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데이터(Data)란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 값(value)으로서, 인간 또는 컴퓨터를 비롯한 기기나 시스템에 의해 행해지는 통신과 해석, 처리로 형식화된 사실과 개념, 명령 등을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1) 이러한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도 불리며,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의 원천이다. 네트워크 환경의 진전 및 IoT(Internet of Things)의 보급 등에 따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게 되고, 고도로 발달한 AI(인공지능) 등의 IT기술에 의한 해석 방법을 통하여 신속하게 수집·분석·가공 등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으로 거래되기에 이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는 이러한 수집·분석·가공 등의 과정을 통하여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데이터의 이용을 촉진하고 데이터의 수집·보관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관점에서 검토가 진행되어, 2021년 제정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 및 2023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동법 제2조 제1호 카)에 의해 데이터 보호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의 유효한 활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데이터 거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며, 데이터 거래에 관한 사법상, 공정거래법상의 법률문제의 포괄적인 검토에 관한 보고서도 공포되고 있는데, 이는 금융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이용의 진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 데이터의 거래와 이용에 관한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국제적 동향으로는 2022년 유럽집행위원회의 이른바 EU 데이터 법안의 제안, ALI(American Law Institute) 및 ELI(European Law Institute)에 의한 데이터 거래 및 데이터 권리를 위한 법칙(ALI-ELI Principles for a Data Economy-Data Transactions and Data Rights)의 제정 등이 있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은 데이터의 공유, 공유 데이터의 이익 분배, 데이터 액세스(access)권, 데이터의 이동 등에 관한 규율에 대하여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 대처하여 국내 입법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고려할 때, 데이터 거래의 보호와 귀속2)에 관한 민사법적 문제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3)
한편, 데이터의 소유권 이론에 대하여 현재 어느 나라에서도 이를 법제화 하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독일법적 사고와 같이 인격권과 재산권을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에 의하면 개인정보에 대한 소유권은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데이터의 소유권은 인격적 요소를 제외시킨 비개인 데이터의 문제로 귀결된다.4) 따라서 아래에서는 민사법의 관점에서 ‘비개인 데이터(non-personal data)’5)에 관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Ⅱ. 데이터의 법적 성격
국내외에서 채권법 개정의 과제로서 기본계약의 유형 및 전형계약에 관한 검토와 더불어 근대법의 구성요소로서 ‘정보’라는 요소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무체물인 데이터의 법적 성격을 검토한 후, 각종 데이터의 거래를 분석하는 기본적 관점을 무엇으로 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계약서에 기초한 개별적 데이터의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의무를 분석함에 있어서, 기본계약의 유형인 재산권 이전형 계약, 재산권 이용형 계약, 역무(서비스) 제공형 계약의 법리를 어디까지 고려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의의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도급계약을 ‘물건 중심형 도급계약’과 ‘역무(서비스) 제공 중심형 도급계약’으로 분류하고, 후자 가운데 정보의 제공이나 정보의 가공·처리에 관한 계약 등은 ‘준위임’과의 구별이 어렵다. 그리고 노동 그 자체와 노동의 ‘결과’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고, 물건과의 유사성(analogy)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6)
만일, 가장 단순한 데이터 제공형 계약 중에서 양도형을 규정한다고 하여, 데이터 거래에서의 급부를 개개의 작위·부작위 등의 역무(서비스)에 집약시키거나, 또는 물건과의 유사성 및 귀속의 관념을 용인하고, 재산권의 이전과 재산권의 이용을 구별하게 하고, 대가성(금전의 반대급부)과 유상성의 지표(Merkmal)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게 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데이터가 민법 제563조(매매의 의의)의 ‘재산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가?7) 이에 대하여, 데이터에 재산의 가치가 인정된다고 해도 재산상의 권리가 아닌 업무상의 비밀 등은 여기에서의 ‘재산권’으로부터 제외된다고 보기도 하고,8) 다른 한편으로는, 그 범위를 넓게 파악하여 재산권과 사실적 관계(예컨대, 단골손님의 관계 등)로 이루어지는 영업 등도 매매의 대상이 되고, 사실적 관계의 부분은 매수인이 동일한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적정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9)
결국, 어떠한 재산적 이익이 ‘재산권’일 필요가 없고, 재산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반드시 법률에 의해 권리로 규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이전 가능성이 문제되므로 ‘귀속’의 개념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고 본다.10)
신탁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신탁재산으로서의 ‘데이터’라는 소재를 통하여 데이터의 귀속에 관한 기본적 관점이 드러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신탁관계는 권리의 귀속관계를 단순하게 함으로써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11) 이러한 신탁재산은 위탁자와 수탁자의 신임관계에 의해 수탁자로 하여금 관리 또는 처분하게 하는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을 의미한다(신탁법 제2조). ‘재산’의 의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불릴 정도로 성숙한 권리일 필요는 없고 금전적 가치로 견적할 수 있는 적극재산이며, 또한 위탁자의 재산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포함된다.12)
여기에서 분리 가능성을 요구하는 취지는 신탁의 구조로부터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신탁의 설정에 의해 수탁자에게 귀속하는 재산 중에서, 목적상의 제한이 있는 관리·처분을 의무화 하여 이익의 향유가 제한되는 신탁재산과, 자유로운 이익의 향유가 인정되는 고유재산과의 구별이 설정된다(신탁법 제37조). 그러면, 신탁에서는 어떠한 재산이 책임재산(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의 수준에서 신탁재산에 귀속하고 법인격의 수준에서 수탁자에게 귀속하기 때문에, 신탁의 법적 구조 및 그에 기초한 신탁법의 규율은 어떠한 재산에 ‘귀속’의 개념을 고려할 수 있음이 전제로 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13)
일정한 요건 하에 ‘데이터’에 신탁재산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일반적인 견해이다. 우선, ‘정보’에 인위적으로 배타성을 부여함으로써 울타리가 형성되어 ‘재산’이 된다는 인식하에, 부정경쟁방지법상의 금지청구가 인정됨을 근거로 영업비밀이 신탁재산이 된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14) 또한, 수탁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배타적으로 관리되고 공공재로서의 일반 데이터와 구별되는 경우에, 데이터가 신탁재산으로서 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15) 이 밖에 신탁재산이 책임재산으로서의 적격성을 요한다고 하여, 배타적 관리 가능성과 함께 환가 가능성을 드는 견해가 있다.16)
이러한 견해들과는 대조적으로, 배타적 귀속관계를 구성하는 요소(이익의 향유 가능성과 처분 가능성)에 착안하여, 데이터로부터의 이익의 향유를 무제한적·배타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또한 스스로의 의사에 기초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와 동일한 상태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사법상 재산으로서의 귀속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는 정보가 가지고 있는 ‘소비의 비경합성’이라는 성질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인정되는 경우는 적절하게 관리되는 블록체인(block-chain)상에 정보가 기록된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고 해석한다.17)
생각건대, 데이터란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값(value)으로서 디지털 시대에 무한한 재산적 가치 창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사법적 성격과 관계없이 데이터의 처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탁관계의 대상이 되는 신탁재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데이터의 신탁재산을 인정하기 위해서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의 창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긍정하는 견해18)는, 민법 제98조의 물건의 개념을 파악함에 있어서 권리 객체의 유형성 여부를 묻지 않고, 데이터의 거래·유통의 촉진을 위한 거래상 인정의 필요와 기술적 관리 가능성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족하고, 또한 블록체인으로 데이터의 유일성이 확보될 수 있는 가상화폐, NFT 등과 같은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특정성, 배타적 지배 가능성이 인정되므로 민법상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현행 민법의 해석만으로도 데이터를 ‘물건’으로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하여,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부정하는 견해19)가 일반적인데, ‘물건’이란 ‘유체물’을 의미하므로(민법 제98조) 데이터와 같은 무체물은 유체물에 기록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유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이는 민법 제98조(물건의 정의)20)의 적용에 의한 형식적 귀결에 그치지 않고, 유체물과의 본질적 차이점으로 인해 데이터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하여,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거나(비경합성), 복수의 매체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고(비배타성), 소유권에 인정되는 것과 같은 배타적 이익의 향유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21)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의 인정 여부에 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있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긍정하게 되면 데이터의 소유자로서 받을 수 있는 민사법적 보호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상의 법리로는 데이터의 ‘물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소유권 또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민법 제98조를 개정하거나 특별법의 제정을 통하여,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의하여 데이터의 특정성과 배타성이 인정되는 데이터에 소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상화폐의 금전 대체 기능에 의한 권리객체의 특정성과 배타성을 인정하기 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소유권(물권)의 특성인 배타적 지배권은 타인(소유권자 이외의 자)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인데, 유체물은 외계에서의 물리적 경계를 통해 이에 대해 소유권이 미치는 범위가 사전에 타인에게 비교적 명확하게 고지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의 제한으로 인한 충격은 비교적 작다. 이에 반하여, 데이터는 무체물이므로 이에 대한 무단 이용행위를 침해행위로 보는 것은 관념상의 문제이다. 따라서 데이터에 대한 타인의 자유의 영역은 불명료할 수밖에 없으므로, 데이터에 소유권 즉 배타적 지배권을 인정할 경우에, 타인에 대한 자유의 제한으로 인한 충격은 크다고 볼 수 있다.22)
결국,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의 인정 여부는 소유권자와 소유권자 이외의 자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도 소유권과 유사한 정도의 배타적 지배권을 갖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 및 위반의 효과, 보호 기간 등이 입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Ⅲ. 데이터 거래의 보호
데이터 거래의 민사법적 보호의 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에 관한 여러 가지 법적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계약에 의해 규율된다고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의 이용권에 관한 규율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계약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가이드라인은 계약 실무상 데이터의 거래를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모델·규칙을 제시하고 있다.23) ① 데이터 제공형 계약(data provision contract)은 일방당사자에서 타방당사자로의 데이터의 제공이 주된 급부가 되는 계약이다. 데이터 제공자만이 거래 대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상태가 전제가 된다. 데이터 제공형 계약은 데이터 양도형, 데이터 라이센스형(이용허락, 저작권법 제46조), 데이터 공동이용형(상호 이용허락)으로 나뉜다. ② 데이터 창출형 계약(data creation contract)은 복수의 당사자가 관여함으로써 새로운 데이터가 창출됨에 따라, 데이터의 창출에 관여한 당사자들이 데이터 이용권에 의해 결정하는 계약이다. ③ 데이터 공유형 계약(data sharing contract)은 여러 사업자가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하고, 플랫폼이 데이터를 집계, 보관, 가공 또는 분석함으로써 사업자가 해당 데이터를 공유하는 계약이다.
이러한 계약들에 상정되는 문제점이나 특징은 서로 다르지만, 일반적인 주요 논점으로서 데이터의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규율,24)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 대가 및 이익의 분배, 비밀유지 조항, 데이터의 품질 보증, 파생 데이터의 취급 등을 들 수 있다.25) 아래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거래의 유형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거래의 ‘보호’에 관한 문제들에 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한다.
데이터의 거래에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를 적용하여, 데이터의 보유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데이터의 보유를 침해하거나 허락 없이 이용한 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있는지에 대한 논의이다.26) 각각의 지적재산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지적 창작물이나 정보가 별도로 불법행위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적재산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지적 창작물에 대하여, ‘동법의 규율 대상 이익과는 다른 법적 보호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특별한 사정의 예(판결문의 ‘등의 특별한 사정’)로 보아 대상 이익과 관계없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다.27)
또한, 각각의 지적재산법에는 ‘보호’를 받기 위한 일정한 요건이 정해져 있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동법상의 보호가 부정되고 있는 경우, 이것은 단순히 동법상의 보호를 부정(불보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밖의 방법으로 데이터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인가?28) 또한, 특허법 및 저작권법의 제정 당시에 현대의 디지털 데이터 사회의 도래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데이터의 불보호’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29)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동법 제2조 제2호)상 보호되는 자발적 관리의 요건(비밀관리성, 전자적 관리성 등)은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하여도, 비공지성을 갖추지 못하여 동법상의 영업비밀이 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30)
민법 제750조에 의하면,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이며, 일반적으로 권리의 침해를 성립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미확정된 재산적 이익이나 인격적 이익도 불법행위법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가 소유권과 같은 물권적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보호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다면 불법행위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 즉, 불법행위법은 데이터의 거래를 사법적으로 보호하기에 적합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제4조)과 달리, 불법행위의 구제 수단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만 규정되어 있고 금지청구권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되나, 해석론에 의하면 ‘전체유추(Gesamtanalogie)’에 의해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31)
비록, 불법행위법의 제정 당시에 데이터의 거래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동법의 해석(문리해석 및 논리해석)상 손해배상청구권에 의한 보호를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금지청구권에 의한 보호까지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대의 디지털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법 해석의 방향이라고 본다.
특허법이나 저작권법 등 각종 지적재산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동법의 부정경쟁행위 중에서 특히 성과 등의 무단 이용에 대한 법적 보호가 인정될 수 있는데, 이러한 ‘성과 등의 무단 이용’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호 파).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동법 제2조 제2호). 즉,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① 비공지성, ② 독립된 경제적가치성, ③ 유용성, ④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인 것으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용한 정보가 제3자로부터 인식 가능한 정도로 객관적으로 비밀의 관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영업비밀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은 비밀관리체제를 부정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규제의 필요 여부를 구별하는 지표(Merkmal)이며, 행위 규제의 일반적인 규칙라고 할 수 있다(행위접근). 이러한 행위규제법인 부정경쟁방지법은 데이터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함으로써, 일정한 사실상의 상태를 보호하기 위하여 입법되었다.
이와 같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영업비밀의 보호는 정보의 비밀에 의해 배타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사실상의 상태’ 그 자체의 보호를 문제로 하는 것이므로, 그 곳에 귀속의 관념을 포함시킬 여지는 없다.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한 ‘비밀관리성’의 요건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점유’가 있다고 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에 의하면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자나 손해배상청구권자인 영업비밀의 보유자는 ‘사실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32)
Ⅳ. 데이터의 귀속
일정한 대상으로부터의 이익의 향유 및 법적 처분권이 특정한 법적 주체에 귀결한다는 의미(물권·채권 및 기타 재산권의 일반에게 통유하는)인 ‘귀속’이 데이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또는 그 의의에 대해서 검토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귀속’은 그 객체가 유체물이든 무체물이든, 배타적 귀속관계라는 사실이 전제로 되어 있다.33) 우선, 데이터의 귀속을 논의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서술해보기로 한다.
이미 서술했듯이, 데이터는 ‘소비의 비경합성’이 있기 때문에 배타적 귀속의 개념을 생각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34) 또한, 데이터가 타인에게 공개된 경우, 그리고 복수의 당사자가 공동으로 데이터를 생성한 경우, 그리고 데이터에 액세스(access)할 수 있는 사람이 복수인 경우에, 어떤 주체에 귀속되는 지(귀속처)를 결정하는 기준을 현행법에서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개인에 의한 데이터의 제공이나 현상의 관측을 통하여 데이터가 수집·분석·가공될 때까지, 다수의 주체가 관련 데이터의 생성에 기여하고 있는 경우에, 특정 주체에의 배타적 귀속을 인정하거나 공동의 이익 향유를 인정함에 있어서, 현행 민사법의 체계에서 이익 배분의 기준을 추출하여 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데이터에 대하여 엄밀한 의미에서의 배타적 귀속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불법행위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배경으로 하는, 법적 주체에 의한 데이터로부터의 이익의 향유를 법적으로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검토한 바에 의하면, 지적재산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데이터의 무단 사용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데이터와는 다른 이익 침해가 인정되는 한에 있어서이며, 여기에서의 불법행위의 성립은 데이터의 ‘귀속’을 보호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유력하다.35)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비밀 관리 데이터’의 보호는 데이터 그 자체의 권리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경쟁법적 관심으로부터 데이터에 관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며, 데이터의 보유자에게 인정되는 일정한 사실상의 상태를 보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데이터를 거래하면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데이터’ 그 자체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 중에서 특히 성과 등의 무단 이용에 대하여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동법 제2조 제1호 파), 데이터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투자 및 노력의 보호라는 것은 다소 불분명하므로, 이것을 그 성과인 ‘데이터’로부터 분리하여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이처럼, 데이터의 성립 과정에 일정한 행위가 더해진 후에도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한, 데이터 및 그 재산적 가치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데이터의 거래에 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라는 형태의, 이른바 ‘사실 상태에 따른 재산적 가치’의 귀속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36)
다른 한편으로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데이터의 생성에 복수의 당사자가 관여하는 경우에 대응하는 배타적 귀속의 주체를 결정하는 규칙을 확정할 수 없는 이상, 불법행위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데이터의 보호를 사실상의 상태를 보호하는 점유소권과 유사한 구제로 보는 견해도 의미가 있다.37) 그러나 과연 본권을 상정하지 않는 점유 보호 제도를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
비록, 부정경쟁방지법이 객체로서의 ‘데이터’의 보호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의 각종 규정에 의한 청구권을 통하여, 주체에 대한 일정한 이익의 귀속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일정한 이익의 실체는 1차적으로 데이터와 주체와의 일정한 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로 인식할 수 있다.38)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데이터 그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객체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이 점은 “정보의 보유자는 사실상 독점적으로 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되며, 정보는 ‘재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된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39)
데이터의 귀속에 대해서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의 비경합성과 배타적 귀속의 관계성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고찰해야하는데,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액세스(access)할 수 있는 정보 등의 공공재를 대상으로 한 활동이 비록 불법행위법에 의해 보호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활동은 어디까지나 법적 주체의 인격과 불가분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헌법 제10조)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정보의 유통을 재산의 이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정보는 가공됨으로써 희소성과 가치를 드러낼 수 있으며, 이 경우 특정 정보와의 일정한 관계 자체가 사실상의 상태로 보호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40) 어떤 데이터가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됨에 따라 희소성과 재산적 가치가 낮아짐으로써 공공성을 띠게 되고, 어느 단계에서는 ‘데이터’의 요보호성이 완전히 소실되기에 이른다(이른바 ‘공공재’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데이터가 복수의 법적 주체에 의해 동시에 보유되고 있는 경우에는, 개개의 법적 주체마다 데이터와의 관계마다 ‘이익’과 ‘귀속’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데이터의 신탁재산 적격성에 대하여 반드시 엄격한 형태로의 배타적 귀속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어떤 데이터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미 보유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신탁재산의 적격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가 신탁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및 제공처의 한정 등에 의하여 어떠한 가치의 통제에 의한 배타적 관리 가능성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41)
위와 같이 데이터의 ‘귀속’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은 데이터에 배타적 지배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데이터의 귀속을 논의하는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데이터의 거래에 요구되는 분쟁 예방의 실무적 지침이 아무리 정교화 되더라도, 분쟁은 발생할 수 있다. 각종 데이터의 거래를 반드시 어느 하나의 전형계약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임의규정을 도출하기 위한 준거점에 대한 단서를 얻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거래에서 ‘급부(채권의 목적이 되는 채무자의 행위)’를 확정하는 것이다.
또한, B2B의 ‘데이터 제공형 계약’중에서 ‘데이터 양도형’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계약을 가정한다고 할 경우, 그것을 데이터 보유자의 작위·부작위 등을 중심으로 한 역무(서비스) 제공형 계약으로 구상해야 하는가? 아니면, 재산권 이전형 계약으로 구상해야 하는가? 데이터의 가치와 역무(서비스) 가운데 어느 쪽에서 대가성을 발견해야 하는가? 즉, 유상성의 근거가 문제 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을 포함한 사법적 질서 속에서 일관된 데이터의 귀속 질서와 이전 질서를 발견하는 데에는 큰 장애가 있다. 즉,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보호에 관하여 데이터 귀속의 시작점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금지·손해배상의 청구권자인 ‘영업비밀의 보유자’는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자이다.42) 데이터의 원시취득자를 청구권자로 하여도,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데이터의 생성 과정에서 다수의 관여자가 있는데, 누구에게 데이터를 귀속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데이터의 거래에 있어서 정당한 권리자의 특정에 과대한 비용의 지출을 강요하게 한다.43)
그 밖에, 데이터의 귀속을 전제로 하여, 그 대가에 대한 물상대위성(物上代位性) 및 대상재산성(代償財産性) 등을 어떻게 고려하는지에 관한 입법상·해석상의 문제가 있다. 또한, 데이터 거래의 귀속을 고려한 다음에, 책임재산으로서의 데이터 및 데이터에 대한 담보물권의 설정을 법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44) 만약 데이터에 물건성을 부여한다면, 현재로서는 담보물권의 설정 방법으로서 그나마 양도담보가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양도담보는 담보의 설정 방법으로서 점유개정이 허용되므로, 담보의 설정을 위해 담보물의 점유를 채권자에게 이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의 집행 방법 및 귀속과 관리가 분리된 경우의 환취권(還取權) 또는 우선권 등에 관한 과제도 있다. 입법적 판단으로도 선의취득, 취득시효, 담보물권 및 지적재산권에 관한 규정을 어느 정도로 참조하여 데이터의 ‘귀속’에 관한 법에 완전성을 갖게 할지는, 그 실효성과 정책적 영향 등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45)
Ⅴ. 결론
데이터의 재산성과 관련하여, 데이터가 민법 제563조의 ‘재산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어떠한 재산적 이익이 ‘재산권’이거나 재산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반드시 법률에 의해 권리로 규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이전 가능성이 문제되므로 ‘귀속’의 개념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는 신탁재산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신탁재산 적격성에 대하여 반드시 엄격한 형태로의 배타적 귀속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즉, 데이터가 신탁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치의 통제에 의한 배타적 관리 가능성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 거래의 보호와 관련하여, 데이터의 소유권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를 긍정하는 견해도 있지만 부정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물건’은 ‘유체물’을 가리키고(민법 제98조) 데이터와 같은 무체물은 소유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의 비경합성, 비배타성 등과 같은 유체물과의 본질적 차이점으로 인해, 데이터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부정경쟁방지법, 불법행위법 등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 특히,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는 권리의 침해를 성립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데이터가 소유권과 같은 물권적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불법행위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의 귀속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에 관한 ‘데이터’ 그 자체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다. 또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한 데이터 및 그 재산적 가치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긍정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데이터의 거래에 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라는 형태의, 이른바 ‘사실 상태에 따른 재산적 가치’의 귀속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데이터 거래의 주체에 대한 일정한 이익의 귀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데이터의 보호에 관한 법 제도의 검토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하여, EU의 데이터법은 B2B, B2C, B2G 각각의 관계성에서의 데이터 액세스(access)의 법적 강화에 의한 데이터의 ‘활용’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데이터의 거래에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강하게 개입하는 EU 데이터법의 규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간에, 데이터의 민사법적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데이터 거래의 민사법적 보호와 귀속에 대해서 검토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 산업데이터 생성·활용의 활성화와 지능정보기술의 산업적 적용을 통하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정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은 데이터의 사용 및 수익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