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면서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이러한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혁신과 마케팅이 그 핵심이라고 하였다. 기업이 혁신을 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기업의 궁극적 목적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적은 비용을 투입하여 잘 팔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은 그렇게 혁신의 과정을 거쳐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잘 알려 만족할 만한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이러한 기업경영과정에 다양한 형태의 무형자산(혹은 지식재산)이 형성된다. 혁신과정에는 특허와 디자인 등과 같은 것이 생겨나고 마케팅과정에서는 브랜드와 상표 등이 생성된다. 오늘날 기업경영에서는 이러한 무형자산이 상품제조시설, 공장 등과 같은 유형자산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1). 기업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하게 되는 기업회계와 세무상으로도 무형자산 이슈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오늘날 소위 그룹이라고 하는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경제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고 동일한 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 상호간에는 그룹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지원활동에도 무형자산거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중 상표(브랜드 포함)의 사용거래와 관련한 과세문제가 많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상표가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마케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상표관리를 하고 있고 그러한 상표를 계열회사들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계열회사들이 그룹의 상표를 사용하여 기업경영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장에서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계열회사들은 상표를 보유한 회사에 적절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상표사용을 둘러싼 두 기업 모두에게 과세이슈가 등장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싼 과세가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이후 본격화되었다2). 관련 사건들이 지금까지는 조세심판원에의 심판청구와 같은 행정심 단계를 거쳐 하급심 법원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다가 최근 대법원 판결도 몇 건 선고되기에 이르렀다3). 이처럼 다수의 과세사례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아쉽게도 이와 관련한 과세논리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정립되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과세실무적으로도 완전하게 체계가 잡혀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상표(권) 사용료 과세와 관련하여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에 여러 갈등들이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과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필요성에 기초하여 그룹계열사의 상표사용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과세문제를 연구대상으로 하고자 한다.
Ⅱ. 그룹상표권 개념의 이해
그룹 계열사들의 상표사용에 대한 과세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과세대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문에서는 계열사가 사용한 것은 “상표”이고 그 대가로 지급하는 것은 “상표권 사용료”라고 판시하고 있다4). 상표를 사용하였으면 “상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데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상표개념과 상표권개념의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상표개념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이와 혼용해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혹은 브랜드명)에 대한 설명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또 상표와 브랜드가 모두 무형자산의 일종이므로 무형자산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상표권개념과 관련해서는 최근 법원이 판결문에서 “그룹상표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5) 이 개념은 “상표권”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상표”(trademark)를 법적으로 개념정의하는 대다수 문헌들은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규정을6) 원용한다7). 이는 상표법상 상표의 개념이 일반적인(=사전적인) 상표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는8)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표법상 상표개념은 「상표법」이라는 실정법의 보호대상(또는 보호조건)을 규정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9). 상표가 그 자체로 자산가치를 가지고 있고 또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상표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위와 같은 정의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현행법상 보호되는 상표는 ‘등록상표’와 ‘미등록상표’로 나눌 수 있다. 상표법이 정하는 요건과 절차에 따라 등록된 상표를 ‘등록상표’라 한다. 이는 상표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그 외 상표 중 법적 보호가치가 있는 것은 ‘미등록상표’라고 하고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함)에 의해 보호를 한다10). 양자를 총괄하는 상표개념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서비스 포함)을 타인의 그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상품에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1).
상표는 기본적으로 영업을 하는 자가 자신의 것을 타인의 그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지인데 이러한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 다수 존재한다12). 그 중 이 글에서는 브랜드(brand)와의 구분을 특별히 언급하고자 한다. 흔히 브랜드는 상표와 동일한 단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13). 양자는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구별시켜주는 단어, 상징 등 표시의 결합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양자는 다른 것이므로 구분되어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브랜드를 “Coporate brand”와 “Product brand”로 구분하고 후자가 상표법상 상표와 거의 동일한 의미라고 설명하는 입장도 있다14).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이하 “기업회계기준”이라 함)에서도 “브랜드명”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이를 “상표”개념과는 구분하고 있다15).
브랜드를 아직까지 명확하게 법적으로 정의한 규정은 없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러 마케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상품에 대한 인지도, 이미지, 품질인식, 그리고 이에 따라 나타나는 고객충성도 등의 총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통해 하나의 경제적 생산자를 다른 주체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상표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는데 가장 적합한 지식재산을 상표라고 한다16). 하지만 상표 이외에도 회사(혹은 그룹)명, 특정 상품명, 기호, 상표가 아닌 로고나 로고송, 캐릭터, 홍보대사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인물의 이미지, 디자인 또는 이들의 조합 등 다양한 도구에 의해 브랜드관리가 가능하다17). 상표는 그 단위가 “상품”인 반면 이와 구분되는 브랜드는 “상품을 생산하는 경영활동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브랜드는 기업단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이 집단을 이루어 활동하는 경우 하나의 그룹 단위로도 브랜드 형성이 이루어진다18).
이러한 브랜드는 그 자체가 기업의 무형자산의 일종이다19). 상표는 법적인 개념이고 브랜드는 경영학에서의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하는 입장도 있다20). 하지만 현재 실정법 조문에서 분명하게 상표와 분리되어진 개념으로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브랜드도 법적인 개념이라고 해야 한다21). 실정법 조문에서 상표라는 개념과 브랜드라는 개념을 구분하고 있으므로 법적으로도 양자는 다른 것으로 취급되어져야 한다. 브랜드를 형성하는 다수의 요소들은 미등록상표처럼 상표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22) 보호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23).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표와 브랜드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지만 양자는 법적으로도 구분해야 하는 개념이다. 상표도 무형자산이지만 브랜드도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무형자산에 해당한다. 이처럼 양자를 구분한다고 할 때 브랜드는 상표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24).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표와 브랜드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견해가 다수 존재하며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상표와 브랜드의 기능이 매우 유사한 점을 고려하여 적어도 세법적 논의를 함에 있어서는 “상표”를 광의와 협의 그리고 최협의로 이해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광의의 상표는 브랜드의 개념으로, 협의는 브랜드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의 상표개념으로 이해하고25), 최협의로는 상표법에 따른 보호를 받는 등록상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표의 기능은 본질적 기능과 파생적 기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본질적기능으로는 상품의 식별기능과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출처표시기능과 품질보증기능을 언급한다. 파생적 기능으로 상표는 광고선전기능, 보호적 기능 및 경쟁적 기능, 재산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한다26).
상표와 브랜드를 구분할 때 브랜드도 거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과세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광고선전기능, 재산적 기능 그리고 고객흡인력을 유지하는 경쟁적 기능을 상표뿐만 아니라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문헌에서는 상표와 달리 브랜드는 그 외에도 원가절감기능, 자금조달편익기능, 인재확보유용성, 기타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상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편익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27). 그룹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계열사는 특정 계열집단에 속해있다는 것을 자신들과 거래하는 금융회사, 소비자 등에게 알림으로 인해 단순히 상표를 통한 제품광고효과를 넘어선 폭넓은 경제적 편익을 현실적으로 누리게 된다28).
기업이 상표를 개발하고 그 가치를 유지·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자본투입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형성된 자산적 가치가 있는 상표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입법자는 「상표법」이라는 법을 제정해두고 있다29). 이 법은 일정한 등록절차를 통해 법적 보호요건을 충족한 상표를 국가에 등록하도록 하고 그 등록된 상표에 대해서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서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해주고 있다30). 이처럼 등록된 상표의 경우 상표법에 따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이 부여되는데 이것이 “상표권”이다. 즉, 상표권은 「상표법」이라는 실정법을 전제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상표등록을 하려는 자는 상표의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을 충족한 기호, 문자 등의 상표를 그 상표를 사용할 상품(지정상품)을 지정하여 출원서를 특허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출원서가 제출되면 특허청의 심사관이 상표의 요건에 대해 심사하여 문제가 없으면 출원공고를 하고 이에 대해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상표등록료 납부 확인후 상표등록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상표등록이 되면 비로소 법상 권리로서 “상표권”이 발생하게 된다31). 이러한 절차를 거쳐 상표권이 발생하면 상표법은 상표권자에게 지정상품에 관하여32)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고33), 타인은 그러한 상표를 부당하게 사용하면 침해행위로 제재를 받게 된다.
법원은 상표과세 관련 판결문에서 “그룹상표권”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사용한 바 있다34). 이 개념은 상표권을 규정하는 상표법에는 등장하지 않는 개념이다35). 이 개념을 사용한 법원판결문에서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한 이해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제1설은 그룹상표권을 상표법의 적용을 받는 상표권의 일종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즉, 이 입장에 따를때 상표법에 따라 등록된 상표만이 그룹상표권에 의해 보호되는 대상이라고 이해한다. 다만 상표가 하나의 그룹에서 그룹차원의 브랜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등록상표만을 대상으로 하여 “그룹상표권”이라는 별도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2설은 그룹상표권을 상표법의 적용을 받는 상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형성의 수단이 되는 다양한 자산도 그 대상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기본적으로 상표권은 상표법을 전제한 것인데 그 법에서 그룹상표권이라는 별도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상표법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또한 이 입장은 판례가 그룹상표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상황이 상표법에 따른 상표보호를 논의하는 과정이 아니라 계열사들이 그룹브랜딩을 위해 관리하고 있는 상표라는 자산을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향유한 경우 각 상표사용의 당사자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논하는 과정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 단계에서 세법은 굳이 상표법에 구속되어 상표권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36).
생각건대, 이 문제는 결국 아래에서 설명하는 상표법과 세법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상표과세와 관련하여 그 대상을 상표법에 의해 보호되는 상표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므로 그룹상표권개념과 관련해서는 제2설처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는 결국 상표법에 의해 보호되는 상표, 즉 최협의의 상표만을 그룹 계열사가 사용하는 경우 지주회사 등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광고선전기능, 재산적 기능, 경쟁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그룹의 브랜드, 즉 광의의 상표를 사용하게 한 경우에도 최협의의 상표사용과 동일하게 과세할 것인지의 문제로 연결되어진다37).
상표과세와 관련한 이슈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표 내지는 상표권에 대한 이해 이외에 상표와 브랜드를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무형자산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한다. 무형자산에 대한 논의의 경우 자산법적 논의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면 관계상 이 글에서는 세법상 논의를 중심으로 하기로 한다.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은 기업의 자산을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상표 내지는 상표권 그리고 브랜드는 모두 무형자산에 해당한다. 세법에서 무형자산과세가 논란이 되는 경우로는 법인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그리고 국외특수관계자간의 자산거래에 대해 정상가격에 의한 조정을 문제삼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이라 함)을 들 수 있다. 이 법 중 어디에도 무형자산을 직접 정의한 경우는 없다. 이와 달리 기업회계기준(K-IFRS) 제1038호에서는 “무형자산”을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할 수 있는 비화폐성자산’으로 정의하고 있고38), “자산”은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통제하고 있고 미래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으로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다39). 그래서 무형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①식별가능성40), ②자원에 대한 통제 그리고 ③미래경제적 효익의 유입이 있어야 한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이러한 무형자산의 예시로 컴퓨터소프트웨어, 특허권, 저작권, 영화필름, 고객목록, 모기지관리용역권, 어업권, 수입할당량, 프랜차이즈, 고객이나 공급자와의 관계, 고객충성도, 시장점유율과 판매권 등을 예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41).
세법에서는 무형자산을 정의하는 대신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것을 예시하거나(제1유형) 한정적으로 열거하거나(제2유형)42) 혹은 아무런 추가적 설명도 없이 “자산”이라는 단어만을 사용하기도 한다(제3유형)43). 특히, 제2유형의 경우 열거되지 않았지만 기업회계기준 등에 의해 무형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을 과세상 어떻게 취급할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래 표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입법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국조법상 무형자산규정을 소개해 보았다44).
무형자산은 권리로서의 무형자산과 가치로서의 무형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45). ‘권리로서의 무형자산’은 위 국조법규정에 나타나듯이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 것 중 실정법체계에서 하나의 특별한 권리로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논의되는 상표권이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권리로서의 무형자산을 세법에서 언급하는 방식에도 두 유형이 있다. 국조법상 무형자산규정에서는 “「상표법」에 따른 상표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법인세법과 상증세법에서는 상표법을 언급하지 않고 “상표권”이라는 개념만을 언급하고 있다.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특허권 등도 같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46). 상표권은 상표법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두 방식의 내용상 차이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가치로서의 무형자산’은 무형자산으로 인정할 자산적 가치가 존재하지만 실정법체계에서 이에 대해 하나의 권리를 설정해서 보호하지는 않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상표권과 같은 특별한 별도의 권리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도 법적 보호가치가 있는 자산이면 그 자체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글에서 언급한 것 중 미등록상표와 브랜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47).
무형자산을 이처럼 권리로서의 무형자산과 가치로서의 무형자산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무형의 자산적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여 보호하고 있는 실정법의 존재여부 때문이다. 그러한 실정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자산적 가치가 있는 것의 자산성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상표를 예로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볼 필요가 있다. 상표 중 등록상표에 대해 상표권을 보호하는 이유는 그 권리에 화체된 무형자산으로서의 상표 자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48). 미등록상표나 브랜드는 그 자체가 무형자산이 될 수 있다. 무형자산으로서 상표의 자산적 가치가 등록상표의 경우에는 상표권이라는 권리의 가치로 평가될 뿐이고 미등록상표나 브랜드는 별도의 상표권이 부여되지 않으므로 그 자체의 가치로 평가되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49).
Ⅲ. 그룹상표권 사용에 대한 법인세 과세 일반
상표는50) 마케팅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판매하는 제품의 질이 유사하다고 할지라도 어떠한 상표로 경영을 하는지에 따라 기업매출규모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업의 브랜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자금을 투입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상표는 상표를 개발한 기업이 직접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에게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룹의 경우 내부적으로 개발한 상표 등을 그룹차원의 동의하에 계열사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토록 하여 효율을 극대화시키려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상표의 사용권한을 넘겨받은 기업은 자신이 상표를 개발하지 않았지만 그 경제적 효익의 상당부분을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 그 상표가 삼성, LG등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 그룹브랜딩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51). 그래서 상표사용권한을 넘겨받은 기업은 이를 넘겨준 기업에게 사용료를 지불한다. 이러한 경제적 거래는 상표사용을 둘러싼 두 당사자 모두에게 법인세 변동요인이 된다. 아래에서는 이와 관련한 일반론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타인이 개발한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표사용권한을 가진 자와 상표 라이선스계약(license agreement)을 체결해야 한다. 이때 라이선스의 대상은 실무상으로는 대부분 등록상표이지만 그 외에 이론적으로 미등록상표 혹은 브랜드에 해당하는 것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라이선스대상이 등록상표인 경우 한쪽 당사자는 “상표권자”가 될 것이지만 미등록상표나 브랜드가 라이선스대상인 경우 당사자가 엄밀한 의미에서 “상표권자”가 될 필요는 없다52). 그룹의 경우 상표권자가 되는 회사는 해당 그룹이 지주회사체제를 취하고 있는 경우에는 지주회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룹 자체적으로 상표를 관리하고 있는 계열회사가53) 될 것이다.
이 계약의 핵심적 내용은 사용대상인 상표(계약상표)를 특정하고 이 상표에 대해 지주회사처럼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자가 계약 상대방에게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대신 일정한 수수료를 수수한다는 것이다54). 상표를 개발하고 관리하지 않은 계열사가 상표를 영업에 사용하는 경우 상표법 혹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제재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55).
상표사용에 대한 법인세과세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이다. 우리나라는 지주회사제도를 금지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1999년에 기업의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함)을 개정하여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일부 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였다. 이 경우 상표를 포함한 그룹의 브랜드는 지주회사가 관리하고 계열사와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여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과세당국은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시 사용료를 적정하게 책정하여 주고 받는지를 점검하여 과세내용에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상표사용에 대한 과세내용은 2010년을 전후로 하여 일부 변화하게 된다. 이 시점을 전후로 하여 사업자회사의 해외계열사 매출 부분에 대한 과세가 문제되기 시작하였다57). 또한 과거에는 단순히 상표의 법적 소유권을 기초로 하여 사용료수취여부가 결정되었지만 이때부터는 실질적으로 상표에 대한 관리와 투자를 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사용료수취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였다58). 그리고 2015년을 전후하여 그 전에는 주로 지주회사를 설립한 그룹을 대상으로 하여서만 상표사용료 과세문제를 점검하다가 이 이슈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의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과세대상을 확대하였다.
일반론적으로 상표사용과 관련한 과세내용은 상표를 사용하게 한 기업은 그 수수료 수익을 법인세 과세시 익금으로 인식하게 되고, 상표사용권한을 부여받은 회사는 그 사용료로 지급한 금액을 비용으로 손금처리하게 된다. 이러한 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결정되어야 한다.
첫째, 라이선스계약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확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최협의의 상표인지 광의의 상표(브랜드)인지 혹은 특정 기업이 아닌 그룹차원의 브랜드인지에 따라 무형자산의 가치가 달라 사용금액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아래에서 설명하는 과세당사자를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59). 이는 기본적으로 라이선스계약의 해석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다. 하지만 계약문언상 거래대상과 실제 당사자가 사용허락하고 있는 대상이 다를 경우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는 세법에서는 후자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
둘째, 세법적으로 상표사용료를 수수할 당사자가 정해져야 한다. 보통의 경우 라이선스계약을 기초로 하여 그 계약에 따라 상표를 사용하게 한 자는 상표사용권한을 넘겨받는 기업으로부터 사용수수료를 받게 된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과거에는 상표의 법적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수수료지급의 타당성을 검토하였지만 현재는 경제적으로 그 상표를 관리하고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셋째, 적정한 상표사용료율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대상 자산의 시가를 결정하고 그 시가에 일정요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함이 원칙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기본적으로 라이선스계약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겠지만 그 수준이 법인세법상 시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 현재 당사자가 상표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상표 사용료율을 결정하는 구조는 대체적으로 총매출액에서 OEM매출액과 특수관계자간의 매출액을 공제한 뒤 다시 언론매체에의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금액을 공제한 것에 대해 일정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하고 있다.
Ⅳ. 그룹상표권 사용과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는 법인세과세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주제이다. 이는 상표 사용료과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상표사용권한이 있는 회사가 다른 회사로 하여금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게 하고 적정한 수준의 상표수수료를 수수하지 않으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에 의해 추가적인 익금산입요소가 발생하게 된다. 상표사용료과세가 논란이 되는 사례 중 이러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특히, 이러한 상표가 그룹 브랜딩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상표사용관계와는 다른 특수한 문제도 발생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법인세과세와 관련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는 법인세법 제52조에 규정되어 있다. 유사한 규정이 소득세법 제41조와 제101조에도 입법되어 있다. 이 제도는 특수관계인에게 정상적인 거래형식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분여함으로써 통상의 합리적인 거래형식을 취할 때 생기는 조세의 부담을 경감, 배제시키는 대외적 행위 또는 내부적 계산을 세법상 부인하는 것이다60). 이 제도는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여 과세형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며61), 일반적으로 실질과세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62).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많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로 인해 다른 법과 세법이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민법과 같은 사법과 세법의 관계가 문제된다. 과세대상이 되는 거래행위가 주로 민법과 같은 사법에 의해 실체적으로 규율되는데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하면 적법한 사법상 행위를 세법적용에서 “부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63).
이러한 현상은 세법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여러 제도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조세회피행위방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경우 그리고 실질과세원칙에서의 실질을 경제적 실질에 따라 적용하는 경우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64).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세법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 독일 등 선진국가의 세법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65). 하나의 법체계 내에서 이처럼 사법과 세법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당화되는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세법의 독자성이다. 사법은 거래행위에 있어서 권리귀속을 통한 개인간의 사익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지만 공법인 세법은 공평한 조세분배를 통해 과세권자인 국가 등과 전체 국민과의 관계에서의 공익적 이해관계조정을 목적으로 하므로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법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66). 즉, 두 개의 법이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므로 한 개 법 영역에서의 법률구성을 다른 법 영역에서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관할지방국세청장은 내국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그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이하 “부당행위계산”이라 한다)과 관계없이 그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위한 요건으로 첫째, 내국법인의 행위 또는 계산을 그 대상으로 하고67), 둘째 부인대상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그 거래로 인해 그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요건이 주로 문제되는데68) 특히 세 번째 요건이 더 중요하다. 이때 행위나 거래의 “부당성”은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한다69). 판례는 거래행위의 경제적 합리성 유무를 거래행위의 제반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되, 거래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70). 이 요건을 적용함에 있어서 법인세법은 건전한 사회 통념 및 상거래 관행과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을 시가로 보고71) 법인세법 시행령은 아래 <표 2>처럼 이를 기준으로 하여 저가이거나 고가인 경우를72) 부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상표 등을 소유한 그룹의 지주회사 등은 이를 계열회사가 아닌 제3자에게 사용허락을 하였다면 당연히 대가를 받았을 것이므로 계열회사로부터 그 대가를 받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과세당국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에 의거하여 사용료의 시가 상당액을 상표 등을 소유한 회사의 익금에 가산하여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을 것이다.
상표 등 자산을 소유한 회사가 내국법인이고 그 법인이 상표를 사용하는 회사와 동일한 그룹에 속하면 법인세법상 특수관계가 인정되므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요건 중 부당행위성만 인정되면 이러한 과세는 적법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표(혹은 상표권)는 무형자산이므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을 대가를 받지 않거나 혹은 저렴한 대가를 받고 사용하게 하면 보통의 경우 위 <표 2>에서 제시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부당행위성이 인정될 수 있다78).
이러한 설명은 상표권의 대상인 최협의의 상표를 라이선스한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타당하다. 하지만 협의 혹은 광의의 상표를 라이선스한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룹차원에서 관리하는 상표는 이러한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그룹이 그룹상표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데 그 브랜드가 등록상표는 아닌 경우 혹은 등록상표일지라도 지정상품의 범위가 제한적으로 정해진 경우, 그 범위를 벗어나서 사용하여도 계열사는 현실적으로 상표사용에 따른 매출증가 뿐만 아니라 특정기업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인해 금융 등 다양한 경제적 편익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79). 이러한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하여 과세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아래에서는 이러한 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론적으로 어떠한 논리에 의해 과세의 가능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는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상표법과 세법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적용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이 주제를 먼저 다루기로 한다.
상표과세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대법원판결은 대부분 “상표권 사용료”를 과세대상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다80). 이는 대법원이 상표사용료 과세의 경우 상표권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상표권은 상표법을 전제한 것이므로 상표권(혹은 상표) 사용료 수입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적용은 상표법과 세법의 관계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상표법과 세법의 관계는, 지주회사등이 상표법상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리고 그 상표권의 보호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만 계열회사로부터 상표수수료수입을 수수할 권한이 있다고 보아, 그러한 경우에 한하여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로 연결된다. 제1설은 이를 긍정하는 것이고 제2설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제1설은 상표권이라는 권리가 존재해야만 권리를 사용하게 하고 대가를 수수할 권리도 명확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할 수 있다. 제2설은 실제적으로 계열회사가 상표사용을 통해 이익을 향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상표권이 전제되지 않아도 대가를 지불하게 하고 상대방회사는 대가를 수수한 것으로 하여 과세해야만 형평성있는 과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법과 세법의 관계에 대한 논의와 유사하게 이 논의에 있어서도 제2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상표법은 상표보호를 1차적 목적이자 근본적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81). 이 법은 이를 위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상표를 등록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등록된 상표에 대해서는 등록자에게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권한을 부여하고 타인이 그것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는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표법은 이처럼 상표의 이용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즉, 상표법의 주요 관심사는 누가 어떤 상표에 대한 상표권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 상표침해행위가 되는 것인지이다.
반면, 세법은 공평한 세금배분을 위한 객관적 규범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세법을 지배하는 여러 법원칙이 존재하는데 그 중 실질과세원칙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82). 실질과세원칙에서의 실질을 경제적 실질로 이해하게 되면83) 상표법상 적법한 상표권이 존재하는 상표를 계열회사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고 있는지 여부는 지주회사 등에 대한 상표수수료과세에 있어서 결정적이지 않고, 상표법상 상표권 사용(=최협의의 상표 사용)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혜택을 계열사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해야 한다. 또한, 위법행위로 인한 소득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여 적법행위와 같은 세부담을 지우는 것84)과 동일한 논리로 상표권자가 본문 위에서 설명한 상표 라이선스계약 없이 암묵적으로 계열사의 상표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경우 계열사가 적법한 상표사용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상표법상 결론과 무관하게 실제로 계열사들이 상표를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였다면 이와 관련된 세금부과는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85).
계열사에게 그룹의 상표를 사용하게 한 것과 관련하여 지주회사등에게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에 의해 법인세 과세를 하는 경우 그 거래의 부당성판단을 위해서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와 제9호가 중요하다.
우선적으로는 제6호가 적용될 것이다. 이 호는 “금전, 그 밖의 자산 또는 용역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낮은 이율·요율이나 임대료로 대부하거나 제공한 경우”를86) 부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상표등사용과 관련하여 이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규정에서 “자산”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여부이다. 이때 자산에는 유형자산 이외에 무형자산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상표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되는 등록상표 혹은 그러한 상표를 대상으로 하는 상표권이 무형자산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 외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 즉 협의의 상표 혹은 광의의 상표사용이 문제된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설과 긍정설의 견해대립이 있을 수 있다. 부정설은 법인세법상 감가상각규정처럼 세법에서 상표를 언급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혹은 “「상표법」에 따른 상표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고려했을 때 상표권에 의해 보호되는 상표만을 세법에서는 그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논거를 들 수 있다87). 이와 달리 긍정설은 세법상 무형자산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문은 없으므로 문제가 되는 각 영역별로 그 취지에 부합하게 해석하면 되는데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무형자산의 범주결정과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에서의 그것은 두 제도의 취지상 동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88) 그 근거로 할 수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에서의 “자산”의 범주에 상표법에 따른 상표권보호대상이 되는 상표, 즉 최협의의 상표 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으로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광의의 상표 모두를 포섭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최협의의 상표나 광의의 상표, 즉 브랜드는 기능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오히려 브랜드의 경우 자금조달편익, 원가절감 등 상표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서 계열회사들에게 경제적 효익을 부여하고 있다89). 이런 측면을 고려할때 실질과세원칙에 기초하여 공평한 세금배분을 하려는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취지상 위와 같은 해석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만일 제6호상 ‘자산’의 범주에 최협의의 상표만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룹상표권과 같이 협의 내지 광의의 상표개념에 해당하는 것들은 제9호의 “제6호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내지 제6호에 준하지 않아도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90). 왜냐하면 그룹브랜드 혹은 그룹상표권에 해당하는 것이 상표법에 따라 등록된 상표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아도 그러한 상표와 유사한 경제적 이익을 계열사에게 준다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91).
그룹상표사용거래가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적용대상이라고 한다면 이를 경무상으로 혹은 저가로 계열사로 하여금 사용하게 한 지주회사 등은 그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이 특별히 정당화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세 계산시 실제 수령한 액수가 아닌 적정 상표사용요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수령한 것으로 간주하여 익금산입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상표의 적용 사용요율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중요하다.
법인세법상 적정 상표사용료율은 1차적으로는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인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에 따른다”92)고 할 것이다. 이것은 시가에 관한 일반규정이다. 만일 이러한 시가가 불분명하다면 2차적으로 감정평가법인등이 감정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가액이나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해 평가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가액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93). 이러한 가액마져 존재하지 않는 경우 법인세법은 3차적으로 “당해 자산시가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에서 그 자산의 제공과 관련하여 받은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차감한 금액에 정기예금이자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94)(=[상표 및 브랜드의 시가×50%-보조금 등]×정기예금이자율)을 시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세법적으로 상표사용료를 수수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가 복수인 경우에는95) 위 기준에 따라 결정된 사용료를 약정 지분비율이나 상표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차등적 부담을 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그 비율에 따라 나누면 되고96), 그러한 비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각 지분비율이 동일한 것으로 하여 수익배분을 하면 될 것이다97).
실무적으로는 상표 관련 총매출액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 매출액과 특수관계자간의 매출액을 공제한 뒤 다시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금액을 공제한 것에 대해 일정비율(30대그룹의 경우 0.2%∼0.4%구간, 중견그룹사의 경우 0.3∼0.6%구간)을 곱하여 사용료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98). 이는 상표와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 중 하나인 시장접근법에 의해 시가를 확정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99). 이 경우는 상표자산의 가치 자체를 분리해서 먼저 확정하지는 않는다. 그 외에 소송제기후 감정기관의 감정을 통해 사용료의 시가를 확정하는 경우도 있고100), 전문감정기관을 통해 상표자산의 가치를 평가한 후 법인세법 시행령이 정하는 산식을101) 적용하여 가액을 계산하기도 한다102).
그룹상표사용이 부당행위계산부인대상이 된다고 할 경우 적정사용료율결정이 과세내용결정에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까지 그 사용료율을 결정하는 법리가 확립되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대법원도 아직까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법리를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03).
상표사용료 과세가 앞으로 증가할 것임을 고려할 때 상표사용료율 결정과 관련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를 개정하여 이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시적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법인세법상 적정 상표사용료율을 결정하는 1차적 기준과 2차적 기준은 상표에 특화된 규정은 아니고 3차적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4항은 그나마 무형자산에 관한 특화규정이긴 하지만 상표사용료를 계산하는데는 적절치 않은 규정이다. 적어도 과세실무상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적정사용요율의 산식을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 추가하여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Ⅴ. 결론
오늘날 기업경영에서 무형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이는 개별기업 뿐만 아니라 그룹이라고 흔히 칭하는 기업집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형자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이 글은 상표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
국세청은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지주회사의 주 수입원이 되어지는 상표사용료수입에 대한 과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그룹의 경우 그룹상표를 대부분 지주회사의 소유로 하면서 계열사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여 사용권한을 부여하고 그 대신 일정한 사용료를 수수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의 경우 그룹 내 일부 회사가 상표사용권한을 가지고 다른 계열사와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경우 과세구조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상표사용료과세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은 것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상표소유자가 다른 회사에게 상표사용권한을 부여하여 이익을 제공한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적정하게 수령하지 않은 경우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을 익금산입하여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쟁점으로 이 글은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하였다. 첫째는 사용대상 상표가 하나의 기업집단이 그룹 전체의 브랜딩차원에서 관리하는 상표인 경우 어느 범위까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적용대상으로 할 것인지 여부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에서 “자산”에 상표법에 의해 보호되는 등록상표(혹은 상표권)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지 그룹상표권 혹은 브랜드와 같은 광의의 상표를 모두 포섭하는 것으로 해석할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글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취지상 자산의 범주를 넓게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둘째는, 브랜드와 같은 광의의 상표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의 적용대상이 되는 자산에 해당한다면 적정한 상표사용료율을 결정하는 기준의 확정이다. 이 글은 현재 이에 대한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름의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상표사용료에 대한 과세는 아직 이에 대한 이론적 연구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고 과세실무도 충분히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마케팅활동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계열사간의 상표사용관계는 앞으로는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과세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이 앞으로 연구자들이 상표사용료과세에 대한 연구를 함에 있어서 하나의 참고자료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