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면서
최근 타인의 토지나 부동산 등에 대하여 그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형사법적인 대처를 할 수 없어 부동산의 소유자나 다수의 이용자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재산적인 손해를 발생시키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1) 특히 타인의 토지에 건물을 무단으로 건축한 행위는 해당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발생시켰음에도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토지소유자에게 충격을 주었고,2) 다수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차장의 출입구를 가로막음으로 인하여 해당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주들에게 심각한 시간적・재산적 손실을 끼친 행위에 대하여도 형사적으로 이를 적절하게 포섭할 수 있는 구성요건의 부재로 형사법적인 대처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형사법적 제재의 최후수단성과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방지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민사적인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형법해석학적으로 접근하였을 때 타인의 토지에 무단히 농작물을 경작한 경우에 이를 토지소유자가 무단으로 훼손한 행위에 대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결론이나, 타인의 자동차에서 바퀴를 제거하거나 타이어의 공기를 빼버림으로 인하여 주행이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는 결론과 비교한다면 토지소유자나 주차장 소유자의 측면에서는 매우 기울어져 있는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도1410 판결에서는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지화된 토지에 건물을 새로 지어 부지로서 사용・수익함으로써 그 소유자로 하여금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토지의 효용을 해하지 않았으므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형사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것을 손괴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타인의 재물을 손괴함은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가 토지 자체를 손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건물을 토지 위에 건축하는 행위가 그 토지를 은닉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기타의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어 보이는데, 우리 법원은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였을 뿐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하급심부터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우리 법원의 태도의 당부를 살펴보고(II), 공유자의 일부가 공유물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지 검토하여 공유물인 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인지에 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III) 부동산 절도의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침탈죄의 도입여부에 대하여 검토한 다음(IV), 부동산의 이용행위와 관련된 다른 사례에 대하여 형사벌의 당부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V)
Ⅱ.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경기 파주시 B 답 2,343㎡ 중 일부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피해자 C 외 25명 등의 지분권자들과 함께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자이고, 피고인은 2020. 4. 초순경 피해자들의 위 토지의 이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위 토지 위에 권한 없이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위 토지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정들, 즉 ① 토지의 공유자는 각자의 지분 비율에 따라 토지 전체를 사용・수익할 수 있지만, 그 구체적인 사용・수익 방법에 관하여 공유자들 사이에 지분 과반수의 합의가 없는 이상, 1인이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할 수 없는 것인데(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 참조), E는 이 사건 토지 중 54분의 2 지분을 취득하였을 뿐이고, 다른 공유자들이 피고인의 건물 신축에 대하여 동의한 적이 없는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과 E 등을 상대로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를 청구한 민사소송 및 그 강제집행 절차를 통하여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피해자들과 피고인을 당사자로 하여 선고된 의정부지방법원 2019나203768 판결문 등에 그러한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겨 있음),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위 민사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후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다시 새로운 건물을 신축한 점, ④ 피고인의 위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피고인과 E는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게 되었고 피해자들은 위 건물이 철거될 때까지 위 토지 부분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건물 신축은 이 사건 토지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재물손괴의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물손괴죄의 해석에 있어 “형법의 명확성 원칙에 비추어 형법 제366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타 방법’이란 모든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손괴 또는 은닉에 의하여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과 동일한 불법평가가 가능한 정도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손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건을 망가뜨린다는 것인바, 형법 제366조의 ‘손괴’는 재물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의 본질적인 부분을 파괴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효용을 해하는 것’의 의미는,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고소 및 공소 제기 취지는 ‘피고인이 종전의 민사소송 확정 및 강제집행절차(이하 ‘소송결과’이라 한다)의 당사자로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쟁경과를 잘 알고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토지의 일부에 건물을 신축하여 사실상 소송결과를 무용하게 만드는 행위를 함으로 인하여 고소인으로서는 (다시 철거절차에 나아가지 않고서는)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짓거나 제3자에게 팔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토지의 사용가치 또는 교환가치가 침해되었고, 이는 형법 제366조가 정한 기타 방법으로 재물의 효용을 해한 행위’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 일부분에 건물을 신축한 행위가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이 사건 토지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가)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 자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토지 자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사례로는 물 넘김, 굴착, 쓰레기 매립 등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건물 신축공사 과정에서 토지가 손괴되었다거나 형상이 변경되었다는 점에 관한 증거는 없고, 고소인이 이를 이유로 고소를 제기한 것이 아님은 기록상 명백하다. 나) 검사는 이 사건 토지 ‘전체’가 손괴되었음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으나(신축된 ‘일부분’에 관한 사용가치 훼손을 이유로 기소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당심 제출 의견서 참조), 이 사건 토지 2,343㎡ 중 신축부분(면적도 특정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은 건축한 면적이 약 13평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에 건물을 신축한 행위로 인해 이 사건 토지 ‘전체’의 효용이 침해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법률상 장애가 생긴 것도 아니고, 토지 전체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은 답이므로, 지목의 본지에 따라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해석하면 토지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벼 등의 재배를 어렵게 하는 행위일 것인데,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토지 전체에 그러한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공유토지에 관하여 소수지분권자가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였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이를 형법상 손괴로 보지는 않는데, 이 사건이 그와 다른 부분은 ‘피고인이 소송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무용화하기 위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동기(동기)는 구성요건을 적용하면서 고려할 부분이 아니고, 피고인은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해 민사적인 책임을 지면 된다.”고 하여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행위자에게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등 영득죄와 구별되고, 공소사실과 같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가치를 영득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타인 소유 토지에 권원 없이 건물을 신축함으로써 그 토지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이미 대지화된 토지에 건물을 새로 지어 부지로서 사용・수익함으로써 그 소유자로 하여금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토지의 효용을 해하지 않았으므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심 법원은 공유토지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인이 다른 소수지분권자와 함께 공유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한 행위는 다수의 지분권을 가진 피해자들에 의해 제기된 공유부동산 반환청구권의 행사 등으로 나타난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함으로 인하여 토지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토지 자체가 손괴된 것은 아니라는 점과 건물이 토지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건축됨으로 인하여 토지 전부가 손괴된 것이 아니라는 점, 토지의 지목이 답인 점을 고려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지 않은 점, 공유토지에 관하여 소수지분권자가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였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이를 형법상 손괴로 보지 않는 점을 들어 유죄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고심은 항소심 판결의 이유 중 일부 잘못된 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법리적용에 있어 오류가 없음을 들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지지하였다.
생각건데, 항소심의 무죄 이유 중 토지 자체를 손괴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토지 자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의 예로 든 것 중 굴착 등의 행위는 건축물 건축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고 그 부분은 토지로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점을 든다면 불합리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토지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문제되는 것이라는 지적은 재물손괴에서 물건의 일부가 손상되었더라도 본질적인 사용상태의 침해가 발생했다면 재물손괴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합리적인 결론은 아니다. 또한 건물의 나머지 부분의 경작행위가 가능하다는 이유는 앞의 일부분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하여 손괴를 부정한 것에 대한 반론과 동일한 반론이 가능하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와 상고심에서 토지의 전부가 손괴된 것이 아니라 그 일부에 있어 효용을 누리지 못한 것일 뿐이라는 결론은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가 전체 토지면적(2,343㎡)에 비하여 극소의 면적인 약 13평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환산하면 약 43㎡이어서 토지 전부가 손괴된 것이 아니라는 논거와 토지의 지목이 답인 점을 고려하여 나머지 부분에 있어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공유토지의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한 경우 이것이 재물손괴가 될 것인지는 공유물의 사용수익에 관한 민사적인 이론을 참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것이고 부동산의 소수지분권자가 공유 부동산 위에 건물 등을 건축하는 행위가 다른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어떤 범위에서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부동산에 대하여 권리를 가지는가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장을 바꾸어 논하고자 한다.
Ⅲ. 공유자의 일부가 공유물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가? -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가 재물손괴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인지
우리 민법에 따르면 공유자는 그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3),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함으로써 공유관계를 종료시킬 수도 있다.4) 공유자는 지분에 의하여 단독 소유권자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각 공유자가 가지는 지분권은 1개의 소유권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다.5) 그러므로 공유자는 공유물을 처분・변경하거나 사용・수익하는 경우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데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는 공유물을 처분・변경하지 못하고6) 공유물 전부를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을 뿐이다.7)
민법 제26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유물의 사용・수익에 관한 기준은 추상적이므로, 공유자 간에 사용・수익에 관한 구체적 기준에 대하여는 공유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유자 간에 합의가 없는 경우에 공유물의 사용・수익은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결정으로서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하게 된다.8) 따라서 과반수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와 사이에 미리 협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과반수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가 그 공유물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정하는 것은 공유물의 관리방법으로서 적법하게 된다.9)
관리는 처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보존・이용・개량을 총칭하는 개념이지만 민법 제265조에서는 관리와 보존의 개념을 구분하고 있는데, 관리는 처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관리, 즉 “넓은 의미의 관리”와 민법 제256조의 관리, 즉 “좁은 의미의 관리(이하 ‘관리’라 함)”와 보존으로 구분할 수 있다.10)
민법에 의하면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하는데, 공유물의 관리란 공유물을 이용・개량하는 행위로서, 공유물의 처분이나 변경에 이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유물의 이용은 공유물 전체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개량은 공유물의 사용가치 내지는 교환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으로서 공유물의 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을 말한다. 공유물의 사용・수익과 관련하여, 판례는 공유자 사이에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11)
한편 공유자가 그 지분의 과반수로 공유물 관리행위를 하였으나 그 관리행위가 공유물의 처분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는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12) 따라서 공유자 사이에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하지만, 그 관리, 즉 사용・수익의 내용이 공유물의 기존의 모습에 본질적 변화를 일으켜 '관리' 아닌 '처분'이나 '변경'의 정도에 이르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공유자가 그 공유하는 나대지에 새로이 건물을 건축한다든지 하는 것은 '관리'의 범위를 넘어 처분 또는 변경에 이른 것이 될 것이다.13)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공유토지의 지분권자는 그 지분이 과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관리행위는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처분이나 변경행위는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고, 공유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하는 행위는 관리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처분행위나 변경행위와 같이 평가된다면 그 행위는 민사법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할 것이다. 민법적으로 불법행위인 변경행위를 다른 공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한 행위는 다른 공유자가 그 재물을 용법대로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로 재물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그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자신의 지분권에 기초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상태를 제거하거나 공동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원고의 인도청구를 긍정한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한 바 있다.14)
대법원의 태도는 소수지분자의 공유물 전부에 대한 점유상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라기보다는 소수지분자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다수 지분자가 소수지분자의 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태도이다. 당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① 공유자 중 1인인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어 다른 공유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피고의 이해와 충돌한다. 애초에 보존행위를 공유자 중 1인이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보존행위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위는 민법 제265조 단서에서 정한 보존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단독 소유자인 것처럼 공유물을 독점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피고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 전부를 점유하여 사용・수익할 권한이 있으므로 피고의 점유는 지분비율을 초과하는 한도에서만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위법한 상태를 시정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의 인도청구를 허용한다면, 피고의 점유를 전면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피고가 적법하게 보유하는 ‘지분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③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건 인도청구가 인정되려면 먼저 원고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원이 없다면 피고의 점유가 위법하더라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원고 역시 피고와 마찬가지로 소수지분권자에 지나지 않으므로 원고가 공유자인 피고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자신만이 단독으로 공유물을 점유하도록 인도해 달라고 청구할 권원은 없다. ④ 공유물에 대한 인도 판결과 그에 따른 집행의 결과는 원고가 공유물을 단독으로 점유하며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일부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인도 전의 위법한 상태와 다르지 않다. ⑤ 원고는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면서 원고의 공유지분권을 침해하고 있는 피고를 상대로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피고가 자의적으로 공유물을 독점하고 있는 위법 상태를 충분히 시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독점적 점유를 시정하기 위해 종래와 같이 피고로부터 공유물에 대한 점유를 빼앗아 원고에게 인도하는 방법, 즉 피고의 점유를 원고의 점유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위법한 독점적 점유와 방해 상태를 제거하고 공유물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공유자 전원의 공동 사용・수익에 제공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공유물에 대하여 소수지분권자의 점유를 인정하는 위의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다수의 지분권자가 소수지분권자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소수지분권자의 지분에 따른 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그 전부의 이전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이고 소수지분권자의 공유물 전부에 대한 독점적인 점유가 정당하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분권자가 자신의 지분을 넘어서는 토지의 변경행위는 다른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민사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사용・수익행위의 정도가 다른 공유자의 사용・수익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면 토지를 처분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토지의 효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토지의 효용침해여부가 문제되는 소수의 지분권자가 토지에 건물을 건축한 경우와 같이 현저하게 변경한 행위는 그 부분에 있어서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토지의 효용을 현저히 침해한 행위로 평가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분권조차도 없는 토지와 무관한 제3자가 임의로 타인의 토지에 건물을 건축하는 행위는 당연히 토지에 대한 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Ⅳ. 부동산 침탈죄의 문제
부동산의 무단점거행위에 대하여 부동산침탈죄 등으로 의율하고 있는 비교법적인 태도도 있어 이에 대한 검토를 해 보고자 한다.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 등을 신축하는 것과 같은 부동산의 무단점거행위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자의 지배를 침해하여 부동산을 사용・수익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는 불법영득행위이고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15) 부동산이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16)도 있지만 현재는 부정하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 절도의 객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일본에서의 견해는 ‘절취’라는 문언이 장소적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부동산의 경우에는 피해품이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의 추구가 가능한 것 등을 이유로 하여 절도의 객체에는 부동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는 견해가 주를 이루었었다. 이후 마끼노 에이이치(牧野英一)가 부동산도 절도죄의 목적으로 된다고 주장한 이후 다른 일본의 학자들이 이를 지지하여 통설로 되었으나 실무에서는 부동산을 절도의 객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현재 일본은 부동산침탈죄(제235조)를 두어 부동산 무단점거행위를 처벌하고 있다.17)
일본은 1960년에 형법 일부개정으로 부동산침탈죄(동법 제235조의2)와 경계침범죄(동법 제262조의2)를 신설하여 부동산절도와 관련된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당시 일본은 전후 혼란기에 타인의 토지에 불법적으로 건물을 지어 점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자가 자력으로 권리를 구제하는 혼란상태에 있었는데, 토지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가지는 자가 불법점거자의 건물을 파괴한 것이 건조물손괴죄가 되는지가 문제되었고 이에 대하여 재판소는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무죄로 판단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18) 이러한 와중에 부동산에 대한 불법점거라는 위법상태를 신속히 해결하는 데에 있어 민사적 구제책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하고, 자력구제 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해결할 필요성과 부동산 절도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정 등으로 부동산 불법점거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논의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19)20)
일본 형법 제235조의2는 부동산침탈이라는 표제 하에 “타인의 부동산을 침탈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절도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부동산침탈죄는 ‘타인소유, 타인점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부동산에 대한 타인의 점유를 배제하고, 이것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일본판례에서 문제된 사례들을 보면 ‘타인의 토지를 불법으로 점거하여 주택이나 점포를 건축한 때’, ‘예전부터 살고 있는 주택이라도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여 강제집행을 받아 명도한 후에 무단으로 다시 입주한 때’, 토지명도의 재판결과 집행을 받아 밭의 야채류가 뽑히게 되었음에도, 다시 밭 주의의 말뚝을 부수고 침입하여 야채를 심은 때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21)
우리나라는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일부개정안의 심의 과정에서 부동산침탈죄를 신설이 논의되었으나 타인의 토지나 가옥을 무단점거하는 행위를 모두 처벌하게 되면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설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22) 이는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를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 축조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 있는 현실에서 민사적인 토지명도소송의 피고가 부동산침탈죄의 피고인으로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려가 우선되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앞에서 문제가 된 사건과 같이 앞서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철거행위가 있고 난 다음에 다시 건축물을 축조한 경우에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로 의율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23)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는 1995년 개정 형법에서 신설되었고, “강제집행으로 명도 또는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의 형법일부개정안의 심의과정에서 강제집행된 부동산에 다시 침입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강제집행의 효력을 무용화하고 소유권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변호사회의 의견이 제시되었고, 전체 위원회에서 다수의견에 의해 지지를 받음으로써 본죄가 도입되었다고 한다.24)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의 구성요건인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하는 ‘기타 방법’이란, 권리자가 그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하거나 권리행사를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일체의 침해행위를 말하므로(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38 판결), 피고인이 민사확정판결을 받고 종전 건물을 철거당하자마자 새로운 건물을 무단으로 신축하는 행위는 인도집행된 토지에 무단으로 새 건물을 짓는 것으로서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25)
V. 부동산 재물손괴에 대한 비교 사례
토지를 객체로 하는 재물손괴에 대한 판결은 아니지만 효용침해에 관하여 참고할 만한 판결로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을 들 수 있는데, 건물 외벽에 낙서행위를 한 것이 재물손괴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 주된 쟁점이었다. 동 판결에서 대법원은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라고 판시하고, 건물벽면에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낙서한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건조물의 벽면에 낙서를 하거나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 또는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등이 그 건조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건조물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건조물의 채광・통풍・조망 등에 미치는 영향과 건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건조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동 판결에서 “시내버스 운수회사로부터 해고당한 피고인이 ○○○○조합총연맹 △△△△△투쟁특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위 회사에서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던 중 2006. 3. 10.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회사 건물 외벽과 1층 벽면, 식당 계단 천장 및 벽면에 ‘자본똥개, 원직복직, 결사투쟁’ 등의 내용으로 낙서를 함으로써 이를 제거하는데 약 341만 원 상당이 들도록 한 행위는 그로 인하여 건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와 건물 이용자들의 불쾌감 및 원상회복의 어려움 등에 비추어 위 건물의 효용을 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같은 해 2. 16. 계란 30여 개, 같은 해 3. 2. 계란 10여 개를 위 회사 건물에 각 투척한 행위는, 비록 그와 같은 행위에 의하여 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청소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고 또 유리문이나 유리창 등 건물 내부에서 외부를 관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 중 일부가 불쾌감을 줄 정도로 더럽혀졌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그 건물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의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재물손괴에 관한 독일의 형법 제303조에서는 “1) 위법으로 타인의 물건을 손상하거나 또는 파괴한 자는 2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한다. 2) 권한 없이 단지 현저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단지 일시적인 것이 아닐 정도로 타인 물건의 형상을 변경시킨 자는 동일하게 처벌된다. 3) 미수는 처벌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05조에서는 건조물파괴라는 제목으로 “(1) 위법하게 다른 사람 소유의 건조물, 선박, 교량, 댐, 축조된 도로, 철도, 다른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형법 제303조 제2항에서의 ‘권한 없이 단지 현저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단지 일시적인 것이 아닐 정도로 타인 물건의 형상을 변경’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시간, 노력,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제거될 수 있는 상태변경은 현저성(Erhebliche)이 결여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러한 예로는, 백묵이나 수성물감으로 한 낙서, 계란을 투척하여 창문을 더럽히는 행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플래카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질할 수 있는 정도로 옷을 더럽힌 행위, 이미 더럽혀진 벽에 사소한 낙서를 하는 행위 등이 거론된다. 시간적 차원에서 상태의 변경은 ‘일시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비가오거나 조금만 청소를 해도 되는 등 짧은 시간 내에 다시 회복될 상태변경은 일시적인 것에 해당한다고 한다.26)
낙서행위가 건물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는 아니므로 제305조의 포섭가능성은 없다고 하겠지만 제303조 제2항의 타인의 물건의 형상을 일시적이지 않은 정도로 변경한 것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탈리아 형법 제635조 제1항은 사물에 관한 손상개념을 멸실, 파괴, 손상 또는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불필요하게 만드는 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639조 제1항에서는 그 개념을 지저분함 또는 더럽힘이라고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오스트리아 형법 제125조는 그 개념을 파괴, 손상, 지저분함 혹은 더럽힘 또는 불필요하게 만드는 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스위스 형법 제144조 제1항은 그 개념을 손상, 파괴 또는 불필요하게 만드는 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27)
앞서 언급한 비교법적인 예는 우리 형법에서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이라는 표현에서 포섭하기 힘든 것도 형상변경이라는 요소도 재물손괴에 포함함으로 인하여 우리의 경우에 효용침해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재물손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물론 형상변경이라는 개념도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고, 무분별하게 이를 적용하는 것이 형벌의 최후수단성이나 형벌의 확장 자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그 당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의 토지에 대한 재물손괴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벽면낙서행위와 비교하고 다른 입법례를 검토하여 적용한다면 “건물의 벽면에 회복이 용이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형상변경행위”가 재물손괴로 파악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토지를 굴착하거나 이에 건조물을 건축하는 것은 중대한 형상변경행위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재물손괴를 구성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재물손괴에서 효용을 침해함이라고 하는 것은 중대한 형상변경으로 인하여 원래의 효용대로 사용할 수 없거나 그 효용이 변경된 경우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Ⅵ. 주차장의 사용방해의 경우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 등을 이용하여 다른 차량이 출입할 수 없도록 가로막는 행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주차장에 대한 재물손괴죄가 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 보고자 한다. 주차장에 그 이용자들의 자동차가 출입할 수 없게 방해하는 행위가 형법 제336조에서의 손괴행위의 유형 중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드는 행위는 자동차에 대한 재물손괴가 성립하는가에 대하여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례가 없어 해석론에 맡겨져 있는 상황인데, 대체로 이를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28) 자동차에 고정장치를 부착하여 그것을 해제하지 않는 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만듦으로 인하여 이동수단인 자동차의 효용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재물손괴를 인정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주차장은 자동차가 운행 중이지 않을 때에는 자동차를 주차하고 운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주차장에서 나와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주된 효용가치라고 할 것이고, 주차장의 출입구를 자동차 등으로 가로막아 다른 차량이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는 주차장의 효용을 심각하게 해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인지에 따라 재물손괴죄의 인정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는 앞서 공유권자가 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은 경우에 대하여 대법원이 재물손괴를 부정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효용을 감쇄시키지 않은 채 단지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누리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차장의 이용이 방해되었지만 주차장의 효용이 절대적으로 침해된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그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경우라고 판단된다.
더불어 이러한 주차장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사벌로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형벌의 최후수단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재물손괴죄나 경범죄처벌법에 구성요건을 신설하여 가벌성을 인정하고 형벌로서 재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하여 필자는 주저된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하여도, 대부분 관리자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주차장의 경우에는 관리자의 주차장 관리라고 하는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도 같이 수반하게 됨으로 인하여 업무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는데, 자동차를 이용하여 가로막는 행위가 ‘허위사실의 유포, 기타 위계, 위력’에 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부정적이다. 결국 이러한 갈등관계를 형사벌에 의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결국은 민사상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Ⅶ. 나가면서
타인의 토지에 대하여 무단으로 건물을 건축하는 등으로 부동산의 효용을 침해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는 공유자 중의 일인이 다수의 공유권자의 점유를 방해하면서 공유 토지 상에 건물을 신축한 것이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었다. 더불어 공용 주차장에 그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이러한 타인의 부동산 등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형사법적인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대두되게 되었다.
타인의 토지에 건물을 건축한 사건에 관한 판결에서는 소수지분권자가 다수지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물을 신축한 행위에 대하여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그 본질적인 효용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고 있다. 소수의 지분권자도 그 토지에 대한 이용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토지의 사용・수익에 있어 소수지분권자가 다수지분권자의 권리를 넘어 점유하고 있더라도 다수지분권자가 그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민사판결의 원리를 감안하여 검토하였을 때, 이는 다수의 지분권자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지분권을 넘어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이고, 사용・수익에 있어 소수지분권자의 점유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지분권자가 다수의 지분권자의 권리를 넘어서 점유하고 장기간 점유할 수 없는 상태를 유발하였다면 토지의 효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여야 한다. 물론 무권리인 제3자가 건물을 건축하였다면 당연히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재물손괴에서의 효용을 해함의 기준이 중대한 형사의 변경행위로 인하여 원래의 효용대로 사용되지 못하거나 그 효용이 변경됨에 있다고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소유권이 없는 주차장 등에 대하여 주차장 이용자들로 하여금 출입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에 대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여 보면 그 효용을 심각하게 손상된 것이 아니라 그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형사벌로 대처하는 것은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형벌권의 발동은 자제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결국은 민사상의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