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우리나라 「국세징수법」에서 국세 등을 체납한 경우 체납자 등의 재산에 관한 체납자의 권리를 원칙적으로 공매하고 공매대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관할 세무서장은 이렇게 공매대금을 분배하고 남은 금액 즉 잉여금은 체납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
이렇게 세금 체납으로 인한 압류·매각 대금 중 잉여금을 체납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체납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당연한 규정이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국제징수법의 입법목적은 조세채권의 신속하고 적정한 실현에 있다”고 밝히면서 “국가 등에 조세채권의 자력집행력을 인정하는 취지는, 절차를 직접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현금화된 대상재산의 교환가치에 의한 채권의 만족에 일정 정도 우선적 지위를 가지도록 하는 데에 있을 뿐, 대상재산의 현금화 단계에서 조세채권 및 절차비용 이외에 별도의 이익을 취득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인한바가 있다.2)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비추어보면 체납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체납자 등의 재산에 압류·공매의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조세채권 및 절차비용 이외에 남은 잉여금은 당연히 체납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체납자의 재산권의 교환가치를 보장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부동산세 체납으로 압류·매각대금 중 잉여금을 조세채권자가 몰수하는 제도가 문제가 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례3)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이 사건의 원고 Geraldine Tyler(이하 ‘A’라고 한다)는 1999년 미니아폴리스(Minneapolis) 북부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여 그 곳에 거주하면서 관련 재산세를 모두 납부하였다. 그 후 약 10년이 지난 2010년에 A는 보다 안전한 장소로 이주하기를 원하여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고 그 후에 아파트에 관한 재산세 납부의무를 해태하게 되었다.
몇 년에 걸친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의 체납현상이 일어나자 2015년에 비로소 관계당국인 Hennepin County은 A의 아파트를 압류하여 강제매각절차를 개시하여 $40,000에 강제매각을 실시하였다. A가 체납한 조세채무는 아파트 관련 체납 재산세액 $2,300에 달하였고 관련 이자, 벌금, 강제매각비용 등으로 $13,200의 지불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여서 매각대금에서 이들을 공제한 잉여금이 $25,000에 달하였지만 관계당국인 Hennepin County 등은 관련 미네소타 주법률(Minnesota law)을 적용하여 어떤 금액도 A에게 반환하지 않았다.
미네소타 주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인 County에서 매년 관내 부동산에 대한 부동산세를 부과하고 만약 납세의무자가 정해진 기간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체납세금의 이자(interests)와 민사제재금(civil penalties)이 발생하였다. 과세당국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체납 관련부동산에 대한 제한된 권원(the limited title)을 취득하게 되고 체납자가 3년 내에서 체납액과 관련 이자와 민사제재금을 완납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3년 내에 체납자가 체납액, 관련 이자, 민사제재금 등을 완납하지 못하면 3년 후에 주정부(the State)는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완전한 권원(the absolute title)을 차지하게 되고 만약 해당 부동산이 매각되면 이전 부동산권자는 체납액을 상회하는 잉여금이 있더라도 그 금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4)
2019년 A는 관계당국에서 체납 재산세와 강제집행 관련비용 등을 초과하는 잉여금을 몰수하는 것은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5조의 수용규정, 제8조의 과잉 벌금 금지 규정과 실체적 적법절차의 위반이라는 이유로 연방제1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A의 사건은 2020년 12월에 연방제1심법원에 의하여 부적법 각하 판결5)을 받았고 A가 항소하였지만 연방제2심법원(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Eighth Circuit)은 연방제1심법원의 판결을 인용하여 원고 패소판결6)을 하였다. 연방제1심법원이 부적법각하판결을 한 주요이유는 재산권(property)의 구체적 내용은 미국의 경우 개별주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사건의 미네소타주(the State of Minnesota)의 법률을 적용해보면 결국 원고 A는 사실상 손해(the injury in facts)를 입은 바가 없기 때문에 원고적격(Standing)이 없다는 것이다.7)
연방제2심법원은 미네소타 주법을 적용해보았을 때 재산권자에게 적절한 통지를 하고 체납 조세채무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했기 때문에 잉여금에 대한 위헌적 수용(unconstitutional takings)은 일어나지 않았고 잉여금을 몰수하는 것은 체납된 조세채무를 충당하려는 것이지 징벌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벌금(a fine)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가혹한 벌금(the Excessive Fines Clause)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A는 2022년 8월 19일에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연방대법원은 2023년 1월 13일에 사건이송명령(certiorari)을 하였다. 2023년 5월 25일 연방대법원은 원심인 연방 제2심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A의 청구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는 원고 승소판결8)을 하였다.
(a) 원고 A는 Hennepin County가 약 $25,000 잉여금을 불법으로 몰수한 것은 전형적인 재정적 손실에 해당하고 이것은 자신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TransUnions LLC v. Rameirez, 594 U.S.,) Hennepin County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비록 A가 자신의 집에 채무를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A는 여전히 재정적 손해를 주장할 수 있다. 이유는 Hennepin County가 A가 이러한 부채를 청산할 수 있는 $25,000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9)
(b) 원고 A는 헌법상 수용조항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헌법상 수용조항은 “개인 재산은 공공의 사용을 위하여 정당보상을 지급되는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다.”(“private property [shall not] be taken for public use, without just compensation.”) 세금체납절차를 통한 매매의 잉여금이 수용조항에서 보호하는 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법(state law), 전통적 재산법 원칙(“traditional property law principles”), 역사적 관행(historical practice),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선례(the Court’s precedents)에 달려있다. 비록 주법(state law)이 재산권의 주요한 법원(法源)이지만 이것이 오직 하나일 수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정부가 자신이 수용하고자 하는 재산에 대한 전통적 재산권한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연방헌법상 공용수용규정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연방대법원의 선례는 Hennepin County가 연체된 재산세를 받기 위해서 A의 집을 강제경매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지만 조세채무를 지급의무가 있는 재산의 초과액을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자신의 사용을 위해서 개인 재산을 직접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해당한다.(Tahoe Sierra Preservation Council, Inc. v. Tahoe Regional Planning Agency, 535 U.S. 302, 324) 정부는 납세자로부터 그녀가 부담하고 있는 조세채무를 상회하는 재산을 수용할 수 없다는 법원칙은 영국법(English law)에 근거를 두고 있고 그 기원을 대헌장(the Magna Carta)에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미국 건국으로부터 새로 설립된 연방정부는 “조세채무를 충당하기에 충분할 수 있을 만큼”(“so much of [a] tract of land . . . as may be necessary to satisfy the taxes due thereon”) 정도의 토지 면적만 압류해서 매각할 수 있었다.(Act of July 14, 1796, §13, 1 Stat. 601) 열 개 주정부들에서 그와 동시에 유사한 법률을 채택하였고 연방수정헌법 제14조를 비준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연체된 조세채무 이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의 일치가 형성하게 되었다. 오늘날 대부분 주정부들과 연방정부는 잉여금은 연체된 조세채무를 충당하기 위해서 강제매각된 재산의 재산권자에게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선례는 연체된 조세채무자가 조세채무를 초과하는 잉여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법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다른 사건에서 다투었던 법령은 법원의 강제매각에 잉여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재산의 원소유자에 반환하는 법원칙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도 않고 대신에 원소유자가 잉여가치에 대해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에 대비하여, 미네소타 주 법률은 납세자가 잉여가치에 대해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중요하게도 미네소타 주 법률 자체에서 다른 많은 사항들에서는 재산권자가 자신의 채무를 초과하는 잉여금에 대한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은행이 담보저당권이 설정된 재산을 강제매각하는 경우에는 원소유자는 잉여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산이나 임금에 연체된 조세를 확보하는 경우에는 잉여금에 대한 조세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미네소타주정부는 다른 모든 부분에서 인정하고 있는 재산권을 주정부가 수용을 할 때 정당보상의 지급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 소멸시킬 수는 없다.(Phillips, 524 U.S. 167.) 연방대법원은 A가 재산세를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트 강제매각 대금 잉여금에 대한 권리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Hennepin County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포기는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주장하지 않거나 버리는 것을 요구한다.(Rowe v. Minneapolis, 51 N. W. 907. 908.) 미네소타주의 몰수관련 법률은 납세자 재산에 대한 사용이나 포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오직 세금체납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Hennepin County는 세금체납을 공용수용조항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포기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관련 원심판결(26 F. 4th 789)은 파기한다. Roberts 연방대법원장이 법관전원일치판결을 썼고 Gorsuch 대법관이 동조의견(concurring opinion)을 쓰고 Jackson 대법관이 이에 함께 했다.10)
Ⅲ. 규제적 수용이론의 발전과 손실보상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5조에서 “누구도 재산권을 정당한 보상 없이 공적 사용을 목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11)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연방헌법에서 공용수용의 근거조항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조항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에 의한 공익목적을 위한 수용을 정당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허용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고 할 것이다.12) 연방대법원은 이 조항의 입법목적에 대하여 공익과 개인의 사익을 비교·형량하는 근거로 해석하여,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평과 정의에 따라 모든 국민이 전체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부담을 몇몇 국민들에게만 강제하는 것을 방지함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13) 연방수정헌법 제5조에 공용수용조항이 규정된 것으로 연방헌법의 아버지들 중 한명으로 알려진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슨은 이 조항이 연방정부에 의한 사유재산의 직접적 물리적 수용(direct physical takings)에 적용되는 것을 의도했었다고 한다.14) 미국이 독립하여 미국연방헌법이 제정되기 이전 영국식민지 시대에 영국에서 공용수용 개념이 발달해 있었고 영국의 공용수용 개념이 미국식민지에 적용되다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제임스 메디슨의 제안에 의하여 미국연방헌법에 규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방수정헌법과 유사한 규정들을 개별주 헌법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뉴욕주 헌법(the State of New York Constitution) 제Ⅰ장 제7조 (a)에서 “사적 재산은 정당보상 없이 공적 목적을 위해 수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15) 미네소타주 헌법(Minesota Constitution) 제1장 제5조에서도 “사적 재산은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거나 확보되기 이전에는 공적 사용을 목적으로 수용, 파괴 또는 손실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16) 알라스카 주 헌법에도 “사유 재산은 정당보상 없이는 공적 사용을 위하여 수용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17) 물론 이러한 미국 개별 주 헌법에 공용수용 조항이 없더라도 연방수정헌법 제5조는 연방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모든 개별주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의 모든 주정부와 산하기관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연방헌법상 공용수용의 근거조항이 정부의 공용수용권(eminent domain)을 인정하는 근거조항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부의 공용수용권(eminent domain)은 구약성경에서도 언급되어 있는 아주 오래된 정부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방헌법 규정이 없더라도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인정된다고 해석하면서 연방수정헌법 제5조는 단지 공적 목적(public use)과 정당보상(just compensation)이라는 공용수용권 행사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18)
수용관련 조항은 미국연방헌법은 물론이고 개별주 헌법에도 대부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물리적 수용(physical takings)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20세기 초에 들어오면서 산업혁명을 거쳐서 선진 공업국으로 입지를 다지고 난 이후에는 연방정부를 비롯한 정부의 규제가 더욱 많아지고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기업의 생산 및 경제활동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는 시대가 오기 시작하면서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의 개념이 확립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논의되고 있는 공용수용과 더불어 1922년부터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고 할 것이다. 1922년 Pennsylvania Coal Co. v. Mahon 판결에서 홈즈 대법관(Justice Holmes)은 “재산은 어느 정도는 규제되는 것이지만 만약 그 규제가 과도하게(”too far“) 되면 이것은 수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19)문제는 규제가 어느 정도 과도하게(“too far”)되면 이것을 수용(taking)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의 판단을 결국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명확화될 수 밖에 없는 불확정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과도하게(“too far”)를 보다 명확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Mahon 판결 이후 약 56년이 지난 1978년 Penn Central Transportation Co. v. New York City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20)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어떤 정부규제가 ①재산에 대한 영구한 물리적 침해기준(permanent physical takings)를 가져오고 ② 정부규제가 재산의 모든 유익한 사용을 박탈하는 경우에는 규제적 수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였는데 이것은 규제의 합리적 공익 목적, 규제의 경제적 영향, 재산권자의 합리적 기대투자 대비 실제이익, 규제의 본질에 대한 균형적인 고려 등을 주요 분석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21)
규제적 수용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구제수단은 애초에는 규제적 수용에 해당하는 법령, 조례 등의 무효를 구하는 방법만이 인정되었으며 직접 금전적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1987년 First English Evangelical Lutheran Church v. Los Angeles County 판결22)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규제적 수용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금전적 손실보상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인정하고 그 기준으로 자산에 대한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이 제시되었다. 문제는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고 가능하면 객관적 표준을 사용하여 공적자금을 일반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토지를 매입하는 것에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23) 정당보상(just compensation)을 받을 권리는 연방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하나로 공용수용이 이루어졌을 당시의 공정한 시장가격에 의한 보상을 의미한다는 것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24)
직접 물리적 수용이든 규제적 수용이든 그 대상이 되는 경우의 상당수는 토지(land), 건물 등을 비롯한 부동산권(fee)이라고 할 것이고 그에 관한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은 그 소재지의 주법(the state laws)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법(the state laws)에 따라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사에 의해 산정되며 감정평가사가 협의취득을 요청하면 토지권자와 정부당국 사이의 협상절차에 의한다. 미국 전체에 권고적 표준방안으로 1970년 표준 이주지원 및 부동산취득법(Uniform Relocation Assistance and Real Property Acquisition Policies Act of 1970)에 만들어졌다가 연방법으로 편입되었다.25) 이에 따라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의 산정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감정평가 및 협의결과에 따르기 때문에 평가방법에 대한 논의는 미약했지만 2009년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이후 토지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공정시장가격이 결정된 이후에도 그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며 주택의 경우 주택평가기준(Home Valuation Code of Conduct, HVCC)에 따라 감정평가기관인 연방금융기관심사위원회(Federal Financial Institutions Examination Council) 산하 감정평가소위원회(Appraisal Subcommittee)의 감독을 따라야 한다.26)
Ⅳ. 수용의 대상인 재산권
미국에서 수용에 대한 사법적 심사의 첫 번째 단계는 재산권(property)을 침해하는 것인가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27) 연방수정헌법 제5조 수용조항에서 말하는 재산권은 법에 의해서 부여되는 유형적인 권리로 그것을 소유하고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하여 유형적인 것으로 개인의 관계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권리의 총체이며,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이익을 포함한다. 이러한 권리에는 보유(possession), 사용(use), 처분(disposition)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28)
재산권에 대한 각각 분리된 권능에 대한 침해현상이 잘 나타나는 것이 1982년의 Loretto v. Teleprompter Manhattan CATV Corp. 판결29)이다. 연방대법원은 유선방송회사가 아파트 건물에 지름 ½인치 이하인 유선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을 재산권자가 용인할 것을 요구하는 뉴욕주 법률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30)
규제적 수용에서 수용조항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 정부규제가 재산권의 전체적 내용을 모두 침해할 필요는 없다. 재산권 전체 내용 중 일부를 침해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충분히 수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 내용 중 하나가 사적 배타적 보유권(the right of exclusive possession)이다. 이러한 사적 배타적 이용권을 박탈하는 경우에는 수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31)
재산에 대한 처분권(the right of disposition)도 배타적 보유권과 같은 정도로 재산권의 본질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정부의 규제가 배타적 처분권을 일부나 전부 침해하는 경우에는 재산권자는 충분히 규제적 수용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32) 재산에 대한 여러 가지 사용권(right to use his property)을 규제하는 정부의 규제 또한 규제적 수용의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정부의 환경이나 토지규제가 과도하여 재산권자의 재산 사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수용에 해당하게 되어 정당보상을 지급해야하는 경우가 된다.33)
연방수정헌법 제5조의 수용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property)에 동산(personal property)도 그 대상이 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1945년 판결에서 연방정부가 General Motors社가 보유하고 있는 창고에 대한 공용수용절차를 진행하던 도중 그 곳에 보관되어 있던 자동차부품들이 망실된 사건에 대해 손실보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34) 이 판결은 물리적 수용에 관한 판결이지만 수용의 대상에 자동차부품이라는 동산도 그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힌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2015년에 연방대법원은 과잉생산된 건포도에 대한 가격안정화 정책을 적용한 사건에 대해 건포도 또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규제적 수용의 대상이 되며 정부의 규제로 그 가치에 훼손이 온 경우에는 손실보상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다.35)
연방국가인 미국에서 연방수정헌법 제5조에서 규정하는 재산권(Property)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어 있지 않다. 수용(takings)의 주요대상이 되는 토지, 건물 등에 대한 부동산권(fee)의 구체적 내용은 해당부동산의 소재지의 州法(the State laws)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고 할 것이다. Stop the Beach Renourishment, Inc. v. Florida Dept. of Environmental Protection 판결36)에서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 주법을 적용하여 플로리다 해안에 인접한 재산권자들의 연해권(littoral rights)은 공용수용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property)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시한 것도 이러한 법리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수용대상 재산권(property)의 구체적 내용으로 개별 州法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고 다른 주의 법률이나 미국법의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법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공용수용으로부터 재산권 보호의 초석을 마련한 영국의 대헌장(Magna Carta)을 인용하여 재산권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37) 특히 수용대상의 재산권이 부동산권(fee)이 아닌 경우에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Ⅴ. 맺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3년 5월 25일 Tyler v. Hennepin County, Minnesota판결38)을 하여 재산세의 체납으로 인한 공매의 잉여금을 재산권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몰수하는 것을 수용(taking)에 해당한다는 법관전원일치로 판시하여 재산권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하였다. 해당판결의 원심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 연방제2심판결39)과 연방제1심판결을 다 같이 수용대상인 재산권(Property)의 구체적 범위를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재지의 州法(state law)인 Minnesota주의 법률을 적용하여 규제적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사실상 피해(the injury in facts)가 발생하지 않아서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시한 것40)과는 달리 관련 연방법과 영국의 대헌장(Magna Carta)을 인용하여 재산권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였다.
연방대법원은 2015년 과잉생산된 건포도와 관련된 사건이었던 Horne v. U.S. Dep’t of Agric.판결41)에서의 판시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두 사건의 판결문이 로버트 대법원장(C. J. Roberts)에 의한 작성되었다는 것과 수용대상의 대상이 토지·건물 등에 관한 부동산권(fee)이 아닌 교환가치 혹은 동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의 일부학자는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원래도 혼란스러운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의 법리에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42) 재산권자의 권리 보호에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적 수용론을 직접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국세징수법」등에서 세금체납으로 인한 공매에 잉여금이 있는 경우에는 재산권자에게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특별한 시사점을 찾을 수 없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세금체납으로 인한 공매절차와 근저당권자의 민사집행법상 경매절차를 대비하여 분석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헌법재판소의 국세징수법 제78조 제2항 후문 위헌제청 사건43)상 계약보증금의 국고귀속에 관한 분석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