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 요건에 관한 검토*:

김보라 *
Bora Kim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Associate Professor, Chonnam National University Lawschool

© Copyright 2025,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Dec 05, 2024; Revised: Jan 22, 2025; Accepted: Jan 25, 2025

Published Online: Jan 31, 2025

국문초록

이 글은 임대차계약 기간 중 임차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게 된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는 대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거액의 인도 합의금과 이사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합의가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상판결의 의미와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대상판결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려면, 해당 법률행위의 급부와 반대급부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법률행위로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면하게 된 불이익을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급부와 반대급부 확정에서는 민법 제104조에서 불공정성의 판단대상이 되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내용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로는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의 대가가 실질적으로 재산상 이익과 결부되어 있어 급부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여러 개의 계약이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로서 체결된 경우가 있다.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법률행위를 통해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면하게 되는 불이익은 위 법률행위를 통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과는 무관하고, 이를 상대방의 급부에 산입하면 위 불이익이 더 클 것을 고려하여 해당 법률행위에 이른 대부분의 경우 곧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계약 위반 행위의 불이익을 예상하고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급박한 곤궁 상태를 자초한 경우를 별도로 논하며, 이러한 상태를 궁박으로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른바 ‘자초한 곤궁’ 상태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궁박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존의 계약을 준수하지 않은 당사자를 오히려 법이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정보나 판단력, 협상력 등에서 곤궁을 자초한 당사자가 약자적 지위에 있지 않았던 경우에는 더욱 궁박 상태를 인정할 수 없어 이러한 점에서도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implications and legitimacy of a Supreme Court decision, which ruled that a lessor’s agreement to pay a lessee a substantial amount for delivery settlements and moving expenses, as compensation for the lessee’s delivery of the leased object to the lessor (who sold the leased object to a third party during the lease term), did not constitute an unfair juristic act under Article 104 of the Civil Act.

The ruling clarified that to determine whether there is a significant imbalance between performance and compensation, both must be explicitly established in advance. It further held that disadvantages avoided by a party claiming strained circumstances in a contractual relationship with a third party should not be considered part of the compensation for the other party. The determination of unfairness under Article 104 of the Civil Act should rely solely on the performance and compensation explicitly outlined in the juristic act in question. Anexceptional case exists where performance, in effect, serves as compensation tied to property gains, particularly when multiple contracts are executed as part of a single transaction. In such instances, the performance must be identified and confirmed as compensation under the juristic act. The Supreme Court’s decision is valid because the disadvantage avoided by the party claiming strained circumstances in its dealings with a third party is irrelevant to the other party’s gains under the juristic act. Considering that including such a disadvantage in the other party’s performance would typically fail to meet the objective requirements of an unfair juristic act, the ruling appropriately excluded it.

The decision also addressed situations involving "self-inflicted hardship," where a party anticipates and accepts a disadvantage arising from a breach of contract with the other party. The Court held that self-inflicted hardship should not easily qualify as strained circumstances. Recognizing such hardship as desperate could create scenarios where the law unjustly protects parties who fail to fulfill existing contracts in pursuit of economic gains. In cases where the party experiencing self-inflicted hardship does not lack information, judgment, or bargaining power relative to the other party, such hardship cannot be considered strained circumstances. This reasoning further supports the legitimacy of the Court’s conclusion.

Keywords: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4조; 폭리행위; 현저한 불균형; 궁박; 자초한 곤궁
Keywords: unfair juristic act; article 104 civil act; contract profiteering; significant contract imbalance; strained contractual circumstances; self-inflicted hardship law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2019. 6. 20. 피고로부터 서울 광진구 소재 2층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 중 101호(이하 ‘이 사건 임차목적물’이라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2,000만 원, 차임 월 60만 원, 임대차 기간 2019. 9. 20.부터 2021. 9. 19.까지로 임차하여 인도받은 뒤 전입신고를 마쳤다. 피고는 임대차 기간 중인 2020. 7. 8. 이 사건 주택 및 부지를 이와 인접한 3필지와 함께 매수하여 그 지상에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려고 하는 A회사에 이 사건 주택 및 부지를 15억 6,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매매계약에는 ‘피고가 다세대주택 신축을 위해 이 사건 주택의 임차인들을 퇴거시켜야 하고, 잔금 지급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위약금뿐 아니라, A회사가 위 매매계약과 함께 체결한, 합계 6억 8,400만 원 상당의 다른 부동산 매매계약의 위약금까지 모두 책임진다’는 내용의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었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불응하다가, 원고와 피고는 2020. 11. 26. 원고는 2020. 11. 28.까지 피고에게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고, 피고는 A회사로부터 매매대금 잔금을 수령하면 원고에게 인도 합의금 2억 원, 이사비용 500만 원에 임차보증금 2,000만 원을 더한 합계 2억 2,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3.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2020. 11. 27. 피고에게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였고, A회사는 2020. 11. 30. 피고에게 매매대금 잔금을 지급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임차보증금 2,000만 원 및 이사비용 5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2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1)

[소송의 경과]

1. 원·피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인도 합의금 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는 이로 인해 원고가 포기하는 임차권 가치가 약 500만 원에 불과한데 피고가 그 대가로 41배에 달하는 2억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원고의 급부와 피고의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A회사에 거액의 위약금을 부담하는 등 위험에 처한 피고의 경제적 궁박을 이용해 체결된 것으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2)

2. 항소심 법원의 판단(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0. 25. 선고 2022나20308 판결)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원고의 급부에는, 원고가 포기한 임차권의 가치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피고가 A회사에 부담할 위약금 6억 8,4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면하게 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보아, 원고의 급부와 피고의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하기 어렵고, 피고의 궁박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임차목적물의 인도가 이루어짐으로써 피고가 지급을 면하게 된 위약금 상당액을 원고의 급부에 포함시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나,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의 궁박 상태에서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에서 급부와 반대급부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를 의미하므로, 궁박 때문에 법률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결과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을 면하게 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불이익의 면제를 곧바로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를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한다면, 당사자가 그 불이익을 입는 것보다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반대급부를 이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아 그 법률행위를 한 대부분의 경우에 그 불이익을 포함한 급부의 객관적 가치가 반대급부의 객관적 가치를 초과하여, 그 이유만으로 당사자의 궁박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행위의 불공정성이 부정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이익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 차이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정도에 이르렀는지, 또는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을 뿐이다.

(2) 당사자가 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얻을 이익이 이로 인해 입을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여, 그 불이익의 발생을 예측하면서도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계약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그가 주장하는 급박한 곤궁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와 같이 그가 자초한 상태를 민법 제104조의 궁박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

Ⅰ. 들어가며

민법 제104조는 자기의 급부에 비해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통해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규율하여, 실체적으로 불공정성이 문제 되는 법률행위 중에서도 일방 당사자의 취약한 상태를 악용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객관적으로는 1)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할 것, 주관적으로는 2) 법률행위 당사자 일방이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을 것, 3) 상대방이 이를 알면서 이용할 것3)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법률행위의 내용과 절차가 모두 불공정한 경우에 한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화하는 것으로, 내용에 관해서는 급부 간 현저한 불균형을, 절차에 관해서는 궁박, 경솔, 무경험을 요구하고 있다.4)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합의에 관하여 불공정 법률행위의 성립 요건 중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주관적 요건으로서 피고의 궁박 상태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와 관련하여, 먼저 해당 법률행위의 급부와 반대급부를 무엇으로 확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법률행위의 결과 해당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을 면하게 된 경우, 이러한 불이익의 면제를 법률행위에서 정한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그리고 주관적 요건으로는 위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인지가 문제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당사자가 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얻을 이익이 그로 인해 입을 불이익이라고 판단하여 불이익의 발생을 예측하면서도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계약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급박한 곤궁 상태를 자초한 경우를 민법 제104조의 궁박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의미를 먼저 살펴본 후,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에 대해 검토하고, 주관적 요건으로서 당사자의 궁박에 대하여 살펴본 다음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Ⅱ.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의미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계약 자유의 원칙은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어떠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든 그 효력이 인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가 계약 체결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정보를 인지하고 그 기초 위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대등하게 상대방과 협상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5) 그러나 이러한 사적 자치의 원칙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경우, 우리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수정하는 제104조를 통해 약자적 지위에 있는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행한 법률행위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규율하고 있다.

민법 제104조는 불공정한 법률행위6)에 관하여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의용민법에는 없던 조항으로, 현행 민법 제정 시에 신설되어7)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8) 민법 제104조는 일반적으로 불공정하다고 평가되는 법률행위의 여러 유형 중에서 일정한 유형만을 규율하는 조항으로,9) 내용과 절차의 불공정성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행위가 객관적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훨씬 더 이익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더라도 대등한 지위에 있는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그러한 의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법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 또한 법률행위 당사자 간에는 경제력, 정보력, 협상력 등 여러 방면에서의 차이가 항상 존재하는데, 한 당사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적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행한 법률행위의 구속력으로부터 쉽게 해방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민법 제104조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으로 그 외에도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규제하는 규정으로, 민법에는 유질계약을 금지하는 제339조, 대물반환의 예약을 제한하는 제607조, 제608조,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제399조가 있고,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등 특별법에서도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러한 특별법들이 계약의 공정성을 구현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10) 이러한 법체계를 고려할 때, 불공정 법률행위에 관한 규율은 민법 제104조 뿐 아니라, 민법 제정 이후 제정된 각 특별법에서 규율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포괄하여 통일적인 시각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11) 한편 우리 민법은 또 다른 사적 자치의 원칙의 수정으로 제103조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수설과 판례는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한 유형으로 본다.12) 그에 따라 민법 제104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제103조 위반의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13)

민법 제104조의 실질적인 역할은 불공정 법률행위를 규제하는 특별법, 개별 규정을 통한 해결이 어려운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위 규정을 통해 법률행위가 효력이 부정되는 빈도는 시대적 상황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적 자치의 원칙, 계약 자유의 원칙을 수정하면서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정책적 표현으로서14) 민법 제104조는 제103조와 더불어 여전히 사회 정의와 형평의 실현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Ⅲ.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1. 급부와 반대급부의 확정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은 법률행위의 실체에 초점을 맞춘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핵심적인 징표로서,15)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과는 무관하여 객관적 요소로 분류된다.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균형성이 문제 되는 상황은 일반적으로 쌍무계약 또는 유상계약에서 발생하고,16)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법률행위의 급부와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확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매매계약에서 매매 목적물의 가치와 매매대금과 같이 계약 내용 자체로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와 반대급부가 명확히 특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히 급부와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급부를 기준으로 확정되어야 하고, 당사자들이 그 법률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내용대로 이행 또는 불이행되었을 때 법률행위의 당사자 외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급부와 반대급부를 확정하는 단계에서, 급부와 반대급부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은 주관적 요소에서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의 대가가, 표면상으로는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재산상 이익과 결부된 경우에는 각 가치를 비교할 대상이 되는 급부와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재산상의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될 뿐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 자체는 해당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쉽게 확인이 된다는 점에서, 주관적 요소에서 고려대상이 되는 위의 경우와는 구별된다. 당사자의 어떤 행위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대가적인 재산상 이익, 즉 반대급부에 해당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반대급부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있다.17) 가령 손해배상금에 관한 합의를 하면서 실제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에 합의를 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하는 경우, 그 합의는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의 대가로 합의금이 지급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합의금과 대가관계에 있는 것은 상대방이 합의금 지급으로 배상을 면하게 된 ‘실제 더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액’이 된다. 대법원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망한 직후 피해자의 처가 보험회사와 최소 금액 수준의 손해배상금을 수령하고, 이후 민형사상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합의를 한 사안에서, 위 부제소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18)

반면 대법원은 행정기관에 대한 진정 취하의 대가로 금전을 지급받기로 합의한 사안에서는 ‘진정 취하’가 청원권의 행사 및 그 철회에 해당하여 성질상 대가적인 재산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위 합의는 일방적 급부를 하는 무상행위로서 민법 제104조가 적용되지 않고, 대신 민법 제103조에 위반한 법률행위라고 판단하였다.19) 그러나 위의 부제소 합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진정으로 인하여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여받고 영업정지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있던 피고에게 원고의 ‘진정 취하’는 대가적인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20)

또한 민법 제104조에서 불공정성 판단대상이 되는 법률행위는, 일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거래 행위 전체를 의미하므로21) 여러 개의 계약이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로서 체결된 경우에도 계약 단위가 아닌, 거래 행위 전체를 기준으로 급부와 반대급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판례 사안 중에는 전체로서 하나의 주식거래약정이 기업인수계약서와 거래약정서라는 두 개의 서면으로 나누어 작성된 경우, 두 계약서를 아울러 주식거래약정 전체를 기준으로 삼아 쌍방의 급부를 파악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22) 하나의 계약에서도 일부 조항이 일방에게 현저히 유리한 내용으로 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항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다른 조항들까지 계약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급부와 반대급부를 파악하여야 한다.

2. 현저한 불균형 판단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하고, 현저한 불균형의 존재 여부는 당사자의 주관적 가치가 아닌 거래상의 ‘객관적 가치’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23)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가치는 단순히 산수적인 개념이 아니라 법률행위의 주위 사정을 고려한 가치를 의미한다.24)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는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25)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때에 그러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지에 관하여 일정한 표준이 있을 수 없다.26) 불균형의 현저성을 단일화된 수적, 양적 기준에 의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고 할 것이다. 과거 로마법에서부터 즐겨 이용되어왔던 절반가 내지 배액 등의 명백한 수적 기준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의도적으로 거부되고 있는데, 수적 기준의 명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회피의 문제를 방지하고, 개별적, 구체적 검토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27)

결국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개개의 구체적 사안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급부와 반대급부의 객관적 가치 등가성과 관계없이 주관적 의도에 의해 유효함을 원칙으로 하고, 민법 제104조는 일방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적자치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므로 이 때에도 거래의 관행을 존중해서 시대의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28) 우리 판례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지는 단순히 시가와의 차액 또는 시가와의 배율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있어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그 판단에 있어서는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의 정도가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29)

판례의 흐름은 대체로 가격이 시가의 2배 이상 또는 절반 이하일 때,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2배 정도 이상의 차이가 날 때부터 현저한 불균형이 문제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30) 결과적으로 객관적으로 현저한 불균형이 인정되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된 사안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간 수량적 비율의 불균형이 크지 않았던 사안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매매의 경우, 매매대금이 시가의 2분의 1인 경우,31) 약 2.62분의 1인 경우32)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된 사례가 있는 반면, 매매대금이 시가의 2배,33) 약 1.83배34)인 사안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인정되지 않기도 하였으며, 매매대금이 시가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사안35)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인정되기도 했다. 이는 주관적 요소를 갖춘 경우, 위와 같은 정도의 배율상 불균형으로도 민법 제104조에 의해 법률행위의 효력이 부정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참고하는데 의미가 있고,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배율로 확인된36) 수적, 양적 기준이 우리 판례의 일반적 기준이라고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급부 간 현저한 불균형을 판단함에 있어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추상적 표준이 될 것이고,37)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관계·상황과 이득의 크기를 중심적 요소로 하여 그 상관관계를 고려하되, 양당사자의 주관적 상태인 폭리자의 의도의 악성과 피해자의 의사의 억압을 부수적 요소로 하며, 행위의 반사회성이라는 요소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38)

한편 어떤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이행기가 아니라 ‘법률행위 시’라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다.39) 그에 따라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한 행위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여, 위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Ⅳ. 주관적 요건으로서 당사자의 ‘궁박’
1. 민법 제104조의 주관적 성립 요건
1) 주관적 성립 요건 일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가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을 요건으로 한다.40) ‘궁박’은 급박한 곤궁, ‘경솔’은 의사를 결정할 때 그 행위의 결과에 관하여 보통 사람이 베푸는 고려를 하지 않는 심리상태,41) ‘무경험’은 거래 일반에 관한 경험 및 지식의 부족을 의미한다.42)

이는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민법 및 특별법상의 다른 규정들에서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과 차이가 있다.43)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하다.44) 한편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에 명백히 포섭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 모두에 일정 부분 해당한다고 하거나 세 요소 모두를 명백히 포섭하는 경우에도 판례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45) 특히 경솔과 무경험은 구별되지 않고 함께 판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궁박의 경우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불공정성을 알면서도 궁박 상태로 인해 그 법률행위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는 반면 경솔과 무경험은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공정성을 아예 인식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46)

대리인에 의해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솔과 무경험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데 반해, 궁박은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47) 궁박으로 인한 법률행위를 하게 되는 인과관계는 대리인에게 있기보다는 본인에게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48) 또한 주관적 요소 중에서도 궁박은 법률행위 당사자인 본인의 속성이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사표시를 한 대리인의 의사표시 당시 심리상태나 경험부족이 문제되는 경솔, 무경험과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2) 폭리행위의 악의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과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함은 민법 제104조 규정으로부터 곧바로 도출된다. 그런데 폭리자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려는 의사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해왔다.

종래 판례는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49) ‘잘 알면서’,50) ‘편승하여’,51) ‘이용하여’52)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오다가, 현재는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면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여 피해 당사자의 상태를 인식할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로서 폭리행위의 악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53)

학설상으로는, 현재 판례의 입장과 같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주관적 성립 요건으로서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에 편승하여 그 상태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54) 단순히 피폭리자의 궁박 등의 상태를 알았다는 인식의 정도에서 더 나아가 ‘의식적으로 그러한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여 폭리를 취한 행위자의 주관적 심성에 대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을 불공정성의 평가기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다.55) 반면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려는 적극적 의사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그러한 상태에서 법률행위를 한다는 것은 인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상대방이 궁박 등의 상태에 있는 것을 인식하면서 과다한 이익을 탐낸다는 것은 우리의 도덕관념에 비추어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56) 또한 민법 제104조는 편승의도나 폭리행위의 인식 등 주관적 요건을 규정하지 않는데, 이러한 의도나 인식을 요구하면 입증책임을 지는 무효주장자가 이러한 사정을 증명하여 무효로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주관적 요건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주장되었다.57) 민법 제104조에서 폭리자의 악의나 이용의도를 요구하고 있지 않고, 민법 제정 당시 참고한 독일 민법, 스위스 채무법 등은 모두 폭리자의 이용을 요구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입법취지와 폭리행위의 악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안에 민법 제103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58) 법규정에 없는 폭리행위의 악의라는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여 민법 제104조의 적용 범위를 좁히는 것보다는 위 조항을 법률 문언대로 해석하여 폭리행위의 악의를 요건으로 둘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위 견해에 따르더라도 폭리자에게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나머지 성립 요건에 관한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2. ‘궁박’의 의미와 판단 기준

민법 제104조의 ‘궁박’은 ‘급박한 곤궁’ 내지 ‘벗어날 길이 없는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59) 경제적 존속의 위협을 받는 긴박한 곤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60) 통상적으로 경제적인 궁박을 의미하나 반드시 이에 한하는 것은 아니며, 물리적 궁박은 물론 명예의 침해와 같은 정신적 궁박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61)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법률행위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민법 제110조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궁박 상태는 상대방의 해악의 고지 등 강박행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고, 궁박 상태에서의 법률행위는 피폭리자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 의사결정 하에 의사표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62)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63)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관계, 피해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 당사자의 이익, 피해 당사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64) 반드시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스스로 궁박한 상태에 있음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와 상당한 관계에 있는 타인의 궁박으로 인하여 행해진 법률행위의 경우도 포함된다.65) ‘궁박’은 경제적 원인뿐 아니라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66) 경제적 원인에 의하거나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과 함께 경제적 원인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궁박은 전혀 재산이 없는 상태뿐 아니라, 그러한 법률행위를 하여야 할 급박한 경제적 필요가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67)

판례 사안 중에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 궁박이 인정된 대표적인 사안으로는, 당시 빚을 지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곤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민박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로부터 공사기간 동안 생활비와 자녀들의 학비 등을 보조하여 주는 대신 민박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신축하되 그 대지와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약정한 경우,68) 바로 다음 날까지 은행으로부터 자금대출을 받지 못하면 회사 재정이 파탄에 이를 위기에 직면해 상대방 회사의 요구에 따라 손해분담금 약정을 체결한 경우,69) 건물의 매도인이 건물철거소송의 패소확정에 의하여 건물을 철거당함으로써 생업을 중단하게 될 상태를 이용하여 매수인이 상고심 판결 선고 전 시가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건물을 매수한 경우70), 사실과 다른 내용의 고소에 의하여 구속된 상태에서, 시부모와 남편 및 본인까지도 병중에 있었고, 경영하던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자 고소인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고 채권채무관계를 정산하는 합의를 한 경우71) 등이 있다. 또한 이른바 ‘알박기’가 문제된 사안에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인 원고가 재건축사업부지에 포함된 토지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인 피고들과 과다한 매매대금으로 체결한 매매계약에 대해, 원고가 재건축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위 토지를 매수해야 했고, 위 토지를 매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계획승인이 취소될 상황에 처했으며, 원고로서 다른 대안이 없었던 사정 등을 이유로 원고의 궁박한 상태가 인정된 바 있다.72)

반면 전 소유자의 체납전기요금을 완불하여야 전기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알고서 공장을 매수하거나 경락받은 자가 한국전력공사와의 사이에 체납전기요금을 인수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73) 원고의 사위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상속받은 것이고 피고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이니 원고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원고가 반환소송을 제기하면 피고가 패소될 것이 분명하니 좋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말을 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74) 등에는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 궁박이 인정되지 않았다.

3. 객관적 요건과의 상관 작용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들은 상관적으로 작용한다. 즉,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불균형이 심각한 경우에는 궁박 등의 요건이 쉽게 충족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궁박 등에 관하여 좀 더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75) 결국 민법 제104조의 요건들은 단절되어 있다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76) 궁박 등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급부와 반대급부의 불균형이 아울러 고려될 수 있고, 불균형을 판단함에도 궁박 등을 고려하므로 양자는 동시에 고려할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77)

판례도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의 정도가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78) 그러나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는 않고,79) 각각의 요건이 모두 충족된 때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된다.

Ⅴ.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급부와 반대급부의 확정과 불균형의 현저성
1) 급부와 반대급부의 확정

대상판결의 핵심적인 쟁점은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객관적 가치를 비교할 이 사건 합의의 급부와 반대급부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임차보증금에 인도 합의금, 이사비용을 더한 합계 2억 2,500만 원의 약정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원심은 원고의 급부에, 임차권의 포기뿐 아니라 원고가 피고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피고가 A회사에 부담할 6억 8,400만 원 위약금 상당의 손해를 면하게 된 것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피고의 반대급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약정금 중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2억 500만 원이므로 원고의 급부의 객관적 가치가 피고의 반대급부의 객관적 가치보다 오히려 높아 피고의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급부와 반대급부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해당 법률행위의 급부와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대상판결이 그 취지를 참조한 판결로 인용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0다42075 판결은 객관적 가치의 비교대상이 되는 급부와 반대급부를 무엇으로 확정할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기업인수계약과 거래약정이 전체로서 하나의 주식양도계약이 성립된 것이므로 불균형 판단의 비교대상이 되는 쌍방의 급부는 기업인수계약과 거래약정을 아울러 전체로서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급부와 반대급부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궁박 때문에 법률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결과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을 면하게 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불이익의 면제를 곧바로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에 따라 이 사건 합의에서 원고의 급부는 ‘임차권을 포기하고 그 임대차 기간 만료 전에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인도하는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합의를 불이행할 경우 피고가 A회사에 부담하게 되는 위약금은 피고가 제3자인 A회사와 체결한 매매계약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원고의 급부 그 자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객관적 요소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교 대상이 되는 급부와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급부와 반대급부가 확정된 이후에 문제가 될,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원고의 급부를 파악하였다. 현저한 불균형은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따라 일반적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원고의 급부를 확정함에 있어 원,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실관계로서 피고가 A회사와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없는 상태의 주택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원고에게 퇴거를 요청하게 된 사정 등을 고려한 것이다. 먼저 확정되어야 할 급부와 반대급부는 민법 제104조에서 불공정성의 판단대상이 되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를 의미한다. 다만 그 예외적인 경우로서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의 대가가, 실질적으로 재산상 이익과 결부되어 있어 급부와 반대급부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여러 개의 계약이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로서 체결된 경우로서 거래 행위 전체를 기준으로 급부와 반대급부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합의는 피고가 A회사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위약금에 관한 내용을 원, 피고의 급부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는 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원고의 급부가 이루어짐으로써 피고가 A회사와의 관계에서 위약금의 지급을 면하게 된 것은 원고의 급부 자체에 포함되지 않고, 원고의 급부 이행에 따라 별개의 법률관계에서 후속적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2)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의 면제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궁박 때문에 법률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결과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을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한다면, “당사자가 그 불이익을 입는 것보다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반대급부를 이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아 그 법률행위를 한 대부분의 경우에 그 불이익을 포함한 급부의 객관적 가치가 반대급부의 객관적 가치를 초과하여, 그 이유만으로 당사자의 궁박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행위의 불공정성이 부정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임차인을 퇴거시키지 못한 피고는 A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위약금을 A회사에 지급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에서 궁박을 주장하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면하게 되는 위 위약금 상당의 불이익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가 얻게 되는 재산상 이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상대방의 급부에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별개의 법률관계에서 면하게 된 불이익이 산입되면, 원심의 판단처럼 상대방의 급부의 객관적 가치가 위 당사자의 급부의 객관적 가치를 오히려 초과하게 되어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객관적 성립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된다.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다소 과도한 급부를 하더라도 해당 법률행위를 행한 것은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을 불이익이 그 급부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위 불이익을 상대방의 급부에 포함시키게 되면, 상대방의 본래 급부 외에도 위 불이익이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급부를 이미 초과하고 있어,80) 궁박 등 주관적 요건을 살펴볼 필요 없이 객관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급박한 경제적 필요가 있는 궁박 상태에서 법률행위를 한 당사자를 민법 제104조를 통해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불이익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 차이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정도에 이르렀는지, 또는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였다.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위 당사자의 궁박의 정도와 해당 법률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데,81) 과도한 반대급부를 부담하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법률행위를 통해 면하게 된,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이 있는 사정과 그 불이익의 규모는 불균형의 현저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궁박 때문에 법률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결과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을 면하게 되는 경우 위 당사자는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발생할 불이익이 더 클 것을 예상하고, 위 불이익을 피하고 차라리 해당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급부 간 격차를 수용하고 그 법률행위에 자발적으로 이른 경우가 많을 것인데, 이러한 사정은 궁박한 상태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고려될 것이다.

3) 불균형의 현저성

결국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원고의 급부는 대항력 있는 임차권 포기와 임대차 기간 만료 전의 임차목적물 인도, 피고의 반대급부는 약정금이 된다.82)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임대차보증금과 월 차임의 액수, 잔여 임대차 기간, 피고가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의 사정이 없이 본인의 거주 목적 등으로 위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합의해지하려고 했을 경우 예상되는 합의금의 액수 등을 고려하면, 급부와 반대급부 각각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평가함에 있어 피고가 이 사건 합의를 통해 면하게 된 불이익을 고려하더라도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은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2. ‘궁박’ 상태와 이른바 ‘자초한 곤궁’의 문제
1) 불이익을 알고 이를 감수한 당사자의 궁박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얻을 이익이 이로 인해 입을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여 불이익의 발생을 예측하면서도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계약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급박한 곤궁 상태를 자초한 경우”에 대해 별도로 논하며, “이와 같이, 그가 자초한 상태를 민법 제104조의 궁박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본인에게 발생할 불이익을 미리 알고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이를 벗어날 길이 없는, 궁박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였고, 위 법률행위에 이르게 된 자발적 판단과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역시 불공정성이 문제되는 법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미리 알고 이를 기꺼이 감수했다는 점에서 궁박 상태를 인정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경우가 체납전기요금 인수약정의 불공정성이 문제된 사안이다.83) 대법원 1988. 4. 2. 선고 88다25 판결까지는 새로운 소유자의 궁박을 이용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례가 주류를 이루다가, 그 이후에는 새로운 소유자가 전 소유자의 체납사실과 그 체납료를 승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계약 체결시부터 알고 있으면서 이를 인수한 경우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아니라는 판례가 다수를 이루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건물 매수를 결정함에 있어 체납료승계를 미리 고려하였고, 인수약정이 새삼스럽게 새로운 소유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84)

이 사건 피고는 이 사건 합의 전 A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임대차기간이 남은 원고가 퇴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고에게 퇴거의 대가로서 합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사실, 원고가 끝내 퇴거에 불응할 경우에는 A회사에게 6억 8,400만 원 상당의 위약금 지불하게 되는 사실을 알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다소 과도한 약정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더 거액인 A회사와의 매매계약에서 입을 위약금 상당의 불이익을 피하겠다는 계산 하에 이 사건 합의를 통한 불이익은 기꺼이 감수할 생각으로 위 합의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경우를 벗어날 길이 없는, 경제적 궁박 상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의 자초한 곤궁 상태

대상판결은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고가 경제적 궁박 상태라고 주장하는 A회사에 대한 거액의 위약금 부담이 피고가 기존에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불이행하면서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앞서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얻을 이익(임차목적물의 매도를 통한 경제적 이익)이 이로 인해 입을 불이익(원고와의 합의를 통한 과도한 약정금 부담 등 임대차계약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경제적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여, 그 불이익 발생을 예측하고 감수하면서 A회사와 임차인을 퇴거시킬 의무를 포함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처럼 이른바 ‘자초한 곤궁’ 상태에 대해서는 궁박의 판단 요소들 가운데 특히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이 앞서 체결된 계약에 반하는 행위를 통해 그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초한 곤궁 상태를 쉽게 민법 제104조의 궁박으로 인정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약을 준수하지 않은 당사자가 감수하려고 했던 불이익까지 면하게 해주어 오히려 법이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대상판결의 판시처럼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등을 이용한 폭리행위 규제에 그 목적이 있는 민법 제104조에서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는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와 상대방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도 고려하여야 한다.85) 이 사건 피고는 임대인으로 일반적으로 임차인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약자로 취급되지 않고, 피고는 A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약 4개월 간에 걸쳐 원고의 임차목적물 인도 대가에 대한 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 A회사와 임차목적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이러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을 스스로 야기하여 미리 예견했던 피고가 위 합의에 필요한 정보나 판단력, 협상력 등의 측면에서 원고보다 취약한 지위에 있었다거나 실질적으로 자기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약자적 지위에 있지 않다면 그만큼 민법 제104조를 적용할 당위성도 줄어든다고 할 것이다.86)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의 궁박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런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Ⅵ. 맺으며

사적 자치의 원칙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경우, 우리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수정하는 제104조를 통해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주관적 요건으로서 당사자의 ‘궁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대상판결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객관적 가치를 비교·평가하기에 앞서 해당 법률행위의 급부와 반대급부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법률행위로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면하게 된 불이익을 상대방의 급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급부와 반대급부 확정에서는 민법 제104조에서 불공정성의 판단대상이 되는, 해당 법률행위에서 정한 내용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 예외적인 경우로는 법률행위에서 정한 급부의 대가가 실질적으로 재산상 이익과 결부되어 있어 급부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여러 개의 계약이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로서 체결된 경우가 있다.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법률행위를 통해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면하게 되는 불이익은 위 법률행위를 통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과는 무관하고, 위 불이익을 상대방의 급부에 산입하면 위 불이익이 더 클 것을 고려하여 해당 법률행위에 이른 대부분의 경우 곧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바, 원심과 달리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원고의 급부가 이루어짐으로써 피고가 A회사에 대한 위약금 지급을 면하게 된 것은 원고의 급부 자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계약 위반 행위의 불이익을 예상하고 이를 감수할 생각으로 계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급박한 곤궁 상태를 자초한 경우를 별도로 논하며, 이러한 상태를 궁박으로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른바 ‘자초한 곤궁’ 상태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쉽게 궁박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존의 계약을 준수하지 않은 당사자를 오히려 법이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경제적 지위나 정보력, 판단력, 협상력 등의 측면에서 약자적 지위에 있다고도 보기 어려워 궁박 상태를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Notes

* 이 글은 2024. 10. 25. 2024년도 3개 거점국립대 법학연구소(원)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공동학술대회에서 소중한 토론을 해주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지은 교수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근웅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1) 사실관계는 쟁점에 관한 논의에 필요한 범위에서 소개하였다.

2) 피고는 제1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12. 22. 선고 2021가단100565 판결)에서 민법 제110조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민법 제109조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한다고 주장하였고, 항소심에서 이 사건 합의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피고의 나머지 주장은 이 글에서 다루는 쟁점이 아니므로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

3) 판례는 이러한 ‘폭리행위의 악의’를 요건으로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하 Ⅳ. 1. 2)항 참조.

4) 곽윤직/김재형, 민법총칙(제9판), 박영사, 2023, 289-290면.

5) 권영준, “계약법의 사상적 기초와 그 시사점-자율과 후견의 관점에서”, 「저스티스」 통권 제124호, 한국법학원, 2011, 174면.

6)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폭리행위’라고도 표현된다(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0다291531 판결 등). 이에 대해 폭리행위라는 명칭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해 제한된 시각을 가지고 그 적용대상의 행위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견해가 있다(이은영,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에서 사적자치에 대한 규제”, 「법학연구」 통권 제52집,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 2017, 182면).

7) 독일 민법 제138조 제2항, 스위스 채무법 제21조, 중국 민법 제74조가 참조 입법례로 되어있는데(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 심의소위원회, 민법안심의록 상권, 1957, 70-71면 참조), 당시 독일 민법 제138조 제2항은 “특히 타인의 궁박, 경솔(이후 1976년 개정에서 ‘판단능력의 결여나 현저한 의지박약’으로 개정되었다), 무경험을 이용하여 어떠한 급부의 대가로 자기 또는 제3자에게 그 급부와 현저히 불균형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게 하거나 제공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스위스 채무법 제21조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궁박, 무경험 또는 경솔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위한 급부와 반대 급부 간의 명백한 불균형이 발생한 때에는 피해자는 1년의 기간 내에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선언하여 이미 급부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중국 민법 제74조는 “법률행위가 타인의 급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타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재산상의 급부를 하게 하고 또는 급부의 약정을 하게 한 것으로서 당시의 사정에 의하여 현저히 공평을 잃은 것인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의하여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또는 그 급부를 경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위 입법례들은 우리 민법 제104조와 달리, 모두 폭리자의 이용의도를 법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8) 2023년 출범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가 마련한 민법 개정안 제104조는 “당사자의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판단력 또는 경험의 부족,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이유서는 현행 민법 제104조의 기본적인 내용을 유지하되, 궁박을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경솔을 ‘판단력의 부족’으로 수정하는 등 표현을 다듬고 기존 판례가 해석상 인정하던 해의(害意) 요건을 반영한 것이라고(다만 현재의 문언으로도 그 해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현행범의 문언은 유지하였다) 개정 취지를 밝히고 있다(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계약법 개정이유서, 2024, 193-194면).

8) 한편 본조가 신설된 시대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사회·경제적 약자의 모습도 변화한 것을 감안하여, 계약당사자의 책임없는 교섭력, 정보력 부족 등 보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주장된다(박득배, “계약법리에 관한 일고찰(자기결정을 중심으로)”, 「법학논총」 제33권 제2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 293면).

9) 일반적인 의미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광의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계약의 체결과정에서 사기·협박이 있었던 경우, 독과점 등으로 경쟁질서가 교란된 상태에서 맺은 계약, 계약의 내용이 일방의 이익에 치우쳐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 등을 통들어서 말하고, 민법 제104조는 그 중 한 개의 유형만을 규율한, 협의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분류하기도 한다(이은영, 민법총칙(제5판), 박영사, 2009, 407-408면).

10) 편집대표 양창수, 민법주해(Ⅲ) 총칙(3) (제2판), 박영사, 2022(이하 ‘민법주해(Ⅲ) 총칙(3)’으로 약칭한다), 176면(권영준 집필부분).

11) 김재형, 민법론Ⅳ, 박영사, 2011, 142-143면.

12)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0면; 송덕수, 민법총칙(제4판), 박영사, 2018, 213면; 이영준, 민법총칙(개정증보판), 박영사, 2007, 269면; 이은영, 앞의 책(주 9), 408면, 대법원 1964. 5. 19. 선고 63다821 판결. 민법 제104조와 제103조를 그 요건 및 효과 면에서 별개로 이해하는 견해로는 고상용, 민법총칙(전정판), 법문사, 1999, 357-358면.

13) 민법 제104조 요건 중 일부를 갖추지 못한 경우로서 민법 제103조 위반의 법률행위로 무효로 본 사안으로는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금전 소비대차계약에서 현저하게 고율인 이자 약정),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당사자의 일방이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 주식 매매계약).

14) 고상용, 앞의 책(주 12), 367면.

15) 현대적 불공정한 법률행위론에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불균형이 있는 경우 뿐 아니라 의사형성 과정에서 상대방의 행위 태양의 악성, 즉 상대방이 비록 정가에 물건을 판 경우라도 상대방이 취약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비양심적 거래의 경우 등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윤태영/김민주, “취약한 계약당사자 보호를 위한 민법상 과제–능력 제한으로부터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의 전환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며”, 「민사법학」 제100호, 한국민사법학회, 2022, 249-250면).

16) 이와 관련해서는 증여와 같은 편무계약, 무상계약에 민법 제104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있다. 판례는 증여계약이나 기부행위와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으로(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52238 판결 등), 이에 대해서는 부담부 증여에서 부담이 과도한 때 등 편무·무상계약에도 적용된다는 견해(이영준, 앞의 책(주 12), 270면; 이은영, 앞의 책(주 9), 410면; 배성호,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재검토 소고”, 「인권과 정의」 제324호, 대한변호사협회, 2003, 5면). 독일 민법 등 다른 입법례와 달리 대가관계를 도출할 법문상 근거가 없는 우리 민법 제104조는, 불공정약관조항에 관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등 법체계의 통일성을 위해서도 쌍무계약이나 유상계약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2면)가 제기되고 있다.

17) 민법주해(Ⅲ) 총칙(3), 178-179면(권영준 집필부분).

18) 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이 사건에서는 객관적 요건으로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은 따로 문제로 되지 않고, 주관적 요건(궁박)만이 문제된 것으로 보인다(박 철,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 및 판단기준”, 「대법원판례해설」 제32호, 법원도서관, 1999, 16면). 그 외 손해배상금액에 관한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판단된 사례로는 대법원 1979. 4. 10. 선고 78다2457 판결;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1824 판결.

19)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

20) 민법주해(Ⅲ) 총칙(3), 179면(권영준 집필부분). 다만 급부와 반대급부 관계가 존재하더라도 급부의 재산상 이익을 평가할 수 없어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본 견해도 있다(이병준, “법률행위의 일반적 효력요건으로서의 사회적 타당성”, 「Jurist」 409호, 청림출판, 2006, 268-269면).

21) 송덕수, 앞의 책(주 12), 214면.

22)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0다42075 판결.

23)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24) 이영준, 앞의 책(주 12), 271면.

25) 양창수/김재형, 민법Ⅰ-계약법(제3판), 박영사, 2022, 724면.

26)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0면.

27) 성준호,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연구–주관적 요건론을 중심으로”, 「민사법학」 제55호, 2011, 477면.

28) 이은영, 앞의 논문(주 6), 183면.

29)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등.

30) 편집대표 김용덕, 주석민법(총칙 2) (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이하 ‘주석민법(총칙 2)’로 약칭한다), 512면(이동진 집필부분); 성준호, 앞의 논문(주 27), 477면; 이기용, “민법 제104조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 「비교사법」 제8권 제1호(상), 한국비교사법학회, 2001, 23면.

31) 대법원 1964. 12. 29. 선고 64다1188 판결(시가 40만 원 내지 50만 원); 대법원 1954. 12. 28. 선고 4287민상141 판결(시가 400만 원, 매매대금 200만 원).

32) 대법원 1979. 4. 10. 선고 79다275 판결(시가 7,000,000원, 매매대금 2,670,000원).

33)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0732 판결(시가 10,000,000원, 매매대금 5,000,000원).

34)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시가 600억 원, 매매대금 1,100억 원), 대법원 1984. 4. 10. 선고 81다239 판결(시가 2,196,800원, 매매대금 1,198,400원).

35) 대법원 1973. 5. 22. 선고 73다231 판결(시가 60만 원 상회, 매매대금 20만 원).

36) 대법원 1963. 3. 28. 선고 62다862 판결은 “시가의 1/3 정도의 헐한 값으로 매매가 된 경우도 30원짜리 물건을 10원에 매매한 때와 3억원짜리 물건을 1억원에 매매한 때와는 그에 대한 반사회성의 가치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37)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1면.

38) 고상용, 앞의 책(주 12), 364면.

39)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53683,53690 전원합의체 판결.

40)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존재 자체는 객관적 요건이고, 이에 편승 내지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데 대한 인식이 주관적 요건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이영준, 앞의 책(주 12), 273면).

41)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2면.

42) 주석민법(총칙 2), 521면(이동진 집필부분).

43) 이기용, 앞의 논문(주 30), 2면.

44)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학설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45)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1824 판결 등. 성준호, 앞의 논문(주 27), 483면.

46) 민법주해(Ⅲ) 총칙(3), 188면(권영준 집필부분).

47)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대법원 1972. 4. 25. 선고 71다2255 판결 등. 학설도 이러한 판례의 태도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3면; 이영준, 앞의 책(주 12), 277-278면; 이은영, 앞의 책(주 9), 416면 등).

48) 이은영, 앞의 책(주 9), 416면.

49) 대법원 1970. 11. 24. 선고 70다2065 판결.

50) 대법원 1979. 4. 10. 선고 79다275 판결.

51) 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30129 판결,

52) 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30129 판결.

53)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0다291531 판결;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다15784 판결; 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등.

54) 송덕수, 앞의 책(주 12), 219면.

55) 성준호, 앞의 논문(주 27), 486면.

56) 고상용, 앞의 책(주 12), 363-364면; 이영준, 앞의 책(주 12), 276면.

57) 이은영, 앞의 책(주 9). 415면.

58) 김재형, 앞의 책(주 11), 134-137면.

59)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대법원 1974. 2. 26. 선고 73다673 판결 등,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2면. 우리말에서 궁박은 ‘몹시 가난하여 구차함’, 곤궁은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함’을 뜻한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60) 고상용, 앞의 책(주 12), 361면.

61) 이은영, 앞의 책(주 9), 413면.

62)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효가 되는 경우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경우이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73715 판결 등).

63)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64)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위 판결은 형법상 부당이득죄에서 피해자의 궁박한 상태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577 판결을 참조 판결로 하고 있다.

65) 이영준, 앞의 책(주 12), 277면.

66)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등.

67) 주석민법(총칙 2), 516면(이동진 집필부분).

68)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8539, 94다18546 판결.

69)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다카171 판결.

70) 대법원 1973. 5. 22. 선고 73다231 판결.

71)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1506 판결. 정신적, 경제적 궁박이 인정된 사안이다.

72)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이 사건은 피고들에 대하여 부당이득죄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원고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피고들은 개발사업 전에 토지를 취득하였으나(이런 경우를 ‘버티기’라고 하여, 개발사업 후에 토지를 취득한 경우인 ‘알박기’와 구분하기도 한다), 원고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보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면서 궁박을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경우로서 부당이득죄 성립이 인정되었다(김성주, “이른바 ‘알박기’의 한 유형인 ‘버티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될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2011. 4. 28. 선고 2010다106702 판결”, 「대법원판례해설」 제87호, 법원도서관, 2011, 59-60면).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그 불공정성을 소송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합의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보았다.

73) 대법원 1991. 1. 11. 선고 90다8992 판결; 대법원 1990. 4. 24. 선고 89다카12282 판결; 대법원 1990. 3. 9. 선고 89다카19436 판결 등.

74)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0732 판결.

75)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주 4), 290면.

76) 민법주해(Ⅲ) 총칙(3), 184면(권영준 집필부분).

77) 우리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와 유사한 영미법상 비양심성(unconscionability) 법리에서도 절차적 요소와 실체적 요소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양명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사판례연구」Ⅷ, 민사판례연구회편, 박영사, 1986, 13-14면). 그러나 실체적 요소 또는 절차적 요소 중 하나만으로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계약이나 그 내용의 효력을 부인하는 등 대륙법계의 입법례와 달리 계약의 공정성 문제를 훨씬 더 유연하게 처리하고 있다(김재형, 위의 책(주 11), 143면).

78)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79) 대법원 1976. 4. 13. 선고 75다704 판결 등, 이영준, 앞의 책(주 12), 277면.

80) ‘상대방의 본래 급부 +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제3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입었을 불이익 > 궁박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반대급부’ 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81)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등. 송덕수, 앞의 책(주 12), 215면; 이은영, 앞의 책(주 9), 409면.

82) 대상판결에서 원고의 급부의 객관적 가치는 따로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원고는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임대차보증금 2,000만 원, 월 차임 60만 원에 임차하였고, 대항력을 확보하였으며, 이 사건 합의는 총 2년의 임대기간 중 10여개월을 남긴 시점에 이루어졌다. 가치의 비교 대상이 되는 피고의 약정금은 원고의 급부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부분, 즉 인도합의금과 이사비용 합계 2억 500만 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83) 주 73 참조.

84) 김종대, “전기요금을 체납한 공장을 매수한 사람이 한전과의 사이에 한 체납전기료 부담약정이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제13호, 법원도서관, 1991, 96-97면. 반면 새로운 소유자가 공장을 경락받을 당시 수도요금 체납사실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 후 지방자치단체가 그 체납사실을 알리고 단수조치를 하면서 체납요금을 납부할 때까지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여 부득이 체납된 수도요금을 납부한 사안에서는 궁박한 상태에서의 불공정행위로 인정되었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16669 판결). 결국 신 소유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체납요금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 수도 등을 공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궁박 상태에 대한 결론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주석민법(총칙 2), 519면(이동진 집필부분)].

85)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8다98006 판결 등.

86) 민법주해(Ⅲ) 총칙(3), 189면(권영준 집필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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