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 문제의 제기
우리 노동관계법제는 노사관계상 발생하는 각종 갈등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해결을 위하여 전문적·독립적 행정기구인 각급 노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등 노사간 다양한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노동쟁의의 조정·중재 서비스 등 종래 집단적 노사관계상 발생하는 노동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소하기 위한 전통적인 노동위원회제도의 조정기능에 부가된 심판기능의 영역이라고 하겠으나,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 노동위원회 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본래적인 노동쟁의조정의 역할·기능 보다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좀 더 빈번하게 활용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판정시 그 인정률 내지 구제율(인정률 + 화해율)의 비중이 상당히 저조하게 나타나는 상황1)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노동계의 강한 불만과 함께 우리나라 노동위원회제도가 그 존재 의미적 측면에서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노동법학계)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에는 노동위원회제도 도입의 본질(노사관계 행정의 객관성·신뢰성 제고)과 사회적 기대(눈높이)의 부조화가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2) 결국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의 인정을 어렵게 하는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 특히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병합하는 사건의 경우에 그 인정률이 극히 저조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노사관계의 안정 내지 바람직한 노사관계로의 회복을 조속히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정합적(現實整合的)인 구제제도의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지난 2022년 6월 초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이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한다.”라는 규정3)의 신설을 조속히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4) 최근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노동위원회법 및 노조법의 개정을 중심으로 종래 지적된 위와 같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노동분쟁의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취지에서, 최근 대통령의 대국민 간담회를 통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노동법원 도입론”에 따른 논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부각되고 있는 “수치(통계)에 의한 착시현상”5)의 극복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상황의 개선을 위한 대안 모색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실정법 조항의 미비(未備)에서부터 그나마 현재 존재하는 실정법령에 대한 해석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법6)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행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적극적인 법해석론의 전개를 비롯하여 입법정책적 대안모색을 병행하는 접근방법 역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아래에서는 논의의 쟁점을 부당노동행위 인정률(구제율)의 제고를 위한 법리적 분석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의 모색이라는 두가지 영역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제상황의 분석에서부터 출발하여 현행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법리적 분석과 이에 대한 학계 및 판례법리상 접근방법을 살펴본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법해석론 및 입법정책론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최근 많이 주목받고 있는 “대안적 노동분쟁 해결기법(ADR)”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안 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7)
Ⅱ. 부당노동행위 인정률(구제율)의 제고를 위한 법리적 분석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인정률 내지 구제율(인정률 + 화해율)의 비중이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래된 문제점이지만, 특히 더 주목할 부분은 부당노동행위 단독 사건의 인정률에 비해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가 병합된 사건의 경우에는 그 인정률(구제율)의 비중이 더욱 낮다는 점이다. 즉, 최근 3개년도를 비교해 볼 때,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병합사건의 경우에는 아래 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35.82%(2021년) → 33.51%(2022년) → 31.91%(2023년)로 집계된 부당해고 등 사건의 인정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고, 12.01%(2021년) → 15.94%(2022년) → 15.79%(2023년)로 나타난 부당노동행위 단독사건의 인정률과 비교해 보더라도 그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병합사건의 인정률(구제율)의 비중이 부당노동행위 단독 사건의 인정률에 비해서 더욱 낮은 원인에 대해서는 ①부당해고 등 사안에 치중된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심문이 집중되는 경향, ②신속한 사건처리라는 노동위원회의 기능적 명제에 따른 면밀한 조사의 한계, ③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의 입증책임이라는 형식논리와 절차에 대한 집착, ④심판위원회의 관대화 경향8) 등으로 분석9)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⑤부당해고 등과 관련된 분쟁이 노동조합원 내지 노조활동가와 연계된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병행하려는 노동계의 관성이 작용한 결과라는 추정10)과 함께, ⑥사용자측의 인사관리기법 내지 각종 노조활동에 대응하는 수단·전략의 고도화·전문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사간 화해로 사건이 종결처리된 경우를 보면 그 비율(권리구제에서 화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경우와 비교해 보아도 확연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부당노동행위 단독사건의 화해비율 보다는 확연히 높고,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의 화해비율 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아무래도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11)
현행 노동관계법은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위한 절차, 특히 입증책임12)의 부담 및 부당노동행위 성립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특별히 규율하고 있지 않으며13),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조직·운영에 관한 일반 법규인 노동위원회법의 각 조항 및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례법리 및 주류 학설에 기초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심문·판정에 관한 절차가 운영되고 있다고 하겠다. 먼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인용률(구제율)이 저조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입증책임의 부담·분배 문제에 관련된 법적 쟁점을 분석해 보자.
일반적으로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심판(소송)은 사인(私人)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상 권리·의무의 존부에 관한 다툼이므로 민사소송의 절차에 따르게 된다. 이에 따라 입증책임의 부담 및 분배에 대해서는 일반적 해석론인 “법규분류설” 또는 “사실분류설”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의 요건사실(해고 등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조치,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및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 등)은 그것을 주장하는 근로자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통설 및 판례는 “법률요건분류설”을 취함으로써 증명책임의 분배기준을 법규의 구조에서 찾고, 유리한 법률효과를 받는 자가 그 요건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해고 등 “사실” 자체에 대한 증명책임과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구분하여, 사실로서 발생한 해고(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 상태)에 대한 증명은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해고의 정당성(해고의 실체적 정당사유 및 신의칙상 절차적 정의 등)에 대한 증명은 사용자가 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14)
이에 관하여 우리 법원의 판례는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요건사실에 대한 주장 및 입증책임은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는 신청인 즉, 근로자(노조원) 또는 이를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부담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15) 이와 함께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는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위하여 필요한 요소로 파악하지만,16) 그 구체적인 내심의 의사의 존재는 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외형적 사실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하여 부당노동행위의사의 존부를 판단하되,17) 그 수준은 고의·과실을 필요로 하지는 않고 적극적인 목적·동기까지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18)
그러나 상당수 노동분쟁에서 인사·노무관리 내지 노사관계의 자료·증거 등은 사용자측에서 오랜기간 관리·확보·축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근로자측에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노동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직권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측이 그 입증책임을 다하기는 어렵고, 결국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신뢰성·공정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19) 또한 이러한 입증의 곤란함으로 인하여 실제로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인용률(구제율)이 여타 심판사건에 비하여 현저히 낮게 나타나면서, 구제제도의 이용률 자체까지 낮은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20)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종래 노동법학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사에 대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사용자에게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사용자의 내심의 부당노동행위의사는 사용자가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이 노조활동과 무관하다는 것을 사용자가 증명하는 것이 산업현장의 노동관계에 부합되는 점, 근로자나 노동조합으로서는 증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실질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 당사자주의가 지배하는 민사소송 일반에 관한 증명책임의 원리를 노동3권 보장 질서의 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신청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집단적 노사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은 점,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목적 및 증명책임 분배의 이념으로서의 정의(배분적 정의)와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21) 반면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 증명책임의 전환·경감의 문제는 구제제도와 연계된 형사처벌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검사의 증명책임을 피고인인 사용자에게 사실상 전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22)도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부당노동행위 인정률(구제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입법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현행 노동관계법의 해석을 통해서도 나름의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접근방법으로 입증책임의 부담과 관련하여 우리 판례와 통설이 취하고 있는 “법률요건분류설”이 증명책임의 분배기준을 “법규의 구조”에서 찾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종래 판례법리에서 부당해고 사건의 경우에는 해고의 “정당성 증명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입증책임의 전환 효과를 도모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바로 근기법 제23조 제1항이 “부정문”으로 구성되어 있음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 ∼ 할 수 없다”라는 부정문에 기초하여 사용자에게 해고라는 법률행위(일방적 의사표시)는 강행법규상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이 명백해졌고, 따라서 근로자는 “실정법상 금지된 해고가 감행되었다”라는 사실만을 증명함으로써 그가 부담해야 할 입증책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없이”의 반대해석에 따른 유일한 예외로서, 합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인 “해고의 정당성”을 반증해야만 강행법규 위반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해석구조가 노조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노조법 제81조 제1항 역시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不當勞動行爲”라 한다)를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여 4가지 유형의 부당노동행위(로 추정되는 행위)를 사용자에게 금지하고 있는 “부정문” 형식의 강행법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노동조합)은 자신(조합원)이 “해고 등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당하였다”라는 사실과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었다”라는 사실 및 이로 인해 정황상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증명하면 족하며, 그에 대응하여 불이익한 인사조치의 “정당한 사유, 절차 등”이 존재한다는 점을 사용자가 반증하지 못하면 강행법규 위반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부당노동행위가 형사처벌과 연계되는 측면과 관련하여 종래부터 노조법상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노동법학계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사인(私人) 사이의 노동력 활용 관계를 규율하는 노동관계에서의 정의 실현 및 이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실질적 구현과 형사처벌제도를 통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23) 더구나 “형사소추 과정에서 검사가 담당하게 될 입증책임을 노동위원회가 유사하게 부담한다”라는 접근방식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부정적인 입장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증명의 수준과 관련해서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의·과실 내지 목적·동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의 존재 여부와 무관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가장 주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가 병합하여 다투어지는 경우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살펴보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와 함께 근로자에 대한 불이이취급의 정당사유가 공존·경합하는 경우에 대해서, 학설상으로는 “부당노동행위 성립 긍정설(조건설 또는 인과관계설)”, “부당노동행위 성립 부정설(정당화 사유설)”, “결정적 이유설(결정적 원인(동기)설)” 및 “상당인과관계설” 등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종래 우리 노동법학계에서의 통설적인 입장은 상당인과관계설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특정 근로자에게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비위 등 해고의 정당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한 노조활동을 혐오하여 이를 저지·방해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의 존재가 확인되면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판례에서는 종래 결정적 이유(원인·동기)설의 입장이 주류인 것으로 이해된 바 있으나, 최근에는 부당노동행위 성립 부정설을 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즉, 구체적 판결문에서 “근로자의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실질적인 해고 사유로 한 것인지의 여부는” 등으로 설시함으로써 이른바 “결정적 원인설”에 따르는 것으로 이해되지만,24) “적법한 징계해고 사유가 있어 징계해고한 이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다 하여 그 사유만으로 징계해고가 징계권 남용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다”라고 설시하거나,25)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나 해고 등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지만 그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그 처분을 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사용자의 그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이 부당노동행위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섯불리 단정할 수 없다”라고 설시함으로써26) 결과적으로 “부당노동행위 성립 부정설”을 따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27)
이에 대하여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여 정당성을 획득한 경우에는, 비록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그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혐오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더라도 당해 해고사유가 단순히 표면상의 구실 또는 형식(명분)을 내세운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당해 해고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있다. 이에 따르면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입법 목적,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구제방법상 차이 그리고 더 나아가 개별적 근로관계법과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사용자의 개별적 근로관계법에 따른 정당한 권한의 행사까지 제한하기 위한 것이 될 수는 없고,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별적 근로관계법에 대한 우위를 인정하는 결과가 초래됨으로써 동일한 목적의 실현을 지향하는 법규범 상호간에 우열을 부여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의 주류적 판례는 타당하다는 것이다.28)
그러나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처분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부정하는 주류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르게 된다면, “개별적 근로관계법의 집단적 노사관계법에 대한 우위”를 인정함으로써 “법규범 상호간에 우열을 부여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즉, 민사법상 계약자유의 대원칙에 대해 근로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국가가 입법·행정을 통해 직접 개입·수정함으로써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설정·강행하는 개별적 근로관계법과,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형성한 단결체를 통해 사용자와 각종 쟁점을 협상·타결하는 집단적 자치(Collective laissez-faire)로써 노동3권의 구체적 실현을 보장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그 규율의 대상·방법 등에 있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한다는 노동관계법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측면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더 나아가 개별적 근로관계가 집단적 노사관계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개별적 근로관계의 발전이 역사적·논리적으로 집단적 노사관계 활동의 축적을 배경으로 이루어져 오는 “대승적 상호 보완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이해함이 타당할 것이다.29) 따라서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처분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방편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가 오·남용되어서도 곤란하겠지만, 반대로 노동3권을 침해한 불합리한 사용자의 언행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 사용자의 인사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무조건적 면죄부를 부여하는 결과 역시 타당한 접근방법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30)
또한 “부당노동행위제도를 그 입법 목적을 벗어나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자신에게 과해지는 정당한 처분에 대한 방어막의 역할까지 담당하도록 악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우려는 그 현실적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 종종 인용되고 있는 “권리남용금지의 법리”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의해 충분히 예방·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통상임금에 관한 판단기준을 새롭게 재정립하면서 노사간 통상임금 제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근로자의 추가 임금지급 청구를 부정한 갑을오토텍(주) 사건 판례31)와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 사이의 우선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함으로써 기업이 경영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였는지 아니면 근로자의 추가 임금지급 청구가 경영상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였는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는 시영운수(주) 사건 판례32)를 비롯하여, 단체협약상 고용안정(보장)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노조간부의 인사(징계)에 대한 합의·동의권의 포기·남용 여부와 관련된 다수의 대법원 판결례33) 및 노동조합의 전임운용권 행사에 따른 전임자 통지가 사용자의 인사명령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경우에는 법령의 규정 및 단체협약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 그 내재적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김포축산업협동조합 사건 판례34) 등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Ⅲ.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안 모색
먼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관한 「노동위원회법」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제2조(노동위원회의 소속) 제2항에서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장관 소속”으로 규정하면서, 제4조(노동위원회의 지위 등) 제1항에서 “노동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5조(회의의 구성 등) 제3항에서는 “심판위원회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의결·승인 및 인정 등과 관련된 사항을 처리”하며, 제16조의3(화해의 권고 등) 제1항에서 “노동위원회는 판정·명령 또는 결정이 있기 전까지 관계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또는 직권으로 화해를 권고하거나 화해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제22조(협조 요청 등) 제1항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사무집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관계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협조를 요청받은 관계 행정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하며, 제2항에서 “노동위원회는 관계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근로조건의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앞에서 살펴본 노조법상 관련 조항의 규정과 연계하여 함께 정리·요약하면, 노동위원회(심판위원회) 판정·구제명령·결정의 “행정처분”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재확인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특징 내지 장점으로서 제기되고 있는 유연성·기능성의 적극적인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노동위원회의 “판정”, “명령” 또는 “결정”과 대비되는 “화해” 제도의 긍정적 기능(분쟁해결의 실효성)과 함께 그 제도적 한계(시간적·구조적 제약)를 재인식함으로써, 화해의 성립을 위한 충분한 시간의 확보 및 제3자(전문가)의 조력·지원의 필요성 역시 부각되고 있다.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종래 노동법학계의 통설은 노동위원회의 법적 성격을 “준사법적 행정위원회”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동위원회가 기본적으로는 행정위원회(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지만, 사실상 법원(재판)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35)
그런데 노동위원회의 결정(구제명령)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과의 구분 여부와 관련하여 견해가 나뉘고 있다. 먼저 “구분하는 견해(구분론)”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심판업무)도 행정명령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됨으로써(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1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사법상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기능이 없어서 종국적인 분쟁해결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6) 이에 반해 “유사성을 인정하는 견해(유사성 인정론)”에서는 노동위원회의 심판업무는 신청인의 구제신청 등에 대하여 조사관의 조사 및 심판위원의 심문, 판정 등을 통하여 구제명령, 기각, 각하 등을 하는 “행정작용”이며, 단순히 어떤 분쟁에 대하여 법을 적용하여 그 적법성과 위법성, 권리관계를 확정하여 선언하는 “사법작용”과 구분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기초로 한 사실관계의 확정과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률을 적용하는 절차와 판단과정이 있다는 측면에서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법원에서의 심판은 “유사성”이 많은 것으로 이해한다.37) 이에 반해 “권리중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권리중재적 측면 고려론)”에서는 노동분쟁에서의 심판은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법상 요건이 정당성·부당성 등 다소 추상적 문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그 판단에 있어서는 실질적·구체적·종합적 고려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노동위원회 심판의 성격은 권리·의무관계를 판단하는 일반 민사재판과 많은 차이가 있고, 특히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 판정은 “권리중재로서의 측면”을 갖추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38)
이상 학계에서의 논의를 정리하면 먼저,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 역시 노사간에 발생한 분쟁을 행정적 수단을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문제해결의 최종적인 선택지를 노동분쟁의 당사자인 노사 양측에게 맡김으로써 노동분쟁의 “자주적 해결”이라는 우리 노동관계법의 기본원칙과 일맥상통하는 측면 역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의 내용을 법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된 판결례를 정리하면, 먼저 헌법재판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를 통한 신속·간명하고 경제적·탄력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39) 대법원에서는 다양한 부당노동행위의 유형 및 변화하는 노사관계에 따라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방법·내용도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및 합목적적 판단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40) 다만, 행정법규의 엄격한 해석·적용 및 행정처분의 지나친 확대·유추 해석을 경계하는 주문 역시 잊지 않고 있다.41)
이상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에서 제시한 판례법리를 정리하면 먼저, 행정기관 및 행정작용(기능)으로서의 특징 내지 장점(신속성, 간명함, 경제성, 탄력성 등)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할 것이다. 둘째, 전문적·합목적적 판단의 필요성과 개별 사건에 따른 다양하고 실효적인 구제명령을 적극적으로 내려야 할 것이다. 다만, 근거 법령의 엄격한 해석(확대·유추 해석 금지), 적용 및 노동관계 당사자간 이해관계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고려·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노동분쟁 해결제도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선결작업으로서 각급 노동위원회를 찾고 있는 노동분쟁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성향을 분석하면, 종래 우리 산업사회에서 존재하던 “관주도적 사회”42)의 특성이 잔재(殘在)하고 있는 가운데 공권력(노동행정)에 대한 불신과 의존성이 혼재(混在)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분쟁의 해결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에 대한 각종 구제신청 건수에 비례해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불복하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의 요구 역시 별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으며, 특히 노동위원회를 통한 “화해적 해결”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노사 모두의 일정한 편견(거부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43) 아울러 최근 우리 사회 각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법화(司法化, Legalization)”44) 경향에 따라 노동관계에서도 이러한 사법화 경향이 증대되고 있다. 즉, 노사 모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안의 노동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노동위원회 내지 법원 등의 유권해석기관을 통한 “제3자의 판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노동분쟁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입장(견해)을 신뢰·경청해 줄 수 있는 노동분쟁 해결사(안내자)의 필요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재 산업사회에서 존재하는 노동운동 내지 노동조합 자체의 위기로서 “근로자대표성의 저하”와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사회양극화 현상에 따라 점차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고 있는 “노동약자(취약계층)”와 “한계(중소·영세)기업”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여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의 신속성, 경제성 및 분쟁해결의 실효성이 제고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대안적 노동분쟁 해결제도에서의 “착안점”을 먼저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장 먼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적 노동분쟁 해결기법(ADR)의 덕목은 “경청(傾聽)”의 중요성이다. 즉, 노동분쟁 상황이 갖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분쟁 당사자들의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노동분쟁의 해결 가능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분쟁조정인은 노동분쟁의 양측 당사자들에게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고, 그 스스로도 경청 및 이를 통한 신뢰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신뢰관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노동관계 법률 지식·정보”의 필요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노동분쟁의 사전 예방 및 이미 발생한 노동분쟁의 해결 가능성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급 노동위원회의 위상이 “법리적 쟁점의 시험대” 내지 “판례법리의 전달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바람직한(신뢰할 수 있는) 노동분쟁 해결자로서 자리잡아 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객관성을 확보한 전문적인 제3자”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현재 일부 의심받고 있는 노동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의 노동문제 전문가집단(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제3자들은 노동위원회의 입장(시각)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균형추”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45)
이상을 종합하여 부당노동행위 사건 판정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집단적 노사관계 분쟁의 조정기능 등의 대안을 모색한다면 먼저, 각종 노동분쟁에서 객관적인 사실관계의 파악을 위한 “조사관 현장조사”를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필수절차”로 확립할 필요가 크다. 즉, 노동분쟁 당사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신중하게 경청함으로써 그들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부당노동행위 관련 노사갈등의 실효적 해결 가능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 사건 전담조사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심판사건의 배정시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처리시간을 연장(최소 2시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당일에는 여타 사건의 배정을 제한·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전문적인 노동관계 법령·판례 정보의 구축 및 보급이 요구되고 있다. 즉, 노사관계의 산업현장 내지 노동분쟁의 당사자들에게 정확하고 체계적인 노동관계 지식·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46) 특히 부당노동행위 관련 분쟁에 대한 판정(구제명령)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확립된 판례법리 및 학계의 통설에 기초함으로써 노동위원회의 결정(명령)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법리적 쟁점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학습(전원회의 등)을 통해 법원(사법기구)에 버금가는 전문성·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노동위원회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집단(기구)47)을 조성·지원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부당노동행위 사건과 관련된 상담·자문 기능 및 필요시 분쟁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가 인정(승인)하는 전문가양성(수련) 과정의 개발·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계·경영계의 적극적인 동참·교류를 유도하는 동시에 그 활동·성과에 대한 의견을 조회함으로써 보다 나은 제도개선의 대안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관련 법·제도의 개선방안으로 가장 먼저 상정할 수 있는 대안은 서두에서 언급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적 접근방법 즉,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명문의 노동관계법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지만 현행법 아래에서도 입증방식의 개선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한가지 방안으로 일본 노동위원회가 채택하고 있는 “대량관찰방식”을 도입하자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차별이 다투어지는 경우에 일정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과 사용자의 차별의사의 존재가 입증되면 그 격차가 사용자의 차별적 사정(査定)에 의하여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사용자측에서 그 격차가 근로자의 능력·업적의 차이나 비위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등 합리적 사유를 입증하지 않는 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서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965 판결48)을 소개하고 있는데, 1) 동일·유사한 조건에 있는 비조합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만 해고한 사실과, 2) 간접사실에 의한 추정으로 입증될 수 있는 사용자의 불이익취급(차별) 의사가 입증되면, 사용자가 불이익취급(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인사고과에 의해 합리적인 결과라는 점을 입증하지 않는 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49)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견해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대량관찰방식 역시 “비교 대상인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대부분 사용자의 수중에 있고 이를 제출토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수단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담하게 되는 입증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50)
한편 앞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구제절차와 관련하여 노동위원회의 심판기능에 화해·조정 등 집단적 노동쟁의 조정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분쟁해결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러한 접근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종래 노동관계상 분쟁을 이른바 “권리분쟁”과 “이익분쟁”으로 엄격하게 2분화하고, 이를 단체교섭의 대상사항 및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기준, 더 나아가 노동쟁의 조정(중재) 서비스의 대상사항 포함 여부 등 노동분쟁 해결제도의 운용에서 철저하게 견지하였던 종래 일부 노동법학계의 입장 및 노동행정 실무에서의 관행을 수정하는 방안이 시급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현행 노조법 제2조 제5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음을 근거로 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사항, 쟁의행위의 목적상 정당성 범위 및 노동쟁의 조정(調整)의 범위를 “이익분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구조를 극복함으로써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 “권리분쟁”에 대한 심판절차로 다양한 분쟁조정 기법을 유연하게 확대할 수 있다면 제도운영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리적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입법정책적으로 노조법 제2조 제5호의 노동쟁의의 정의에서 “결정”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1997년 이전 구 노조법 체제로 회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의 심판 결과로 내려진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는 “이행강제금제도를 확대”하여 부당노동행위 및 교섭창구단일화 등 집단적 노사관계상 분쟁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할 것을 제안하는 견해51)가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노사분쟁 해결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그 기본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용자에게 지워지는 금전적 부담이라는 강제수단을 활용하여 개별적 근로관계 분쟁을 간이·신속하게 해결하려는 이행강제금제도의 기본구상이 집단적 노사관계 분쟁의 해결방안으로도 적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즉, 이행강제금제도는 부당해고 등 개별적 근로관계 분쟁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분쟁 당사자가 소수이고 사실관계도 비교적 단순하여 “간이·신속한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하는 경우에 활용될 수 있겠지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 집단적 노사관계 분쟁과 같이 분쟁 당사자의 숫자가 많고 사안 자체도 입체적·중층적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는 경우에는 소기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오히려 1997년 이후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하나로 도입되어 있음에도 그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긴급이행명령제도52)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동 제도는 사용자가 관할법원(서울행정법원, 대전지법 행정부)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소의 대상이 되는 중앙노동위원회 구제명령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행할 것을 강제하는 명령(결정 형식)이며,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당해 결정의 취소도 가능하여 사법부의 판단을 통한 보다 신중한 접근방식이라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노조법 벌칙 제95조가 규정하고 있는 과태료의 수준이 현실적인 강제력을 사용자측에게 발휘하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조치가 시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노동분쟁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해결을 통해 노사 당사자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위원회가 되기 위해 그 독립성·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함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창구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필자도 앞에서 이와 유사한 취지에서 부당노동행위 전담조사관 제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처리시간 연장 등을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종래 노조법 제82조 제2항에서 구제신청 기한 즉, 제척(除斥)기간을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계속되는 행위는 그 종료일)로부터 3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서 지나치게 짧은 구제신청 기간으로 인해 부당노동행위 구제 및 노동분쟁 해결의 실효성이 제약되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물론, 신속·간이한 행정적 구제절차로서의 기능을 확보함으로써 노사관계의 안정을 유도하면서 노동위원회의 지나친 업무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판단의 결과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53) 미국의 전국노사관계법(NLRA) §10 (b)가 “6개월”을, 일본의 勞働組合法 제27조 제2항이 “1년”으로 제척기간을 설정하고 있음을 비교법적으로 고려해 볼 때 조속하게 입법적 보완이 이루어짐으로써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로서의 운영이 요구된다 하겠다.
Ⅳ. 맺으며
이상 살펴본 바를 간략히 정리하면, 종래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인정률 내지 구제율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논의가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의 분배·전환 논의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그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키는 내용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노동법학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해석되는 대법원 판례법리를 비판하는 견해가 다수 제기된 바 있으나, 관련 법규의 구조가 “부정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 착안하면 부당해고의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대법원 판례법리와 동일하게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도 그 증명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노동관계법상 형사처벌조항의 존재와 부당노동행위 성립은 논리적으로 연계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근로자 보호라는 개별적 근로관계의 규율 법리가 집단적 자치(Collective laissez-faire)를 통해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특성에 우위성을 가질 수도 없고, “권리남용금지의 법리”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오·남용 가능성도 충분히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동위원회(심판위원회)의 판정·구제명령·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가지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가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노동분쟁의 “자주적 해결”을 도모하는 측면이 있음을 감안할 때 신속·간명한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현실정합적 내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노사분쟁에서 “경청”을 통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안적 노동분쟁 해결제도(ADR)를 활용하는 방안의 모색이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객관성·공정성을 제고하는 구체적 개선방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노동관계법의 해석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입법정책적 대안들도 적극적으로 고려함으로써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로서의 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위원회법 및 노조법 개정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54) 그러나 이외에도 중·장기적 과제로서 노동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전문적 절차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마련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향후 노동법원 도입논의와 함께 “노동분쟁처리절차법(가칭)”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끝으로 다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자면, 포괄적 서비스개념으로서의 “행정55)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노동분쟁 당사자 사이의 “협상” 내지 “적극적 의사소통”을 위한 창구(Communication channel)로서 각급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수행될 필요성이 다시 재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사의 자주적인 대화·타협을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이탈리아의 「필수공공서비스이행보장위원회(Commissione di garanzia dell'- attuazione della legge sullo sciopero nei servizi pubblici essenziali)」 운영사례56)에서의 교훈을 참조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