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후보자비방죄’라는 표제 하에 선거에서의 당선 내지 낙선과 관련된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방법으로 후보자 등에 대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할 경우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동조 본문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1),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동시에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통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2)
후보자비방죄는 ‘허위사실 공표죄’라는 표제 하에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율되어 있는 구성요건과 더불어 선거와 관련된 일정한 사실의 표현 행위를 규제하는 제재에 해당한다.3) 양자는 공통적으로 선거와 관련된 일정한 표현 내용을 제한하는데,4) 후보자비방죄의 경우에는 표현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여부를 불문하는 데 반하여 허위사실공표죄는 반드시 ‘허위’의 사실 표현을 대상으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고 분석된다.5) 그런데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하여서는 최근 비교적 다수의 선행연구가 발표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6) 후보자비방죄와 관련하여서는 이를 주된 소재로 다루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7)
다만 선거(운동) 실무에서 후보자비방죄의 성립 여부에 관해서는 - 허위사실공표죄 못지 않게 - 치열한 다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8) 특히 헌법재판소에서는 후보자비방죄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 크게 세 차례에 걸쳐서 판단한 바 있다.9) 특히 최근 선고된 헌재 2024. 6. 27. 2023헌바78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약칭함)에서는 기존의 선례(헌재 2013. 6. 27. 2011헌바75 결정, 이하 ‘이 사건 선례 결정’이라고 약칭함)를 변경하여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내용 가운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사건 결정 및 이 사건 선례 결정, 그리고 후보자비방죄의 내용 가운데 ‘후보자’에 관한 부분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설시한 헌재 2010. 11. 25. 2010헌바53 결정(이하 ‘이 사건 관련 결정’이라고 약칭함)에서는 모두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대립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 일정 부분 논쟁의 소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하에서는 후보자비방죄의 위헌 여부와 관련된 내용을 이 사건 결정의 내용을 주된 소재로 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만 해당 조항의 내용 전반에 관한 일반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주로 이 사건 결정의 법정의견 및 반대의견의 설시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특히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대립한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그 중에서도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판단에 초점을 두어, 먼저 후보자비방죄와 관련하여 판시한 이 사건 결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후(Ⅱ. 항목), 후보자비방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전제되는 내용을 개관하고(Ⅲ. 1. 항목), 본격적으로 특히 진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부분에 주목하여 해당 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검토한 다음(Ⅲ. 2. 항목), 논의를 정리하면서 향후에 해당 조항이 개정될 경우에 그 방향에 관한 시사점을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Ⅲ. 3. 항목).
Ⅱ. 이 사건 결정의 후보자비방죄 부분에 대한 요지10)
이 사건 결정의 당사자인 청구인은 2018. 6. 13.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OO당 OO구청장 후보자로 출마하였다가 낙선한 사람이다. 청구인은 2018. 4. 22. 및 같은 해 5. 6. □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A와 같은 날 실시된 OO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B가 각각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A와 B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함과 동시에 비방하였다는 범죄사실11)로 기소되어 2019. 9. 27. 제1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 위 1심법원 판결을 직권파기하면서도 청구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2022. 6. 23. 청구인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상고심 계속 중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및 동법 제25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2023. 2. 2.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자, 2023. 3.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이른바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와 후보자비방죄(동법 제251조) 전부를 대상으로 위헌 여부 판단을 구했으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된 부분은 위 각각의 구성요건 가운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행위 내지 후보자 비방행위에 한정된 것이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하였다.12) 아울러 앞서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글의 주된 논의 대상은 ‘후보자비방죄’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라는 점을 감안하여, 이하에서는 해당 심판대상(이하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내용 가운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관한 부분만을 가리킬 때에는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라고 약칭하였다)과 관련된 부분만을 정리하였다.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고,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제한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아울러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 외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비방 뿐 아니라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방 또한 처벌하고 있고, 비방행위의 시기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비방의 주체 또한 후보자나 선거사무관계자로 한정하지 않아 일반 유권자나 언론도 그 주체가 된다. 그런데 통상 선거는 유권자를 상대로 후보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므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직 적합성에 관한 부정적 사실을 지적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히 그를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행위로서의 비방13)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방이 허위사실에 해당할 경우에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따라서 처벌하면 되고, 진실한 사실이거나 허위사실로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한 것이라면 이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이에 대하여 반박을 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게 하여야 하므로 이를 공직선거법에서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다. 특히 적시한 사실이 허위가 아닌 사실의 경우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이므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면 그 가벌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 독일, 미국의 해외 입법례를 살펴 보아도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과 같이 진실한 사실적시에 의한 후보자 비방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발견할 수 없고,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표현행위로 인해 수사 및 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진실한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의 성격이 있다면, 사생활에 대한 비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1항의 금지규정에 대응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사실적시 비방행위’를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아닌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게 되면,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나 그로 인한 비용반환, 나아가 공무담임에 대한 제한 등 공직선거법으로 정한 제반 특별 규정들14)이 적용되지 않음으로 인해 처벌의 공백이나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 조항들이 적용되게 되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사실적시 비방행위를 일반인에 대한 시실 적시 명예훼손행위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여 스스로 공론의 장에 뛰어든 이의 명예를 일반인의 명예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상대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나 언론도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의 주체가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선거범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부분은 법집행기관이 선거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규정에 해당할 뿐,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 자체의 위헌성과 본질적으로 관련된다고 볼 수 없고,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만 처벌하게 되더라도 선거결과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사와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형사처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폐지된다고 하여 공직선거 후보자가 상대방에 대한 비방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거나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운동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극심한 중상모략, 인신공격,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과거의 선거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에 따라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의사를 객관적으로 표출한 자들에 대한 비방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적절한 제한에 해당한다.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기술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당 부분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인터넷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편향적인 정보취득과 편견 강화 등으로 인해 선거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에 비하여 중한 처벌을 규정한 대신,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규정한다거나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처벌 범위를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중상모략 내지 인신공격, 흑색선전에 불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명예 및 선거 공정성 보장의 정도나, 그 반대 측면에서 위축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제한 정도는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법집행기관 및 선거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구현할 수 있다.
법정의견은 사실적시 비방행위의 경우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에 관한 각종 절차상 특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관련된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법정의견도 처벌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사생활을 비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는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나 그로 인한 비용반환, 나아가 공무담임에 대한 제한 등 공직선거법으로 정한 제반 특별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될 경우, 공직선거의 후보자로서는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비방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일종의 유인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Ⅲ. 평석
공직선거법 제251조에 규정된 후보자비방죄는 누구든지(주체)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16)나 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이하 ‘후보자 등’으로 약칭)에 대하여(객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경우(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때 주관적 요건으로 위와 같은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에 대한 고의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요구된다. 더하여 동조 단서는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비방죄의 입법목적 내지는 보호법익과 관련하여,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비방의 객체가 되는 이들의 인격 내지는 명예보호와 사전선거운동 제한이라는 규제의 취지 등을 언급함과 동시에, 후보자비방죄가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판단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재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17) 보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관련 결정에서는 후보자 등에 대한 비방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후보자 등에 대한 중상모략과 인신공격, 흑색선전 행위를 억제하는”18) 수단으로 기능함을 밝히고 있다.19) 구체적으로 중상모략(中傷謀略)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를 쓰는 등으로 근거 없는 말을 해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켜 해롭게 함’을, 흑색선전(黑色宣傳)은 ‘근거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어 상대편을 모략하고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하는 선전’을, 인신공격(人身攻擊)은 다른 사람의 신상에 관한 사실을 들어 비난함을 각각 의미한다.20)
후보자비방죄가 선거법제에 처음 등장했던 것은 1963. 1. 16. 법률 제1256호로 폐지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 제71조 제1항 및 제162조 제1항과 1963. 2. 1. 법률 제1262호로 제정된 대통령선거법 제61조 제1항 및 제149조였던 것으로 확인된다.21) 이는 허위사실공표죄의 모태가 된 규제는 1950. 4. 12. 법률 제121호로 폐지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 제109조22)에서 등장하는 것보다 10여 년 정도 늦은 것이다.23)
비교법적으로 볼 때, 후보자 등에 대한 비방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발견되지 않는 국가들도 다수 존재하고.24) 이와 같은 행위태양을 제재하는 국가들의 경우에도 주로 허위인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행위에 대한 가벌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25) 이 사건 결정에서 “진실한 사실 적시에 의한 후보자 비방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발견할 수 없다.”26)라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후보자비방죄의 현황과 관련하여, 최근 5년간 이른바 선거사범으로서의 ‘흑색선전’은 2018년 1,485건(34.1%27)), 2019년 183건(13.4%), 2020년 829건(26.2%), 2021년 507건(40.8%), 2022년 1,700건(29.1%)이 각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8)
후보자비방죄의 주체는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문언상 별도의 제한이 없다. 객체로서의 ‘후보자 등’은 “특정선거에 관하여 관할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등록을 마친 자(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를 의미한다.29) 행위를 하는 데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이 규정되어 있는데, ‘기타의 방법’이라는 표현이 함의하는 바와 같이 특정한 방법을 활용함에 구애받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후보자비방죄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것이다. 이때의 사실은 허위의 사실인지, 아니면 진실인 사실인지를 불문한다. 앞서 후보자비방죄의 보호법익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살펴 보았던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은 전자에, ‘인신공격’은 후자에 각각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30) ‘비방’이란 “(사회생활에서 존중되는 모든 것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31)으로, 후보자비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가 단순한 사실의 적시에서 나아가 객관적으로 비방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32) 이와 같은 비방행위에 대한 일종의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목적’ 내지는 ‘경향’ 또한 요구된다고 분석된다.33) 나아가 후보자비방죄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 동죄의 고의와 더불어 문언상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요구하는 목적범에 해당한다.34)
한편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는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먼저 ‘진실한 사실’과 관련하여 후보자비방죄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35) 대법원은 이때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 사실의 적시인 경우에는 진실한 사실로 인정된다고 한다.36) 다음으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반드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보다 우월한 동기가 된 것은 아니더라도 양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양자 간에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37)
한편 후보자비방죄가 성립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다만 후보자비방죄의 과형과 관련하여서는 이와 같은 처벌 조항에 더하여 공직선거법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특칙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① 후보자지방죄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면 당선되더라도 그 당선이 무효가 되고(동법 제264조), ② 일정 기간 동안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상실하며(동법 제18조 제1항 제3호 및 제19조 제1호), ③ 반환받은 기탁금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동법 제265조의2, 이상의 내용을 이하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실체법적 특칙’으로 약칭한다).
다음으로 후보자비방죄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른바 선거범에 대한 수사 및 공판 절차와 관련하여서도 여러 특칙들이 적용된다. 이를테면 ① 신속·공정한 단속·수사가 강조되고(동법 제9조 제2항), ② 선거일 후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가 적용되며(동법 제268조 제1항 본문), ③ 재판기간의 경우 제1심은 공소제기시부터 6월 이내,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 판결 선고시부터 각각 3월 이내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동법 제270조, 이상의 내용을 이하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절차법적 특칙’이라고 약칭하고, 이를 앞서의 실체법적 특칙과 한데 언급할 때에는 ‘공직선거법상 특칙’이라고 약칭한다). 이와 같은 공직선거법상 특칙은 전반적으로 선거의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38)
후보자비방죄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39))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40)에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과 상당 부분 겹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1) 아울러 허위인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하는 경우(이하에서는 이를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라고 약칭하고, 반대로 진실인 사실이거나 허위로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하는 경우는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로 약칭한다)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사실공표죄와의 중복 여부 또한 논의될 여지가 있다.42) ‘정보통신망’이라는 환경을 전제로 적용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경우를 제외하고,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를 구별하여 이들 구성요건들을 비교하여 개략적으로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43)
후보자비방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 사이에는 상상적 경합이 성립하고,44)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또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분석된다.45) 이는 이들 구성요건들의 보호법익이 각각 상이하다는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구체적인 구성요건의 내용 등을 검토할 경우,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경우에는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일종의 특별법으로,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경우에는 형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특히 허위사실공표죄의 일종의 특별법으로 기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항목을 바꾸어 논의한다.
먼저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와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살펴보면, 양자의 구성요건 가운데 행위주체에 제한이 없는 점 및 행위태양으로서 공연한 사실의 적시가 요구된다는 점,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 공연한 사실의 적시에 대한 고의가 요구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음으로 범죄의 객체와 관련하여서는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는 별도의 제한이 존재하지 않고,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당선 또는 낙선과 관련된 목적이 따로 요구되지 않으므로46) 이로 인해 두 죄책 사이에 포함 관계가 성립하는 데 별도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후자의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체적인 실행행위로 ‘명예훼손행위’가 요구되고, 이는 ‘비방행위’와 구별되는 것은 아닌지가 논의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결과범이 아니라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 내지는 거동범으로 보는 다수의 견해에 따를 경우,47)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별도의 ‘명예훼손행위’라는 실행행위를 요구하지 않고 이미 사실의 적시만으로 해당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48) ‘진실을 적시한 비방행위’는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49)
더하여 양자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내용 가운데 ‘공공의 이익’과 관련하여,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진실한 사실임과 더불어 ‘오로지’ 공익을 위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한정적인 표지가 없는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와 구별된다고 해석될 수 있다.50)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목적이 내포되어 있었다고 할지라도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적용이 배제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고,51) 특히 선거와 관련하여서는 진실의 적시는 후보자 등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에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공공의 이익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52) 그렇다면 이때의 ‘오로지’라는 표지를 ‘주로’라는 정도의 의미로 축소하여 새길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53) 이는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이 함께 결부될 경우, 두 이익간의 형량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후보자비방죄의 경우에도 공적 이익이 사적 이익보다 극히 미약하여 양자 사이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면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54) 결국 두 범죄 모두 실제로 위법성 조각사유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일정 부분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 사이의 형량이 요청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판례의 해석론에 미루어 볼 때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의 인정 여부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55)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공직선거법상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는 일종의 일반법-특별법 관계에 놓인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결국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는 후보자 등의 명예감 보호에 더하여 ‘선거의 공정’으로 표상되는 국가적 법익을 달성하기 위해,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비교하여 법정형을 가중하고 공직선거법상의 특칙을 적용하는 일종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환언하면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사안 가운데 선거에 관한 특정한 사항에 적용하기 위해 별도로 가중된 제재를 가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56)
전술한 논의 구도는 근거조항의 문언에 미루어 볼 때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관계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57) 그런데 특히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경우에는 행위태양에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행위’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단지 허위의 사실의 공표만으로 성립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비교할 때에도 특별법-일반법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이 (허위)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법정형보다 무거움을 감안하면, 양자가 상상적 경합관계로서 규범적으로는 별개의 죄로 구분된다고 할지라도 실제에 있어서는 허위사실공표죄의 인정 외에 따로 허위사실 후보자비방죄를 중복하여 적용할 실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58)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의 위헌론으로는 일응 구별되는 두 가지 형태의 논의가 제안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전면적인 비(非)범죄화를 주장하는 형태의 위헌론으로, 애초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 등을 비방하는 행위를 형사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논의이다.
다른 하나는 후보자비방죄의 가벌성 자체는 긍정하되, 다만 그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전개되는 위헌론이다. 특히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경우, - 앞서 1. 4) 항목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 동죄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공연한 진실의 적시에 더해 선거와 관련된 일정한 구성요건 요소들이 추가로 충족됨을 전제로,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보다 무거운 제재를 부여하는 특별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후자와 같은 취지의 위헌론에서는 이와 같은 중한 제재, 특히 공직선거법상 당선 효력 등에 관한 실체법적 특칙 및 소송 진행에 관한 절차법적 특칙 조항이 적용되는 범위를 축소하여,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과 동일하게 처벌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59)
그런데 비교적 최근 헌법재판소는 후보자비방죄의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결정한 바 있다.60) 그렇다면 설령 헌법재판소가 ‘특별법’에 해당하는 후보자비방죄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선언하더라도, 일반법인 사실적시명예훼손에 대한 제재까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문이 따로 수반되지 않는 한, 전자의 위헌론과 같은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행위에 대한 비범죄화’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기는 용이하지 않다. 그러므로 ‘일반법’에 따른 처벌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됨이 전제되는 현재의 상황을 전제할 때에는, 헌법재판소의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위헌 결정의 결론은 후자의 위헌론, 환언하면 공직선거법상 특칙으로서의 제재가 적용되는 범위가 과도하므로 이를 축소시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통한 가벌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후보자비방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상황이 선거와 관련된 특별한 영역에 한정하여 적용될 경우, 개인적 법익에 더하여 선거의 공정이라는 국가적 법익의 실현을 위해 가중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재에 해당한다. 이때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주로 표현의 자유와 명예의 보호라는 두 가지 법익을 형량하여 제재의 정도를 정한 산물일 것이라는 측면에 주목한다면,61) 결국 후보자비방죄에 있어 이와 같은 ‘가중된 제재’가 정당화되는 배경에는 명예의 보호라는 측면과 더불어 후보자비방죄의 보호법익으로 논의되는 선거의 공정(성) 실현과 관련된 요청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특히 이 사건 결정에서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주된 논의 대상이 되었던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 부분을 중심으로,62) 이를 제재하는 것이 선거의 공정 구현과 어떻게 관련되는 것인지를 위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일응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라는 과잉금지원칙의 세부 지표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므로, 항목을 바꾸어 논의한다.
선거의 공정(성)이 지향하는 의의 내지는 가치로서 대표적으로 선거 과정에서의 기회균등이 지적되고 있다.63)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명문으로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는 사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회균등으로 구체화되는 선거의 공정이 보장됨에 따라, 후보자와 정당은 선거 과정에서 자유로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초를 제공받게 된다.64) 그리고 이를 통해 후보자 등의 자유로운 경쟁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들 또한 선거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게 되어 자신의 알 권리를 실현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선거권을 온전히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된다.65) 선거의 공정성이 담보하고자 하는 필수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로 유권자의 선택을 위한 충분한 판단자료의 제공이라는 측면이 지적되고 있는 것66)은 이러한 사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비록 ‘비방행위’라는 행위태양으로 나타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선거와 관련하여 공연히 진실을 적시하는 못하게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후보자 등이 상대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을 자유롭게 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특히 기성 정치인들과 새롭게 선거 과정에 참여한 정치 신인에 해당하는 후보자 등 사이의 기회균등 실현에 장애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67) 이들이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진실을 적시하여 기성 정치인의 실정(失政)을 지적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는, 그러한 행위의 특성상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비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성립을 피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68)
나아가 이는 유권자들이 일정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그들이 선거에 관하여 사실에 기반한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well-informed decision)을 하기 곤란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선거의 공정 실현을 어렵게 한다.69) 물론 중상모략 내지는 흑색선전에 해당하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므로, 선거의 공정 달성을 위해 이에 대한 제한은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70) 그러나 - ‘인신공격’이라는 ‘비방’의 행위태양으로라도 - 진실인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 평균적인 유권자라면 이 과정에서 다소 과장되거나 선동적인 표현을 접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측면을 감안하여 자신의 의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되므로, 이때 유권자가 진실을 접할 기회를 막는 것은 유권자가 부족한 정보만을 근거로 선거에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균등하게 제공된 기회에 따른 선택을 요청하는 선거의 공정의 의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71)
물론 후보자 등에 대한 진실적시 비방행위가 빈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네거티브’ 선거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72) 이 과정에서 일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선거의 공정과 따로 구별되지 않고 사실상 유사한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고,73)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의 공정과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방식으로 언급되었던74) 이른바 ‘선거의 평온’이 저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선거의 평온은 선거과정에서의 정치적 경쟁의 총량을 한정하여 선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고려되는 가치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경쟁으로서의 선거운동에서의 균등한 기회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선거의 공정과 구별되는데,75)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은 헌법 문언에 명시되어 있지만 선거의 평온은 그렇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일차적으로 양자가 동등한 정도의 의의를 가진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된다.76)
다만 선거의 평온이 (좁은 의미의) 선거의 공정이 추구하는 정치적 기회균등과 같이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가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전제로,77) 이 또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 추상적·포괄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종의 (넓은 의미의) 선거의 공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론이 제기될 여지가 있음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국민대표자를 선임하는 주권의 실현과정”78)으로서 선거의 목적을 감안한다면, 공동체의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동료가 누구이고, 그 정책이나 정치적 이력, 지지세력 등이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끼리 서로 자유로이 교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언하면 전술한 바와 같이 유권자에게 정확한 판단자료79)가 제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선거는 단지 민주적 정당성 획득을 가장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80) 이 지점에서 선거과정에 있어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 내지는 ‘의혹제기’의 중요성이 온전히 부각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81) 그렇다면 설사 구체적인 검증 과정에서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고 혼란스러워짐으로 인해 선거의 평온과 결부된 넓은 의미의 선거의 공정에 일정한 제약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민주주의와 선거, 더 나아가 국민주권의 실현과 결부된 ‘유권자의 의사가 오롯이 반영된 대표자 선출’이라는 목적이 보다 강조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82) 이는 단지 넓은 의미의 선거의 공정 내지 평온 달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쉽게 정당화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가벌성의 근거로 선거의 공정이 고려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거나, 넓은 의미의 선거의 공정과 관련될 여지가 있는 선거의 평온과 결부지어 매우 제한적으로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83) 그렇다면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목적은 실질적으로 개인의 명예보호라는 측면만이 남게 되므로, 이때는 양자의 가치를 형량한 결과물로서 일종의 ‘일반법’에 해당하는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따른 제재만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84) 이는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처벌함에 있어 선거의 공정을 달성하는 취지에서 요청되는 공직선거법상 제반 특칙들을 적용하여 ‘가중하여’ 처벌하려는 시도는 - 사생활의 평온과 관련된 일부 예외적인 영역을 제외하고는 - 허용되기 어려울 것임을 함의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경우,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대체로 피해자의 명예보호에서 찾아야 하고,85) 수단의 적절성 또한 원칙적으로 명예보호에 효과적이고 적절한 범위에서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하에서 검토되는 제한되는 기본권과 입법목적 간의 구체적인 형량 작업이 이루어지는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선거의 공정에 가중치를 두어 폭넓은 규제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의 접근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는 측면과도 연결된다.
법정의견은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라는 객체 부분에 한정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86) 법정의견은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 나아가 후보자비방죄의 위헌성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해당 구성요건의 광범위성이라든지 대체수단의 존재 가능성, 비교법적 접근,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1항에 근거한 사생활 영역에 대한 일종의 입법론 제시와 같은 다양한 논거를 제시하였다.
앞서 1) 항목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후보자비방죄에 관한 위헌론은 사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 일체에 대한 비(非)범죄화라는 측면과 일종의 일반법으로서의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수단을 활용한 가벌성 확보로 충분하다는 공직선거법상 특칙을 중심으로 한 제재의 과도함 측면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어 제시될 수 있다. 양자는 ‘사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형사제재 가부(可否)를 둘러싸고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런데 법정의견의 논증 과정에서는 두 가지 위헌론이 따로 구별되지 않고 한데 묶여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① 후보자들 사이에 경쟁하는 선거의 특성상 비방 행위는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부분,87) ② “이 사건 비방금지조항과 같이 진실한 사실 적시에 의한 후보자 비방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발견할 수 없다.”라고 설시하면서 진실적시 비방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일본과 독일, 미국의 해외 사례를 지적하는 부분,88) ③ 후보자비방죄에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표현행위를 한 자는 수사 및 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정 및 실제로 회부될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함을 지적하는 부분89) 등은 후보자비방죄 자체의 비범죄화를 전제로 제시되는 논거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의 논거들은 후보자비방죄를 애초에 형사처벌해서는 아니 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입론들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지적을 하면서,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없더라도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여 그 가벌성을 확보할 수 있다.”와 같은 논변을 앞서의 논의와 따로 구별하지 않고 설시한 부분은, 앞서 비범죄화의 필요성을 지적한 ① 내지 ③ 논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법정의견이 i) 특히 진실적시 비방행위의 경우에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였다는 측면보다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임을 지적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실체법적 특칙의 적용의 부당함을 지적한 부분이라든지,90) ii) 공직선거법상 절차법적 특칙의 적용 여부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직 적합성은 기본적으로 유권자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본질” 등과 관련된 후보자지방죄 자체의 위헌성과 본질적으로 연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부분,91) iii) 대체수단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의 성격을 띠는 부분은 별도의 처벌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부분92) 등은 각각 진실적시 비방행위의 가벌성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로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비범죄화 논변과는 일응 구별된다는 측면에서 다른 층위에서 논의되는 것이 보다 적절했을 것으로 판단된다.93)
이 사건 결정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위 반대의견은 ① 이 사건 비방금지조항이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과 같은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규정한다거나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하고 있고,94) ② 이 사건 비방금지 조항이 보장하는 명예보호나 선거의 공정이라는 가치와 그 반대에서 제한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 각각의 정도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법집행기관과 선거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구체적 타당성에 맞게 접근할 수 있다는 취지95)를 지적한 이 사건 선례결정을 인용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③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기술 발달 및 우리나라의 네거티브 방식 선거운동의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사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처벌에 공직선거법상 특칙이 적용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96)
위와 같은 이 사건 결정 반대의견의 내용 가운데 먼저 ③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 실현과 관련성이 없거나 매우 적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상 특칙을 통해 제재를 과중할 필요성이 크지 않음은 앞서 2) 항목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다음으로 이 사건 선례 결정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① 및 ②와 관련하여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후보자비방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필요(최소)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①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고려할 때, 온전히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i) 먼저 행위주체와 관련하여, 후보자비방죄의 행위주체에 제한이 없는 것은 후보자 등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약하여 선거에 관한 진실에 기초한 의사교환 및 그에 따른 의사형성을 어렵게 하고,97) 특히 언론에 의한 후보자 검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98) 그렇다면 특히 당선무효나 선거비용 반환 등과 같은 공직선거법상 실체법적 특칙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후보자나 선거사무관계자,99) 그리고 이들과 통모한 제3자 정도로 행위주체를 축소하는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에 보다 기여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ii) 후보자비방죄의 행위객체와 관련하여, 이 사건 결정의 반대의견은 행위객체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규정한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선거에서 후보자가 되기 위한 활동은 다양하게 상정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해당 개념이 선거에서의 당선과 관련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자에 관한 정치적 표현 전반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100) 그렇다면 이 사건 결정의 법정의견에서 언급되고 있는 바와 같이 후보자에 더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제재의 부과는 쉽게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101)
iii) 후보자비방죄는 적용되는 기간과 관련하여, 그 시기가 한정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사실적시 비방행위에 대한 고소와 고발의 남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유권자들이 후보자 등을 검증할 판단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한다.102) 특히 이 사건 결정의 반대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특히 인터넷 환경을 중심으로 한 “편향적인 정보 취득과 편견 강화”103)와 같은 부작용은, 원칙적으로 선거에 관한 유권자들의 의견교환 및 토론이 자유로이 이루어지면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market of ideas)’에서 교정될 수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104) 사상의 자유시장론에 입각할 경우, 사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에 대한 시기적 제한은 이와 같은 사상의 자유시장이 온전히 작동하기 어려운 기간에 한정해서만 적용될 필요가 있다.105)
iv) 후보자비방죄가 적용되는 대상 내지는 영역과 관련하여, 이 사건 결정의 법정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선거와 관련된 공적 의사결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관련된다고 보기 어려운 영역을 설정하여 해당 대상에 한정하여서만 후보자비방죄를 적용하는 방안 또한 고민될 여지가 있다.106)
아울러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 및 위법성조각사유의 충족 여부와 관련하여 법집행기관이나 법원이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②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구체적인 사건들을 살펴볼 때, 후보자비방죄 위반 여부에 대한 과잉수사가 진행된 경우들이 존재하고, 이는 판례가 제시하는 해석론이 수사기관에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107) 특히 공직선거법상 실체법적 특칙으로 규정된 당선무효제도에 따라 후보자의 당선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정으로 인해, 법원이 선거범죄 그 자체의 불법성에 대한 평가 보다는 당선무효 여부를 정하는 데 오히려 고민하게 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108) 후보자비방죄 그 자체의 죄책 성립 여부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 확보는 다소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는 후보자 등의 명예보호 및 선거의 공정이라는 가치와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형량을 통해 성안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규정 가운데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를 처벌하는 부분의 경우에는 해당 행위가 후보자 등에 대한 의혹제기 및 검증의 기능을 수행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 내밀한 사생활의 평온과 관련되는 경우와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 선거의 공정 그 자체가 위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데 주된 고려대상이 되는 입법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선거의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더하여 가중된 법정형 및 각종 공직선거법상 특칙을 적용하는 일종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기능하는 후보자비방죄를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에 적용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더하여 이는 (이 사건 결정의 반대의견의 취지와 같이) 선거의 공정을 근거로 정치적 표현에 대한 폭넓은 제한이 가능함을 전제로 피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판단과 같은 구체적인 형량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가운데 특히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를 처벌하는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향후의 입법론의 관점에서는 후보자 등에 대한 명예보호라는 입법목적에 비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의의109)를 강조하면서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 그 자체를 -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 비범죄화할 것인지,110) 아니면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적 비방 방지를 위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통한 처벌 가능성은 남겨둘 것인지,111) 원칙적으로 비범죄화하되 사생활의 평온이 문제될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가할 것인지112)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개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하여 이 사건 결정의 법정의견에서는 이 사건 비방금지조항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측면과 두 번째 측면을 한데 묶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데, 앞서 2. 3) (1)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양자의 의미는 상이하므로 이를 구별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보다 적절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구체적인 입법론에 대한 상세한 검토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후속 연구를 기약하고자 한다. 다만 생각건대 입법론이 검토되는 과정에서는 후보자비방죄 그 자체의 범죄 성립 여부 뿐 아니라, 이를테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진실성 입증 책임의 문제라든지 당선무효라는 효과 등과 관련된 공직선거법상 특칙에 대한 미세 조정 또한 함께 고민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Ⅳ. 나오며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후보자비방죄라는 표제 하에 당선 내지 낙선과 관련된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방법으로 후보자 등에 대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동법 제250조가 규율하는 허위사실공표죄와 함께 선거와 관련된 일정한 사실의 적시를 규제하는 제재로 이해된다. 후보자비방죄의 입법목적은 후보자 등의 명예보호에 더하여 선거의 공정을 실현하는 데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구체적으로 성립요건을 검토할 때, 후보자비방죄는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형량의 결과로 규정된 일반법으로서의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일종의 특별법으로 기능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의 경우,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의 행위태양에 그대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보자비방죄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입법목적에 추가로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상 적용되는 당선의 효력과 관련된 특칙이나 재판절차 과정에서의 특칙 등의 중한 제재를 추가한 일종의 가중적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이 고려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중한 제재가 쉽게 정당화되기는 어려움을 시사한다.
헌법재판소는 후보자비방죄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총 3번에 걸쳐 판단한 바 있는데, 비교적 최근 선고된 헌재 2024. 6. 27. 2023헌바78 결정에서는 기존 선례를 변경하여 위 조항 가운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방을 제재하는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위 결정의 법정의견은 해당 구성요건의 광범성, 대체수단의 존재 가능성, 진실을 적시한 후보자 비방을 처벌하는 해외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비방금지조항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진실적시 비방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기 보다는 후보자 등에 대한 명예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점 등에 주목하여 공직선거법에 따라 과중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어려움을 지적한 전반적인 논지는 위 논의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위 법정의견은 특히 진실적시 후보자비방죄의 비범죄화 논거와 일반 조항으로서의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대체수단을 통한 가벌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논거를 별도로 구별하지 않고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진실 적시 비방행위에 대한 비범죄화를 둘러싸고 서로 층위가 다른 두 위헌론을 한데 묶어 전개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위 결정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비방금지조항이 이미 필요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고, 법집행기관이나 법원이 개별적 상황에서 명예보호와 선거의 공정이라는 가치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으며, 기술발전 및 과거 선거 관행 등을 고려할 때, 사실적시 비방행위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특칙 적용이 필요하므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대체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먼저 후보자비방죄의 주체, 객체, 시기, 대상의 측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다 덜 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강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필요최소한도의 기본권 제한으로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당선무효 등 공직선거법상 특칙이 적용되는 현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후보자비방죄 성립 여부 그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양형에 따른 특칙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주로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후보자비방죄 성립 여부에 관한 구체적 타당성을 담보하는 작업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진실한 사실인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이 문제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상 특칙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정당화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 설사 결과적으로 비방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 선거의 공정을 달성하는 데 요구되는 선거 과정에서의 기회균등에 오히려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예보호에 더하여 선거의 공정을 근거로 형법상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보다 가중한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후보자 비방죄를 진실적시 후보자 비방행위에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봄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향후 입법론과 관련하여, 해당 구성요건의 전면폐지에 찬성하는 입장과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대체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입장, 그리고 사생활의 평온과 같은 일정한 영역에 한정하여 이를 적용하자는 입장이 각각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과정에서 후보자비방죄 그 자체의 범죄 성립 여부 뿐 아니라, 이를테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진실성 입증 책임의 문제라든지 당선무효라는 효과 등과 관련된 공직선거법상 특칙에 대한 미세 조정 또한 함께 고민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