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이 연구는 의료기관 개설규제에 대한 비례성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 의료기관 개설은 직업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들어가지만 동시에 인체와 생명에 대한 침습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국가는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제한을 두어,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과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에 한해서만 이를 허용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한다. 자연인 중 의료인에게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 것은 의료기관 관리, 운영에 의료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의료기관의 명칭 아래 무면허의료행위가 성행할 우려가 있으며, 경영과 의료의 분리로 인해 보건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또한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의료기관의 과도한 영리추구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엄격한 개설규제제도를 채택한 것은 의료기관 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의료기관을 통한 영리추구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료기관의 개설은 의료업을 위한 준비와 의료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설비와 인력의 충원 관리, 자본의 조달이나 투자 등의 비의료적 개설·운영행위를 동반할 수 밖에 없고 운영수익의 처리 내지 귀속의 문제도 있다. 개설은 영리추구이기도 하고 운영의 주도권 행사이기도 하면서, 때로 의료업의 시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현행의 제도설계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비례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은 규제의 합리성을 보장하는 규제원리이다. 의료기관 개설규제에 대해서도 비례원칙에 입각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비례원칙의 심사척도와 심사강도, 직업의 자유에 특유한 심사기준인 단계이론 등에 대하여 고찰한 다음 구체적으로 개설규제와 공익의 관련성, 개설규제와 공익의 법익형량 등을 검토하고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의 개설금지가 비례성을 충족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Ⅱ. 의료기관 개설규제의 비례원칙 심사기준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제한적이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의료법 제33조 제2항). 이러한 규제는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고자 하는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의 직업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헌법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헌법적 가치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 기본권 규범은 보통 원칙규범1)으로 간주되며, 그 적용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법원칙과의 대면을 요구하게 된다. 상반된 두 가치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본권이 가지는 법익과 저촉되는 헌법적 가치, 즉 헌법적 공익을 비교형량하는 것이다.
입법에서 기본권을 제한할 때 이를 정당화하는 법리는 과잉금지원칙, 또는 넓은 의미의 비례원칙이다.2) 이 원칙은 네 가지 하위원칙, 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으로 구성된다. 의료기관 개설규제도 이러한 단계적 심사를 통해 합헌성 여부를 판단한다. 개설금지로 인해 제한된 사익인 직업의 자유는 비례원칙에 입각하여 국민건강에 미치는 해악의 방지라는 공익과 형량해야 한다.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심사할 때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약국판결’을 통해 발전시킨 특별한 형태의 비례성 심사, 즉 ‘3단계 이론’이 적용된다. 이 이론은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주관적, 객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을 구분하여 분석한다.3) 우리 헌법재판소도 독일의 단계이론을 채택하여 직업의 자유의 기본권 제한성을 심사하여 왔다.4) 이에 따라 비례성 심사과정에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제1단계5))과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제2단계, 제3단계6))을 구분한다.7) 이론에 따르면, 단계가 높아질수록 입법자의 재량권은 줄어들고,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당화되어야 한다. 반대로 단계가 낮을수록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은 커진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입법은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이다. 그런데 주관적 요건의 지나친 제한은 실질적으로 객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제한과 유사한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인은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단순기술만 배운 자가 아니므로 의료기관 개설에서도 일부의 전문성이 활용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관련성만으로 의료기관 개설에 과도하게 엄격한 자격 요건을 요구한다면, 의료인의 자격을 획득하는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 등의 비용을 감안할 때 사실상 비의료인에게 객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제한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경우, 외형상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한의 정당성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는 제3단계의 심사 요건을 적용함으로써 심사의 정확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에 대한 수차례의 합헌성 심사에서, 단계이론에 따른 완화된 심사 대신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여 심사의 엄격성을 강화하였다.8)
기본권 통제의 강도는 일률적인 것이 아니고 관련된 기본권적 법익의 중대성, 그 침해의 심각성, 그 침해의 빈도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9) 공익의 중대성이 높고, 기본권 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높을수록 입법자에게 더 넓은 형성권이 인정되는10) 반면, 개인의 핵심적 자유 영역을 침해할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심사가 요구된다.11) 위헌심사강도는 인간의 존엄성과의 밀접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불가결하고 근본적인 자유에 대해 더 강한 보호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제한은 엄격히 심사한다. 반면, 존엄성 실현에 있어서 부차적이고 잉여적인 자유는 더 넓은 제한이 가능하다.12) 전문분야 자격제도와 관련하여, 입법부는 해당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제도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이 때, 제도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면 입법자의 정책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 재량이 인정된다. 따라서 자격 요건에 관한 법률 조항은 합리적 근거 없이 현저히 자의적인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13) 또한, 직업의 성격이 국민건강과 환경보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오수나 분뇨 처리 같은 분야에서는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으며, 입법자에게는 이러한 규제를 설정하는 데 넓은 재량권이 부여된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가할 경우, 그 합헌성을 평가함에 있어 일반적인 권리침해에 비해 더 유연한 심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14)
보건의료 체계는 입법자의 결정으로 구축되며,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공익의 정도가 높을수록, 이로 인한 입법자의 입법재량 또는 형성의 자유는 커진다.15)16)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개인의 핵심적 자유 영역이지만 높은 사회연관성과 공익성을 가진 보건의료영역이므로 그 한도에서 심사강도는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결정을 통해 입법통제 과정에서 존중되어야 할 입법자의 영역을 ‘입법재량’, ‘입법재량권’, ‘입법형성’ 또는 ‘입법형성의 자유’라고 명명하여 왔다. 이들은 입법자 측면에서는 입법의 자유 영역을 나타내고, 헌법재판소 측면에서는 개입의 한계, 즉 입법 영역에 대한 헌법재판의 한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형성의 자유가 어느 정도까지 규범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관 개설규제에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는 근거로 보건의료의 높은 사회연관성과 불확실성을 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기관의 개설이 아니라 의료행위 자체이다. 불확실성 또한 의료기관 개설보다는 의료행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의료기관 개설이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야라고 할 수도 없다. 건강에 대한 영향 또한 의료행위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료기관 개설규제의 공익은 의료행위를 매개로 하여 달성되므로 간접적, 사실적 관련성일 뿐이다. 입법형성권에 기반한 규범적 판단은 설명의 정초를 만들어주지 못한다.17) 의료기관 개설규제는 ① 핵심적 개인의 자유인 직업의 자유, 영업의 자유, 경쟁의 자유 영역이고, ② 의료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자기결정권에 영향을 주며, ③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엄격한 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의료기관 개설규제 비례원칙 심사의 단계별 고려요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Ⅲ. 의료기관 개설규제 비례원칙 심사의 단계별 고려요소
건강권을 사회구성원에게 보장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보건의료라는 점에서, 보건의료와 이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공익의 우위는 정당화된다.18) 개설규제와 관련하여 공익성은 특히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규제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이고 비영리성이 논의의 중심을 이룬다.19)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익으로 볼 것이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 궁극적 목표인 공익개념은 너무 추상적이고 비영리성은 공익 달성의 수단일 뿐이다. 보건의료영역에 적절한 구체적 하위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다.20) 의료서비스에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급자인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자동으로 공익성을 지닌다고는 할 수 없다. 공익성은 서비스 제공주체, 과정에서 조직이 보이는 행태와 속성, 최종 산물의 각 단계에서 달리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21) 특히 법적인 소유권이 공익성을 담보할 수는 없으므로 최종산물인 보건의료서비스의 공익성이 의료기관의 공익성을 설명하는 실질적 요소여야 한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규제가 목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지 심사하기 위해서는 공익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공익의 하위목표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규제가 국민건강의 위해방지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인지 검토하는 과정은 과잉금지원칙에서 수단의 적합성 심사 또는 행정법상 비례원칙에서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비례원칙 심사의 4가지 하위원칙 중 목적, 수단, 피해, 법익은 비례원칙 심사의 대상이고 정당성, 적합성, 최소성, 균형성은 각 대상에 대한 비례성 판단의 기준이다. 따라서 심사대상인 목적, 수단, 피해, 법익은 외부에서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목적’은 대개 법령에 내재해 있고 ‘피해’와 ‘법익’은 주어진 ‘수단’을 적용하는 접근방법의 문제일 뿐이다. 수단만이 판단의 재료로서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있다.22) 목적의 정당성은 수단과 목적의 인과관계를 검토하는 작업이고 피해의 최소성 심사가 현실적 대안을 찾는 과정이라면 법익의 균형성 심사는 규범적 형량의 단계이다. 결국 수단 하나를 가지고 목적과의 관련성도 보고,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도 생각해보고, 공익에 비해 수인가능성이 있는지도 평가해 보는 것이 비례심사의 내용이다. 따라서 수단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비례심사의 물질적, 객관적, 실질적, 내용적 기반이 허물어진다. 나머지는 모두 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규범 적용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리추구는 그 자체로 해악이 될 수는 없으나 의료기관이 추구해야 할 다른 가치들이 영리추구에 의해 훼손되면 보건의료의 질 저하, 국민건강 위해라는 결과를 낳는다. 개설규제에서 특히 수단의 적합성과 관련하여 검토해야 할 대상은, 첫째, 의료인 면허와 의료기관 개설의 관련성, 둘째, 의료기관 개설규제와 영리추구 방지의 관련성 이 두가지이다.
의료기관 개설에 의료인 면허를 요구하는 취지는 의료전문성이 의료기관의 영위에 필수적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인 면허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회복케 하는 대인적 허가로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다루는 의료행위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23) 의료행위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시험을 시행하여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허가행위로서의 면허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분야에서까지 의료인에게만 업무를 귀속시킬 이유는 없다.24)
의료기관 개설신고나 개설허가는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회복케 하는 대물적 허가이다.25)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하여 다양한 공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수행하기에 의료인이 적합하다는 이유로 비의료인을 개설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본다.26) 그런데 의료법이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하여 부여한 공법적 의무는 의료기관의 시설, 설비의 안전관리, 의료의 품질관리, 감염병 관리, 보안관리 등으로 모두 경영적 측면에 대한 것이다.27) 의료인에게만 허용될 성질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도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는 비의료인이지만 개설자로서 위 업무를 수행한다.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업무에 의료인 자격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비의료인인) 개설자가 의료인의 조력을 얻는 것으로도 족하다. 현재 공적인 성격을 가진 개설자도 그런 방식으로 전문성을 확보한다. 의료기관 개설은 영업허가이고 의료인 면허는 행위면허인 바 이 둘의 관련성을 규범적인 인과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2024년 2분기 기준 개인의료기관은 71,752개소로 전체 77,737개소의 92.3%를 차지한다. 공공의료기관(3,884개소)과 법인의료기관(2,101개소)을 모두 합쳐도 전체 의료기관의 8%에 못미친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하더라도 개인의료기관이 62%를 차지한다.28) 의료인 개인은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영리를 추구할 수 있고 영업과 관련한 이익은 개설자인 의료인에게 귀속된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설시에 비추어 보더라도 개인의료기관의 영리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병의원은 대중의 인식 면에서나 실질상으로나 의사의 개인사업체로 기능하며 이윤추구를 명백한 목표로 한다.29) 의료공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의료기관이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개설권의 제한이 영리추구를 억제하거나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적합한 규제라고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된다.30)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이나 영리병원의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는 고용된 의료인에 의해 수행되나 독립된 개인의료기관은 개설자에 의해, 혹은 개설자에 의해서도 수행되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관의 운영자와 의료행위를 하는 자가 분리되면 영리목적의 환자유인행위나 과잉진료, 위임진료 등의 일탈행위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거라고 우려한다.31)
현행의 엄격한 개설규제 하에서 우리나라 의사 중 개원의의 비율은 21%이다. 나머지는 봉직의(34.9%), 교수(14%), 전임의(4.2%), 인턴을 포함한 전공의(12.6%), 공보의/군의관(8.7%)으로 구성된다.32) 즉 21%의 개원의를 제외한 나머지 의사들은 모두 ‘고용된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관의 운영은 담당하지 아니하고 의료행위만 수행한다. 지금도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경영과 의료가 분리되어 있다.
현행의 의료기관 운영은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만 담당하고 있으므로 경영과 의료의 분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우려는 영리목적을 가진 자가 관여할 경우 자본종속으로 인한 상업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의료기관의 소유권이 조직 운영의 공공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나 비영리조직이라 하더라도 조직의 생존과 활동의 영위를 위해 수익추구가 배제될 수는 없다. 특히 공공성 실현을 위한 적절한 규제와 지원, 지도와 조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독립적 운영에 맡겨진다면 수익추구는 조직의 최대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소유권과 무관하게 영리적 운영 행태는 발생한다.
의료의 종속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설정된 보수체계가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유인행위나 과잉진료를 하도록 내몰게 함으로써 현실화된다. 이러한 인센티브 보수체계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일반화된 방식이다. 그런데 경영주체와 의료주체가 통일되어 있는 개인의료기관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그대로 개설자에게 돌아가므로 그 어떤 인센티브 보수체계보다 경제적 유인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과잉진료와 ‘매출에 대한 압박’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을 수긍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개설규제가 위헌이라거나 불필요하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33) 어떠한 방식으로든 의료의 지나친 영리화라는 폐단이 발생한다면 이를 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출에 대한 압박은 고용된 의료인보다 개설자인 의료인에게 훨씬 높게 나타난다. 고용된 의료인에게 낮은 매출의 가장 큰 영향은 해고위험이지만 자본을 조달하고 설비를 갖춘 의료인의 악결과는 파산의 위험이다. 경제적 유인과 매출에 대한 압박, 위험부담의 모든 면에서 개설자는 더 큰 과잉진료의 동기를 가진다. 각종 불법행위와 시장질서교란 등 과도한 영리추구의 방지는 간접적 수단인 개설규제가 아니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운영통제 및 행위규제를 통해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병원은 산출 극대화 또는 위신 극대화 모델에 부합하는 공급자 행태를 보이며 이에 반해 영리병원은 순수 민간산업분야의 양상과 비슷한 이윤극대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되어 왔다.34) 다만 우리나라 비영리병원의 경우에는 서구의 민간비영리병원과 달리 치료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이나 고가 의료장비의 경쟁적 도입, 불필요한 비급여진료 등의 영리추구행태가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리적 운영의 문제는 개인의료기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비영리법인의료기관은 투자된 자본을 배분하거나 영리법인이 개설을 못하는 것일 뿐 모두 영리적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운영 면에서의 이윤추구뿐 아니라 수익분배에서도 왜곡현상이 드러난다. 법인대표 등 실질적 개설자에게 이익을 환원시키는 수단으로 차입금 상환, 과도한 보상의 책정 또는 기타 후원금 제공의 형태를 이용하는 사례가 그것이다.35)36)
비영리병원이 수익추구의 특징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인한 병원 수익상의 문제를 비급여로 대표되는 자유로운 병원경영 허용으로 풀어왔기 때문이다.37) 이 과정에서 비영리병원의 운영에 대한 정부규제는 거의 완화되었고, 병원은 소유주의 개인사업체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38) 결국 비영리기관이 지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및 지역사회 공헌과 같은 공익성 증진 활동 그리고 의료기관의 운영 문제에 대한 역할과 활동의 의미는 축소되었다.39) 민간병의원들은 의사 성과급제를 통해 진료량을 늘리고, 비보험수가를 인상하며, 건강검진 및 추가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다.40)
한국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절반(한의사 제외)에 불과하며, 의료이용량은 이 평균의 3배에 달한다.41) 이는 의사 한 명당 보는 환자 수가 OECD 평균의 6배임을 의미한다. 의료전달체계의 미비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상호 협력적 관계 대신 상호 경쟁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발생하는 거시적 비효율성은 국가적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질병 구조의 변화로 일차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의원과 병원 간의 경쟁 구조는 일차의료의 위축과 부재라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42)
행위량의 증가와 비급여 위주의 과잉진료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지불보상제도와 국민건강보험 적용에서 찾을 수 있다. 인두제, 포괄수가제 등이 상대적으로 과소공급을 유발하는 반면 행위별수가제는 행위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인센티브가 발생한다. 비급여 항목들을 가능한 한 건강보험 체계내로 편입시키면 그만큼 국가의 통제 영역이 넓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핵심적 영역에 대해서는 최대한 낮은 수가로 의료를 제공하여 왔고,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나 수가 인상은 그에 따르지 못하였다.43) 이로 인한 의료인의 불만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행위별 수가제를 중심으로 행위량의 증가를 인정하고 비급여 부문의 확대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현행의 건강보험 구조가 짜여졌다.44)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고가의 비급여 서비스 등 과잉진료는 공급자유인수요의 일종으로 정보비대칭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지불보상제도 및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방식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구조적 문제이다. 과잉진료 문제는 대형자본이 투입된 종합병원에서 더욱 심각하고 비급여진료가 많은 특정 진료과목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영상진단장비(MRI, PET 등), 로봇수술(da Vinci surgical system ) 등 사용이 많은 진료는 과잉진료의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장비는 주로 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이용된다.45) 또 비급여 위주로 의료를 공급하는 특정 과목에서 보다 쉽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과잉진료이다. 반면에 건강보험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은 급여진료의 경우에는 행위수, 환자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인센티브가 발생한다.46)
따라서 과잉진료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의 건강보험수가 정책, 보험급여청구에 대한 심사강화, 지불보상제도의 개편과 같은 종합적인 의료정책을 통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비 중에서 비급여진료의 비중이 높고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의료 제공량에 대한 통제가 없는 구조적 문제는 의료기관의 개설주체와 관계없이 과잉진료와 지나친 영리추구를 유발한다. 의료인의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비의료인 개설금지는 그 자체로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해의 최소성 심사는 본질적으로 경험적인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가치에 대한 규범적 판단인 법익의 균형성 심사와 구별된다. 다른 한편으로 피해의 최소성 심사는 다른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는 원하는 이익을 증진시킬 수 없는 상황, 즉 추가적 희생 없이는 추가적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 ‘파레토 최적상태(Pareto-Optimal)’47)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는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덜 제한적인 방법이 있는지 여부가 심사요소로 사용된다. 피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입법자는 그가 의도하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선 기본권을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단계인 기본권 행사의 ‘방법’에 관한 규제로써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가를 시도하고 이러한 방법으로는 공익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인 기본권 행사의 ‘여부’에 관한 규제를 선택해야 한다.48) 의료기관 개설규제의 일차적 목적이 과도한 영리추구의 방지에 있다면 가장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은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규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기본권 행사의 방법에 대한 제한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① 영리추구가 기존의 의료기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개설규제가 위헌이라거나 불필요하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의료의 지나친 영리화는 저지해야 하며, ② 직접적인 영리추구 견제 장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과잉진료 등이 만연하고 있고, 적발 자체도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개별적인 사후규제만으로는 과도한 영리추구를 규제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49) 그런데 기존의 민간의료기관이 영리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영리추구의 폐해를 규제할 ‘다른’ 수단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피해의 최소성 심사는 ‘현존하는 다른’ 규제수단에 동일한 공익 효과가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으로 가능한’ 최소침해수단과 ‘심판의 대상이 된’ 수단을 비교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영리추구의 규제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입법수단의 가능성, 즉 운영단계에서의 국가개입 또는 공공의료강화 등을 (입법화할 수 있는지) 검토하여 이를 심판대상이 된 개설규제와 비교하였어야 한다.50) 현존하는 규제만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이 개설규제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피해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경과규정이나 보완조치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본권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51)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이 개인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영리법인이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만 제한될 뿐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므로 의료인이 아닌 자나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입법자의 판단이 기본권 제한의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52)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설립할 자유는 결사의 자유로 보호받으며,53) 동시에 법인의 설립은 그 자체가 간접적인 직업선택의 한 방법이므로, 이를 통하여 직업의 자유도 보장된다.54) 이런 관점에서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설립은 직업의 자유제한에 대한 보완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활동이고55) 직업선택의 자유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권이다.56) 직업의 자유에 대한 보완조치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생활과 소득활동의 측면에서 직업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설립을 통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게 되면 기본권 주체성이 변경되고 법인의 운영은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기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설령 재산을 출연하고 임원 등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적 성취를 대신하는 ‘보완’으로 볼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이 될 자유, 의료법인의 이사로 취임할 자유, 혹은 극단적으로 의료기관에 취직할 자유를 의료기관 개설주체가 될 권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57)
그동안 법익의 균형성 심사는 사실상 침해의 최소성 심사의 부수적 역할만을 수행하였다. 대개는 공익과 사익을 측정하여 이를 양적으로 표현해 내거나 상호간 비교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거나 공익이 사익보다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직관적 선언만으로 심사를 마침으로써 실질적 논증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결정이 이루어졌다.58) 그런데 법익의 균형성 단계는 상충하는 법익간의 비교형량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의 본질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목적의 정당성이 단지 심사의 준거점으로서 목적을 설정 및 고정하는 단계라면 법익의 균형성 심사에 와서야 비로소 그 목적의 양과 질을 평가하고 이를 사익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유권이 가지는 고유하고 특수한 내용이 고려될 수 있는 단계도 법익의 균형성 심사이다. 수단의 적합성과 최소침해성 단계의 심사는 경제학적, 사회학적, 자연과학적, 기술적 사실분석에 기초하여 경험적 사실을 판단할 뿐이고 오직 법익의 균형성 단계에서만, 공익과 기본권의 비중을 규범적으로 교량할 수 있기 때문이다.59) 법익의 균형성 심사를 협의의 비례원칙이라 칭하는 것은 심사의 각 단계에서 비례원칙의 중심이 법익의 균형에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파레토 개선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위헌이 아니라고 보는 피해의 최소성 심사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동체의 이익이 개인의 손실보다 양적으로 더 크면 위헌이 아니라는 뜻이다.60)
법익의 형량과정에서 주장되는 가치나 목적의 중요성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된다.61) 이처럼 경험적 관점에서의 양적 효용 비교인 피해의 최소성 심사와 달리, 법익의 균형성 심사에서는 질적 중요도를 비교하는 것이므로 비교대상과 비교 관점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는 사익과 공익이라는 이질적인 두 가치를 비교가능한 양적 척도로 바꾸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공익과 사익 사이의 양적 형량을 가능케 할 이론적 접근법은 현재까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62) 이 때문에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명목적 심사에 그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익 형량을 사용해 법익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결국, 논증의 구체성과 합리성, 객관성에 의존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는 공공재와 가치재, 사적재의 특성이 혼재되어 있으며 의료기기와 의약품 산업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있어 관점에 따라 상이한 논증이 충돌하기 쉬운 분야이다. 비록 법익 형량은 측정된 숫자의 비교를 넘어서는 질적 가치판단이기는 하지만 논증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의 보조도구로 공익을 계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 발생의 확률적 가능성, 즉 리스크는 해악의 중대성(Gravity of harm)과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probability of harm)의 곱으로 정의할 수 있다.63) 해악이 임박한 경우는 물론이고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낮더라도 해악의 중대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해악의 중대성과 발생확률이 알려지지 않은 무지나 불확실성에 속하는 리스크에 대처하는 규제는 사전예방의 원리에 따라 가능하다. 여러 단계의 확률적 가능성을 경유하여서만 ‘최종적 해악’에 도달할 수 있는 원거리해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추상적 위험으로, 이는 구체적 위험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추상적 위험은 우발적인 특정 상황이 존재할 때에만 리스크를 생성한다. 둘째는 중개적 행위를 요하는 해악이다. 이는 특정행위 자체로는 해악을 발생시키지 않으나, 그 행위가 다른 해악을 일으키는 예비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누적적 해악은 개별적인 행위 단독으로는 해악이 미미하지만, 집단적으로 반복될 경우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64)
현행의 의료기관 개설규제가 리스크에 합당한 (협의의) 비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이와 같은 관점에서 양화(量化, quantification)할 필요가 있다. 비의료인이나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예컨대 식품 제조업, 전자기기 판매업에 비해) 해악의 중대성은 어떠한지, 해악의 발생 가능성은 얼마나 높은지 고려해야 한다. 비의료인이나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리스크는 모호하고 불확실한지 아니면 해악의 확률이 인류 경험을 통해 확인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추상적 위험은 리스크의 과대형량, 과도한 대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Ⅳ. 헌법재판소의 비례성 심사에 대한 비판적 분석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에 대한 최초의 위헌성 심사는 헌법재판소 2005. 3. 31.자 2001헌바8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이루어졌다. 법정의견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원칙적으로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한 목적이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규제의 공익성이 인정되고,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한 다음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면 의료의 질을 관리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할 수 있으므로 입법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도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입법자에게 우리 사회의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의료기관의 소유형태를 선택할 입법형성의 자유가 있으므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가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에 역행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규제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의 독점을 초래하며, 이는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자 간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누구이든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 의료인이기만 하면 국민 보건에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의사 등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될 경우 의료인이 외부의 자본에 종속되고, 의료기관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지나친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는 점,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해야 할 여러 의무들로 보아 단순한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의료기관 개설도 의사 등 일정한 자만 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선례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65)
헌법 제36조 제3항의 건강권, 보건권은 국가 입장에서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국가개입의 근거조항이 된다. 헌법적 가치의 실천적 구현을 위해 의료법도 제1조에서 “이 법은 국민의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였고, 보건의료기본법 제1조에서도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였다. 헌법재판소66)와 대법원67)은 위 조항들을 토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다만 법정의견은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데 개설규제의 입법목적이 있다고 본 데 비해 반대의견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목적으로 제시하여 양자간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이라는 헌법적 명령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종의 목적이므로 이 점에서는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위험방지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소극적 요소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적극적 요소이다. 이들은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구체화된 하위목표이다. 다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법정의견의 입장에서는 국가개입을 통한 위해방지를 일차적 목적으로 설정할 때 합헌성 판단이 더 쉬워지는 반면, 반대의견의 입장에서는 시장경쟁과 소비자선택을 통한 효율성의 측면을 부각하는 것이 위헌성을 논증하기에 유리하므로 이와 같이 목적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국가권력에 의한 건강생활을 침해하여 헌법 제36조 제3항에 따른 국가가 국민의 보건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목적’ 이기도 했다. 법정의견, 반대의견, 헌법소원 청구의 목적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은 목적의 ‘보편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예가 된다.
대법원68)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규정을 무면허의료행위 방지뿐 아니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관리, 운영 및 수익의 귀속 등 의료업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의료인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럼으로써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 또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한 다음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만 의료의 질을 관리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보아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은 달랐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나 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인 결합을 통하여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게는 더 많은 의료기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인에게는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승효과를 통하여 다양한 사회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법정의견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이나 영리목적의 의료기관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훼손할 것이라고 하였으나 이유와 인과관계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과적 연결고리는 규범적 접근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경험적, 과학적 접근이다. 단순히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가져올 리스크가 크고 불확실하다는 주장만으로는 국민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의료기관 개설규제의 필요성이 인과적으로 입증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것이 실제로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 발생가능성을 어느 정도 줄이는지, 특히 그 규제가 개설과 위해 사이의 인과적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했을 경우와 금지했을 경우를 비교하고, 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경우와 개설 후의 운영 단계에서 구체적인 개입을 할 경우를 비교하여 리스크의 경감 여부 및 정도를 논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해당 규제가 최종적 위해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단계의 발생확률을 실질적으로 줄임으로써 전체 리스크 크기의 감소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만, 그 규제도입은 수단의 적합성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무면허의료행위의 양상은 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가 도입된 지난 50여년간 크게 달라졌다. 오늘날에는 과거와 같은 부정의료업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무면허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의료법 제27조와 부정의료업자를 규제하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에 의해 직접 규제된다. 환자유인행위도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의해 직접 금지되어 있다. 과잉진료 방지 또한 의료법상 과장광고 내지 소비자 현혹광고 금지규정(의료법 제56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삭감 및 환수제도(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등) 등으로 이미 다양하게 규제되고 있다. 본장 2절에서 본 바와 같이 이익 극대화는 의료수가 정책, 보험급여청구에 대한 심사 강화, 지불보상제도의 개편 등 구조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영리추구에 보다 민감할 가능성과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영리적 관점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리스크는 ‘최종적 해악’에 도달하기 위하여 해악의 확률연쇄가 있어야 하는 원거리해악이고, 중개적 해악에 해당하는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과잉진료 등은 직접적 규제수단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수단의 적합성에 부합하는 비례적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의해 과도한 영리추구라는 위해가 얼마나 중대하게, 얼마나 높은 빈도로 나타날 것인가를 평가하여 정량화하고 이를 최소화할 다른 수단이 존재하는지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의료인이나 영리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각 유형별로 상업적 이익 추구의 유인 정도,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의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과 의료의 분리는 의료기관 거버넌스의 확립을 통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과잉진료의 문제는 비급여 위주의 진료과목이냐 급여위주의 진료과목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응급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등에 대한 의료기관의 참여정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개설행위를 세분화하여 용인의 수준을 달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법률 조항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경영참가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다 세분화된 규제를 통해 덜 제한적인 방법으로 동일한 효과를 달성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피해를 최소화할 다른 수단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먼저 해악의 중대성과 관련하여 보면, 의약품규제나 식품규제, 환경규제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가역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예컨대, 부적절한 의약품이나 식품이 시장에 유통될 경우, 이는 광범위한 인구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의료기관에서의 잘못된 진료나 치료는 주로 그 서비스를 받는 개별 환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감염병 환자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별 환자에게 발생하는 해악이 지역사회나 인구집단 전체에 해악이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의료기관 개설규제가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중대한 법익에 관련되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화된 의료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의료기관의 본질적 특성에 비추어 해악의 중대성을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해악의 발생가능성과 관련하여 보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도 실제 진료는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면허를 가진 전문가의 역량에 의존하는 진료의 질과 안전성을 고려하면, 비록 의료기관 개설·운영주체와 직접적인 진료 행위 사이에 일정한 영향력이 존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이 해악의 발생가능성을 과도하게 증가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함께,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지정되고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한, 비급여진료의 종류, 진료비, 진료의 내용과 성과에 대해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과 동일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해악의 발생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또한 모든 환자는 자신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하여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보건의료기본법 제6조 제1항) 자신의 질병에 대한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가지며(같은 법 제12조)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 받지 아니한다(같은 법 제13조). 환자는 의료서비스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상담 및 조정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1조의3).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이러한 법규는 의료기관 개설주체와 무관하게 적용되므로 해악의 발생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비의료인이 소유한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면허를 가진 의료인에 의한 진료, 건강보험체계에 의거한 규제 및 감독 체계와 환자권리보호를 위한 법률의 일률적 적용 등을 통해 해악의 발생가능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음으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무지 및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헌법재판소는 보건의료 분야의 업무 특성상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그 위험의 존재와 정도가 불확실하지만, 한번 현실화된 후에는 회복이 어렵다고 보아 입법자가 예측판단에 기초하여 위험의 현실화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69) 이러한 해석은 보건의료 분야의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는 견해를 반영한다. 그런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국민의료법이 제정되었을 당시에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었다(1951.9.25. 법률 221호로 제정된 국민의료법 제31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는 1973년 의료법 개정( 1973. 2. 16. 법률 제2533호로 전문개정된 의료법 제30조 제2항)때부터였다. 수십년간 경험해 왔던 규제를 두고 무지와 불확실성의 영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료기관 개설에 의료인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비교법적 연구만으로도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야기하는 리스크는 해악의 중대성과 발생확률이 모두 명확하게 알려진 협의의 리스크에 해당한다.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금지는 구체적으로 무면허의료행위의 차단, 의료기관 관리 및 운영의 금지, 의료기관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획득의 금지를 위한 것이다. 개설금지는 추상적 위험이고 무면허의료행위의 발생은 간접적이고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중개적 해악이다. 그만큼 인과관계는 덜 명확하고, 해악의 예측가능성도 떨어진다.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의 관리로 인한 잠재적 악결과 또한 추상적 위험이고 중개적 행위를 요한다. 자금의 투자와 수익의 귀속은 의료기관의 영리적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만 해악이 된다. 최종적 해악의 발생확률은 비례하여 낮아진다.
기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규제는 추상적 위험, 중개적 해악, 누적적 해악 등 원거리 해악을 방어하고자 하는 수단이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규제는 불명확한 인과관계와 낮은 예측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원거리해악에 대한 과도한 대응일 수 있다. 리스크의 구체적인 성격과 발생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개설규제는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의료기관 개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의 성격에 대한 검토 결과는 현행의 개설규제가 과도하게 엄격하고 불필요한 제약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법익의 균형성 심사에서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해 훼손될 공익뿐만 아니라, 개설로 인해 달성될 수 있는 공익과 금지로 인해 상실될 공익에도 주목해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권한이 의료인에게 독점될 경우, 의료서비스의 과소공급, 공급의 효율성 저하, 의료 공공성의 약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규제수익자인 의료소비자의 선택권과 접근권 침해,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의료시장 왜곡으로 인한 폐해와 직결되며,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를 당연시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의료기관 개설규제로 보호되는 공익이 과도하게 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헌법재판소는 영리병원이 개설되면 과도한 영리추구로 인하여, ①1차진료, 의료보험 급여진료 또는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의학교육•연구의 경시 등 과소 공급의 우려, ②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에 치중하는 행태,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 등 과잉공급의 우려 및 ③진료왜곡, 의료과소비(의료비 지출 증가, 국민의료비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기관 이용의 차별과 위화감 조성, 장기적인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 사회적 필요에 따른 요청의 경시, 소규모 개인소유 의료기관의 폐업 등 의료기관의 운영왜곡 및 건전한 의료질서 문란 등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발생할 것이라고 하였다.70) 이로 보아 영리병원의 잠재적 폐해는 ①필수적 의료의 과소공급, ②부적절한 의료의 과잉공급, ③공공의료 약화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의료법은 법인 중에서는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에게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의료법 제33조 제2항) 이들의 사명으로 영리추구의 금지를 천명하였다(의료법 시행령 제20조). 이 두 조항을 근거로 영리병원의 설립은 금지된다고 해석된다. 영리병원 금지와 의료인이 아닌 자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금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동일한 법적 근거 하에 규율되고 이 두 규제의 기본적인 체계는 서로 유사하여 비의료인에 의한 개설금지에 대한 비례성 심사의 내용은 영리병원 금지에 대한 심사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영리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영리병원 금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의료인의 개설금지와 영리병원 금지의 차이는 주로 자연인과 법인으로 주체의 성격이 달라지는 데서 비롯된다. 법인은 성질상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무면허의료행위를 통한 영리추구가 불가능한 한편 영리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개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 보다 자본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할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러한 변화가 야기할 새로운 위험과 기회 등에 대해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헌법재판소도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병원이 출현할 경우 예상되는 우려점을 별도로 설시하였고 특히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규모기업집단이 영리병원을 운영할 경우에는 관계계열사의 사업상의 필요, 투자자의 자본 회수 및 이윤배당 등에 따라 의료기관의 운영이 왜곡되고 의료의 공익성 내지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비의료인과 달리 영리병원은 부속의료기관의 특례와 외국의료기관의 특례 등이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는 영업의 자유71)를 제한한다. 영업의 자유는 수익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직업의 자유보다는 좁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영업활동의 특성을 간이하고 신속한 절차, 외관 중시의 정형성, 자유로운 광고와 선전 활동, 영업소의 설치 및 지배인과 같은 상업 사용인의 선임, 익명조합, 대리상 등 인적 및 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장 등으로 본다.72) 직업의 자유는 영업활동의 태양을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업의 자유는 수익적 운영을 필수적 요소로 하므로 이러한 영업활동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영리법인은 상법상 회사로서 태생적 상인이기도 하다(상법 제5조 제2항). 독일도 민간병원시설을 영업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73) 반면에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영리목적성을 배제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1973년 의료법 개정 이전에는 의료기관을 통한 영리추구를 금지하면서 동시에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였다.74) 이처럼 제한되는 기본권의 종류가 ‘직업의 자유’가 아닌 ‘영업의 자유’로 달라지면 영리추구의 목적이 보다 명확하게 강조된다.
영리병원은 영리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므로 다수에 의한 자본참여 활성화를 차별화된 특징으로 한다. 법원은 영리병원이 개설되는 경우 자본참여 활성화에 따른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경쟁촉진을 통한 의료발전,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인 결합을 통한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 확대, 의료소비자에 대한 더 많은 의료기관 선택의 기회 제공, 의료인에 대한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 제공 등 다양한 사회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특히 외국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선진외국병원과 외국인환자 내지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며 국내 고용을 촉진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75) 이러한 모든 효과는 자본집적의 결과로서 설명될 수 있다. 영리목적 의료기관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로 보건의료의 가치 중 하나인 효율성 측면에서 제기된다.
영리의료법인은 본질적으로 의료사업을 수행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익 배당이나 잔여 재산의 분배를 통해 투자자인 구성원에게 이익을 돌려준다. 민간자본의 투입은 의료기관의 시설 및 설비 투자를 용이하게 하여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영리자본의 도입은 일반 시장경제 원리가 의료시장에서도 활발히 작동하게 함으로써 자율적 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다. 극대이윤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은 고급 의료를 추구하는 계층에게 높은 비용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는 서로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76)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자본의 집적에 의한 긍정적인 변화를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업형 병원, 특히 재벌의 과도한 영리추구가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한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자본참여의 활성화가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행정청의 재량(외국의료기관의 허가)과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영리병원제도의 도입)에 달린 문제로 보았다.
영리병원으로 인한 과소공급, 과잉공급, 공공의료 약화에는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 규제방법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를 법원의 설시 내용과 가능한 규제정책, 그리고 현실적 양태로 나누어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하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원이 설시한 각각의 우려는 직접적인 규제수단들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 양태는 직접적 규제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차의료, 공공의료, 필수의료 공급부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으나 공급확대와 차등지원, 지불보상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규제들은 개설단계에서 영업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단계에서 영업의 방식을 제한할 뿐이므로 보다 덜 침해적이다. 규제품질의 측면에서도 직접적인 행위규제는 개설단계에 미리 개입하는 것 보다 우수하다. 직접적인 규제는 각각의 행위에 대응하여 규제방법이 도출되므로 규제의 명확성이 높고 합리적이며 투명하여 더 효율적인 규제로 기능한다. 반면에 간접적이고 일률적인 개설금지는 규제의 효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엄격한 개설규제에도 불구하고 영리추구가 만연한 현실이 현행 규제의 낮은 품질을 웅변한다. 영리병원 금지가 영리추구 방지라는 일차적 목적과 적절한 인과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수단의 적합성 심사 또는 피해의 최소성 심사(적절성 심사)의 관점에서 볼 때 규제의 합리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현행 규제체계에서는 제한적 영리병원인 외국의료기관과 부속의료기관의 특례가 허용되어 있다. 그러나 외국의료기관이 허용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의료기관이 개설된 적은 없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에 따르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는 재량행위이므로,77) 앞으로도 이 특례가 실효성있는 보완조치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속의료기관의 특례에서도 영업의 자유는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협동조합이 그 소속 직원, 종업원, 그 밖의 구성원이나 그 가족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부속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나78) 생명보험회사의 피보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그 밖의 구성원”에 포함되지 않는다.79) 부속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는 개설된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을 다른 의료법인에 위탁할 수 없고80) 건강보험 청구와 의료급여 청구도 제한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의료급여법 시행령 제12조). 부속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청구는 의원급에서만 가능하며 그 중에서도 입원료,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 등의 급여비용은 청구할 수 없고 각종 가산 산정도 제외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급여비용청구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현재 운영되는 약 200여개의 부속의료기관 중 병원급 의료기관은 없다. 외국의료기관이나 부속의료기관의 특례 운영 실태를 고려했을 때, 이들이 실질적인 보완조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경우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설립을 통한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어 있으므로 기본권 제한의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는데81) 영리법인도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설립이 가능하므로 영업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보완조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설립 허가 및 의료기관의 신규개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보완조치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의료법인 개설은 재량행위인데 각 지자체별 인적, 물적 기준 외에 해당 지역에서의 의료기관의 수요, 공급, 병상규모 등을 종합 판단하여 허가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허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의 경우 의료법인에 대한 신규허가가 아예 안나오고 있는 실정이다.82) 민법상 재단법인 역시 현재 주무관청인 복지부가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목적사업으로 한 비영리재단 허가를 거의 내주지 않고 있고 특별법상 특수법인인 학교법인도 의대 신설 중단으로 인해 새로운 설립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분원 확대를 통해서만 병상을 늘릴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은 의료기관 운영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신규 법인설립허가 또는 정관변경허가를 금지하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공문 복정65115-470호 ‘의료기관 운영 사회복지법인 관리방안 통보’에 의거하여 현재는 의료기관 개설이 금지되어 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도 해악의 중대성,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 무지나 불확실성에 속하는 리스크인지 여부, 원거리해악(추상적 위험, 중개적 행위를 요하는 해악, 누적적 해악)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해악이 개별, 구체적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누가 개설자든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에 의해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나 환자의 권리 등이 개설자가 누구냐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점 등에서 기본적으로 비의료기관 개설의 리스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리병원이 국민의료법이 제정되었을 때부터 인정되어 왔고 대부분의 외국 국가들에서 영리병원이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무지 내지 불확실성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무면허의료행위의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에 대한 법익의 균형성 심사는 동일한 잣대로 형량할 수 있다.
Ⅴ. 결론
우리나라에서 엄격한 개설규제제도를 채택한 것은 의료기관을 통한 영리추구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단으로서 규제의 합리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료기관 개설은 의료인에게만 허용될 성질의 직업이 아니고 무면허의료, 과잉진료, 환자유인 등의 불법행위는 직접적 규제와 단속, 처벌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과도한 영리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정책, 보험급여청구에 대한 심사 강화, 지불보상제도의 개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의 영역이라고 해서 형량불가능한 가치로만 간주하면 사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개설규제와 공익의 비교를 위해서는 금지된 개설로 인해 침해될 공익의 크기를 계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건의료 관련 리스크는 대개 개별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다. 금지된 개설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추상적 위험이고 중개적 행위를 요하는 해악이며 누적적 해악이라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관 개설규제로 인한 직업의 자유 제한에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기관의 개설이 아니라 의료행위 자체이고 불확실성 또한 의료기관 개설보다는 의료행위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의료기관 개설규제의 공익은 의료행위를 매개로 하는 간접적, 사실적 관련성일 뿐이라는 것이 본 연구의 시각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의료기관 개설규제에 대한 비례성 심사의 기준이 명백성 통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수 차에 걸쳐 현행의 규제가 합헌이라고 보았는데, 정책적 타당성이나 현실모순의 해결을 구체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헌법적합성의 관점에서 규범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상충하는 헌법적 원리와 가치를 양적으로 형량할 책무를 다하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의료재정분야의 높은 공공성 수준에 비해 의료제공의 낮은 공공성과 과도한 영리추구로 특징지어진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인한 병원 수익 문제를 의사 성과급제, 비보험 수가 인상, 건강검진 및 추가 부대사업 등 자유로운 병원 경영을 통해 해결해 온 결과이다. 이제는 의료기관 개설의 자격을 다양화하고,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증가시키며,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의료는 사법과 공법의 교차영역에 있고 경쟁과 규제, 자유와 규제가 대립되거나 절연된 개념이어야 할 필연성은 없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접근성의 증진,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공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익은 비교형량을 통한 국가의 조절적 개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