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무죄변론의 범죄성립요건단계별 고찰*:

권오걸 *
Kwon OH Geol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essor, School of Law,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 Copyright 2024,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r 25, 2024; Revised: Apr 21, 2024; Accepted: Apr 22, 2024

Published Online: Apr 30, 2024

국문초록

형사재판은 유죄를 청구한 검사의 주장에 대해 법관이 증거를 통해서 자유롭게 심증을 형성하여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규범적 논증절차이다. 법관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이해 활동의 결과이다. 하나는 법관이 인정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그에 적용된 형사법률규정의 의미 영역에 속한다는 – 법률적 삼단논법에 따르면 법률규정에 “포섭”되다는 –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정말로 과거에 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이해이다. 이러한 과정은 공판절차에서 등장한 수많은 정보(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이 행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재구성하는 활동이며, 법관의 법적 논증을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재판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잘못된 판단-사실인정의 오류-을 피하는 것이다. 특히 무죄를 주장하는 당사자(대부분 피고인 변호인)의 무죄변론은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 위험성(오판)을 피하기 위해 방어권의 행사로서, 법관의 논증절차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죄변론은 통상의 재판절차에서도 중요하지만, 무죄의 새로운 증거 발견을 이유로 하는 재심재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심은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평화의 요청과 확정판결에 존재하는 사법적 오류(Justizirrutümern)를 제거하여 진실과 정의의 회복의 요청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데 기여한다. 재심청구인은 자신에 대한 유죄의 확정판결에서의 오판을 제거하고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실질적으로 마지막 단계가 바로 재심절차이다. 즉 재심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재심청구인으로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무죄변론은 너무나도 간절한 호소가 아닐 수 없다. 본 사안에서 변호인은 형법의 범죄의 성립과 배제사유에 입각해서 논리적이고 순서에 맞게 무죄사유를 주장하였다. 즉 구성요건해당성의 배제를 주장하고- 물론 변론에서 명시적으로 구성요건해당성의 배제하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위법성조각을 주장하고, 이어서 책임조각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재판부도 변호인이 주장한 무죄주장에 대해 개별적으로 성실하게 검토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은 모두 합리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법관과 변호인의 법정에서 펼친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올바른 사실인정에 도달한 사례이며, 또한 동시에 성실한 변론이 성실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낳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Abstract

A criminal trial is a normative argument procedure in which a judge freely forms his or her opinion through evidence regarding the prosecutor's claim of guilt and determines whether or not the defendant is guilty of a crime. The judge's recognition of the defendant's crime is the result of two understanding activities. One is the understanding that the defendant's criminal facts acknowledged by the judge fall within the meaning of the criminal legal provisions applied to him - that they are "subsumed" by legal provisions according to the legal syllogism - and the other is the understanding that the defendant's criminal history has truly been committed in the past. It is an understanding of what was done. This process is an activity to reconstruct the criminal act that can be said to have been committed by the defendant based on the numerous information (evidence) that emerged during the trial process, and can be said to be the work of discovering the substantive truth through the judge's legal arguments. The ultimate goal of a criminal trial is to discover the substantive truth about the crime and avoid erroneous judgments - errors in recognition of facts. In particular, the not guilty plea of the party claiming innocence (mostly the defendant's lawyer) can be said to be an exercise of the right to defense to avoid the risk of being judged guilty (misjudgment), and a process of participating in the judge's argumentation process. The not guilty plea is important in normal trial procedures, but it is even more important in a retrial due to the discovery of new evidence of innocence. Retrial contributes to reconciling the conflict between the request for legal peace based on a final judgment and the request for restoration of truth and justice by eliminating judicial errors (Justizirrutümern) that exist in the final judgment. The retrial procedure is essentially the final step in which the retrial applicant can eliminate the misjudgment in the final judgment of guilt and reveal his or her innocence. In other words, as a retrial applicant who claims his innocence through a retrial, the plea of not guilty to discover the substantive truth is an extremely earnest appeal. In this case, the defense lawyer argued for reasons for not guilty in a logical and orderly manner based on the establishment of a crime and reasons for exclusion under criminal law. In other words, the exclusion of the constitutional requirement was claimed - of course, the exclusion of the structural requirement was not explicitly claimed in the pleadings - but then the illegality aspect was claimed, and then the liability aspect was asserted. And the court appears to have made an effort to persuade both the defendant and the victim by individually and diligently reviewing the defense attorney's claims of innocence. Both the defense attorney's arguments and the court's judgment are evaluated as having reasonableness and specific validity. From this perspective, the target judgment is a case in which the positive interaction between judges and defense attorneys in the courtroom resulted in the correct recognition of facts, and at the same time, it is evaluated as a judgment that once again confirms that sincere defense produces sincere and reasonable judgments.

Keywords: 무죄변론; 재심; 구성요건해당성배제; 위법성조각; 책임조각
Keywords: Not guilty plea; retrial; exclusion from structural requirements; piece of illegality, piece of responsibility

Ⅰ. 들어가는 말

바람직한 형사변론은 어떤 변론일까? 피고인이 원하는 변론은 무엇인가?

형사재판은 검사의 공소제기로부터 출발한다. 공소제기는 검사가 자신의 관점에서 행위자의 행위가 범죄사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법원에 대해 그 행위자를 처벌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형사절차상의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에 속한다. 그러나 검사의 공소제기는 공소제기 그 자체로서 소송법적 효과 – 유죄판결의 확정-가 바로 발생하지 않고 법관에 대하여 일정한 소송행위를 요구하는 효과요구적 소송행위, 즉 他效的 訴訟行爲라고 할 수 있다.1)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인은 형식재판과2) 실체재판을 통해 재판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또는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형사피고인은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 보다 무죄판결을 선고받아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죄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an objective truth)이3) 아니라는 것을 공적으로 판단받기를 원하는 것이다.4) 그렇다면 변호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변론일 것이다.5)

형사재판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잘못된 판단-사실인정의 오류-을 피하는 것이다. 특히 무죄를 주장하는 당사자(대부분 피고인 변호인)의 무죄변론은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 위험성(오판)을 피하기 위해6) 방어권의 행사로서, 법관의 논증절차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죄변론은 통상의 재판절차에서도 중요하지만, 무죄의 새로운 증거 발견을 이유로 하는 재심재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심은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평화의 요청과 확정판결에 존재하는 사법적 오류(Justizirrutümern)를7) 제거하여 진실과 정의의 회복의 요청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데 기여한다8). 재심청구인은 자신에 대한 유죄의 확정판결에서의 오판을 제거하고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실질적으로 마지막 단계가 바로 재심절차이다. 즉 재심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재심청구인으로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무죄변론은 너무나도 간절한 호소가 아닐 수 없다.

형사사건에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5조).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란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을 말한다.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는 법관이 무죄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는 못하였지만 유죄가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는 경우를 포함한다. 전자는 주로 실체법적으로 범죄의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면, 후자는 주로 절차법적으로 검사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을 통해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을9) 갖게 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 연구에서 주로 논의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이다. 즉 변호인이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규범에 포섭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는 변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범죄는 인간의 행위,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으로 구성된다.10)11) 형법의 준거점(Anknüpfungspunkt im Strafrecht)은 사회유해적인 결과와 결합된 인간의 행동(menschliche Verhalten)이며, 귀책의 법적 근거는 불법행위(Unrechtstat)이다. 불법행위로부터 모든 심사가 방법적으로 시작된다. 범행이 없이는 행위자가 없고, 불법행위 없이는 책임(Schuld)이 없다. 범행의 평가 후에야 행위자에 대한 책임평가의 여지가 있게 된다(Schuldprinzip).12) 따라서 무죄변론도 우선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는 단계,13) 구성요건해당성이 배제된다는 단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단계, 책임이 조각된다는 단계로 주장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14)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20. 12. 18. 15:11경 대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 서점’ 내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여, 9세)이 문구류인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하여 피해자를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서점 구석의 책상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를 책상 앞에 세워 두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피해자에게 “내가 널 왜 불렀게?”라고 하여 피해자가 “몰라요.”라고 하자, 피고인은 “내가 CCTV 보고 있었는데, 니가 펜 훔치는 거 봤다. 저 펜 훔쳤잖아.”라고 말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피해자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져 그 안에 펜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수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은 구성요건해당성 배제주장, 위법성조각사유 주장,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 주장, 기대불가능성으로 인한 책임조각을 주장하여 무죄변론을 하였다. 변호인의 주장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장 유형 근거 효과
구성요건배제주장 위법성전제사실의 착오 불법고의 배제
위법성조각 주장 피해자의 승낙 불법배제
정당행위
위법성전제사실의 착오 위법성 배제
책임조각 주장 위법성전제사실의 착오 책임배제, 책임고의 배제
기대가능성의 부존재 책임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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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의 무죄주장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해당하며, 그 효과로서 고의조각, 위법성조각, 책임조각을 모두 재판부에 주장한 점이다.

사실인정은 법관을 포함한 공판참여인들이 주체와 객체로 분리되지 않은 채 공개된(일반인의 감시와 통제아래) 법정에서 펼치는 상호작용에 따라 좌우된다. 이때 수많은 참여인 중에서도 변호인의 참여와 변호인이 제공하는 정보는 법관의 사실인정 판단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법관의 사실인정은 판결문을 통해 나타난다.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법관이 증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법적 판단을 하는 과정을 판결문은 나탸내고 있다. 이것은 광의의 법적 논증이며, 이 광의의 법적 논증에서 증거를 통한 사실인정의 과정이라는 좁은 의미의 법적 논증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15) 물론 법관은 사실인정의 과정에서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이나 변호인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인이 제기하는 피고인에 대한 무죄 주장의 내용과 논거는 법관의 사실판단에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16) 즉 변호인이 주장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소송절차의 현실이다.17) 결국 변호인의 변론은 법관의 심증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연구에서는 대상 판결에서의 변호인의 무죄 주장과 법원의 판단이 법정에서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합리적인 법적 논증에 도달하였는지를 검토한다.

Ⅱ. 변호인의 구성요건해당성 배제 주장 검토

수많은 위법행위 또는 사회적 유해행위 가운데서 입법자가 특별히 형벌로서 제재 할 필요가 있는 행위를 추상적으로 유형화한 것이 바로 구성요건(Tatbestand)이다. 형법은 인간에게 일정한 행위를 명령, 금지 또는 허용하고 위반시 형벌을 통하여 이를 강제하는 규범(norm)이다.18) 따라서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이 정하고 있는 규범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구성요건에 해당되어야 한다. 일정한 행위가 일정한 구성요건의 틀 속에 들어오는 것을 가리켜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19)그러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형식적 범죄성립의 한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20) 본 사건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로 보고 고의, 위법성, 또는 책임조각을 모두 주장하였다. 이때 고의 조각이 구성요건해당성배제인 것인지 책임조각인지는 불분명하지지만,21) 변호인의 주장의 순서를 보면 위법성보다 앞서 고의라고 명시하였기 때문에 구성요건해당성의 배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22) 후술하겠지만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 구성요건적 고의가 조각될 수 있는 학설은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 유추적용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 등이다. 변호인이 어떤 학설에 근거해서 고의 조각을 주장하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변호인의 고의 조각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조각을 인정하였다. 즉 변호인이 주장하는 (구성요건이 배제되는)고의조각은 인정하지 않았다.

Ⅲ. 변호인의 위법성 조각사유 주장 검토

변호인은 다음과 같이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가. 피해자의 승낙 또는 정당행위로 인해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 :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승낙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생각하여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진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그 행위는 일단 위법한 것으로 추정을 받는다(구성요건의 위법성 징표기능).23) 그러나 이러한 위법성의 추정은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추정이 깨어질 수도 있다. 만약 위법성이 조각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로서 확정적으로 불법한 것으로 된다. 그러나 위법성조각사유에 의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면 그 행위는 정당화되어 처음부터 불법하지 않은 행위, 즉 적법한 행위로 된다.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에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이며,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도 판례에 의하면24) 위법성이 조각된다.

1. 피해자의 승낙 주장

변호인은 피해자가 신체를 수색하는 것을 승낙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피해자의 승낙은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법익침해를 허용하는 것을 말하며, 승낙능력이 있는 자의 진지한 승낙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본 사건에서 피해자는 9세로서 승낙능력이 인정되고 명시적은 아니더라도 묵시적으로는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변호인은 주장하였다. 변호인은 위법성 조각사유 주장을 함에 있어서 먼저 피해자의 승낙을 주장하고 이어서 정당행위를 주장하였다. 정당행위가 포괄적이고 최종적인 위법성조각사유임에 비해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등은 개별적인 위법성 조각사유이다. 개별적 정당화사유를 먼저 주장하고, 이어서 포괄적인 정당화사유를 주장하거나 개별적 정당화 사유와 함께 정당행위를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25) 만약 변호인이 포괄적 사유인 정당행위만을 주장한다면 재판부로서는 개별적 정당화사유에 대한 검토의 여지가 있더라고 정당행위에의 해당 여부만을 검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자의 승낙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 ①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해도 되냐고 물어 피해자의 ‘네.’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 수색행위를 하였다.”라는 피고인의 주장, ②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확인해도 될까.’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인(공소외 3)의 증언, ③ CCTV 영상 등에서 확인되는 피고인 및 피해자의 행동 ] 등을 기초로 변호인의 피해자의 승낙 주장을 인정하였다. 변호인의 주장도 합리적이고 이를 수용한 재판부의 판단도 법리적으로 규범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가 구체적인 이유의 제시 없이 [‘수색행위를 허락한 바 없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고 판단한 점은 다소 성급한 점이었다고 사료된다.

2. 정당행위 주장

변호인은 정당행위를 주장함으로써, 만약 개별적 사유인 ‘피해자의 승낙’주장이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사회상규의 관점에서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위법성 조각여부를 규범적으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였다.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며,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26)27)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취한 행동은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수단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피고인 행위의 상당성을 인정하였다. 즉 피고인의 수색행위는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피고인의 수색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지키려고 한 법익과 위 수색행위로 인해 제한을 받은 피해자의 법익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이 인정된다“고 하여 피해자의 침해법익과 피고인의 행위를 통해 보호되는 법익 사이에 균형성이 인정됨을 증거를 통해 논증하였다. ‘법익의 균형성’은 정당행위를 통해 달성되는 법익과 정당행위를 통해 침해되는 법익을 비교할 때 달성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법익보다 더 크거나 적어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데,28) 본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통해 보호되는 법익은 재산이라면, 침해되는 피해자의 법익은 개인적인 신체의 자유라고 볼 여지도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신체의 자유가 재산에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본 사안에서 균형성 심사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재판부가 ‘CCTV영상을 통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펜을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내용물을 확인한 것이고, 상의의 다른 부분이나 피해자의 품속까지 수색한 것은 아닌 점’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볼 때, 피해자의 침해된 법익이 ‘신체’의 자유가 아니며,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의복에 대한 수색이라는 점을 토대로 균형성을 심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만약 피고인이 상의 주머니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 까지 수색을 확대하였거나, 착용하고 있는 의복을 탈의하고 수색을 하였다면, 명백히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을 떠날 경우 피고인은 더 이상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서 펜을 훔쳤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었으므로, 피해자를 테이블 쪽으로 오도록 하여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확인한 피고인의 행위에는 긴급성이 인정된다” 고하여 긴급성을 인정하였다.29) 긴급성은 시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피고인의 법익 보호를 위한 불가피하였는가를 심사하는 단계로서, 행위의 최후수단성의 근거로 작용한다. 이 사안에서 재판부가 정당행위를 인정한 요소 중에서도 긴급성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행동하는 것 이외에 달리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없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수색행위에는 보충성도 인정된다”고 하여 보충성을 인정하였다. 보충성은 타행위의 가능성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다른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의복을 수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보충성을 인정한 재판부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한편 피고인이 직접 수색 보다는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의 가능성을 언급한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여 출동한 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펜 절취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방법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한 방법에 비하여 9세 아동인 피해자의 심리를 훨씬 더 위축시키고 향후 피해자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방해할 여지가 매우 커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진열된 펜 1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듯한 CCTV 영상만을 근거로 어린 아동을 수사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라고 하여 피해자의 연령과 정서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는데, 아동을 피해자로 하는 사건에서 아동보호의 관점에서 매우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과 이에 대해 증거를 통해 정당행위를 인정한 재판부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Ⅳ. 변호인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 주장

변호인은 다음과 같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30) 즉 피고인의 행위가 오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서 위와 같은 오인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행위에는 고의나 위법성 또는 책임이 없다.

1.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

행위자가 위법성조각사유가 되기 위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믿고서 주관적 정당화의 의사를 가지고 행위 한 경우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라고 한다. 예컨대 오상방위에 있어서 행위자는 현재의 위법한 침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침해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1단계 착오), 이어서 자신의 행위가 현재의 위법한 침해에 대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잘못 생각하고(2단계 착오)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위자는 우선 사실관계에 대한 착오에 빠졌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행위의 법적 평가에 대한 착오에 이르게 된 ‘이중의 착오’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31) 행위자는 우선 사실에 관련된 착오를 통해서 금지와 허용에 관련된 착오에 빠졌기 때문에 이를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 또는 허용구성요건의 착오(Erlaubnistatbestandsirrtum)라고 부르다.32)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도 광의의 의미에서는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위법성의 착오)이다. 그러나 위법성의 인식결여가 객관적 전제 사실과 관련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 착오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며, 형법 제13조(사실의 착오)를 적용할 것인지,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1) 고의설 : 위법성의 인식을 고의의 요소로 보는 고의설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고의가 조각되고 따라서 행위자의 고의책임이 조각된다.

(2) 소극적 구성요건표지이론 : 이에 의하면 행위자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와 동시에 위법성조각사유(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의 부존재도 인식해야 고의가 성립한다.33) 따라서 적극적 구성요건요소에 대한 인식의 결여이든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인식의 결여이든 모두 구성요건요소에 대한 사실의 착오로 되어 고의가 조각되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도 당연히 사실의 착오에 해당한다. 결국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는 형법 제13조가 적용되어 고의범의 성립이 부정되고 과실범 성립의 문제만 남게 된다.

(3) 엄격책임설34) : 이에 의하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도 행위자는 구성요건적 사실 그 자체는 인식했으므로 사실의 착오에 빠진 것이 아니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착오를 통해서 위법성조각에 관한 착오(허용규범과 관련된 착오)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형법 제16조가 적용되며,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책임이 조각된다.

(4) 제한적 책임설 : 제한적 책임설은 (사실의 착오)유추적용설과 법효과제한적 책임설로 나누어진다. 1) 유추적용설은35), 불법의 전제조건의 관점에서 보면 구성요건적 표지와 위법성조각사유간에는 어떠한 질적 차이도 없다고 본다.36) 이에 따라 유추해석의 기법을 동원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형법 제13조에 근거하여 해결하려고 한다.37)38) 결국 행위자에게는 구성요건의 불법을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여되어 행위반가치가 부정되기 때문에 사실의 착오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고의가 조각되고 과실범 성립이 검토될 수 있다.

2) 법효과제한적 책임설39)은 고의·과실의 이중적 기능을 인정하는 것을 기초로 하면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빠진 자에게도 고의 즉 구성요건적 고의는 인정한다. 왜냐하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 행위자는 허용된 행위와 일반적으로 금지된 행위간의 한계를 이탈한 것을, 그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법정구성 요건의 경고기능에 그가 도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요건적 고의는 인정하되 고의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법효과만을 제한하는”책임설이다.40) 행위자가 생각한대로 허용구성요건의 표지가 실제로 존재했더라면, 그의 행위는 적법하며 위법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위자의 고의는 법질서가 정립한 가치판단에 대한 거부의 표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41) 행위자가 법질서의 요구를 의식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정반가치 요소(법배반적 심정)42)가 드러나지 않으며 책임고의가 탈락된다.43) 따라서 전체로서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과실범의 성립이 검토될 수 있다.

(5) 판 례 : 대법원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하여 착오로 볼 수 있는 사안에서44) ‘정당한 이유’ 내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조각이 아니라 위법성조각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45)

2. 변호사 주장의 검토

본 사안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의 객관적 조건(피해자가 문구점에서 펜을 훔치는 행위: 즉 불법행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존재한다고 오인하고, 주관적으로 정당행위의 의사를 가지고 피해자의 주머니를 수색하였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변호인은 그 착오의 결과로서 고의나 위법성 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왜 책임조각 주장 또는 위법성(판례에 따를 때) 조각주장 외에도 고의조각 주장을 한 것일까?

생각건대 1) 변호사는 위법성 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에 대한 학설에서 고의설 또는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 유추적용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에 의할 때 고의가 조각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리고 변호사가 위법성조각을 주장한 것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대해 판례의 입장에 의할 때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3)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한 것은 엄격책임설에 의할 경우에는 형법 제16조가 적용되어 책임이 조각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변호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대한 이론적 결과를 모두 제시한 것이며, 변호인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폭넓게 제시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변호인의 주장은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점음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순종하여 바로 위법성조각을 주장하지 않고 다양한 학설을 분석하고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요청한 점이다. 변호인은 자신의 의뢰인인 피고인을 방어하기 위해 학계에서 제시되고 있는 이론들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46)

다만 이 사안에서 변호인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생략한 채 고의조각, 위법성조각, 책임조각을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3. 재판부의 판단 검토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인정하였다. 즉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정당행위의 전제되는 사실을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진열되어 있는 펜 중 한 개를 집어 몰래 패딩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였다는 점...”등을 근거로 그러한 착오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의 입장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가 1) 상당한 이유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피고인의 진술과 증인의 진술 그리고 CCTV영상에 녹화된 영상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상당한 이유의 사실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2)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의 판례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점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를 위법성조각사유와 구별하지 못한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위법성조각사유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예컨대 현재의 침해, 현재의 위난, 피해자의 승낙 등)을 전제로 하는 정당화 사유라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정당화 사유의 착오이다. 즉 후자는 정당화사유에 해당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화사유에 해당된다고 잘못 생각한 경우로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이다47). ‘위법성의 인식’은 ‘위법성’ 그 자체와는 다르다. 위법성은 어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전체 법질서와의 모순· 충돌하는 상황 그 자체라고 한다면, 위법성의 인식은 자신의 행위가 법질서와 모순된다는 행위자의 개별적 인식가능성을 말한다. 즉 ‘위법성’은 불법의 객관적 구성요소이지만, ‘위법성의 인식’은 불법을 전제로 하는 행위자의 주관적 비난가능성의 요소이다. 즉 책임요소이다. 결국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와 ‘위법성의 인식이 부정’되는 경우는 구별하여야 한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는 ‘위법성의 인식’과 관련되며, 따라서 책임비난 여부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종래의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를 위법성조각사유로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Ⅴ. 변호인의 책임조각 주장 검토

다. 기대불가능성으로 인하여 책임이 없다는 주장 : 피고인과 같이 서점을 운영하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아동이 절도 범행을 하였다고 의심되는 경우 피고인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책임이 없다.

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개별적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은 충족된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가 범죄로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법을 행한 자에 대한 비난이 가능해야만 한다. 비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책임능력, 위법성의 인식, 책임고의(과실), 기대가능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그 상황에서 수색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즉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의 부존재를 근거로 책임조각을 주장하였다.

1. 기대가능성의 의의 및 판단기준

기대가능성이란 행위자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것은 규범적 요구에 따라 불법한 행위를 피하여야 하고, 또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타행위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해서 가해지는 비난가능성을 책임이라고 이해하는 규범적 책임개념의 핵심내용이다.48)49) 행위자가 비정상적인 사태로 말미암아 적법행위를 수행할 것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면 비난할 수 없기 때문이다.50)51) 이러한 기대가능성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평균인표준설의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52)53)

2. 변호인의 주장 및 재판부의 판단 검토

본 사안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해 사안에서 무엇이 적법행위이고, 기대가능성의 판단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로 그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에, 특별히 책임 판단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았다.

Ⅷ. 결론

지금까지 대상판결에서의 변호사의 변론과 재판부의 판단을 검토해 보았다. 형사재판은 유죄를 청구한 검사의 주장에 대해 법관이 증거를 통해서54) 자유롭게 심증을 형성하여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규범적 논증절차이다. 법관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이해 활동의 결과이다. 하나는 법관이 인정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그에 적용된 형사법률규정의 의미 영역에 속한다는 – 법률적 삼단논법에 따르면 법률규정에 “포섭”되다는 –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정말로 과거에 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이해이다. 이러한 과정은 공판절차에서 등장한 수많은 정보(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이 행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재구성하는 활동이며,55) 법관의 법적 논증을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재판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잘못된 판단-사실인정의 오류-을 피하는 것이다.56) 사실인정은 법관에게 어떤 종류와 얼마만한 양의 정보(증거)가 어떻게 이용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57) 본 사안에서 변호인은 형법의 범죄의 성립과 배제사유에 입각해서 논리적이고 순서에 맞게 무죄사유를 주장하였다. 즉 구성요건배제를 주장하고- 물론 변론에서 명시적으로 구성요건의 배제하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위법성조각을 주장하고, 이어서 책임조각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재판부도 변호인이 주장한 무죄주장에 대해 개별적으로 성실하게 검토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은 모두 합리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법관과 변호인의 법정에서 펼친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올바른 사실인정에 도달한 사례이며, 또한 성실한 변론이 성실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낳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Notes

* 이 논문은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3S1A5A2A01074967 )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3S1A5A2A01074967)

1) 권오걸, 스마트 형사소송법, 형설출판사(2012), 115면.

2) 형사사법시스템은 사실 확인자( trier of fact)가 법률을 통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From Powell’s dissent in Bullington v. Missouri, 451 U.S. 430(1981). 광의의 형사사법시스템은 수사절차와 공판절차 그리고 형집행절차를 모두 포괄한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판단하는 단계, 즉 사실확인이 이루어지는 단계는 형사재판 단계이다.

3) 유죄인가 무죄인가의 문제의 핵심은 객관적 진실이다; From Powell’s dissent in Bullington v. Missouri, 451 U.S. 430(1981).

4)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자유형 또는 벌금형 등에 처해져야 하고, 그가 속해있는 직장이나 일상생활으로의 복귀에 심한 손상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Tony Storey/Alan Lidbury, Criminal Law, Willan Publishing(2004), 3면.

5)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경우는 다를 것이다.

6) 인간인 법관이 증거를 토대로 자유심증에 기초하여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는 본질적으로 오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증거의 왜곡과 오류와 같은 법관 외적인 사유, 경험칙·논리칙 위반 등 법관 내적인 사유 등 오판의 사유는 다양하다.

7) Roxin, Strafverfahrensrecht, 24.Aufl.,C·H·Beck, 1995, S.422.

8) Wolfgang Joecks, StPO, 4.Aufl., C·H·Beck, 2015, S. 739.

9) 법관이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적법절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넘는 유죄라는 심증을 형성하여야만 한다; Tony Storey/Alan Lidbury, Criminal Law, Willan Publishing(2004), 3면.

10) 이러한 소위 3단계 범죄 성립요건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대륙법계의 범죄성립요건이다. 한편 영미법계에서는 Actus reus(객관적 행위), Mes rea(주관적 범죄의사), Causation(인과관계)로 범죄가 성립된다; Tony Storey/Alan Lidbury, Criminal Law, Willan Publishing(2004), 4-5면.

11) 형법의 준거점(Anknüpfungspunkt im Strafrecht)은 사회유해적인 결과와 결합된 인간의 행동(menschliche Verhalten)이다.

12) Johannes Wessels, Strafrecht AT, C.F. Müller Verlag(1995), 19면.

13) 예컨대 피고인이 잠을 자면서 무의식 중에 옆자리에 있는 사람을 발로 찬 경우 등.

14) 여기서 이상적이라는 것은 법학을 공부하면서 익힌 이론적 지식을 실무에 적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이론과 실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바라직할 것이다. 즉 처음부터 책임조각이나 양형 변론으로 갈 것이 아니라, 구성요건배제사유,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는 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15) 권오걸, 사실인정과 형사증거법, 경북대학교 출판부(2014), 15면.

16) 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이하 ‘상고이유 제한 법리’라고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상고심을 사후심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17) 실체적 진실발견의 최종적인 주체는 법관이지만, 검사와 변호인은 그 사실 확인의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참여하는 것이다.

18) 오세혁, “켈젠의 법이론에 있어서 규범과 가치- 규범과 가치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 법철학연구 제18권 제3호(2015), 99면.

19) 신동운, 형법총론, 61면.

20) 구성요건해당성은 물론 ‘불법’의 요소이나, 그럼에도 다른 요소와 함께 단지 ‘하나’의 불법요소일 뿐이다; Johannes Wessels, Strafrecht AT(1995), 33면.

21) 즉 구성요건적 고의의 조각인지, 책임고의의 조각인지가 불분명하다.

22) 이때 고의가 조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학설은 고의설, 소극적구성요건요소이론, 유추적용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이다.

23) 위법성이 징표된다는 말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단 위법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형벌법규는 언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반사회적 행위태양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운, 형법총론, 61면.

24) 대법원1986.10.28., 선고86도1406판결.

25) 물론 우리 입법자는 비록 개별적 위법성조각사유(정당방위, 피해자의 승낙 등)에 앞서서 정당행위를 규정하였기 때문에 문리해석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행위를 먼저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규범을 해석 적용하는 법관은 구체적 사안에서 올바른 법적 규율을 위해 자신이 적용하고자 하는 법규범이 입법자가 만든 법률텍스트에 충분히 귀속될 수 있는 지 여부를 충분한 논증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이계일, “법해석기준의 서열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 법철학연구 제18권 제3호(2015), 158면 참조), 법률문언의 순서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먼저 개별 위법성 조각사유를 검토하고, 이어서 보충적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를 검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6)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27) 이러한 세부기준들은 비례성심사(the proportionnality test)의 순차적인 각 단계를 지배하는 심사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박준석, “토마스 아퀴나스: 목적과 비례의 법사상”, 법철학연구 제21권 제3호(2018), 41면 이하 참조.

28) 비례성 심사에서 가장 엄밀하게 보아야 하고 따라서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좁은 의미의 비례성 심사인 ‘균형성 심사’이다. 목적과 수단 간의 비례성·균형성이 갖추어졌는지를 심사하는 것으로, 소극적으로는 “수단은 추구되는 목적과의 비례를 상실해버려서는 안 된다”고 표현되고, 적극적으로는 “추구되는 목적과 적절한 비례관계가 없으면 안 된다”고 표현된다; Klaus Stern/ 김효전 역, “과잉금지와 형량요청”, 「독일 기본권이론의 이해」(법문사, 2004), 403-404면.

29) 다만 이 사안에서 자구행위를 주장할 수도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자구행위는 과거의 불법한 침해에 대한 자력구제로서 그 불법이 전제로 된다. 본 사안에서는 피해자의 재물취득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0)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라는 용어를 하급심에서는 사용하고 있지만(서울고등법원 2002. 2. 7. 선고 98노1310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노2449 판결;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 1998. 5. 15. 선고 98고합9 판결; 전주지방법원 2012. 8. 31. 선고 2012노320 판결), 대법원에서 사용한 판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오상방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31) 오영근, 형법총론, 26/48.

32) 허용구성요건의 착오는 허용의 착오(Erlaubsirrutum)와 구별하여야 한다. 후자는 행위자가 법적으로 인정된 위법성 조각사유의 한계를 잘못 알거나 또는 법질서가 인정하지 않는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믿는 경우(간접적 금지착오)이다. 예컨대 피공격자가 자기는 모든 자의적인 방위수단을 사용해도 되며, 완전히 공격이 종료된 후에도 공격자를 계속해서 침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BGH GA 1969, 23; JZ 78, 762; NStZ 88, 269); Johannes Wessels, Strafrecht AT(1995), 132면.

33) 소극적 구성요건표지(negative Tatbesttantsmerkmale)의 부존재가 구성요건실현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Johannes Wessels, Strafrecht AT(1995), 128면). 따라서 A가 B를 살해하는 경우에, A는 B를 살해한다는 인식과 자신의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예컨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는 경우에 A의 고의가 성립된다. 따라서 A가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오인하는 경우에는 -즉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오상방위)- 당연히 고의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34) 김성돈, 형법총론, 382; 오영근, 형법총론, 25/56; 정성근, 형법총론, 401; 정성근/박광민, 형법총론, 351~352; 진계호, 형법총론, 327.

35) 김일수, 형법총론, 277; 이정원, 형법총론, 234; 성낙현, 형법총론, 233.

36) Johannes Wessels, Strafrecht AT(1995), 129면

37) 신동운, 형법총론, 403.

38)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은 구성요건의 객관적 요소와 유사성이 있으며, 불법의 전제조건의 관점에서 보면 구성요건적 표지와 위법성조각사유 간에는 어떠한 질적 차이도 없다. 또한 구성요건착오에서의 행위자에게는 구성요건의 경고기능도 미치지 못하지만 허용구성요건착오에서의 행위자는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그 자체로는 금지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므로 여기에는 구성요건의 경고기능은 존재한다. 이 점에서 허용구성요건착오는 구성요건착오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구성요건착오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허용구성요건착오에 관한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유사한 구성요건착오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현실에 가장 근접한 방법이다(성낙현, 형법총론,232).

39) 박상기, 형법총론, 252; 배종대, 형법총론, 93/9; 신동운, 형법총론, 410; 이재상, 형법총론, 25/14; 임웅, 형법총론, 315.

40) 신동운, 형법총론, 404.

41) 베셀스저/ 허일태 역, 독일형법총론, 262.

42) 김성돈, 형법총론, 381.

43)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 행위자의 “자연적 고의(행동형식으로의 구성요건적 고의Tatbestandsvorsatz als Verhaltsform)”가 아니라, 책임형식으로서의 고의만이 조각되는 것이다(OLG Hamm NJW 87, 1034).

44) 물론 대법원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하여 착오라는 문언을 직접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45)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 판결(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소속중대장의 당번병으로서 근무시간 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이 사건 당일 밤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 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 박OO로부터 같은 날 24:00경 비가 오고 밤이 늦어 혼자서는 도저히 여우고개를 넘어 귀가할 수 없으니, 관사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서 여우고개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46) 변호인은 단순히 대법원판례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판례전문가가 아니다. 피고인을 위하여 대법원 판례를 비판하기도 하고 대법원과 반대되는 논거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47) 자신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즉 허용구성요건의 착오이다.

48) 정성근/박광민, 형법총론, 352.

49) 규범적 책임론의 관점에서 볼 때 행위자에게 행위당시 적법행위로 나아갈 수 없게 하는 객관적 부수사정이 있었는가 하는 점은 책임비난을 결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동운, 형법총론,414.

50) 김일수/서보학, 형법총론, 408.

51) 기대가능성이론은 19세기 말의 독일의 Leienfänger사건에 대한 독일 제국법원(Reichsgericht)의 판결을 기초로해서, 책임은 비난가능성이라고 하는 규범적 책임론이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규범적 책임론을 처음으로 정립한 자가 바로 Frank이다. 그 후 Goldschmidt, Freudental을 거쳐 Eb. Schmidt에 의하여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라는 규범적 요소가 위법성의 인식이라는 심리적 요소와 더불어 책임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52)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9828 판결.

53)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한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54) “징표들이 의심이 갈 때, 우리는 이웃과 함께 부도덕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그 징표들을 선의로 해석하여야 하며, 증거 없이는 어떠한 나쁜 점도 들추어 내서는 안 된다. 증거 없이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다”(G.Dal Sasso, R,Coggi편찬/ 이재룡·이동익·조규만 옮김, 성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요약, 가톨릭대학교출판부(1993), 272면.

55) 이상돈, 형사소송법 사안풀이와 법치국가, 태진출판사(1995), 58면.

56) Larry Laudan, Truth, Error, and Criminal Law- An Essay in Legal Epistemology-, Cambridge Univ. Press(2006), 1면.

57) 정보창출은 공판참여인등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지고 정보이용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무수한 정보에 대한 법관의 선별적 지각메커니즘”에 따라 달라진다; 이상돈, 형사소송법 사안풀이와 법치국가, 태진출판사(1995),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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