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 살포금지 및 처벌규정의 헌법위반성 판단에 대한 검토

박진완 *
Zin-Wan Park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연구원 연구위원
*Prof. Kyungppok National University Law School

© Copyright 2024,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l 08, 2024; Revised: Jul 22, 2024; Accepted: Jul 23, 2024

Published Online: Jul 31, 2024

국문초록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이에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같은 법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위헌소원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 속에서 동 법률조항 속에 규정된 대북 전단 등의 살포·처벌 구성요건은 헌법상의 기본권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대북전단살포 금지와 관련된 2023년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평석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우선적으로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규정이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의 상호비방과 중상금지의 내용을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법률을 통해서 그대로 실행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법규정이 만들어진 직접적 원인이 되는 남북합의서의 조약적 성격 및 규범적 성격 여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비교법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중요한 조문들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의 분석과 이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제법상의 soft law 개념을 적용해서 그 합의의 남북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발전적 성격과 북한정권의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상황적응성을 증진시키는 방법과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이에 대한 처벌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남북합의서의 경직적인 적용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와 같은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해서 위헌법률심판절차이나 헌법소원을 통한 사법적 통제과정을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남북합의서 뿐만 아니라 그 남북합의서의 실행입법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헌법위반성 여부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법적 해석과 관련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남북합의서의 과도한 정치적 성격과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헌법적 측면에서의 통제권 행사를 통해서 적절하게 정치적 불명확성과 모호성을 제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bstract

On September 26, 2023, the Korean Constitutional Court ruled in Article 24, Paragraph 1 Number 3 of the Act on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which prohibits distributing leaflets, etc. as a violation of the Inter-Korean Basic Agreement, causing harm to the lives and bodies of citizens or causing serious danger. It was decided that the part related to Article 24, Paragraph 1, No. 3 of Article 25 of the same Act, which provides for punishment in cases of violation thereof, infringes on the freedom of expression, which is the basic right of the applicants of this constitutional complaint and it was unconstitutionality complaint. In this decision, the Korean Constitutional Court decided that elements of an offence (Tatbestand) for punishment of distribution of anti-North Korea leaflets in the Korean border line stipulated in this legal provision violate fundamental rights under the Korean Constitution.

In the 2023 review of precedents by the Supreme Court of Korea and the Constitutional Court of Korea related to the ban on distributing leaflets against North Korea, Article 24, Paragraph 1, No. 3 of the Act on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which prohibits distributing leaflets against North Korea, is an important standard of judgment. It must be taken into account that the prohibition on mutual slander and defamation in Chapter 1, Article 3 of the Inter-Korean Basic Agreement has been implemented through law within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In order to attempt to analyze the treaty and normative nature of the inter- Korean agreement, which is the direct cause of the creation of this legal regulation, Germany, which has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the formation of important provisions of the law on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in Korea from a comparative law perspective, It is very important to examine the East-West German Basic Treaty (Grundlagenvertrag) and the precedents of the German Federal Constitutional Court on it.

With regard to the ruling of the German Constitutional Court on the East- West German Basic Treaty, the precedents of the Korean Supreme Court and the Korean Constitutional Court related to the legal interpretation of the Act on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which can be seen as implementing legislation of the Inter-Korean Agreement as well as the Inter- Korean Agreement, are unconstitutional, and the excessive political nature of the Inter-Korean Agreement It can be seen that political uncertainty and ambiguity have been appropriately removed through the exercise of constitutional control over what is the subject of political controversy.

Keywords: 대북 전단 등의 살포·처벌 구성요건의 헌법위반성;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 (Grundlagenvertrag)의 헌법위반성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 서독의 동독의 국가성 불인정;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성격
Keywords: Constitutional violation of the elements of offence for punishment for distribution of anti-North Korea leaflets; decision of the German Federal Constitutional Court on the constitutional violation of Germany's East-West German Basic Treaty (Grundlagenvertrag); West Germany's non-recognition of East Germany's statehood; theory of the dual nature of the North Korean regime; the legal characteristics of the South-North Basic Agreement

Ⅰ. 서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 등을 살포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이에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같은 법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위헌소원 청구인들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 속에서 동 법률조항 속에 규정된 대북 전단 등의 살포금지 및 금지위반의 경우에 대한 처벌 구성요건은 헌법상의 기본권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1)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고려하여 남한과 북한 사이의 관계를 외국과의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규정한 남북 기본합의서 제3조 제1항의 내용을 조약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서, 남북 간의 상호비방과 중상금지를 실행하는 국내법률의 제정을 통해서 이를 국내법질서 속에 구체화 시켰다.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 기본합의성의 구체적 내용의 국내법 질서 속에서 법률을 통한 실행의 구체화의 법적 근거는 남북 기본합의서의 조약적 성격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성 인정의 문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다. 남북 기본합의성의 조약적 성격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률을 통해서 구체화하여 주로 탈북자 및 탈북민이 중심이 된 대부전단살포 단체의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의 헌법위반성 여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12월 29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제24조 제1항 속에 남북합의서 위반행위 금지 사항으로서 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제1호), ②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제2호), ③ 전단등 살포가 규정되었다. 이렇게 동법 제24조 제1항은 이러한 금지사항 중의 하나로서 북한지역에 대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고, 동법 제25조 제1항은 이러한 위반행위 금지에 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이러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와 제25조의 처벌규정에 대해서는 대북전단 살포가 (통독 전의 서독과 같이) 국가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적 단체인 민간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같은 순수한 표현의 자유의 행사를 국가가 법률에 의하여 금지하는 것은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2023년 9월 26일 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제기된 위헌소원에 대한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법률의 위헌성에 판단근거에 대하여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위헌의견과 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의 위헌의견이 서로 나누어지고 있다.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위헌의견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의 정당화 심사기준으로서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과 관련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네 분의 재판관의 위헌의견은 대북전단 살포의 상대방인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표현의 상대방’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의견은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주민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전달방법은 전단살포 외에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경찰력의 사전적 개입을 통한 문제해결을 보장해 주는 사전적 입법이라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고, 오로지 강압적인 국각형벌권의 행사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판례평석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우선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대상이 된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규정이 남북 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의 상호비방과 중상금지의 국내법적 실행이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법규정이 만들어진 직접적 원인이 되는 남북합의서의 조약적 성격 및 규범적 성격 여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비교법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중요한 조문들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의 분석과 이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인하여 여러 가지 혼란발생과 이로 인한 난맥상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법적인 대응여부에 대한 판단은 대북전단살포의 허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다. 과거 서독과 동독이 재통일 되기전 동독내부에서 1989년과 1990년 사이에 일어난 평화적 혁명(Friedliche Revolution)의 성공으로 인하여 베를린 장벽의 붕괴, 독일 내륙 국경의 개방, 동독 사회 체제의 민주화, 그리고 마침내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에 대한 법적인 판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2)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대북전단 살포금지 및 처벌규정에 대한 위헌의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체제의 압박에서 탈출한 탈북민 단체의 북한체제의 개혁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이 북한내부에서 불가능한 상황에서, 북한체제의 개혁을 위한 유일한 메시지 전단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행해지는 북한의 오물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분석과 현실적 대응수단의 강구가 행해져야만 한다고 판단된다.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형태의 후속적 연구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당시 동서독 기본조약에 반대하였던 기민련/기사련(CDU/CSU)의 주요주장의 핵심적 내용은 조약이 민주주의자들이 자유를 위해서 불의와 비인간적인 살상시설이 존재하고 있었던 당시의 동독과의 국경유지를 정당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의 헌법위반성 여부와 관련된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고려해 볼 때, 북한과의 선린관계의 성립의 전제조건은 북한체제의 정당성의 문제와 직접적 관련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Ⅱ. 동서독 기본조약과 비교해 본 남북 기본합의서의 법적 성격과 UN헌장 관련성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로 표현되어 지고 있는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을 근거로 1990년에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991년에는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합의서)까지 남북한 사이에 교환되어졌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관계를 법, 제도적으로 규율할 것을 합의한 최초의 공식 문서인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연형묵이 남북합의서에 서명했다. 서문과 총 4장 25개 조항으로 구성된 남북 기본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남북한 상대방 체제의 존중, 무력 사용의 금지와 무력 침략의 포기,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과 자유로운 인적 왕래 및 접촉 등 이다.3) 남북 기본합의서는 제1장 제3조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면서 남과북 양측 간의 상호 비방과 중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 기본합의서 제3조에 구속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법률을 통해서 남한시민들의 북한체제에 대한 비방과 비판까지 금지하고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남북 기본합의서가 국내법질서에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되어 이를 실행하는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그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는 헌법적 요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조약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남북합의서가 조약에 해당되는 여부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으로 행해진다.

남북 기본합의서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1992. 2. 19.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의 법률적 효력 또는 조약으로서의 성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1992. 2. 19. 발효된 ‘남북사이의화해와불가침및교류협력에관한합의서’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여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4). 대법원의 판례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5). 동서독 기본조약(Grunlagenvertrag)을 그 효력발생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의 형식으로 체결한 독일의 경우와 달리, 우리는 남북간의 중요한 기본적 합의를 국회의 동의을 요하는 조약의 형식으로 채택하지 않고, 단지 합의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1973년 5월 11일 금요일, 독일 연방하원(Bundestag)은 사회자유주의연정(sozialliberale Regierungskoalition)과 기민련/기사련(CDU/CSU) 야당 사이의 치열한 정치적인 대립적 논쟁을 치르면서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 간의 관계 기초에 관한 조약(Vertrag über die Grundlagen der Beziehungen zwisch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und der Deutschen Demokratischen Republik)"을 비준했다. 이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은 비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약에 대한 당시 연정을 구성한 서독정부와 야당의 입장은 극명하게 대립되었다. 당시 연방수상인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야당의 입장과 달리 이 조약이 유럽의 긴장완화와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반해서 1973년 2월 15일 조약 제1독회에서 의회 의장 당시 야당인 기민련/기사련(CDU/CSU)의 원내대표(Fraktionsvorsitzenden)인 라이너 바젤(Rainer Barzel, 1924-2006, CDU/CSU)의 조약에 대한 제1독회에서 내린 조약거부에 대한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6): “이 조약은 불의의 체제와 살상 시설이 있는 비인간적인 국경을 정당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주주의자들이 독일과 유럽에서 자유의 대의를 위해 싸우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젤(Barzel)의 사임후 그 직을 이어받았던 1961년 1969년 까지 연방수상이었던 기민련/기사련 소속의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어(Kurt Georg Kiesinger)도 이 조약을 통일에 대한 위협으로 보았다. 이것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여 양 독일의 분단을 동서독 기본조약의 체결을 통해서 정당화시키는 것을 독일 기본법에 규정된 재통일 명령(Wiedervereinigungsgebot)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었다. 이렇게 동서독 분단상황에서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과 효력발생 전후의 독일의 정치권이 양분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남북 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에 규정된 남북상호간의 체제 비방금지가 국가가 아닌 개별 시민들에 의한 북한정권체제에 비방과 비판의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이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남북분단을 고착화과 영구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비인권적 독재적 지배체제의 유지와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가 하는 비판도 제기해 볼 수 있다. 이것은 국가 간의 혹은 국가와 유사한 공동체들 사이의 상호인정의 문제가 사인에 대한 그 국가나 그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까지도 금지하는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라고 생각된다.

브란트(Brandt)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긴장완와 평화와 기여하기 위하여 동서독 기본조약이 체결되고, 그 후에 서독과 동독이 UN에 가입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은 제1조에 규정된 서독과 동독과의 관계를 서로 동등한 정상적인 선린관계(gutnachbarische Beziehung)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제2조에서 양 독일국가들이 모든 국가들의 주권적 평등성, 독립성, 자립성, 영역적 불가침성. 독자적 결정권의 존중, 인권과 차별금지의 보장과 같은 UN 헌장 속에 규정된 목적과 원칙들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은 또한 두 독일 국가가 유엔에 가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기본조약의 비준에 따른 독일연방공화국의 국제연합 헌장 가입에 관한 법률안(Entwurf eines Gesetzes zum Beitritt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zur Charta der Vereinten Nationen)에 대한 기명투표에서 365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하고 121명이 반대했다. 베를린 하원의원 13명도 찬성했고, 9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1973년 9월 18일, 독일연방공화국은 133번째 회원국으로, 동독은 134번째 회원국으로 유엔에 가입했다.7)

이 조약은 1973년 5월 11일 비준되고 1973년 6월 21일에 효력을 발생한다. 연방의 정치적 관계를 규정하거나 연방입법사항과 관계있는 조약은 연방법률의 형식으로 연방입법권을 가진 기관의 동의 또는 참여를 요한다는 독일 기본법 제59조 제2항에 의하여 동서독 기본조약을 서독과 체결한 동독이 독일 기본법상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8) 이 조약에 대한 의회의 동의법률(Zustimmungsgesetz)인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 사이의 관계의 기초에 관한 1972년 12월 21일의 조약에 관한 법률(Gesetzes zum Vertrag vom 21. Dezember 1972 zwisch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und der Deutschen Demokratischen Republik über die Grundlagen der Beziehungen zwisch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und der Deutschen Demokratischen Republik vom 6. Juni 1973 (BGBl. II S. 421))에 의하여 독일 국내법 질서에 편입되었다. 1973년 5월 28일 바이에른(Bayern) 주정부는 이 조약이 기본법의 통일 요건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조약에 대한 의회의 동의법률인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 사이의 관계의 기초에 관한 1972년 12월 21일의 조약에 관한 법률이 독일 기본법과 합치되지 않고, 그로 인하여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추상적 규범통제(abstrakte Normenkontrolle)를 독일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icht)에 청구하였다.

동서독 기본조약은 독일분단 이후 서독이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서독만의 독자적 대표권(den sog. Alleinvertretungsanspruch)을 주장하는 동서독 관계를 선린관계로 정상화시키는 조약이었다. 따라서 동서독 기본조약을 통해서 동독이 서독의 국제법상의 완전한 승인없이도, 독자적인 외교적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서독이 대내적으로 동독을 완전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서독 기본조약에서는 동서독 사이에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ständige Vertretungen)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이 결정 속에서 동독인 독일민주공화국(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이 서독인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을 통한 자신에 대한 국제법적인 승인과 관계없이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하나의 국가이고 국제법상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결정 속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서독이 동독에 대한 국제법상의 인정은 결코 공식적으로 행해지지 않았고, 이와 반대로 명백히 반복적으로 거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조약 속에서 서독과 동독이 합의한 서로간의 승인을 동독을 특별한 종류의 승인(faktische Anerkennung besonderer Art)이라고 보았다9).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북한의 국가성 인정을 거부하는 우리 대법원 판례와도 서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기본조약은 그 형식상의 종류에 따른 분류에 의하면 국제법적인 조약이지만, 그 내용적 측면에서는 독일 내부간의 관계(inter-se-Beziehungen)를 규정한 조약이라고 보면서 이 조약의 이중적 성격을 강조하였다10).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통일된 전체독일국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적인 독일 내부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조약으로 보았다. 이러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남북합의서의 법적 성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례11) 속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야 할 공동의 정치적 책무를 지는 남북한 당국이 특수관계인 남북관계에 관하여 채택한 합의문서로서,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기본조약 속에서의 동독과의 대한 특별한 내부적 관계 인정을 전제로 하여 동독국민을 포함한 모든 독일인들은 헌법 속에 규정된 하나의 독일국적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더 나아가서 독일 재통일전의 기본법 제23조에 의하여 동독이 서독의 연방에 편입되는 흡수통일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독일과 반대로 남북합의서 체결 전인 1991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한 유엔 가입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같은 해 9월 17일 유엔총회는 남북한과 마셜군도 등 7개국의 유엔가입 결의안을 일괄 상정하여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알파벳 순서에 따른 국명순에 따라서 북한(D.P.R.K)이 160번째, 남한(R.O.K)이 161번째 유엔 회원국으로 인정되었다. 이렇게 남한과 북한 모두 UN에 가입한 이후에 1991년 12월 13일 남북한 사이에 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다. 이 기본합의서의 정식 명칭인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남한과 북한 사이의 상호 체제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북합의서는 그 서문 속에서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나타난 서독과 동독과의 관계와 같이 남한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하면서 남북관계의 특별적 성격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장의 남북화해의 내용으로서 제3조에서 남한과 북한 상호간에서 비방과 중상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의 체결로 인하여 서독이 동독 즉 독일민주공화국을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국가승인을 하지 않은 채, 서독은 동독과 좋은 이웃관계(gutnachbarische Beziehungen), 이른바 선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기본조약 제1조). 따라서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독과 서독사이의 대사의 교환이 아닌, 상시대표부(die Ständige Vertretung)의 교환을 합의하였다. 이렇게 서독이 동독에 대해서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국가승인을 하게 되면 독일 기본법 전문에 규정되어 있는 재통일 명령(Wiedervereinigungsgebot)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두 개의 독일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하나의 독일국민(ein deutschen Volk)의 분열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에는 독일제국은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깔려있다.12)

1945년 이후 독일의 법적 상황은 1945년 5월 7/8일 독일의 무조건 항복 이후 독일제국의 법적 지위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1945년 6월 5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서 연합국에 의하여 점령된 독일 민족국가가 국가법(Staatsrecht)과 국제법의 관점에서 계속 법적 주체(Rechtssubjekt)로서 계속 존속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멸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1945년 5월 8일 독일의 무조건 항복 이후 독일제국의 법적인 운명에 대한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인 소멸명제(Untergangsthese)와 존속명제(Fortbestandsthese)가 대립되었다. 소멸명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통해서 독일제국(das Deutsche Reich)은 연합국에 의하여 해체되고, 독일제국의 법질서는 폐지되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서 독일연방헌법소의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기도 한 존속명제는 독일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법적으로 멸망한 것이 아니라, 연합국의 점령에도 불구하고 - 설사 행위능력이 없다 할지라도 - 계속적으로 존속하였고, 독일연방공화국의 생성과 더불어 국가영토의 한 부분을 단지 새롭게 조직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존속명제는 재통일까지 유효하게 적용된 기본법의 전문 그리고 제16조, 제23조 제116조 그리고 제146조에 그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존속명제에 대해서는 게오르크 옐리네크(Georg Jellinek)의 국가 3요소설(Drei-Elemente-Lehre)에 의하면 이 당시의 상황에서 국민과 국가영역은 존재하지만 국가권력을 존재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자신의 판결(Urteil) 속에서 독일제국은 국제법학적 그리고 국가법학적 관점에서도 붕괴 이후에도 계속 존속하고,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의 항복 그리고 연합국의 국가권력의 행사를 통해서 소멸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13)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헌법적 근거로서 당시의 기본법의 전문, 제16조, 제23조, 제116조 그리고 제146조를 들고 있다.14) 독일연방공화국의 정체성 이론(Identitätstheorie)에 의하면 독일연방공화국만이 독일제국의 유일한 계승자이다. 동독 정부는 사실상의 지역적 정부(lokales de facto Regime)로 보았다. 이러한 입장은 서독만이 독일제국을 계승하고 있는 독일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독일 민주 공화국을 승인하거나 동독과 수교하는 국가와는 관계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독자적 대표성주장 혹은 할스타인 독트린(Hallstein Doctrine)의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빌리 브란트(Wily Brandt) 시대 이후 동서독 기본조약이 체결되고 1973년 양 독일국가의 UN 가입이 행해지고 동독도 대부분의 국가들에 의하여 국제법상의 주체로 인정받게 되면서 무력화 되었다.

우리나라의 진행상황은 독일과 다르게 남북합의서 체결 전에서 남북한 UN가입이 이루어 졌다. 이러한 남북합의서 체결 이후에 남과북이 계속적인 통일을 상호간에 교류와 협력을 계속 실행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과 북한의 가변적 정치적 상황과 관련하여 순간의 대화적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현재 남한과 북한의 긴장과 적대적 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남북간의 선린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국내적 상황을 넘어선 중요한 국제정치적 상황의 발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재의 국내외적 상황 속에서 남북 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의 비방과 중상금지와 관련하여 대북전단살포금지와 이를 위반한 경우에 처벌하는 근거가 되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호의 헌법위반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판례평석을 위한 중대한 판단근거로서 이 법률조항의 규범적 근거가 되는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를 포함하고 있는 남북 기본합의서가 내용적 측면에서 UN의 국제적 평화유지를 위한 규범인지 여부 그리고 법형식적 측면에서 남북합의서를 조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검토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 본다. 이에 대한 판단의 시발점으로 동서독 기본조약의 UN 헌장과의 관련성 그리고 남북기본합의서의 UN 헌장 관련성 여부를 살펴본다.

1. UN 헌장과 동서독 기본조약

결국 독일 통일은 한 민족(ein Volk) 내에서의 현실적인 두 독일국가의 존재 그리고 두 개의 헌법의 존재를 서독연방에 동독의 주들이 가입하는 형태로 종결시키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서독 기본조약체제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헌법 제3조를 근거로 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양쪽 모두 북한의 국가성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제1항 속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보면서, 제2항에서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보고 있다.

UN 헌장(UN Charter, Charta(Satzung) der Vereinten Nationen)은 가장 중요한 국제조직의 기본질서로서 생성 중에 있는 세계공동체법(Weltgemeinschaftsrecht)의 중심점을 형성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UN헌장이 인류의 보편적인 근본적 가치를 하나의 문서에 고정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법의 헌법화(constitutionalization of international law)를 불러 일으키는 다른 현상들과의 중요한 차이가 된다.15)

UN 헌장은 국가들 사이의 지배적 관계에 대한 근본원칙들,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위한 초석으로서 국제공동체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원리들을 규정하고 있다.16) UN 헌장 제1조에 규정된 핵심원리들에 의하면 UN의 주요기능은 다음과 같다: ① 평화와 안전의 유지, ② 평화적 수단에 의한 국제적 분쟁의 조정 혹은 해결의 도출, ③ 국민들의 동등한 권리와 자기결정의 원칙의 존중에 근거한 국가들 사이의 우호적 관계의 발전, ④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공동협력의 촉진, ⑤ 모든 사람들의 인권과 자유의 존중의 증진. UN 헌장 제2조는 이러한 UN 헌장 제1조에 규정된 UN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3가지 핵심원칙들을 규정하고 있다: ① 모든 UN 가입국가들의 주권적 동등성, ② 분쟁의 평화적 해결, ③ 위협 혹은 무력의 사용금지. 1970년의 우호적 관계에 대한 UN선언의 전문(Preamble to the UN Declaration on the Friendly Relation)17) 속에 다음의 4가지 사항이 추가되었다: ① 다른 국가의 국내적 혹은 대외적 문제에 대한 개입금지, ② 국가사이의 공동협력의 의무, ③ 국제적 의무수행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principle of good faith), ④ 국민들(peoples)의 동등한 권리와 자기결정의 원칙. 이렇게 볼 때 UN 헌장 속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질적 헌법적 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UN 헌장의 중요한 내용들을 동서독 기본조약 속에 규정하고, 더 양 독일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군비경쟁과 무력사용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UN이 목적하고 있는 국제적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타내는 것이 동서독 기본조약의 중요한 목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동서독 기본조약 속에는 UN 헌장의 중요한 목적과 원칙들이 규정되어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은 실현하기 위하여 조약 제1조는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이 서로 동등한 권리인정을 바탕으로 하여 정상적인 선린관계(gutnachbarliche Beziehungen)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약 제2조는 양 독일국가들이 모든 국가들의 주권적 평등성, 독립성, 자립성, 영역적 불가침성. 독자적 결정권의 존중, 인권과 차별금지의 보장과 같은UN 헌장 속에 규정된 목적과 원칙들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약 제3조에서는 UN 헌장에 따라 동독과 서독은 그들 사이의 분쟁을 전적으로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 해결하고,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동조약 제3조는 동독과 서독 사이의 존재하는 경계선의 불가침성을 분명히 확인하고, 이러한 경계선의 영토적 불가침성의 무제한의 존중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약 제6조는 동독과 서독은 양국의 고권적 지배권력은 자신의 국가영역에만 한정되어 행사되고, 양 국가는 자신의 대내적 그리고 대외적 국가적 사무에 있어서 각 국가들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UN헌장과 남북기본합의서

2차 대전이후 분단된 독일은 재통일까지 한번도 상호간에 전면적인 직접적 무력적 충돌을 경험하지 않았다. 따라서 동독과 서독은 동서독 기본조약의 채결을 통해서 UN가입을 통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상호간의 평화적 공존과 재통일을 위한 협력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서 남한과 북한은 해방 이후의 UN의 감독하에 남북한 동시선거도 실시가 어려워져 남한 단독선거를 통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그 후 이어진 북한의 침략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은 UN의 참전과 도움을 통해서 현재의 휴전상태가 성립되었다.

이러한 남한의 존립과 평화와 안전에 막대한 기여를 한 UN의 UN 헌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남북기본합서에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에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과 남북합의서의 차이가 나타난다.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서독과 동독이 UN 가입을 한 독일과 달리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 UN 가입을 먼저하고 남북합의서가 체결되었다. 더 나아가서 남북합의서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종전선언도 통일과 관련된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인 남북한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표명되어 있다. 한반도 평화유지에 막대한 기여한 UN이 지향하는 국제적 평화와 안전의 보장을 합의사항과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남북간의 평화지향적 합의가 어느 정도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상황에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남과 북의 긴장완화 및 무력충돌 방지,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이 단지 통일을 위한 과정에서 남북한 사이의 잠정적 특수관계의 발전적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을 밝히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 사이의 관계 그리고 통일의 지향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제1조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조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남북 기본합의서의 내용 속에 남한과 북한 사이의 체제전복 시도 그리고 무력사용 금지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가 완전히 남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남한에 대한 영역적 불가침성을 인정하고, UN의 국제적 평화와 안전의 확보에 기여한다는 확신은 북한체제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성립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국제법 원리 중의 하나인 ‘영역적 불가침성’의 개념(concept of ‘territorial integrity’)은 19세기의 진행과정에서 국제법의 일반원칙으로 인정되었다. 영역적 불가침성의 원칙은 주권국가를 모든 종류의 국가영역에 대한 침해로부터 보호한다. 이 원칙은 어떤 다른 국가영토에 대하여 직접적인 물리적 효력을 발생하게 만드는 어떤 국가의 비법률적 행위(illegal act) 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 국가의 영역 위에서 실행되는 어떤 국가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18) 국가의 영역적 불가침성의 원칙은 국가의 주권 그리고 국가의 ‘존재할 권리(right to exist)’와 관련성을 가진다. 헌법이론적 측면에서 국가영역은 국가를 구성하고, 국가권력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그렇게 때문에 헌법은 다른 어떤 중요한 헌법원리들 혹은 민주주의적 구성요소들 보다도 그 국가의 영역적 불가침성의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19).

중요한 국제법 원리인 동시에 헌법적 원리로서 고려될 수 되는 영역적 불가침성의 원칙의 근거가 되는 국가영역의 확정에 대해서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오르크 옐리네크(Georg Jellinek)는 국가를 ‘근원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정주하는 국민의 단체(die mit ursprünglicher Herrschaftsmacht ausgestattete Körperschaft eines sesshaften Volkes), 즉 영역단체(Gebietskörperschaft)로 정의하고 있다20). 이른바 국가 3요소설(Drei-Elemente –Lehre)로 정의되는 Jellinek의 법학적 국가기념에 의하면 국가는 국가적 주체의 구성요소(Elemente des Staatssubjekts)인 동시에 국가적 의사의 객체(Objekte des Staatswillens)로 인정되는 국가영역(Staatsgebiet), 국민(Staatsvolk) 그리고 국가권력(Staatsgewalt)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국가는 자신의 국민에 대해서는 대인적 고권(Personalhoheit)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에 대해서는 영역고권(Gebietshoheit)을 가진다21). 세가지 국가의 구성요소들은 상호간에 서로를 조건지우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세가지 구성요소들이 서로 분리된다는 것은 단지 가정적 판단하에서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삼요소에 해당하는 각각의 구성요소는 다른 구성요소들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22). 더 나아가서 이 세 가지 국가의 구성요소들 외에도 구성적 특징(konstitutives Merkmal)으로서 국제공동체를 통한 국가의 인정이 요구된다.23) 남북합의서와 헌법 제3조와 관련성 여부에 대한 헌법해석적 논의 역시 북한체제의 정당성 여부와 직접적인 연결성을 가진다.

Ⅲ. 남북합의서의 조약적 성격 인정여부

역대 간의 남북 사이의 합의에 대해서 조약적 성격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7.4 남북공동선언(이후락·김영주, 1972.7.4.), 남북기본합의서(정원식·연형묵, 1991.12.13.),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김정일, 2000.6.15.), 10.4 선언(노무현·김정일, 2007.10.4.), 4.27 판문점선언(문재인·김정은, 2018.4.27.), 9.19 평양공동선언(문재인·김정은, 2018.9.19.). 북한과의 통일적 합의 역시 국제적 안전과 평화보장의 원칙을 실현하는 평화적 수단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국제법의 일반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북간의 합의 역시 국제적 인권보장 및 국제법의 기본적 내용을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남북과의 통일을 위한 합의는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체제의 성립과정에서 나타난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남북의 분단을 가속화하고 영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통일의 실현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이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통일을 위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합의의 목적이 남북의 변형적인 분단상태의 유지와 고착화인가? 최종적인 한반도의 민족국가의 재구성을 위한 합의의 도출인가? 통일을 지향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특히 북한 핵문제로 인하여 남한과 북한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현재의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의 체제불안으로 인한 갈등들을 남한에 대한 도발적 행동으로 극복할려고 시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한 합의의 중요한 목적이 제1장의 남북화해, 제3장의 남북교류 협력의 실현이 아닌, 제2장의 남북불가침으로 한정되는 상황으로 남북관계는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이러한 남북불가침의 요구는 남한과 북한의 국경의 경계의 존중 즉 영토적 불가침성의 존중이다.

남북사이의 국경선 경계의 인정이 헌법과 합치될 수 있는가? 전체독일의 존속성 명제를 고려하여 동독과 서독의 경계를 서독에 있는 각 주들 사이의 경계와 같은 의미를 볼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경계의 법적 의미를 넘어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의 한민족 통일국가를 이전의 대한제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

이러한 남한과 북한의 경계의 존중과 주권적 독립성과 독자성 인정이 한반도의 국가적 통일성 실현의 요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경계확정 등 조약에 준하는 합의의 창설적 효력이 미래의 합의에 의한 변경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합의에 의하여 계속적인 변경가능성 유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의 합의는 hard law가 아닌 soft law가 되어야 한다.

1. 구속적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27일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위헌확인에 대한 결정24)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부장관과 일본국 외무대신이 2015. 12. 28. 공동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내용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서 헌법재판소는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의 구분 기준 및 비구속적 합의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 그로 인하여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 합의는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지만,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나 주로 쓰이는 조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헌법이 규정한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합의 내용상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법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위의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의 대상이된 한국과 일본국 사이의 위안부 합의와 달리 남한과 북한 사이의 남북합의서 위반사항 금지합의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공식적 합의를 거쳐서 대한민국의 국내입법을 통해서 관철된 것이기 때문에 비구속적 합의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법형식적 측면에서 남북합의서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남북간의 합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상호간의 신뢰성과 합의실천의 진지성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대해서는 국제법상의 soft law 개념을 적용해서 그 합의의 남북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발전적 성격과 북한정권의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상황적응성을 증진시키는 방법과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이에 대한 처벌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남북합의서의 경직적인 적용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의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해서 위헌법률심판절차이나 헌법소원을 통한 사법적 통제과정을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기본조약이 기본법에 합치된다고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은 기본조약의 헌법위반성의 확인을 구한 당시의 야당인 기민련/기사련 연합(CDU/CSU)에서도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 이유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동서독 기본조약이 서독과 동독의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혹을 자신의 판결을 통해서 깔끔히 해소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방정부가 체결하고 연방의회가 동의한 기본조약에 내재된 독일 기본법상의 재통일 명령의 위반여부와 관련된 헌법적 모호성과 불명확성을 조약에 대한 사법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조약해석과 관련된 엄격한 한계설정을 통해서 깔끔히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Franz Josef Strauß)는 이 판결을 추상적 규범통제를 청구한 바이에른(Bayern) 주 정부의 승리로 해석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해석에 연방정부가 구속되기 때문에 이 판결은 독일의 2차세계대전 이후의 전후역사와 독일 재통일 정책 실행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25).

이렇게 볼 때 남북합의서 뿐만 아니라 그 남북합의서의 실행입법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헌법위반성 여부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법적 해석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례는 남북합의서의 과도한 정치적 성격과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헌법적 측면에서의 통제권 행사를 통해서 적절하게 정치적 불명확성과 모호성을 제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2023년 9월 26일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의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그 처벌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soft law로서의 남북합의의 대한민국에서의 국내적 규범적 구체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계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Soft law로서의 남북합의

국제법상의 soft law 개념은 국제적 합의, 원칙들 그리고 선언들이 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않는 경우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당연히 soft law 개념은 국제법적 영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UN 총회결의나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의 발전적 형성에 관한 결의 등은 soft law로 볼 수 있다. Soft law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hard law로 나아가기 위한 전단계적인 실험적인 인권보장이나 국제정책적 내용들을 포함할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다소 실험적인 발전적 요소가 강한 통일지향적인 남북간의 합의는 hard law가 아닌 soft law가 되어야만 한다. 설사 그것이 입법자의 법률을 통해서 실행된다고 할 지라도,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통한 완전한 법적 확신을 얻기 전까지 그것은 soft law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처벌규정은 결과 이전 정부는 강력한 국내법적인 형벌규정인 hard law를 전환하였다가, 헌법재판소를 판례를 통해서 soft law도 아닌 무법이 되었다. 이것은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남북합의서의 soft law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hard law의 전환과정에 대한 적절한 헌법적 통제권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국제조약과 그 이외의 다른 외국 뿐만 아니라 그에 준하는 사실상의 정부단체와의 합의는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국내법 질서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위반되면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북합의서의 국내적 규범적 형성과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통제권 행사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헌법재판소의 남북관계 형성에 대한 헌법적 통제권 행사는 국가보안법의 헌법위반성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법적인 판단기준이 된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이다. 최근 핵주장을 통해서 여전히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대남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체제와의 통일과 관련된 법적인 정책형성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법적 규범의 경직적 실행에 법적 인 통제권을 실행하는 가장 중요한 법적인 판단기준은 경직적 헌법개념이 다소 전략적 개념(einer operative Begriff)이 되어야 한다.26) 특히 국가보안법의 헌법적 정당화와 관련된 헌법적 판단에 있어서는 헌법질서와 헌법해석의 탄력성과 문제해결적 기능을 고려해서 행해져야만 한다.27) 이러한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의 북한정권이 적과 동반자적인 이중적 성격론 인정은 그러한 헌법해석적 판단에 해당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

헌법재판소의 북한정권이 대한민국의 적대자인 동시에 동반자적 성격을 인정하는 이중적 성격론을 전제로 한 국가보안법에 대한 결정28)은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해석에 대한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논거로서는 미흡하지만, 잠재적인 위험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전개되어지는 북한과의 통일문제에 있어서 발생하게 될 모든 현실적인 상황의 전개에 대비하기 위한 헌법해석적인 시도라고 생각되어 진다. 즉 예측할 수 없는 북한과 관련된 통일적 논의를 다룸에 있어서 발생하게 될 모든 가능성들을 헌법적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에 깔려 있는 본질적인 입장은 평화통일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장래의 위험발생가능성의 완전한 제거의 부재 때문에 발생하는 의심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추구한 대남적화혁명노선의 완전한 포기가 없는 한 이 입장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북한을 인정할 수 없는 중요한 근거들 중의 하나가 된다.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한 기준으로 형성된 잣대는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해방후 한반도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입장에 기반을 둔 북한정권의 불인정이다. 이러한 입장은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취한 독일연방공화국의 정체성 이론(Identitätstheorie)과 일목상통하는 입장이다. 이것은 남북한이 대립된 분단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은 서로 적자임을 주장한는 정권의 정통성 주장의 표현이다. 이러한 북한정권의 헌법적 불인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는 제헌헌법규정에도 영토조항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제헌헌법 제4조). 이것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propaganda적인 헌법규정이다.29) 북한의 1948년 헌법 역시 제103조를 통해서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수부는 서울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후 북한은 1972년의 헌법개정에서 북한의 수부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개정함으로써, 제5조의 남북통일문제조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며…」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리 남한의 경우 남북분단사실을 헌법적 차원에서 규정하지 않다가 1962년 헌법부칙에서 부칙에 미수복지역이 있음을 암시하였고, 1972년 헌법에 통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남북분단상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우리헌법 제3조에 기반을 둔 국가보안법은 아직 그 효력이 관철되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아직까지 우리가 북한에 비하여 정통성을 가지고 북한을 무시할 수 있는 그 근거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을 우리는 우리체제의 이념적 우월성에서 찾고 있다. 그러한 논의의 중심에서는 헌법개정의 한계사유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이의 수호를 위한 헌법위반(Verfassungsverstoß)에 대한 법적 제재가 자리잡고 있다30).

헌법 제3조는 전혀 헌법 제4조와 대립 충돌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헌법 제4조는 장래의 헌법적 기대인 헌법 제3조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이와 관련된 국가보안법 폐지논의는 이제 그 방법이나 수단이 바뀌어야하는 새로운 상황과 시간에 따른 새로운 국면(Dimension)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렇게 볼 때 헌법 제3조와 제4조 양자의 충돌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헌법교과서나 기타 학설은 헌법의 특성으로서의 개방성에 대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무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 제3조와 같이 어쩌면 헌법이 지금 당장 실현시킬 수 없는, 사회적으로 증폭되어지는 시민의 헌법에 대한 기대(Verfassungserwartung)를 헌법적 차원에서 규정하는 것은 정치를 통한 헌법의 내용의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31) 따라서 이 경우 헌법은 미래에 있어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치 헌법 제3조가 지금 당장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국가보안법과 연관된 헌법 제3조의 위헌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헌법 제3조의 성격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어떤 헌법 규정이 당장 쓸모없다고 해서 그 규범성의 위헌성을 단정하는 것은 잘못되고 부정확한 법개념을 헌법해석에 적용하는 것이 된다. 헌법 제3조는 성격상 지금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래에만 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은 헌법적인 희망(Verfassungserwartung)으로서 헌법 제3조의 효력발생조건은 장래 통일이 실현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장래에만 효력을 발생한다. 이런 점에서 헌법 제3조는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장래의 상황을 위한 헌법의 준비라고 해석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헌법의 통일성이라는 관점에서 유래하는 실제적 조화의 원칙의 입장에서 규범조화적 해석을 위하여 제3조를 통일이 실현된 장래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한정하자는 입장도 결론적으로 볼 때는 같지만, 헌법의 개방성이나 헌법의 개념적 특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이 결론을 내고 있다.32)

헌법이 지금 당장 효력을 발생하고 적용되어진다는 믿음은 헌법의 현실적 문제해결능력부담을 증폭시켜 헌법의 현실적응능력을 떨어뜨리고, 정치적인 형성의 역할을 가진 입법자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33) 따라서 우리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완성적 성격을 전제로 한, 즉 헌법 제3조와 제4조가 지금 당장 그 규범의 내용이 확정된 현실된 규범이라는 전제하에서 제3조와 제4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다수의 국내학설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 제4조는 제3조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인 기대와 수단을 표현한 것이다. 많은 헌법규정들은 그것이 당장 현상황에서 그 내용이 헌법적 차원에서 확정되어지고 예측이 가능한 것이 아닌, 즉 예측이 불가능하고, 그때 그때의 사회적인 환경이나 가치관의 변동에 따라 변화되고 발전적인 형성이 가능한 내용을 가지는 것이 있다.34) 이러한 헌법규정 중의 하나가 우리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정책조항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통일이 그 당시의 절묘한 국제적 분위기변화와 독일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더라도, 우리헌법 제4조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간을 우리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35) 평화적 통일정책의 계속적 수립과 전개를 희망하는 입장에선 헌법 제3조와 제4조와의 충돌을 전제로 한 관점에서의 헌법 제3조의 해석을 통해서 헌법 제4조의 해석범위를 좁게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의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이나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대한 헌법해석은 입법자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헌법구체화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에 의한 헌법해석과 헌법정책(Verfassugnspolitik)에 의한 헌법형성(Verfassungsfortbildung)의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독일에서도 헌법정책의 목적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가 주목적이었다. 특히 공동체의 존립과 유지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헌법이론에서 나오는 헌법해석과 헌법정책은 서로 보완적 측면에서의 공동협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야 한다.36) 이런 점에서 헌법정책적 측면에서의 이 문제의 해결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예측불가능하고 가변적인 상황에 대한 문제해결의 열쇠는 경험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그러나 경험은 그에 대한 대가로서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바로 여기에 경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법적 규율에 대한 이익형량의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원화된 사회일수록 현상태에 대한 확실한 진단과 장래에 대한 예측(Prognose)이 필요한 법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쉽게 도출되어 질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해결에 있어서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측불가능하고 가변적인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의 반영에 의한 문제해결의 열쇠는 입법자의 평가영역(Einschätzungsspielraum)의 인정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입법자의 평가영역은 고려되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경험적 원칙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입법자의 권한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입법자가 이러한 선택을 통해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정당화시키고 그리고 이를 통해서 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에 적용되어질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확정할 수 있는 법적인 기준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37) 대북전단살포금지와 이에 대한 처벌에 대한 입법자의 평가는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국지적 도발사태의 방지라는 목적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이다. 이에 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미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남북합의서를 바탕을 한 국내입법의 실행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가장 기본적 헌법적 요청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Ⅳ. 인정철학의 관점에서 북한체제의 인정

인정개념의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영역에서의 적용에 대한 논의는 주로 비교적 현대에 와서 다문화 사회 속에서 소수집단의 정체성 보장의 문제와 관련하여 전개되었다. 이와 관련된 북한체제의 인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제기해 본다. ‘인정(recognition)’이라는 용어는 몇 가지 분명히 구별되는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패디 맥퀸(Paddy McQueen)은 인정의 개념을 다음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① 우리가 실수했는 것을 인식하거나 혹은 미국 정치에 있어서 종교가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지적인 인식행위(act of intellectual apprehension); ② 거리에서 친구를 ‘인식’할 때와 같은 확인(identification)의 한 형태; ③ 어떤 사람의 지위, 업적 또는 권리를 '인식'할 때와 같이 다른 존재를 인정하거나 존중하는 행위38). 철학적 그리고 정치적 영역에서 적용되는 인정개념은 주로 ③의 개념적 정의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인정개념은 타인에 대한 평가와 존중을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인정투쟁에 있어서 개별적 주체의 정체성의 이해와 존중을 정당화하는 핵심적 개념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이익과 안전의 보장을 위하여 더 나아가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하여 북한을 독자적 준 국가적 실체로서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북한을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남북합의 대상으로 인정할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만 할까? 이와 관련하여 이캐하이모(Heiki Ikäheimo)와 라이티넨(Arto Leitinen)의 인정철학적 관점에서의 인정에 대한 개념정의를 살펴본다,

어떠한 행위가 인정행위가 되고, 또 어떠한 행위가 인정행위로 평가할 수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하여, 헤이키 이케헤이모(Heiki Ikäheimo)와 아르토 라이티넨(Arto Leitinen)은 광범위한 개념정의를 시도하였다. 그들은 정치적 인정투쟁의 역동성을 잘 분석하기 위하여 보통 우리가 다 함께 인정이라고 칭하고, 인정의 의미로 서로 함께 사용하는 확인(identification), 승인(acknowledgement) 그리고 인정적 태도(recognitive attitude)로 명명되는 세 가지 현상들과 그리고 현상들의 군집들(constellations of phenomena)을 구별하고 있다39). 이 두 저자는 형식적으로 확인, 승인 그리고 우리가 ‘인정적 태도(recognitive attitude)’라고 부르는 이 세 가지 모두가 A가 B를 X로 보는 사례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 A는 개인이거나 혹은 개인의 집합체(collective persons)이다. 그러나 B나 X의 경우에는 인식, 승인 그리고 인정의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사람에 대한 확인은 타인에 의하여 행해지는 외부적 확인(external identification)과 자기자신이 자신에 대하여 행하는 자기확인(self-identific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타인에 의하여 행해지는 외부적 확인의 경우에는 확인자인 A와 피확인자인 B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이에 반해서 자기 자신이 자신을 확인하는 자기확인의 경우에는 A와 B는 같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공동생활을 하게되는 우리는 우리자신이 자신에 대하여 행하는 대부분의 질적인 자기확인이 타인에 나에 대해서 행하는 질적인 외부적 확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상태로 행해지지 않는다. 이것은 결국 나 자신의 나에 대한 판단도 지금까지 타인에 의해서 행해진 나 자신에 대한 판단에 많은 영향과 구속을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나 자신의 자화상의 판단근거가 되는 지금까지 형성된 정체성에 대한 확인작업은 즉 내가 나에 대해서 파단하는 질적인 자기확인도 결과적으로 다른 존재들과의 끊임없는 대화과정들 그리고 타인과의 인정투쟁 과정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세계가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들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볼 수 없다. UN을 통한 전세계적인 국제적 평화와 안전의 유지가 중요한 국제법 질서의 이상이 된 현재의 세계질서 하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행한 정치적 지배행태와 북한이 남북한 접촉과정에 대하여 행한 여러 가지 행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오로지 남한만의 자유로운 북한체제에 대한 인정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북한체제를 어떤 특정한 유형의 정치적 체제로 인정하는 것은 인정의 형태 중 어떤 것(anything)에 대한 확인(identification)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서 승인은 주로 규범(norms), 원리(principle) 혹은 규칙(rules) 등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승인은 규범, 원리, 규칙, 주장, 근거, 가치 등과 같은 어떤 규범적 실체(normativ entity)가 유효한 것, 좋은 것, 진실한 것 등으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이와 다르게 인정은 어떤 사람 혹은 사람들의 집단을 인정하는 것이다.40) 이캐하이모(Ikäheimo)는 인정적 태도와 인정을 피인정자의 관점에서 잘 분석하기 위하여 인정행위는 항상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41): D의 관점 속에서 A가 B를 C로 간주하는 경우. 이에 대한 예로서 다음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내(A)가 당신(B)을 충분한 자율적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합리적 인격적 존재로 판단하여서, 당신을 특정한 권리와 책임감을 가진 인격적 주체성을 인정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B는 A를 관련성을 가지는 판단자로 본다. 여기에서 A와 B는 각각 두 개의 개별적 인격체이고, A는 인정자(recogniser) 그리고 B는 피인정자(recognisee)가 된다. 이러한 이캐하이모의 인정의 개념적 정의의 중요한 특징은 인정은 어떤 특정인이 타인에 의하여 인정되어지는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인정자가 인정자가 타인에 대해서 인정을 수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도 필요로 한다.42)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평가와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내가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존재로 부터의 인정을 거부할 자유도 당연히 나에게는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체제를 정치적으로 극복청산되어야만 적폐세력으로 규정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나 이념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고, 인권적대적인 북한체제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대북전단과 같은 그들의 의사표현수단을 통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시도하는 경우, 그들은 우리정부가 북한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이 우리 정부를 인정하는 것 그 자체 즉 상호인정을 받은 것을 전제로 하여 이러한 시민들의 자유로은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를 법률을 통해서 금지하고, 이러한 금지위반에 대해서 법적인 처벌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법률의 내용이 북한과 관련된 헌법상의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위반으로 보아 결코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국민 중 우리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사회주의 혁명실현을 헌법 속에서 규정하는 북한체제를 인정하지 않은 우리 국민들의 경우에는 북한체제에 대한 인정에 대한 초대를 받더라도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 제3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뿐만 아니라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질서가 인정하지 않는 반국가적 정치세력이나 집단 혹은 개인을 대한민국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체제의 인정을 국가가 개인에 대하여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왕이나 정치지도자가 무력이나 여러 가지 형태의 동원술책을 통해서 국민들을 위협한다고 할 지라도 그들로부터 완전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인정의 원리가 부여하는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의 원리의 해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의미는 국가권력 행사의 정당성의 원리로서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민이 정당성을 인정을 할 수 있는 주체로서 진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지는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인정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체제를 설사 인정하더라도, 북한이 대한민국을 북한에 대한 법적인 인정을 줄 수 있는 주체로서 인식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적절한 인정의 충분조건은 호혜성(reciprocity)과 상호관계성(mutuality)이다.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23개의 다양한 인정의 유형을 구분하면서,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의 개념의 확인(identification)과 자기 자신이 자신을 인정한는 것(recognizing oneself)과 구분하고 있다.43) 인정의 필수적 전제조건으로서 상호관계성은 인정개념의 중요한 설명적 요소로서 기능한다. 그와 동시에 상호관계성은 인정개념이 헌법과 같은 사회규범적 요소 뿐만 아니라 국제법적 영역에서 국가간의 승인에 있어서도 고려될 수 있는 중요한 규범적 판단기준을 작용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다른 사람과 사회 속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 속에서 호혜성(reciprocity)과 상호관계성(mutuality)의 원칙의 바탕하에서 공동협력을 영위하면서 존속하는 문제의 핵심적 키워드는 인정이다. 남한과 북한의 호혜성과 상호관계성이 실현될 수 있는 기본조건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서 북한체제를 탈출한 탈북민 자유시민들의 북한에 대한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상호관계성과 호혜성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볼 수 없다. 서독이 동독과 재통일을 달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로서 동독에서의 자유로운 평화적 혁명(friediche Revolution)에 의한 동독체제의 민주화 였다. 독일의 재통일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의 비민주적 세습독재체제의 민주적 체제로의 개선이 남한과 북한 사이의 통일지향적 체제승인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Ⅴ. 독일 재통일과정과 한국통일논의에 있어서 동독과 북한의 국가성 인정여부

인정의 주체나 객체 즉 대상이 집단 혹은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 인정의 주체와 객체를 공동체나 국가 그리고 세계기구나 초국가적 공동체로 확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완전한 동의는 성립되지는 않는다, 개인 외의 인정의 주체로서 집단(groups), 법인과 같은 단체 혹은 국가 그리고 여러기관들이 고려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은 충분히 집합적인 단체적 의사와 그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단체적 특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인정의 주체와 객체가 될 수 있다. 법인체나 국가가 인정의 주체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들 조직체들이 독자적인 법인격(legal personality)을 취득하고 있는 여부나 정도에 따라서 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44)

이러한 집합적 행위자(collective actors)의 행위를 집합체를 구성하는 각 개인의 의사의 집합으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순수한 집합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의 표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집합체가 그 내부적 측면 뿐만 아니라 외부적 측면에서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행위실행의 주체로서 계속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존재하였다는 것이 인정될 수 있다면 그 집합체는 인정의 주체와 객체로 기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상의 기본권 영역에서 법인 혹은 정당과 같은 집합적 권리주체에 대한 기본권주체성 인정여부 그리고 독일 재통일 전의 우리나라의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은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 속에 나타난 서독정부의 동독에 대한 국가성 인정여부 및 우리나라의 북한에 대한 국가성 승인의 문제에 대해서 검토해 본다.

1. 동서독 기본조약과 관련된 서독과 동독의 국가성 인정 여부

하나의 독일국가와 사회의 분단과 두 개의 독일국가의 생성과정에 대한 역사적 분석과 검토를 바탕으로 이 전체의 독일국가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 이 분단상황에 대한 법적 분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기본적 연구분석의 기본적 틀을 헌법적인 재통일 명령의 실행을 위한 서독 기본법과 동독헌법 기본적 입장에 헌법해석 그리고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대해서 발전적으로 구체화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위한 내부적 관계를 한 민족 내부의 선린관계(gutnachbarliche Beziehungen)로 보면서 두 개의 국가와 헌법의 통합과정을 달성한 독일의 재통일과정에 대한 국가법적인 분석이 한국의 통일논의에 있어서도 어떻게 발전적으로 새롭게 형성전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 본다.

할스타인 독트린(Halstein Doktrin)에 바탕을 둔 서독정부의 동독체제의 불인정 그리고 베를린 장벽의 설치로 인한 동서독간의 긴장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동독과의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였다. 1968년 동독은 명백히 사회주의적 성격을 드러내는 헌법의 제정을 통해서 동독이 독자적 국적을 가지는 주권국가임을 명백히 하였다. 이러한 동독의 독자적 국가로서의 인정시도는 1973년 서독과 함께 동독이 UN 가입국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초래하였다.45)

동서독 기본조약의 체결을 통해서 서독은 동독과 좋은 이웃관계(gutnachbarische Beziehungen), 이른바 선린관계를 맺게되었다 (기본조약 제1조). 이와 결부된 동독에 대한 국제법적인 인정, 즉 승인은 독일 기본법 전문에 규정되어 있는 재통일 명령(Wiedervereinigungsgebot)에 위반되는 하나의 독일국민(ein deutschen Volk)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에는 독일제국은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장이 깔려있다.46)

동독과의 선린관계(gutnachbarschaftliche Beziehungen) (기본조약 제1조)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한 동서독 기본조약의 체결과 결부된 동독에 대한 국제법적인 승인은 헌법상의 재통일명령에 위반되는 독일국민(deutsches Volk)의 분열을 초래하였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동독체제에 대한 국제법적 승인을 통해서 동독과 서독의 분단을 인정하는 것은 독일제국(das Deutsche Reich)은 법적으로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하나의 독일국민만 존재한다는 견해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47)

기본법에 규정된 재통일명령(Wiedervereinigungsgebot)이다. 재통일명령에 의하면 모든 헌법기관은 국가적 통일성(staatliche Einheit)의 회복을 발생시킬 의무를 진다. 이러한 헌법기관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형성의 영역(Gestaltungsspielraum)이 부여된다. 국제법적인 합의(völkerrechtliche Vereinbarungen)가 설사 기본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상태를 초래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상태보다 훨씬 기본법에 더 적합한 상태를 만든다면, 이러한 합의는 헌법적합적(verfassungsgemäß)이다.48) 기본조약에 대한 자신의 결정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한걸음 한걸음씩 다양한 국제법적인 변형(Varianten)을 거쳐서 국가연합(Konföderation)까지 도입할 가능성을 명백히 제시하였다. 독일통일과정에서 논의된 중요한 국가법 그리고 헌법적 논의점들은 우선적으로 두 개의 독일국가를 공동으로 결합시키 위해서 어떠한 법적 가능성을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독일통일은 조약공동체(Vertraggemeinschaft)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통일적 방식으로 조약공동체의 형식은 2차 대전 이후에 진행된 유럽통합의 역사적 진행과정에서 그 모범을 찾을 수 있다.

2. 한국의 통일정책실행과정에서 북한의 국가성 인정여부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지역의 국가성 인정여부가 문제된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territoriale Souveränität) 및 영토고권(‘territorial supremacy/suprematie/territorialeGebietshoheit)의 행사를 위한 헌법적 근거가 된다.

국제법적인 법개념으로서 주권은 서로 독립되고, 동등한 권한을 가진 그리고 국제법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승인된 국가의 (다른 법적 근원으로부터 도출되지 않은) 즉 시원적인, 광범위한 법적 권한(Rechtsmacht)을 의미한다49). 권한이론(Kompetenztheorie)에 의하면 국가영역(Staatsgebiet)은 국가 법질서의 공간적 효력범위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법적인 측면에서의 국가영역에 대한 정의는 국제법의 측면에서는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영역은 국가의 규범적 지배범위 뿐만 아니라 국가가 활동하는 주권적 공동체로서 서로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관할범위(Zsutändigkeitsbereich)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50) 단지 국제법만이 국가의 주권의 행사범위를 서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영역은 국제법에 의하면 영토주권(territoriale Souveränität)이 귀속되는 모든 공간(Raum)을 의미한다51). 이렇게 본다면 국가영역에 대한 국가법적인 개념정의와 국제법적인 개념정의의 차이점은 국가는 국가법적인 측면에서 (예컨대 북한지역의 대한민국의 영토로서의 법적 성격 인정과 같이) 자유롭게 자신의 국가영역을 규범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이 헌법 제3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역으로 보는 것은 헌법규범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영역을 확정한 것이 된다.

그렇지만 국가영역에 대한 국제법적인 개념정의에 의하면 국가영역은 그 국가의 영토주권의 행사범위에 대한 확정이 각 국가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율적으로 국제사법기관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법은 자신의 국가영역에 대하여 영토주권을 가지는 주권적 영역단체(souveräne Gebietskörperschaften)로서의 각 국가들 상호간의 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영토주권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영토고권의 행사에 대한 권리(Recht auf Ausübung der Gebietshoheit)이다52). 이러한 공간적 관할권(räumliche Zuständigkeit)으로서 영토주권은 국가자신의 영역에 대한 공간적 지배권의 범위를 넘어서서 영토의 할양조약, 행정적 할양(Verwaltungszessionen) 혹은 다른 국가에 대한 적극적 국가적 지역권(Staatsservituten)의 설정을 통한 처분까지 포함하는 실질적 관할권(sachliche Zuständigkeit)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공간적 관할권은 영토주권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영토주권을 공간적 관할권으로만 정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53)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토주권은 영토에 대한 국가의 유지권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처분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토주권의 내용은 공간적 지배권으로서 영토고권의 범위를 넘어선다, Alfred Verdross와 Bruno Simma 영토주권인 독일어 ‘Gebietshoheit’를 ‘suprematie territoriale’와 ‘territorial supremacy’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54)

주권은 국제법상으로 대외적인 법인격체(legal person)로서 인정받고, 국내법질서에서 통치권을 행사하는 국가의 국제법상에서의 국가의 구성요소인 영토, 국민, 영공, 해양에 대한 지배관할권(jurisdiction)의 가장 광범위한 표현형태이다. 국제법상의 법적 권리성과 의무성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는 국가의 주권개념 그 자체는 국가의 영토의 존재라는 사실적 기초의 바탕 위에서 성립한다. 영토 그리고 영토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완전하고 도전받지 않은 힘으로 이해되는 주권은 인권 그리고 외교적 특권의 인정 그리고 실정법에 의하여 규정된 주권에 대한 예외에 의한 자신의 한계상황 외에는, 일반적으로 국가의 영토에 대한 완전하고 절대적인(full and abolute) 지배권55)을 의미한다.56)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국가주권은 다음의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① 자신의 영역과 관련된 그리고 자신의 국민들과 결부된 권리들을 확정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원칙적으로 독점적인, 광범위한 국가의 독자적 권리의 인정 (영토고권(Gebiethoheit)과 대인고권(Personalhoheit)). 이것은 자신의 통치지역(Hohheitsgebiet) 속에 있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속한 자연인과 법인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한의 원칙적 인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내부적 주권(innere Souveränität)으로 볼 수 있다.57) ② 외부적 관계에서는 다른 국가의 명령으로 부터의 독립성, 국제법상의 동등한 법적 권한의 보유의 인정: “par in parem non habet imperium(동등한 자는 동등한 자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지 않는다)” 이른바 외부적 주권(äußere Souveränität)의 인정.58)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영토주권과 영토고권은 구별된다. 영토주권은 그 국가의 영역에 대한 처분권한까지 포함한 국가의 영역에 대한 독점적이고 포괄적인 관할권(Zuständigkeit)의 인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영토주권으로부터 그 국가의 자신의 영역이 아닌 외국의 국가영역에 대한 처분 및 개입 금지가 도출된다.59) 영역에 대한 처분권한이 포함되지 않은 영토주권의 나머지 단면들은 영토고권으로 이해된다. 영토고권은 국가가 자신의 영역 속에서 다른 국가에 의한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영토주권이 ‘자신의 영역에 대한 실질적 관할권(sachliche Zuständigkeit am Gebiet)’을 의미한다면, 영토고권은 ‘자신의 영역 속에서의 공간적 관할권(räumliche Zuständigkeit im Gebiet)’을 의미한다.60)

이러한 영토고권행사의 행사의 대상이 되는 국가영역의 공간들에 대한 헌법적 해석과 국제법적 해석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우리 역시 우리의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 및 영토고권 행사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훼손할려고 시도하는 일본의 적극적인 국내법 및 국제법적 해석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우리의 독도영유권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어떻게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가진다.

영토에 대한 국가의 영토고권적 관할권의 행사범위가 되는 영역적 공간은 국가가 그 속에서 적용하는 규범의 구성요건(Tatbestand)의 실현 뿐만 아니라 특정한 법적 효과 까지도 누릴 수 있는 법적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일본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독도문제와 같이 국가의 영역적 공간에 대한 영토주권 및 영토고권 행사의 정당한 실현의 과제는 단순히 우리 국내헌법적 차원에서의 법적 구성요건의 실현 및 이에 대한 법적 효과의 보장을 넘어서는 국제법적 차원에서의 법적 효과가 인정된 국가영역적 공간으로서 인정보장의 요구이다.61)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북한과의 관계에서 북한지역에 대한 북한의 사실적인 실질적 점령을 전제로 한 남북합의서의 형성과 이에 대한 국내법적인 실행법률의 제정을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북한에 체제에 대한 승인의 문제를 넘어서는 대한민국에 의한 국내법적인 헌법적 승인의 단계를 완전히 거쳤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한 헌법적 한계설정의 과제를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해서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실행하였다.

이렇게 국내법상의 국가영역의 확정의 문제와 국제법상의 국가영역의 확정의 문제가 전혀 다른 형태로 논의되고 결정되는 점을 고려해 볼 대,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영역의 확정문제는 한 민족 사이의 내부관계로 보면서 북한정권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남한과 북한과의 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보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 확인될 수 있다. 동법 제3조 제2항은 남한과 북한의 거래를 국가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해석론은 동서독 기본조약의 헌법위반성 여부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독과 서독 사이의 관계를 비록 조약형식의 합의를 체결하더라도 한 민족(Volk) 사이의 내부관계(inter-se-Beziehung)로 본 입장을 우리 정부가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Ⅵ. 대북전단살포금지와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기본조약의 헌법위반성에 대한 자신의 판단에서 서독과 동독 사이의 합의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보장의 근거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에 포함된 전신 전화협정이 기본법 제10조의 통신의 비밀과 기본법 제5조의 의사표현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의 보장의 축소 또는 약화의 근거로 될 수 없다.62) 이러한 판단이유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합의와 이를 구체화 하는 사인의 전단살포 금지와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허용될 수 없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사이의 국가주도적인 종속성을 가지는 TV와 라디오 방송과 관련하여 기본조약 속에서 동독이 싫어하는 방송을 서독이 법률적 혹은 행정적 처분을 통해서 중단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63) 이러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우리나라의 대북전단살포금지 및 처벌을 규정한 법률규정의 헌법위반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 본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합의라 할지라도 방송과 의사표현의 자유로운 흐름과 사적인 기본권 행사의 영역은 조약을 통해서 규제할 수 없다. 이것은 개인의 기본권의 보호영역에 해당되는 자유의 박탈은 남북 사이의 합의를 통해서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구속적인 조약 뿐만 아니라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에도 헌법상의 기본권 구속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명백히 나타난 판례로 판단된다.

2023년 4월 27일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한 법인설립허가취소의 취소를 구한 사건64)에서 갑 사단법인이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상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지도부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지 등을 대형 풍선에 실어 북한 방향 상공으로 살포하자, 통일부장관이 ‘위 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남북관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갑 법인에 대한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한 사안에서, 위 전단 살포 행위가 일방적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법인설립허가를 받은 갑 사단법인이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상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지도부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지 50만 장 등을 대형 풍선 여러 개에 실어 북한 방향 상공으로 살포하자, 통일부장관이 ‘위 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남북관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갑 법인에 대한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한 사안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적·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위 전단 살포 행위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갑 법인의 활동에 속하는 것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 야기,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에 대한 중대한 지장 초래 등 통일부장관이 위 처분의 이유로 내세우는 공익은 매우 포괄적·정치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자 그 저해에 관한 근본적인 책임을 갑 법인이나 위 전단 살포 행위에만 묻기는 어려운 것이어서, 위와 같은 갑 법인의 헌법상 기본권에 근거한 활동보다 통일부장관이 위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전단 살포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를 종합해 볼 때, 위 처분을 통하여 갑 법인의 법인격 소멸을 명하는 것이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위 전단 살포 행위가 일방적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은 중요한 법적인 판단근거로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더라도, 금지되는 전단 등 살포 행위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북한이 다양한 정치적·군사적 의도나 목적하에 2020. 6. 16.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사실만을 근거로, 이 사건 전단 살포 행위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쳤다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 후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26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다만 구체적 논증의 과정에서,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위헌의견과 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의 위헌의견으로 나누어졌다. 이에 대하여 위 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재판관 김기영,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다.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위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의 궁극적인 의도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하는 데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면서 국가가 이러한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위헌의견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 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에 대하여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의 위헌의견은 책임주의 원칙 위반은 인정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의 위헌의견의 침해의 최소성 위반근거로서 다음의 세가지 내용을 들고 있다: ①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전단 등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전단 등 살포로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나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위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상황에 따른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또한 전단 등 살포 전에 살포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지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제한보다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③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은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이다. 이 의견은 법익의 균형성과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재판관 유남석, 이미선, 정정미의 위헌의견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공익을 위해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한 제한은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하에 허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관련법률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성의 근거로서 다음의 두 가지를 들고 있다: ①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대응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행위자로서는 표현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 중 일부인 ‘전단등 살포’에 해당되는 것이 확실한 이상, 표현행위로 수사·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위협 기제가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Ⅶ. 결론

대북전단살포 금지와 관련된 2023년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평석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우선적으로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규정이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제3조의 상호비방과 중상금지의 내용을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법률을 통해서 그대로 실행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법률규정 제정의 직법적인 규범적 근거가 되는 남북합의서의 조약적 성격 및 규범적 성격 여부에 대한 분석을 시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교헌법적 연구의 측면에서 우리나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중요한 조문들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독일의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과 이 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의 내용은 이에 대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되었던 논의점들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서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국가승인을 하게되면 독일 기본법 전문에 규정되어 있는 재통일 명령(Wiedervereinigungsgebot)에 위반된다는 점이 었다. 이에 대해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통헤서 동독과의 법적인 관계설정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 남북합의서는 그 서문 속에서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나타난 서독과 동독과의 관계와 같이 남한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합의서는 제1장의 남북화해의 내용으로서 제3조에서 남한과 북한 상호간에서 비방과 중상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법상의 soft law 개념을 적용해서 그 합의의 남북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발전적 성격과 북한정권의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상황적응성을 증진시키는 방법과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이에 대한 처벌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남북합의서의 경직적인 적용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와 같은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해서 위헌법률심판절차이나 헌법소원을 통한 사법적 통제과정을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동서독 기본조약이 기본법에 합치된다고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은 기본조약의 헌법위반성의 확인을 구한 당시의 야당인 기민련/기사련 연합(CDU/CSU)에서도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 이유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동서독 기본조약이 서독과 동독의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혹을 자신의 판결을 통해서 깔끔히 해소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방정부가 체결하고 연방의회가 동의한 기본조약에 내재된 독일 기본법상의 재통일 명령의 위반여부와 관련된 헌법적 모호성과 불명확성을 조약에 대한 사법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조약해석과 관련된 엄격한 한계설정을 통해서 깔끔히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남북합의서 뿐만 아니라 그 남북합의서의 실행입법으로 볼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헌법위반성 여부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법적 해석과 관련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남북합의서의 과도한 정치적 성격과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헌법적 측면에서의 통제권 행사를 통해서 적절하게 정치적 불명확성과 모호성을 제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2023년 9월 26일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의 대북전단 살포금지와 그 처벌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soft law로서의 남북합의의 대한민국에서의 국내적 규범적 구체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계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Notes

1) 헌법재판소 2023. 9. 26. 2020헌마1724·1733(병합).

3) 이수석/안제노, 남북기본합의서 30년의 재조명, INSS 연구보고서 2022-18 국가안보전략연구원, 33쪽.

4) 헌재 2000.07.20, 98헌바63, 판례집 제12권 2집, 52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 위헌소원 (2000. 7. 20. 98헌바63 전원재판부).

5) 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14525 판결 [북한주민접촉신청불허처분취소] [공1999.9.1. (89),1803].

6) Deutscher Bundestag, Geschichte Vor 50 Jahren: Bundestag ratifiziert Grundlagen­ vertrag mit der DDR https://www.bundestag.de/dokumente/textarchiv/2023/kw18-kalenderblatt-grundlagenvertrag-946358.

7) Deutscher Bundestag, 위의 자료.

8) BVerfGE 36, 1 Rn. 71.

9) BVerfGE 36, 1 Rn. 87,

10) BVerfGE 36, 1 Rn. 89.

11) 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14525 판결 [북한주민접촉신청불허처분취소] [공1999.9.1. (89),1803].

12) Christian Bickenbach, Verfassungsrechtliche Vereinigung und staatliche Wiedervereinigung – 25 Jahre Deutsche Einheit, JuS 2015, S. 892.

13) BVerfGE 36, 1 Rn. 78.

14) BVerfGE 36, 1 Rn. 78.

15) Matthias Knauff, Konstitutionalisierung im inner- und überstaatlichen Recht - Konvergenz oder Divergenz, ZaöRV 68 (2008), S. 463.

16) Spencer Zifcak, Globalizing the rule of law. Rethinking Values and reforming institutions, in: Spencer Zifcak (ed.), Globalization and the Rule of Law (Routledge 2005). p. 40.

17) UN 헌장에 의한 국가사이의 우호적 관계 그리고 공동협력에 관한 국제법 원칙들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Principles of International Law Concerning Friendly Relations and Co-operation Among States in Accordance with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

18) Christian Marxsen, Territorial Integrity in International Law – Its Concept and Implications for Crimea 16 German Law Journal 12 (2015).

19) Yaniv Roznai/Silvia Suteu, Eternal Territory? The Crimean Crisis and Ukraine’s Territorial Integrity as an Unamendable Constitutional Principle 16 German Law Journal 565 (2015).

20) Georg Jellinek, Allgemeine Staatslehre, 3. Aufl. (1914), 6. Neudruck 1956 (1. Aufl. [1900]), S. 183.

21) Michael Kloepfer, Verfassungsrecht, Bd. Ⅰ, München 2011, § 1 Rn. 4.

22) Christopher Danwerth, Die prägenden Thesen und Ideen des Georg Jellinek (1851–1911), JuS 2011, S. 406.

23) Kloepfer, 앞의 책 (주 21), § 1 Rn. 5.

24) 헌법재판소 2019. 12. 27. 2016헌마253.

25) Andreas Grau, Urteil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zum Grundlagenvertrag zwischen der Bundesrepublik und der DDR, Geschichte der CDU Konrad Adenauer Stiftung. https://www.kas.de/de/web/geschichte-der-cdu/kalender/kalender-detail/-/content/urteil-des-bundesverfassungsgerichts-zum-grundlagenvertrag-zwischen-der-bundesrepublik-und-der-ddr.

26) Martin Morlok, Was heißt und zu welchem Ende studiert man Verfassungstheorie, Berlin 1988, S. 118; 박진완,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헌법해석 – 헌재 92헌바6 결정을 중심으로 -, 헌법실무연구 제2권 (2001), 헌법실무연구회 편, 박영사 2001, 619쪽.

27) 박진완, 위의 논문, 619쪽.

28) 헌재 1997. 1. 16. [92 헌바 6 등(병합)], 헌판집, 9권 1집, 2면.

29) 박진완, 앞의 논문 (주 26), 621쪽.

30) 박진완, 앞의 논문 (주 26), 621-22쪽.

31) Vgl. Michael Brenner, Das gefährdete Grundgesetz, 1997, S. 34.

32) 도회근, “헌법 제3조의 해석",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권영성 교수 정년기념논문집, 법문사 1999, 867쪽.

33) Brenner, 앞의 논문 (주 31), S. 34.

34) Ulrich Battis/Christoph Gusy, Einführung in das Staatsrecht, 4. Aufl., Heidelberg 1999, S. 12.

35) 박진완, 앞의 논문 (주 26), 645쪽

36) Rudolf Steinberg, Verfassungspolitik und offene Verfassung, JZ 1980, S. 385.

37) 박진완, 앞의 논문, 647쪽.

38) Paddy McQueen, Social and Political Recognition, in James Fieser & Bradley Dowden (eds.),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11), p. 2.

39) Heikki Ikäheimo/Arto Laitinen. Analyzing Recognition: Identification, Acknowledgement and Recognitive Attitudes Towards Persons, in Bert van den Brink & David Owen (eds.), Recognition and Pow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p. 34.

40) Ikäheimo/Leitinen, 위의 책, 2007, p. 36

41) Ikäheimo, On the Genus and Species of Recognition, Inquiry: An Interdisciplinary Journal of Philosophy 45 (4) 2002, p. 450.

42) McQueen, 위의 책, p. 3.

43) Paul Ricœur, The course of recognition,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2005, pp. 5-15.

44) John Rawls, The Law of People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9, pp. 34-35; Recognition,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Thu Apr 25 2019, p. 4.

45) Bickenbach, 앞의 논문 (주 12), S. 892.

46) Bickenbach, 앞의 논문 (주 12), S. 892.

47) Bickenbach, 앞의 논문 (주 12), S. 893.

48) BVerfGE 77, 137, 149.

49) Christian Hillgruber, Der Nationalstaat in der überstaatlichen Verflechtung, in: Josef Isensee/Paul Kirchhof (Hrsg.), Handbuch des Staatsrecht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Bd, Ⅱ, Heidelberg 2004, § 32 Rn. 54.

50) Alfred Verdross/Bruno Simma, Universelles Völkerrecht, unverändrter Nachdruck der dritten Auflgage, Berlin 2010, § 1048.

51) Verdross/Simma, 위의 책, § 1048.

52) Verdross/Simma, 위의 책, § 1039.

53) Verdross/Simma, 위의 책, § 1039.

54) Verdross/Simma, 위의 책, § 1039.

55) 이러한 절대적이고 완전한 주권은 국제환경법적인 측면에서 인접국가의 자연환경의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제한될 수 있다. Nico Schrijver, Sovereignty over Natural Resources. Balancing Rights and Duti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p. 232.

56) Martin Dixon, International Law, 5. e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p. 144.

57) Hillgruber, 앞의 책 (주 49), § 32 Rn. 54.

58) Hillgruber, 앞의 책 (주 49), § 32 Rn. 54.

59) Wolfgang Graf Vitzhum, in: Isensee/Paul Kirchhof (Hrsg.), Handbuch des Staatsrecht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Bd, Ⅱ, Heidelberg 2004, § 18 Rn. 4.

60) Vitzhum, 위의 책, § 18 Rn. 4.

61) Vitzhum, 앞의 책, § 18 Rn. 5. 참조.

62) BVerfGE 36, 1 (33).

63) BVerfGE 36, 1 (33).

64)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두30833 판결.

[참고문헌]

1.

김병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공법적 쟁점 세 가지, 국가법연구 제18집 제4호, 한국국가법학회 2022, 1-57쪽,

2.

김학성, 분단독일에서 상호주의 실펀과 남북관계에 주는 시사점, 사회과학연구 제32권 제1호,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21, 127-144쪽.

3.

박진완,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헌법해석 – 헌재 92헌바6 결정을 중심으로 -, 헌법실무연구 제2권 (2001), 헌법실뭉연구회 편, 박영사 2001, 617-650쪽.

4.

송인호,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상의 전단등 살포금지 조항 대한 고찰, 통일과 법률 제53호, 101-125쪽.

5.

이석범, 남북기본합의서와 동서독기본조약의 비교분석, 한반도 평화와 동서독의 경험. 동서독 기본조약과 남북합의서의 비교분석,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18, 56-81쪽

6.

이수석/안제노, 남북합의서 30년의 재조명, INSS 연구보고서 2022-18,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

7.

이희훈, 대북전단 살포의 보호와 제한에 대한 합리적 입법방안, 법조 제69권 제6호, 법조협회 2020, 377-410쪽.

8.

Christian Bickenbach, Verfassungsrechtliche Vereinigung und staatliche Wiedervereinigung – 25 Jahre Deutsche Einheit, JuS 2015, S. 891 ff.

9.

Deutscher Bundestag, Geschichte Vor 50 Jahren: Bundestag ratifiziert Grundlagen­vertrag mit der DDR https://www.bundestag.de/dokumente/textarchiv/2023/kw18-kalenderblatt-grundlagenvertrag-946358.

10.

Christopher Danwerth, Die prägenden Thesen und Ideen des Georg Jellinek (1851–1911), JuS 2011, S. 405 ff.

11.

Andreas Grau, Urteil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zum Grundlagenvertrag zwischen der Bundesrepublik und der DDR, Geschichte der CDU Konrad Adenauer Stiftung. https://www.kas.de/de/web/geschichte-der-cdu/kalender/kalender-detail/-/content/urteil-des-bundesverfassungsgerichts-zum-grundlagenvertrag-zwischen-der-bundesrepublik-und-der-ddr.

12.

Heikki Ikäheimo, On the Genus and Species of Recognition, Inquiry: An Interdisciplinary Journal of Philosophy 45 (4) 2002, pp. 447-462.

13.

Heikki Ikäheimo/Arto Laitinen. Analyzing Recognition: Identification, Acknowledgement and Recognitive Attitudes Towards Persons, in Bert van den Brink & David Owen (eds.), Recognition and Pow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pp. 33-56.

14.

Michael Kloepfer, Verfassungsrecht, Bd. I, München 2011.

15.

Matthias Knauff, Konstitutionalisierung im inner- und überstaatlichen Recht - Konvergenz oder Divergenz, ZaöRV 68 (2008), S. 453 ff.

16.

Paddy McQueen, Social and Political Recognition, in James Fieser & Bradley Dowden (eds.),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11).

17.

Paul Ricœur, The course of recognition,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2005.

18.

Dirk Schindelbeck, Flugblattschlachten an der Zonengrenze - Propaganda als politisches Mittel im innerdeutschen Konflikt, in: Forum Schulstiftung 49, Zeitschrift für die katholischen Freien Schulen der Erzdiözese Freiburg, Dezember 2008, S. 94 ff.

19.

Spencer Zifcak, Globalizing the rule of law. Rethinking Values and reforming institutions, in: Spencer Zifcak (ed.), Globalization and the Rule of Law (Routledge 2005). pp. 3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