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언
2013년 12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전국 최초로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되었다. 부천시장의 재의 요구와 부천시의회의 재의결을 거치면서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의 등장은 순탄치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4년 6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130건의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1) 특히 세종특별자치시를 포함한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생활임금 조례를 모두 제정하여 생활임금 지급의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 조례는 모두 ‘생활임금’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표현에서 차이가 다소 있으나, 대부분의 조례에서 생활임금을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지급되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각 개인의 삶에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단계에서 여러 견해가 존재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생활임금 조례를 둘러싼 쟁점의 본질은 대부분 “인사권”과 “예산권”에 관한 것이었고, 이를 이유로 조례 입법의 가능성 또는 필요성을 다투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2023년 7월 부산광역시장이 제기한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재의결무효확인청구소송을 기각했다.2) 생활임금 조례에 관한 최초의 사법부 판단이었고,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쟁점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위 판결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나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위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3) 지방자치단체는 위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행정안전부의 해석과 법제처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을 뿐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지난 10년간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입된 각 생활임금 조례의 현황과 공통적인 내용을 살펴본다(II). 이후 생활임금 조례를 입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주요 쟁점을 정리하여 검토한 후(III),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안에 관한 대법원 2022추5156 판결의 의미를 검토하고자 한다(IV).
본 연구는 생활임금 조례의 ‘입법과정’에서 언급되었던 쟁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필요한 경우에는 생활임금 제도와 정책에 관한 사항도 함께 살펴보겠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입법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주요 쟁점(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침해 가능성, 지방자치단체 사무 해당 가능성, 상위 법령 위반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생활임금 조례의 현황과 공통적인 내용
생활임금(生活賃金, living wage)을 도입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논의는 1994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서 이루어졌다. 볼티모어시 지역 내 다양한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의 연합체가 공무원노동조합과 연대하여 생활임금 도입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1995년 7월 볼티모어시에서 생활임금 조례가 시행되었다.4) 이 조례에서는 볼티모어시와 계약을 맺은 기업의 소속 근로자에게 당시 연방 최저임금 4.25달러에 비하여 43.5% 높은 6.10달러를 지급하도록 하였고, 1999년까지 연방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다.5) 이후 생활임금 도입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2013년까지 14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시행하였고, 2017년 10월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40개의 시와 카운티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6)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캠페인 형태로 생활임금 적용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7)
미국에서의 ‘생활임금’은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둔 부부가 각각 주당 35시간씩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급”을 의미한다. 이 생활임금에는 주거비, 자녀 양육비, 식품비, 교통비, 의류비, 의료보험료 및 의약품비, 성인교육비, 예비비, 기타 공과금 및 소모품비, 가구구입비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8) 2024년 4월 1일 공시된 미국 뉴욕시의 생활임금 시간급은 16달러이며, 여기에 건강 혜택(Health Benefit)을 위한 2.15달러가 추가된다.9)
우리나라에서 생활임금 도입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나,10) 생활임금에 관한 ‘학술적 개념’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을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며, 그가 속한 사회로부터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또한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11)가 있으나, 이를 통설적 입장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생활임금의 ‘이론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보다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학계보다 입법·행정 등 실무 영역에서 생활임금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짐작된다. 20대 국회에서 김부겸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자치단체 생활임금법안」 제2조 제1호에서 “생활임금이란 근로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같은 법 제8조에 따라 결정된 임금”으로 정의했다.12) 또한, 21대 국회에서 신영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임금법안」 제2조 제1호에서 “생활임금이란 근로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도록 같은 법 제4조에 따라 결정·고시하는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생활임금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이면서 동시에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전제하고 있다.13) 현재 생활임금에 관한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개별적으로 조례를 제정하여 ‘생활임금’을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례에서 생활임금을 ‘근로자가 인간적,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하는 임금’으로 규정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표현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생활임금 시간급은 11,539원으로, 「최저임금법」에 따른 2024년 최저임금 시간급 9,860원의 117% 수준이다.14) 생활임금에 관한 학계의 논의와 생활임금에 관한 법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실무 영역에서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그 가족의 생활에 기본적인 필수품 소비가 가능하면서 인간적,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으로, 양호한 수준의 주거·음식·교통·의료·통신·여가비용 등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15)
우리나라 최초의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천시의회는 2013년 10월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였으나, 경기도의 재의요구 지시를 받은 부천시장은 위 조례안에 대하여 재의를 요구한다. 부천시장은 예산안편성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하 “지자체장”)에게 전속한 권한인데, 위 조례안은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다.16) 부천시의회는 12월 6일 원안을 재의결하여 확정하였고, 12월 12일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는 공포·시행되었다.17)
구분 | 본청 | 교육청 | 시·군·구 |
---|---|---|---|
서울특별시 | 1 / 1 | 1 / 1 | 25 / 25 |
부산광역시 | 1 / 1 | 1 / 1 | 13 / 16 18) |
대구광역시 | 1 / 1 | 0 / 1 | 0 / 9 |
인천광역시 | 1 / 1 | 0 / 1 | 6 / 10 19) |
광주광역시 | 1 / 1 | 0 / 1 | 5 / 5 |
대전광역시 | 1 / 1 | 1 / 1 | 5 / 5 |
울산광역시 | 1 / 1 | 0 / 1 | 1 / 5 20) |
세종특별자치시 | 1 / 1 | 0 / 1 | - |
경기도 | 1 / 1 | 1 / 1 | 31 / 31 |
강원특별차치도 | 1 / 1 | 0 / 1 | 2 / 18 21) |
충청북도 | 1 / 1 | 1 / 1 | 0 / 11 |
충청남도 | 1 / 1 | 0 / 1 | 6 / 15 |
전북특별자치도 | 1 / 1 | 0 / 1 | 5 / 14 22) |
전라남도 | 1 / 1 | 1 / 1 | 6 / 22 23) |
경상북도 | 1 / 1 | 0 / 1 | 1 / 22 24) |
경상남도 | 1 / 1 | 0 / 1 | 0 / 18 |
제주특별자치도 | 1 / 1 | 1 / 1 | - |
소계 | 17 / 17 (100%) | 7 / 17 (41.2%) | 106 / 226 (46.9%) |
합계 | 130 / 260 (50.0%) |
2024년 6월 20일 현재 130건의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260곳 중에서 50%가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생활임금 조례를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와 집행부 사이에 견해가 대립한 사례가 꾸준히 있었다. 법제처의 자치법규 의견제시25) 사례 9건, 지자체장의 재의 요구 사례 6건과 대법원 제소 사례 2건이 있었다. 대법원 제소 사례 중 1건은 소 취하로 종결되었고,26) 나머지 사례는 청구 기각 판결로 종결되었다.27) 생활임금 조례안 재의결에 대한 무효확인청구가 인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생활임금 조례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조례에 담겨있는 주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 핵심은 ‘생활임금을 어떤 수준으로 결정하여 누구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느냐’이다. 즉, 생활임금 조례는 ‘생활임금의 지급 결정에 관한 사항’,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관한 사항’, ‘생활임금의 확산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 조례에서 공통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먼저 살펴본 후, 이로부터 법리적 쟁점을 도출하고자 한다.28)
생활임금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하반기에 다음 연도의 생활임금액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조례에서 지자체장은 노동자 측의 대표가 포함되는 생활임금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활임금위원회는 생활임금의 수준과 산정 근거, 기타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며, 생활임금의 수준을 심의할 때는 「최저임금법」상의 최저임금, 물가상승률,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 기타 경제·노동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지자체장은 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참고하여 다음 연도의 생활임금액을 결정·고시한다.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그 다음 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하므로, 각 생활임금 조례에서 생활임금의 결정 시한을 위 8월 5일 이후의 특정 시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29)
각 조례에서는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우선,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자체 소속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지방공기업의 소속 근로자도 대부분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고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117조 제3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민간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이하 “민간위탁업체”)의 소속 근로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공사계약 또는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이하 “지방계약업체”)의 소속 근로자를 각각 생활임금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조례도 있다.30) 지방계약업체의 하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를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조례도 있다.31) 하수급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계약 등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생활임금 지급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32) 또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를 보조받아 인건비를 지급하는 업체의 소속 근로자를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조례도 있다.33)34) 한편, 조례에서 생활임금 적용 범위를 확정적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으나,35) 대부분의 조례에서는 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와 그 결과를 참고한 지자체장의 결정으로 생활임금 지급 대상을 확정하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36) 즉, 조례에서는 생활임금 적용의 한계를 규정하면서, 지자체장에게 생활임금 지급 대상 결정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의 생활임금 조례에서 생활임금제도가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와 지방공기업 및 지방출자·출연기관에서 고용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측면’에서 정책적 의지와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민간 영역에서 생활임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측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생활임금 적용에 대한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활임금 조례에서는 민간 영역의 기업체가 소속 근로자와 생활임금의 지급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환경 조성’에 관한 내용을 주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사무의 민간위탁계약, 공사·용역계약 등에서 계약대금을 산출하는 경우 노무비 항목에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하여, 민간위탁업체나 지방계약업체가 소속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하도록 규정하는 조례도 있다.37) 입찰 등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생활임금을 도입한 업체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우대사항을 규정하는 조례도 있으며,38)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수조건에 생활임금 지급을 포함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근거를 제공하는 조례도 있다.39) 또한, 대부분의 조례에서 생활임금의 대상을 발굴하고 확대하기 위하여 지자체장에 관련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각 생활임금 조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① 생활임금 지급 결정에 관한 사항, ② 생활임금 적용 범위에 관한 사항, ③ 생활임금의 확산에 관한 사항을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편의상 각 생활임금 조례의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모아서 ‘생활임금 일반 조례’라 약칭하기로 한다.40) 공통적인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조례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쟁점이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이 발의한 생활임금 조례안의 경우에는 집행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어 법제처로부터 검토의견을 제공받은 경우도 있었다.
생활임금 일반 조례 중 생활임금 지급 결정에 관한 사항(①)에서는, 주로 지자체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가 지자체장의 인사권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생활임금을 결정하고 지급하도록 하는 조문이 지자체장의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또한, 지방의회 의원이 생활임금 조례 제정안을 발의한 경우에 해당 조례안이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인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관한 사항(②)에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배권 또는 관리권이 미치지 않는 민간 영역에서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사항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즉, 민간 기업의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것이 자치사무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생활임금의 확산에 관한 사항(③)에서는, 주로 「근로기준법」, 지방계약법 등 상위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지자체가 고용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가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취지(근로계약 자유결정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가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수조건에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조례가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계약상 이익’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이상의 쟁점들은 ‘①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지자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가?’, ‘②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규정하는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볼 수 있는가?’, ‘③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상위 법령에 반하지 않는가?’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행정부의 견해41)와 사법부의 판단은 목차를 달리하여 각각 살펴보도록 하겠다.
Ⅲ. 생활임금 일반 조례의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
생활임금을 ‘인간적,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으로 이해한다면, 생활임금의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과거 생활임금 조례의 제정과 시행에 크고 작은 견해 대립이 있었지만, 그러한 견해 대립은 생활임금 정책의 도입 속도에 대한 이견과 시행 범위에 대한 이견 등 세부적인 ‘각론’에서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입장에서는 생활임금이 최우선 순위인 것이 당연하겠으나, 생활임금 제도를 다른 정책과 나란히 두고 보면 그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2014년 경기도지사, 2022년 부산광역시장도 각각 의회에서 의결된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하여 재의를 요구하면서 제도의 시행 측면에서 세부적인 각론에 관한 위법성을 재의요구의 이유로 제시하였다. 이를 포함하여 총 6건의 재의요구가 있었다.42) 지방의회는 조금 더 적극적이었던 반면, 집행부는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하고자 했다.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법제처에 자치법규 의견제시를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43) 아래에서는 생활임금 조례에 대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했던 입장을 “소극설”로, 생활임금 조례에 적극적이었던 입장을 “적극설”로 약칭하여, 주요 쟁점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소극설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했던 쟁점은, 지자체가 고용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는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법률우위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근로자의 임금 결정 또는 임금 결정의 방식 등은 근로계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으로, 「지방자치법」 제118조에 따라 지자체장이 가지는 소속 근로자의 ‘채용 및 관리’에 관한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인데, 이를 조례로 제약·제한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리이다. 지자체장은 ‘소속 공무원’과 더불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도 포괄적이고 고유한 인사권한을 가지므로, 지방의회는 이를 제약하거나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44)
그런데 「지방자치법」 제118조는 “지자체장은 소속 직원(지방의회 사무직원 제외)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지자체장의 인사권도 ‘법령과 조례·규칙’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만약 상위 법령에서 지자체장의 인사권을 규정하면서, 동시에 그 법령에서 ‘조례에 의한 인사권 제한 가능성’을 함께 규정하지 않았다면, 그 인사권은 상위 법령에서 지자체장에게 부여한 ‘전속적 권한’으로서 조례로서 제약할 수 없다.45) 그러한 ‘전속적 권한’에 대해서는 지방의회의 개입·관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즉, 실질적인 제약이 될 수 있는 지방의회의 동의 절차뿐만 아니라 절차적인 제약으로 볼 수 있는 인사청문절차도 허용되지 않는다.46) 한편, 지자체장의 인사권이 상위 법령에서 부여한 ‘전속적 권한’이 아닌 고유권한이라면, 지방의회가 견제의 범위 내에서 사후에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를 초과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견제의 범위를 넘어서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규정을 조례로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47)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지자체장의 권한이 상위 법령에서 부여한 ‘전속적 권한’에 해당하는지, 그 권한이 전속적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생활임금 조례로 소속 공무원에게 생활임금을 결정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볼 수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지자체장은 그 소속 공무원의 임명·휴직·면직과 징계를 하는 권한(이하 “임용권”)을 가지므로, 지자체장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전속적 권한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지자체장의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령은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장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임용권자로서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임용에 관한 처분을 하는 고권적 지위에 있는 반면,48) 지방자치단체 소속 근로자49)에 대해서는 「민법」, 「근로기준법」등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상호 대등한 지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50) 법리적으로 보면, 소속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그 자체이다.51) 지자체장은 「지방자치법」 제114조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불과하며,52) 그 대표행위의 효과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것이다.53) 따라서, 지자체장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은 상위 법령에서 부여한 ‘전속적 권한’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생활임금 일반 조례를 제정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지자체장에게 생활임금을 결정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하는 것’이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지자체장의 인사권에 대해 지방의회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본 판례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청주시 공유재산심의위원회 12명의 위원 중 9명의 시의원을 지방의회의장이 추천하는 것은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고,54) 제주특별자치도 연구위원회 연구위원 11명 중 5명을 도의회가 추천하는 자로 위촉하도록 규정한 것은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봤다.55)
한편, 지자체장의 인사권에 사후에 소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본 판례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충청북도 청소리 엄부즈만의 위촉(임명)·해촉 시에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지방의회의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권의 범위 안에 드는 적법한 것이고,56) 전라북도 행정불만처리조정위원회의 위원의 위촉·해촉에 대해 도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사후에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지방의회의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권의 범위에 있는 적법한 규정으로 봤다.57)58) 즉, 조례로써 집행기관의 인사권 행사에 대하여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정도는 소극적 개입으로 볼 수 있으나, 이를 넘어서 지방의회가 추천하는 자로 임명·위촉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인사권을 공동 행사하는 것은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59)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소속 근로자의 채용·관리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바가 없으므로, 근로자 채용·관리에 관한 지방의회의 개입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소극설은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지자체장의 전속적 권한 또는 고유권한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생활임금액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생활임금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협의·동의’ 등에 관한 내용을 두지 않고 있다. 즉, 조례에서는 지자체장에게 매년 특정 시점까지 다음 해에 적용할 생활임금액을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적인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소극적 개입의 차원에서 대법원이 허용하고 있는 지방의회의 협의·동의 등의 절차에 관한 내용마저도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규정하는 바가 없다.60) 따라서, 생활임금액을 결정할 권한은 온전히 지자체장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방의회의 개입·관여에 관한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절차적인 의무를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정만으로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의 인사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지자체장의 인사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61)
「지방자치법」 제47조 제1항 제2호 및 제142조 제1항에서 ‘예산안편성권’을 지자체장에게, ‘예산의 심의·확정권’을 지방의회에 각각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고유권한으로 보고 있으므로,62) 조례로 예산안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규정을 둘 수 없다. 소극설은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인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하므로 위법하다는 입장이다.63)
우선, 관련 판례를 살펴본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안이 확정된 후 실질적으로 예산을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조례안을 지방의회가 의결하면서 예산안편성권을 가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봤으나,64) 구례군수가 경로당 시설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하여 ‘매년 10월 말’까지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그 지원계획을 ‘다음 연도 예산편성 전’까지 군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례안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65) 군의회와의 협의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서는 집행기관과 입법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화천군에 보호자와 학생이 주소를 두고 관할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군수가 지원할 수 있다고 인정한 학생’에 대하여 수업료와 입학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한 「화천군 관내 고등학교 학생 교육비 지원 조례안」은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66)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지자체장이 매년 일정 시점까지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사항, 예산안을 편성하기 전까지 지방의회와 협의하도록 하는 사항 등은 예산안편성권의 본질적 침해로 보기 어렵다. 또한, 조례로 지자체장에게 주민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한다고 하여 그러한 규정만으로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67)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지자체장에게 매년 하반기 중 특정 시점까지 그 다음 해에 적용할 생활임금액을 결정·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지자체장으로서는 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사항을 참고하여 생활임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예산안에 반영하는 절차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나, 위 화천군 교육비 지원 조례안 판결에 따르면 이렇게 특정한 예산을 지자체장 스스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만으로는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 침해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생활임금액 결정부터 예산안편성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고, 생활임금액 결정·고시 전후로 지방의회와 협의하도록 하는 등 지방의회 관여 또는 협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바, 위 구례군 경로당 판례에 비해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제약하는 정도는 훨씬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지자체장의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극설은 지방자치단체의 지배권 또는 관리권이 미치지 않는 민간 영역의 민간위탁업체, 지방계약업체 등이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68) 민간위탁업체, 지방계약업체의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사적 근로계약에 따른 결과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규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쟁점의 본질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있지 않다.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민간위탁업체·지방계약업체 소속 근로자에게도 생활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적용범위에 포함하겠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하여 지자체장에게 관련 업체에 지급할 위탁수수료(또는 계약대금)을 위한 예산에 생활임금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생활임금 일반 조례의 취지이자 핵심이다. 즉,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서 민간위탁업체·지방계약업체의 소속 근로자를 생활임금 적용범위에 포함하도록 규정함으로 인하여,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위탁계약 또는 공사·용역계약을 준비하면서 관련 예산항목 중 노무비·인건비 항목에 대하여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개입찰 등을 통하여 계약상대자가 결정되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수조건(특약)에 ‘계약상대자는 사용자로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해당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넣음으로써69) 민간 영역에서도 생활임금이 지급되는 환경을 간접적으로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과정을 지방자치단체가 고권적 지위에서 민간 기업에 생활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성격의 행정처분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지방자치법」 제117조 제3항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에 관한 개별 조례에 따라 지자체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조사·검사·검정·관리업무 등 주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다.70) 실무적으로는 ① 집행부 내 위탁방침결정, ② 지방의회동의, ③ 수탁자 모집, ④ 수탁자 선정, ⑤ 위탁업무 관리·감독, ⑥ 재위탁의 순서로 이루어진다.71) 수탁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위탁수수료 중 인건비 산정 기준에 생활임금이 산정 근거가 되어 있음을 모집공고로 알리는 업무, 선정된 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할 것임을 특약(특수조건)으로 합의하는 업무, 생활임금이 반영된 위탁수수료를 수탁자에게 지급하는 업무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해당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사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사무로서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 제1호 사목에서 예시하고 있는 ‘예산의 편성·집행’이라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해당되는 것이다. 「민법」, 지방계약법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사계약·용역계약의 경우도 위 민간위탁계약 사안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72)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 수탁자 모집공고를 할 때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업체로 모집대상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사·용역계약 입찰공고를 할 때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업체로 제한하거나,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업체와 공동수급협정을 하여 입찰하도록 제한경쟁입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민간위탁업체(또는 지방계약업체)에 위탁수수료(또는 계약대금)가 지급될 것이고, 그 업체 소속 근로자에게는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이 지급될 것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 제2호의 ‘주민의 복지증진’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73)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나,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74) 조례와 법령이 동일한 사항을 규율하는 경우에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법」 제28조에 반하지 않는 한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그리고 법령이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규율을 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법령은 규제의 최소기준만을 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려는 것을 용인한다는 배경에서 제정된 조례는 법령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자 판례75)의 입장이다.76)
소극설은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생활임금을 최저임금과 비교하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고,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소속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도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77) 즉,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을 대체하는 성격이 짙고, 지자체장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반영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취지의 의무를 부과한 것인데, 이에 대한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이 없으므로 「지방자치법」 제28조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것이다.
그런데, 소극설은 ‘법률유보의 원칙’과 ‘법률우위의 원칙’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가 조례를 규정하여 지자체장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법」 제28조 단서의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 본문의 ‘법률우위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쟁점 1) 인사권 침해 가능성 관련 부분}. 법령에서 직접 부여한 ‘전속적 권한이 아닌’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에 대하여는 지방의회가 사후적·소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허용되고,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그러한 사후적·소극적 관여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자체장의 전속적 권한을 제한하는 조례가 아니기 때문에, 생활임금 일반 조례에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안 되며,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78) 그런데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러 규범에 의하여 수정되어 사용자의 권한은 제한되기도 한다. 즉, 「최저임금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등이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수정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한다. 기간제법의 주요 내용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기간제 근로자 보호에 관한 ‘조례’로 구체화되어 있다. 또한, 여러 지자체에서는 공무직 근로자의 노동조합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다. 이러한 규범들은 사용자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적법하고 유효하게 제약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3조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관계 당사자는 근로조건을 최저기준보다 더 낮출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최저기준이므로 이보다 근로자에게 유익한 사항은 별도의 규범으로 정할 수 있고, 그 결과로서 공무직·기간제 근로자를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임금 및 단체협약’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생활임금 일반 조례도 이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생활임금액 이상이 되도록 스스로 결정을 하라는 지침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79)
소극설은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지방계약법 제6조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를 선정할 때, 해당 업체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여부를 선정기준의 하나로 고려하여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생활임금 지급’이라는 특정한 조건을 부과하여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지방계약법 제6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80)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된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합의’하는 것은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근로조건(임금)을 조례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지방계약법 제6조에 반한다는 입장이다.81)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82)의 취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조문에서 계약 당사자의 합의로 계약내용을 형성할 여지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리고 ‘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는 유효하다.83)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계약상대방과의 계약에 근거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제한된다고 볼 이유는 없고,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관련 법령에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그러한 계약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84) 가급적 특수조건(특약)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85) 또한, 대법원은 “구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공공계약에서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으나,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86) 단순히 계약당사자에게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특수조건(특약)이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활임금 일반 조례는 ⅰ) 입찰 등에서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를 ‘선정’할 때 소속 직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업체를 우대할 수 있다는 내용과 ⅱ) 이미 선정된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에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조문은 계약상대자87)가 ‘선정된 상태’에서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이행하는 중에 변경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는데, 전자와 같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우대할 수 있는 기준·절차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88) 후자의 경우에는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민간위탁업체 또는 지방계약업체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수조건(특약)이 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민간과 공사·용역계약을 추진하는 경우, 집행할 예산 중 인건비(노무비)에는 생활임금이 반영되어 있고, 이러한 사항은 민간위탁 모집공고89) 또는 공사·용역계약 입찰 공고90)에 포함되어 있다. 민간위탁업체·지방계약업체에 집행될 예산에 생활임금이 이미 반영되어 있고,91) 해당 업체는 모집공고나 입찰공고를 통하여 그러한 사정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특수조건(특약)을 체결한다고 하여 해당 업체의 계약상 이익이 부당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지방계약법 제6조의3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상대자로부터 해당 계약을 이행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근로관계 법령을 준수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을 수 있는데, 실무적으로 위 확약서와 함께 생활임금 지급 확약서를 함께 받고 있다.92) 이로써 확약서를 제출하는 계약상대자 입장에서는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 셋째, 만약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 생활임금을 반영하지 아니한 채 해당 업체에 대해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특수조건(특약)을 체결한다고 하면, 해당 업체의 계약상 이익이 부당하게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93)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효력 유무가 다투어지는 것은 그 특수조건(특약)이지, 생활임금 조례의 관련 조문이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94)
소극설은 생활임금 일반 조례가 지자체장의 권한(인사권,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고, 생활임금 조례에서 규정하는 내용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며, 생활임금 조례는 「근로기준법」과 지방계약법에 위반하는 내용을 규정한다는 점을 이유로, 생활임금 조례는 적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이 주요 쟁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생활임금 일반 조례의 제정에 법리적인 걸림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상에서는 개별 쟁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검토하였는데, 아래에서는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하여 있었던 최초의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검토하도록 하겠다.
Ⅳ.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검토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이하 “부산시조례”)는 2017년 2월 8일 제정되어, 같은 해 3월 9일 시행되었으며, 2018년 1월 1일부터 부산광역시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였다. 이후 부산시조례는 네 차례 일부 개정을 거치면서 부산시 소속 근로자, 지방공기업 및 시 출자·출연기관과 이들의 자회사에 소속된 근로자, 민간위탁업체 근로자, 지방계약업체 및 하수급업체 근로자, 시비·국비를 보조받는 민간단체 근로자로 적용대상을 확대했고, 실제 생활임금의 지급 범위는 위 적용대상 중에서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산시장이 별도로 결정하고 있다(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95)
부산시의회 노기섭 의원은 2022년 3월 3일 부산시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부산시조례안”)을 발의하면서, “시장은 제3조 제1항의 적용대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제11조 제3항에 신설하고자 하였다.96) 이후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3월 17일 위 조례안 제11조 제3항 중에서 “생활임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를 “생활임금을 반영한다.”로 수정의결하였고, 그렇게 수정된 조례안은 3월 24일 본회의에서 그대로 가결되었다.97) 부산시장은 이송되어 온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대하여, 시장의 의무이행을 전제로 한 강행규정으로 「지방자치법」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98) 해당 조문이 부산시조례 내 다른 조문과 모순된다는 점을 이유로 4월 11일 재의를 요구하였다. 부산시의회는 6월 21일 시장의 재의요구안에 대하여 원안 그대로 재의결하여 집행부에 이송하였고, 부산시장은 6월 29일 대법원에 재의결된 부산시조례안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訴)를 제기하였다.99)
대법원은 제소 후 1년이 지난 2023. 7. 13. 원고(부산시장) 패소 판결을 하였다. 피고(부산시의회)가 재의결한 부산시조례안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나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100) 아래에서는 판결문에 나타난 쟁점별로 재판부의 판단을 살펴보기로 한다.
원고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것을 조례로 정할 수 있는데,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민간 영역 노동자의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자치사무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도로 상위 법령에서 위임한 바도 없으므로,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조례 제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101)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시의 공공기관102) 소속 근로자, 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기관·단체 또는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등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무는 그 주민이 되는 근로자가 시에서의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이다.”고 판단하면서, 이는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에 포함되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자치사무라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고는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의 전제가 되는 현행 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 적용범위를 문제삼은 것이고, 재판부는 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에서 ‘시 소속이 아닌 근로자’를 적용범위에 포함하여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자치사무의 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과 논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현행 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은 생활임금 조례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것일 뿐이고, 시의 공공기관, 민간위탁업체, 지방계약업체 등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조문이 아니다. 위 사용자들이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집행부가 여러 정책 수단을 마련하고 실현하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조문인 것이다. 부산시장은 시의 공공기관을 관리·감독103)하는 차원에서 각 기관의 보수규정에 생활임금을 반영하게 함으로써 생활임금제를 실현할 수 있고, 민간위탁업체·지방계약업체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반영한 위탁수수료·계약대금을 예산안에 편성하고 집행함으로써 생활임금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시가 아닌 사용자에게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원고는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고유권한인 예산안편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104)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 및 현행 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에 따라 ‘호봉 재산정이 되어야 하는 적용대상’을 결정한 권한은 원고에게 있고, 구체적인 생활임금액 결정이나 호봉 재산정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결정 권한도 원고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판단하면서,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 반영 효과가 호봉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므로, 지자체장의 고유 재량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예산안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한다.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생활임금을 기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생활임금 도입 후에 보수체계 조정도 함께 고려하라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다.105) 해당 조문이 없더라도 부산시장에게는 생활임금에 관한 예산안편성의 권한과 의무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조문이 부산시장의 예산안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고는 「지방자치법」 제118조에 따라 시 소속 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전속적 권한인 인사권에 속하는 것인데,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원고에게 시 소속 근로자의 임금에 관한 일정한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원고의 인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소극적·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이 정하고 있는 지방의회의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의 범위 내에 들어 적법하다는 판례를 제시하면서,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의하더라도 어떠한 수준으로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여전히 상당한 재량이 있다는 점, 해당 조문은 생활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 상승 효과를 고르게 누리도록 하라는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권한을 일부 견제하려는 취지에 불과하다는 점, 시 소속 근로자에게 특정한 수준의 임금 지급을 강제한다거나 임금 조건에 대하여 피고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원고의 고유권한에 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과 논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재판부는 시 소속 근로자에 대한 부산시장의 인사권을 ‘전속적 권한’이 아닌 고유권한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지방의회의 사후적·소극적 개입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106) 부산시장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을 구분하여,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은 상위 법령이 아닌 근로계약이라는 법률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107)
원고는 「근로기준법」에서 부산시와 근로자는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호봉 재산정을 통해 임금 인상분을 정하도록 조례로 강제하여 원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4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원칙은 같은 법의 목적에서 비롯되는 최저기준의 원칙에 따라 수정된다고 설시하면서, 「근로기준법」 제4조가 근로자에게 유리하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을 지방의회 의결로 결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므로, 조례로써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일부 제약한다고 하더라고 그와 같은 내용의 조례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한다. 지방의회와 집행부는 지방자치단체라는 단일한 법인격에 속한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조례를 제정하여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일부 제한하고 소속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108)
이 소송에서 표면적으로는 부산시조례안 제11조 제3항의 적법성·유효성이 쟁점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현행 부산시조례 전반에 대한 적법성·유효성이 다투어졌다. 재판부는 ‘호봉 재산정’의 전제가 되는 생활임금 적용범위를 규정하는 현행 부산시조례 제3조 제1항의 적법성·유효성을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고는 지자체장의 인사권, 예산안편성권 침해를 주장했고, 부산시조례가 자치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상위법령에도 반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앞서 살펴본 생활임금 일반 조례의 쟁점 중 대부분109)에 대하여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V. 결론
2023년 7월 생활임금 조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에서 지난 10년 동안 쌓여 왔던 생활임금 조례를 둘러싼 쟁점이 대부분 정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의 절반가량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물론, ‘생활임금 조례’는 정책의 시작일 뿐, 결과가 될 수 없다. 조례를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근로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제정된 생활임금 조례에 따라 다음 연도 생활임금액을 결정하여야 하고,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확정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안도 편성하여야 하고, 민간 영역에 생활임금 정책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도 강구하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집행부의 업무이고 지자체장의 의사결정 사항이다. 생활임금 조례는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는 없다. 지자체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을 집행하여야 비로소 근로자의 삶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생활임금을 규정하고 있는 전국 130건의 조례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인간다운 삶’과 ‘문화적 생활’이다. 2024년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생활임금 시간급은 11,539원으로 최저임금 시간급 9,860원보다 1,679원이 더 많다. 한 달 209시간을 일하면 최저임금보다 약 35만원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매월 35만원의 추가 소득으로 ‘인간다운 삶’과 ‘문화적 생활’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것이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각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의 대표자가 주민을 위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였고, 그 조례를 통하여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액을 결정하고 지급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생활임금 조례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집행부는 앞으로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하여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도 의지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제 도입을 위한 재정이 충분한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삶을 바꾸는 것은 ‘조례’가 아니라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세련되고 직관적인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지방의회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