법한지 여부는 불문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된 혈액을 간호사가 병원 내지 담당 의사를 대리하여 임의로 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더라도 적법절차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보건대,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에도 통관검사 과정에서 이미 F가 그 점유를 취득한 이 사건 필로폰을 같은 부서 직원인 Q가 F를 대리하여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더라도 적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채혈된 혈액의 임의제출에서 인정되는 대리(代理)의 개념을 통관검사 시 취득한 영치물의 임의제출에서 인정하지 못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위 간호사의 혈액 임의제출 관련 판례에서 대법원은 “대리하여…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이라고 판시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대리 제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함을 전제하고 있는바, 대상판결 사안에서 Q가 F를 대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역시 추가로 살펴보아야 한다. 한편, 같은 판례에서 대법원은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환자의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면 그 혈액의 증거사용에 대하여도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그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라고 판시함으로써, 임의제출의 주체가 ‘소유자가 아닌 소지자 또는 보관자’인 경우에는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한 제한을 가하고 있고, 이러한 논리는 교도관이 수감자가 맡긴 비망록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 관한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도1097 판결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를 위하여 직무상 소지·보관하는 물품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는 ‘소유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라는 제한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등 요건을 완화하고 있고,36) 이에 대하여는 통관검사 절차 자체가 관련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있다.37) 그런데 이러한 분석은 통관검사를 실시한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 과정에서 취득한 물품을 직접 임의제출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제3자가 임의제출하는 경우에는 대리 제출 권한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 제3자의 임의제출이 소유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제3자인 Q는 통관검사를 실시한 F와 같은 부서 소속으로서 Q가 임의제출을 한다고 하여 통관검사에 애당초 내재되어 있던 인격적 법익 제한에 특별히 추가되는 인격권 침해는 없다고 할 것이고, Q가 수사기관 자체로서 수사를 한 사정 역시 없는바, Q에게 F를 대리하여 이 사건 필로폰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없다고 판단된다.
V. 결론
마약류 적발액과 적발중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자를 통한 마약류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등을 이용한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38) 그러다보니 우편물과 특송화물에 대한 통관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실제로 세관의 통관검사 과정에서 마약류가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39) 그 결과 자연스럽게 통관검사의 의의와 법적 성질 등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통관검사의 법적 성질 등에 관해 직접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 2013도7718 판결은 통관검사가 원칙적으로 ‘행정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해준 최초의 판결로서, 행정조사의 특성상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음을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런데 2016. 11. 24. 대구고등법원은, 인천공항세관 공무원이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고 개봉하여 시료를 채취하고 세관 분석실에 성분분석을 의뢰하여 분석한 행위는 행정조사에 불과하므로 그 과정에서 법원의 영장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세관공무원이 이 사건 필로폰을 점유하는 행위는 그 실질이 압수에 해당하므로 세관공무원은 그 즉시 검사에게 이 사건 필로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이 사건 필로폰에 대한 점유를 취득한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2017년에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 판례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하여 비판적 평석을 개진하였다.
마약범죄 수사를 공권력과 마약조직 간의 치열한 한판승부로 간주한다면, 반칙과 불법에 능숙한 교활한 상대를 규칙과 절차를 지키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려운 투쟁이 바로 마약범죄 수사다.40) 이처럼 마약범죄 수사에는 태생적 한계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유엔을 비롯한 각급 국제기구들은 국가마다 과감한 변신을 통해 마약조직을 제압할 것을 부단히 주문한다. 무엇보다도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통신감청, 함정수사, 그리고 예금계좌추적의 허용요건을 과감히 넓힐 것을 권고한다.41) 더 나아가, 유엔을 비롯한 각급 국제기구들은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루고 확립한 형사소송의 기본원칙까지도 과감히 재고(再考)할 것을 단호히 권고하며, 마약수사를 위해 필요하면 헌법에 보장된 묵비권, 변호인선임권 등은 물론이고 무죄추정의 원리도 예외를 둘 것을 권고한다.42)
상황이 이와 같은데, 대상판결은 영장주의의 예외나 완화의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수사 개시 전의 통관검사에까지 사실상 영장주의를 소급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그 결론에 찬동하기 어렵다. 한편, 대상판결 선고 이후인 2020년에는 인천세관 소속 공무원이 통관검사 절차에서 화물을 개봉하고, 시료를 채취한 후 성분분석 검사를 의뢰하여 화물에 필로폰이 은닉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 무렵 대전지방검찰청은 통제배달 방식으로 수사에 착수하였으며, 대전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인천세관 사무실에 보관 중인 마약류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은 사안이 있었다.43)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겸하는 세관공무원의 영치물품 임의제출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검찰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으로 보이나, 과연 통관검사 과정에서 취득한 물품의 임의제출을 받는 대신에 세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어야만 하는 것인지, 좀 더 전향적인 접근은 불가능하였던 것인지를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대상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마약류 확산의 심각성에 연동하여 통관검사 과정에서 취득한 물품 임의제출의 적법성에 관해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